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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02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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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02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02화 돋아나는 새싹들 (1)

 

 

 

“그럼. 사이케스. 부탁한다.”

신탁이 내려온 후. 유렌 일행은 좋은 의미로 폭발 직전의 주민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다시 한번 받았다.

그 후, 페이란 자작의 열과 성을 다한 접대를 이틀간 받아 체력을 회복한 후.

유렌은 드래곤으로 변한 사이케스에, 레이칸과 툰드라를 먼저 태워 수도 베르헨에 보내려 하고 있었다.

“크롸롸롸롸…….”

사이케스는 드물게도, 유렌의 말에 불만스러운 듯 꼬리를 위아래로 붕붕 휘둘렀다.

후웅- 후웅-!

그 강력한 꼬리질에, 주변에 모인 마탑원들의 머리와 로브. 혹은 망토가 펄럭였다.

“이번은 어쩔 수 없어. 널 타고 가면, 너무 눈에 띌 테니까.”

유렌은 단호한 얼굴로, 아쉬워하는 드래고니안에게 그렇게 말했다.

지난 이틀. 

서부의 모든 언데드들이 흔적도 없이 뼈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전해져 올라왔다.

그리고 모든 성직자들은 ‘언데드들의 뒤에 있는 사악한 마력이 사라졌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게다가 그에 더해, 성녀라고 추앙받는 루시아가 예전 신탁의 내용을 밝히자 언데드들의 소멸은 확실시되었다.

-신탁을 세상에 공표하지 말라는 것입니까?

-굳이 다 밝힐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귀가 긴 놈들이 관여했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 빌어먹을 사악한 뾰쪽귀 놈들이, 모두 제 목을 따러 달려오겠죠. 알겠습니다. 적당히 언데드만 사라졌다고 꾸며 말하겠습니다.

-……그래도 신탁을 꾸미는 건 조금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저 신탁의 일부만 말하면…….

-그러면 언데드만 사라졌다고 말하기엔 좀 애매해지지 않습니까? 저를 종으로 부려 먹는 신님인데.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래서 루시아가 세간에 밝힌, 옛 신탁의 내용은 이랬다.

[해가 지는 마법의 땅에서, 새하얀 지팡이의 마법사를 도와 발작하는 언데드를 잠재워라.]

원래의 신탁과는 대부분이 달라졌지만, 루시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원본이 적힌 석판은 박살이 나버렸는데, 누가 알겠는가. 

자신의 신- 데르빗은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정도로 쪼잔한 신은 아니고.

‘아니, 애초에 그런 신탁까지 내려주셨으니, 이 정도는 너무나 가벼운 겁니다! 망할 신님 같으니!’

어쨌든 모두가 루시아의 신탁 내용을 믿은 덕에, 자세한 것을 드러나지 않고 언데드 사태는 공식적으로 종결되었다.

설마 여기서 신탁을 받은 성직자가 그것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유렌과 루시아의 이름이 베르헨에서 폭발적으로 퍼지게 되었다.

특히나 유렌은 원래 주목받았던 입장이라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굳이 지금 시점에 대놓고 사이케스 – 드래곤이라는 존재를 대중이 주목하게 두고 싶진 않았다.

‘이미 소문이야 알음알음 나 있겠지만, 주목한 대중 앞에서 대놓고 보이는 것은 다르지.’

비행과 착륙을 숨긴다고 하더라도, 이 서부에서 불과 몇 시간 만에 수도 베르헨에 나타나면?

이미 극도로 주목되어 있는 마당에, 틀림없이 크게 더 눈에 띌 것이다.

그래서 유렌은 그냥 얌전히 땅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마침 할 일도 있었고.

“나중에 베르헨에서, 몇 시간이고 타줄테니까.”

“크롸롸롸-?”

유렌의 말에, 사이케스는 금세 꼬리를 가로로 휘두르며 날개를 쫙 폈다.

어느새, 기분이 금방 풀린 것이었다.

“그럼, 먼저 가볼게. 유렌. 베르헨에서 봐.”

“먼저 가서, 지금 훈련생들을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단련시키겠습니다! 천천히 오십쇼!”

미소를 띈 툰드라와, 활기찬 레이칸의 인사가 끝난 후.

작은 드래곤 – 사이케스는 힘차게 날아오른 후, 수도가 있는 동쪽을 향해 사라졌다.

어지간한 일반인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을 빠른 속도로 말이다.

‘사이케스도 점점 강해지고 있네.’

유렌은 미소를 띠며,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잠시 지켜보았다.

원래, 봉인에 가까운 기나긴 잠에 빠졌다가 최근에야 일어난 그녀다. 

그 후유증이 사라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커다란 것은…….

‘바로, 훈련이지.’

유렌은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돌렸다.

“……!”

“……흡!”

유렌의 뒤쪽에는 50여 명의 마탑원들이, 각이 잡힌 5열 종대로 모여있었다.

마치 자로 잰 듯한 반듯함이었지만, 모두가 긴장했는지 식은땀을 조금씩 흘리고 있었다.

‘……할 말이 있으시다니, 무슨 말이시지?’

‘우리와 함께 베르헨으로 돌아가신다고 하셨는데, 설마…….’

뭔가 불길한. 

아주 불길한 예감이 마탑원들의 머릿속에 스멸스멸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다. 아닐 거다. 이미 훈련생 기간은 진작에 끝나지 않았던가.

물론 아직도 훈련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때처럼은……!

“모두. 이번 싸움은, 아주 잘해주었다.”

하지만 유렌이 이렇게 말하기 시작하자, 긴장된 분위기는 금세 풀렸다.

“사실상 첫 실전이나 다름 없었을 텐데 참 잘해줬다. 무엇보다 전혀 겁먹지 않고, 많은 상대로도 잘 싸워줬어. 특히 상대가 언데드들인데도 말이지.”

유렌의 말에, 마탑원들은 모두 자랑스러운 얼굴들로 고개를 끄덕였다.

본디 실전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몬스터는 아무래도 언데드일 수밖에 없다.

그 흉악함은 둘째치고서라도, 그 죽음의 기운에 눌릴 수밖에 없으니까.

그들 중엔 원래 기사도 상당히 있었지만, 원래 그들은 말 그대로 반쯤 장식이었던 기사직들. 

실제로 몬스터와 싸운 경험은 없는 이들이 더 많았다.

‘그래. 도망치지 않고 열심히 싸웠지!’

‘마스터 유렌께서, 저렇게 칭찬해주시다니!’

그래서 더욱 자랑스러웠다.

자신들의 영웅이, 힘내서 실전을 치러낸 자신들을 칭찬하고 있으니.

“여기 있는 모든 자에게, 월 지원급의 10배의 특별 수당과 각자 원하는 마도구를 하나씩 선물해주도록 하지.”

“……!”

“가, 감사드립니다!”

유렌의 선언에, 모두의 입꼬리가 위로 치솟았다.

안 그래도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은 시설과 지원 등이 풍족하기로 유명한 곳.

당연히, 매달 지원되는 지원금들도 다른 마탑보다 훌쩍 많은 편이다.

그런데, 그 10배? 게다가, 마도구를?

물질적인 약속과 인정받았다는 만족감에 그들은 한껏 들떴지만, 유렌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말투를 싹 바꿔서 말이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마탑원들은, 조금 전 달콤한 말에 취해 순식간에 바뀐 분위기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용감한 건 용감한 거고, 막상 전투에선 아쉽게도 중상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더군. 저 성녀님이 아니면 어쩔 뻔했지?”

“……!”

순식간에 마탑원들의 낯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바뀐 분위기를 모두 눈치챈 것이었다.

“워낙 강적이라면, 당연히 어쩔 수 없었겠지만…… 침착하게 방어에 힘썼으면, 그렇게 크게 부상 입을 상대는 아니었더군. 안 그래? 셀레나?”

“아하하~. 맞아요~. 심지어는 도망가라는 제 말도 듣지 않고 덤비더라니까요~? 아무래도 훈련 부족인가~?”

셀레나의 쐐기를 박는 그 말에, 모두는 고개를 숙였다.

이제 그들은, 다음에 이어질 유렌의 말을 알고 있었다.

그 고된 훈련생이었던 시절. 항상 들었던.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했던 그 말을 말이다.

“그래, 그럼. 모두 특훈이다. 베르헨에 돌아가는 기간 내내!”

“……아, 아아.”

“으으윽……!”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마탑원들의 공포의 일주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

 

3일 뒤. 베르헨으로 향하는 어느 대로.

그곳에는 50여 명의 사람들이 힘차게 열을 맞춰 달리고 있었다.

쿠웅- 쿠웅- 쿠웅-!

단순한 단체 달리기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인원이 두꺼운 은빛 갑옷을 입고 달리고 있는 것이다.

“우와. 저것 좀 봐. 신체 강화 마법 없이, 저렇게 뛰고 있다니!”

“세상에. 저런 두꺼운 갑옷들을 입고 계속 달린다고?”

“이 나라에 저렇게 강한 기사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미처 몰랐었군.”

“……잠깐. 저 마크는 분명 그 마탑의……?”

사람들은 갑옷만 보고도 충분히 대단하다는 눈길을 보내왔지만, 사실 그건 어디까지나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끄허어억-! 끄허억! 이, 이렇게까지 무게를 높이다니!”

“가, 갑옷까지 다 합치면 100kg을 넘어가……!”

토시에 조끼. 그리고 발찌 등등.

몸에 찬 모든 것을 중력 마법이 걸린 물건으로, 대폭 무게를 늘려 놓은 것이다.

은빛으로 빛나는 갑옷보다, 몸에 찬 것들이 몇 배는 더 무거웠다.

“허억-! 크허어억-!”

그들은 모두 탈진하기 직전의 얼굴로 달리고 있었지만, 절묘하게도 쓰러지진 않았다.

딱 쓰러지기 직전까지 오면, 어느새 유렌이 귀신같이 나타나 물과 소금. 그리고 약간의 휴식을 주기 때문이었다.

그리다, 정말 체력에 한계에 달한다면?

파아아앗-!

성직자 중에서도, 고위급의 성직자가 함께하는데 무슨 걱정이겠는가.

“……감사합니다.”

한계에 달한 마탑원은 루시아의 치료를 받곤, 혼이 나간 얼굴로 다시 훈련에 복귀했다.

“허억 허억-!”

“크흐억!”

문제는, 단순히 달리는 것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나!”

유렌의 고함이 떨어지는 순간, 모두는 재빠르게 옆으로 굴렀다.

쿠웅-

150kg에서 200kg에 달하는 그들이 동시에 땅바닥을 구르자 제법 큰 소리가 났다.

물론, 당사자들은 그러는지도 몰랐지만.

“둘!”

이번에는, 재빨리 뒤로 3m 정도 데굴데굴 굴러간 후. 서둘러 일어섰다.

몇몇은 비틀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전부 해냈다.

“셋!”

마지막 유렌의 구호가 떨어진 순간. 50여 명은 전력 질주로 앞으로 달렸다.

저 앞에서 셀레나가, 손가락으로 15란 숫자를 만들고 있었다.

“선착순~!”

즉, 선착순 15명이란 이야기였다.

“으아아아-!”

“끄아아아-!”

그렇게 그들은, 이동과 훈련을 동시에 하며 움직였다. 놀랍게도, 일반 여행자들이 가는 이동 속도에 뒤떨어지지 않게 말이다.

‘……허억. 허억. 뭔가 좀 이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구르는 이들 옆에, 왜인지는 몰라도 루시아가 조용히 달리고 있었다.

긴 갈색 머리칼과 회색 신관복을 휘날리며 달리는 루시아는, 엊그제 유렌에게 이런 권유를 들은 것이다.

-루시아. 당신도 가볍게 훈련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당연히, 저렇게 심하게는 안 합니다.

-……저도 말입니까?

-네. 어차피 그 신탁을 따르기 위해서라도, 저와 이 마탑과 꽤 오랫동안 계실 듯한데. 가볍게 참가 정도만 해보심이? 체력도 붙고, 나쁠 건 없을 겁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혼자만 마차를 타고 가기도, 조금 그러니.

그렇게 시작된 루시아의 달리기는, 중간중간 회복을 받으러 오는 이들을 치료할 때만 빼고, 쭉 계속되었다.

중간에 힘들어 조금 쉬려고만 하면.

-저런. 휴식입니까? 조금만 더 하시면, 훨씬 효과가 좋을 텐데 말이죠.

-아하하~. 천천히라도 뛰세요~. 철퇴는 제가 들어드릴게요~.

이렇게 은근슬쩍, 신경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압박이 들어와 끊임없이 달리고 있는 것이다.

‘……뭐, 괜찮겠죠.’

그녀 역시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는 몸을 단련한지라, 이 정도는 크게 힘들진 않았다.

자신은 저들처럼 두꺼운 갑옷을 입고, 무언가 무거운 것을 차고, 저렇게 데굴데굴 구르지는 않지 않은가.

그저, 이건 달리기일 뿐이다.

루시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차분히 일행의 뒤에서 달려 나갔다.

힘들게 훈련하는 마탑원들을 불쌍히 보며 말이다.

가까운 미래에 자신이 어떻게 될 지는, 아직 꿈에도 모른 채로.

 

* *

 

수도 베르헨 근방의 한 시골 마을인 레우드 마을.

본디 5~60여 가구밖에 없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지만, 1여 년 전부턴 완전히 달라졌다.

그동안 있으나 마나 별 볼 일 없었던, 마을 근방의 하바트 던전이 대격변.

지금은 이 일대는 물론이고, 이 마도 왕국에서 손꼽히는 초보자 던전으로 등극 한 것이다.

지금은 인구도 배 이상으로 늘고, 이 작은 마을에 여관이나 도구점도 각각 3개씩 들어서는 등, 재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 물러난 전 촌장만 제외하고, 마을 주민들은 모두 기뻐하며 던전주를 칭송했다. 

다른 권력자들과는 다르게, 마을에게 돈을 뜯어내긴커녕 오히려 도와주고 있었으니까.

-그분이 던전 주인이 된 것이 정말 다행이지 뭔가. 설마 사설 경비원까지 써서, 마을의 치안도 지켜주실 줄이야.

-그래. 처음 오셨을 땐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정말 잘 됐지. 덕분에 마을의 수입이 확 늘었는데, 통행료도 거의 받지 않으시잖나.

그 핵심인 하바트 던전은, 던전주가 보낸 두 명이 관리를 맡아, 큰 소리 없이 잘 관리하고 있었다.

지금 같은 경우만 제외하고 말이다.

“마침 잘 만났다! 어이! 관리인 나리! 왜 우리가 순서가 뒤냐고! 씨발. 이래서야 시간만 낭비잖아!”

“맞아! 이런 할 것도 없는 깡촌서 말이야!”

레우드 마을의 주점.

취할 대로 취한 두 명의 2위계 마법사가, 던전의 관리인 중의 하나인 잭슨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들어가는 순서는 공정하게 분배했는데.”

“어? 이 새끼 봐라? 말을 놔? 이런 씨발. 지금 마법도 못 쓰는 주제에, 던전 관리 좀 한다고 눈에 뵈는 게 없냐!”

콰앙-!

취할 대로 취한 한 마법사가, 마력을 둘러 주점의 탁자를 두 동강 내었다.

“꺄악!”

“이, 이런!”

금새 주변은 소란스러워졌고, 취한 두 마법사의 인상은 더더욱 일그러져갔다.

자신들이 겁을 줬음에도, 저 관리자란 놈은 거의 겁먹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제기랄.’

하바트 던전의 보조 관리자 - 잭슨은 뒤로 숨긴 손을 벌벌 떨면서도,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다.

‘하필이면, 경비 마법사들이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검사와 마법사들이 자주 오는 이상, 당연히 던전주는 던전과 마을. 두 군데에 모두 마법사 경비를 고용했다.

그 중엔 3위계의 정식 마법사도 있어, 그 사람만 있다면 이 취한 놈들 따위 아무것도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다른 경비들과 던전에 잠깐 일이 있어 들어간 상태였다.

“어엉?! 정말 죽고 싶냐?!”

“……큭.”

하지만 그럼에도 잭슨은, 그들에게 굴하지 않았다.

“……잭슨.”

저 술집의 카운터 밑에, 오들오들 떨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메리가 있는 것이다.

결혼까지 약속한 그녀의 앞이다. 

던전의 관리자 중 하나의 몸으로서, 그런 그녀의 앞에서 이런 취객들에게 무릎을 꿇을 순 없었다,

“……밖으로 나와라!”

그렇다면, 없는 곳에서 꿇어야겠지.

“허. 정말, 이게 미쳤나……?”

잭슨의 용감한 그 목소리에, 두 마법사는 술에 취한 중에서도 어처구니가 없는 듯 허허거렸다.

잭슨은 메리의 걱정과 기대어린 눈빛을 받아 가며, 술집 앞 광장에 나왔다.

뒤에서 거의 살기를 내뿜는 두 마법사와 함께 말이다.

‘제발, 메리. 밖을 보지 말아줘.’

이미 무릎을 꿇을 준비를 마친 잭슨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메리는 술집 창문으로 그를 반짝거리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래. 나왔다. 어쩔 거냐!”

취한 마법사가 흐느적거리는 마법 화살을 2개 구현화해낸 그 순간.

즉시 무릎을 꿇으려던 잭슨의 눈에, 이 광장으로 다가오는 50여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어?”

“응? ……헉?!”

쿵! 쿵! 쿵-!

그 50여 명은 비록 흙투성이의 행색이었지만, 오와 열을 절도있게 맞춘 채 마을 광장 안으로 척척 들어왔다.

그들의 망토나 가슴에 걸려있는 저 힘과 스태프 그림의 문양은, 지금 잭슨 자신이 가슴에 새긴 문양과 일치했다.

바로,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의 문양이었다.

“……어…….”

“이, 이게 무슨……?”

두 마법사는 어느새 술이 깬 듯 주변을 힐끔거렸지만, 이미 50여 명에게 포위된 광장을 벗어나기란 불가능했다.

“오랜만이네. 잭슨.”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한 적갈색 머리의 커다란 마법사가 여유 있게 걸어나 왔다.

길고 두꺼운 하얀색 스태프가 인상적인 그에게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더, 던전주님!”

“오랜만에 잠시 들렸지. 마침 지나가는 길이기도 해서. 그나저나 조금 소란스럽던데, 쟤네들은 뭐지?”

유렌의 시선이 두 마법사에게 향하자, 그들은 식겁하며 필사적으로 그 시선을 피했다.

잭슨은 그 모습을 보며, 빙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난동 부리는 깡패입니다. 방금 저를 공격하려고 하더군요.”

“……그래?”

마침 분풀이를 찾고 있던 50여 명의 날카로운 시선이, 두 마법사에게 사정없이 꽂혔다.

그들은 유렌이 뭐라 하기도 전에, 스태프를 움켜쥐며 그들에게 점점 다가갔다.

“자, 잠깐……! 오해입니다!”

“사, 살려 주십시오!”

거의 울 것 같은 두 마법사의 비명이, 시골 마을의 광장에서 높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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