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17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1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17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17화 생과 사를 가르는 곳 (9)
13연대 소속, 부사관 헤이든은 현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분명, 자신은 동료 부사관과 함께 보급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 몇 시간 전이었다.
그런데 아직 해도 다 뜨지 않는 지금.
자신들이 이미 전장에 서 있었다.
그 끝내준다고 극찬했던 갑옷과 검. 그리고 창을 든 채로 말이다.
‘망할! 전장에 서는 것은 내일 아니었냐고!’
헤이든은 창날이 번쩍이는 새 창을 든 채, 사방으로 달려드는 적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푸욱-!
“제기랄! 그 멍청한 머리 벗겨진 골통 새끼!”
헤이든의 옆에서, 한 중년의 부사관이 적 병사를 찌르며 분통이 터지는 듯 소리쳤다.
주어가 빠지긴 했지만, 누구를 뜻하는지 뻔했다.
당연하지만, 그 욕설에 헤이든도 격하게 동의했다.
부사령관. 그 머저리 놈이 원인으로 이렇게 갑작스레 끌려 온 것이니까.
푸우욱-!
“조심해요! 뒤가 텅 비었잖아요!”
헤이든은 몰래 옆 부사관을 찌르려 한 공국 병사를 창으로 꿰뚫으며 소리쳤다.
“끄륵-”
적의 병사는 목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지만, 헤이든은 아직 방심하지 않았다.
그 뒤로, 다른 공국병들이 계속 달려들고 있었다.
“합!”
슉- 슈욱-!
그의 재빠른 두 번의 창질에, 두 공국 병사가 차례로 목과 가슴에 피를 내뿜으면서 쓰러졌다.
“하핫. 네가 있잖냐. 고맙다. 역시 너 창술은 정말 뛰어나다니까?”
“조심해요. 아직 한참은 더 버텨야 할 것 같으니까.”
도움을 받은 중년 부사관 – 제이슨은 껄껄거리며 가볍게 감사를 전했다.
헤이든은 그런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앞을 힐끗거리며 바라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직이지?’
콰앙-! 쿠우웅-!
그 앞쪽에는 마치 거대한 아이언 골렘 같은 강철 덩어리가, 더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며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흑발에 짧은 검을 지닌 위저드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고.
헤이든의 눈에는 그 두 사람도 충분히 초인으로 보였지만, 상대하는 공국의 기사와 마법사 놈들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빨리 처리해주셨으면 좋겠군!’
그것은 그 뿐만이 아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왕국군들의 바램이었다.
사실 당연한 바램이었다. 그들은 지금 적 공국군 부대의 한 가운데 포위되어 있다시피 했으니까.
“이 자식들!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숫자로 돌격해 들어와?!”
“설마 후방 부대를 무너트릴 줄은 몰랐지만, 여기는 어림도 없다!”
공국병들은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며, 수로 얼마 안 되는 왕국군에게 돌진했다.
“젠장!”
헤이든은 빠른 창술로 적병들의 수를 줄여갔지만, 공국병들의 수는 그 이상으로 많았다.
“망할. 몇 분이나 더 버틸 것 같냐? 헤이든!”
“글쎄요. 길어야 10분? 그래도 조금 전 후방 부대를 칠 때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이겼는데 말이죠.”
“그걸 보고 새로 지원이 온 건지, 아니면 원래 이쪽에 전력을 집중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분명 안 좋은 소식이지. 빌어먹을!”
조금 전, 그들은 셀레나와 레이칸이 이끌어 적의 후방과 우측을 치는 부대에 새롭게 포함되어 갔다.
-거기! 창 잘 쓰는 어린 부사관! 이쪽으로 오십쇼!
-예? 넵!
처음 전투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인정받아, 마탑원이라는 장교들과 함께 돌입 부대에 임시 편성된 것이다.
소수의 정예 부대로, 재빠르게 적 지휘관들을 치는 것을 가정한 만큼, 당연히 적보다 한참 이쪽의 수가 훨씬 적었다.
저 괴물 같은 지휘관들의 힘으로 적진을 돌파해, 조금 전 후방 부대는 처리했다.
순식간에 지휘관들인 마법사와 기사들을 해치우니, 상대는 그대로 와르르 무너진 것이었다.
하지만 우측에 있는 이 부대의 지휘관들은 강했다. 각자의 호흡을 딱딱 맞춰가면서, 치열하게 시간을 끌고 있었다.
까강-!
적 병사의 창날 하나가, 헤이든의 가슴에 틀어박히려다- 매끄럽고 두꺼운 강철 갑옷에 튕겨 나갔다.
“케흑!”
하지만 헤이든은 둔탁한 충격을 잠시 느꼈을 뿐, 무사했다.
“컥!”
자신을 찌른 병사는 곧바로 반격해 처리했지만, 헤이든의 인상은 펴지지 않았다.
“헤이든! 괜찮냐?!”
“어, 어떻게든요.”
“휴우. 이 갑옷이 참 튼튼하긴 하네.”
갑옷 덕에 별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적들이 점점 더 강하게 몰려오고 있었다. 저 정도 숫자면 갑옷으로 어떻게 막아낼 정도가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위험한데……!’
헤이든이 죽음을 각오한 그 순간.
쒸이이이익-!
어디에선가, 바람이 갈라지는 듯한 파열음이 귀에 들어왔다.
“……?!”
그리고 헤이든은 보았다.
웬 거대하고 강력한 칼날 모양의 바람이, 적 병사들을 갈라버리며 지휘관들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을.
“저, 저게 뭐야?!”
“굉장하다…….”
그 바람 마법의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이리 수십 명의 적병을 베었는데도 그 위력과 속도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태풍처럼, 자신의 경로에 있는 것을 모두 갈가리 찢어버리고 있었다.
“……끄억?!”
“커헉!”
그리고 그 바람의 칼날은, 앞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적의 지휘관 둘을 그대로 베어 갈랐다.
“무덴!”
“미친! 저게 뭐야?!”
5명의 합이 딱딱 맞아, 자신들의 실력 이상을 발휘하던 도중, 갑자기 2명이 사라져버린다면?
게다가 갈가리 찢겨 죽는 바람에, 그걸 목격한 동료들이 동요한다면?
“기회임다!”
“아하하하~! 이게 신의 선물이려나~?”
말할 것도 없었다.
본래 개개인의 실력이라면 훨씬 앞섰던, 셀레나와 레이칸의 칼과 망치가 적을 베고, 부쉈다.
“끄윽-!”
“아아악!”
그 후는 순식간이었다.
레이칸과 셀레나는 지휘관들을 처리한 후, 몸을 돌려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번쩍-
마법의 빛을 보내,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돌격하라 신호하면서.
“후, 후퇴! 후퇴하라!”
그렇게, 적병들은 빠르게도 후퇴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바람의 칼날이 나타난 지 불과 몇 분도 되지 않아 일어난, 그야말로 한순간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대, 대단하네요.”
“허헛. 이렇게 이길 수도 있나.”
“뭐, 이제부터 진짜 목숨을 걸어야겠지만요.”
헤이든의 말에 제이슨을 비롯, 주변의 모든 인원이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이곳을 점령하려 한 것은, 자신들의 연대장과 1:1로 싸우고 있는 소드마스터를 물러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아무리 괴물이라도, 한창 싸우던 와중 포위까지 당하면 물러날 생각이 들 테니까.
‘그래도, 만약…….’
하지만 그럼에도 모두의 머릿속엔 그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싸우던 연대장이 이미 당했다면?
혹은 물러나기 전에 이쪽 부대에 와 몇 번이라도 검을 휘두르고 간다면?
어쨌건 이쪽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낼 것이 뻔했다.
“……어?!”
“허억-!”
그러던 도중, 아군 몇 명이 높은 텐트 위에 올라가, 한쪽을 바라보며 입을 쩌억 벌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분명 저쪽은, 연대장과 소드마스터가 대결을 벌이고 있는 곳일 텐데…….
이쪽이 약간 낮은 위치에 있어서, 저렇게 위로 올라가지 않는 한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타앗-
헤이든은 갑옷의 무게를 느끼면서도, 온 힘을 다해 높다란 텐트 위로 올라가 고개를 돌렸다.
“……허?!”
그리고 보았다.
번개에 휩싸여 있는 그 검은 갑옷의 악마를, 연대장이 새하얀 스태프로 후려치는 그 순간을 말이다.
까아아앙-!!
그 강렬한 충격음을 들음과 동시에, 헤이든은 그 충격음을 만들어 낸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정말 끝내준다-!’
초롱초롱한 빛나는 눈 속에, 끝없는 동경을 품은 채로 말이다.
* *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소드마스터는, 결코 무적의 존재가 아니다.
혼자 수천, 수만의 군대를 전부 처리할 수 있다면, 굳이 전쟁에 다른 이들이 왜 필요하겠는가.
소드마스터가 혼자 다 썰어버리는 동안, 휴식처나 제공하는 존재로 남는 게 효율성이 높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바로 소드마스터의 체력과 마력이었다.
물론 기사나 전사의 정점에 올라간 존재인 만큼, 그들의 체력 역시 초인적인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압도하는 그 힘을 보이려면, 상상 이상의 체력과 마력이 소모되었다.
한 마디로, 전력을 다하면 금방 지쳐버리고 마는 것이 거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대단하군. 정말로.”
투두둑-
얼굴 부분의 헬멧이 반쯤 부서진 루카스가, 진심을 담아 유렌에게 말했다.
설마 체력을 아끼기 위해 온 힘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5레벨 마법사가 멈출 수 있었다니.
심지어 마지막엔 더는 체력 안배를 생각하지 않으려고까지 했었다.
그런데도 자신이 한 방 먹은 것이다.
“너 같은 마법사는, 정말 처음 보는군.”
여전히 성별과 나이를 전혀 알 수 없게 하는 기묘한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 감탄의 감정이 듬뿍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유렌 역시 두 가지 이유로 제법 놀라고 있었다.
‘……겨우 충격이 이것밖에 안 들어가?’
재빠른 타격이 필요해서, 모든 마력을 다 모으지 못하고 때린 것은 맞다.
하지만 머리를 터트리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잠시라도 쓰러트릴 수 있는 충격을 줬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갑옷의 헬멧 부분 절반만 깨졌을 뿐, 상대는 튼튼하게 서 있는 게 아닌가.
‘분명 놈은 내가 스태프를 휘두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터. 허를 찔린 공격에 고작 이 정도 타격이라고?’
이 얼마나 단단한 내구성인가. 그것이 놈이든 갑옷이든 어쨌든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놈의 마력이 상당히 줄어들긴 했지만, 그런데도 대단한 건 대단한 것이었다.
투툭-
심지어는 부서져서 땅으로 떨어졌던 헬멧 조각들이, 다시 기어 올라가며 복구되고 있었다.
분명, 평범한 갑옷은 절대 아니겠지.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너, 그게 원래 네 얼굴이냐?”
“……글쎄.”
바로, 상대방의 얼굴이었다.
‘……여자? 아냐, 얼굴만으론 확실친 못해.’
반쯤 부서진 헬멧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선이 가늘면서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이었다.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감탄할 만한 그 얼굴은, 여자 아니면 선이 매우 가는 남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저 기묘한 목소리까지 더해지자 더더욱 얼굴과의 갭이 커졌다.
“오늘은 이만 물러나지. 좋은 부하들을 뒀군.”
스윽-
헬멧이 전부 복구된 루카스가, 검을 집어넣고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최소한 지금은, 더 적의가 없다는 제스처였다.
그런 루카스를 보고, 유렌 역시 스태프를 한 손으로 등 뒤로 넘기며 적의를 없앴다.
“그래. 그럼 잘 가고. 그렇게 또 보고 싶지 않지만, 어차피 그쪽에서 멋대로 나타날 테지?”
“…….”
“뭐야?”
“……꽤 순순히 보내주려고 하는군. 지금은 그쪽이 한 방 먹인 상태 아닌가?”
담담한 루카스의 질문에, 유렌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대답했다.
“만약 내가 지금 몰아붙여 이긴다고 쳐도, 나도 팔다리 하나쯤은 각오해야 할 거 같아서. 그거 잘못 잘리면 제대로 붙이지도 못한다?”
유렌의 너스레에 루카스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어깨를 들썩였다.
아주 작게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뭐, 팔이 잘렸던 건, 내 전생의 육체였지만.’
휘익-
소리 없는 웃음을 그친 루카스는, 그대로 등을 돌려 걸어갔다.
더 이상은 여기에 아무 용무도 없다는 듯 말이다.
“혹시 한 가지만 대답해주겠나?”
터억 터억-
루카스는 아무 말 없이 물러나고 있었지만, 유렌은 왠지 상대의 등에서 긍정의 기운을 느꼈다.
“너, 혹시 귀가 뾰쪽하면서 인성은 파탄 난 것들이랑 아는 사이냐?”
사실상 ‘엘프 그 망할 자식들이 보냈냐?’라는 유렌의 질문에 조용히 걸어가던 루카스가 반응했다.
멈칫.
아예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춰버린 것이다.
“…….”
그리고 유렌을 한 번 돌아보더니만, 곧 다시 말없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금제라도 걸려있나? 뭐, 저 정도 반응이라면 말만 하지 않고 알려준 정도군. 예상은 했지만, 역시 뾰족귀 놈들인가.’
유렌은 쓴웃음을 지으며 등을 돌리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일행과 수하들을 향해 지친 미소를 지어주었다.
‘역시 아직 소드마스터랑 붙기는 힘드네.’
어찌어찌 물러나게 하긴 했지만, 이 짧은 싸움인데도 불구하고 체력과 마력의 소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아마, 계속 붙었으면 불리한 것은 자신이었겠지.
하지만 그래도 다음번엔 다를 것이다.
저쪽이 이쪽을 파악한 것 이상으로, 소드마스터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세울 테니까.
‘나보다 더 소드마스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마법사는 없을 테니까.’
공국과 왕국이 본격적인 전쟁에 접어든 그 날.
한 소드마스터의 등장과, 5레벨 마법사가 홀로 그 초인을 몰아냈다는 놀라운 소식은, 대륙 전역에 널리 퍼져갔다.
* *
“……못 죽였다고? 정말로? 소드마스터란 것이? 그놈 하나를? 일대일로 붙었는데도?”
공국과 왕국 사이에 있는 어느 깊은 숲속.
검은 머리의 엘프. 엘리오네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재차 붉은 머리의 엘프에게 우다다다 물었다.
언제나 합리적임을 스스로 자만하는 엘프에게 어울리는 행위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고 견딜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래. 중간에 물러나긴 했지만, 호각으로 싸웠다는군. 실제로 큰 타격도 못 입혔고.”
“……지금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크레이스?”
엘리오네가 미간에 살짝 구기며 붉은 머리의 엘프 - 크레이스에게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연한 사실이야.”
“……그 하등생물이 대충 싸운 것이겠지. 우리에게 반감을 가졌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그건 아니야.”
크레이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도 멀리서지만 지켜봤거든.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 건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체력 안배용이었을 뿐. 충분히 제대로 싸운 게 맞아. 게다가 잊어버린 거야? 놈은 우리에게 거역할 수 없다는 걸.”
“……그렇지. 그렇다면, 유렌 슈나이더. 그 놈이 진짜로……?”
엘리오네의 눈이 커졌다.
소드마스터.
하등생물 중 순수한 무력으론 자신들 엘프보다 더 강해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단계.
물론 자신이나 크레이스 같은 엘프 내에서도 무력을 가진 자들에겐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드마스터의 무력은 엘프로서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 ‘겨우’ 5레벨의 마법사가 그걸 버텨?
“……이젠 정말 내버려 둘 수가 없겠군. 6레벨이라도 된다면, 정말로 골치 아파지겠어.”
“그래. 규율은 어길 수 없지만, 어기지 않는 최대한의 한도 안에선, 모든 힘을 다해봐야지.”
그렇지 않으면, 미래엔 더 손을 쓸 수 없을 수도 있을 테니까.
“아. 그러면 아예 한꺼번에 처리하는 게 어때. 어차피 그 물건도, 끝난 후 처리할 예정이었잖아? 어차피 같은 하등생물이고.”
“흠. 좋은 생각이네. 둘이 아등바등하는 사이, 같이 처리하면 훨씬 쉬워지겠지.”
“기왕 그러면, 군대라는 것들도 한 번에 처리하는 게 어때? 대형 지진이라던가.”
“그건 규율에 확실하게 걸릴 테지. 그럴 바엔…….”
“호, 그거 좋은 생각이네!”
붉고 검은 머리의 두 엘프는, 수만 명의 생명을 모두 학살하겠다는 계획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웃음 지었다.
마치 개미집을 부수려는 아이들이, 아무런 죄책감 없이 짓는 것 같은, 그런 순수한 즐거움의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