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0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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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00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00화 죽음을 거역하는 법 (12)
쒸이이익-!
수백 개의 마법 화살이, 하늘에서 비처럼 내려 수많은 언데드들을 꿰뚫기 시작했다.
퍼어억-!
콰아앙-!
육체와 뼈를 박살 내고 터트리는 소리와, 단단한 무언가를 박살 내는 소리들이 함께 울려퍼졌다.
언데드들의 기괴한 신음들과 함께.
끼에에엑-!
끄으으엑-!
마법 화살들은, 단순히 한번 꿰뚫는 것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9번이나 비틀린 화살들은, 언데드를 뚫고 지나가도 사라지지 않고 다음 놈들을 꿰뚫었다.
대부분의 마법 화살들이, 최소 3~4개체의 언데드들에게 타격을 입히고서야 소멸하였다.
즉, 수백 개의 마법 화살로, 천 단위의 언데드들에게 타격을 준 것이었다.
“……흠.”
하지만 공중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유렌은, 여전히 불만인 듯한 표정이었다.
이미 피를 뿌리고 쓰러진 몇몇 마탑원들과, 하마터면 목이 달아날 뻔한 셀레나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시체 놈들이 감히.’
유렌은 인상을 찌푸리며, 작은 드래곤 - 사이케스의 등 위에서 걸어 나와 그대로 공중에 두둥실 떠올랐다.
“크롸롸롸-?!”
사이케스가 조금 아쉬운 소리를 냈으나. 그 이상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도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는 이미 알았다.
펄럭-
사이케스는 두말할 것 없이, 나머지 일행들을 태운 채 성벽으로 재빠르게 날아갔다.
일행들의 몸 상태도 정상은 아니었으니, 저런 조용하고 안정된 곳에서 치료가 중요했다.
유렌은 하늘에서 조용히 밑을 바라보며, 마법 화살들에도 살아남아 움직이는 언데드들을 바라보았다.
‘……대략 천 개체 정도 남았나?’
기존 수천에 달했던 언데드들은, 자기들끼리 합체와 변형을 이루면서 이미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리고서 방금 유렌이 가한 마법 화살 포격으로, 또 절반 가량이 준 것이다.
비록 남은 놈들은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도 움직이는 강력한 놈들이었지만, 유렌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저렇게 단번에 끝장나지 않은 것을 감사할 정도였다.
두근- 두근-.
아직도 충분하다 못해, 거의 넘치기 직전까지 가 있는 이 심장의 마력을 쓸 곳이 남아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캬아아악-!”
그 중, 몸의 1/3이 없어져 서서히 재생하고 있는 네 마리의 리치가, 하늘의 유렌을 향해 마법을 발사했다.
파지지직-!
네 마리의 리치가 쏘아낸 4개의 번개는, 마치 합을 맞추기라도 한 듯 10m 정도의 상공에서 합쳐졌다.
“호오?”
유렌도 처음 보는 방식에 잠깐 감탄하는 사이, 거대한 번개가 순식간에 유렌에게 다가왔다
“서로 다른 개체가 쓴 마법들끼리, 공중에서 마법을 합체시키다니. 신기하네. 자의식 없는 언데드라 가능한 건가?”
하지만 유렌은, 어떠한 동요도 없이 조용히 번개에 손을 내밀었다.
파지지직-
단지 그것만으로 거대한 번개는 그대로 공중에서 멈췄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그만큼 컨트롤도 네 놈이서 제각기 하니, 빼앗기도 훨씬 쉽지.”
유렌이 피식 웃으며, 그 번개에 자신의 마력을 담는 그 순간.
빠지지지직-!!
“크캬아아악-!!”
거대한 번개는 다시 지상으로 떨어져, 마법을 발사한 네 마리의 리치를 차례차례 휩쓸어버렸다.
유렌이 순식간에 마법을 빼앗고, 강화.
연쇄 번개로 마법을 강화해, 놈들을 쓸어버린 것이다.
드드득-
자의식 없는 리치들은 온몸이 날아가, 그저 검게 탄 뼈다귀가 되어 흙에서 달그락거릴 뿐이었다.
리치인 이상, 생명력을 병에 따로 나눈 덕으로 소멸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타격이 커 금세 제대로 일어나 움직이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놈들은 다 쓸어버린 후, 루시아가 철퇴로 내려치면 되겠고.’
유렌은 이제 리치에서는 눈을 떼고는, 조용히 다른 언데드들을 둘러보았다.
넓은 공간에 띄엄띄엄 있는 것이, 광역 마법으론 처리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원래는 조금 전 쓴 마법 화살처럼, 원격 조정용 마법을 써야 하겠지만…….
‘그럴 필요성이 없지.’
두근- 두근-!
유렌은 그야말로 넘치기 직전의 심장 속 마력을 마음껏 내보내 마법을 외우기 시작했다.
넓은 지역에 하나하나 퍼져서 광역 마법을 쓰기 힘들다면? 답은 간단하지 않은가.
파아앗-
유렌의 스태프가 갈색의 빛을 뿜자, 초원 전체가 잠시 들썩이는 것 같았다.
“크르륵?!”
공포의 기사와 좀비가 합체한 변형물이, 갑자기 좀비의 하반신에 흙이 찰싹 달라붙은 것을 느꼈다.
철퍽-
어느새 진흙 같이 질척이는 흙이, 그놈뿐만이 아닌 주변의 모든 개체의 하반신을 휘감고 있었다.
언데드들은 벗어나려 애썼지만, 대체 무슨 마법이 섞인 건지 벗어날 수가 없었다.
쿠웅-!
그리고 무언가 거대한 울리는 소리가 나자, 그들을 휘감고 있던 진흙들이 일제히 이동을 시작했다.
자신들이 휘감고 있던 언데드들과 함께 말이다.
“크르르릉-!”
“끼에에엑-!”
그렇게 그들은 모두 한곳을 향해서 모이기 시작했다.
바로 초원의 한가운데로 말이다.
‘넓은 곳에 띄엄띄엄 있다면, 모아버리면 되는 거지.’
유렌은 자신의 밑에 모이고 있는 언데드들을 보며, 마력을 모아 머리 위로 마법을 만들기 시작했다.
‘언데드. 죽음에 거역하는 자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죽음을 거역함과 도시에, 가장 죽음에 가까운 존재들이기도 했다.
유렌은 진정으로 죽음에 거역하는 법은 몰랐다.
그것은 말 그대로 신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 불가능 한 것이니.
하지만 지금 그는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죽음을 거역하고 있는 저 언데드들에게, 오히려 그 죽음을 확실히 선사하는 방법을 말이다.
우우우우웅-!
유렌의 머리 위로 모인 마력이, 점점 더 거대하고 강렬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
언데드들에게 맞서고 있는, 서부의 도시 루브란.
하지만 지금 그 성벽 위는, 바쁘게 움직이는 성직자와 의사. 그리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심부름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자, 여긴 다 됐습니다! 빨리빨리 다음 환자를!”
특히나, 아까 전 작은 드래곤이 태우고 온 성직자. 루시아는, 중상자들을 위주로 신성력을 쏟아붓고 있었다.
함께 온 일행들은 일단, 응급치료 등은 전부 끝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
다른 성직자나 의사에게 맡겨두고, 목숨이 위험한 중환자를 전부 자신에게 데려오라고 소리친 것이다.
-젠장. 피가 멈추지 않아!
-이런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
이미 반쯤 포기 된 중환자들이, 차례대로 루시아의 앞에 도착하자마자 강렬한 하얀 빛이 주변을 뒤덮었다.
파아아앗-!!
강렬한 신성력이, 중환자들의 안색을 순식간에 좋게 만든 것이다.
“오, 오오! 이럴 수가!”
“어떻게 저렇게 강한 신성력이……! 거의 성녀에 버금가는 수준이로군!”
다른 성직자와 의사들의 감탄 속에, 중상자들의 치료를 계속되었다.
셀레나가 질질 끌고 온, 중상을 입은 마탑원들의 치료까지 더해진 것이다.
“하아-. 하아-. 이걸로 됐습니다.”
“휴우~. 고마워요~!”
반면, 끊임없이 중상자들을 치료한 루시아의 안색은 점점 나빠져만 갔다.
아무리 그녀라도, 죽음의 문턱에 있는 자들을 연속으로 계속 살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크롸롸롸-!”
보다 못한 주위 사람들이 루시아를 말리려고 했을 그때.
어디론가 사라졌단 사이케스가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재빨리 성벽에 다시 돌아와 있었다.
“음~? 이, 이건~?!”
셀레나와 주변인들은, 사이케스가 성벽 위에 퉤 하고 뱉은 것을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너덜너덜한, 리치 한 구였다.
텅 빈 눈 안이 빨갛게 빛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분명 아직 소멸하지 않은 개체고.
“이, 이것을 대체 왜~?”
셀레나가 놀라며 재빨리 검을 빼 들었지만, 주저앉아 있던 루시아가 일어나 그녀를 말리며 다가왔다.
“후우-. 괜찮습니다. 저 드래고니안은, 이 저주받은 망할 뼈다귀들을 저 때문에 가져온 것이니까요.”
“……~?”
영문을 모르겠다는 셀레나와 그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고, 루시아는 신성물인 철퇴를 높게 들어 올렸다.
빠각-!
그리고, 내려쳤다.
신성력이 가득 남긴 그 철퇴로 아주 강하게.
“……자, 잠깐만~!”
셀레나와 다른 이들은 말 그대로 기겁했다.
아니. 신성력이 바닥나 힘든 상황에서, 갑자기 신성력을 마구 쓰며 리치를 두들겨 팬다고?
저러면 당연히 얼마 남지 않은 신성력마저 금방 바닥이 날 게 뻔하지 않은가.
“어?”
하지만 지켜보던 한 태양신의 사제는 느꼈다.
저 막대한 신성력으로 두들겨 패면 팰수록, 오히려 루시아의 신성력이 점점 더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저게 대체 어떻게 된……?’
당연히 태양신의 사제는 몰랐다.
그녀가 믿는 신이 힘과 폭력의 신이며, 폭력적인 목적으로 신성력을 쓸 때, 소모는커녕 오히려 조금씩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빠각-!
뻐거걱-!
빠가악-!
그렇게 두들겨 팬 것이, 10여 번.
안 그래도 육체는 이미 망가져 있었던 리치는, 강력한 신성물과 신성력으로 인해 명이 다했는지 그대로 소멸하였다.
“음! 신성력이 어느 정도 돌아왔습니다! 숨 멎기 직전의 환자들이 있다면, 빨리빨리 보내주십시오!”
“아, 네. 네.”
지켜보는 이들이 황당한 회복 방법에 할 말을 잃은 그때.
우우우웅-!
마력이 있는 이들은 당연하고, 아무 마력도 쓰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압도당할 마력이 성벽 밖에서 느껴졌다.
“……말도 안 돼.”
조금 떨어진 성벽 위에서 언데드들을 견제하던 툰드라가, 넋을 잃은 듯 중얼거렸다.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는 자신의 은색 머리칼을 매만지며 말이다.
유렌의 머리 위에, 최소 3가지 원소가 섞인 강력한 마력을 담은 거대한 불덩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푸르고 하얀 불꽃을 가진 불덩이는, 여기서도 강렬한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강렬했다.
‘대체 어떻게?!’
툰드라가 저것 자체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저 엄청난 마력도 ‘그래. 유렌이니까.’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제 5레벨의 끝이 보이는 자신보다, 이제 막 5레벨로 들어간 그의 마력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이긴 하지만…….
이미 예전부터 그에 대한 평범한 상식은 포기했던 툰드라다.
이제 그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았다.
문제는, 저 마법에서 느껴지는 기운들이었다.
‘일단 화염은 확실하고. 나머진 바람과 번개……인데, 왜 얼음의 기운까지 느껴지는 거지?!’
일단 화염을 바람으로 더욱 증폭하며, 번개의 마력을 씌워 파괴력을 늘린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왜 저 속에서 얼음의 기운까지 느껴지는 것인가.
차라리 다른 기운으로 4개를 합친 것이라면, 조금 놀랄지언정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화염을 베이스로 한 마법에서 얼음이라고?
차라리 잘못 느꼈다면 몰라도, 자신이 얼음의 기운을 잘못 느낄 리는 없었다.
마치 두 원소가 안에서 마구 싸워가며, 서로 더욱더 증폭되는 듯한……!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한…….’
그리고, 유렌이 손을 내리자, 저 거대한 화염이 어느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저 초원의 가운데에 질척이는 진흙으로 감싸여진, 기괴하지만 무력한 언데드들에게 말이다.
그리고 약 반경 수십 미터가 넘는 화염이 언데드들에게 닿는 그 순간.
푸화아아아악-!!
모두의 시야에, 하늘 끝까지 닿는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어찌나 거대하고 높게 불타올랐는지, 하늘 전체가 화염의 주황빛으로 변한 것만 같았다.
“허허…….”
“이 무슨……!”
사람은 너무나 비상식적이며 것을 보면, 오히려 그저 말을 잃는다고 하던가.
“…….”
성벽 위에 나와 있던 페이란 자작은, 마치 석양이 지는 것과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그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눈 속에는, 이 노을을 만든 유렌에 대한 깊은 감사가 가득 들어있었다.
서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언데드 사태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수많은 사람이 목격한, 이른 오후의 뜬금없는 노을과 함께 말이다.
* *
“크, 크흐윽……!”
타다닷-
절단된 왼쪽 어깨 아래를 움켜쥔 녹색 머리의 엘프가, 숨을 헐떡이며 숲을 달리고 있었다.
엘프가 숲에서 숨을 헐떡이는 만큼 희귀하며 보기 힘든 광경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녹색 머리의 엘프는 그만큼 깊은 패닉에 빠져있었다.
“젠장……! 젠장!”
일단, 임무가 완전히 실패했다.
그의 임무는, 고대신의 일부의 힘을 이용하여 왕국의 서부를 휩쓸고, 왕자파에게 힘을 실어 그를 토대로 왕국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빌어먹을 하등생물들과 엮여 완전히 실패하고 만 것이다.
“그 천한 것들이 감히……!”
녹색 머리의 엘프는, 나무에 기대어 이를 으드득 갈며 그 인간들을 저주했다.
단순히 그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실패시킨 것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자존심. 상위 종족인 엘프로서의 자부심을 완전히 부숴버린 것이었다.
“……이 몸을, 아예 무시해버리다니! 인간 주제에!”
그가 가장 용서가 안 되는 것은 바로, 그가 도주하든 말든 그저 보고도 내버려 뒀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자신은 큰 부상으로 제압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텐데도!
실제로 유렌 일행은 아훔바에게만 집중해 그를 잡을 여유가 없었던 것이지만, 엘프의 드높은 자존심은 그것도 용납할 수가 없었다.
하등생물이 감히 자신을 무시한 것이니까.
그렇게 이를 갈던 엘프가,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뭐야. 너 여기서 뭐해? 네가 여기 왜 있어?”
“……!”
그는 뒤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압박감에, 그만 피를 토하며 주저앉았다.
쌓여있던 부상이, 단박에 악화 된 것이었다.
“뭐야? 얘 왜 이래? 야야. 내가 뭘 했다고 피를 토하냐? 뭐 이리 약해 빠진 거야?”
“네가 너무 강하게 노려본 거잖아? 일단 상대는 다쳤으니 힘은 좀 빼라고.”
“……크, 크레이스님! 그리고, 엘리오네님!”
녹색 머리의 엘프는, 주저앉은 상태에도 새로 나타난 두 엘프에게 머리를 숙였다.
“보, 보고드리겠습니다!”
각각 이름을 불린 적발과 흑발의 두 엘프는, 그의 보고를 잠시 듣다 동시에 쓴웃음을 지었다.
“하. 역시 실패할 줄 알았다니까? 그렇게 불확실한 계획으로 성공을 바랬다니. 그것도, 강한 놈들을 보낸 것도 아니고 말이야.”
“맞아. 그러니까 내가 다른 이들을 보내자고 했는데.”
녹색 머리의 엘프는, 자신이 대놓고 무시당하는데도 그저 무릎을 꿇고 벌벌 떨었다.
실패한 입장도 입장이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존재는 자신과는 격이 달랐다.
자신이 인간들을 하위 종족이라고 보듯, 저들도 자신이 그렇게 보이겠지.
“흐음. 그렇다면 어쩔 거야?”
“일단 간접적으로 왕국을 장악해야 하니……. 뭐 간단하게 가자. 주위 나라들을 구슬려서, 간단한 전쟁이라도 일으키지.”
눈앞에서 그가 벌벌 떨든 말든, 적발과 흑발의 두 엘프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어차피 하등한 것들. 놈들의 지도자를 죽이거나, 적당히 구슬리면 그리 힘든 일도 아니야. 전쟁 때문에 왕국이 혼란스러운 사이, 말들을 움직여 방해되는 놈들을 처리하자고.”
“……흐음. 그거 괜찮네.”
마치 옆집에 물건을 빌리러 간다는 듯한 말투로, 전쟁을 입에 담은 두 엘프는 밝게 미소 지었다.
지금 자신들이 말한 계획으로, 얼마만큼의 피가 흐를 것인지는 처음부터 고려에도 없었다.
그들에게, 하등생물이란 그런 것이니까.
그렇게, 대륙의 상황이 급격하게 변동하기 시작했다.
원래의 유렌이 알고 있던 역사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