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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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1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30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30화 생과 사를 가르는 곳 (22)
“할아버지도 들으셨죠?! 방금 전장에서 왔다는 메시지를요! 공국과의 전투에서 승리. 그것도 대승을 거뒀다는 소식 말이에요!”
수도 베르헨의 한 별궁.
야심한 한밤중, 가벼운 옷으로 막 갈아입은 3왕녀. 에레니안은 펄쩍 뛰며 응접실로 들어서며 외쳤다.
“전하. 옷차림이….”
왕자파의 수장 격이었던, 하지만 지금은 공주파로 전향한 예니힌 공작은 어떻게든 그녀를 자중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소드마스터가 나타났다고 했을 땐, 정말로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요. 설마 이렇게 크게 이길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은발의 미녀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나타났다.
평소엔 차가운 얼굴을 한 그녀- 툰드라였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안도의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휴우. 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했나 보네요.”
공주가 재빠르게 툰드라가 가지고 온 얇은 후드를 걸치며 반성하자, 노공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그렇습니다. 그나마 여기에 있는 게 저희 둘이니 망정이지, 다른 이들이라도 있었다면 별 추문이 다 났을 겁니다.”
사실 노공작의 말이 맞았다.
미혼의 젊은 공주가, 야심한 한밤중에 이런 작은 방에서 가볍고 얇은 옷차림으로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온갖 귀족들에게 두고두고 씹힐만한 행동이었다.
물론 쉽사리 새어나가진 않겠지만, 결국 소문은 어디로든 나게 되어있으니까.
그나마 노공작이 그녀의 가까운 친족인 외할아버지이며, 툰드라는 같은 성별이라 크게 화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았다.
어쨌든 그들은 전쟁에서 전해져 온 메시지를 읽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이걸로 공국은 아예 전쟁을 종결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봐야죠?”
“네. 그렇습니다. 기본적인 머리가 있다면 계속 전쟁을 진행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파멸이라는 것을 알겠지요. 물론 새로 대공의 자리에 오른 놈이 멍청하다는 말이 있으니만큼, 확신은 못 합니다만….”
노공작의 말에 툰드라는 몇 가지를 덧붙여 말했다.
“거기에 놈들은 타국에서 긁어모은 마법사와 자유 기사. 혹은 유명한 용병들을 지휘관으로 썼다고 했죠. 하지만 과연 그게 얼마나 갈 수 있을까요?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말이에요.”
노공작과 공주도 툰드라의 말에 동의했다.
본래 공국은 그렇게 부유한 나라도 아닐뿐더러, 안 그래도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 나라도 엉망이었다.
게다가 그 재정 상태에서 수만 명의 병사를 이끌고 전쟁을 일으킨 상태.
이미 그것만으로도 거의 파산으로 가도 이상하지 않은데, 그런 실력자들을 끌어 모아 장기간으로 유지한다고?
당연히도 공국의 재정 상태론 도저히 불가능했다.
“하지만, 위저드 유렌이 말한 대로, 그 엘프들이 뒤에서 봐준다면 불가능하진 않은 것 아닌가?”
“네. 그래서 지금까지 버텼겠죠. 아마 소드마스터도 엘프들의 작품일 테고. 하지만, 이번 전투에서 적들이 크게 패하고 물러났다니, 아마 유렌이 엘프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 틀림없지 않을까요? 그들이 버틸 수 없을 만큼의 무언가를요.”
아직 유렌에게까지 연락을 받지는 못했지만, 툰드라는 그렇게 확신했다.
“…툰드라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 어쨌든 이걸로 공국 쪽의 전선은 없어지면 좋을 텐데요. 이미 연합국 쪽은 물러났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그쪽은 어제부로 전쟁을 끝내겠다고 선언하고, 곧 사죄의 사절을 보내오기로 했지요. 뭐, 실제로 이쪽에 크게 피해를 입힌 것은 없으니 그렇게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분명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쪽은 어째 너무 순순히 물러나는 것 같네요.”
공주의 갸웃거림에, 툰드라가 말을 이었다.
“사실 연합국과는 제대로 된 전투도 없었죠. 실제로 백성들이 약탈당한 지역도, 거의 공국 쪽에만 몰려있고요.”
“즉, 그쪽이 진짜고 나머진 시선 돌리기였다는 말이 되겠군.”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신성국 쪽에서도 움직였다던 군대들도 사실상 미끼라고 봐야 한다.
사실 움직인다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이미 2주가 지난 지금도, 아직 병사의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즉, 이 말은 처음부터 왕국은 공국과의 전쟁만이 진짜였던 것이다.
“이번 전투로 공국이 물러난다면, 사실상 전쟁도 끝났다는 말이 돼요!”
공주가 빙긋 웃으며 말하자, 두 심복도 그것에 동의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이제 저희 쪽이 훨씬 유리해질 게 뻔합니다. 이번 왕자파는 크게 한 일도, 눈에 띈 일도 없었으니까요.”
“그쪽의 사령관이었던 빈델 후작이 있긴 하지만, 누가 봐도 유렌과 비교하면 공과가 너무나 뚜렷해요.”
“…게다가 빈델 후작은 나름 머리가 잘 돌아가며 판단이 제법 빠른 사람일세. 게다가 당연하게도 왕자에겐 좋은 감정이 없지. 어쩌면….”
“설마 돌아설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살짝 놀라는 듯한 툰드라의 질문에, 노공작은 오히려 그녀에게 물었다.
“그럴 가능성도 상당히 높지 않겠나? 지금의 왕자는 누가 봐도 비정상이니 말일세.”
“그렇긴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승전 군의 최대 공신과 사령관이 모두 이쪽이네요.”
“그래. 그렇게 되면, 오히려 이쪽이 왕자파를 곧 압도할 수 있겠지.”
‘현재’까지는 왕자파가 더 세력이 많고 병력 또한 많은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설사 후작이 돌아서지 않더라도, 그것은 이번 전쟁으로 곧 역전될 것이다.
이미 대세는 공주파 쪽으로 점점 더 기울고 있으니까.
“어쨌든, 지금은 너무 밤이 늦었습니다. 자세한 것은, 위저드 유렌에게 연락이 오면 다시 모이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노공작이 그렇게 말하자 다른 공주와 툰드라 역시 동의하면서 각각 해산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이 상황에 들떠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었다.
비록 왕자가 멍청하고 생각이 없는 것은 맞지만, 그래서 일반적인 상식과는 벗어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왕자의 뒤엔 그 무모한 생각을 뒷받침해, 현실화시킬 힘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말이다.
* *
“…역시 마스터는 정말로 대단함다. 설마 전쟁 전부터 이렇게 생각하실 줄은 몰랐슴다.”
공국군이 모두 후퇴해버려, 이제 전장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왕국군의 진영.
그곳에 한 커다란 막사에, 이 전투의 주역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들은 지쳤지만 서로 들뜨고 즐거운 얼굴로 각자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레이칸의 그 말에 동의하기 시작했다.
“맞아요~. 어떻게 그렇게 타이밍 좋게 그 용병들을 데려올 수 있었던 거죠~? 솔직히 그들이 아니었으면 이겨도 이기는 게 아녔을 거예요~.”
“저는 현장에 없었지만, 그 말에 동의합니다. 그 숫자의 마수들이었다면 분명 희생자가 엄청났겠죠.”
“그, 그렇습니다! 정말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차례로 셀레나, 루시아, 그리고 새 부관이 그 말에 격하게 동의했다.
그리고 그들은 동시에 유렌과 용병을 끌고 온 남방의 상인 - 샤디아를 바라보았다.
“저는 오로지 위저드 유렌이 말씀하신 대로 따랐을 뿐입니다. 특정 시간 전까진 반드시 오라고 하셔서요. 단지, 일정을 맞추기가 매우 빠듯했긴 했지만요.”
“수고했습니다. 만약 일정을 맞추지 못했더라면, 희생자가 많았을 테죠. 게다가, 용병들의 질도 상당히 좋아 보이고.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보이는군요.”
유렌이 아까 전 본 용병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남방의 용병들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샤디아는 그중에서도 유명한 이들을 끌고 온 것 같았다.
말 그대로, 하나하나가 거의 기사급에 가까운 자들이었으니까.
“후후. 이제 돌아가시면, 예전과는 비교 자체가 우스울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지기세 될 테니까요. 그런 분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샤디아의 아부가 조금 섞인 진실어린 말에, 유렌은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사실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사령관인 빈델 후작이 아까 자신을 보는 반짝거리는 눈은, 그가 곧 어떤 행동을 할 것이지 예상할 수 있게 했으니까.
게다가, 이제 곧 새로 얻을 강력한 사람도 하나 있고.
그렇다면 사실상 이제 왕자파를 짓누를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하지만, 절대 방심은 못 하지.’
그럼에도 유렌은 마음을 놓지 않았다.
비록 이번 전쟁으로 자신이 얻은 것들이 이것저것 많고, 분명 흑막- 엘프 쪽도 손해를 입긴 했을 것이다.
두 고위 엘프와, 거의 노예처럼 쓸 수 있는 소드마스터를 잃었고, 그 밖에 이곳저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소모한 것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유렌은, 그것이 결코 그들에게 커다란 타격이라고까진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나 그 엘프에게 걸려 있는 강력한 정신계 마법을 보고는, 다시 한번 그를 상기 한 것이다.
‘인간에겐 없는, 6레벨을 초월한 마법사들.’
물론 그들은 엘프 내에서도 소수에 불과할 것이지만, 어쨌든 그 상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놈들이 있다는 것이니까.
비록 그 ‘규약’인지 뭔지 때문에 직접적으로는 움직이진 못하더라도, 이번에도 꼼수를 썼는지 거의 표면에 드러날 정도로 움직이지 않았던가.
‘이 승리는 크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방심하기엔 이르지. 내일 공주와 툰드라에게 메시지를 보낼 땐, 그 점을 잊지 않아야겠군.’
유렌은 옆에 있는 루시아에게 따라오라는 눈빛을 준 후,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막사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샤디아나 부관 같이 아직 깊게 신용은 할 수 없는 자들이 있어, 적당히 둘러대고 나온 것이다.
미묘한 얼굴을 한 루시아와 함께 말이다.
“혹시, 나올 때 셀레나의 눈빛을 보셨습니까?”
“…? 글쎄. 그것은 잘 모르겠군. 그녀가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가는지 눈치를 챘던가? 원래는 내일쯤 말해 줄 생각이었다만.”
“…아닙니다. 됐습니다. 휴우.”
중간 루시아가 이상한 질문을 던지긴 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둘은 서둘러 검은 갑옷의 기사가 있는 숲속으로 향했다.
이제 엘프의 품에서 벗어난 기사를 새롭게 맞이하기 위해서.
* *
어두운 숲속에서, 고통을 참는 신음소리가 일정하게 들리고 있었다.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가, 몸 이곳저곳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으며 나무에 기대고 있었다.
‘…아직은 참을 만해. 그래도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으려나.’
하지만 이 저주는 시간이 갈수록 배 이상으로 순식간에 고통이 뛰어 올라가 끝내 그 고통에 시달리다 죽어버리는 저주다.
마스터 클래스의 무인도 이 저주를 두려워할 정도로, 고통은 가면 갈수록 극대화 되었다.
발현된 지 하루 이상이 지난 이들은, 차라리 온몸을 자근자근 다진 다음, 소금 항아리에 들어가 있는 것이 나을 거라며 절규하곤 했으니까.
전투에서 수없이 다쳐 고통엔 익숙한 루카스였지만, 그런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느끼며 죽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혹시 이대로 내버려두진 않을까?’
몸 안의 고통과 그에 대한 두려움은 루카스에게 여러 가지 상상의 날개를 펴게 했다.
일단 자신은 수백 단위의 왕국군을 베어버린 몸이다.
사실 그를 싸울 때만 써먹는다고 해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엘프들에게 이용만 당한 루카스이니, 이런 생각 또한 자연적으로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마 후.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던 루카스에게, 천사의 소리와도 같은 감미로운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하군. 조금 뒤처리가 많아 시간이 걸렸다.”
“자, 해주의 준비도 마쳐서 왔으니, 금방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한…다.”
정말로 루카스에게 있어 두 사람은 날개 달린 천사로 보였다.
자신은 적으로 나와 왕국의 병사를 수백 단위로 베어버렸고 유렌, 그마저 상처 입히고 죽일 뻔했었다.
물론 엘프의 강압적인 명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당한 사람의 입장에선 다르다. 상대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물론 상대가 정말 순수하게 선의만 베푼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분명 상대도 자신에게 은혜를 입혀 바라는 것이 있겠지.
하지만 루카스는 기꺼이 상대가 원하는 것을 당연히 해줄 것이다.
그것은 자신도 정말로 원하는 바였으니까.
그 빌어먹을 귀쟁이들을 전부 쳐 죽일 수 있다면 말이다.
“자, 그럼 바닥에 누워주십시오. 아, 먼저 깨끗한 천부터 깔고 말입니다.”
유렌은 공간을 뒤틀어 깨끗하게 소독된 넓은 천들을 바닥에 몇 겹으로 깔았다.
‘…왜 해주에 이런 것이 필요하지?’
루카스는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곧 넘겼다.
자신은 해주에 대해 잘 모른다. 분명 그녀는 전문가니 무언가 있겠지.
루카스가 몸에서 간헐적으로 나오는 고통을 참으며 천 위에 눕자, 루시아는 곧 기도를 시작했다.
“…힘과 폭력의 신. 데르빗이시여. 지금 당신의 이름과 힘을 다시 한번 빌릴 때가 왔사옵니다. 이 어둡고 사악하며 끈질긴 저주를, 당신의 힘으로 파괴하게 도와주시옵소서.”
“…?”
무언가 흉흉한 기도가 들려왔지만, 루카스는 그대로 넘겼다.
그래. 기도문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저렇게 천사 같은 두 사람이 이 강력한 저주를 해주해준다는데 말이다.
뻐걱-!
“끄억?!”
자신의 어깨 쪽에서 엄청난 소리와 함께 고통이 느껴지기 전까진 말이다.
“…뭐, 뭘 하는 거지?!”
루카스는 소스라치게 놀라, 철퇴를 높이 들고 있는 루시아를 보며 물었다.
어찌나 놀랐는지, 반격이나 방어는 생각도 못한 채, 그저 멍하니 묻기만 했다.
“으음? 뭐를 하는 거라뇨. 해주입니다.”
“…어?”
너무나 태연스럽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루카스는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이런 반응이면 오히려 자신이 멀쩡한 치료에 과한 반응을 하는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은 루시아가 강력한 신성력이 들어간 철퇴로 루카스의 어깨를 찍어버린 것이었다.
“제가 모시는 신은, 힘과 폭력의 신 데르빗. 그 신성력을 가장 강하게 담는 것이, 이 신성물입니다.”
루시아가 그렇게 말하고 철퇴를 내밀자 그곳에선 정말이지 신성한 빛이 반짝였다.
감히 그 누구도 신성물이 아니라고 부정을 하지 못할 만큼 말이다.
“그래서 이 신성물에 든 신성력을 그대로 저주에 쏟아 붓는 겁니다. 이보다 더 좋은 해주 방법이 있을까요?”
“자, 잠깐! 그렇다면 신성력을 얌전히 부으면 되는 것 아닌가?!”
분명 루카스의 말이 맞았다.
해주에 필요한 것은 물리력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강력한 신성력.
그냥 얌전히 철퇴를 가져다 대서, 신성력만 통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 해주의 방법이었다.
그래,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해주 말이다.
“일반적인 저주라면, 그것으로도 충분할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강력한 저주를 풀려면, 아직 미숙한 저로선 최대한 신의 힘을 크게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힘과 폭력의 신. 데르빗의 힘을 최대한으로 빌리려면?
그렇다. 당연히 힘과 폭력이 필요한 것이다.
“뼈는 마디마디가 부러지겠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끝내고 제가 치료해드리겠습니다!”
“…!”
루시아는 그렇게 말하고, 신성력이 가득 든 철퇴를 다시 루카스에게 휘둘렀다.
뻐걱-!
까앙-!
빠아악-!
“끄으으윽-!”
루시아의 철퇴는 다양한 소리를 내며, 검은 갑옷을 잘근잘근 다져 부수기 시작했다.
쩌어억-!
그렇게 몇 대를 더 후려치자, 팔 부분의 갑옷이 부서지며 강력한 저주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자, 보십시오! 이렇게 해주하는 겁니다!”
이미 팔의 뼈가 부서져 덜렁이고 있었지만, 루시아는 그 광경은 무시했다.
다시 고칠 수 있으니까.
“끄으으윽!”
빠각-!
뻐거걱-!
파아앙-!
역사 속에 전쟁이 끝난 것으로 기록된 그 날 밤.
전장 근처에 숲속에서 몇 시간이고 커다란 강철을 때리는 소리와 비명이 함께 들려왔다.
“저런 방법이었나….”
옆에서 안쓰럽게 보는 유렌의 눈길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