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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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01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01화 죽음을 거역하는 법 (13)
마치 초원 전체를 불태우는 것 같은 강렬한 마법의 불길이 사그라진 후.
유렌은 초원에 있는 거의 모든 언데드들이 소멸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경 수백 미터가 모두 검게 타버린 잿더미 속.
뼈까지 검게 타버린 몇 마리의 리치들만이 그곳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드드득-
까드득-
육체가 거의 검게 타버려 반쯤 부스러진 리치들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남은 뼈다귀를 딱딱 떨었다.
중급 이상의 리치는, 다른 공간에 자신을 생명을 나눠서 보관한, 절반은 불사의 몬스터다.
그것을 찾아 부수거나 강력한 신성력으로 통째로 소멸시키지 않는 이상, 그들을 소멸시키기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강한 신성력이나 신성물을 가진 성직자가 없는 상황에서였지만.
“아직 죽다 만 더러운 뼈다귀들이 이렇게나 많군요!”
뻐걱-!
성벽에서 재빠르게 달려온 루시아가, 철퇴를 붕붕 휘두르기 시작했다.
잿더미에서 기어 다니는 리치들의 머리를, 철퇴로 하나하나 부수고 있는 것이다.
빠각-!
“마침 잘 됐군요. 신성력이 아직 부족했는데 말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언데드들도, 조금이나마 쓸모가 있는 것이군요. 참으로 새로운 경험입니다!”
하나둘 사라져가는 리치들을 바라보던 유렌은, 곧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았다.
두근두근-
이 몸으로 다시 전생해, 이렇게까지 큰 마력을 쓴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새롭게 탈피한 그의 심장은, 아직도 상당한 마력이 남아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해졌군.’
이전의 자신이 평범한 4레벨이 아닌 것 정도야,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5레벨이 될 때도, 일반적인 5레벨보다 훨씬 강해질 것 정도는 당연히 예상했다.
하지만, 이건…….
유렌은 다시 한번 반경 수백 미터가 검은 재로 변해버린 초원을 바라보았다.
‘보통의 5레벨 마법사로선, 이런 짓은 불가능하지.’
마력도 마력이고, 화력도 이런 화력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해냈다. 그것도 그다지 힘들이지도 않고 둘 다 충분하게.
예전이 자신과 비교한다면, 1:1은 모자라도 약자들.
즉, 병사들을 살상하는 데는 옛 소드마스터 시절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힘으로도 놈들을 전부 막을 수 있을까?’
유렌은 성으로 돌아가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자신의 최종 목표는 모두 대전쟁을 막기 위해, 허무하게 죽어버린 옛 부하들을 다시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하는 것.
지금까지는 미래를 바꿔가면서 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몸으로 다시 눈을 뜬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많은 동료와 세력과 인맥. 그리고 막대한 자금 등을 얻었으니까.
하지만, 앞으로 이렇게 계속 잘 나아간다는 보장은 없었다.
이번 건만 하더라도, 갑자기 뜬금없는 고대신이라는 놈이 등장하지 않았는가. 지난 생에서는 듣지도 못한 놈이 갑자기 말이다.
‘다행히 거의 찌꺼기나 다름없게 약해진 놈이었지만. 그래도 신은 신이었으니.’
덕분에 일행이 전멸할뻔하고, 겨우 나왔어도 셀레나의 목이 잘릴 뻔했다.
그 외에도 새로 받은 마탑원들도 생사를 오갔고.
‘놈들이 더 강하고 집요하게 나온다는 말이지.’
엘프.
그 뾰쪽귀 놈들이 무서운 점은, 힘도 힘이지만 수단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점으로 장악해 온다는 것이다.
자신이 막으면 막을수록, 놈들도 더욱더 다양한 방법으로 더 강하게 올 터.
‘내가 그것을 전부 다 컨트롤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번 고대신같이, 점점 더 규모를 크게 벌이는 것이 아닐까.
단순히 대전쟁을 막겠다는 이 생각이 더 큰 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뀌어가는 미래와 점점 커지는 사건들에. 머리가 복잡해진 유렌이 성벽 안으로 들어온 그 순간.
우와아아아아-!!
“……!”
유렌은 성문 안쪽에서, 크게 환호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
“이 도시를 구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 성주인 페이란 자작을 비롯해, 도시 내의 수많은 병사와 주민들이 모여 유렌을 맞이한 것이다.
“정말, 정말로 감사합니다! 영웅님!”
“이 도시의 모두를 구하셨습니다!”
“제 자식들, 그리고 손주들을 구해주셔서 정말로.!”
감격하며 우는 사람과, 크게 웃으며 환호하는 병사들. 아직도 손발을 벌벌 떨면서도, 고개를 깊게 숙이는 노인들.
아니,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이 성문 앞에 다 모이지 못한 사람들도, 저 뒤로 한참이나 바글거리고 있었다.
“드래곤 나이트 유렌! 북방에 이어, 여기까지 오셔서 놈들을 물리쳐주셨군요!”
“서, 성녀님도 대단하십니다! 이 도시를 도와주신 영웅님들, 모두 만세!”
눈에 보이는 것만 최소 수천 이상.
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많은 사람이,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순수히 감사의 감정을 부딪쳐왔다.
복잡했던 유렌의 가슴에, 조금씩 따스한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올라왔다.
‘……그래. 적어도 이 사람들은, 이 도시는 나와 그들이 구한 거지.’
그 뾰쪽귀 놈들과 찌꺼기만 남은 고대신을 물리쳐서 말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감사받는 것은 처음입니다. 성녀란 말은 약간 부담스럽지만요.”
어느새 유렌의 뒤를 따라온 루시아도, 사람들의 환영이 기쁜지 싱글싱글 웃었다.
‘……그녀가 미래에선 이렇게 웃었던 적이 있었던가?’
자신의 과거 기억이자, 지금은 아마 일어나지 않은 미래.
루시아가 몸이 망가져 제국에 군종 사제를 하고 있을 당시, 그녀는 저렇게 환하게 웃은 적은 거의 없었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몸이 망가진 상태에서, 긴 전쟁으로 사람만 죽어 나가고 있는 것을 보는데, 얼마나 웃을 일이 있겠는가.
하지만, 현재의 그녀는 달랐다.
아직 몸이 다치지도 않았고, 자신이 그녀를 안 이상 다치게 놔두지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저런 행복한 미소라니.
생각해보면, 이미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의 일부는 이룬 것이다.
소중한 동료이자 부하의 미래를 좋게 바꿨으며, 바꿀 것이니.
‘……그래,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유렌은 루시아의 환한 웃음과 주민들의 환호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귀 긴 놈들을 철저히 막아가며, 대전쟁을 막는다. 확정 되어있는 파멸된 미래로 가진 않는다.
설령 놈들이 무슨 수를 계속 쓰더라도, 이번 같이 막는다. 그거면 된 거다.
일어나지도 않은 만약을 따져가며 주저할 필요 따윈 없었다.
“역시 마스터임다!”
“유렌! 아까 마법은 대체 뭐야?! 아……! 그것보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아하하~. 아까는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혼자서 가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유렌의 얼굴이 훨씬 홀가분해졌을 그때.
파아아앗-!
갑자기 하늘에서 신성해 보이는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
“……저, 저건?”
하늘에서 내려온 은은한 회색빛은, 결코 강한 빛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빛을 보는 수천 명의 사람은, 모두 동시에 느꼈다.
‘신.’
이 빛은, 인간이 내는 그런 신성력이 아니라고.
하늘에서 위대한 존재가 인간에게 내리는, 그런 지고한 빛이라고.
“오! 오오오-!”
“시, 신탁이다!”
가장 먼저 태양신의 사제들이 놀라 바닥에 엎드렸다.
비록 그들이 모시는 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신의 신탁이다.
성직자인 그들이 경의를 표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시, 신탁이라고?!”
“세상에! 역시 성녀님이셨어!”
“저런 영웅분과 함께하시는 분이, 성녀가 아닐 리가 없지!”
그리고 그다음은 민중과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다 똑똑히 보았다.
저 회색빛을 받는 성녀(?)와, 저 옆에서 어리둥절 서 있는 영웅이, 수천의 언데드를 무찌른 것을.
그런 상황에서 신의 신탁을 받는다고?
당연히, 무릎을 꿇지 않는 자들은 없었다.
“하……하핫. 정말로 신께서 돕고 계셨을 줄이야.”
그리고 마지막은 영주인 자작과 기사. 마법사들이었다.
그들은 신분상 망설이긴 했지만, 그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털썩-
바로 영주인 페이란 자작이, 큰 고민 없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귀족이자 영주인 그가 그러는데, 이 영지에서 멀쩡히 서 있을 사람은 없었다.
그런 사람들은, 유렌과 그 일행들 정도에 불과했다.
[나의 충실한 두 번째 종. 루시아에게 전한다.]
하늘에서 중후한 신의 목소리가 들리며, 루시아의 품에서 작은 회색의 점토판이 끌려 나와 하늘로 둥둥 떠올랐다.
‘……저게 저번 신탁의 원본이었나?’
신탁이란, 신이 자신의 성직자에게 내리는 공식적인 명령 혹은 예언.
지금처럼 공식적으로 신탁을 내릴 때도 있지만, 조용한 곳에서 혼자 기도를 드리고 있는 성직자에게 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공통점은 있었다.
신탁은 항상 그 전문이 적힌 작은 원본과 함께 내려왔다. 성직자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그런 힘이 담긴 원본으로.
파앙-!
서서히 하늘로 올라간 작은 점토판이, 그대로 공중에서 산산이 조각났다.
저 신탁은 이미 이루어졌다는 뜻이었다.
‘……그럼, 남은 언데드는 이걸로 끝인가? 최소한 엘프들은 물러났다는 소리겠군.’
유렌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갈 그때. 하늘에서 다시 한번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그 빛에선, 조금 전보단 훨씬 기다란 점토판이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세상에. 미쳤습니까? 데르빗 님. 또 무슨 일을 시키시려고 저리 기다란 것을…….”
“……큽!”
어처구니없는 듯한 루시아의 작은 중얼거림을 들은 유렌은,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모두가 감격하고 있는 이 신탁을 받는 현장에서.
성녀라고 추앙받고 있는 성직자가 할 말은 절대로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렌이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웃음을 참는 사이, 루시아는 자신에게 내려온 점토판을 차분히 받아 읽었다.
“……어어?!”
그리곤,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점토판과 하늘을 번갈아 보다 외쳤다.
“아니, 이딴 걸 신탁이라고 내리시는 거……!”
그날.
서부의 한 영지에서 있던 언데드 창궐이 끝났다는 낭보와, 한 이름 없는 교단의 신탁이 내렸다는 소식이 왕국 전체에 퍼져나갔다.
단지, 그 신탁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채로.
* *
수도 베르헨.
중심가에서 살짝 벗어난, 어느 훌륭한 저택.
“……공주님. 이러시면 곤란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자주 찾아오신다면 말입니다.”
“어머. 손녀가 할아버지를 보러 왔는데, 너무 말씀이 심하시네요.”
그 응접실에는 왕자파의 사실상의 수장이었던 예니힌 공작과, 왕국의 3왕녀인 에레니안 공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만 노공작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고, 공주는 여유가 넘치는 얼굴이었다.
“어차피 이곳은, 겉으로는 한 상인의 집으로 위장된 곳이죠, 더군다나 할아버지는 같은 왕자파에게도, 이곳을 비밀로 하셨고요. 그렇게 저희가 만난 것이 쉽게 들통날 것 같지는 않아요.”
“……대단하군요.”
노공작은 불쾌한 표정을 지우며, 공주의 말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맞다. 이곳은 자신이 비밀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곳.
왕자파의 다른 귀족들은 물론이고, 자신의 측근들조차 이곳을 아는 자들은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걸, 저 손녀가 여유롭게 말하는 것이다.
정보 쪽으로, 굉장히 성장했다는 증거였다.
‘……확실히 많이 성장하긴 했어.’
노공작은 자신의 마음이 다시 흔들리는 것을 붙잡고 말을 이어나갔다.
“공주님 덕에, 저는 왕자님에게 불필요한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뭐, 그것도 당연히 노리신 거겠지만요.”
“글쎄요. 제가 한 짓은 그저 도로에서 대놓고 할아버지와 만난 것밖에 없어요. 조금이라도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행동 가지고 할아버지이자 세력의 핵심을 의심하진 않겠죠.”
“…….”
공작은 다시 할 말이 없어, 약하게 한숨을 쉬었다.
저 말이 맞았다.
정말 조금이라도 지능이 있거나 이성이 남아있다면, 겨우 그런 것으로 자신을 의심하지 못했겠지.
하지만, 자신의 손자놈은 달랐다.
-……배신자! 감히 외조부라고 대우해 줬더니, 이젠 나를 배신하려고 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왕자님. 설마, 공주님이 저를 찾아온 것 때문에? 그것은…….
-얼마나 그쪽과 많이 만났으면, 아예 대낮에 길거리에서도 접촉하겠어?! 할아버지만 아니었더라도, 당장 채찍으로 쳤을 거야! 빨리 내 눈앞에서 사라져!
너무나,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왕자의 폭거였다.
같이 있던 왕자파의 다른 귀족들은 물론이고, 시종들조차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으니 말이다.
-고, 공작님. 요새 왕자님이 매우 피곤하셔서 그런 것이니…….
어찌나 명분이 없으면, 자신과 왕자파의 지분을 놓고 부딪혔던 다이드란 후작마저 저렇게 말하겠는가.
왕자파의 모두가 말려 왕자는 간신히 사라지라는 말은 철회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때부터 얼마 지나진 않았지만, 아주 노골적으로 그를 배제하기 시작한 것이 보였다.
“애초에 그 정도 이유로 할아버지를 밀어내기 시작했다면, 제가 아니더라도 곧 무슨 이유라도 만들었겠죠.”
공주의 말에, 노공작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녀의 말이 맞았다. 아무리 손자놈이 멍청하다지만, 이것은 정도를 지나쳤다.
그저 자신을 쳐내고 싶은 것이겠지.
자신만의 말을 드는 세력이 생겼으니, 이젠 그가 거추장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왕자님을 아직 놓을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와 약속이니까요?”
“예. 그렇습니다. 가장 왕위에 오를 확률이 높은 자식을 도와라. 그것이 제 불쌍한 딸이 남긴 유언이었으니까요.”
“……어머니는 분명 그런 뜻으로 남긴 게 아닐 텐데요.”
“그저 늙은이의 고집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뭐, 공주님도 많이 따라오셨지만, 아직도 저쪽이 더 확률이 높습니다.”
노공작의 조용한 그 말에, 공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왕자파의 세력에서 빠지더라도, 아직 그쪽의 세력이 더욱 컸다.
최근에 붙은, 정체불명의 세력의 건도 있고.
“저를 설득하시려면, 저번 마차에서 말씀드린 조건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다만, 그건 힘드시겠죠.”
“……뭐, 그렇죠.”
노공작의 말에, 공주는 살짝 한숨을 쉬며 생각에 잠겼다.
‘후우. 역시 어쩔 수 없네. 할아버지는 조금 더 차근차근 접근할 수밖에.’
아무리 그래도, 유렌과 그 마탑에게 그 정도까지 기대는 할 수 없었다.
아니, 너무 과했다.
공주파의 누군가가 언데드 사태를 단시간 안에 해결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다는 공작의 조건은 말이다.
-그 정도 힘이 있다면야 현재의 세력 정도야 큰 의미가 없지요. 곧 왕자님의 세력 정도야 거뜬히 뛰어넘을 수 있다는 증거이니, 왕위에 오를 확률이 가장 높을 테니까요.
공주는 지금쯤 한창 조사를 하고 있을 유렌이나 툰드라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위험한 곳에서 필사적으로 목숨을 걸고 일하는 친구이자 수하들이다.
무리한 조건을 밝혀봐야, 그들이 위험해 처할 확률만 늘어난다.
“그럼 다음에 또….”
공주가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려고 하던 그때.
정말이지 급한 발걸음과 노크가 밖에서 긴급하게 들려왔다.
똑똑-
“결례를 용서해주십시오. 공주님.”
노공작의 최측근 중 하나가 방에 들어와 깊게 고개를 숙인 후, 재빠르게 작은 쪽지를 공작에게 내밀었다.
“……!! 이, 이건?!”
쪽지를 본 공작은 말 그대로 경악했다. 그 얼굴을 본 공주도 놀랄 정도로 말이다.
“…….”
그리곤 곧 공주에게 자신이 본 쪽지를 내밀었다.
그 작은 쪽지에는 단 두 줄만이 서 있었다.
<세이지 유렌과 그 마탑. 언데드 문제 해결.>
“……!!”
공주는 짧은 한 줄에서, 경악과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아니, 대체 어떻게? 그저 선발대를 돕겠다고 가더니, 아예 사태 자체를 해결해 버렸다고?
그런 공주의 경악은, 다음 줄에서 더더욱 커졌다.
<그는 성녀와 함께 신탁을 받고, 베르헨으로 귀환 중.>
신탁? 성녀? 아니 이게 무슨…….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죠…….”
공주는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같은 핏줄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눈앞의 노공작과 똑 닮은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