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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31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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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31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31화 화려한 귀환 (1)

 

 

 

왕국군의 대승은 수도 베르헨에도 신속히 알려졌다. 

공국과의 전선은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던 터라,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이들은 모두 기뻐했다. 

「휴우. 정말 다행이에요.」

그 소식에 당연히도 도시의 모든 시민들과 마법사들이 기뻐했지만, 가장 안심한 이들은 따로 있었다.

“음, 그래. 정말 다행, 이군.”

「네. 그래요. 아까 전 온 메시지에도, 우리 마탑원 중 중상자는 좀 있지만, 그래도 전사자는 없다고 적혀 있으니까요.」

수만 단위의 병사들이 일제히 격돌한 회전에서 아예 전사자가 없다니.

물론 이 마탑에서 간 인물들은 전원이 마법사에, 특별한 마도구로 위급 시 생명을 구하는 특권(?)이 있긴 했다.

게다가 이쪽의 대승이기도 했고.

그럼에도 꽤 크게 격돌하였는데 사망자가 없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정말이지. 레인이 몰래 따라간 것도 속이 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소드마스터는 나타났다고 하지, 뒤에 엘프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 정말 걱정되어서 속이 타버리는 줄 알았어요.」

실제로 그렇게 전하는 아메리아의 얼굴은 상당히 수척해 보였다.

전장에 나가지 않고도 탑주로서 할 일이 많기도 했지만, 그 걱정의 대부분은 마음고생에 있었던 것이다.

마탑원들과 레이칸, 루시아와 셀레나. 그리고 레인과 유렌까지.

감금에서 풀려난 그녀가, 요 1년여간을 거의 가족처럼 생각하고 신뢰하던 사람과 생물이다.

그런 사람들이 전장으로 나갔다. 혹시나 지게 되면 모두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아메리아로선 마음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탑주. 그럼, 환영의 뜻에서, 미리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나?”

드래고니안 사이케스가, 역시 기쁜지 힘차게 날개를 퍼덕이며 그렇게 말했다.

「무슨 준비 말이에요?」

“설마, 탑주는 부탑주가 그렇게 사람이 모여 있는 장소에 가서, 인재들을 마탑원으로 데려,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나?”

「…! 확실히 그렇네요.」

아메리아는 처음에는 고개를 다소 갸웃거렸으나, 곧 사이케스의 뜻을 알고는 격하게 동의했다.

유렌은 탐나는 인재만 있으면, 일단 어디서든 데려와 굴려버리는 취미가 있다.

그런 곳에서 수만 명을 부하로 둘 수 있는 군대에 간다면?

‘너무 뻔해!’

아메리아는, 아니 유렌을 조금이라도 자세히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반드시 어떤 상황에서도 재능 있는 인재를 뽑아 이곳으로 돌아올 거라고.

「그, 그렇다면 빨리 기숙사나 그들이 장비 같은 것들을 정돈하거나 더 늘려야겠네요! 아니, 아예 관련 예산을 다시 짜야겠어요.」

아메리아가 허둥지둥 순식간에 여러 서류를 휘날리며 다시 작성하기 시작하자, 그쪽엔 영 재주가 없는 사이케스는 감탄하며 지켜보았다.

분명, 어느 거물 은행장에게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던가?

분명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지 1년도 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미 아메리아의 예산 행정 쪽 솜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그럼 난. 다시 신입들을, 훈련하러, 가보지. 부탑주가, 돌아왔을 때. 조금이라도, 더 성장한, 모습을, 보면, 좋아할 테니.”

「후후. 맞아요. 사이케스도 수고해요!」

드래고니안은 꼬리를 파닥파닥 흔들어가며, 훈련은 마쳤지만 아직 숙련도 미달로 전장에 나가지 못한 신입들을 보러 갔다.

돌아와 그들의 성장에 기뻐하는 유렌을 생각하면서.

하지만 수도 베르헨의 모두가 유렌과 그가 일궈낸 승리에 기뻐하는 것은 아니었다.

쨍강-!

왕자는 어느새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한 방에서, 조용히 컵을 던져 깨버렸다.

“끄윽-!”

하인은 그 컵을 이마로 받아 피를 뚝뚝 흘렸지만, 최대한 참아 소리를 억눌렀다.

“….”

그렇지 않다면, 저 뒤에서 쏘아보는 인간 같지 않은 호위병에게 끌려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테니까.

어차피 상황으로 보아 거의 99% 끌려가겠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지 않는가.

그는 그것에 온 희망을 걸었고, 그것은 통했다.

“꺼져.”

“예, 옙! 전하!”

하인은 머리에서 피를 주르륵 흘리면서도, 살았다는 기쁨에 재빠르게 인사를 마치고 방 밖으로 나갔다.

‘사, 살았다! 그런데 날 왜 살려준 거지?!’

라는 기쁨과 의문을 동시에 가지면서 말이다.

사실 하인의 의문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왕자는 지금까지 좋지 않을 소식이 있을 때마다, 근처에 있던 하인이나 하녀 한둘씩은 꼭 실종되게 했으니까.

그리고 방금 자신이 있을 무렵 왕자가 들은 소식은, 적어도 그가 알기론 최근 들어 최악의 소식이었다.

‘이번엔 살았지만, 또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모르겠군. 이 몸으론 도망칠 수도 없고.’

하인은 자신의 몸속에 새겨진 마법의 낙인을 생각하며,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이런 낙인은 사실 노예들에게도 함부로 찍는 것은 금지된 악질 마법이다.

당연히도 노예가 아닌 자신에게는 절대로 찍어선 안 되지만, 상대는 왕자. 다른 곳에 말해봐야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

그저 꼼짝없이 죽음만 기다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최근엔 아주 약간의 희망이 생겼다.

‘…어서 공주님이 왕위에 오르시고, 저 빌어먹을 돼지가 사라졌으면.’

그러면, 어쩌면 자신도 살 수 있지 않을까.

공주같이 멀쩡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악질적인 마법은 해제시켜 줄 테니까.

하인은 그것만을 바라며, 간절히 속으로 기도했다.

무언가 검붉고 기분 나쁜 기운들이, 왕자의 방 안으로 계속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 *

 

공국군이 완전히 물러난 다음 날 아침.

왕국군 전체가 축제 분위기인 가운데, 유렌의 커다란 막사 구석 침대에, 붕대로 칭칭 둘러싸인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워있었다.

치료를 받고도 한참이나 끙끙거렸던 그 사람은, 치료를 받고도 한참이나 끙끙거리다, 그나마 좀 나아졌는지 주변을 살피러 고개를 들었다.

부상 정도를 생각하면 정말로 강인한 육체였다.

“정신이 들었나?”

“…! 그, 그렇다. 미안하군.”

피식 웃으며 건네는 유렌의 말에, 이제는 검은 갑옷이 사라진 소드마스터 - 루카스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그래도 소드마스터씩이나 되어서 정신을 잃어버리다니.

아무리 그 ‘해주’ 과정이 가열찼어도, 충분히 부끄러운 일이긴 했다.

‘윽!’

부르르-

붕대 말고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상태에서, 왠지 모를 서늘함이 몸과 마음 전부를 쓸어내렸다.

‘…없어졌구나. 갑옷도, 저주도.’

이미 몇 년 이상이나 자신과 함께하며, 특히 소드마스터가 된 이후엔 계속 자신을 가둬왔던 두 가지다.

그것이 사라지니, 뭔가 세상 자체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우우웅-

몸속에서 활발하게 도는 마력도 역시 달라져 있었고.

“아마도 그 저주가 너의 성장을 막고 있었겠지. 이는 아마 엘프도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었을 것이다.”

“….”

너무나 확신에 찬 유렌의 말에, 루카스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자신의 몸 안으로 마력을 돌려도 그 말이 맞는 듯 같았다.

“뭐, 아마 알았어도 그냥 내버려 뒀겠지만. 놈들은 ‘하등생물’이 힘을 갖는 것 자체에 굉장한 거부감이 있더군. 안 그런가?”

‘확실히….’

그 귀쟁이들이라면 확실히 그럴 것이다.

루카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유렌은 입가를 일그러트리며 귀쟁이들을 비웃었다.

“그렇게 여러 저주를 걸고 통제하는 주제에 말이지, 참 고등생물이라는 놈들이 우습고 속이 좁기 그지없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유렌은, 공간을 비틀어 무언가를 다른 공간에서 끄집어냈었다.

번쩍이는 백색의 갑옷을 말이다.

“…!”

“비록 아직 통증은 조금 남았겠지만, 상처 자체는 다 나았을 거다. 앞으로는 이 갑옷을 입도록 해.”

말없이 번쩍번쩍 빛나는 백색의 우아한 갑옷을 둘러보던 루카스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유렌에게 물었다.

“음? 이 갑옷에는 뭔가 제약 같은 것은 안 걸려 있군. 혹시 마법 쪽으로 걸 것인가? 그래도 낙인은 피해줬으면 한다만….”

“…?”

예전과는 많이 다른, 높은 톤의 루카스의 미성을 듣던 유렌은 드물게도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상대의 질문의 뜻을 잘 이해할 수 없어서였다.

“제약? 내가?”

“…아닌가?”

첫 등장과는 다르게, 흰 붕대를 감고 쪼그라든 루카스를 보자 유렌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귀 긴 놈들의 무서움도 느꼈다.

‘아무리 소드마스터가 되기 전에 납치했다지만, 아예 사고방식을 이렇게 굳어버리게 할 줄이야.’

유렌은 품을 뒤져, 이미 준비한 서류를 내밀었다.

“….”

루카스는 ‘역시나’라는 얼굴을 하며 펜을 집어 사인을 하려다, 서류에도 마력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보곤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곤 그 서류를 처음부터 읽어 나갔다.

“…!! 이, 이건? 정말 이래도 되겠나?”

루카스는 서류를 보며 자신의 손이 저절로 떨리는 것을 느껴졌다.

그것은, 평범한 5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마탑의 가입서였기 때문이었다.

거기엔 아무런 독소조항이 들어있지 않았다. 그저 5년 동안 마탑에서 탈퇴가 안 된다는 정도를 제외하면 말이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아는 그 어떤 조건보다 좋은 대우로 적혀 있었다.

“일단 갑옷은 괜찮은 것이 없어서, 레이칸의 예비 갑옷을 축소시킨 거야. 아무래도 몸엔 딱 맞지는 않을 테니 돌아가서 조금 정리가 되면 그때 새 갑옷을 보급하지. 보검도 일단 잠깐 이것을 쓰도록 해. 널 쓰러트린 증거로 내야 하니까. 나중에 보검을 돌려주던가, 아니면 다른 보검을 주도록 할게.”

루카스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유렌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엘프에게 강제로 부림을 당하긴 했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의 어두운 면 역시도 많이 보아왔다.

엘프의 밑으로 들어가기 전에도, 간 후에도 항상 말이다.

그래서 당연히 그 마법으로 자신에게 제약을 걸리라 생각했었다.

당연했다. 자신은 소드마스터고, 아주 유용한 쓰임돌이니까.

비록 해주를 해준 것에서 감격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자신을 손쉽게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제약이라면 상관하지 않으려 했는데.’

다시 목숨을 앗아가며 고통을 주는, 그런 심한 것만 없었다면 자신은 분명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것만 해도 자신에게 있어선 충분한 자유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저자는 자신에게 훨씬 더 큰 자유와 권리를 주었다.

거기다 해주로 인한 목숨마저도.

루카스의 가슴이 깊은 감정으로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요 몇 년은 물론이고, 그녀의 평생에 있어 느껴지지 못한 그런 강한 충동이 일어났다.

벌떡-

루카스는 살짝 비틀거리면서도 침대에서 일어나 유렌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음?”

“정말 여러 가지로 감사드립니다.”

엘프들에게도 강제로 꿇린 것 외엔 한 번도 머리를 깊게 숙여본 적이 없던 루카스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제약도 없음에도. 저절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스륵-

루카스는, 일단 얼굴과 머리 부근의 붕대를 자신의 손으로 풀었다.

적어도, 이런 상황에선 얼굴은 제대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라락-

어깨까지 오는 밝은 금발이 바깥에서 조금씩 들어오는 햇빛을 머금으며 반짝이며 빛났다.

가지런한 눈코입은, 어쩐지 신비로운 분위기와 함께 강인한 느낌도 동시에 주었다.

한때는 서쪽의 가장 유명한 여성 자유 기사이자, 이제는 대륙에서도 아마 유일한 여성 소드마스터인 그녀. 

루카스는 다시금 머리를 숙이며 맹세했다.

“저의 목숨과 존엄을 구해주신 답례로 엘프들을 쓸어버릴 때까지, 당신의 곁에서 끊임없이 보좌하겠습니다.”

녹을 듯한 금발의 여기사는 그렇게 지옥의 둥지를 버리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자신의 검을 훨씬 날카롭게 빛낼 수 있는, 그런 곳을.

 

* *

 

“그럼 먼저 가보게.”

“공주님께, 해주신 말씀들을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허허. 감사하네.”

다음 날.

유렌은 사령관 - 빈델 후작을 만나 그의 반짝이는 눈을 견디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주저리주저리 이것저것 말이 많이 늘어나고 돌려지긴 했지만 결국 말하는 것은 하나.

-왕자파에서 공주파로 전향하겠네.

짧게 축약하면 이 말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도 더 빠른 그의 결단에 유렌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님께서도 반가워하실 겁니다. 예니힌 공작님과도 다시금 사이를 회복하실 것이고.

은근슬쩍 왕자파의 수장 격이었던 노공작의 이름을 말하자, 빈델 후작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선택을 확신했다.

본래 그가 왕자파에서 얼마나 유능했는지 이미 후작은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공주파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언급하니, 왠지 모르게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래, 그럼 당당히 개선하게나. 나는 남은 병사들을 이끌고 조금 더 공국 쪽을 지켜볼 터이니. 아마 한 달 정도면 충분할걸세.”

“예. 그럼 한 달 뒤에 뵙지요.”

유렌은 사령관의 막사에서 가볍게 목례하며 그곳을 나왔다.

‘이제 귀환인가. 그렇다면….’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머리를 핑핑 돌리며 걷고 있는 유렌에게,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클클. 영웅의 귀환에 우리도 끼어도 되겠는가?”

“마스터 쉐룬이시군요. 물론 상관없습니다.”

그곳에는 키 작은 6위계 마스터 노마법사와, 고개 숙인 5레벨 위저드 - 전 부사령관이 따라붙었다.

“그럼 마스터 쉐룬께서는 베르헨으로 귀환하시는 겁니까?”

“클클. 그렇네. 내가 비록 자네에 비해 활약을 많이 하지 못해 부끄럽긴 하지만, 이래봬도 바쁜 몸이라 계속 있을 순 없다네.”

“아닙니다. 비록 제가 겉보기로 커다란 공은 가져갔지만, 그건 선배님이 뒤를 받쳐주셔서 가능했던 겁니다.”

유렌은 어디까지나 거짓이 아닌, 진심으로  말했다.

물론 그는 엘프나 루카스와 일대일로 싸울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유렌을 서포트 해줬고, 그 덕분에 자유롭게 움직여 이 결과를 성취한 것이니까.

거짓 없는 유렌의 눈을 본 노마법사는 그대로 껄껄 웃었다.

“끌끌끌! 그래, 말이라도 정말 고맙군. 그럼 공식적으론 이제, 군 자리에서 사직하고 가는 건가?”

노마법사의 물음은 당연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라, 마음대로 귀환하려면 군에서 빠져나가야만 가능했으니까.

"난 방금 사직했네. 이놈에게 파면 이상의 죄를 묻지 않도록 국왕께 빌기 위해 수도로 가려고 하거든. 어쨌든 이번 싸움에서 이놈은 백 단위의 목숨은 구했어. 이후 몇 년 동안 내 밑에서 일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죗값은 받지 않겠는가.”

쉐룬은 혀를 끌끌 차며, 고개 숙인 제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시군요. 저는 임무를 하나 더 맡아서, 그 후에 사직을 할 것 같습니다. 일단은 베르헨까지 가는 간단한 임무를 맡았습니다.”

“흠? 임무? 그게 무언인지 물아도 되겠나?”

노마법사가 문득 솟아난 궁금증에 묻자, 유렌은 흔쾌히 수락했다.

“이번에 단체로 제대하게 된 장교와 부사관들의 수가 꽤 많아서 말입니다. 일정 수가 이상 되면, 폐하께 직접 허락을 맡아야 하는데, 그들을 베르헨까지 데려가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음? 그렇게나 제대하려는 군인이 많았었나? 그렇게 보이진 않았는데 말이지.”

노마법사는 대승 후 제법 활기차고 밝았던 부대의 분위기를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 장교나 부사관의 대규모 제대는 패전 후에나 많다고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굳이 왜?

“…! 끌끌! 그랬군!”

그렇게 아리송한 얼굴로 걸어가던 노마법사는, 유렌의 막사 앞에 잔뜩 모인 장교와 부사관들을 보며 한 번에 납득했다.

그곳에는 이번에 엄청난 기마술을 보여준 젊은 부사관을 비롯, 유렌의 휘하에서 싸운 거의 모든 장교와 부사관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자네도 참 욕심이 많구만. 이렇게 나라의 인재들을 몽땅 가져가다니.”

“그들이 선택한 것이니까요.”

유렌은 새롭게 모인 사람들을 보며 진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 자신은 이제 함께할 저들을 이끌고 베르헨으로 갈 것이다.

당당한 승리의 개선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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