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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25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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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25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25화 생과 사를 가르는 곳 (17)

 

 

 

콰르르르릉-!!

“저 번개는 대체… 뭐죠?”

“저, 저도 모름다.”

“세상에. 데르빗이시여.”

헤이든과 레이칸. 그리고 루시아는, 모두 멍하니 하늘 위의 바위 언덕에 거대한 벼락이 작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물론, 그 세 사람만 전장에서 넋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필 바위 언덕 근방에 위치해 공포에 빠져 달아나는 몇몇 부대만 제외하면, 모두 얼이 빠진 채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콰콰아아아앙-!!

그리고 그 거대한 번개가 바위 언덕에 작렬하고 잠시 후.

그 번개가 두 갈래로 갈라져 지상으로 뻗어 내려왔다.

“어억?!”

“으아악-!”

지상에 있던 사람들. 특히나 바위 언덕 근방에서 도망치던 부대들이 지르고 있던 비명은 더욱 커졌다.

안 그래도 저 바위 언덕에 깔릴 판인데, 저 커다란 번개까지 내려오다니.

정말 재수가 없어도 더럽게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들은 번개도, 바위도 맞지 않았다.

파스스-

두 갈래로 갈라져 지상으로 맹렬하게 달려오던 번개가, 지상 위 100m 정도 되는 곳에서 그만 사라져 버린 것이다.

우우웅-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바위 언덕들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어?! 바위가 없어졌어?!”

“어어어?!”

“뭐, 뭐야?! 저게 대체 무슨 마법이야?!”

전장에 있는 수만 명의 사람은 다시 얼이 빠졌다.

조금 전, 바위 언덕이나 커다란 번개가 등장한 것보다도 더 그랬다.

“…클클클. 이거, 정말 비정상적이로군.”

그 와중에, 왕국의 6레벨 노마법사. 쉐룬은 혼자 공간의 뒤틀림을 느끼고 껄껄 웃었다.

지금 그는 당사자인 유렌과 엘프를 제외하면, 이 현장에서 이 괴현상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쨌든 6위계 마스터의 이름은, 겉멋으로 있는 것이 아니니까.

“스, 스승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현재 그의 조수로 질질 끌려다니는 ‘전 부사령관’. 페이든은 경악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어쨌든 그도 수십 년 이상을 수련한 5위계인 위저드.

나름 경력이 많은 그로서도 지금 현상은, 도저히 이해 못 할 미지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끌끌. 뭘 그리 다 알려 하느냐. 그냥 얌전히 나만 따라다니면서 병사들이나 도우거라.”

“하, 하지만 스승님…. 일단은 저도 마법사입니다. 최소한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정도는 알려 주십시오. 예전에 스승님이 마법사는 모든 일을 다 알지는 못해도, 그것이 왜 일어났나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수십 년 전 자신의 가르침을 잊어버리지 않는 제자를 보며 쉐룬은 껄껄 웃었다.

그래, 확실히 자신은 모든 제자에게 그 말들을 하고 있었지.

‘흐음. 조금은 나아졌나?’

쉐룬은 겁먹으면서도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제자를 보며, 이런 상황에서도 약간은 기특해졌다.

그래, 역시 사람은 굴려야 변하는 법이다.

“끌끌. 이젠 입은 조금 살아났구나. 그래, 저건 네가 한때 그렇게 싫어하던 13연대장. 유렌이 번개를 막은 것이다.”

“…예?”

페이든은 크게 놀랐지만, 마음 한편으론 바로 이해가 갔다.

여기에서 스승을 제외하면, 그런 신기를 보여줄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는가.

소드마스터와 맞먹는 저 괴물 같은 녀석이 무슨 수를 쓴 것이겠지.

“저 번개 마법이 무언지는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저게 제대로 떨어졌으면 아마 만 단위의 병사들은 죽었을 게 분명했지. 끌끌. 또 엄청난 목숨을 살렸군.”

“…소드마스터와 싸우는 도중에 말입니까?”

“그래.”

스승의 말에 페이든은 그저 할 말을 잃었다.

그 괴물같이 무시무시한 소드마스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인데, 그 괴물과 단독으로 싸운다.

그것만해도 대단한데, 그 싸움 중간에 저 거대한 마법을 막아 병사들의 목숨을 살렸다고?

‘난, 나는….’

페이든의 눈이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사령관 자리에서 쫓겨나고, 스승과 다시 함께한 지 이제 기껏해야 십수 일.

하지만 지난 그에게 있어 이 시간은 지난 십여 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물론 고생해서이기도 했지만, 수십 년간 자신이 그저 숫자나 소모품으로 여겼던 병사들과 인간적으로 부딪혀가며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들은 인간이었다. 

비록 자신보다야 약하고, 못 배워먹고, 지위가 낮긴 했지만, 그래도 인간이었다.

그런 존재들을 자신은….

“끌끌. 이놈아! 거기까지만 생각하거라. 여긴 전장이다!”

스승인 노마법사의 말이, 페이든의 생각을 끊었다.

그가 가리킨 전장에선, 이미 충격에서 벗어난 병사들이 다시 칼과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으아아아-! 이놈들!”

“죽어라!”

조금 전은 마치 신화에서 나온 것 같은 대단한 광경이었지만, 그것은 그거.

눈앞의 적은 그저 적이었다.

“뭐하냐! 한 명이라도 더 살려서 멍청한 네놈의 과거를 조금이라도 더 속죄해야지!”

“…예, 예! 스승님!”

화르르륵-

페이든은 양손에 불을 일으키고는, 아군을 노리는 병사들을 노려 발사했다.

‘난,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이제는 중년을 넘어, 장년에 가까운 한 마법사의 눈에 한 줄기 작은 불꽃이 생겨났다.

 

* *

 

“후우. 성공이군.”

유렌은 이제는 사라진 번개를 보며, 재빨리 디멘션 포켓에 손을 넣어 바위 언덕들을 다시 집어넣었다.

저게 낙하하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엄청난 일이 될 테니까.

새까맣게 타서 사라진 오크의 재가 조그맣게 휘날리며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아무리 재생력이 강하다 뭐다 해도, 엘프의 고대 병기에 직격을 맞은 것이니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역시나, 몬스터가 전장 근처에 없을 리가 없지.”

유렌은 방패막이로 잘 써먹은 오크의 재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일단 사람들끼리의 대규모 전쟁이 벌어지면, 반드시 그 경계에 일정 이상의 몬스터들은 존재했다.

물론, 사람의 군대와 정면으로 싸우려는 그런 멍청한 몬스터는 거의 없었다.

그저 양군의 군대가 후퇴한 밤중에 전장으로 나와, 인간들의 시체를 별미로 즐기는 놈들이 항상 존재했을 뿐이다.

뭐, 그런 놈들이니 적당히 이용한 거고.

“역시, 마력은 꽤나 들어가는군.”

두근 두근-

커다란 바위 언덕을 꺼내고 집어넣은 탓에 마력이 쑥쑥 빠져나가는 것을 느껴졌지만, 그래도 아직 괜찮았다.

보통의 5레벨이라면, 바위 언덕들을 내보낼 때 이미 마력이 바닥났겠지.

하지만 남들보다 월등히 튼튼한 유렌의 심장이 뿜어내는 마력은 거의 반칙에 가까웠다.

어지간한 6레벨들도 유렌보다 마력이 확실하게 많다고 자부할 수는 없는 정도가 되었으니까.

“자, 그럼. 귀쟁이를 잡으러 가보실까.”

탓-

유렌은 발에 약간의 상반된 마력을 넣어, 그 반발로 숲의 나무 위로 재빠르게 달려 나갔다.

기사의 ‘돌격’을 마법으로 재해석한, 유렌만의 기술이었다.

‘호. 돌격보다 마력도 적게 들고, 이동 거리도 멀군. 다만 거리 조절이 약간 더 힘들어. 장거리 이동용으로 쓰면 나쁘지 않겠는데?’

유렌은 자신이 방금 떠올린 기술이 생각보다 괜찮음을 알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번을 더 나아가자 유렌의 얼굴에서 서서히 웃음은 사라졌다.

‘역시 강하군. 아니, 그보다… 당했나?’

콰아앙-!

특정 장소에 도착한 유렌의 앞으로,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가 나가떨어졌다.

쿠웅-! 콰앙-!

루카스는 그 후로도 나무 10개 정도를 계속 부수며 나아가더니, 커다란 거목에 박히며 그제야 멈췄다.

“네놈… 유렌 슈나이더군!”

그리고, 나무 저편에서 거대한 살기가 찌릿찌릿하게 느껴졌다.

일반인은, 아니 저레벨의 마법사나 전사들도 당장 기절할 정도의 짙은 농도의 살기였다.

“아이고야.”

유렌은 그 가공할만한 살기를 느끼면서도, 일부러 날아간 루카스를 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위대하신 엘프님께서, 인간 하나를 못 죽이고 저렇게 날려 보내시나?”

“….”

안 그래도 짙은 압박감이, 한참 더 강해졌다.

‘와, 이거 생각보다 훨씬 강한데?’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일 것이라곤 생각하진 못했다.

물론 엘프가 전체적으로 강한 종족이고, 거기에 상위권에 속하면 소드마스터와 비슷한 무력을 자랑하긴 했다.

하지만 유렌이 지금 느끼는 이 압박감은, 그의 상상 이상이었다.

저벅- 저벅-.

그리고 숲속에서, 엄청난 마력을 뿜어내는 검은 머리의 여자 엘프가 이쪽을 노려보며 걸어 나왔다.

당연히 엘프답게 엄청난 미녀였지만, 지금은 유렌의 눈엔 그 아름다운 얼굴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긴장해서가 아니라, 물리적 의미로 말이다.

“거, 취미 한번 고약하네.”

“…닥쳐라.”

바로, 얼굴에 괴상한 원숭이 모양의 금속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면에 조각된 원숭이 자체도 이상한데, 잔뜩 찡그리는 그 표정 때문에 더 우스꽝스러웠다.

게다가 팔목과 허리. 그리고 발목엔 3류 광대나 기뻐하면서 입을, 쓸데없이 색만 화려한 원색의 장신구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절세의 미녀일 게 분명한 얼굴과 길쭉하면서도 볼륨 있는 조각상 같은 몸도, 웃기는 가면과 저 패션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었다.

‘…전위 예술?’

지금 유렌의 앞에 서 있는 엘프는, 마치 옷을 대충 껴입은 작은 극단의 3류 광대로밖에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 이것은, 우리 엘프들의 힘을 증폭해주는 신성한 고대의 복장! 모욕하는 놈들은 용서하지 않겠….”

“너도 솔직히 부끄럽지?”

“…!!”

‘정곡이군.’

유렌의 그 가슴을 찌르는 말에, 엘프 - 엘리오네는 부들부들 떨었다.

감히, 하등생물이 비록 ‘조금’ 촌스러운 옷을 입었다고 자신을 놀려?

엘리오네의 분노와 마력이 폭발하려는 그 순간. 저 멀리서 작지만 뚜렷한 기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쿨럭. 전부터 말하고 싶었지만, 그 옷 정말 촌스럽기 그지 없….”

“이 하등 생물이!”

거의 피를 토하다시피 말한 루카스의 비꼬는 말에, 엘리오네의 분노가 폭발했다.

꽈아악-

꽉 움켜진 엘프의 오른손이 빨갛게 달아오르자, 루카스의 검은 갑옷은 주인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컥!”

“하등생물은 하등생물답게, 그저 주인만 따르면 되는 거야! 어디서 같잖게 배신을 하려 들어?! 게, 게다가 감히 우리 고대 의상을 촌스럽다고!”

엘리오네는 분노와 창피로 가면 속에 있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오른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갑옷에 있는 강력한 저주와는 별개로, 넣어둔 하나의 예비책을 발동시킨 것이다.

‘과연, 저래서 손도 못 쓰고 당했나?’

저 엘프가 강한 것도 강한 거겠지만, 저런 식으로 갑옷이 자신을 옥죄면 상대 자체를 할 수가 없겠지.

두근-!

유렌은 재빠르게 심장에서 마력을 뿜어내어,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빠른 마법을 펼쳤다.

파지지지직-!

불과 얼음 원소의 반동으로, 더욱 커진 마력을 번개로 변환.

붉고 하얀 두 개의 번개를 엘리오네의 양쪽에서 내려친 것이다.

“…흥!”

엘리오네는 자신도 처음 본 색의 번개에 순간 당황하는 듯했지만, 그 멈칫한 순간은 매우 짧았다.

그녀는 엘프. 천 년을 넘게 사는 동안, 수도 없이 전투를 겪었던 베테랑이다.

그저 말없이, 엄청난 마력을 왼손으로 배출하여 번개 자체를 밀어내 버렸다.

“!”

콰앙-! 콰콰아앙!

밀려난 두 번개가 숲 일부를 새까맣게 태우는 동안, 유렌은 재빠르게 새하얀 스태프에 마력을 담아 달려들었다.

까아아앙-!

하지만 유렌의 스태프는, 어느새 뽑은 엘프의 매끈하고 우아한 장검에 가로막혀있었다.

끼기기긱-!

스태프와 장검이 부딪히면서 불똥이 튀었다.

당연하지만 엘프의 장검 역시 보통의 보검이 아닌 듯 보였다.

“…감히!”

그녀는 진심으로 분노했는지, 온몸에서 강력한 마력을 뿜어내며 장검을 휘둘렀다.

쒸익-!

그녀의 검은 루카스처럼 단순하지만, 효율적이지는 않았다.

정확하고 최단 경로만 딱딱 이동했던 루카스의 검과는 다르게, 이 검격은 마치 물이나 바람이 흐르는 것처럼 둥실둥실하며 둥글둥글했다.

쓰걱-

하지만, 그 위력만큼은 절대로 둥글지 않았다.

유렌의 왼쪽 어깨와 오른쪽 옆구리. 그리고 왼 손목의 윗부분에서 동시에 피를 뿜게 한 것이다.

뻐억-

그렇지만, 그것은 방어를 희생한 공격이긴 했다.

자신의 옆구리로 날아드는 유렌의 스태프를 완전히 무시했었기에, 그만한 타격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

유렌에게 옆구리를 직격당한 엘프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나무들을 겹겹이 부수며 숲에 처박혔다.

본인이 조금 전, 루카스를 그렇게 만든 것처럼 말이다.

“확실히, 하등생물치곤 제법이야.”

하지만 그 결과는 달랐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벌떡 일어선 것이다.

그녀의 옷 속에 입은 얇은 엘프의 체인 메일이, 조용히 철렁거렸다.

파앗-

유렌은 재빠르게 피가 솟은 곳을 지혈하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지끈-.

다행히 상처는 그렇게 깊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반면, 상대방은 확실하게 아무런 타격도 없어 보였다.

‘갑옷보단 마력으로 막았군.’

유렌은 스태프로 때리는 순간, 그 묵직한 감각으로 그녀가 무사한 이유를 눈치챘다.

‘저 고대 복장인지 뭔지로, 마력을 증폭. 엄청나게 단단한 실드를 쳤군.’

저렇게 강력하게 증폭된 엘프의 실드를 뚫기엔, 혼자만의 공격력으론 모자랐다.

아무리 유렌이라고해도, 몸은 하나다. 

결국 최대 출력에는 혼자인 이상 한계가 있는 것이다.

뭐, 애초에 최대 출력까지 느긋하게 모을 시간도 주진 않겠지만.

파아앗-!

유렌은 몸 근처로 쇄도해오는 날카로운 나무 칼날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인상을 구겼다.

보기 드문 식물 계열 마법이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게다가, 저 독 냄새!’

저 끝에서 풍기는 강렬한 맹독의 냄새는, 저 나뭇가지에 스치기만 해도 죽음으로 직행하는 위험한 마법임을 알려주었다,

어지간한 위저드나 상급 기사들도 한꺼번에 죽을만한 마법을, 저 엘프는 너무나 가볍게 쓰고 있는 것이다.

‘검사로서도, 마법사로서도 마스터 클래스임은 확실하고, 거기에 마력 증폭이라. 혼자 정면으로 붙어선 승산은 적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면 절망적인 상황에 가까웠다.

적은 강하며, 든든한 편이 될 줄 알았던 소드마스터. 루카스는 벌써 뻗어있었다.

하지만 유렌의 머릿속은 이미 승기를 찾아 빠릿하게 돌고 있었다.

예상 이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아예 대책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콰앙-!

땅과 바람. 그리고 물의 원소가 섞인 유렌의 마법이 순식간에 주변을 둘러쌌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려는 행위는 아니었다.

“…! 귀찮은 마법이로군. 물까지 더하다니.”

온통 황색 연기로 둘러싸인 주변을 보던 엘리오네가, 가면 속에서 인상을 찌푸렸다.

땅과 바람을 섞어, 시야를 모두 가려버리는 흙의 폭풍을 전방위로 일으킨다.

거기에 흙 안개에 마력이 가득한 물을 더해, 질척한 흙 안개 속 곳곳에서 유렌의 마력이 가득하게 느껴지게 만든 것이다.

엘프의 예민한 감각에도 혼란이 올 정도로 그 효과는 충분했다.

‘…뭐, 그래 봐야. 공격할 때는 숨기지 못할 테니.’

어차피 놈이 마법이든 스태프든 자신에게 타격을 줄 가능성은 한없이 적다.

그렇게 엘리오네는 흙 안개 속에서, 여유 있게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지금 상대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도 모른 채로.

 

* *

 

“미안, 하군.”

한 편, 유렌은 재빠르게 루카스가 있는 곳으로 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

움직일 수는 있을 것 같았지만, 같이 싸우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상처도 꽤 커 보였고, 무엇보다도 저 엘프를 공격하면 갑옷이 루카스를 옥죄어올 테니까.

“미안할 것 없어. 그보다, 이제 협동 공격을 가보자고.”

“…음?”

뜬금없는 유렌의 말에, 루카스의 투구 속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자, 자. 빨리 검을 뽑아. 자, 이제 엘프가 가까이 다가오면 베는 거다. 간단하지?”

“그, 그렇긴 하다만 지금 내 이 상태론 다가 갈수가 없다.”

“걱정 마. 일단 가까이 접근하면 베. 그게 다야.”

스릉-

일단 루카스가 유렌의 닦달에 검을 뽑은 그 순간.

휘이이이잉-!

순식간에 강력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루카스를 공중에 둥둥 띄웠다.

“이건?”

“이 꽉 악물어라.”

“…? 자, 잠깐.”

루카스는 자신의 등 뒤에 특수한 실드가 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어쩐지 통통 튀는 듯한 마력이 느껴지는 것이, 왠지 반발력이 강할 것 같은 실드였다.

“…설마?!”

루카스는 그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식겁하며 소리쳤지만, 때는 늦어있었다.

쒸이익-!

이미 양손으로 단단히 잡은 유렌의 하얀 스태프가, 루카스라는 거대한 공을 힘차게 후려친 것이다.

까아아아앙-!!

유렌의 스태프와 루카스의 갑옷 사이에 낀 반발력 높은 실드는, 강력한 충격을 받자 그 힘을 뒤쪽으로 전달. 루카스를 빠르게 날려 보냈다.

“이런 개 같…!”

루카스는 채 욕설을 내뱉지도 못한 채, 수십 미터 거리를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

그리고 루카스는 보았다. 

비록 가면에 가려져 있었지만, 이쪽을 경악해 바라보는 엘프의 눈초리를.

하긴 누가 봐도 놀랄 만도 하지.

“흡!”

기왕 이렇게 된 거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루카스는 뒤에서 자신을 쫓아오는 유렌의 존재를 느끼며, 자신의 보검을 먼저 휘둘렀다.

자신의 갑옷을 조종할만한 시간도 주지 않은 채로.

쒸익-!

엘프의 그 촌스러운 장신구 위로, 루카스의 보검이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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