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9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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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98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98화 죽음을 거역하는 법 (10)
페이란 자작이 다스리는 서부의 한 도시.
크게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평소에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던 이곳은 지금, 혼란과 경악. 그리고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쏴라-! 계속 쏴라아-!”
도시의 수비 대장은,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에게 발작하듯 소리쳤다.
쒸이이익-!
그런 수비 대장이 소리치든 말든, 병사들은 이미 각자 알아서 성벽 밖을 향해 마구 난사하고 있었다.
“히이이익-!”
“죽어! 죽어어!”
하지만 제대로 된 통솔 없이, 그것도 공포에 질린 채 쏘는 활들은 크게 위력적이지 못했다.
“끄어어억-!”
“꺼어어억-!”
물론 워낙 수가 많고, 지능이 없다시피 한 좀비와 구울이니만큼, 화살에 맞는 수는 꽤 많았다.
하지만, 딱 그것뿐이었다.
몇몇 머리와 목을 분리한 얼마 안 되는 강궁을 제외하곤, 천 단위의 좀비와 구울은 화살을 맞고도 계속 성벽으로 걸어왔다.
“……역시 엉망이네요.”
“아하하~. 뭐 어쩔 수 없죠~.”
은발을 번쩍이는 툰드라와, 온몸에 바람을 두른 셀레나는 그저 나오는 한숨을 억눌렀다.
이 도시는, 100년 이상 평화 그 자체였던 도시.
서부의 야만인들이 유명하다지만, 서부에 있는 부대에게 압도당한 지 이미 100여 년이다.
페이란 자작은 말했다.
20여 년 동안 이 도시가 겪은 최대의 전투는, 바로 10여 머리의 중형 몬스터가 습격해 온 것이라고.
“병사라곤 해도 대부분 시장에서 도둑이나 잡는 경비원들에~ 몬스터 전용 부대라고 해도 가도에서 고블린이나 잡는 부대니까요~. 그것도 아니면 징집된 지 몇 주 안 되는 애송이들이던가~.”
셀레나는 활도 제대로 쏘지 못해, 성벽에서 3m 부근으로 화살을 박는 어린 병사를 보며 다시 한숨을 쉬었다.
쩌저저저정-!
바로 그때.
툰드라의 마력이 형태를 이루어, 다가오는 좀비와 구울들을 나누는 거대한 얼음벽을 만들었다.
너비 수십 m에, 높이 10m. 폭도 5m 가까이 되는 두꺼운 얼음벽은, 우선 앞선 500여구의 언데드만 성벽으로 다가오도록 나누어져 있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조금씩 배급 부탁할게요~.”
셀레나는 자신이 데려온 50명의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원들과 함께,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쿠웅-
쿠우웅-
셀레나를 제외하더라도, 일단 모두가 바람의 하급 마법쯤은 쓸 줄 아는 마법사들.
다들 어렵지 않게 성벽의 바깥쪽.
즉, 좀비가 우글거리는 곳에 무사히 착륙했다.
“모두 사격 중지하세요!”
“예, 옙! 사, 사격 중지!”
툰드라의 외침에, 수비 대장은 재빨리 그 말을 따라 외쳐 병사들의 사격을 멈췄다.
어차피 불화살이 아닌 이상, 좀비나 구울은 화살로 죽이긴 힘들니, 굳이 더 쏠 이유도 없었다.
“제발…….”
“마법사님들! 부탁드립니다!”
저들이 무너지면 자신들이 내려가 백병전을 해야한다.
그 사실을 깨닫고 있는 병사들은, 50여 명의 무모해 보이는 마법사들의 선전을 진심으로 기원했다.
사실, 1,2레벨의 마법사들이라고 들어 크게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들은 마법사들임에도 불구하고, 갑옷을 입고 저 밑으로 내려가 있었다.
적어도 저 용기만은, 충분히 존중할 만했다.
“아마, 마법 사정거리가 짧아서겠지?”
“그, 그렇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마법사들이 굳이 성벽 밑으로 갈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기에 대부분의 병사는 오해하고 있었다.
저들은 저레벨 마법사라, 가까이서 마법을 쓰기 위해 저렇게 내려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예상은 전혀 틀린 것이었다.
“모두~ 무기를 들어!”
셀레나의 호령과 함께, 갑옷을 입은 50여 명의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스태프를 번쩍 든 것이다.
그것은 멀리서 보는 병사들의 눈에도, 상당히 두껍고 튼튼해 보였다.
성에 있던 몇몇 마법사가 드는 스태프보다 적어도 배 이상으로.
“마법 부여~!”
셀레나는 자신의 짧은 검을 들고는, 바람의 마력을 부여했다.
화르륵-
하지만 다른 마탑원들 대부분은, 화염 마법을 스태프에 걸었다.
“그럼 돌격~!”
그렇게 외치고 뛰어가는 셀레나를 뒤따라, 50여명의 마법사들은 몽둥이들 들고 좀비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박살내-!”
“죽여어-!”
“훈련에 비하면 이까짓!”
험악한 고함와 욕설을 사정없이 질러가면서 말이다.
뻐어억-!
먼저, 한 정치 큰 갑옷 마법사의 스태프가, 달려오던 구울의 머리를 그대로 박살 냈다.
바둥바둥-
머리만 남은 구울이 어떻게든 다시 움직이려 한순간.
화르륵-
순식간에 구울의 몸에 불이 붙어, 몸 전체가 타들어 갔다.
“끄르르르륵?”
“꺼어어어억-!”
부우우웅-!
이리저리 휘둘러지는 스태프 속.
언데드들은 바람에 절단 되며, 화염에 구워져갔다.
“……어?”
“마……법사님들?”
툰드라는 얼이 빠진 병사들의 소리에 피식하고 웃고는, 끊임없이 얼음벽과 얼음들을 컨트롤 했다.
빠지지직-
너무 언데드가 많이 몰려와, 곧 깨질 것 같은 쪽에는 뒤에 새로운 얼음벽을 새워 보수해준다.
“이쪽으로 50놈 더 부탁드립니다!”
저렇게 외치는 쪽에는, 그쪽의 얼음벽만 살짝 변경. 약간의 언데드를 통과시켜 둔 후 다시 얼린다.
“크윽!”
그리고 가끔 그들이 저렇게 포위되어 위험에 처했을 경우.
쩌저저저정-!
가차 없이 툰드라의 얼음 마법이 작렬.
마탑원들을 위협하는 언데드들을 단숨에 얼음으로 만들어 버렸다.
겉으로만 본다면, 그야말로 계획대로 잘 돌아가는 상황.
‘……그나마 이게 최선이긴 한데.’
하지만 툰드라는 저 언데드 군단 뒤에서 숨죽이고 있는, 몇몇 강렬한 마력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최소 중고위급의 강렬한 언데드들이, 지금도 조금씩 살기를 보내며, 이쪽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광역 마법을 쓴 순간, 움직이겠지.’
이 도시에서 저들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기껏 자신과 셀레나 정도.
만약 자신이 한꺼번에 마력을 대량으로 쓴 순간, 놈들은 쏜살같이 달려올 것이다.
‘그러면 위험해.’
그래서, 이런 식으로 적을 가르고 억지로 마력은 조금씩 써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위 언데드들을 조금씩 치워가면서.
자아 힘내자. 이 싸움은 분명, 장기전이 될 테니까.
툰드라는 다시 한번, 자신을 노려보는 중고위 언데드들의 살기를 느끼며, 싸움에 몰입했다.
마음 한구석으로, 유렌 일행의 무사함을 빌면서.
* *
지하 밑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이제는 잊혀진 신의 지하 신전.
지하임에도 높이와 너비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신전과, 그 신전이 통째로 들어가고도 남을 커다란 통로가 이어지는 곳.
원래 이곳은 지난 수천 년간 항상 어둠과 침묵만 존재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격렬한 싸움의 흔적이 이곳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허억- 허억.”
그리고, 그중에서 유일하게 자유롭게 움직이는 적갈색 머리의 마법사는, 지친 숨을 가다듬더니 곧 바닥에서 일어났다.
번쩍-
“응? 이건?”
유렌은 이제야 자신의 몸에서 번쩍이는 보라색 빛을 보고 피식 웃더니, 곧 지금까지 싸웠던 상대가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쩌어엉-
아니, 정확히 말해선 굳이 바라볼 필요도 없었다.
유렌의 앞 5m부터, 그 뒤 신전의 입구까지.
수십, 아니 수백 미터 반경의 모든 것이, 새하얀 얼음덩어리로 변해있었으니까.
물론, 놈의 엘프 육체나 다른 언데드들마저 몽땅 다 말이다.
「해, 해치웠나요?」
간신히 허벅지의 지혈을 끝낸 아메리아가, 왠지 위험한 소리를 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하얀 실드 사이로, 유렌의 몸에서 번쩍이는 보라색의 빛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와! 유렌! 축하해요! 드디어 끝의 빛이 나왔군요.」
“헉! 마스터! 추, 축하드림다!”
잠시 전 눈을 뜨고도 상황을 잘 몰라 잠시 주변을 파악하던 레이칸도, 번쩍이는 보라색 빛을 보며 축하했다.
그리고, 두 명이 동시에 반지에서 나오는 얼음 실드를 없애려고 하는 그 순간.
“해제하지 마!”
쨍그랑-
유렌의 고함과 함께, 아훔바와 다른 언데드의 얼음 동상들이 그대로 깨져나갔다.
[컥-! 크큭! 인가안! 정말, 정말로 재미있...구운!]
다른 언데드들은 모두 하얀 얼음덩어리로 변해 산산이 부서졌지만 아훔바만은 달랐다.
뾰쪽한 오른쪽 귀와 손가락 몇 개. 그리고 한쪽 발목이 떨어져 나갔지만, 웃으며 얼음덩어리를 깨고 나온 것이다.
[마지막- 까지! 놀아……보자고!]
콰아아아앙-!!
아훔바가 남은 힘들을 쥐어짜 분출하자,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콰지지직-!
돌로 이루어진 벽과 바닥이 터지고, 얼려진 얼음들이 터져나갔다.
「꺅!」
쩌저정-!
물론, 일행들에게 오는 공격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록 실드로 막히곤 있지만, 폭발이나 돌과 얼음의 잔해가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크레레레렉-!
끼거어거억-!
게다가 그것만이 아니었다.
다시 언데드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는데, 주인의 상황을 반영했는지 심히 상태가 좋지 못했다.
“정말 역겹고 징그럽군요!”
루시아는 그 괴상한 언데드들을 보며 인상을 있는 데로 찌푸렸다.
여러 종류의 언데드들이 참으로 난잡하게 섞여 있었다.
팔이 여러 개 솟아나며, 머리가 사타구니에 달린 구울.
등 뒤에 스켈레톤의 발 네 개와 두개골이 달린 좀비 등등.
끔찍한 모양의 혼종들이 더욱 기괴한 소리를 외치며 날뛰기 시작했다.
그들만이 아니라, 그들을 소환해낸 주인도 함께.
[그래! 필멸자……답게! 같이 폭발해보자!]
아훔바가 커다랗게 외치며, 지금껏 봐왔던 가장 거대한 폭발 마법을 유렌에게 발사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기괴한 언데드들이 몰려들어 그의 움직임을 막으려 애썼다.
“마, 마스터!”
「유렌!」
“크르르릉-!”
“……!”
누가 봐도 절체절명의 위기.
비록 ‘끝의 빛’은 보았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레벨의 끝을 보았다는 증거일 뿐.
레벨이 올라가 마력이 회복된 건 아니다.
유렌은 이미 마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 그대로였다.
‘안돼!’
아메리아는, 이를 악물며 어떻게든 마력을 끌어올려 강력한 언령마법을 준비했다.
지금 이 안에서 그런 걸 써버리면 반지의 실드 마법이 풀려버리지만, 그를 구할 수 있다면 그건 상관없었다.
설사, 실드가 풀려 폭발이 자신을 덮쳐도 말이다.
‘우리 때문에!’
아메리아에겐 보였다.
저 고대신인지 엘프인지 하는 놈은 지금 마지막 힘을 쥐어짜 발악하고 있다는 것이.
그렇다면, 굳이 상대해 줄 필요도 없다. 그저 이리저리 도망치면서, 상대가 자멸할 때까지만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그는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왜냐고? 뻔하지 않은가.
그의 뒤에, 자신들이 있어서이다.
슥-.
하지만 아메리아가 실드를 해제하고 목소리를 내려던 그 순간.
유렌이 오른쪽 손을 자신의 어깨 위로 슬쩍 올리며 손등을 보였다.
‘……저건 괜찮다는 표시?’
그것을 보자, 아메리아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저것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지금껏 유렌이 자신들에게 보여준 결과들이 속에서 강하게 충돌했다.
그렇게 그녀가 잠깐 갈등한 그 순간.
쿠우우우웅-!!
엄청난 밀도의 마력이, 그녀를 덮쳐왔다.
【크흡?】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로 내뱉은 그녀는, 이 거대한 마력의 정체를 깨닫고 그대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유…… 유렌?!】
우우우웅-
이미 그에게 날아오던 거대한 폭발 마법은 공중에 멈춰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에게 달려들던 기묘한 언데드들 역시, 비틀린 마법 화살들에 온몸을 관통당한 채 널브러져 있었다.
“마, 말도 안 됨다……!”
아메리아의 심정을, 그대로 레이칸이 입으로 꺼내 말했다.
지금까지 ‘끝의 빛’을 보고, 레벨이 가장 빨리 오른 케이스는 바로 하루 뒤.
하지만 그것은 1레벨에서 2레벨로 오르는 마법사의 이야기이고, 4레벨서 5레벨로 오르는 마법사는 최소한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심한 경우엔, 몇 개월에서 1년까지도 걸리는 일도 있었고 말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아무리 레벨의 끝에 도달했어도, 새로운 레벨을 받아들이는 데는 최소한의 시간은 걸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걸 겨우 10분 만에 끝났다고?!
쿠우우웅-!
유렌의 몸에서 상상할 수도 없이 거대한 마력이, 격하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왔던 것들은, 마치 장난이라는 것처럼.
* *
두근- 두근-
유렌의 자신의 심장에서 거대한 돌고 있는 거대한 마력을 느꼈다.
‘……이렇게 거대한 마력을 느낀 것은 참 오랜만이군.’
기본적으로 검사와 마법사가 마력을 모으고 쓰는 방식은 다르다.
검사는 자신의 온몸에 마력으로 마력을 끌어올려, 자연스럽게 몸 전체를 강화한다.
가끔은 특정 부위나 검을 강화하는 경우는 있어도, 기본적으론 전사는 몸 전체가 대상이었다.
하지만, 마법사는 달랐다.
‘심장,’
그렇다, 마법사들은 다른 부위가 아닌 오로지 마력을 채워놓거나 빨아들이는 가장 중요한 장소.
심장이 중요했다.
두근- 두근-
그리고, 레벨이 오른다는 말은 곧 그 심장이 커진다는 말과도 일치했다.
이미 4레벨 때, 타인의 5레벨과 맞먹었던 유렌의 심장은, 지금은 그보다 몇 배는 더 커져 있었다.
두근-! 두근-!
머리가 맑다. 아니, 정확히는 마력에 대한 감각이 훨씬 예민해졌다.
극히 소량의 마력 하나하나가 자신의 의지대로 정밀하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느꼈던 것보다도 더.
유렌은 조용히 스태프를 들어, 이쪽을 흥겨운 눈으로 보고 있는 (옛) 신을 향해 내밀었다.
정상이 아닌 엘프의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던 힘은 이미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둘 은 이미 알고 있었다.
유렌이 새로운 레벨에 눈을 뜬 이상, 이 싸움은 이미 끝났다는 것을.
“남길 말은 있냐?”
[흐하하하! 나는 만족, 한다! 참, 재미있는……!]
“거, 시끄럽네. 그놈의 재미, 재미. 그건 너 혼자 있었고.”
유렌은 냉정하게 옛 신의 마지막 발언을 무시하며, 마력을 일으켰다.
두근두근두근-!
유렌의 스태프 끝에서, 거대한 두 종류의 마력들이 소용돌이쳤다.
이번엔 땅과 바람. 서로 다른 상극되는 두 개의 마력이 중첩.
조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속도로 강하게 반발하며 위력이 증폭되었다.
“뾰쪽귀의 기생충이자, 옛 신의 찌꺼기가 그런말을 해봐야 말이지.”
[네놈……!]
초연해 보였던 아훔바가 자신의 말에 발끈하자, 유렌은 입꼬리를 올려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유렌 역시, 일행들의 부상으로 상당히 화가 난 상태였다.
“그래. 필멸자끼리 붙자는 둥, 재미있었다는 둥, 온 힘을 다하겠다는 둥. 헛소리는 다 했지만, 이게 너의 본심이지. 그저 영락했지만 불멸자인, 신의 권능에만 매달린 그 찌꺼기.”
[……!]
온 힘을 다해 상대한다고 해 놓고는, 얼마나 방심이 많았던가.
사실, 그가 처음부터 진심을 다해왔으면 유렌도 상당히 위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힘이 없어져도, 감정을 느껴도 결국 신은 신. 불멸자였다.
그 존재의 가치이자 자존심이, 처음부터 전력으로 필멸자와 싸우는 것을 막은 것이었다.
이미 몰락한 지 오래인데도 말이다.
“결국 뾰쪽귀들에게 잡혀 힘만 쪽쪽 빨리던 주제에, 겨우 그놈들 중 하나 몸 차지한다고 네놈이 대단한 줄 알았나? 결국, 넌 5레벨 인간 마법사에게 당한, 그저 신의 찌꺼기 같은 존재일 뿐이다.”
[……이 필멸자 놈이이!]
아훔바는 분노하며 힘을 쥐어짜려 했지만, 유렌은 증폭이 될 대로 된 바람 마법을 그대로 발사했다.
퍼어어어엉-!!
커다란 돌풍 바람이, 유렌의 스태프 끝에서 일직선으로 그대로 나아갔다.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을, 소멸시켜 가면서.
[……!]
그 속에 있었던 엘프의 육체는, 말 그대로 순식간에 갈가리 찢어져 사라졌다.
마지막 말도 남기지 못할,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마법을 처음 발사한 유렌도, 놀랄 정도였다.
“아.”
하지만, 마법의 파괴력과 유렌의 놀람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분노와 흥분. 그리고 새롭게 증폭 된 마력 탓에, 힘 조절이 잘 되지 못한 것이다.
콰아아앙-!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일직선의 돌풍 바람은, 그대로 신전의 거대한 기둥을 가루로 만들며, 앞으로 쭈욱 나아갔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아.”
「아,」
“아. 만 외칠 때가 아니잖습니까!”
쿠르르르릉-!!
지하 신전이, 장렬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