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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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93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93화 죽음을 거역하는 법 (5)
“제기랄……!”
수도 베르헨을 한창 빠르게 달리고 있는 한 고급스러운 마도 마차 속.
왕자파의 수장이자, 국왕의 옛 장인인 예니힌 공작은 욕설을 내뱉으며 마차의 벽을 강하게 쳤다.
쿠웅-!
작은 덩치의 노인답지 않게, 강력한 힘이 마도 마차 전체를 울렸다.
“주, 주인님? 무슨 일이십니까.”
앞쪽에서 마차를 몰던 마부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뒷좌석의 노공작에게 말을 걸었다.
그가 40년 이상 그를 모셨지만, 이런 적은 정말 손꼽았기 때문이었다.
“……후. 아무것도 아닐세. 어서 가게나.”
“예, 옛! 알겠습니다. 주인님!”
노공작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저런 하인에게도 걱정시킬 만큼, 평상심을 잃었는가.
노공작은 바로 조금 전.
자신의 손자인 1왕자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왕자님. 지금 당장 멈춰주시죠!
-응? 뭘요? 할아버지.
-서쪽에서 일어난 언데드의 건 말입니다. 저에겐 ‘적당히’ 공주파의 영지를 어지럽히는 정도에서 끝난다고 하셨는데…… 아무리 봐도 정도를 지나치셨습니다!
얼마 전. 왕자가 멋대로 ‘서쪽에 언데드를 풀었다.’라고 말했을 땐 얼마나 황당하고 놀랐던가. 하필, 언데드를 움직인다니!
하지만 공작은 왕자의 ‘이미 저지른 일이고, 피해는 최소화하겠다.’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어렴풋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심해지는 것까지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공작 개인이 알아본 것만 해도 적어도 수천 이상의 사람들이 몰살당하고, 또 앞으로 그 배 이상이 당할 예정이었으니까.
-에이, 뭐 결과가 좋으니까 됐잖아요?
-……예?
하지만, 손자는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멍청하고 잔혹했다.
-어차피 죽은 놈들은 대부분 멍청한 여동생 쪽의 영지잖아요. 게다가 귀족도 아닌 천민들인데, 뭐 어때요?
-…….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건가.
언데드를 일으켜 자국민을 학살한 왕족을 그 어떤 국민이, 어떤 귀족이 따르겠는가 말이다.
자그마한 소동까지야, 어떻게 넘어갈 수 있다. 그저 왕자파 소속의 마법사 하나가 실험에 실패했다고 둘러대면 되니까.
하지만 이 정도로 심해지면?
들키면 오히려 이쪽이 거대한 타격을 받을, 커다란 약점이 하나 생겼을 뿐이다.
‘……제일 멍청한 건 나였군.’
어렸을 때, 아니 10대 후반까지의 왕자는 조금 소심하긴 했지만 저런 멍청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는 법.
그때 이후 10년이 넘게 지났으니, 당연히 변했을 터인데.
자신의 앞에만 오면 작아지는 손자를 보고, 아무래도 자신이 단단히 착각한 것 같았다.
‘이젠 말로 해봐야 통할 상황이 아니다. 나도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으, 으앗!”
끼이익-!
공작의 머리가 어지럽게 돌아갈 그 때.
하인의 놀란 목소리와 함께, 마도 마차가 급작스럽게 멈췄다.
마차가 작은 골목에 들어간 순간, 웬 로브를 쓴 사람들이 우르르 뛰쳐나와 마차를 둘러싼 것이다.
“가, 감히 어디서 이런 행패를…… 헉?!”
화를 내려다가, 화들짝 놀란 하인의 목소리를 뒤로, 마차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
“……무슨 일인가.”
노공작은 문을 열고 있는 마법사를 조용히 노려보며 물었다.
6레벨 마스터의 엄청난 마력이, 곧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저희의 무례를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공작님.”
마법사가 그렇게 머리를 숙임과 동시에, 한 사람이 깊게 눌러 쓴 후드를 올리며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이네요. 할아버지.”
“……! 공주님.”
흐트러진 검푸른 머리를 정리한 3왕녀 - 에레니안은 자신의 외할아버지를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이번 언데드 학살의 공범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예니힌 공작.”
“…….”
마치 죄인을 추궁하는 듯한, 당당한 목소리로 말이다.
* *
“가, 감사했습니다! 영웅분들! 그리고 성녀님!”
마도 왕국의 최 서쪽.
일행에게 목숨을 구원받은 윌리엄과 마을 사람들은, 구원으로 온 병사들과 함께 떠나며 외쳤다.
“성녀님. 저희 아버지를 편히 보내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드래곤 나이트님! 정말 은혜를 받았습니다!”
아니, 드래곤 나이트란 이명이 여기까지 올 줄이야.
유렌은 병사들과 함께 떠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살짝 놀랐다.
소문은 참 빨리도 퍼진다는 걸 깨달으며 말이다.
「저 사람들은 괜찮을까요?」
아메리아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자애롭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던 루시아가 대답했다.
“이 주변에서 그나마 가장 크고, 가장 정신머리가 박힌 귀족이 보낸 구출대들이니 괜찮을 겁니다. 저희가 빠진 이곳에서 그들끼리 버티려다간 죄다 죽어 자빠질 것이니, 이게 최선입니다.”
「그, 그렇군요.」
말 중간에 과격한 단어들이 있었지만, 납득은 가는 그 말에 아메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그러든 말든, 루시아는 유렌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계획을 세운 게 있으십니까?”
“물론입니다.”
다소 급작스러울 수도 있는 루시아의 말에, 유렌은 당연하다는 듯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저희의 목표는 바로 이 주변에 숨어든 엘프 놈들입니다. 아마 2~3명 정도 있을 거라고 예상되지만, 아직 확신 할 수는 없지요. 물론, 그놈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언데드도 우글우글하겠고.”
유렌의 그 말에 루시아를 제외한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루시아야 엘프와 전투를 벌인 적은 없었지만, 레이칸과 사이케스는 달랐다.
싸워봤기에, 그 무서운 전투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전투만 일행들에게 100번도 넘게 들은 아메리아 역시 그렇고.
“괜찮겠슴까? 물론 루시아씨도 강하고, 저희도 전보다 훨씬 강해지긴 했슴다. 하지만 그래도 엘프 2~3놈과 강한 언데드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힘들어 보임다.”
“동감, 한다.”
「저도 그래요.」
레이칸의 말에, 사이케스와 아메리아 역시 동의했다.
하급 언데드 수백 마리 정도야, 그들에겐 어려운 상대는 아니긴 했다.
하지만, 그 강력한 엘프와의 싸움 중에 난입한다면? 거기에 하급 언데드 뿐만이 아닌 더욱 강력한 놈들도 나온다면?
말 그대로 악몽 그 자체가 될 것이다.
“뭐, 맞는 말 들이지.”
유렌은 일행의 걱정에 대해 충분히 동의했다.
“그래서 우리는 엘프의 흔적을 따라가며 고위 언데드의 목을 노린다. 사실 어려울 것도 없어. 놈들의 흔적을 찾다 보면, 싫어도 저절로 나올 테니까.”
그래서 얻은 언데드의 목을, 곧 근방에 도착할 툰드라에게 바로 보낸다.
그러면 중앙으로의 대규모 지원요청이 가능해지며, 목이 간 즉시 툰드라를 포함. 그녀와 함께 온 병력들이 투입 가능했다.
“……이의 없슴다.”
“좋은, 생각이다! 강한 언데드의, 목을 먼저, 치는 게 좋다.”
「확실히 이대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일단 엘프를 쫓다가 상황을 봐서 결정하죠. 기회가 된다면 그 엘프들을 기습해서 끝내고, 그게 아니면 상위종 언데드의 목을 치는 걸 우선하기로 하고요.」
유렌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며, 순식간에 작은 회의가 끝이 났다.
유렌은 남은 한 사람의 의견을 듣기 위해 루시아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멍한 얼굴로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 음. 조,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루시아는 그와 일행이 계획을 짜는 것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신속함도 신속함이지만, 당연하다는 듯 여러 준비도 빈틈없이 하고 온 것이 아닌가.
게다가 이야기를 들어보면, 왕국의 중앙군과 중앙 쪽 마법사의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저, 이제야 물어보는 저도 멍청합니다만, 당신들은 대체 무슨 집단에 속해 있는 겁니까? 왕국의 무슨 특수 부대라도 되는 겁니까?”
사실 이런 루시아의 질문도 당연했다.
그나마 유렌과 아메리아는 마법사로 보이긴 했다. 하지만 레이칸과 사이케스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마 마법사로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루시아도 그러했고.
“저희는 모두 스태프 오브 파워. 라는 마탑의 일원입니다. 당연히 모두 마법사고.”
“……네?”
루시아는 지난번 개 같은 신탁을 받았을 때처럼 입을 쩍 하고 벌렸다.
그것과 비슷한 정도의 충격이었으니까.
“지금 마법사……라고 말씀하신 겁니까? 제 귀가 망가진 건 아니겠죠?”
루시아는 레이칸과 사이케스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금 전 전투에서 보았다.
저 용맹한 드래고니안이, 손톱으로 좀비를 정확히 18등분을 내는 것을.
또, 저 용맹한 전사가 커지는 양손 해머를 들고, 좀비든 구울이든 그대로 반죽을 만들어버린 것 역시 말이다.
‘대체 어떻게 된 마탑이길래…… 아니, 요새 마탑은 다 이렇게 되었답니까? 마법사의 전사화? 이런 게 왕국의 최신 유행이라면…….’
애초에 외국에서 신탁을 받고 왕국으로 온 그녀는, 왕국 내에선 나름대로 알려진 일행의 마탑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루시아가 혼란 속에서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동안, 다른 일행들은 오히려 그녀를 신기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리치 머리를 철퇴로만 소멸시킬 뻔한 성직자가 이런 사실로 놀라니, 오히려 이런 반응이 신기하네요.」
“그렇슴다. 그에 비하면 오히려 저 같은 힘이 강한 마법사는 평범한 거 아님까? 그저 힘이 조금 강할 뿐임데 말임다.”
“아니…… 그건 아니라고, 보지만…….”
기묘한 성직자와 기묘한 마탑과의 기묘한 동행은, 이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
루시아가 합류한 유렌 일행은, 재빠르게 나아갔다.
먼저 어디를 목표로 나아가야 하는지, 큰 방향은 루시아에게 맡겼다.
“……이쪽으로 강렬하고 더러운 사기가 느껴집니다.”
철퇴에 신성력을 넣고 붕붕 휘두르며, 그렇게 말한 것이다.
“…….”
「그, 그렇군요!」
밝게 빛나는 신성력은 그 발언의 신뢰를 높였지만, 동시에 척 봐도 흉악한 철퇴는 그 신뢰를 깎아 먹었다.
“여러분들이 이 흉악하게 생긴 쇳덩이를 믿지 않는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래 봬도 이것은 저희 신의 신성물. ‘마그닛’이라는 성물입니다. 일단 믿고 보십시오.”
“물론, 그러죠.”
루시아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유렌을 약간 의외라는 눈빛으로 보았다.
사실, 처음에 능력을 확증 받지 않고 이렇게 단번에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렌이 따로 믿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뭐, 효과는 확실하다고 했으니.’
유렌은 전생에 그녀가 술만 먹으면 항상 했던 한탄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아아~~!! 그 빌어먹을 놈들만 아니었어도, 제 신성물을 아직 가지고 있었을 텐데요! 사악 탐지든, 머리를 깨는 것이든, 그것보다 훌륭한 물건은 없었습니다! 그 망할 놈들의 고간에 데르빗의 폭력이 함께하길!
저것이 그녀가 말했던 신성물이라면, 당연히 믿을 수밖에.
어찌 됐건, 그녀의 한탄대로 신성물의 성능은 확실했다.
그녀가 나아가자는 방향대로 가자, 점점 언데드 특유의 강한 사기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도착한 장소는 깊은 숲속의 한복판.
말 그대로 나무와 풀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으음?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분명 이쪽에서 사기가 강해지는 건 틀림 없는데 말입니다!”
루시아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철퇴를 툭툭 건드렸다.
“으음, 고장입니까?”
콰앙-!
루시아는 약간 상태가 이상한 물건에 쓰는 ‘후려치기’를 자신의 신성물에도 시전했다.
엄한 나무 몇 그루를 철퇴로 쳐 박살 낸 것이다.
“……으음?”
하지만 그럼에도 신성물이 가리키는 방향이 다르지 않자, 루시아는 진심으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신성물이란, 말 그대로 신이 내린 성물.
비록 신이 하계에 간섭하기엔 한계가 있어, 그 능력 자체가 엄청난 물건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디 신이 한둘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성물은, 붙어 있는 능력에 대해선 작게나마 ‘절대성’을 발휘했다.
빛이 나는 게 그 신성물의 특성이라면, 물이든 용암 속이든. 혹은 가장 어두운 존재의 뱃속에서도 빛을 뿜어냈다.
즉, 사악 탐지가 특성 중 하나인 이 철퇴-마그닛은 이 탐지가 빗나가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루시아, 잠시만 나와보십시오.”
유렌은 당황한 루시아 대신, 자신이 그곳에 섰다.
‘……흠. 땅 아래쪽에서 사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어. 루시아는 미처 땅 밑에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 했나 보군.’
이미 드워프들과 지하에는 질리도록 다녀 본 유렌이다.
아직 젊고 경험이 부족한 루시아와는 전혀 달랐다.
‘그럼 어떻게 한다? 통째로 폭파한다면야 금방이겠지만, 그럼 들키는 정도가 아니야. 그냥 선전포고지.’
들킬 땐 들키더라도, 시작부터 그렇게 나 왔소! 하고 소리치고 가는 것처럼 멍청한 짓도 없다.
아니, 애초에 들어가기도 전에 미리 대형을 갖춘 놈들에게 반격 당하겠지.
‘이럴 땐 드워프들이 아쉽군.’
만약 그들 함께 왔더라면, 땅을 쑤걱쑤걱 파 조용하고도 엄청난 속도로 나아 갈 수 있었을 테지만…….
하지만 모든 장단점이 있는 법.
전투력이 미약한 그들이 왔다면, 아마 전투에선 그만큼 걸리적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음? 잠깐.’
드워프의 채굴을 떠올리던 유렌은,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 가는 것을 느꼈다.
채굴. 그래, 채굴이다.
유렌은 드워프들의 엄청난 채굴 솜씨를 바로 앞에서 계속 봐왔다.
그리고, 그가 연구하는 마법 실험은 바로 여러 가지 속성을 섞어서 쓰는 것.
‘그렇다면…….’
두근-
유렌은 심장 속에 있는 마력을, 조금씩 끌어올렸다.
이럴 때 강한 마력은 필요 없다.
필요한 건 여러 속성을 섞는 기술과 섬세한 마력 컨트롤.
그리고 유렌은 최소한 후자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다.
유렌은 무릎을 꿇고, 조용히 왼손으로 숲의 흙을 만졌다.
우우웅-
은은한 마력이 왼손을 따라, 흙 밑으로 조금씩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저분은 뭘 하는 겁니까? 갑자기 비키라고 해 놓고 움직이지 않으시고.”
「쉿. 잠시만요.」
“뭔가를 하실 모양이심다.”
“조용히.”
루시아는 그런 유렌에게 의문을 가졌지만, 다른 일행은 잠잠히 그런 그를 지켜보았다.
‘……신뢰가 엄청나군요.’
루시아가 새삼스럽게 살짝 놀라고 있는 그때.
유렌은 땅속에 흘러간 마력을, 동시에 여러 속성으로 바꿨다.
‘땅을 파는 마법. 디그는 오로지 흙 속성이지. 그래서 암석이 있는 깊은 땅엔 잘 통하지 않고.’
사실, 단순히 흙만 파는 것은 디그 마법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토지 대부분은 흙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 이 숲의 밑만 해도 10m도 채 들어가지 않아도 암석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디그 마법으로 깊게 땅을 파는 것이 힘든 것이다.
하지만, 드워프들처럼 암석도 쉽게 파려면?
이 마법에 여러 가지를 섞어주면 된다.
드워프들이 파는 방식과 흡사하게 말이다.
흔들-
“……어?”
「땅이?」
유렌이 서 있던 땅이 움찔거리며 출렁이기 시작했다.
“흡!”
유렌은 한 마디 짧은 기합성을 내며, 자신이 서 있는 땅을 통째로 들어 엎었다.
“이, 이건……!”
루시아의 경악한 목소리와 함께, 유렌 주변 3m 반경의 땅이, 한꺼번에 10여m나 움푹 파였다.
촤르륵-!
쿠웅-!
거기서 파인 흙과 암석들이 옆쪽에 쌓여가면서 말이다.
「……어, 어떻게 디그 마법으로 암석까지?」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파아앗-!
유렌의 심장에서 마력이 박동하더니, 다시 한번 마법이 발동한 것이다.
쿠우웅-!
이번에 파인 것은, 90%가 암석.
즉, 땅 밑의 암석층을 손짓 하나로 깊게 파버린 것이다.
암석을 파는 마법 따위는 듣도 보도 못한 일행- 마법사들은 그저 입만 쩍하고 벌렸다.
물론, 잘 모르는 성직자- 루시아도 놀라고 있었지만.
‘좋아! 된다!’
땅 속에서 떠 있는 유렌은 씨익 웃으며, 계속 심장의 마력으로 암석들을 끊임없이 퍼 올렸다.
물과 바람을 복합 마법을 암석의 틈에 집어넣은 다음, 균열을 만들어내며 흙 속성의 디그 마법으로 단숨에 파낸다.
콰아앙-!
말은 쉽지만 3가지 속성을 모두 자유자재로 다뤄야 하며, 엄청난 컨트롤이 필요한 마법이다.
지금 그가 어떠한 방식으로 마법을 쓰고 있는지 깨달은 마법사들은, 점점 깊은 땅속으로 내려가는 유렌을 보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체 누가 5위계 위저드인지. 아니, 저 마법을 어떻게…….」
“엄청……남다.”
“이 방식, 설마, 드워프들을, 보고 흉내, 낸 건가?”
“……마법사의 마법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대단하다는 건 알겠습니다.”
유렌은 일행의 소란은 신경쓰지 않은 채, 계속 밑으로 나아갔다.
땅속 30m, 40m, 그리고 50m.
“과연.”
유렌은 자신이 조합해낸 이 마법을 쓰면 쓸수록, 자신의 심장 쪽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부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 이 느낌은 예전. 변형 트롤과 싸울 때도 느꼈던, 바로 그 두근거림이었다.
“이게…… 마지막인가!”
그리고, 사기가 가까워짐을 느낀 유렌이 마지막으로 암석을 파냈다.
이것으로 마지막 70m.
휘이이잉-!
지하와 지상이 이어지자, 거센 바람이 유렌의 머리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유렌은 밑 던전에 거대한 환기구를 뚫어준 셈이었다.
“좋아.”
단단한 암석 밑 지하 70m.
유렌은 강하고 사방에서 풍기는 강한 사기를 느끼며 씨익 웃었다.
“찾았다.”
드드득-
사방에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거대한 뼈다귀들을 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