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10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10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10화 생과 사를 가르는 곳 (2)
‘전장이라.’
공주와 노공작이 돌아간 다음 날.
유렌은 자신의 방에서 깊이 생각에 잠겨있었다.
수십 년간 자신이 지냈던 곳이자, 가장 많은 추억과 악몽이 있는 장소.
소중한 동료와 부하들을 많이도 얻었지만, 동시에 그들을 전부 잃었던 장소.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사람을 죽였던, 그 장소.
유렌이 전장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참으로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아직도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앞으로 일어날 대전쟁을 막는 것이었다. 그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를 위해서 이런 작은 전쟁에 참여하는 거야, 이미 충분히 각오했던 바이다.
미리 여러 계획까지 세워놓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럼에도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젠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었는데.’
일단 제국과 직접적으로 붙는 전쟁이 아니다.
게다가 여러 정보를 조합해보니, 흑막놈들이 움직이는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공국과 공화국의 일부 정도니까.
물론, 현재의 왕국에겐 그것만으로도 커다랗게 느껴지겠지만, 제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단 몇 배는 나았다.
‘이 전쟁으로 인해 제국과의 다툼에 있어 경각심이 더 강해질 테니…….’
하지만 막상 전장으로. 그것도 전쟁을 겪은 적이 없는 일행과 수하들이 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똑똑-
“실례하겠습니다.”
노크 소리 후,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회색의 신관복과, 찰랑이는 갈색의 머리칼.
그리고 크고 둥그런 두 눈이 활력 넘치게 반짝이고 있는 그녀는, 힘과 폭력의 신의 사제. 루시아였다.
“잠시 말씀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마침, 제 쪽도 할 말이 있었는데 잘 됐군요.”
“그렇습니까?”
유렌은 확고한 결심이 선 것 같은 루시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물어야 할 것이 있었다.
전장에의 참가 유무를 말이다.
“당연히 참가하겠습니다. 함께 가게 해주십시오.”
너무나 당연하듯 나오는 그녀의 말에, 유렌의 말이 잠시 막혔다.
물론 그녀가 갈 거라는 정도야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조금의 주저도 없을 줄이야.
아무리 루시아가 사제로서 뛰어나다고 해도, 그녀는 군대에 소속된 경험이 없었다.
아니, 이렇게 많은 사람과 어울린 것도 지금이 처음이라고 했다.
“‘신탁’에 나왔던 혼란이, 아마 이것을 뜻하는 것이었겠지요.”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루시아의 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신탁’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이상, 그녀에게 전장은 그저 스쳐 지나가야 하는 하나의 장소에 불과해 보였다.
그래서, 유렌은 자신도 모르게 약간의 거부감이 올라왔다.
비록 다른 미래라지만, 그녀가 전장에서 어떠한 최후를 맞이했는지 알기에 말이다.
“루시아.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 많이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루시아는 눈에 궁금증을 띄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기뻐 보이는 얼굴을 하며 유렌의 질문을 기다렸다.
그가 자신에게 질문이라니.
신탁을 물어보는 것 외엔, 지금까지는 거의 없던 일이었다. 지금 그의 분위기로 봐서, 신탁 관련은 아닌 것 같았고.
“성직자로서 전장에 향하겠다는 건, 어떤 마음을 품고 가시는 것입니까?”
“그야…….”
루시아는 ‘신탁’ 때문이라고 즉답을 하려다, 곧 말을 멈췄다.
왠지 모르게 유렌의 눈에서, 그가 원하는 답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신탁을 제외하더라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저희 망할 신님이 저에게 내려주신 의무를 생각합니다.”
“……힘과 폭력 말입니까?”
“네. 맞습니다. 하지만, 생각하시는 살인은 아닙니다.”
“……?”
유렌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힘과 폭력의 신념을 가지고 전장에 향한다.
그럼 결론이 무엇이겠는가. 당연히 적을 쓸어버리는 살인이지.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믿지 않으실지는 몰라도, 저는 데르빗님이 내리시는 ‘힘과 폭력’을, 사람을 구하는 데 쓰자고 합니다. 만약 생각하시는 대로였다면, 데르빗님은 힘과 폭력의 신이 아닌, ‘살인이나 학살’의 신이었겠지요.”
“……!”
“물론, 다툼을 해결하는 가장 이상적인 것은 대화입니다. 하지만, 그게 항상 먹히지는 않으니까요. 세상에는 말이 통하지 않는 멍청이들도 많은 법입니다.”
유렌은 그 동감했다.
대화만으로 모든 갈등이 해결된다면, 애초에 무기가 왜 있겠는가.
“그래서, 저는 힘과 폭력의 신을 받아들였습니다. 도저히 말로는 알아 처먹지 못하는 자들이 약자들을 핍박한다면, 힘과 폭력으로라도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서.”
그러고 보니 그랬다.
전쟁에서 만난 미래의 루시아 역시, 언제나 사람을 구해왔었다.
그때의 루시아는 온몸이 상처로 도배가 되고, 얼굴과 목이 다 망가져 처참한 상태였는데도 언제나 그래왔다.
‘……지금의 그녀도 그렇지.’
여기서 만난 루시아도 같았다.
애초에 그녀를 처음 만난 상황이, 그 폭력의 힘으로 언데드들을 두들겨 패면서 사람들을 구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제가 전장으로 가서 빼앗을 생명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구할 수 있는 목숨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못난 아군이든, 빌어먹을 적이든. 가릴 것 없이 모두 다 그렇습니다.”
루시아는 희미하게 웃으며, 뒷말을 덧붙였다.
“애초에 일방적으로 이쪽으로 쳐들어온 빌어먹을 놈들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놈들에게 힘과 폭력을 새겨줘야 앞으로 평화라는 걸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맞는 말이군요.”
유렌은 루시아의 말을 들으며, 복잡한 마음이 단순하게 정리되어 감을 느꼈다.
‘내가 너무 옛 기억에 빠져 있었군.’
그때의 경험은 끌고 와야 하지만, 그렇다고 당시의 그 절망 어린 감정까지 끌고 올 필요는 없다.
유렌이 경험했던 수십 년에 걸친 대전쟁은, 신념도 목적도 뭐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멸망시키기 위해 끝도 없이 죽이고 죽고 죽였을 뿐.
애초에, 그게 뒤에서 조종한 엘프놈들의 목적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 대전쟁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먼저 피해를 받은 왕국 변경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하는 전쟁이기도 했다.
지금의 그들에게도, 충분히 전장에 향할 이유는 있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마음이 정리되었군요.”
“다행입니다.”
루시아는 온화하게 웃고는, 양손을 깍지 끼워 잠시 기도문을 외웠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대신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그렇지만, 이쪽도 물어볼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거죠?”
“음, 그게. 아무리 그래도 전장에 차고 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루시아는 조심스럽게 소매가 긴 회색 성직자 복을 살짝 걷어 무겁고 무거운 토시를 보여주었다.
“확실히, 모든 전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전장에서까지 저것들을 차고 다닐 순 없죠.”
“……! 맞습니다! 그 말이 맞아요! 그러니, 이 빌어먹을 것들, 아니. 이 물건들을 마탑에 두고 가야…….”
터억-
유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루시아의 손목에 있는 토시를 잡았다.
“……!”
루시아의 얼굴엔 아주 약간의 부끄러움과 막대한 기대감이 가득 찼다.
드디어 이 물건에서 벗어날 때가 온 것이다.
휘청-
하지만 루시아는, 곧 더욱더 무거워진 한쪽 팔의 무게에 몸 전체가 휘청였다.
“……?!”
“맞습니다. 전장에선 빼야죠. 그러니, 그전까진 더 강하게 단련합시다. 마침 잘 됐군요. 전장으로 향하는데도 시간은 좀 걸릴 테니까.”
“……예에?!”
쿠웅-
“께흡-!”
루시아는 뭐라고 외치려 했지만, 다른 토시 한쪽과 조끼. 그리고 양발이 동시에 무거워져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유, 유레에에엔-!!”
“아직 목소리가 우렁차군요.”
배신감이 가득 든 루시아의 고함 속, 유렌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그의 방에서 울려 퍼졌다.
* *
“왕자님. ‘스피커’가 왔습니다.”
수도 베르헨 중심가에 있는 한 왕자의 별궁.
마법사들을 제외하고 모두가 잠든 깊은 밤.
왕자의 방문 앞을 지키고 있던 무표정한 호위병이,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왕자에게 말했다.
“그래? 그럼 빨리 문을 열지 않고 뭐해?! 이 멍청한 놈이!”
“죄송합니다.”
부당하게 욕을 먹은 호위병이었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왕자의 명령대로 빠르게 문을 열었다.
덜컹-
화려하고도 커다란 문이 열리고, 새꺼먼 로브를 머리까지 눌러 쓴 누군가가 방 안으로 스르르 들어왔다.
분명 상대가 자신이 보는 눈앞에서 움직이는데도, 기척과 발소리를 전혀 느끼지 못한 왕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 신기한 재주군. 네가 지금까지 나한테 조언을 해준 스피커냐?”
“예. 그렇습니다. 전하.”
스륵-
스피커가 새꺼먼 후드를 올리자,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아름다운 남성의 외모가 드러났다.
갈색 피부에 하얀 머리칼을 가진 그는, 어지간한 미녀보다도 훨씬 아름다운 외모와, 끝이 조금 뭉툭한 기다란 귀를 가지고 있었다.
“엘……프?!”
왕자는 자신에게 고개를 숙인 자를 보며, 입을 떡 하고 벌렸다.
아니, 엘프와 연관이 되어있던 것은 알았는데, 설마 자신이 하찮은 부하로 생각한 저놈까지 엘프였다고?
“아닙니다. 전하. 저는 하프 엘프. 순혈의 위대하신 분들과는 다른, 잡종에 불과한 몸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는 황급히 자신이 엘프임을 부정했다.
비록 지금은 주변에 아무도 없지만, 만약 자신의 주인들이 지금 왕자의 말을 듣기라도 하면?
화풀이로서 아주아주 끔찍한 꼴을 당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 될 테지.
그런 그에게 다행히도(?) 왕자는 그가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
“흥. 뭐냐. 하찮은 잡종이야? 괜히 놀랐군.”
“죄송합니다. 전하.”
왕가의 ‘고귀한 혈통’에서 태어난 왕자는 ‘비천한 혼혈’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설령, 상대가 엘프의 피가 섞여 있어도, 왕자에게 있어 그는 그냥 잡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꾸욱.
물론, 스피커가 알고 있었다고 해서, 화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엘프 혈통을 그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워했다.
솔직히 순혈인 자신들의 ‘주인’들에게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엘프의 피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 피가 반이나 섞인 나를…….’
그는 허리 뒤에 있는 오른손 주먹을 꽉 쥐며, 애써 화를 억눌렀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이렇게 직접 부르셨는지요, 전하? 물론 최대한 은밀하게 왔습니다만, 목걸이로 대화하는 것보단, 훨씬 위험성이 커집…….”
“네놈의 얼굴을 한 번 보려고 불렀다. 얼굴도 모르는 놈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받는 건 불쾌하니까. 그런데, 설마, 이런 잡종 놈일 줄은.”
“…….”
그는 왕자가 말하는 게 진심임을 알고, 자신도 모르게 그를 후려칠 뻔했다.
하지만 그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어떻게든 참았다.
그래, 아직은 아니다.
“……그럼, 기왕 얼굴을 보인 김에, 몇몇 밀린 보고부터 드리겠습니다. 일단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이 갈 장소에 ‘그들’의 배치를 완료했습니다. 또, 그 마탑은 모두 32명의 마법사가 자진 징집을…….”
“아, 그런 건 됐고. 너 혹시 여자 형제 있냐?”
“……예?”
그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왕자를 쳐다보았다.
“난 남색엔 취미가 없어서. 혹시, 여자 형제가 있으면 데려오라고. 귀여워해 줄 테니까.”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떴다.
목걸이로서 연결되어 있어도 이 멍청이의 말을 듣고 있기가 힘들었는데, 직접 만나니 더했다.
“……죄송하지만, 전 혼자입니다.”
“쳇. 그래? 이런 쓸모없는 놈 같으니. 그럼 됐으니까, 가봐.”
왕자는 순식간에 그에게 흥미를 잃은 듯, 손을 훠이훠이 휘저으며 말했다.
“예. 그럼 편히 쉬십시오.”
스피커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 후, 로브를 눌러쓰고 은밀하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무도 보는 눈이 없는 곳에 들어간 그때.
으드득-
이를 갈며, 왕자에 대한 살의를 드러냈다.
‘저, 멍청한 돼지 자식! 언젠간 반드시 내 손으로 으깨버린다!’
어둠 속에서, 붉은 눈을 번뜩이며 말이다.
* *
“사, 사도님! 저희들도 함께 하겠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징집된 부대 쪽으로 출발 당일.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끊임없이 고민하던 세 명의 드워프가, 유렌의 앞에 서서 자신들도 가겠다고 외쳤다.
전장을 경험하고, 유렌과 마탑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유렌은 그런 그들에게 살짝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거 고맙군. 너희들이라면, 분명 큰 도움이 될 테니까.”
“가, 감사 합…….”
“하지만.”
그 순간, 부드러웠던 유렌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변했다.
“전장은 위험하다. 아무리 나라도, 너희들까지 다 지켜줄 수는 없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유렌은 그들을 죽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과는 반대로, 일부러 그렇게 물어보았다.
“…….”
“그래도, 같이 갈 건가?”
드워프들은 유렌의 바뀐 목소리와, 그 말의 내용에 잠깐 주눅이 들었지만, 그것은 길지 않았다.
그들의 결심은 이미 그들이 파낸 바위보다 더 단단했다.
“함께 하겠습니다!”
“……좋아. 결정에 감사하지. 그럼, 맨 뒤 마차에 타도록.”
“옙!”
세 드워프가 힘차게 마지막 마차로 걸어 나가자, 앞에 서 있던 레이칸이 밝은 얼굴로 다가왔다.
쿠웅-! 쿠우웅-!
새로 더 두꺼운 갑옷을 맞춘 그의 모습은, 이젠 그냥 아이언 골렘.
그것도 중형 이상의 물품이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드워프들이 함께 가주니, 마음이 든든함다!”
“확실히, 갑옷의 수리 등, 여러 면에서 훨씬 나아지겠지.”
“하핫. 그것도 그렇지만, 그냥 뭔가 안심이 됨다. 뭔가 뛰어난 동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 말임다.”
유렌은 그렇게 말하는 레이칸의 커다랗고 두꺼운 건틀릿을 바라보았다.
아주 조금이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게, 필시 흥분과 공포로 조금씩 떨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긴, 첫 출전이니 이상할 건 없지.’
겉이 기사 제국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베테랑 기사로 보였지만, 속은 달랐으니.
“아하하하~! 그럼 슬슬 출발해요~!”
반면, 셀레나는 기분이 좋은지 이곳저곳을 자꾸 돌아다니며 출발을 재촉했다.
그녀 역시 전신을 계속 부르르 떨고 있었지만, 유렌은 그것이 100% 흥분에 의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뭐, 그녀야 전장에 준하는 장소에도 많이 투입되었으니까.
“좋아. 그럼.”
유렌은 출발 전, 함께 가는 일행들을 살펴보았다.
자신과 레이칸. 그리고 루시아와 셀레나.
그리고 실행부대원 3명과 공주의 호위 기사였던 클레이스. 그 외의 골라 뽑은 일반 마탑원들 20여 명과 드워프 셋.
총 30여 명으로 그렇게까지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일반 병사와 비교하면 최소 수천 명 이상인 강력한 전력이다.
‘그리고, 내가 새로 쌓아 올린, 소중한 동료와 수하들이지.’
전장에 나가며, 사상자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사실상 오만에 가깝다.
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해볼 것이다.
유렌은 출발을 외치며,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꼬, 꼭 건강히 돌아오셔야 해요!」
“나, 나도 가고, 싶었다. 크르릉.”
“마, 마스터! 훈련은 절대 빼먹지 않겠습니다!”
“마스터 유렌! 레이칸! 셀레나! 꼭 무사히 오셔야 합니다!”
“선배님들! 무운을 빕니다!”
마탑의 모두가 마중 나와 떠들썩한 가운데, 유렌과 그 일행들은 공국과의 국경 쪽으로 향해 나아갔다.
지금 왕국의 국경에서 가장 피가 많이 흐르고 있는 그 땅으로.
* *
이틀 후.
「레인- 제발 진정해!」
아메리아는 마탑 내의 숨겨진 방에 들어가, 열심히 해츨링을 달래고 있었다.
이틀 전. 유렌이 작별 인사를 한 이후, 해츨링은 토라졌는지 마구 난리를 치며 아무도 가까이 오게 하지 않았다.
심지어, 거의 부모 수준으로 따르던 아메리아와 사이케스마저 말이다.
「자, 여기 네가 좋아하는, 황소 다리야. 벌써 이틀이나 안 먹었잖니.」
아메리아는 자기 몸통만 한 황소 다리를 번쩍 들며, 해츨링을 유혹했다.
적당한 허브와 함께 반쯤 구운 이 황소 다리는 해츨링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
하지만, 그럼에도 해츨링은 꼬리만 탁탁 치며 기분 나쁨을 어필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이상한데? 아예 움찔거리는 것조차 하지 않다니.’
아메리아는 황소 다리를 들고 조금씩 다가가 보았다.
철썩-
일정 이상 다가가자, 지금까지처럼 해츨링의 꼬리가 바닥을 강하게 쳤다.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다.
하지만, 이 좋아하는 고기가 다가오는데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전과 똑같이 행동한다고?
「서, 설마?!」
아메리아는 마력을 모아, 입을 열었다.
【내 눈앞에 있는 거짓 환상을 밝혀라.】
아메리아의 청량한 목소리가, 마력이 되어 해츨링에게 향했다.
파각-
「……!!」
아메리아의 마력이 닿은 해츨링이 산산이 조각나 부서졌다.
아니, 정확히 부서진 것은…….
「화, 환영 마법?!」
이 어찌나 대단한 환영 마법이란 말인가.
5위계 위저드인 자신이 눈치도 못 챘을 뿐더러, 마치 진짜처럼 물리적으로 타격도 주다니.
「그럼 레인은?!」
분명, 이틀 전에 유렌에게 떼를 쓰고 눈물까지 흘리던 해츨링은 진짜였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해츨링이 일행의 짐에 숨어 들어간 것이 분명했다.
전장으로 향하는 그 짐에 말이다.
【레, 레인!】
아메리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