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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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2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4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4화 얼음 속에서 피는 꽃 (6)
워크라이(Warcry).
서부 야만인의 비전으로 유명한 기술로, 단순히 소리치는 것만으로도 특정 상대방의 몸을 굳혀버리는 비기였다.
딱히 마력이 들어가지도, 그렇다고 귀가 먹어버릴 정도의 물리적으로 큰 소리도 아니었지만, 그것을 듣는 이들은 실제로 몸이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바로, 지금과 같이 말이다.
“윽~!?”
“큭!”
금색 예티가 발하는 괴상한 고함을 들은 순간, 일행의 몸이 모두 옴짝달싹 못 하게 굳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큭! 젠장! 몸이 안 움직여!’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이대로라면 위험한데~!’
당황한 일행들이 마음속으로 소리치는 가운데,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유렌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음? 이거 오랜만이군.’
다만 전혀 당황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저, 저 예티가 이걸 어떻게 쓰느냐는 의문만 조금 있을 뿐.
유렌은 전생의 아직 초급 장교 시절, 서부 야만인 출신의 부하에게 이 기술을 몇 번이나 당한 기억이 있었다.
-후아. 이번엔 10초 만에 풀긴 했지만……. 전투에서 10초면 그냥 죽었다고 봐야지. 정말 강력한 기술이야.
-음, 이건 소대장님이니 알려드리는 건데, 사실 이건 생각보다 그리 강력한 기술은 아닙니다. 파훼법이 너무 단순해서요. 그것만 알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습니다.
-그런 게 있었어? 아니, 그보다 부족의 비전을 외부자인 나에게 알려줘도 되는 거야?
-헹. 절 추방한 부족에는 아무런 의리도 없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변경에서 야만인을 상대하는 부대에 가보면 아마 다 알고 있을 겁니다. 여기까지 알려졌지 않을 뿐이죠.
부하는 당연하다는 듯 이어 말했다.
-애초에 그렇게 강력한 기술이라면, 왜 야만 부족들이 제국과 왕국에 매번 패배해 쫓겨날 리가 없잖습니까?
확실히 그의 말이 맞았다.
아군은 무시하고, 적군만 수십 초 동안 몸을 굳혀버리는 광역 기술이다.
대비책이 없다면, 서부 야만인과의 싸움에서 지거나 훨씬 큰 피해를 봐야겠지.
하지만, 실제론 그러지 않았다.
야만인은 어디까지나 야만인. 제국이나 왕국의 군대엔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변방의 수비대들만 알고 있는 그 비법은……
-그냥 혀를 깨무시면 됩니다.
-응?
-입은 조금이나마 움직여지니까요. 아프긴 하지만, 그게 가장 쉽고 빠릅니다.
-허. 정말로?
의외로 대비책은 너무나 간단했다.
그저, 적당한 통증과 자신의 피를 직접 맛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엔 혀를 깨무는 게 최적이었고.
유렌은 서부 변방 부대에 근무 경험이 있는 병사 중, 유난히 혀가 짧은 놈들이 많았던 이유를 그때 깨달았다.
우득-
유렌은 살짝 움직이는 이빨로 혀를 오드득 깨물며 자신의 피 맛을 느꼈다.
찌리릿-
급작스러운 격통에, 잠시 마비되었던 그의 몸 신경 중추가 재빠르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르르릉-?!”
“크릉! 어디. 갔나?!”
날카로운 손톱을 번쩍거리며 유렌의 목을 따러 달려오던 예티들은, 갑자기 사라진 상대방을 찾으며 당황했다.
“모두 혀를 깨물어 피를 내라! 당장!”
유렌은 어느새 툰드라에게 달려들던 예티 두 마리를 창으로 베어버리며 소리치고 있었다.
우득-!
그와 동시에, 동굴 이곳저곳에서 혀가 깨무는 소리가 들려왔다.
툰드라와 셀레나. 그리고 사이케스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혀를 깨문 것이다.
그리고 그 셋은 그 즉시 몸의 마비가 풀렸다.
“너무, 아프, 다!”
이빨이 날카로운 드래고니안 형태의 사이케스는, 혀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붉은 눈에 분노를 가득 채웠다.
“아하하하~! 이 빌어먹을 원숭이 놈들이~!”
하지만 분노의 감정을 터트린 것은, 몸을 움직이게 된 셀레나가 더 했다.
싸움터에서 죽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 하고 자신보다 약한 적에게 찢겨 죽는 것.
그녀는 그 최대의 굴욕에 당할 뻔했다는 것에 분노했다.
셀레나는 곧 드워프제 짧은 검에 바람을 잔뜩 머금고는 예티들의 사이로 뛰어들어 닥치는 대로 베기 시작했다.
“……고마워욥!”
한편, 툰드라는 옆에 있는 유렌에게 마치 아기 같은 혀 짧은 감사 인사를 하다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그녀는 곧 주위의 예티를 노려보며 싸늘하게 한기를 방출했다.
이 모든 게, 너희들 탓이라는 듯이.
우득-
그리고, 잠시 후.
결심이 늦었던 에드워드가, 그제야 간신히 혀를 깨물고 쓰러졌던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 세상에.”
에드워드는 혀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멍하니 일행과 예티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아니,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을 말이다.
* *
기본적으로 예티의 전투력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설산’이라는 극한의 지역에서 한하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예티는 설산에서밖에 살지 않으니, 인간이 느끼는 그들의 전투력은 높을 수밖에.
“크르르릉! 모두. 죽여. 라!”
예티의 저 희고 두꺼운 털가죽은, 확실한 방한 효과와 더불어 그들에게 상당한 방어력을 보장했다.
특히나 그 장소가 설산이라면? 추워서 무기를 쥔 손이 곱아버리는 사람의 힘으론, 더더욱 예티의 두꺼운 모피를 뚫기 힘들 것이다.
스걱-!
어디까지나, 추위에 떠는 사람이라면.
“흰, 원숭이, 놈들!”
그런 면에서 드래고니안 형태인 사이케스는, 사람도 아니며 추위에 떨지도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숭숭 구멍 난 혀에 분노를 느껴가며, 손톱으로 예티들을 서걱서걱 썰어버리고 있었다.
스걱-!
겨우 20cm 정도의 손톱이었지만, 드래고니안 특유의 힘과 마력이 듬뿍 담긴 손톱은 훨씬 강력한 위력을 내었다.
“크어어엉-!”
“꺼어엉-!”
날카로운 손톱이 이리저리 휘둘러지면, 2m가 넘는 예티들이 너무나 손쉽게 몇 조각으로 동강이 났다.
“크르르릉……. 괴물. 이다.”
그중 한 예티가 미친 듯이 날뛰는 드래고니안을 피해 주춤주춤 물러나더니, 곧 후다닥 옆쪽으로 달려 나갔다.
그곳에는, 싸늘한 한기에 가득 찬 툰드라가 표정 없이 예티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크르릉-! 죽여. 라!”
예티들은 툰드라에게서 나오는 강력한 마력을 느꼈지만, 그에 상관하지 않고 그녀에게 단체로 덤벼들었다.
강한 마력과는 별개로, 그녀에게선 얼음의 한기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차가운 얼음을 다룬다고 해도, 자신들은 예티.
자랑인 두꺼운 흰 모피는, 어지간한 얼음 계열 마법 따위는 그대로 무시해버리는 튼튼한 항마력을 자랑했다.
“크르릉! 우리 에게. 얼음. 마법. 따위!”
쩌저엉-!
그 말을 하고 덤빈 한 예티가, 순식간에 하얗게 얼어붙었다.
“……크릉?!”
“이게. 뭐냐! 크르릉!”
예티들은 순식간에 새하얀 얼음 조각이 되어버린 동족을 보고 당황했다.
지금까지 동족이 얼어 죽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저렇게 한순간에 얼음 기둥이 되어버리다니.
챙그랑-!
그리고 툰드라가 한 손을 휘두르자, 얼음 기둥은 그대로 박살 나 산산이 부서졌다.
“자, 계속 덤벼보시찌?”
얼음보다 더 차가운 툰드라의 혀짧은 말에, 예티들은 공포를 느끼며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 *
‘크르릉!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일반 예티보다 지능과 신체 능력, 그리고 여러 특수능력이 월등한 금색 예티는 주변 상황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살.
자신이 데려온 동포이자 부하들이, 말 그대로 일방적으로 학살을 당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강한 거냐?!’
마력 탐지에도 일가견이 있는 금색 예티가 느낀 저놈들의 마력은 그렇게까지 높진 않았다.
물론 저 얼음 여자나, 드래고니안.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서 몽둥이인지 창인지를 휘두르는 이 남자는 상당히 높긴 했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인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동족들을 학살할 정도는 아니었단 말이다.
일단 인간이라면 이 추위로 몸 상태가 하락해야 정상일 텐데…….
쒸이익-
금색 예티는, 재빨리 자신을 찔러오는 창날을 간신히 피하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무언가 상대에게서 따뜻한 기온이 느껴졌다.
“크르릉! 너 무슨 이상한 물건을 지니고 있군! 체온이 아주 높아!”
“오호? 이거 정말 놀라울 정도로 똑똑한 예티네. 말도 잘하고.”
그 적갈색 머리의 마법사는, 그렇게 여유를 부리면서도 뒤에서 몰래 다가오는 동포의 머리에 어느새 마법 하나를 날렸다.
퍼엉-!
마법으로 만든 비틀어진 창날 하나가, 동포의 머리 하나를 완전히 날려버리고 사라졌다.
“이건 유르의 창날이라 하지. 혹시 이 마법도 아나?”
“크르릉! 빌어먹을 인간이!”
금색 예티는 분노하며 다시 크게 고함을 질렀다.
“크키야아악-!”
단, 이번엔 통하지 않는 그 마비가 아니라, 이 빌어먹을 놈이 조금 전 쓴 마법을 흉내 낸 것이었다.
금색의 예티 입 앞에, 유렌이 만든 것과 흡사한 유르의 창날 마법이 생성되었다.
우드득-
그 창날이 이상하게 비틀어버린 것까지 그대로 똑같이 말이다.
“……! 호오.”
쉬익-!
하지만 그렇게 발사한 창날은. 바로 그 빌어먹을 인간 앞에서 딱 하고 멈췄다.
“크릉? 이게 왜……?!”
움직이려 애를 써도, 도저히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거인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그것을 잡은 것처럼.
빙글-
그리고, 그 창날은 반대로 빙글 돌더니, 곧바로 금색 예티 자신에게 빠른 속도로 되돌아왔다.
“크릉!”
파앗-
간발의 차이로 머리를 돌려 피하긴 했지만, 섬찟한 고통이 목 옆으로 주르륵 흘렀다.
아주 조금, 조금만 늦었더라면 금색 예티 자신의 목이 날아갈 뻔했다.
“허. 이것도 피해?”
“크르릉! 무슨 이런 인간이……!”
금색 예티는 그 인간이 이리저리 휘두르는 창날을 간신히 피하며,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더 가까이 가면, 저 빌어먹을 창에 자신의 머리가 날아갈 게 뻔했다.
그렇다고 거리를 두는 순간, 여러 마법이 자신에게 폭풍처럼 날아든다.
말 그대로 강력한 전사와 마법사를 한 번에 상대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크르르릉! 사, 살려!”
“크릉! 대, 대장!”
금색 예티가 유렌에게 간신히 버티는 그 사이, 벌써 다른 예티들의 수가 절반가량이나 줄었다.
‘젠장! 이러다간, 나까지 포위되어 죽겠어! 크릉!’
저놈 하나로도 이렇게까지 밀리고 있다.
그런데 다른 것들이 끼어든다면? 더 말할 게 뭐 있겠는가.
“크키야아아악-!”
금색 예티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크게 울부짖었다.
이번 울부짖음으로 형상화 하는 것은 마비도, 조금 전의 공격 마법도 아니었다.
바로 흙먼지와 수분을 위로 이동시켜, 흙 안개를 만들어버리는 남방의 주술 중 하나였다.
“……?!”
이번 것 같은 경우는, 그 유렌마저 잠시 놀라 공격을 멈췄다.
아예 생각지도 못하던 주술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니까.
“크르릉! 알아서 도망쳐라!”
금색 예티는 동포들을 위해 크게 소리치고는, 전속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크릉! 이 인간들. 보통 놈들이 아니야! 어머니가 말씀하신 그 ‘아주 일부’의 놈들인가! 우리에게 의뢰하러 온 그 높은 놈과 똑같은!’
금색 예티는 도망가면서도, 존경하며 사랑하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일반 예티보다도 훨씬 허약했던 어린 자신에게 힘을 나눠주어, 이 튼튼한 몸과 수많은 지식과 기술. 그리고 이 멋진 털을 준 ‘어머니’.
비록 일방적으로 이쪽에 전해져오는 것뿐이지만, 금색 예티 자신은 그녀를 어머니로 숭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머니에게 전해져온 지식 중엔 이런 것이 있었다.
-보통 인간은 약하고 별 볼 일 없는 하찮은 존재지만, 극히 일부는, 정말로 뛰어남을 타고난 인간들이 있다. 마치 그처럼…….
틀림없었다. 그들은 어머니가 말하는 것처럼, 극히 일부에 속하는 인간이겠지.
특히, 자신이 상대한 저 괴상한 인간은 더욱 그러겠고.
휙- 휘익-
‘하지만, 다음번에 만날 땐, 조금 다를 거다! 크르릉!’
금색 예티는 재빠르게 깊은 동굴 속으로 숨어 들어가면서, 이를 갈았다.
지금까진 위험해서 피했던, 어머니의 ‘강한 힘’이 담긴 가르침을 받을 것이다.
그러면 저놈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겠지.
씨익-
금색 예티는 그런 상상을 해가며, 자신만이 아는 좁은 통로로 몸을 숨겼다.
아니, 숨기려 했다.
뻐걱-!
“커헝-!”
바로, 목덜미에 강렬한 충격을 받고 앞으로 성대히 구르기 전까진 말이다.
“크르릉?!”
“그걸 맞고도 정신이 있네. 이것 참. 역시 넌 잡아서 물어볼 게 좀 많다.”
그곳에는, 아까까지 자신이 상대했던 그 적갈색 머리의 마법사가 스태프를 휘두르고 있었다.
“튼튼하긴 하지만, 그래도 매에는 장사가 없지. 어디까지 버티나 한번 보자.”
금색 예티는 재빠르게 소리쳐 주술을 쓰려 했지만, 어느새 가까이 붙은 유렌의 스태프질이 더욱 빨랐다.
뻐억-!
뻐어억-!
뻐어억-!!
“커르르릉-! 사, 살려!”
박자감 있게 두드리는 매타작 소리가, 깊은 동굴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울려 퍼졌다.
* *
거대한 얼음들로 가득 찬, 깊고 깊은 계곡 안.
“크하하하핫-!”
그곳에서 한 거대한 마력을 가진 마법사 하나가 껄껄거리며 크게 웃고 있었다.
거대한 계곡 가장 안쪽에는, 움직이는 생명이라곤 오로지 그 하나뿐이었다.
그런 그마저도 여기에 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6레벨에 달한 마스터이자 빙계마법에 특화된 마법사였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여기에 오는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가혹하다는 말로도 모자라는 만년설의 계곡.
지금 그는 수백 년, 아니 어쩌면 천년이 넘는 시간 만에 이곳에 발을 내딛은 인간이라는 것이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장관이 세상에 퍼지지 않을 리 있겠는가.
얼음의 6레벨 마스터 - 케니한은 껄껄 웃으며 이제야 알겠다는 듯 소리쳤다.
“크하핫! 그 설산 속의 붉은 꽃 같은 말도 안 되는 물건이, 왜 이곳에서만 피나 했더니만……! 이래서였나!”
세상엔 정력제로나 적당히 귀한 회복 치료제로 알려졌지만, 사실 예르비아의 정말로 강력한 효과는 따로 있었다.
그 효과와 피는 장소에 의문을 가지고 있던 케니한은, 지금 자신의 눈앞의 ‘이것’을 보고 그 효과에 대해 납득했다.
“크흐흐. 원인이 이러한데 그러한 효과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거지!”
케니한은 고개를 한참이나 위로 올리면서 껄껄 웃어댔다.
가로 세로로 모두 100m는 넘는 듯한, 거대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거대한 얼음.
그리고 그 속에 시간이 멈춘 듯이 봉인되어있는, 위대한 하얀 용.
화이트 드래곤의 거체를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