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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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09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09화 생과 사를 가르는 곳 (1)
공국과의 국경 지방에 있는 마도 왕국의 한 마을.
“으, 으아아아악-!!”
집이 불타오르는 매캐한 냄새와 처절한 사람들의 비명. 그리고 짙게 퍼지는 피의 향기.
이 모든 것들이, 지금 이 마을에서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지는 것을 알려주었다.
“대, 대체 왜……?!”
서걱-
“이, 이 자식드을!”
끝까지 의문을 가지던 주민은 그대로 목이 잘려나갔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다른 주민들 역시 이곳저곳을 베이며 땅에 쓰러졌다.
공국의 병사들이 반항하는 병력이 없다시피 한 왕국의 마을을 손쉽게 부숴버리고 있었다.
“이놈들!”
퍼어엉-!
하지만, 갈색 로브를 입은 한 2위계 견습마법사가, 몇몇 병사들을 날려버리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대체 왜?! 갑자기 들이닥쳐 이런 짓들을 하는 것이냐?!”
마법사의 흉흉한 기세에, 병사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설마 이런 시골에까지 마법사가 있을 줄이야.”
하지만 병사들의 뒤에서 멋들어진 갑옷을 입은 한 기사가 유유히 걸어 나오자, 분위기는 다시 반전되었다.
“유, 유르드 경!”
마법사에게 다소 눌렸던 병사들의 사기가, 다시 눈에 띄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건 전쟁이다. 병사들이 적의 병참기지를 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된 거냐.”
“병참기지?! 이런 작은 마을이 대체 어디가 병참기지란 말이냐?! 게다가 전쟁이라니! 지금껏 아무런 다툼도 없이 지내다가 하루아침에 그게 무슨 말이냐!”
마법사의 의문은 당연했다.
비록 공국이 제국과 더 가깝게 지낸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왕국과 사이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아무래도 공국은 두 이웃보다 작은 나라이기에, 적대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던 것이다.
“우린 이미 너희 왕궁에 선전포고했는데, 아직 여기까진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로군.”
“뭐, 뭐라고?!”
“하지만, 그 역시 알 바 아니지.”
기사는 더 이상의 말은 불필요하다는 듯, 재빠르게 마법사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휘익-
“……?!”
마법사는 신체를 강화하지도, 적을 공격하지도. 심지어는 뒤로 후퇴조차 하지 못했다.
기사가 발 뒤에 마력을 모아, 작게 폭파 시켜 순식간에 나아가는 ‘돌격’을 써, 일순간에 마법사의 가슴을 차버린 것이다.
뻐걱-!
“커허억!”
뼈가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며, 마법사는 피를 토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유르드라 불리는 기사는 그를 시시하다는 듯 힐끗 바라보더니, 그대로 다른 장소로 향했다.
“기……다……커헉!”
견습 마법사는 어떻게든 일어나려 했지만, 울컥 피를 솟아난 피를 토하며 일어서지 못했다.
단 일격에 내장이 상한 것이다.
“우린 어디 안 갑니다. 마법사 나으리.”
“키킥. 마법사, 마법사 해봐야, 기사님껜 상대도 안 되는군!”
그런 마법사의 근방에, 짧은 창이나 검을 꼬나 든 병사들이 웃으며 들러붙었다.
조금 전, 자신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마법사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푹- 푸욱!
“끄아아악!”
방화로 붉게 물든 밤하늘 위로, 마법사의 마지막 절규가 울려 퍼졌다.
* *
“꾸우-”
마탑, 스태프 오브 파워의 어느 숨겨진 방.
이곳에는 하얀 해츨링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유렌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꾸우우-!”
그러다 커다란 하얀색 인형을 입으로 문 해츨링은, 퍼덕거리며 천장으로 날아올랐다.
특별히 천장이 높은 방이라 간단하게 비행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퍼덕 퍼덕-
1m가 넘는 몸체에 비하면, 겨우 한 뼘 정도의 아주 작은 날개 한 쌍.
하지만 역시 드래곤은 어려도 드래곤인 것인지, 그 작은 날개로도 어떻게든 천장 가까이 붙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빠르긴 빠르네.”
유렌은 해츨링의 제법 빠른 비행을 보고, 그 성장 속도에 감탄했다.
해츨링이 알에서 깨어난 지는, 이제 겨우 한 달.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해츨링은 빠르게 성장을 이루고 있었다.
비록 몸은 거의 크지 않았지만, 하는 행동은 나날이 활발해져 갔다.
‘벌써 간단한 마법은 물론이고, 작다지만 브레스까지 뿜을 줄이야. 알로 수백 년 동안 있던 세월이 성장을 돕는 거겠지.’
유렌은 해츨링의 어머니인 화이트 드래곤의 말을 떠올리며 빠른 성장 속도를 납득했다.
“꾸우우-!”
해츨링은, 약 10m 정도 되는 높이의 천장에서 팔락거리다가, 재빠르게 활공.
유렌의 곁에 착지해 고개를 들며 으쓱거렸다.
마치 칭찬해 달라는 아이처럼 말이다.
“그래, 잘했다.”
유렌이 해츨링의 원대로 작은 뿔을 쓱쓱 쓰다듬으며 칭찬하자, 해츨링은 행복하게 그르렁거렸다.
“꾸우우웅-”
그 후, 해츨링이 작은 얼음 브레스를 뿜으려다 유렌에게 주의를 당할 그때.
「유, 유렌? 죄송하지만, 지금 좀 빨리 와보셔야겠어요. 공주님이랑, 공작님. 그리고 툰드라가……!」
긴급한 아메리아의 메시지가 유렌에게 들려왔다.
“꾸우웅…….”
놀라운 건, 1인 전용 메시지를 해츨링도 같이 들었는지 바로 침울해졌다는 것이었다.
‘마력간섭? 역시 어리지만 드래곤이군.’
유렌은 그런 해츨링의 슬픈 눈을 뒤로하고, 재빠르게 손님을 응접하는 접대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꾸웅-!”
뒤에서 무언가를 굳게 결심하는 해츨링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 *
“그러니까, 각 마탑들에 곧 징집령이 내린다는 겁니까?”
황당함이 섞인 유렌의 목소리가, 응접실에 울려 퍼졌다.
공주는 마치 자신이 잘못한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고, 노공작 역시 약간 착잡한 표정이었다.
“그래. 맞네. 이건 회의로 결정되어, 국왕께서 인가를 내주신 왕명이라네.”
「세상에, 그게 무슨……!」
아메리아가 놀라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본래 왕궁 소속이나, 국가 소속. 혹은 평의회에 속한 마법의 경우는 여차할 때는 징병의 의무가 있었다.
그래서, 항상 일정 시간 이상은 부대를 이끄는 전략 전술을 배워두는 것이고.
하지만, 그 밖의 일반 마법사들에겐 그런 의무가 부가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더군다나 마탑이라면 마도 왕국인 이곳에선 가장 중요한 연구기관.
그런 곳에 징집령을 내리는 경우는 역사에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심지어 제국이랑 전쟁이 크게 났을 때도, 마탑은 몇 년이나 지나서야 징집이 시작된 거로 알고 있는데 말이지.’
유렌은 지난 기억을 더듬어 가며, 현 상황을 생각하다 공주가 왜 저리 풀이 죽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공주가 입을 열기 전. 자신이 먼저 그 이유를 말했다.
“혹시 왕자가 그렇게 주장한 겁니까? 마탑에 고위 마법사들을, 지휘관으로 징집하자고.”
“예, 맞습니다.”
“아마도 다른 귀족들 역시 대부분 찬성했을테니, 급한 상황과 겹쳐 어떻게 반대하기도 힘드셨겠군요. 특히 새르티 공작이 그 말에 찬성했다면 더더욱 그랬겠지요.”
“……자네도 꼭 그 자리에 있던 것만 같구만. 아직 아무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는데 말이야.”
유렌의 말에. 노공작이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의 말 그대로였다.
“새르티 공작은 공주님에게 더 호의적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왕위 계승 쪽에선 한없이 중립에 가까운 인물. 더군다나 평의회보단 왕권의 강화를 찬성하는 사람이니, 이 기회에 마탑의 힘을 좀 빼려는 생각도 있겠죠.”
유렌은 자신의 정보부가 얻어온 정보를 토대로, 추측을 말했다.
“맞네.”
“그 말 그대로예요. 아무리 고위 마법사들이라고 해도, 마탑에 있는 인원들은 지휘관 교육을 받지 않은 인원이 대부분이죠. 그걸 지적했더니, 그러면 후위 위주로 배치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헛소리.”
유렌은 그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그 세 글자를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다.
수십 년간 전장에서 구른 그에게 그만큼의 헛소리는 또 없었으니까.
공주가 말하고 있던 도중이라 다소 무례할 수도 있던 행동이었지만, 상황인 상황인지라 노공작도 딱히 뭐라 하진 않았다.
“맞아요. 헛소리죠. 하지만, 그 헛소리가 먹히더군요. 오라버니를 돕는 그 ‘목걸이’. 누가 반대편에서 말을 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솜씨가 보통은 아니었어요.”
“……놈은 자기가 목걸이로 내용을 밖으로 알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것 같더군. 그냥 본인의 콧대만 세울 수 있으면 다인 거야. 정말이지. 멍청한 녀석 같으니.”
노공작은 한숨을 쉬며 주먹을 꽉 쥐었다.
나라의 행방을 결정하는 그 중요한 회의를, 통째로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수신한다?
당연하지만 걸리는 그 순간 반역죄나 다름없었다.
그 신분이 왕자라 해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즉, 그 목걸이의 정체만 그 자리에서 밝혔다면, 왕자는 그 즉시 실각시킬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제대로 된 증거를 잡지 않으면 안 됐다. 잘못하다가는 누명을 씌웠다는 죄를 뒤집어써 오히려 이쪽이 당하게 된다.
“그 목걸이가 어떤 물건인지는 정확힌 모르시는 거죠?”
“그렇네. 내가 대체 무슨 마법이 걸려있는지 짐작조차 안 갈 정도니. 거기서 뺏었다고 해도 정체를 밝히기란 힘들었을걸세.”
6레벨. 마스터 위계인 노공작이 이렇게 말한다면, 필시 굉장히 은밀하고 복잡한 엘프의 마법이 걸려있을 터.
만약 목걸이가 수상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면? 무려 1왕자에게 엉뚱한 반역죄를 씌우려 했던 무고죄만 남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그러면 설사 공주라도 무사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그저 손 놓고 있진 않을걸세. 이미 분석은 시작했으니까. 물론, 쉽진 않겠지. 자네가 말했듯, 그것이 ‘엘프’의 것이라면 말이야.”
“이젠 좀 믿으시는 눈치시군요.”
“허헛. 이미 세상에서 이미 모습을 감춘 종족이, 뒤에서 암약한다는 말을 쉽게 믿을 순 없지 않은가. 뭐, 이젠 믿을 수밖에 없지만 말일세.”
노공작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다, 유렌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자네는 어쩔 셈인가? 모든 고위 마법사들을 끌고 가진 않겠지만, 이 마탑엔 3명이 있으니 그 중, 최소 2명은 가야 하네. 한 명은 그 셀레나라는 실행 부대 출신의 마법사겠고. 그럼 나머지 한 명은……?”
“물론, 제가 가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마탑주를 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
유렌의 즉답에 방 안에 있던 모두의 말이 멈췄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조용해졌기에, 말을 꺼낸 유렌이 오히려 당황했다.
“아니, 뭡니까. 이 침묵은. 제가 죽으러 간다는 것도 아니고. 저 혼자 가는 것도 아닌데.”
「하, 하지만.」
옆에서 조용히 있던 아메리아가, 안절부절못하며 메시지를 전했다.
「저는 어디까지나 유렌. 당신이 5레벨이 아니어서 대신 맡았던 탑주였죠. 계약을 깨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젠 당신이 올라가도 되는 게 아닌가요? 그러면 꼭 당신이 갈 필요가…….」
“아메리아.”
유렌은 그저 아메리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은 배제해서 말해줘. 현 탑주에 자리에 거부감이나 불만이 있어?”
「아니, 그건 아니에요. 저는 전혀 불만은 없어요. 일도 재밌고, 당신이 이끌어주는 것도 좋고요. 하지만…….」
“그럼 된 거야. 나는 탑주의 자리에 굳이 얽매이고 싶진 않으니까. 뭐, 이러면서 실권은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게 좀 웃기지만, 서로 만족한다면 됐잖아?”
「그, 그렇지만…….」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툰드라가, 갑작스레 끼어들었다.
“아메리아는 네가 걱정되는 거야. 유렌. 전쟁에 나간다니까. 나도 그렇고. 물론 난 전쟁에 나간 적은 없지만…….”
그렇게 말하는 툰드라의 하얀 얼굴은, 흥분과 걱정이 마구 섞여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네가 마스터와 비교가 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어. 하지만 전투와 전쟁은 다른 것이니까. 유렌.”
“그녀의 말이 맞네.”
노공작이 역시 툰드라의 말에 동의했다.
“비록 수십 년 전이긴 하지만, 나도 전쟁에 나간 적이 있었다네. 정말로 끔찍했었지.”
노공작은 천천히 자신이 전장에서 겪었던 경험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당시 전장엔 5레벨 위저드. 심지어는 6레벨 마스터도 있었지만, 적들의 계략과 숫자에 밀려…….”
“…….”
물론 노공작은 전장을 모르는 젊은이에게 호의로 말을 해주고 있는 것이었지만, 반대로 유렌은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그는 이미 전장에서 반평생을 살며, 수십 년 경험이 있는 베테랑 중 베테랑이었으니까.
“……그러니, 아무리 전투에 강해도, 전장에선 그것만으로 살아남지 못하네. 마치 전쟁은 하나의 생물이라고 할 수 있지.”
“과연. 전장에서 1년이나 활약한 분의 말씀이군요. 잘 새겨듣겠습니다.”
유렌은 간신히 웃음을 터트리지 않고, 노공작의 말을 끝까지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제가 가겠습니다. 위험은 감수해야죠.”
“그래, 자네가 그렇다면 더 말리진 않겠네. 하지만 조심하게나. 아무리 강해도, 전장은 경험이 없는 이부터 잡아먹는 곳이니까.”
“……예.”
유렌은 고개를 돌려 잠시 천장을 지켜보았다.
더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던 탓이었다.
그렇게, 그 누구보다도 전쟁 경험이 풍부한 한 마법사의 참전이 확정되었다.
정작 그 자신 외엔,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상태로 말이다.
* *
“휴우. 하찮은 것들만 베려니, 내 검만 불쌍하군. 정말 심심하기 그지없는 곳이야.”
왕국과 공국 사이의 한 국경 지방.
한 기사가 자신의 검을 손질하며 투덜거렸다.
‘왕국 놈들은 모두 약해 빠졌으니.’
비록 기습을 당하긴 했지만, 저게 뭔가.
나름 마도 왕국이라 해 기대했는데, 실제로 군대에 마법사는 매우 적었다.
있더라도 별로 강한 놈들도 아니었고.
알고 보니, 왕국에선 강한 마법사는 군대에 잘 보내지 않는다던가?
“약자를 군대에 보내다니. 정말, 북부에선 꿈도 못 꾸는 일인데.”
북방 출신의 기사- 유르드는 그렇게 투덜거리다, 어느새 누가 자신의 등 뒤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누구냐?!”
쒸이익-
유르드는 순식간에 뒤로 돌며 그 누군가를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스릉-
어느새 날카로운 보검이 자신의 목 바로 옆에 날을 번쩍이고 있던 것이다.
재빨리 휘둘렀던 자신의 검은, 어느새 그것을 놓쳐 땅바닥에 구르고 있었고.
“으……윽.”
목 옆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기운에, 유르드는 마치 자신의 목이 잘려 나갈 같아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목에 검이 겨눠진 위협 정도야 수도 없이 당해왔지만, 지금처럼 ‘죽음’이 생각 나는 적은 처음이었다.
“이젠 좀 덜 심심한가?”
나이는커녕 성별조차 알 수 없는 기묘한 목소리가, 눈앞의 검은 갑옷을 입은 사람에게서 들려 나왔다.
“루, 루카스님.”
“덜 심심하냐고 물었다.”
“예, 옙. 추, 충분합니다.”
스릉-
유르드는 눈을 크게 부릅떴다.
어느새 상대가 검을 수납 후, 유유히 걸어가고 있엇다.
분명 자신이 똑바로 보고 있었는데도, 상대가 검을 회수하여 검집에 넣는 과정을 보지 못한 것이다.
북방에서, 나름 실력으로 소문난 기사인 유르드. 그가 말이다.
‘저, 정말 괴물이로군.’
유르드는 유유히 사라지는 검은 갑옷을 입은 루카스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르겠어.’
그는 이곳에 온 첫날에 들었지만, 헛소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그 소문을 다시 떠올렸다.
자신들을 지휘하는 저 검은 기사가, 검술의 극에 달한 소드마스터란 소문 말이다.
아직 제대로 된 실력은 본 적 없지만, 유르드는 그것이 사실일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말로는 못 하겠지만, 앞으론 더 심심해지겠군.’
유르드는 땀으로 흥건한 목을 매만지며, 미소 지었다.
왕국에서 그 누가 오더라도, 저 괴물을 이길 리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