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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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26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26화 생과 사를 가르는 곳 (18)
쿠우우웅-!
쿠콰아아아앙-!!
전장에서 불과 몇 시간 거리도 떨어져 있지 않은 한 왕국의 작은 마을.
그곳의 주민들은 마을에서 제일 큰 건물인 태양신의 교회에 모여,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태양신이시여. 부디 저희를 지켜주소서.”
“아아앙-! 엄마! 무서워!”
“아아. 대체 전장에선 무슨 일이….”
아무리 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소리가 울릴 거리까진 또 아니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들려오는 저 소리들은 대체 무엇인가.
땅과 하늘이 뒤집히는 듯한 어마무시한 저 소리들은, 시골 마을의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기 충분했다.
“자, 자. 병사들이 여기까지 오진 않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왕국군이 이기길 기도합시다.”
태양신의 사제. 레티슨은 두 손을 꼭 모으며, 마을 사람들을 달랬다.
신전에서는 어느 나라의 편도 들지 말라는 방침이 있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가.
실제로 만약 왕국군이 진다고 하면, 이 마을의 주민들은 정말 험한 꼴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이곳에서 모든 것을 바쳐 간신히 밭을 경작한 농민들이다.
평생을 걸쳐 일군 것이 모두 있는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피난을 가기도 어려웠다.
“사제님 말씀대로네. 굳이 한창 전투를 치르고 있는 공국군이 여기까지 오진 않을 거야.”
“…그, 그렇겠죠?”
사제는 그렇게 간신히 사람들을 진정시켰지만, 그것은 정말로 잠시였다.
쾅쾅-!
“히익!”
“꺄아악-!”
그로부터 몇 분도 되지 않아, 엄청난 숫자의 중무장한 기병들이 교회의 앞에 모여 문을 두들기기 시작한 것이다.
“와, 왕국군의 군복이 아니야!”
“이, 이런. 그러면 설마 벌써 전쟁이 끝난 건가?!”
“…잠깐. 잘 봐요. 아무리 봐도 이 근방의 사람들은 아닌 것 같은데?”
“우, 우릴 죽이러 온 거야!”
“모두, 진정. 진정하세요!”
주민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혼란이 퍼져나갔지만, 사제는 침착히 그들을 진정시키곤 문으로 걸어 나갔다.
‘태양신이시여. 제발,’
하지만, 그라고 해서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신의 은총을 받아 일반인보다 강력한 힘을 쓴다고 해도, 그는 그저 분류상 하급에 속하는 평사제에 불과했다.
징집병 몇 명은 몰라도, 저리 중무장한 기병만 백 단위가 넘는 집단 앞에선, 그도 무력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끼이익-
하지만 교회의 문을 열고 나서자, 그런 걱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갑자기 마을에 들이닥쳐 미안해. 태양신의 사제.”
웬 갈색 피부에 붉은 머리를 가진 남방의 미녀가 말을 탄 채 다가와, 유창한 공용어로 물은 것이다.
“아, 아닙니다. 대체 무슨 일로…?”
“이 근방에서 전쟁이 일어났다고 들었어. 지금 한창 전투 중이라고, 저 커다란 소리가 나는 곳이 확실해?”
그 여자가 전장 쪽을 가리키며 묻자, 사제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군대가 누구 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밉보여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하아. 진짜 전쟁을 치를 줄이야. 하여간, 고마워.”
짤그랑.
사제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가 준 작은 주머니를 받았다.
틈새로 금색이 반짝이는 것이, 딱 봐도 거금으로 보였다.
“태양신께 내는 기부금이라 생각해. 자, 가자!”
그녀가 그렇게 주변에 외치자, 하얀 두건들을 쓴 기병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히이이잉-!
불과 몇 분도 되지 않아, 마을을 꽉 채웠던 기병들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대체 뭐지?”
그리고 사제는 그저 묵직한 주머니만을 꼭 쥐면서 간절하게 태양신에게 빌기 시작했다.
부디 저들이, 왕국 쪽에 속한 부대이길 바라면서.
* *
쒸이익-!
검은 머리의 엘프 – 엘리오네는 자신의 왼쪽 어깻죽지를 대각선으로 가르려는 루카스의 보검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젠장! 이것들이 건방지게!’
저 망할 유렌 슈나이더란 하등생물의 마법을 잠자코 놔두는 것이 아니었다.
비록 그 마법은 파훼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종류였지만, 그렇다고 없애는 방법이 없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압도적인 마력으로 안개 전체를 내쫓아 버리는 것이다.
엄청난 마력이 들어가긴 하지만, 고대 의상으로 마력이 대폭 올라간 현재의 그녀라면 쓰지 못할 마력의 양은 아니었다.
하지만, 엘리오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더 약한 두 하등 생물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행동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엘프 특유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자존심과 오만함.
그것이 지금 이 순간, 루카스의 검이 그녀의 왼쪽 어깨에 적중하게 한 것이다.
쩌어엉-!
커다란 충격이 그녀의 몸 전체를 흔들었지만, 그럼에도 어깨에서 피가 솟지는 않았다.
“…!”
“어림도… 없지!”
고대 의상이 증폭시킨 그 강대한 마력이 담긴 실드로, 소드마스터의 검을 막아낸 것이다. 그녀의 마법 실력과, 증폭된 마력이 합쳐진 결과였다.
으득.
그녀는 가면 속에서 이를 갈며, 오른손에 든 엘프의 장검을 무방비인 루카스에게 휘둘렀다.
저 갑옷이 단단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막는 것은 아니다.
꽈아악-
게다가 이젠 갑옷을 조종. 움직이지 못하게 막아 놓은 상태. 놈은 절대로 이 검을 피하지 못하리라.
쒸이이익-!
하지만, 그녀의 장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드래곤의 뿔로 만들어져, 새하얗게 빛나는 유렌의 스태프였다.
“…어느새?!”
루카스를 스태프로 쳐 날림과 동시에, 유렌은 반발하는 마력을 몸 뒤로 강하게 폭발.
그 반발력으로 루카스의 바로 뒤에 붙어 온 것이었다.
“처음부터지!”
그녀의 장검도 마치 번개처럼 빠르긴 했지만, 거의 날아오다시피 하며 받은 가속도를 받은 유렌의 스태프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이런, 위험해!’
다급함이 서린 엘프의 눈에, 점점 자신의 몸통으로 다가오는 하얀 스태프가 확실히 보였다.
말 그대로 아주 짧은 시간의 틈새 속.
그녀는 그 짧은 순간에서도, 스태프 속에서 꿈틀거리는 서로 다른 4가지의 원소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웬일인지는 몰라도 그것들이 서로 반발하며 엄청난 마력을 생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뻐어어어억-!!
“커헉-!!”
유렌의 스태프가 강렬한 소리를 내며 엘프의 옆구리에 틀어박혔고, 그녀는 뒷 나무들을 죄다 박살 내며 날아갔다.
쾅-! 콰아앙-!
엘리오네는 거의 스무 그루의 나무를 부순 끝에, 겨우겨우 한 거목의 앞에 굴러 쓰러졌다.
“쿨럭!”
그리고, 붉은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내장까지 손상되는 커다란 타격을 받은 것이다.
아무리 그녀가 엘프 특성상 마력을 끌어오는 것이 빠르다 해도 이건 무리였다.
루카스의 검격을 막느라, 한 번에 끌어온 거의 모든 마력을 다 쓴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거기서 최소 그와 동등해 보이는 위력이 다시 들어온다?
순간적으로 마력으로 몸을 강화해 몸통이 터져 죽는 것을 피한 것이 과연 엘프라고나 할까.
“이…. 하등생물이!”
엘리오네는 더 이상 당하지 않았다.
땅에 떨어진 피에서 풀과 나무가 빠른 속도로 자라났고, 그녀의 분노에 따라 숲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
재빨리 그녀에게 추격타를 가하려던 유렌은 생각을 바꿔 루카스에게 다가갔다.
“자, 잠깐! 왜 또!”
“위험하잖아. 넌, 이제 쉬어라.”
까아아아앙-!!
유렌은 다시 한번 루카스를 스태프로 후려쳤고, 검은 갑옷의 기사는 비명을 억누른 채 저 뒤쪽으로 한참이나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미 꽤 큰 부상을 입었고, 갑옷이 조종당해 적에게 속박당한 것이나 다름없는 현 상태의 루카스다, 앞으로 이 싸움에서 더 해줄 일이 없었다.
‘뭐, 그렇다고 그냥 휘말려 죽게 하기도 그렇고.’
콰앙-
유렌은 저 멀리 루카스가 추락하는 소리를 들으며, 심장의 마력을 다시 한번 모았다.
두근! 두근! 두근-!
“이… 벌레가!”
쿠우우웅-!
극심한 분노를 담은 엘프의 마력이, 자랑스러운(?) 고대 의상에 증폭되어 근방의 숲 전체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슈욱-!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발밑을 포함한 거의 모든 방향에서, 유렌을 향해 나뭇가지와 뿌리가 날카롭게 변해 달려들었다.
“…!”
강렬한 맹독의 냄새가 나는 것이, 아까 전 스치기만 해도 위험한 나뭇가지들과 같은 것들임이 분명했다.
‘미친. 숲 전체를 바꿔버리다니!’
푸화아아악-!
유렌은 재빠르게 화염 마법으로 주변을 불태워버린 다음, 바람으로 그것을 넓게 퍼트렸다.
서둘러 쓰긴 했지만, 그 화염은 어지간한 몬스터는 통째로 불태워버릴 만한 위력이었다.
하지만 마법은 불에 약한 나뭇가지와 뿌리 정도만 조금 태운 후 금방 사라졌다.
“너 같은 벌레도 마법에 다른 원소를 덧붙이는데, 이 내가 하지 못하리라 생각한 거냐?!”
‘진흙인가!’
유렌은 주변에서 다시 돋아나는 가지들에, 갈색의 진흙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을 눈치챘다.
물과 흙의 원소를 섞어, 이 숲의 모든 가지와 뿌리에 진흙을 발라 잘 타지 않게 해버린 것이다.
단순히 가지 몇 개에만 덮어씌웠다면야, 별 대단할 것도 없었겠지만 그녀는 이 숲 전체를 흉기로 만들고 거기에 추가로 덮어씌운 것이다.
게다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타앗-!
엘리오네의 몸이 길쭉하게 늘어난다 싶었더니, 갑작스레 가지를 피하던 유렌의 옆으로 나타났다.
“죽어!”
쒸익-!
그녀의 장검이, 가지를 피하는 유렌의 왼 팔을 스쳐 지나갔다.
퓻-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상처에서 작지 않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곧 마력으로 억눌러 지혈을 하긴 했지만, 결코 얇은 상처는 아니었다.
‘그나마 가지에 닿지 않아서 다행인가.’
참으로 좋지 앟은 상황이었다.
나뭇가지는 위력이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그 대신 맹독이 있어 스치기만 해도 사실상 끝난다고 봐야 했다.
저 살기에 넘치는 엘프의 앞에서, 중독된 몸으로 언제 해독을 하고 있을까.
그 전에 목이 날아 나겠지.
그래서, 상처를 입으려면 차라리 저 장검에 입는 게 나았다.
‘당연히 이것도 위험해. 아주 조금만이라도 반응이 늦으면, 손발은 그냥 절단일 테니.’
물론, 둘 다 피하거나 막으면 좋겠지만 유렌의 현 상황에선 그것은 불가능했다.
휘익-!
유렌은 그 와중에서도 스태프에 마력을 넣고 크게 휘둘러, 상대를 잠시 후퇴시켰다.
‘역시나.’
이 숲 전체를 바꾸고 있는 마법을 쓰는 동안엔, 그 두꺼운 실드는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아무리 마력을 증폭시켜준다곤 해도, 한계는 있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은 지금 혼자 싸우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또 혼자가 아니기도 했다.
“사라져라! 버러지!”
하등생물에 이어 벌레. 그리고 버러지인가.
고등생물이라고 자칭하는데, 참 욕이 단출하기도 하군.
“그래, 덤벼봐. 당나귀와 교접한 고대의 결과물아.”
“…?”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한 유렌의 말에, 엘리오네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귀에 문제가 생겼나 생각했다.
뭐? 당나귀? 교접? 결과물?
감히, 누가. 누가 엘프에게 그런 말을 하겠는가.
하지만, 그녀의 뾰쪽한 귀의 성능은 아주 멀쩡했다.
“음? 못 알아듣나? 그럼 네 조상의 말로 해주지. 히이히힝~. 어때. 좀 알아먹겠어?”
유렌이 완벽하게 흉내 낸 당나귀의 울음소리에, 엘리오네의 거의 남지 않았던 인내심이 끊겼다.
생전 처음으로 하등 생물에게 당하는 크나큰 모욕에, 그녀의 온몸과 숲 전체가 부들부들 떨려왔다.
“…죽어라.”
이글이글 불타는 엘리오네가 번개와 같은 속도로 나뭇가지들과 함께 유렌에게 돌진했다.
‘좋아. 성공이군. 이젠, 버티기만 하면 되나.’
유렌은 품속에 있는 디멘션 포켓을 느끼며,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역전의 수가 준비될 때까지는 약 5분.
다만, 그때까지 버티기가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파앗-
유렌은 손가락에 낀 새하얀 반지의 힘을 발동시키며 마찬가지로 흰 스태프를 꽉 하고 움켜잡았다.
* *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아-!!’
엘리오네는 쉴새 없이 움직이며, 마력을 쥐어짜 상대를 덮쳤다.
챙! 채애앵-!
놈의 목을 노리고 간 장검이, 스태프에 막혀 불똥을 만들었다.
서걱-
그리고 그사이, 사방에서 놈에게 달려든 독이 든 나뭇가지는 날카로운 끝부분이 놈에게 모두 잘렸다.
그래서 엘레오네는 그 배 이상의 나뭇가지들로 놈을 덮치게 했다.
드드드득-!
말 그대로 산더미 같은 날카로운 나뭇가지가, 쉴 새 없이 상대에게 쏟아졌다.
엘프 중에서도 강한 축에 속하는 그녀가, 고대 의상이라는 선대의 은혜로 강화되어, 인간 한 명에게 그 폭력을 모두 휘두르고 있었다.
“….”
하지만 상대는 그것을 버티고 있었다.
겨우 하나의 하등생물이, 자신과 고대의 은혜를 포함한 엘프의 힘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직 6레벨도 아닌 5레벨의 마법사 따위가!
분노의 감정에 휘몰아친 엘리오네의 마음속에도, 점차 뭔가 이상하다는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굳이 막기만 한다고?’
만약 다른 놈이 그랬다면야, 그게 한계라고 확신하며 계속 공격. 곧 상대를 죽일 수 있었겠지.
하지만, 놈은 달랐다.
어쨌건 자신에게 공격을 성공시키기도 했으며 그만큼의 실력이 있는 벌레였다.
결코 이렇게 버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반격을 하려는 시도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 베테랑인 그녀의 판단이었다.
“히이히힝~”
“…!!”
하지만 놈의 입에서 내뱉는 또 한 번의 완벽한 당나귀 소리에, 그녀의 이성은 다시 날아갔다.
그래, 놈이 뭔가 꾸미고 있으면 어쩌란 말인가.
목이 잘리고서도 계속 꾸밀 수 있다면야, 얼마든지 꾸며도 상관없었다.
“핫!”
우우웅-
엘리오네는, 자신의 남은 모든 마력을 끌어내어서 고대 의상으로 증폭.
오늘까지 썼던 것 중, 가장 강력한 마력을 준비했다.
아무리 놈이 잘 피하거나 잘 싸워도, 모든 방향에서 짓눌리도록 나뭇가지를 늘리면 결국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 짓눌릴 물량 마법을 준비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장검에 거대한 마력을 쑤셔 박기 시작했다.
구우우웅-!
그녀의 오른손에 든 장검은, 커다란 마력을 머금자 녹색의 빛이 휘황찬란하게 번쩍이며 점차 검신을 뒤덮기 시작했다.
반대로 왼손에 모인 마력은, 놈을 압사할 정도의 가지들을 발현할 수 있게 모아놓았다.
“끝내자. 입이 지저분한 벌레놈!”
엘리오네는 확신에 차 그렇게 외쳤다.
그래, 이 공격은 저놈은 절대 막을 수 없다.
당연히, 이 근처에 도와주러 오는 이 하나 없었고.
저놈은 지금 여기서 죽는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확신하고 마력을 쓰려 왼손을 움켜쥐려는 그 순간.
우웅-
갑자기, 양손에 모여들었던 거대한 마력이 흔들렸다.
“…어?”
우우웅-
속이 메슥거리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양손에 가득했던 마력들이 증발해갔다.
“어어?”
천년을 훨씬 넘게 살아온 그녀의 생에, 난생 처음 있는 상황.
하지만 그 첫 상황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두근!
“윽!”
심장이 찢어지도록 아파져 왔다.
지금까지 자신의 마력을 대폭으로 증폭시켜줬던, 약간 입기 부끄럽긴 하지만 자랑스러운 조상의 고대 의상이 이젠 자신의 마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두근- 두근-!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반대로 마력이 흡수당하면?
몸 안은 물론이고, 마력의 원천인 심장이 마구 쥐어짜이는 것이다.
“아아악-!”
엘리오네는 장검도 떨어뜨린 채, 그저 고통에 신음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런 그녀의 머리와 몸에, 기묘한 마력이 있는 돌멩이들이 이리저리 부딪혀왔다.
“후우. 늦지 않았군.”
유렌은 고통에 발버둥 치는 그녀를 보며, 한숨을 쉬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뚝- 뚝-
유렌은 몸 이곳저곳에서 나는 출혈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경악의 눈으로 보고 있는 엘리오네를 보며 씨익 웃었다.
“응? 이게 뭐냐고? 드워프들이 만든 도구야.”
“…!”
유렌의 그 말에, 엘리오네의 머릿속에서 땅딸막하고 수염이 많은 하등 종족이 떠올랐다.
200여 년 전쯤에, 반쯤 장난으로 멸망시켰던 그 종족 말인가.
그들도 역사에서 사라진 상태라 ‘규약’에 걸리지 않아 재미로 거의 멸망시킨 종족의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오는 것인가.
“걔네들, 장비 만드는 솜씨 좋은 거 알지? 그런데, 그들이 너희에게 원한을 품은 거지. 전쟁이랍시고, 거의 장난삼아 드워프들에게 여러 고대의 무기들을 실험해 봤다며?”
그래서 당시 살아남은 드워프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그것을 무효화 할 도구를 개발해냈다.
언젠가, 정말 언젠가 엘프들과 다시 맞붙는다면 그들에게 일격이라도 갚아주기 위해 말이다.
그것이 바로, 땅에 떨어진 저 돌멩이들이었다.
“뭐, 미완성품이라 발동 시간도 많이 걸리고 눈에 띄어서 고생 좀 했지만.”
유렌은 거기까지 말하고, 스태프를 들어 올리려다 휘청였다.
‘…젠장. 피를 너무 많이 흘렸나.’
하지만 이를 악물고는, 쓰러져있는 엘리오네에게 스태프를 겨누며 말을 이었다.
“자랑스러운 조상의 지혜 덕분에 승승장구했다면, 반대로 그 업보도 한 번 받아야 하지 않겠어?”
“자, 잠깐….”
엘리오네는 필사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팔을 움직여, 겨우 원숭이 가면을 벗었다.
그러자 눈물이 글썽이는, 절세 미녀의 얼굴이 햇빛 아래에 빛나기 시작했다.
“사, 살려다오. 제발….”
인간들이 자신들의 외모에 깜빡 죽는 것을 생각한, 자존심을 버린 그녀의 마지막 수였지만 상대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한 ‘하등생물’들을, 넌 지금까지 얼마나 죽여왔지?”
“자, 잠깐!”
쒸이익-!
하지만 전혀 동요하지 않은 유렌의 새하얀 스태프가, 재빠르게 그녀의 머리로 날아들었다.
빠아아악-!
머리를 내려치는 둔탁한 소리가, 이제는 엉망이 된 숲 위로 높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