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6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6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6화 얼음 속에서 피는 꽃 (8)
「파하하핫-! 보통이면 죄다 포기할 상황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일 줄이야! 너, 아주 멋진데?」
‘……?!’
뭐지 이건.
말 그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유렌이었지만, 지금 자신의 머릿속과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선 잠시 말을 잃고 말았다.
일단, 갑자기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뜬금없는 경박한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황당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저 앞에 떠 있는 작고 하얀 금속 막대기에서 강대한 마력이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닌가.
이런 일은 당연히 유렌으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어이! 이봐! 경박하다니! 후배! 말이 좀 심한 거 아닌가?!」
하지만 잠시 당황했던 유렌은, 그 자리의 누구보다도 빨리 정신을 차렸다.
“흡!”
재빨리 뛰어올라, 그 강대한 마력이 나오는 하얀 금속 막대기- 로드를 가로챈 것이다.
「오오! 역시, 판단 능력이 아주 빠르네! 그런데, 후배! 내 말이 들리는 거는 맞지? 이거, 계속 무시하면 조금 섭섭한데?」
‘누구냐.’
「응? 누구냐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너 정도 머리 회전을 가진 사람이 눈치를 못 챘을 리가 없잖아?」
힐끗.
유렌의 시선이 옆에서 눈사태에 휩싸이기 직전의 백골을 훑고 지나갔다.
「크큭! 그래, 잘 알고 있잖아? 내 이름은 베인! 빙룡의 반려자라고 불렸던 남자지!」
역시나.
아까 전 드래곤의 사념에서 들은, 경박함과 진중함이 괴상하게 섞인 그 목소리가 맞았다.
「아니 그러니까 경박이라니! 그냥 진중만 붙여!」
‘그래서, 지금의 당신은 이 작은 로드가 매개체인가?’
「……파하핫! 정말로 눈치 빠른 놈일세!」
유렌은 흰색 로드를 꽉 잡으며 묻자, 머릿속 목소리 - 베인은 유쾌한 듯 크게 웃으며 그의 말을 긍정했다.
「그래! 나 또한 사념으로 남긴 했지만, 그렇게 힘이 넘치는 드래곤처럼 이곳저곳에 남겨지는 건 불가능하지! 그래서 이것에 내 몸을 맡긴 거고.」
“흥! 그깟 아이템에서 쏟아내는 마력 따위! 이 드래곤의 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다!”
그 와중에 자신만만한 6레벨 마스터 - 케니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머릿속 베인은 이를 아드득 하고 갈았다.
「저 빌어먹을 자식이! 남의 여자 마력을 멋대로 뽑아서 쓴 주제에! 게다가 그걸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면서 어디서 잘난 척이야?!」
케니한이 쓰는 이질적인 마력 - 드래곤의 마력이 다가오자, 하얀 로드는 말 그대로 분노했는지 더욱더 강한 마력을 뿜어- 내려다 말았다.
‘……뭐야? 힘을 보여준다는 것 아니었나?’
「아니, 다시 잘 보니까, 여기에 남은 마력이 아주 많지는 않네? 아무리 그래도 이미 죽은 인간이 남긴 마력이, 살아있는 드래곤에서 뽑은 마력을 이기겠어?!」
‘…….’
유렌은 갑자기 크게 한숨이라도 쉬고 싶은 심정이었다.
티는 크게 안 냈지만, 나름 전설의 대영웅이라고 해서 살짝 기대는 했었는데.
「흠, 흠! 거 미안하구만! 어쨌든, 나 혼자 해선 안 될 거라는 거야. 자, 자! 후배님! 내 말을 자알 들으시게나!」
유렌은 그 뒤에 이어지는 베인의 말을 듣고, 그제야 깨달았다.
왜 위대한 기사였다는 영웅의 사념이, 마법사가 쓰는 로드에 곁들었는지.
아까부터 왜 계속, ‘후배’라고 불러대는지 말이다.
「자아! 내 또 하나의 파트너였던 ‘하얀 가지’야! 이번엔 내 몸으로서 다시 한 잘 부탁한다! 프하핫!」
그랬다.
전설의 드래곤 나이트라 칭송받는 베인이었지만, 그 전설은 왜곡되어 전해져 왔던 것이다.
베인 루케르트.
오래전. 이 북방 지방을 휩쓸었던, 대마법사이자 빙룡의 반려는 이를 갈며 외쳤다.
「이 똘똘한 후배와 힘을 합쳐, 저 남의 아내 마력이나 빼앗는 망할 자식을 뭉개버리자꾸나! 내 반려의 마력은, 나에게 맡겨라! 후배!」
* *
“크흐흐! 모두 한꺼번에 죽어라!”
6레벨 마스터 – 케니한은 저 낡은 로드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이 상황 따윈, 그저 가소롭기 그지없을 뿐이었다.
아무리 봐도, 저놈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당장, 저 위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눈사태조차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콰콰콰쾅-!
“으아아아~! 이러다 정말 죽겠는데요~!”
“크으으윽! 아버지. 저를 용서……!”
“빨리 제 곁으로 오세요! 사이케스! 당신도!”
알 수 없는 로드의 힘으로,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유렌을 제외한 모두가 그 거대한 눈더미 속에 휩쓸려가기 시작했다.
“크흐흐! 이걸로 끝이 아니지!”
저 눈사태 만으론, 당연히 얼음계열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툰드라를 제거하기는 힘들 것이다.
게다가 저놈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체온 자체가 상당히 높았다.
툰드라 외에도, 살아나올 확률도 충분히 있는 것이다.
“받아라!”
그런 의미에서, 준비한 다음 타격이 이 드래곤의 마력이다.
비록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거대한 마력이라 자신도 아직 제대로 다룰 수는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 이상한 로드의 힘으로 둥둥 떠 있는 유렌이란 애송이와, 그 밑에 눈에 막 휩쓸려가는 놈들을 처리하는 데는 충분했다.
그저 일부의 마력을 보내, 그 자체의 힘으로 짓눌러버리기만 해도 끝이니까.
케니한의 손짓으로, 막대한 마력의 소용돌이가 유렌과 그 밑의 눈들을 짓눌러 버리려 하는 순간-
파아아앗-!
“……응?”
놈의 하얀 로드에서 강렬한 빛이 번쩍이자, 그 막대한 마력이 갑작스럽게 하늘로 높게 솟구쳐 사라졌다.
그저 하얀 눈만이 내리는, 아무것도 없는 하늘로.
“……이, 이게 대체?!”
케니한의 눈이 크게 떨리고, 입이 쩌억 하고 벌려졌다.
타고난 재능을 타고나, 언제나 엘리트 코스만을 달렸던 그다.
아주 약간의 벽은 있었어도, 그가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 일은 여태까지 그의 인생에선 없었다.
지금 일을 제외하곤 말이다.
“다 놀랐냐?”
마력이 사라진 높은 하늘을 지켜보던 케니한의 고개가, 서서히 밑으로 떨어졌다.
그곳에는 자신보다 한참이나 뒤떨어지는 4위계의 젊은 놈이, 한 손에 밝게 빛나는 하얀 로드를 들고 이쪽을 비웃듯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한 손으론 가운데 손가락을 꺼떡꺼떡 거리면서.
“남의 것 훔쳐서 잘난 척하다가, 그것조차 제대로 못 써서 4위계도 처리 못 한 멍청아. 그렇게 멍하니 위만 보다가, 밑에서 푹 찔리면, 정말 추하게 흘릴 것 못 흘릴 것 다 흘려가며 죽어가는 거다. 그러면 냄새날까 이렇게 미리 말해주는 거니, 어서 정신 차리고 덤비기나 하시지.”
“……?”
케니한은 유렌의 그 도발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평생 존경만 듣고 산 그에겐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소리였다.
그러기에 저 말에 무슨 뜻이 들어있는지, 아니 그 전에 자신에게 향했다는 개념조차 잠시 인식을 하지 못 한 것이다.
물론 유렌은 자기 나름대로 ‘적당한 도발’을 위해 수위를 조절한 것이지만, 그 적당함에 따른 서로의 인식이 조금 달랐던 것 같았다.
전장에서 수십 년 동안 구르던 기억을 가진 유렌과, 실험 위주로 온실에서 엘리트 코스를 달렸던 그였기에 말이다.
“이, 이 자식!”
수 초 후. 드디어 자신에게 한 이야기임을, 그리고 무슨 뜻인지를 깨달은 케니한은 격렬하게 분노했다.
“이런 천박 그 자체인, 분수도 모르는 놈!”
6위계 마스터의 격렬한 분노는, 빼앗아온 강력한 드래곤의 마력과 뒤섞여 무시무시한 압박감을 상대에게 선사했다.
일반적인 4위계라면, 그야말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쓰러질 엄청난 마력과 압박감.
쩌저엉-!
케니한의 주변에서 생성된 수많은 얼음 기둥들이 동시에 유렌에게 달려 들어갔다.
* *
「파하핫! 화났군! 화났어! 후배님! 도발 아주 끝내주는데?」
유렌은 재빠르게 공중에서 몸을 움직여,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수많은 얼음 기둥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쒸이이익-!
그 중에선 작은 것도 있고, 큰 것도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빠른 것도 느린 것도 있었다.
‘제법이네.’
아무리 실험실에서 처박혀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도, 마스터는 마스터다.
남들보다 많은 이론을 알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그것을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은 대단히 위협적이었다.
쩌적-
“……!”
게다가 넘치는 마력은, 얼음 기둥을 단순한 얼음 기둥만으로 남기진 않았다.
무지막지한 마력을 쏟아 넣어, 스치기만 해도 인체가 얼어붙도록 강력한 냉기를 뿜게 해놨던 것이다.
타탁-
유렌은 살짝 얼어붙은 은보라색 로브를 털며, 주변을 모두 새하얗게 얼려버리며 다가오는 놈의 다른 상급마법을 노려보았다.
「호! 제법인데? 두 상급마법을 동시에 쓰다니!」
“흡!”
퍼엉-
유렌이 곧바로 선택한 길은, 공중에서 작은 실드를 만들어 폭파.
기사의 ‘돌격’으로 놈의 저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퍼엉- 퍼엉- 퍼엉-
작은 폭발이 연달아 일어나며 유렌은 쏜살같이 옆쪽으로 뻗어 나갔지만, 놀랍게도 주변이 얼어붙는 속도는 그것보다 빨랐다.
「할 수 없군. 후배님! 따라 해!」
슈우욱-!
유렌의 손에 있던 로드가, 자기 멋대로 마법을 쓰더니 혼자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과연.”
유렌은, 그 로드 – 베인이 쓴 마력의 조합을 순식간에 파악했다.
그의 재능이 워낙 뛰어나서도 있었지만, 베인이 ‘일부러’ 알아보기 쉽게 마법을 전개한 덕도 있었다.
‘고속이동!’
쒸이이이익-!
유렌은 순식간에 공기를 찢어버리곤, 기사의 ‘돌격’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리를 벗어났다.
마력 자체는 격렬하게 소모되었지만, 어차피 오랜 시간이 쓸 마법이 아니라 큰 상관은 없었다.
「오! 잘 따라오는데? 역시, 재능 자체는 천재적이군. 후배님!」
“이런 마법은 어디서……?”
유렌은 마법의 성능에 감탄해 물었다.
그가 아는 마법에도, 비슷한 마법은 있었으나, ‘돌격’보다 훨씬 성능이 떨어져 굳이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달랐다. 모든 것이 극도로 효율적인 술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기존의 마법의 몇 배에 달하는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내가 만든 오리지널이야! 우리 반려 등에 탈 때, 어쩌다 잠깐잠깐 떨어질 때가 있었는데, 그때 쓰기 위해 만든 거지!」
과연, 드래곤의 비행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빠를 수밖에 없었나.
유렌은 재빠르게 이해하고, 이번엔 자신의 사방에서 달려드는 날카로운 눈이 내리는 눈보라들을 노려보았다.
“도망간게 겨우 거기냐! 죽어라!”
역시 얼음계열의 특화 마스터.
이곳 설산은 놈에게 최적의 환경인 것이라도 증명하듯, 수많은 상급마법이 수업이 유렌에게 작렬했다.
‘위가 상대적으로 비었어.’
재빠르게 위를 보던 유렌이 방금 익힌 그 ‘고속이동’으로 위로 탈출하려는 그때.
「날 잡아라!」
어느덧 하얀 로드가 혼자 날아와, 유렌의 왼손 옆에 둥둥 떠 있었다.
덥썩-
그리고 그것을 덥석 잡음과 동시에, 유렌의 몸은 순식간에 200여 미터 위로, 순식간에 끌려 올라갔다.
쒸이이익-
‘뭐, 뭐야?’
단련된 육체를 가진 유렌마저도, 한순간 어질거릴 정도의 급가속.
날카로운 눈보라는 피했지만, 잠시 어지럼증에 시달린 유렌의 머리에 의기양양한 베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헴! 이건, 바로 공중에 날아오르는 우리 반려의 등에 바로 타기 위한, ‘기승’ 마법이지!」
‘…….’
이 사람.
정말 엄청나게 드래곤을 타는 것에 진심이었구나.
「어찌 됐건, 후배님! 지금은 도발도 그렇고, 소모전을 노리는 듯한데……. 이런 이동기는 내 특기 중 특기! 마침, 좋은 기회이니, 좀 알려드려도 될까?」
유렌은 또다시 자신에게 다가오는 얼음 기둥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기야 어쨌든, 그의 마법들은 진짜였으니까.
“가르침, 감사하군요. 선배.”
「파하핫! 이거, 좋은 후배님을 줘서 기쁘군!」
쩌쩌적-!
콰르르릉-!
그렇게, 전투를 빙자한 교육과 도망가기가 설산 한가운데서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 *
약 30여 분 후.
“후우- 후우-.”
현 상태는, 말 그대로 양쪽의 교착상태.
아무리 그래도 케니한은 바보는 아니었기 때문에,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계속 피하자 분노에만 몸을 맡기진 않았다.
슬슬 자제하려는 순간, 유렌이 다시 그에게 초조함의 불을 붙여 버린 것이었다.
-아까 네가 일으킨 눈사태로 산 밑으로 휩쓸린 사람 중 하나는, 에드워드 킹스윈이다! 이곳 변경 백의 후계자지. 변경 백에게 네가 한 행동이 그대로 전해지면, 6위계 마스터라고 쉽게 무사하진 못할 거다!
-……! 뭐라?
변경백의 자식이 아니라 그 본인이라고 해도, 이 설산에서 처리하면 아무런 알 바 아녔다
하지만, 이 설산에서 도망친다고 하면 이야기는 달랐다.
왕국에서 가장 강력한 변경백 중 하나가 자식을 잃은 원한을 자신에게 품는 것이니까.
아무리 공작이 막아주네 어쩌네 해도, 상황이 바뀌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것.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네놈! 얼른 죽어라!
-하! 자기 말이 무슨 용언이라도 되는 줄 아나 보군. 모자란 머리가, 용의 마력에 먹혔나?
-이노옴-!
그렇게 유렌에게 신나게 휘말린 결과, 케니한의 마력은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아직 그가 뽑아낸 용의 마력은 있었지만,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자신의 마력 대신 사용할 수는 없었다.
‘……진정하자.’
케니한은 날카롭게 상대를 노려보다가, 곧 결정을 내렸다.
상대적으로 전투 경험이 적고, 도발에 잘 넘어가서 그렇지 그 역시 천재에 속하는 엘리트.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상황을 계산해낸 것이다.
“하앗-!”
두근- 두근-.
케니한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마스터의 심장에서 엄청난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 저건!”
그를 지켜보던 유렌의 눈이 커졌다.
저것은 분명, 20여 년 후에도 한 번 본 적이 있는 마법.
‘굴러가는 눈덩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공방 일체의 탁월한 그 마법을 보고 유렌은 재빨리 자신의 스태프를 재소환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자신과 주변의 마력을 스태프 끝에 달린 은빛 팔찌에 담아, 그 강대한 마력을 발사했다.
퍼어엉-!
마력은 빠르고 강력하게 쏘아져 나갔지만, 곧 케니한의 주변을 둘러싼 두꺼운 얼음에 튕겨 나왔다.
“칫.”
「호오. 저거 참, 신기한 마법이군.」
유렌이 혀를 차며 베인이 감탄할 정도로, 케니한이 방금 쓴 마법은 특이했다.
그의 주변을 두꺼운 얼음이 전부 둘러쌓아 방어 마법으로 보였지만, 그 얼음은 점점 더 두꺼워져 갔다.
무려, 반경이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작은 언덕같이 말이다.
쿠르르릉-!
그리고, 그 자신이 거대한 눈덩이가 되어 데굴데굴 밑으로 굴러나갔다.
산 밑으로 굴러갈수록 그 속도는 빨라지고, 눈은 점점 더 두꺼워져 갔다.
“……목표는 산 밑의 일행. 혹은 아예 저 아래의 킹스윈 성이겠군.”
유렌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아예 성에다가 통째로 들이박을 생각을 할 줄이야.
당연히 저것 하나로 끝날 린 없었다. 부서져 버린 성을 마음대로 농락하려는 생각이겠지.
하지만 지금 자신의 공격력으론, 저 눈덩이 속에 있는 강화된 얼음은 없애긴 힘들었다.
당연히 이 ‘선배’도 마찬가지겠고 말이다.
‘분명 상당한 마법사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드래곤의 보조 역에 가까울 테니.’
이 사람이 쓰는 마법은, 대부분 드래곤을 쉽게 타는 것이나, 편하게 해주는 마법들.
물론 그의 친화력과 더불어, 대단히 훌륭한 조합을 만들어냈겠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에선 아니었다.
유렌이 이를 악물고 재빠르게 움직이려 하던 그때.
「뭐, 네 생각이 틀린 건 아니야. 난 공격 면에선 혼자는 매우 약하지.」
마치 어깨를 으쓱하는 듯한, 베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서둘러야……!”
하지만 유렌의 급한 마음과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단, 내가 탈 게 아무것도 없을 때지. 특히 용 말이야. 용.」
크롸롸롸롸-!!
산 밑둥에서, 어딘가 많이 듣던 작은 드래곤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눈을 해치고 나온 검붉은 드래곤은, 눈사태에 휘말려 도움이 못 된 것이 분했는지 유렌의 옆으로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그런데, 여기 탈 게 있네? 그것도 좀 작지만 용이 말이야!」
유렌은 그 말에 씨익 웃으며, 하얀 로드를 들고 재빠르게 작은 드래곤 – 사이케스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럼, 드래곤에 탄 상황에서도, 한 수 부탁드리죠. 선배님.’
「파하하핫-! 그래, 맡겨달라고!」
크롸롸롸롸-!!
그리고 다시 한 번 울부짖은 작은 드래곤은 천천히 날아오르더니, 눈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돌격했다.
그 대상은 눈에 따라오기도 힘든 속도로 굴러가는 거대한 눈덩이.
쒸이이익-!!
재빠르게 날아가는 한 용의 모습은, 마치 설산을 가르는- 한 줄기의 검은 번개와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