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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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11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11화 생과 사를 가르는 곳 (3)
베르헨의 널찍한 대로에서 출발한 유렌과 마탑의 병력은, 의외로 활기찬 분위기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공국 놈들. 자기들끼리 반란을 일으켜서 싸우는 거야 상관없는데, 감히 우리 왕국을 침범해? 참, 간도 크지.”
“소문을 듣자 하니, 죄 없는 국경 주변의 마을이 파괴당하고 있다더군. 우리가 복수해주자고!”
그들은 두려움도 없진 않았지만, 그보다 흥분과 막연한 기대감이 더욱 컸다.
비록 온몸에 찬 물건들이 더더욱 무거워져 있긴 했지만, 그들이 맞이하는 주변의 분위기는 확실히 활기찼기 때문이었다.
“저기 마법사님들이 출정하신다!”
“파괴당한 마을의 원수들을 꼭 갚아주세요!”
“저 약해빠진 공국과 공화국 놈들을 무찔러 주시길!”
일단 시민들의 분위기가 확실히 그러했다.
여러 가지 불안하고 암울한 소식이 들리긴 했지만, 그들은 직접 전화에 휩쓸려 본 적이 없는 사람들.
더군다나 그들에겐, ‘마법사’들에 대한 신뢰가 강했다.
그들이 출정한다고 하자, 처음에는 불안에 했던 분위기가 반전. 이렇게 금방 풀어진 것이다.
“오…… 자네들은 공국 쪽으로 가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허허. 그렇게 갑옷들을 입어서 그런가? 마탑에서 징집된 것치곤 드문 곳으로 가는군. 우리랑은 다른 곳으로 가지만 우리 모두 힘내보자고!”
게다가, 대로에서 서로 만나는 다른 마탑의 마법사들과 나눈 이야기도 이렇게나 밝은 분위기였다.
그들 역시 전장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
게다가 마법에 대한 자부심이, 상황을 낙천적으로 보고 있었다.
-흥! 어차피 놈들이 쳐들어 와봐야, 마법사의 비중은 한참 적지 않은가? 우리가 가볍게 혼쭐을 내주지.
더군다나, 대로에는 지휘관으로 가는 마법사만 만난 것이 아니었다.
“저기 기사들이 지나가시는데? 왕국의 기사들도 전장에 나온다던가?”
“으음? 저분들은 마법사분들이야! 좀 헷갈리긴 하지만, 저런 마탑이 하나 있다고 들었어.”
“오오, 그런가? 저렇게 큰 갑옷을 입으시고 용케 마법까지 쓰시는구만. 저분들이 함께하면 참 든든하겠어.”
마법사들과는 다르게, 최소 수백 단위로 움직이는 일반 징집병들과도 스쳐 지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평가를 들으면, 마탑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쭉 펴지고 얼굴이 조금씩 올라갔다.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군.’
한편, 마차 위에서 마탑원들의 그런 반응을 지켜보는 유렌은, 애매한 얼굴을 하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유렌이 전생에 수많은 신병이나 그 집단을 봐온 것으로 치자면, 지금은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의 기세였다.
‘아니, 오히려 70점이나 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지. 30점도 안 되는 놈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그의 기억과 경험은 제국이었던지라 이곳과 완전히 같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지휘관이랍시고 형편없는 신입 놈들이, 자존심을 세우다 현장에서 사고를 치는 것은 어디에나 존재할 테니까.
물론 전쟁에 나가는 사람들이 들떠 있는 것이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침울해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더구나 각오도 다지고 있지 않은가.
이들은 자신이 직접 훈련한 마법사들.
패닉을 일으켜 오히려 아군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로, 약하게 훈련시키진 않았으니까. 더군다나 언데드와 붙어본 애들 위주로 데려왔으니, 그 점도 낫겠지.’
유렌은 자신의 훈련을 받고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는 그들을 믿었다.
비록 첫 전투에서 헤매는 거야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그들이 전장에 적응 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때, 로브 안주머니에 넣어둔 조그마한 수정구슬이 강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지이잉- 지이이잉-
“음? 이게 왜 벌써……?”
유렌은 의아한 표정으로, 부르르 떨고 있는 수정구슬을 꺼냈다.
어린아이 주먹 정도 크기의 이 수정구슬은, 말 그대로 긴급 호출용 수정구슬.
공주 쪽. 그러니까 툰드라와, 마탑 쪽의 아메리아. 그리고 실전에 나간 유렌 자신까지 총 3명만 연결된 구슬이었다.
-이거 유용할 거야. 겨우 3개만 연결된 대신, 서로 말할 수 있는 메시지의 거리가 대폭으로 늘어났거든. 베르헨에서 공국까지도 충분히 닿을걸?
-감사합니다. 선배. 요샌 진짜 못 만드시는 게 없네요.
-다 네 덕이지 뭐. 하핫. 들어오는 재료들의 수준이 달라지니, 내가 생각하는 건 대부분 만들겠더라고!
지금은 베르헨 최고의 마도구점으로 올라간 ‘레드 라이트닝’의 점주 베두인이, 전장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만들어준 물건이었다.
어쨌건, 지금은 출발한 지 겨우 이틀이 지났다.
그런데, 벌써 이런 긴급 연락이 필요하다고?
유렌은 황급히 수정구슬에 마력을 살짝 집어넣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다급한 아메리아의 목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유, 유렌! 큰일이에요!」
「메시지를 들어보니, 그런 것 같군. 아메리아. 대체 무슨 일이야?」
아메리아는 매우 급해 보였지만, 유렌의 침착한 목소리를 듣자 살짝은 진정이 되었는지 말이 조금 느려졌다.
「그게, 레인이 없어졌어요!」
「……뭐?」
해츨링이 사라졌다는 아메리아의 메시지에, 유렌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해츨링이 어디 시골집서 키우는 강아지도 아니고, 그게 왜 없어지는가.
철저하게 마탑 건물 안에, 이런저런 장치를 해둔 비밀방에 있었는데 말이다.
「아마 이틀 전쯤, 당신과 작별 인사 후 없어진 것 같아요. 레인이 절묘한 환영 마법을 써서, 제가 조금 전에야 알았거든요. 설마 제가 조금씩 느꼈던 자그마한 위화감이 그거였다니…….」
「……그럼 우리 몰래, 마차 속 짐칸에 숨어들었다는 소리야?」
「네.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떨어지기 싫어했던 태도나, 없어진 시기를 봐도 딱 맞으니.」
유렌은 커다랗게 나오는 한숨을 숨길 수 없었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정체조차 비밀로 하면서 조심스럽게 키우려 한 해츨링이다.
그런데 전장으로 향하는 이 짐에 숨어 있다고?
‘잘못했었으면, 전장의 병사들 수천 명에게 그대로 목격되었겠군.’
유렌은 뒷목이 서늘한 상상을 하며, 아직 당황에 빠져 있는 아메리아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일찍 말해줘서 고마워. 아메리아. 더 늦었으면, 훨씬 큰일로 번졌을 수도 있었어.」
「아,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늦게 알아서……. 모, 몸조심하세요! 그리고 레인은 너무 혼내지 마시고…….」
아메리아와의 통신을 끊은 후. 유렌은 신속히 셀레나와 레이칸. 그리고 루시아를 불러 짐마차를 뒤지게 했다.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가출임까! 역시 드래곤이라 참 빠름다!”
“아하하~! 레이칸. 감탄하는 범위가 이상해~!”
“정말 장난꾸러기군요. 하긴, 저도 어릴 때 몰래 산 밑으로 빠져나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법 시간이 흘러도, 해츨링은 짐마차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네 명은, 가장 커다란 마차 속에 앉아 사이좋게 인상을 찌푸렸다.
“망할. 그때 절 찾아다닌 스승의 심정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두들겨 패고 싶었겠군요.”
“드래곤이 이렇게 잘 숨는 종족이었슴까?”
“워낙 다재다능하니 이상한 건 아닌데~. 그래도 덩치가 제법 있는데 이렇게나 안 보인다고~?”
“……역시 마법인가.”
유렌은 두 손을 든 일행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이렇게 물리적으로 발견되지 않는다면, 아메리아가 말한 대로 환영이나 환각 마법일 가능성이 높은데…….
‘도저히 걸리지 않는단 말이지.’
지금, 5레벨에 도달해 예전보다 훨씬 민감해진 자신의 감각으로도 도저히 걸리지 않았다.
아니, 아예 일절 이상한 점 자체를 느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말이 안 되는데?’
드래곤이 마법에 통달한 것 정도야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아메리아도 조금 전 말하지 않았던가. 자그마한 위화감은 느꼈었다고.
아무리 특이한 해츨링이라도, 아직 새끼는 새끼. 완벽하지는 못한 것이다.
거기에 유렌은 마력 감지는 아메리아보다 훨씬 앞서있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못 느낀다고?
“아.”
그 순간. 유렌은 재빠르게 로브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낡은 회색 주머니를 재빠르게 들었다.
디멘션 포켓.
공간과 차원을 비틀어, 수많은 물건을 저 공간에 수납 가능한 물건.
이것이라면 아주 큰 부피의 물건도 거뜬히 들어가며, 마력도 차단된다.
자신에게 애교를 떨며 가슴에 안겼던 해츨링이라면 분명 이것도 알아 차렸을 터.
‘혹시?’
유렌은 회색 주머니를 들며 마력과 정신을 집중했다.
‘해츨링, 해츨링.’
유렌의 머릿속 이미지가, 마력으로 변하여 공간 속에 있는 특정한 물건을 찾는다.
당연하지만, 해츨링 같이 특이한 물건(?)이 두 개나 있을 리가 없었다.
유렌의 머릿속에, 중대형 개 크기의 새하얀 도마뱀 형상의 생물체가 떠올랐다.
“……!!”
유렌이 마력을 투여하자, 공간이 비틀리며 새하얀 해츨링이 뿅- 하고 튀어나왔다.
“꾸우우우우~!”
그 ‘다른 공간’이 무서웠는지, 눈물과 콧물. 그리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새하얀 해츨링 말이다.
“꾸우우우-!”
“얘, 얘가 왜 거기 들어가 있슴까?”
“……마음대로 들어가 놓고, 나오질 못했던 거군,”
“아하하핫~!”
“이미 혼자 벌을 받고 있었군요.”
유렌은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해츨링을 바라보았다.
분명 자신에게 안길 때, 이 마법의 주머니가 있던 것을 눈치챘겠지.
그리고 환영 마법을 씀과 동시에, 이 주머니에 마력을 넣고는 몰래 숨어 들은 것이다.
‘아무리 내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어도, 그걸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들어간 건 대단하긴 한데.’
문제는 들어가는 건 자유였지만, 나오는 건 아니었던 것이다.
해츨링은 이틀이나 그 장소에 갇힌 것이 너무나 서러웠는지 계속 꾸우꾸우 울다, 유렌을 향해 눈을 반짝이며 달려들었다.
“꾸우우-!”
“이 자식아!”
쿠웅-!
다만, 해츨링을 기다린 것은, 유렌의 굵고 강력한 꿀밤이었다.
“이런~. 빨리 소리 결계를~!”
셀레나가 재빠르게 바람 마법으로 무음 결계를 친 직후.
“꾸우우우우-!!”
슬픔과 억울함이 담긴 해츨링의 울음소리가, 길고도 높게 울려 퍼졌다.
물론, 마차 속에서만 말이다.
* *
약 일주일 후.
국경 지방에 점점 다가가게 되면서, 일행의 분위기는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갔다.
“끄응-!”
“이, 이러다가 전장에 설 힘은 남을까?”
몸에 찬 것들도 점점 무거워졌지만, 마탑원들의 분위기 역시 무거워져 가고 있었다.
“……세상에. 또 시체들이야.”
“망할. 아직 애들도 있어.”
평화로운 중부 쪽과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당연하지만, 병력이 모이는 장소는 전선이랑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곳.
아직 이곳까지 적들이 직접 쳐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미 이 지방은 흉흉하게 변해있었다.
“아무래도 피난민들 같아요~. 아마 도망칠 때 중상을 입은 자들이, 여기서 죽었겠죠~.”
이런 분위기엔 익숙한 셀레나가 조용히 분석하자, 레이칸은 슬픈 눈으로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묻어줄 여유조차 없었다는 말씀임까?”
“맞아, 레이칸~. 조금 잔인해 보이지만~, 우리가 더 빨리 발견한 시체가 이 시체들의 가족일 가능성도 높다는 소리지~.”
“맞습니다. 피난민들 사이에선, 이런 형태의 시체들이 많이 생겨납니다.”
마탑원들은, 얼굴을 굳은 채 묵묵하게 나아갔다.
피 냄새나는 전장의 기운이 그들을 조금씩 덮쳐 오고 있었다.
‘슬슬 인가.’
유렌은 그런 그들의 분위기를 보다, 잠시 행군을 멈췄다.
앞으로 집합 장소까지 대략 한나절.
하지만 전장에서 그 정도 거리 정도는, 조금 밀리면 아주 금방 점령되는 거리다.
유렌은 이렇게 가까운 집합 장소를 잡았다는 점에서 왕국 수뇌부의 경험 부족을 알았지만, 굳이 뭐라 하진 않았다.
애초에 겉보기론 경험이 없는 자신의 말은 듣지도 않을 게 뻔할 뿐더러, 설령 믿더라도 왕자파 쪽에서 방해하려 할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상관없었다.
이곳은 현장이다.
“전장이 눈앞에 임박했다.”
유렌은 묵직하고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결코 크게 말하진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수십 명의 귀에 그 묵직한 목소리는 쏙쏙 박혔다.
“조금 전, 죄가 없는 주민들의 시체를 봤을 것이다. 그들의 원수를 갚자고 다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다시는 그 같은 시체들을 늘리지 말자고 결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유렌의 그 말에, 꽤 많은 마탑원들이 몸을 움찔했다. 방금 말한 그대로, 마음속으로 결심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건 일단 마음속 깊이 눌러라. 너희는 아직 영웅도 아니고, 혼자 전장을 지배하지도 못한다. 지금이라도 전쟁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런 생각은 버려라. 같은 시체가 되고 싶지 않으면 말이지.”
“…….”
유렌의 말에, 절반 이상의 마탑원들이 작게 고개를 숙였다.
“일단 살아남는 것을 생각해라. 너희들이 전장에서 살아남고 승리하면 할수록, 너희가 원하는 대로 주민들이 죽고 다치는 경우가 줄어들 테니까.
죽지 마라. 너희 자신들은 물론이고, 나와 이 마탑. 그리고 크게 보면 이 나라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유렌은 그렇게 말하고, 곧 마력을 집중해, 어떤 도구들의 마법을 캔슬시켰다.
“……!!”
“이, 이건!”
모두의 몸에 걸린 중력 마법이 사라짐과 동시에,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마치 몸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가벼워졌다.
안 그래도 여태껏 종일 차고 다녔던, 족쇄들이었다. 그것도 날이 다르게 점점 무거워지는.
“이렇게 몸이 가벼워질 줄이야.”
“정말로 날 수도 있을 것 같아.”
거기에 최근 일주일은, 평소보다도 훨씬 무겁게 이것을 차고 걸어왔다.
과연, 이런 상태로 전선에 설 수 있을까. 라는 의심조차 든 채로.
“……기분 탓인가, 마력 제어조차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체력이 늘어나서 그런가? 나도 그래.”
하지만 그런 걱정은 정말이지 쓸모없는 것이었다.
지금의 그들은, 중력과 무게를 없앤 것만으로도 최상의 몸 상태를 자랑했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타오르는 결의 역시 충분했다.
유렌은 그런 그들을 보며, 슬쩍 웃고는 말을 이었다.
“전장에 설 땐 자세한 것은 생각하지 마라. 그저 지금까지 받아온 훈련과, 귀에 들려오는 것만 신경을 집중해라.”
평소에 지휘관 훈련을 받아오지 않은 자들에게, 일주일 정도 급속도로 지식으로 알려줘 봐야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
유렌은 마탑원들의 귀에서 반짝이는 마도구를 보며, 메시지 마법으로 조용히 속삭였다.
[모두, 전진해라.]
마탑원들은 귀에서 들려온 유렌의 지시에, 그 어떤 정예병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척-척-
처억-
일반인의 달리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가는 와중에도, 옆의 동료와 발 하나 어긋나지 않는다.
우우웅-
모두가 손에 끼고 있는, 새하얀 반지가 더욱 오늘따라 아름다워 보였다.
쿠우웅-! 쿠우웅-!!
저 앞에서 나아가는, 간부들. 레이칸과 셀레나가 평상시보다도 훨씬 더 듬직하게 보였다.
그들이 괴롭히는 대상이 자신들이 아닌, 적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기에 말이다.
퍼어어엉-!
멀지 않은 곳에서, 무언가 마력과 마력의 부딪힘이 느껴졌다.
철과 철의 부딪힘과, 진한 피의 향기도 같이.
[잠시, 멈추도록.]
유렌의 조용한 목소리가, 모두의 귀에 메시지로 들려오자, 모두는 동시에 멈췄다.
[앞에 공국으로 보이는 군대가, 우리 왕국 군대를 쫓고 있다. 수는 많지 않아 약 500여 명 정도. 소수의 기사와 마법사가 함께다.]
모두는 곧 전투가 시작되는데도,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마스터 유렌이 가장 앞에 서서 자신들을 지휘해준다면, 틀림없이 이길 수 있을 테니까.
“모, 모두 후퇴! 빨리 도망가라!”
“으아아아악-!”
두두두두-
저 앞에서 대놓고 공국군에게 꼬리를 물려 죽어 나가고 있는 왕국군이 보였다.
왕국군 제일 앞에 선 장교는 4레벨 마법사로 보였지만, 형편없이 패주하고 있었다.
[모두, 1열은 30도, 2열은 40도. 3열은 50도 이상의 각도로 300m 거리에 마법을 발사한다. 그리고 그 후, 즉시 스태프로 돌격한다. 소리는 지르지 않은 채로.]
처억-
유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두는 스태프를 올려 마법을 준비해 발사했다.
퍼어어엉-!
콰아아앙-!
높고 낮은 각도의 여러 마법이, 공국군에게 작렬했다.
저쪽에도 마법사가 있는지 몇 개는 막혔지만, 각도가 제각기 다르다 보니 전부 막는 것은 무리였다.
그야말로 옆구리를 찔린 공국군은, 수십의 병력이 한꺼번에 당하는 것을 보고 경악해 소리쳤다.
“뭐, 뭐야?! 기습인가?!”
“왕국의 마법사들입니다! 약 300m 거리에…… 어어?”
“……저게 뭐야. 저들이 마법사……라고?!”
쿠웅-! 쿠웅-!
두꺼운 강철 갑옷을 입은 레이칸을 비롯.
스태프들을 든 마법사들의 거침없는 돌격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