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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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6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2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72화 얼음 속에서 피는 꽃 (4)
드래곤.
수십 미터가 간단히 넘어가는 거대한 몸체. 그 어떤 마법사보다 더 강력한 끝도 없는 마력.
강철조차 흠집을 내기 어렵다고 하는 튼튼하고 강한 몸.
산 하나조차 간단히 날려버리는, 강력한 화력.
그리고 수천 년을 살며 수많은 재산과 드높은 지혜를 가진 종족.
이 거대하고 강력한 종족에게 경외감을 느끼지 않는 생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하나를 뽑자면, 그 드래곤과도 어느 정도 대적이 가능한 엘프 정도일까?
어쨌든 인간들 사이에서도 당연히 드래곤은 경외의 대상이었고, 그것은 바로 ‘드래곤 나이트’. 즉 용기사란 이름에서 나타났다.
인간이 말하는 드래곤 나이트란, 거의 절대다수가 유사 용종 중 가장 열등하다는 와이번을 탄 기사를 뜻하는 말이었다.
물론 일반 기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활용성이 높긴 하지만, 드래곤과 와이번의 차이는 새와 파리와 비교 할 정도로 크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드래곤에 대한 동경과 경외로 그런 이름을 붙여왔고, 어느 그 경외는 전설의 일부가 되었다.
-북방이 멸망에 다다를 때, 진실의 드래곤 나이트가 나타나 모두를 구하리라.
이런 믿지 못할 전설이.
펄럭-
킹스윈 성의 망루 위.
에드워드와 그 가신들은, 그곳으로 서서히 내려오는 작은 드래곤을 보며 기묘한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저 망할 큰 새만 태우고 내려오는 드래곤은, 이쪽에 아무런 적대감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 등에는 웬 사람 그림자마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이 전설의 드래곤 나이트가 아니냐고 두근거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일단 와이번은 아니지?’
‘예. 아닙니다.’
‘그, 그럼 드레이크……?’
‘제가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도 다르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까 뿜은 그것은 분명 용의 숨결 입니다.’
에드워드는 옆의 기사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드래곤의 등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사람들을 힐끗힐끗 바라보았다.
“음?”
그러던 중, 그 그림자 중 하나에서 많이 본 듯한 은빛 머리카락이 반짝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 저건?”
쿠웅-
에드워드의 입이 쩍 벌려질 때쯤, 작은 드래곤은 망루에 천천히 착륙을 마쳤다.
그리고, 두 명의 그림자가 단숨에 드래곤의 등에서 망루로 뛰어내렸다.
‘여, 역시!’
에드워드는 그중 하나인 툰드라를 확인하고, 자신도 모르게 크게 소리쳤다.
“투, 툰드라님!”
“……뭐, 뭐라고?!”
“설마 중앙의 공주님에게서 온 지원이 드래곤……?!”
같은 편이라는 기쁨과 저건 대체 뭔가라는 당연한 의문이 섞여, 망루에 모인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직도 혼자 드래곤의 등에 타고 있는 한 남자에게 시선이 모였다.
“좋아, 아주 잘했어.”
“그르릉-!”
무려, 저 드래곤이 그 남자를 향해 애교 비슷한 것을 부리고 있지 않은가.
저 뿔이 삐쭉삐쭉 튀어나온 거대한 머리를 등 뒤의 남자에게 슬쩍 비비고 있었다.
‘저, 저 남자는 대체?’
‘진짜 드래곤 나이트인가? 아니, 로브를 입고 있는데?’
유렌은 혼돈과 경악에 빠진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씨익 웃었다.
계획대로 아주 강한 첫인상을 남겼다고 생각하면서.
* *
어느 설산의 깊은 동굴 속.
“……응? 괴조 한 마리가 당했다고?”
“그렇다네. 그놈은 제법 튼튼하게 만든 특별제였는데도, 단번에 당했네.”
수많은 실험 도구와 새의 시체들이 가득 찬 이곳에서, 두 사람의 마법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새의 사체들을 만지작거리는 마법사는 아깝다며 투덜거렸고, 그렇지 않은 마법사는 의외라는 얼굴을 하고 계속 물었다.
“그럼, 뭐에 당한 건가? 일반적인 화살이나 허약한 마법 따윈 통하지도 않았을 텐데. 더군다나, 자네의 특별제라면 더더욱 강했을 테고.”
“……그게, 잠시만. 워낙 순식간에 놈과의 연결이 끊겨서 제대로 보지 못했어. 하지만 놈의 기억은 남겨놨으니, 이렇게 하면……”
새를 만지던 마법사는, 그나마 멀쩡한 시체 하나를 들고는 공중으로 집어 던졌다.
“어떻게 최후를 맞이했는지, 여기서 드러내라!”
그리고 마력을 움직이며 마법을 쓰자, 새의 시체는 던져졌던 공중에서 딱 하고 멈췄다.
쩌어억-
그리고 새가 기괴한 모양으로 갈라지며, 그 속에 들어있던 피와 내장에 서서히 모양새를 바꿨다.
“……?!”
그 피와 내장은 순식간에 드래곤의 모양으로 변하더니, 거기서 무언가가 푸확-! 하고 뿜어져 나왔다.
화르르-
그리고 새의 사체는, 그 무언가가 뿜어낸 불길에 그대로 타 없어졌다.
지저분한 동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금 전 새를 던진 마법사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사실, 그렇긴 했다.
정찰병으로 보낸 마수의 죽음이 궁금해 마법을 써 봤더니, 웬 작달막한 드래곤에게 브레스를 맞고 죽었다니?
“이거, 혹시 진짜 드래곤은 아니겠지?”
“흥. 보나마나 가짤세. 잘 보게나. 크기도 훨씬 작을뿐더러,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었더라면 그대로 그 성 자체가 날아갔겠지. 아니면 주변 산이 한 개 정도 날아가거나.”
“그렇긴 하네만…….”
“그래. 자네 말하는 건 알겠네. 당연히 더 조심하기 시작해야지. 일단 어떤 놈들이 방해하러 온 것은 분명하니까. 게다가 드래곤 비스무리한, 유사 용종 이상의 것을 부리는 놈들이 말이야.”
“후우. 얌전히 있으라고 하면, 그놈들이 또 난리를 칠 텐데. 대체 어떻게 설득시킬지 난감하구만.”
마법사들은 이런저런 일로 한숨을 푹푹 쉬어대면서도, 재빠르게 작업을 재개했다.
새의 시체를 모아 마수를 개조하고, 특정 약초를 모아 무언가를 제조하면서 말이다.
그들의 그 작업은 북녘의 땅에 있는, 이 영지의 몰락을 바라며 끊임없이 이어졌다.
* *
다음 날.
-드래곤이 우리와 함께한다!
중앙에서 온 지원이, 작지만 드래곤을 타고 왔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성안과 그 바깥에까지 퍼졌다.
-소식 들었어? 중앙의 공주님이 우리에게 무려 드래곤 나이트를 지원해주셨대!
-뭐어? 드래곤 나이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그런 건 전설에 불과해!
-아냐. 드래곤 나이트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분명 성에 커다란 드래곤이 나타나 마수를 무찔렀다는군. 불을 확- 하고 뿜었다는데?
-그래! 그건 나도 봤어! 막 전설의 드래곤이 어쩔 정도로 덩치가 큰 건 아니었지만, 분명 단숨에 무서운 마수를 잡아 죽였다고!
당연하지만 기운을 낼 좋은 소식을 말릴 이유가 없었던 성의 수뇌부 - 에드워드의 지시였다.
단, 그 소문에는 드래곤이 드래고니안으로 변한다는 사실은 비밀로 하고 있었다.
그 사실은 오로지 에드워드와 그의 최심복 두어 명만 알고, 나머지에겐 말하지 않기로 다짐한 것이다.
“비밀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유렌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맹세하는 에드워드의 모습을 보곤 그저 얇게 웃었다.
‘소문이 안 퍼질 리가 있나.’
이것은 일부러 드래곤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과 같이 유렌이 노린 것 중 하나였다.
앞으로 드래고니안- 사이케스와 함께 하려면 그녀의 모든 정체를 드러내는 것은 당연하게도 좋지 못한 수였다.
적이 모르는 이쪽의 카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니까.
그렇다고 철저하게 그녀의 존재를 숨기는 것도 아깝기 그지없었다.
그녀의 활용 그 자체가 엄청나게 제한이 되어버릴 테니까.
그래서 유렌은 정보를 알려 줄 대상을 나눠버렸다.
적에겐 드래곤의 모습만을.
그리고 아군에겐 드래고니안의 모습을 추가로 말이다.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마침 북방에는 드래곤 나이트의 전설도 있어요. 그와 관련해서 소문을 낸다면 이쪽의 사기는 확실하게 올라가겠죠. 더군다나 적 또한 이쪽에 드래곤 비슷한 것이 있다는 것만 알아도, 경계를 강화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거예요.
어젯밤. 드래곤을 타고 오면서 사정을 들은 툰드라 역시, 유렌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의견 역시 말이다.
-아군에게 일부의 정보만을 흘린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설사 적에게 흘러나간다고 해도, 혼란이 더해질 뿐이겠죠. 무엇이 사실인지는 확인이 쉽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마지막 남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은 극소수를 제외하고 비밀로 한다.
이것은 결정적인 순간, 써먹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가 될 테니까.
‘그러니까, 당분간은 그 드래고니안의 모습으로 있어라. 우리의 마탑에 돌아갈 때까진, 인간의 모습으론 변하지 마.’
‘아, 알겠, 다. 인간, 은, 참, 복잡, 하다. 이 모습, 으론, 안 된다고, 했는데, 이젠, 이 모습, 으로만, 있으, 라니.’
‘뭐, 머리를 쓰는 거지.’
드래고니안 모습으로 변한 사이케스는, 참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저 유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저 말을 듣는다면 조만간 또 타 준다는데 그녀로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에 들었다.
붕붕-
검붉은 비늘이 가득한 드래고니안의 꼬리가, 마치 강아지처럼 흔들렸다.
“저, 에드워드님? 하실 말씀이 무엇입니까.”
유렌의 뒤를 멍하니 지켜보단 에드워드가 헛! 하고 정신을 차렸다.
이제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려는 그들에게, 반드시 해야 할 말이 있었다.
“저도, 가겠습니다!”
“……에드워드 님이 직접 말씀입니까?”
“예. 수호대가 있는 길은 제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따라가겠습니다.”
에드워드의 그 말에, 유렌의 얼굴은 의문으로 채워졌다.
아니. 이 도련님. 분명 이 영지의 유일한 후계자라고 들었는데.
‘게다가 변경백이 자리를 비운 지금. 이곳을 지휘해야 할 상황이지 않나?’
본인이야 철이 없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주위의 젊은 심복들 역시 전혀 놀라거나 말리는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위험한 곳에 직접 가겠다고 요청하는 자신의 주군을 자랑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었다.
‘멍청이들 같으니.’
주위 놈들까지 철이 없으면 어쩌냐.
유렌은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 에드워드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지만, 굉장히 위험합니다. 만약 무슨 일이 있으시면, 이 영지의 앞날이…….”
유렌은 적당히 여기서 말하고 말을 끊었지만, 오히려 상대에겐 불만 지른 듯했다.
“그러니까 가는 겁니다! 이 북방의 땅에서는, 남의 위에 서려면 먼저 그 위험에 목을 내밀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대체 누가 그 지휘자를 따르겠습니까! 자기만 따뜻한 곳에서 병사들은 설산으로 보내는 지도자 따위, 이곳 북방에선 아무도 따르지 않습니다!”
에드워드는 활활 불타며, 그렇게 외쳤다. 당연히 주위의 젊은 심복들도 그의 말에 공감하는지 연신 고개들을 끄덕였다.
오오! 훌륭합니다! 에드워드님! 이런 말들을 하며 말이다.
‘야, 인마. 그러다 우두머리 죽으면 남은 아군은 죄다 개죽음 나.’
라고 말해주고 싶은 유렌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꿀꺽 삼켰다.
어차피 이렇게 영웅심에 눈이 돌아간 자들에겐 뭐라고 말해봐야 뵈는 게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거 노골적이구만.’
에드워드는 살짝 빨개진 얼굴로, 뒤에서 심드렁히 서 있는 툰드라를 힐끗힐끗 바라보았다.
귀족 젊은이 특유의 영웅심과 연심.
유렌은 이 두 개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고집보다 강력한 것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뭐, 실력은 꽤 있는 모양인데.’
유렌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을 뒤로 보내는 에드워드를 스윽 살펴보았다.
마력은 4위계 세이지에서도 평균 이상.
게다가 특이하게도, 분명 마법사인데도 몸이 상당히 발달 되어 있었다.
아마, 이것도 이곳 북방의 특징 중 하나겠지.
경험은 당연히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전투에서 아예 짐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그를 데려가면 변경백에게…….
생각을 끝낸 유렌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제가 북방의 용맹한 마음을 미처 잘 알지 못했군요.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에드워드는 환하게 웃는 가운데에서도, 뒤쪽에 있는 툰드라를 힐끗 바라보았다.
‘좋아!’
에드워드는 결심했다.
이번 원정에서 큰 공을 세워, 영지를 위기에서 구하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로.
‘좋아.’
유렌은 다짐했다.
이번 원정에 저놈의 목숨을 반드시 한 번 이상 구해서, 변경백에게 큰 빚을 지우기로.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슬쩍 만들어서라도 말이다.
두 남자는 서로 다른 미래를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 *
에드워드 킹스윈은 스스로에게 굉장한 자신이 있었다.
스스로 말하긴 뭐하지만, 모든 조건이 그랬다.
금발 벽안의 잘생긴 얼굴.
그리고 북부의 사나이답게 커다랗고 발달 된 체격.
2년 전, 겨우 19세의 나이에 4레벨에 오른, 마법의 수재.
이곳 북부 성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활 솜씨의 소유자.
그리고 아버지와 영주민들 모두에게 인정받는 변경백의 후계자.
남들은 뭐 하나만 있어도 자랑스러운 특징이, 자신에겐 모두가 있었다.
힐끔-
단, 딱 한 가지만이 빠져있었다.
바로 자신의 반려 말이다.
21세. 귀족이자 영지의 후계자로서, 슬슬 결혼해 대를 이어야 하는 나이.
하지만, 그는 수많은 청혼 요청을 죄다 거절했다.
바로, 2년 전. 4위계를 받으러 수도 베르헨에 갔을 때, 한눈에 반해 버린 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아름다워.’
위저드 툰드라.
당시에도 5 위계였던 그녀는 마치 눈의 요정처럼 그의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왔었다.
그런 그녀가 얼음 특성화 계열이라는 말을 듣고, 혼자서 얼마나 운명이라며 설렜던가.
얼마 전, 그녀가 킹스윈 변경백이 속해있는 공주파의 핵심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역시 얼마나 기뻐했던가.
비록 그녀는 귀족은 아니라고 알고 있긴 했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6위계 마스터에 오를 거라는 그녀의 강대한 실력은, 그런 것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히나, 이곳은 오로지 실력을 높게 쳐주는 북방의 땅이 아니던가.
‘하지만, 아직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 향하는 건 아니야.’
에드워드는 결코 눈치가 없진 않았다.
툰드라가, 자신에게 이성적 호감이 없다는 것 정도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소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원정에 낀 것이다.
그런데…….
“유렌. 굳이 더 준비할 필욘 없겠죠?”
“예. 뭐 아시다시피, 저에겐 모두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후후. 그러네요. 짐마차 열 대를 끌고 가는 것보다, 당신이 더 철저하게 되어 있겠죠.”
저 유렌이라는 리더 격의 마법사랑 상당히 친근해 보였다. 대하는 태도와 말투 전부 다 말이다.
에드워드는 아주 작게, 인상을 찌푸렸다.
일행이 출발하기 직전. 에드워드는 일행의 옷이 설산에 들어가기엔 상당히 얇다는 것을 보곤 웃으며 말을 걸었다.
“이런, 아직 설산의 무서움을 잘 모르시는 것 같군요. 다른 분들은 물론이고, 툰드라 님도 그 혹독한 날씨를 우습게 봤다간 큰일 납니다. 자, 제가 준비한 코트들과 이 마도구들을 하나씩 가져가시죠.”
에드워드는 재빠르게 고급 모피로 만든 코트들과, 몸의 체온을 조금씩 올려주는 마도구를 내밀었다.
‘아무리 수도 베르헨에 산다고 해도, 이런 고급 물품들은 쉽사리 보기 힘들겠지.’
그가 드래고니안을 타고 온 이상,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면에선 자신이 앞설 수 있다. 아니, 앞서야 한다.
에드워드는 그렇게 자신 있게 내밀었었으나, 툰드라와 다른 일행들은 조금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거절했다.
“음, 괜찮아요. 굳이 없어도 될 테니까요.”
“……?!”
에드워드는 잠시 멍해졌다.
거절이야 당할 수도 있지만, 지금 저 시선은 명백히 이쪽을 안쓰럽게 보는 눈초리였다.
‘뭐, 뭐지?’
멍하니 있는 에드워드에게, 유렌이 다가와 희한하게 생긴 금속판 마도구 하나를 내밀었다.
“이번 원정 때 잠시 빌려 드리겠습니다. 마침 하나가 남아서 다행이군요.”
“예? 이, 이건 뭡니까?”
“일단 받아보십시오.”
에드워드는 그 금속판을 손에 받는 순간, 세상이 달라짐을 느꼈다.
그렇게 두껍게 껴입었음에도 당연하게 느껴지던 추위가, 순식간에 싹 하고 사라진 것이다.
“……어?!”
에드워드는 멍한 눈으로, 자신이 받은 금속판 - 마도구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4위계의 마법사. 이 마도구가 자신에게 무슨 영향을 주었는지 즉시 깨달았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리고 전율했다.
험지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것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진 것인가 즉시 이해한 것이다.
“현지 실험용으로 가져온 것이니, 나중에 소감이나 들려주십시오.”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서는 유렌을 보며, 에드워드는 그저 할 말을 잃었다.
드래곤으로 변하는 드래고니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루며, 상상할 수도 없는 귀한 마도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몇 개씩이나 들고 다닌다.
‘도, 도대체 정체가 뭐지?’
에드워드는 침을 꿀꺽 삼키며 유렌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더욱 놀랄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