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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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96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96화 죽음을 거역하는 법 (8)
마도 왕국 서부의 어느 한 도시.
그다지 큰 규모의 도시는 아니었지만, 발전이 덜한 서부에선 상당히 번화한 편이었다.
그 도시 한 가운데 있는 영주의 성에, 중앙에서 온 귀한 손님과 병력이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위저드 툰드라.”
이 도시의 영주. 페이란 자작은, 정중히 은발의 여마법사에게 인사했다.
정중한 말투였지만, 그 핼쑥한 얼굴에선 실망감을 숨길 수 없었다.
“오랜만이에요. 페이란 자작님. 병력을 많이 끌고 오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나마 최선을 다했지만, 저 정도가 한계였네요.”
툰드라는 창밖으로 보이는 병력의 일부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쪽에 호의적인 국왕과, 주군인 공주의 권위를 최대한 사용 했음에도 그녀가 끌고 온 병력은 겨우 300여 명 정도.
물론 ‘선발 조사대’라는 이름으로 보면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병력이지만, 반대로 ‘선발대’라고 친다면 너무나도 적은 병력이었다.
“아닙니다. 위저드 툰드라. 왕자파 놈들이 ‘조사대’라고 못 박아 놓아 버린 와중에도, 공주님과 최대한 힘써 주신 것은 알고 있습니다. 다만 현 상황이 워낙…….”
페이란 자작은 서부의 대표적인 공주파 귀족 중 하나.
이번 언데드 소동이 왕자파가 일으킨 것이 거의 확실한 현 상황에서, 다음 목표는 이 도시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하지만, 현재 이 도시에 남은 병력은 겨우 천 남짓.
안 그래도 이천이 조금 안되는 병사들을, 영주민을 살리겠다고 사방으로 보낸 결과였다.
그런 불안한 상황에서, 간신히 중앙에서 구원군이 오나 했더니만.
겨우 300이라니.
결정이 나기 전까진, 공식적으로 군대는 출동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적었다.
그때 조용히 툰드라의 뒤에 있던 셀레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저희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에서~, 50명의 마법사를 파견했습니다~. 작게나마 힘을 보탤게요~.”
“……! 그것, 감사하군요. 세이지 셀레나라고 하셨던가요? 마탑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셀레나의 말에, 자작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어쩐지 300보단 조금 많다 싶더니만, 그 만큼의 마법사가 새로 온 것인가.
하위 레벨이라도, 마법사는 병사의 몇 배나 되는 전력. 최소 수백의 병력이 더 늘어난 것과 비슷했다.
물론, 아직도 너무나 부족했지만.
“저희보다 일찍 도착한 소수의 일행이 있을 겁니다. 혹시, 그들에 대한 소식이나 소문을 들은 것은 계십니까?”
툰드라는 재빠르게 유렌과 그 일행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며 물었다.
“허-. 무모하기까지 한 용기군요. 정말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자작은 마탑의 고위층이 그런 소수로 위험한 곳에 잠입했다는 것에 감탄했다.
그리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어제 큼지막하게 퍼졌던 서쪽 마을의 영웅들에 대한 소문이 떠올렸다.
성녀와 기사. 그리고 마법사에 대한 소문 말이다.
“여기에서 서쪽으로 반나절 거리의 마을에서, 성녀와 기사. 그리고 마법사들이 주민들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성직자나 기사는 아니겠지만, 혹시 마법사라면 말씀하신 그들이 아니겠습니까?”
“……아마 성녀만 제외하곤 맞을 거예요~.”
셀레나의 웃음 섞인 말에, 툰드라 역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잘 도착해서 활약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같이 있다는 성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언데드를 상대로 하는 일행이다.
성직자가 곁에 있으면 훨씬 낫겠지.
그렇게 자작과 현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을 그때.
오싹-
툰드라와 셀레나가 동시에 오한과 공포를 느꼈다.
“이, 이게 무슨?!”
“큭~!”
“……?!”
무력적으론 일반인에 불과한 자작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두 여마법사는 그를 무시하고 동시에 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뭔가 나타났다.
그것도, 강력하고 불길한 힘을 가진 무언가가.
“여. 영주님! 큰일입니다! 서쪽에서……!”
타다닥-
두 여마법사는 동시에 발코니로 뛰쳐나가, 서쪽을 바라보았다.
비록 이 성은 도시 한가운데긴 했지만, 가장 높은 곳에 있어 성벽을 넘어 서쪽이 한눈에 보였다.
“……!”
“……세상에~.”
몇 개의 높지 않은 산 너머. 그곳에서 흉악한 빛이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엄청나게 불길한 느낌이 드는 무언가가 말이다.
“……위저드 툰드라~.”
“저도 보입니다.”
두 사람은 인상을 찌푸려가며, 도시 밖 서쪽 평야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수많은 언데드가, 땅속에서 일어서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훨씬 빨리 전투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혹시 서쪽에 있는 ‘그’와 저 빛이 관계가 있을까요?”
“아하하~. 언제나 사건의 중심에 서는 사람이니, 그럴 가능성도 크네요~.”
두 사람은 유렌과 그 일행의 무사를 빌며, 허겁지겁 달려온 자작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재빠르게 생각하면서.
* *
-폭발은 예술입니다!
전생에 유렌은, 조금 맛이 간 한 부하에게서 그 말이 좌우명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
놈은 화약을 담당하는 관리자로, 폭발을 병적으로 좋아하는 취향이었다.
-대, 대장님! 오늘 마법사 50여 놈을 폭사시킨 작전! 저, 정말 멋지지 않았습니까?! 크하하핫! 속, 속이 정말 시원해졌습니다!
거기에다, 마법사에 대한 굉장한 원한을 품고 있었다.
뭐, 제국군이라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놈의 원망은 뭔가 좀 어긋나있었다.
-가암히! 제, 제가 못하는 폭발 마법을 쓸 수 있지 않습니까! 으아아아! 부, 부러워 미치겠습니다!
뭐, 결국 소원대로 놈은 마법사의 폭발 마법에 폭사하긴 했지만.
쿠콰아아앙-!!
유렌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여러 폭발음과 번쩍이는 주황색 불빛을 보며, 놈의 말이 약간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음, 참으로 속이 시원해지지 않는가.
이렇게 부숴버리는 것도.
“크롸롸롸롸-!”
넓은 지하 통로 속.
유렌과 그 일행은, 작은 드래곤으로 변한 사이케스의 등을 타고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쿠콰아아앙-!
콰아아아앙-!!
단지, 불을 붙인 폭발물들을 마구 뒤로 던져가면서 말이지만.
“이, 이래도 괜찮은 것 맞습니까?! 게, 게다가 폭발물들이 이렇게 끝도 없이 나올 줄이야……!”
루시아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말 그대로 박살 나고 있는 지나간 통로를 바라보았다.
먼저, 아메리아가 매의 눈으로 던져야 할 곳을 가리켰다.
「레이칸! 저쪽이에요!」
빠르게 날아가는 도중이지만, 아메리아는 언령마법으로 동체시력을 크게 강화시킨 상태.
그런 그녀의 눈은 작은 조각이나 복잡하게 적힌 문양 등을 놓치지 않았다.
“알겠슴다-!”
후우우웅-!
그리고 레이칸은 그저 폭발물들을 던졌다.
그 강력한 근력으로, 아주 정확하게 말이다.
쿠콰아아앙-!
그리고 일어나는 주황빛 폭발들.
통로는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 되고 있지만, 워낙 넓은 덕에 통째로 무너지지는 않고 있었다.
“루시아! 준비하십시오!”
그리고, 단순히 폭발만으로 끝나진 않았다.
앞쪽을 보던 유렌은, 가끔 통로에 있는 특이한 모양의 스켈레톤을 발견하면 이렇게 소리를 치며 사이케스에게 신호를 주었다.
“뿜어!”
“크롸롸롸롸-!”
푸화아아악-!
사이케스의 브레스가, 이제서야 움직이려는 악어 모양의 뼈다귀에 작렬했다.
드드드득-
뼈다귀가 마법의 화염에 맞아 바들바들 떨자, 유렌이 다시 한번 외쳤다.
“루시아!”
“안 그래도, 작살내려 갑니다!”
파아앗-!
루시아의 손에서, 강대한 신성력이 발사.
구워진 뼈로 변한 악어 스켈레톤을 그대로 박살 냈다.
바사삭-!
“음, 역시. 저 특이한 스켈레톤을 처치할 때마다 압박감이 줄어드는 것이 확실하군요. 조금 전 거대 스켈레톤 때만큼 확연한 변화는 아니지만요.”
유렌은 조용히 눈을 감으며, 불길한 사기가 조금이나마 더 준 것을 느끼고 확신했다.
계속 나오는 저 특이한 스켈레톤들은, 아까 전, 거대 스켈레톤만 한 힘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턴 언데드가 아니라 일반적인 마법 공격과 신성력에도 부서졌다.
「그나저나, 신성력은 괜찮으세요? 조금 전 두 번의 턴 언데드도 그렇고, 꽤나 많이 쓰셨는데.」
아메리아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루시아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가슴을 쭉 내밀며 말했다.
“당연히 괜찮습니다! 파괴 쪽에 쓰인 신성력은, 힘과 폭력의 신이신 우리 데르빗님께서 금방 채워주시니까요! 우리 교단의 정말 몇 없는 큰 장점입니다!”
「……아, 그, 그렇군요.」
확실히 특이한 신이긴 했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일행은 그렇게 특이한 모양의 스켈레톤과, 통로를 마구 부수며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통로가 변해가며 눈앞에 커다란 지하 신전이 보일 바로 그때.
우우우웅-!
“……!!”
“크롸…….”
오싹-
그리고 일행은 모두 동시에 느꼈다.
저 통로의 끝에서 새롭게 풍기는, 어마어마한 죽음의 기운을 말이다.
「이, 이건 대체……!」
“무, 무시무시 함다.”
쿠웅-
드래곤 사이케스마저 그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착륙한 그 순간.
던전의 저 멀리서 무언가가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 조심하세요! 이 기운의 주인이라면, 분명 엄청나게 강한 놈일테니까요!”
루시아는 긴장해 철퇴의 손잡이를 꽈악 잡으며 침을 삼켰다.
그녀 말고도 드래고니안으로 다시 변한 사이케스와 아메리아. 그리고 레이칸은, 모두 자신의 무기를 꽉 쥐며 다가오는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일행의 긴장도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유렌은 한 손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
“저놈은 아니야.”
“옙?”
「그, 그럼?」
유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오던 그림자가 이쪽을 향해 소리쳤다.
“네, 네놈들!”
분명 아름다운 미성이었지만, 울분과 분노가 가득 차 있는 일그러진 목소리.
하지만 일행이 먼저 파악한 것은, 그의 기운이었다.
그에게서도 엄청난 마력은 느껴졌지만, 저 무시무시한 기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뾰쪽귀 놈입니다!”
루시아가 그렇게 외치며 다시 한번 철퇴를 강하게 쥘 때.
녹색 머리의 엘프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다시 한번 크게 외쳤다.
“비, 비켜라! 이 하등생물 놈들!”
번쩍-
이쪽으로 다가오는 엘프의 양손에서, 은색의 무언가가 번쩍였다.
보기만해도 날카로운 두 보검이, 그의 손에서 동시에 움직였다.
쒸익-
치명적으로 날카로운 두 개의 참격이, 앞에 선 유렌과 루시아에게 각각 날아들었다.
공격에는 강하지만, 방어에는 약한 성직자인 루시아가 당황하는 그 순간.
유렌의 하얀 반지와 스태프에서 극한의 기운이 동시에 빠져나왔다.
쩌저저저정-!
엘프의 날카로운 두 참격은, 극한의 기운마저 뚫고 두 사람을 반 토막 내려 계속 전진했다.
하지만, 그 속도가 느려진 것까진 막지 못했다.
까아앙-!
유렌은 재빨리 자신에게 날아온 참격을 스태프로 막은 후, 그대로 옆으로 찔러 루시아를 밀쳤다.
“꺕!”
루시아는 괴상한 비명을 지른 채 옆으로 나뒹굴었지만, 그래도 몸이 반 토막 나는 꼴은 피할 수 있었다.
“큭……! 이 놈들이!”
녹색 머리의 엘프는,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리며 일행에게서 잠시 물러났다.
극한의 한기를 몸을 신경 안 쓰고 참격을 날리느라, 몸이 살짝 얼어붙었기 때문이었다.
“비, 비키라고 하지 않았나! 빨리……!”
퍽-
그리고 그 순간.
녹색 머리 엘프의 왼팔이, 말 그대로 사라졌다.
“어?”
잘린 것은 아니었다.
어디에 맞아 찌부러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깨 아래의 왼손이, 그냥 사라져버린 것이다.
“끄아아아악-!”
피슈욱-!
팔이 어찌나 빨리 사라졌던지, 어깨 단면에서의 피도, 엘프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난 후에나 치솟기 시작했다.
[흠. 도망은 여기서 끝인가?]
“……!!”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시 일행의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팔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엘프의 뒤에서 다른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네, 네놈!”
[일부러 도망치게 해줬는데, 인간에 막혀서 끝이라니. 분명 네놈들은 인간들을 하등생물이라고 부르며 멸시하지 않았나? 그런 자들에게 발이 묶여 잡히다니, 그야말로 비참하기 그지없어.]
“……크으윽!”
반대쪽에서 뚜벅뚜벅 걸어서 나타난 것은, 바로 은발의 엘프.
‘무슨…… 기운이!’
‘……저게, 고대신?!’
「아…….」
하지만 녹색 머리의 엘프는 물론이고, 유렌 일행들은 모두 하나같이 느꼈다.
절대로 저 존재는 육체 그대로의 엘프가 아니라고 말이다.
* *
잊혀진 옛 신.
지금 굉장히 기묘한 기분에 빠져있었다.
‘분하다는 감정이 반. 그리고 나머지는 후련하다는 감정과 흥미롭다는 감정으로 나뉘어 있군.’
그는 현재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완전히 파악한 후, 자신에게 공포를 느끼는 필멸자들을 바라보았다.
‘엘프가 하나, 인간이 넷. 그리고 드래고니안이 하나인가. 재미있군.’
그는 공포에 절여져 있는 엘프를 무시한 채, 인간들과 드래고니안을 뻔히 바라보았다.
“와. 장난 아니군.”
“……데르빗이시여.”
“무, 무시무시함다!”
저절로 공포감이 치솟는 인간 중, 유일하게 공포감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 개체가 하나 존재했다.
그 대상인 적갈색 머리의 마법사는, 하얀 스태프를 꽉 쥔 채 이쪽을 강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들이 내 제물들을 없애고, 조각들을 부쉈지?]
사실 굳이 물어볼 것도 없었다.
이미 그는 알고 있었으니까.
지금 물어본 것은, 어디까지나 마지막으로 즐기는 여흥에 가까웠다.
“그렇다.”
[호오?]
가운데에 서 있는 적갈색 머리의 마법사가 그렇게 순순히 대답하자, 그는 상대에 대해 조금 더 흥미가 돋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이 그 행위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 터.
그런데 내면의 공포를 이겨내고, 자신의 앞에서 당당하게 사실을 말한 것이다.
“어차피 알고 있지 않나? 취미가 나쁘군.”
[그런가. 그러면 너희의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무슨 말이지?”
[너희가 저지른 행동으로, 나는 결국 소멸로 향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거 잘됐군.”
보석에서 빠져나올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 다소 무리하게 계약을 맺어 힘을 썼다.
그것이 망가진 이상, 자신은 곧 소멸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엘프의 몸을 빼앗은 것이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충분히 힘을 모은 후 엘프들을 습격. 그 시체들을 모아, 자그마한 아바타라도 만들려 했건만. 이젠 글렀다.
강제로 빼앗은 엘프의 몸은, 길어봐야 며칠도 가지 못할 것이니까.
‘참으로 묘한 기분과 감정이군.’
그는 눈앞의 인간을 보며, 분노와 흥미. 호감과 살의를 동시에 느꼈다.
자신의 계획을 망쳤다는 분노와 증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쨌든 그가 저지른 일로 잠시나마 강력한 해방감을 느끼고 있는 기쁨.
그리고 아무리 쇠락했다지만, 신 앞에서 저렇게 당당한 인간에 대한 호감과 호기심.
그는 자신이 확실히 필멸자처럼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이렇게 강한 감정들을 느낀 것은, 신이 된 이후 처음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은 필멸자처럼 행동해 보기로 했다.
쿠우우웅-!
그는 온몸의 마력을 강하게 내뿜었다.
어차피 소멸할 거라면 좋다.
필멸자처럼, 실컷 이 감정을 내뿜고 난 후에 갈 것이다.
지금의 그는 눈앞의 인간들과 날뛰어 보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다.
[자, 와라! 죽음을 향해가는 필멸자끼리 어디 한 번 붙어보자꾸나!]
이것은 신이었던 그가, 가장 약한 상태와 규모로 치루는 졸전.
하지만,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느끼는 여러 감정에, 그는 저절로 웃음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잊혀진 고대의 악신. 아훔바는, 그렇게 엘프의 육체로 웃으며 덤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