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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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8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8화 얼음 속에서 피는 꽃 (10)
「파하하핫-! 후배님! 정말 대단한데? 어떻게 4위계가 이런 마력을 낼 수 있지?!」
로드 속 사념체로 존재하는 베인은, 엄청나게 거대한 나무처럼 솟아난 유렌의 마력 칼날을 보고 크게 감탄했다.
아무리 자신이 보조를 크게 해주며 마력도 덧붙였다지만, 결국 저 거대한 마력 칼날은 저 후배 자신이 뽑은 것.
도저히 4레벨의 그것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마력이었다. 자신의 지식대로라면 5레벨도 저만큼은 하기 힘들 터.
현대의 마법사들은 기준이 다른가? 라는 의문이 잠시 베인을 스쳐 갔지만, 그것은 분명 아니었다.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자신의 옛 유해를 발견했을 때 유렌의 일행들을 보긴 했었으니까.
그 셀레나라는 검은 머리의 여마법사는 분명 강하긴 했지만, 4위계의 마력을 크게 벗어나진 못했었다.
그 에드워드란 애송이는 자신이 아는 평범한 4위계보다도 더 낮아 보였고.
즉, 지금이 위저드급, 혹은 그 이상의 마력을 내고 있는 유렌이 예외 중 예외라는 뜻이었다.
「파하하핫-! 좋아, 좋아! 마지막으로 노래에 남는 일이라면, 주역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노래라면 음유시인 말입니까? 음유시인들 사장된지가 언젠데요.”
「뭐, 뭐라고?! 이런, 낭만이 없어진 시대군!」
유렌은 어쩐지 풀이 죽은 것 같은 하얀 로드를 바라보았다.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 역시 감탄하고 있었다.
‘마력 칼날을 만들어내는 효율성 자체가 달라.’
애초에 마력으로 만드는 칼날이나 창날 자체는, 당연히도 많이 보편화된 마법이 아니다.
유렌의 기억이 있던 미래에는 지금보다야 발전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주류는커녕, 정말 취향이 특이하거나 어쩔 수 없이 최후에나 쓰는 마법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개조해서 사용 한 것인데, 그것보다도 훨씬 뛰어나. 아예 마법 체계 자체를 뜯어고친 느낌?’
베인이 생전에 수십 년 동안 애를 써서 만들어온 오리지널 마법.
유렌은 그 사실은 몰랐지만, 이 마법의 굉장함만은 바로 이해했다.
“크르르르-!”
잠시 킹스윈 성 쪽에서 멈춰있던 사이케스가 울음소리를 내며, 돌격할 준비를 했다.
아무리 몸이 단단한 드래곤 형태라지만, 그녀의 크기는 기껏 7m 언저리 정도. 무게도 기껏 커다란 바위 몇 개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전속력으로 저 수백 미터짜리 거대한 눈덩이에 돌진하겠다는 것이었다.
만약 잘못되면 그 즉시 온몸이 으깨져서 죽겠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런 걱정 따윈 있지도 않았다.
“크롸롸롸롸-!!”
오로지 자신의 등 뒤에 태운 유렌과, 저 말도 안 되게 거대한 적을 무찌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쒸이이이익-!
온 힘과 마력을 다해서 하는 비행.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옛 자신이 낸 비행 최고속도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파앗-!
거기에 더해, 유렌과 로드가 걸어준 바람 계열 마법은 그녀의 속도를 더욱 증폭시켰다.
「파하하! 이 아가씨 대단한데? 물론 진짜 드래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드래고니안 중 이 아가씨보다 뛰어난 경우는 아마 없을 거야!」
드래곤을 수십 년 탄 과거의 대영웅마저 감탄할 정도로, 사이케스는 거의 목숨을 걸고 돌진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유렌. 그 자신이 이 거대한 마력의 검을 휘두르는 것뿐이었다.
쒸이이이익-!
엄청난 공기의 저항이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덮쳤지만, 정작 유렌은 그것을 하나도 인식하지 못했다.
오로지, 눈앞에 저 거대한 것을 베어야 한다는 생각뿐.
하얀 로드- 즉, 베인은 그런 유렌의 집중한 모습을 보며 숨을 죽였다.
‘정말로 엄청난 녀석이군.’
생전의 베인은, 이미 충분한 업적과 실력을 갖춘 영웅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속에 남은 한 가지는 있었다.
만약, 자신이 검이나 기사로서의 재능이 있었다면 어쨌을까는 것이었다.
베인과 그의 반려가 강력한 화력으로 인해 마무리로 즐겨 썼던 기술은, 지금 이 돌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녀와 베인의 마력을 섞어 거대한 마력의 칼날을 앞을 길게 뻗게 한 다음,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는 형태였으니까.
베인의 그 적절한 서포팅 덕에, 반려가 혼자 싸울 때보다 승률이 압도적으로 늘어나긴 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베인의 가슴 한편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었다.
-내가 근접전에도 재능이 있었더라면, 타격 순간 적에게 더 강한 피해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반려에겐, 당신이 검 실력이 있어도 달라질 건 없다고 못을 박혔다.
-그대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대가 내 등에 타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몇 배는 강해지니 말이다.
그녀의 배려를 느끼며, 베인의 마음속 아쉬움은 사라졌다.
하지만 자신이 기사의 역량을 가졌다면. 이라는 의문 자체는 계속 남아있었다.
죽을 때까지, 아니 정확히는 죽고 나서도 계속 말이다.
「어라?」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서, 저 후배님이 자신이 궁금하던 그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지 않은가.
스윽-
스태프를 든 유렌의 양손이 미묘하게 움직였다.
‘검. 이것도 검이라고 볼 수 있을까?’
손잡이만 2m 이상 되는 스태프.
칼의 손잡이라기보단, 당연히 창의 손잡이라고 해야 걸맞은 것.
게다가, 칼날의 길이만 수십 미터이다.
‘검에 얽매인 다른 소드마스터가 보면 펄쩍 뛸 수도 있겠군.’
유렌은 피식 웃으며, 자신들이 다가감으로써 점점 커지는 눈덩이를 바라보았다.
진짜, 어마무지하게 컸다.
자신이 공간의 주머니로 별장을 박살 내는데 썼던 바위 언덕보다도 훨씬 더 말이다.
슥-
하지만, 이상하게 가슴에 두려움은 없었다.
해 본 적은 없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래. 과거의 자신은 조그마한 단검으로도 커다란 바위를 가른 적이 있었다.
그때 단검과 바위의 차이보다, 지금 이 마력 칼날과 저 눈덩이의 차이가 더 작다.
‘그럼 충분히 가능하지.’
물론 당시는 마스터의 몸이고, 지금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검을 다루는 몸의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는 점은 유렌 역시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렌의 머릿속에선 이미 그것에 대한 것을 지운 상태였다.
그저, 단 한 개의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벤다.’
유렌의 생각을 느낄 수 있는 베인이 말을 잃을 정도로 강렬한 집중.
그리고 유렌의 팔이 느릿하지만, 동시에 아무 주저함 없이 움직였다.
쒹-
바람을 가르는 소리조차 작게 날 정도로 평범한 옆으로 베기.
하지만 그것의 효과는 거대했다.
쩌어어어억-
「파……하하하!」
굴러오던 수백 미터 크기의 눈덩이가, 그대로 상하로 갈라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초대형 마력 칼날과 최대 속도를 낸 그 에너지는 아직 남아있었다.
터어엉-!
절반으로 잘린 윗부분이 아랫부분과 부딪혀 갈라지며, 그 조각들이 하늘로 떠오르기 직전.
쒸이이이익-!
유렌이 든 거대한 마력 칼날이, 순식간에 열댓 번이나 움직였다.
보통 사람이 아니라, 어지간한 기사조차 그 수를 세기도 힘든 일격.
쩌억-!
쩌어억-!
그것에 수십 동강이 난 눈덩이들은, 제각기 다른 곳으로 흩어져 설산 주변에 떨어졌다.
콰앙-! 콰아앙-!
「파……하하하하핫!」
그리고 그 후배의 모습을 본 베인은 한참을 껄껄거리며 웃었다.
자신이 평생의 궁금증을 직접 답해준 후배에게 감사하면서.
* *
“……세상에.”
“아하하하~. 더 할 말도 없네요~.”
“……지금 제가 보는 게 현실 맞습니까?”
툰드라와 셀레나, 그리고 에드워드는 멀지 않은 곳에서 수십 조각으로 갈라지는 눈덩이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모두가 눈사태에 휩쓸려 버리기 직전.
툰드라가 그나마 얼음의 보호 마법을 각자에게 써준 덕에 모두 큰 상처는 없었다.
게다가 체온을 유지하게 시켜주는 마도구까지 있었으니, 그만한 대규모 눈사태에 휩쓸린 것 치고는 정말로 경미한 잔부상에 불과했다.
“……저희는~ 그냥 방해만 됐던 걸까요~?”
이리저리 흩어지는 눈덩이를 보며, 셀레나는 그녀답지 않게 조금 풀이 죽은 얼굴로 말았다.
평생 따라가기로 했었는데, 이래서야 자신이 근처에 있을 수 있을까도 의심되는 수준이었다.
“……그러게요.”
툰드라 역시, 그가 대단하다는 생각보단 다른 감정이 먼저 다가왔다.
사실 처음 유렌에게 부탁했을 땐, 그래도 자신이 처음으로 그를 이끌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조금 설레긴 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오히려 가장 강한 적과 싸울 때는, 근방에 있지도 못했다.
이 설산에 가장 특화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그런 그녀들의 침울한 분위기를 보고, 에드워드는 조심히 말을 열었다.
“지금은 그저 기뻐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예?”
“확실히 두 분이, 저분에게 따라가지 못해 침울해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따르는 자는 높을수록 좋은 게 아닙니까? 자신도 더 성장할 자신이 있다면 말입니다.”
에드워드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사랑만 보면, 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그 역시 북방에서 살아가는 남자.
저 진짜 드래곤 나이트를 보고는, 도저히 가슴이 떨려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웅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로 기가 죽으면 안 된다고 말이다.
“부족하시면, 그만큼 더 발버둥 치시면 됩니다. 저 영웅의 뒤를 따르려면 말입니다.”
“……아하하~. 하긴, 그렇네요. 원래부터 알고 있었는데~.”
셀레나는 다시 웃으며, 그의 말에 긍정했다.
그래, 애초에 그가 해왔던 짓들은 죄다 정상이 아니었다. 그게 좀 더 대단해진 것뿐이지,
“……네. 고마워요. 에드워드. 당신 말이 맞네요. 전 그의 부하는 아니지만, 앞으로 같이 나아가려면 저도 더 발전해야겠죠.”
“……네.”
툰드라의 결연한 눈동자를 보며, 에드워드는 살짝 풀이 죽었다.
그래도, 짝사랑의 발톱은 아직 그의 가슴을 할퀴고 있었으니까.
“그래. 한 번 눈에 파묻히니, 입은 술술 잘 나오나 보구나.”
그때.
그들의 뒤에서 킹스윈 변경백이 부하들을 끌고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들의 위치는, 눈덩이가 박살 난 곳과 성 사이에 있었기에 마침 딱 마주친 것이다.
“아, 아버지!”
“이 멍청한 녀석이……!”
에드워드는 변경백의 분노어린 포효가 터져 나오리라 생각해 움츠렸지만, 그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변경백은 하늘로 시선을 돌려, 아들을 꾸짖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인물을 잠시 바라보았다.
“후우-.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예.”
변경백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툰드라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위저드 툰드라. 멍청한 아들놈의 목숨을 살려주고, 저 영웅을 우리 영지에 데려와 준 것. 정말로 감사하오.”
“아닙니다. 변경백님. 당연한 걸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감사 인사라면 공주님이나, 저 사람이 직접 받을 거고요.”
“……후후. 알겠소.”
변경백은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하늘을 보았다.
그곳에는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있었던 드래곤 나이트가, 천천히 이쪽으로 착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의 목숨을 구해준 것에 감사하오!”
평생 남들 앞에서 웃은 적이 손에 꼽는다는 변경백은, 미소진 얼굴로 영웅을 맞이하였다.
“드, 드래곤 나이트!”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와아아아아-!!”
살아남은 성과 근방 마을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와 함께 말이다.
* *
“헉…… 허억! 크허어어억!”
모든 것이 얼어붙는, 거대한 얼음들로 가득 찬 한 깊고 깊은 계곡.
지금 그곳에는 심한 상처를 입은 한 마법사가, 발을 질질 끌면서 안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조금 전. 몸이 두 동강이 나 죽기 직전의 상황에서, 드래곤의 마력으로 간신히 탈출했던 6레벨의 마법사- 케니한이었다.
“크으으윽!”
이미 그의 왼팔은 단칼에 잘려 절단면이 얼어붙어 있었고,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
내장도 상했고, 얼굴의 한쪽도 이미 반쯤 얼어붙었다.
얼마 전 이곳에 여유만만하게 온 그는, 지금은 처참한 몰골로 간신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 그 빌어 처먹을 놈들!’
케니한은 가슴에 가득 쌓인 욕설을 마구 내뱉고 싶었지만, 폐가 얼어버릴까 봐 차마 그럴 수도 없었다.
그저 신음만 내는데도 이렇게 입안이 죄다 얼어붙게 생겼는데. 고함이라니.
말 그대로 자살하는 격이었다.
‘내가, 내가……! 그, 그딴 놈들에게!’
6위계의 마스터. 게다가 이 설산에서 최적화되어있는 얼음계열.
그것도 부족해서, 잘 다루지는 못하지만 드래곤의 마력까지 뽑아서 썼다.
상대의 수가 좀 더 많긴 했지만, 그것이 뭐 어쨌는가.
4, 5레벨이 많아 봐야 6레벨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그저 기본적인 상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자신은 졌다. 그것도 4레벨 애송이에게 처참하게.
“크흑-!”
울컥-
상상만 해도 분노가 끓어올라, 다친 내장에서 피가 울컥 뿜어져 나왔다.
곧바로 얼어 붙었지만 말이다.
‘이대로 죽을 순 없어. 그놈들을 무슨 일이 있어도……!’
이미, 공작이나 다른 마탑의 부탁 따위는 그의 머릿속에 들어있지도 않았다.
지금 케니한이 가지고 있는 것은, 오로지 순수한 살의.
그 빌어먹을 놈을 처치한다면, 그다음은 아무래도 좋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몸이 멀쩡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아갔던 길.
하지만 지금은 그가 요 수십 년간 느끼지 못한 추위와 동상을 느끼며 발을 질질 끌며 나아갔다.
그렇게 수십 분.
케니한은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빙룡- 화이트 드래곤이 잠들어있는 그 거대한 얼음 앞에 말이다.
“크흐흐흐! 다, 다 왔다! 이젠, 남은 마력만 다 빨아들이면!”
오로지 바닥만 보며 나아갔던 케니한은 고개를 서서히 들며 낄낄거리며 웃었다.
강대한 마력을 모두 흡수하는 건 인간의 몸으로 무리라 피했던 것이지만 이젠 알바 아니었다.
“허?!”
하지만, 고개를 든 케니한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말 그대로 얼음.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얼음이었다.
“어. 어? 이게 대체…….”
케니한은 멍하니 고개를 들어 거대한 얼음 전체를 바라보았다.
“……!”
어디를 바라보아도 그저 텅 비어있는 얼음 속에서, 케니한은 반대쪽에 커다란 금이 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서, 설마……!”
“뭐가 설마더냐. 하등생물아.”
“……!!”
케니한의 뒤에서, 조용한 여성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 아름다운 미성이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압박감과 공포를 느끼게 했다.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얼어붙었던 땀샘이 풀리는 것 같았다.
“내 마력을 뽑아 간 것. 네놈의 짓이렷다?”
“사, 살려…….”
조금 전, 목숨을 버려서라도 놈들을 죽이겠다는 케니한의 결심이 눈 녹듯 사라졌다.
너무나 큰 공포와 압박감이, 그의 생존본능을 순식간에 키워버린 것이다.
물론, 이제 와서 그런 거 키워봐야 아무 소용 없었지만.
아그작-.
“끄아아아아악-!”
극한의 얼음만이 존재했던 극한의 계곡.
한때 드래곤의 마력까지 손에 넣었던 고위 마법사의 비명이, 처참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