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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24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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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24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24화 생과 사를 가르는 곳 (16)

 

 

 

엘프.

미형에 귀가 뾰쪽하며, 장수한다는 것이 특징인, 지금은 모습을 감춘 한 종족.

인간들의 역사에도 기록되지 못할만한 먼 과거. 그 엘프들이 이 대륙을 지배하던 때가 있었다.

그 자체가 놀라운 사실은 아니었다.

엘프들은, 정말로 모든 면에서 다른 종족을 압도하는 능력을 갖춘 종족이니까.

일단 누구에게 살해당하지만 않는다면, 드래곤과 더불어 천년 단위로 살아가는 희귀한 장생종이다.

거기에 인간이나 드워프 등, 다른 종족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타고난 육체.

타고난 마력도 인간의 열 배 이상에 이르면서, 그것을 조종하는 능력 역시 뛰어나다.

게다가 평균적인 지능조차 압도적으로 좋으니, 사실 어찌 보면 그들이 대륙을 지배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엘프들에게도 약점은 두 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낮은 생식 능력으로 인한 종족수의 적음과. 정말 지독할 정도로 오만을 타고난 그 성격이었다.

-도저히 저 빌어먹을 귀쟁이 놈들의 밑에서 살아갈 순 없다!

-내 도끼와 수염을 걸고! 뾰쪽귀 놈들의 머리를 모두 날려버리겠다!

그들보다 더 오만하고 강력한 종족은 드래곤도 있었지만, 그들은 대부분 자신의 영역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엘프들은 전 대륙의 타종족들을 노예 수준으로 다루며 무시하니, 더는 버티질 못한 것이다.

-흥. 하찮은 것들이 감히!

-우리가 네놈들에게 너무 물렀었나? 하등생물들이 숫자로 밀고 들어온다고, 우리가 어떻게 될 줄 알았나?

하지만 엘프들은 강했다.

자신들의 열 배. 아니 수십 배 많은 타종족들이 상대였지만, 그 압도적인 강함으로 가뿐하게 반란을 진압한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엘프들이 마음먹은 대로는 되지 않았다.

타종족들의 간절함에, 결국 그들이 모시던 ‘신’들이 나서게 된 것이었다.

-저, 저것들은?!

-…정말로 신들이라고?

-감히 우리에게!

그리하여 ‘규약’이 생겨 난 것이고, 결국 엘프들은 대륙의 정점에서 강제로 내려와야만 했다.

그 뒤로 엘프도 대가 몇 번이나 바뀔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신들의 ‘규약’은 아직 여전했다.

쿠콰아아아앙-!!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깰 수 있지. 건방지기 짝이 없는 신 녀석들. 감히 우리 엘프종에게 그딴 저주를 걸었었다니.’

붉은 머리의 엘프 - 크레이스는 커다란 고대의 마도구에서 발사되고 있는 어마어마한 번개 마법을 보며, 먼 곳에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동족. 엘리오네가 저쪽에서 거대한 옛 마도구의 기동을 성공적으로 마친 모양이었다.

“큭. 크크큭. 하등생물들은 여기서 단체로 죽어라! 그리고, 신들의 불합리함에 갇혀 있던 우리 엘프의 억울함을 푸는 거름이 되거라!”

만약 인간 중 누군가 살아남는다면 처리하기 위해 대기 중인 크레이스는, 그렇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반경 수십 미터가 넘는 저 거대한 번개를 보며, 자신이 나설 일이 없을 것이라는 걸 확신하면서.

 

* *

 

쿠르르릉-!!

엄청난 번개 마법이 고대 마도구에서 발사되기 조금 전.

저 멀리서 발사되기 직전의 마력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

여태껏 한순간도 쉬지 않고 처절한 싸움을 벌였던 유렌과 루카스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여태껏 한순간도 쉬지 않고 유렌과 함께 지형을 엎어버리고 있던 둘 답지 않은 정지였다.

“너도 느꼈지?”

“…그 빌어먹을 귀쟁이 놈들이!”

빠르게 말한 유렌의 말에, 루카스 역시 그 기묘한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저 평원을 뒤덮고도 남을만한, 엄청난 마력이 느껴진 것이다.

설명이 없어도 둘은 그걸 순식간에 깨달았다.

“….”

루카스는, 조용히 분개했다.

공국 병사들은 당연하고, 자신조차 버리는 돌로 쓰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설마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할 것으로 생각하진 못했다.

아니, 차라리 자신이 상대에게 지면 발사하든가 할 것이지. 아직 승부도 백중세인 와중에 이게 뭔가.

저런 짓은, 아예 처음부터 마음먹지 않고서야 절대로 할 수 없는 일.

그러니까, 저 빌어먹을 귀쟁이 놈들은 아예 시작부터 자신들을 함께 처리하려고 한 것이다.

“….”

하지만, 자신이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저 마법은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마어마한 마력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엄청난 위력의 대량 살상 마법이 분명했다.

아마도, 자신이나 저 유렌조차 직격으로 맞으면 절대로 살아남기 힘든 위력임이 확실하겠지.

그러면 소드마스터인 자신으로선 저 마법을 막을 수가 없다.

검으로 베어 가르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이렇게 이용만 당하다가, 죽게 되는가? 단순히 나뿐만이 아닌, 수만 명의 인간과 함께?!’

루카스가 그렇게 분노와 절망에 물들어 가려 하던 그때.

유렌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루카스에게 말했다.

“저 마법이 뭔지 짐작이 가나?”

“…글쎄, 강력한 광역 마법이라는 것밖에.”

그 말에 유렌은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었다. 저 강대한 마력과 더불어 있는 특수한 파장으로, 이미 어떤 마법인지 눈치챈 것이다.

“난 짐작이 간다.”

“정말인가?!”

“그래. 그러니, 지금은 날 따라라. 저걸 막고 싶다면 말이지.”

유렌은 저 마법을 쓰는 것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이미 사용 된 후의 그 풍경은 잊을 수 없었다.

‘역시, 그때도 놈들의 짓거리였나.’

전생에서 자신이 군단의 병사들을 이끌고 있었던 시절.

왕국이건 제국이건 가릴 것 없이, 특정 부대들이 번개에 쓸려 전멸한 채로 발견된 적이 몇 번 있었다.

-대, 대장님. 이거 장난이 아닌데요? 

-왕국의 최신 마도구 병기에 당한 걸까요?

-…그렇다고 하기엔, 저번 왕국 부대가 똑같이 당한 적이 있었지. 좀 이상하군. 게다가 이 특이한 마력 패턴이 완전히 같아.

그렇게 몇 번 발견 된 뒤로는, 그런 일이 없어졌기에 그 기억들은 그저 머릿속 한 편에 묻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그 독특한 마력의 패턴은, 단숨에 유렌의 기억 속에서 그것을 떠올리게 만든 것이다.

‘사슬 번개 마법을 극대화 시킨 마법!’

그 독특한 마력 패턴과, 그 마법에 당했던 부대들의 상태. 그리고 이 유렌의 육체에 들어와 훨씬 넓어진 마법의 지식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유렌은 저 마법이 어떤 원리인지는 간파할 수 있던 것이다.

‘확신은 못 하겠지만, 아마 감전되는 범위가 수백 미터는 거뜬하게 넘어갈 테지.’

기본적으로 사슬로 묶는 번개 마법은, 한 명을 맞히는 순간 맞는 이에게 타격을 줌과 동시에 마력을 흡수한다.

그리고 그 후. 번개를 흡수한 마법은 둘로 갈라져, 주변에 있는 일정 이상의 마력을 가진 생물체를 사슬로 덮친다.

그 후엔 또 같은 짓을 반복. 이론상으론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마법이다.

‘물론 본래 마법은 그렇게까진 안 가지만.’

아무리 상대의 마력을 뺏고 증폭시킨다고 하더라도, 효율성에서 떨어져 무한대가 되긴 힘들다.

게다가 사정거리가 짧다. 겨우 번개를 맞은 이에서 겨우 몇 미터 정도가 사슬 사정거리의 한계였으니까.

하지만 저 마법은 달랐다.

기본적으로 마력을 어마무시하게 넣어 증폭시켰을 뿐더러, 서로를 묶어가는 사슬의 거리 또한 엄청나게 증폭시킨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처음 맞은 존재가 자신과 저 검은 기사라면?

마력을 뺏김과 동시에 어마어마하게 증폭되어, 결국 이 전장의 모든 이들에게 퍼질 것이다.

엄청난 마력과 사정거리가 함께하니, 여기 모인 수만 명의 전멸도 충분히 가능했다.

“…알겠다. 네 말에 따르지.”

“좋아. 그러면 너는 당장…!”

유렌의 그 말에, 루카스는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했다.

딱 봐도 엄청나 보이는 저 마법을 막는 방법이, 얼마나 위험하며 무시무시할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게다가 남은 시간도 정말이지 거의 없으니, 더욱더 그러할 테고.

하지만, 곧이어 들려온 유렌의 말에 루카스는 말을 잃고 말았다.

“이 근방에서, 커다란 동물이나 아무런 몬스터 한 마리만 잡아와!”

“…어?”

너무나도 쉬우며 평범해 빠진 주문에, 그만 루카스의 고개가 절로 갸웃거렸다.

지금, 자신이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빨리!”

“아, 알았다!”

유렌의 호통에, 루카스는 재빨리 발을 놀려 사라졌다.

이해는 가지 않지만, 어쨌건 지금은 저 말을 믿어야 했다.

“흠.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곧 발사될 것 같은 거대한 마력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저놈과의 싸움이 이런 식으로 마무리될 줄이야.

뭐 어쨌든, 루카스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금의 자신은 이 행위를 하기도 바빴으니까.

“그럼, 저것부터 확실하게 막아보실까?”

유렌은 품속에 손을 넣어, 낡은 회색 주머니를 만지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막은 즉시 그 망할 것을 반드시 끝장내주지.’

그 마법이 발사된 곳에, 귀쟁이가 있을 것이다.

대규모 방어와 그 직후 이루어질 반격.

그 모든 것을 생각한 유렌의 머릿속이 핑핑 돌아가기 시작했다.

“찾았다!”

“쒹, 쒸이이익?!”

멀지 않은 곳에서, 루카스가 커다란 녹색 오크 한 마리를 두들겨 패는 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

 

* *

 

“으아아아아-!”

“이, 이 자식들!”

푸욱-

쩌어억-

콰득!

창으로 상대의 목을 찌르고, 검으로 가슴을 베고. 그리고 둔기로 머리를 부쉈다.

히이이잉-!

중간중간엔 기병이나 기사들이 돌격. 병사를 해치우거나 자신과 동급의 전사들과 치열한 마상 전투를 벌였다.

“허억, 허억. 저놈들. 다시 마력을 채웠군그래. 저건 마력 포션인가?”

“흥! 이쪽도 준비해둔 건 있다고!”

꿀꺽꿀꺽-

한편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마나포션을 마셔가며, 상대 마법사들과 차분하게 전투를 이어나갔다.

물론 왕국은 상대보다 마법사가 더 많았고, 공국은 기사가 더 많아 기사와의 대결로 종종 이루어졌다.

채앵!

터엉-!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의 방어를 뚫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푸화아아아악-!

“끄아아아악-!”

“끌끌. 확실히 공국의 마법사놈들은 아닌 것 같군. 죄다 모르는 얼굴들이야.”

“스, 스승님!”

“잔말 말고 계속 따라와라! 멍청한 것아!”

물론 유렌으로 한 변장을 푼 6레벨의 노마법사는 앞으로 쭉쭉 나갔지만, 그 역시 아직은 온 힘을 다하진 않았다.

‘만에 하나, 그 검은 기사 놈이 이긴다면 상대할 힘은 남겨 둬야지. 끌끌. 과연 내가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물론 레이칸과 셀레나. 그리고 적게나마 헤이든 등의 분전도 있어 왕국군이 더 밀어붙이곤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전체적으로 보면 크게 한쪽이 밀리는 상황은 아니었다.

아침에 시작된 전투가, 어느새 점심을 향해가 점점 치열함이 더해지고 있을 그때.

“이, 이건?!”

6레벨의 노마법사가 갑작스레 느껴지는 거대한 마력에 놀람과 동시에, 무언가 커다란 발사음이 울려 퍼졌다.

쿠콰아아아앙-!!

순식간에 전장에 나와 있는 모든 이들의, 시야의 일부가 새하얘졌다.

저 멀리 떨어진 숲에서, 여기서도 커다랗게 보일 정도의 거대한 번개가 하늘로 타고 올라간 것이다.

“?!”

“뭐, 뭐야?!”

어마어마한 괴음과 거대한 번개가 땅에서 솟아난, 괴상한 상황.

수만 명이 한마음이 되어, 멍하니 그쪽을 쳐다보고 있을 그때.

“…저건 또 뭐지?”

“헉! 이, 이쪽 하늘에!”

이번엔 그 번개가 타고 올라간 간 장소보다 훨씬 근방의 하늘에, 거대한 바위 언덕이 두세 개나 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떠 있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공중에서 나타나 땅으로 막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으, 으아아아-!”

“도망가아아!”

수만 명이 뒤엉킨 전장에, 커다란 혼란이 퍼트려졌다.

하지만, 놀란 것은 인간들만이 아니었다.

저 멀리서 유렌과 루카스를 노리고, 고대 병기를 발사한 엘프 - 엘리오네야 말로 눈이 찢어지도록 크게 뜨며 놀라고 있었다.

“저, 저건…! 설마, 디멘션 포켓으로?!”

그 제거 대상인 유렌 슈나이더가 가지고 있는 아티펙트 중 하나인 디멘션 포켓.

놈이 그것을 써서 커다란 바위를 저택에 떨어트린 정보 정도야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리 알고 있던 것도 아니고. 번개가 발사되는 이 순간 저 바위들을 하늘에 띄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신속한 행동에, 엘프. 그것도 그중에 특히 상위에 속해있는 그녀마저도 잠시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흥. 하지만 소용없어!”

콰르르르르릉-!!

그렇지만 거대한 번개가, 유렌과 루카스가 있던 그곳.

지금은 거대한 바위 언덕이 있는 곳에 떨어지는 것을 본 엘리오네는, 한껏 유렌을 비웃었다.

대충 번개 마법이 친다는 것은 알고 저리 막으려는 것 같은데. 저것은 오답에 가까웠다.

저것은 특수한 제작법으로 만들어진 고대 마도구를, 자신의 마력으로 강화해 발사한 마법.

저것은 특정 장소로 떨어지는 마법이 아니다.

바로 일정 이상의 마력을 가진, 인간 정도의 생물체에 떨어져 그것이 기하급수적으로 퍼져가는 것이다.

저렇게 바위로 막아도, 번개가 알아서 꺾여가 지상의 생물체에 맞는다. 

그러면 곧바로 수백 미터 안의 다른 마력이 있는 생물체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설령 저 두 놈에게 맨 처음에 맞지 않은 거라도, 저 주변에 병사들이 많아. 두 놈은 연쇄적인 번개를 사방에서 얻어맞아 최소한 빈사가 되겠지.’

두 놈이 사이좋게 그렇게 된다면, 자신들이 가 중상의 두 놈을 처리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주위에 보고 전할 사람도 없다면, ‘규약’은 뭉갤 수 있으니까.

‘하긴. 수천 년간 써본 적이 없는 이 옛 마도구를, 인간 따위가 어떻게 알고 대처하겠어?’ 

미래를 아는 것도 아닐 테고 말이다.

엘리오네는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시야를 저 떨어지는 번개와 일체화시켰다.

쿠르르릉-

인간이라면,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번개가 자신의 시야로 변하는 것을 견디지 못했겠지만, 그녀는 엘프다.

여유 있게 번개가 떨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흥. 제법 큰 바위 언덕이군. 하지만 생물체가 없는 한, 이 정도야…. 어?’

온통 회색과 갈색투성이인 커다란 바위 언덕에서, 무언가 녹색의 꿈틀거리는 것이 엘리오네의 눈에 들어왔다.

“쒸, 쒸이이이익-!”

소리까진 들리지 않았지만, 엘리오네의 눈은 곧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그것은 바로, 왠지 모르게 얻어터져 떡이 되어있는 오크 한 마리가 애처롭게 울고 있던 것이다.

‘이, 이런 곳에 왜 오크가?!’

엘리오네는 경악에 시야가 크게 흔들렸다.

아니, 이런 곳에 오크가 대체 왜 있는 것인가.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도 엘프의 섬세한 시야는, 오크의 얼굴에 박힌 건틀릿 자국이 어느 갑옷의 것인지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그놈! 배신을 하다니!’

자신이 먼저 번개로 한꺼번에 처리하려던 사실 따윈, 이미 그녀의 머리엔 없었다.

그저 저 하등생물이 자신에게 이를 드러낸 것과, 지금 저 오크와 가까이 있는 생물체가 하나도 없다는 것만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지금 바위로부터 지상까지의 거리는 대략 800m 이상.

저 오크에게 번개가 맞는다면? 이어질 생물체가 없다.

즉, 자신의 마력 대부분이 들어갔으며 규약까지 어길 각오로 쓴 것이 저 오크 하나를 치우는 걸로 끝나는 것이다.

게다가, 저 빌어먹을 검은 갑옷을 입은 하등생물의 배신까지 확실시된 상황에서!

‘아, 안돼!’

콰르르르릉-!!

“꾸꺼어어억-!!”

엘리오네의 염원과 다르게, 바위 언덕 위에 있던 오크는, 그렇게 거대한 번개를 맞아 숯이 되어버렸다.

엘프의 계획을, 자신의 몸으로 모두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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