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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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2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16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16화 생과 사를 가르는 곳 (8)
본래 부사령관의 부대는, 후방과 양 좌우간을 공국군에게 포위를 당한 상태였었다.
좌우와 후방. 총 3방향을 각각의 다른 공국군 부대가 맡아, 검은 기사에게서 도망치지 못하게 틀어막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좌측을 막았었던 공국군 부대는, 이미 괴멸 직전의 상태였다.
유렌이 이끌고 온 13연대가, 생각도 못 했던 좌측 부대를 기습.
커다란 피해를 주며, 순식간에 지금의 상태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여긴 정리가 끝났슴다!”
레이칸이 온통 피로 뒤덮인 철갑옷을 입은 채, 쿵쿵거리며 다가와 셀레나에게 보고했다.
서걱-!
“끄아악!”
셀레나는 바람 마법을 날려 마법사 하나를 갈가리 찢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수고했어~!”
유렌의 부재인 지금, 임시로 부대의 지휘관을 맡은 셀레나는 작게 안도의 숨을 쉬었다.
“휴우~. 생각보다 힘드네~.”
그녀는 소대나 중대까진 어떻게 지휘한 경험이 있었지만, 이렇게 천 단위를 이끈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사령관 그 멍청이는~?”
“우리 부대 뒤쪽에서 고개만 숙이고 있슴다.”
“……정말 용케 지휘관 노릇을 하고 있었네~.”
어이없어하던 셀레나였지만, 곧 옆에서 들려오는 폭음에 고개를 돌렸다.
콰아아앙-!
쿠우우웅-!
그것은 바로, 유렌과 그 검은 기사가 일대일로 맞붙으며 내는 폭음들이었다.
“마, 마스터는 괜찮으신 검까? 상대는 아무리 봐도 소드마스터 임다!”
“……괜찮아 보이긴 합니다. 아직까진 말이지만요.”
루시아 역시, 중상자들에게 회복 마법을 사용하면서도, 두근거리며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각종 마법이 화려하게 번쩍이면, 곧 보검이 번쩍여 그 마법이 소멸되어갔다.
땅이 뒤집히고, 하늘에서 마력이 쏘아져 내려가도 검은 기사의 검격 한 번에 모든 것이 갈라져갔다.
모두는 입을 벌리고 도저히 5레벨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유렌과, 괴물로밖에 안 보이는 검은 기사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마스터의 말이 맞았음다. 저희는 가봐야 바로 죽었을 검다. 아니면 발목이나 잡았거나.”
유렌은 좌측 부대의 기습에 성공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저 검은 기사와의 싸움에 나섰다.
그 검은 기사의 실력을 본 셀레나와, 레이칸이 놀라며 함께 공격하자고 했지만 유렌은 거절했다.
-안돼. 덤비는 순간, 너희 둘은 금방 죽을 거다. 오히려 나 혼자 가는 게 나아.
그렇게 말하고 달려가는 유렌의 뒷모습을 보며, 셀레나와 레이칸은 이를 악물었었다.
유렌이 자신들을 무시한다는 생각보단, 그만큼 그에게 아직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보니 믿음이고 뭐고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아주 정확하고 냉정하게 저 괴물과 자신들의 실력을 재고 있었던 것이다.
“저게 진짜 소드마스터네~. 어떻게 마법을 저렇게 간단하게 잘라버리지~?”
셀레나는 대충 휙휙 휘두르는 것 같으면서도, 눈앞의 모든 것을 베고 있는 검은 기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마법이라는 게 원래, 검으로 저렇게 슥삭 베어지는 거였던가?
지금까지 그녀는 실행 부대의 임무에서 ‘소드마스터에 준하는’이라는 평을 가진 기사들을 몇 번이나 만나봤었다.
물론 그들 역시 강했다.
5레벨이 되기 전의 셀레나는, 그들과 1:1로 붙었을 때는 오히려 패한 적만 있었으니까.
부대원들과 함께 연계해서 겨우 이긴 적은 있었지만, 부대원 중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힘든 싸움이었다.
‘하지만 힘들든 말든 어쨌든 손이 닿지 않는 존재는 아니었단 말이지~.’
그래서, 얼핏 소드마스터란 존재를 조금은 낮게 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본 존재는 그야말로 손이 닿지도 않는 괴물이었다.
평소 괴물이라고 생각했던, 6레벨의 마스터들보다 더더욱 강한 그런 괴물.
“언제까지 그저 보고만 있을 생각입니까! 유렌을 저렇게 내버려 둘 겁니까?!”
그때, 실려 온 중상자들의 회복을 끝낸 루시아가 멍해 있는 두 명을 보며 소리쳤다.
“여기에서만 버티지 말고, 다른 곳도 빨리 무너트려야 합니다!”
루시아는 그렇게 소리치면서, 철퇴를 꺼내 다른 포위 부대들을 가리켰다.
“잠깐. 설마 우리가 후방과 우측을 쳐서 전부 무너뜨리자는 말씀임까? 무리임다!”
레이칸은 루시아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연대라곤 하지만, 긴급히 오느라 모든 병사를 전부 데리고 온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 반 토막이 난 병사들조차, 이번이 첫 전투인 경우가 많은 초보 병사들이다.
조금 전까지 유렌이 지휘하던 때는 신기하게 잘들 나아갔지만, 지금 셀레나와 레이칸의 지휘는 그 정도가 못 되었고.
“무슨 생각인지는 알겠지만~, 저 부대들에 있는 마법사들과 기사들. 생각보다 더 강해~. 우리 셋과 마탑원들이 간다고 빠르게 무너뜨리긴 힘들어~.”
“……그럼, 저 모습을 여기에서 방어나 하면서 지켜보겠다는 겁니까?”
나름 냉철한 판단을 내렸던 셀레나와 레이칸이지만, 루시아가 가리킴과 동시에 어깻죽지가 베인 유렌을 보자 눈들이 커졌다.
피슛-
붉은 피가 유렌의 어깨 위로 치솟았다.
“……!”
피다. 그의 피였다.
아주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이 멀리서 피가 솟은 것이 선명히 보일 정도로 얇은 상처도 아니었다.
“저희가 우측과 후방을 점령해 저 검은 기사를 포위하게 되면, 아무리 저 괴물이라도 사방에서 포위되어 버리는 겁니다. 적어도, 최소한 지금보단 기세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물러날 수도 있고!”
사실 루시아의 말은 어디까지나 염원에 가까웠다. 만약 그녀의 말대로 이 부대가 포위해도, 과연 저 괴물이 기세가 눌릴까?
과연 후퇴할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높지는 않아 보였다.
“……좋아~. 가자~.”
“알겠슴다! 마스터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가야죠!”
하지만, 둘은 그걸 알면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여기서 지켜만 보고 있어 봐야, 저기에 영향은 주지 못한다.
그래도 움직이면 조금이나마 영향이라도 줄 수 있겠지.
“……예. 갑시다!”
그렇게 세 명은 마탑원들을 데리고 다른 포위 부대로 돌진했다.
유렌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주기 위해서.
* *
‘역시나 밀리는군.’
쒸익-
유렌은 황급히 자신의 목으로 휘둘러지는 검격을 피하며 전장의 바닥을 뒹굴었다.
팟-
그 순간. 엄청나게 날카로운 예기가 몸 바로 옆을 스쳐 가는 것을 느꼈다.
로브 일부가 베어졌지만, 이 정도는 매우 싼값이었다.
정말 일순간만 늦었더라도, 자신의 목은 이미 덜렁거리고 있었을 테니까.
쒹-
하지만 그렇게 간신히 피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금세 다음의 일격이 날아들었다.
사실 그렇게 거창한 것도 아니었다.
상대는 그저 검을 다시 한번 휘둘렀을 뿐이니까.
오싹-
하지만 가볍게 휘두른 그 참격도 필살의 일격이 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쿠웅-
유렌은 재빠르게 앉으면서 발밑의 땅을 무너뜨려,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는 것을 간신히 피했다.
몇 겹으로 겹쳐지거나, 작은 범위만을 막아 두껍게 만든 실드. 혹은 회전하거나 간격을 두어 강화한 실드들도 저 참격의 앞에선 모두 소용이 없겠지.
‘……아직 모든 힘을 다하고 있지 않은데도 이 정도라니.’
유렌은 금세 상대가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음을 눈치챘다.
비록 저놈과 전생의 자신은 스타일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같은 경지에 올라갔던 경험이 있다.
저 감각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상대가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그 틈을 노려주리라.
상대가 상상하지 못할 방식으로.
“흡!”
땅속이 무너져 검격을 피한 유렌은, 재빠르게 반격에 나섰다.
두근-
신속히 스태프 끝을 빛내며 여러 속성이 겹친 마법을 검은 기사에게 쓴 것이다.
콰자작-!
검은 기사를 중심으로 한 반경 2m 정도의 둥근 마법진이 순식간에 땅에 그려졌다.
아슬아슬하게 유렌을 범위에 넣지 않은 마법진은 번쩍하고 빛나더니, 그 안을 열 배 이상의 중력으로 찌부러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검은 기사의 머리 위에 수십 개의 비틀린 얼음 창들이 나타났다.
빠드드득-!
너무 비틀려 모습조차 괴상해진 얼음의 창들이, 중력의 힘을 추가로 받아 엄청나게 가속해 검은 기사에게 쏟아졌다.
소드마스터에 ‘준하는’ 기사라면 상당한 타격을 입을지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검은 기사는, 이미 ‘선’을 넘은 존재였다.
쒸익-!
소리는 한 번이지만, 5번의 연격이 휘둘러진 후. 수십 개의 얼음 창과 발밑에 그려진 마법진이 동시에 산산이 부서졌다.
“이젠 피하지도 않겠다는 거군.”
자신의 공격이 모두 박살 나는 사이, 거리를 조금 더 벌린 유렌은, 중얼거리며 어깨의 상처를 마력으로 지혈했다.
만약 여유가 조금 더 있다면 이 정도 상처는 순식간에 낫게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순 없었다.
지금 2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는 이 순간에도, 아차 하면 자신의 목이 분리될 게 뻔하니까.
‘역시나, 확실한 마스터 클래스답군.’
마법사들이 현 최고 레벨인 6레벨을 마스터 위계라고 부르듯, 그 점은 전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정점.
한 분야의 끝에 다다랐다는 증명인 ‘마스터’라는 칭호는, 괜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마법사의 ‘레벨’처럼 확실한 구분이 없는 전사들의 경우엔 더했다.
전사는 마법사처럼 성장이 단계가 확실하게 구별이 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마스터에 다다르면 그 전과는 격이 달라지게 강해졌다.
꽤나 많은 ‘마스터에 준하는’ 기사들과, 이 검은 기사와의 차이처럼.
‘……음? 왜 저리 부대가 꿀렁거리지? 설마?’
검은 기사에게 강하게 집중하고 있던 유렌의 시야 한구석에, 이쪽을 포위하고 있던 부대의 미묘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상대방에게 온 신경을 써야 해 그 이상은 보지 못했지만, 유렌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일행들의 성격이 종합되어 현 상황을 재빠르게 분석했다.
‘그래, 그런 건가.’
쒸익-!
유렌은 순식간에 자신의 앞으로 이동한 검은 기사가 날리는 검격을 보면서도, 얇게 웃었다.
마치 멀리서 순풍이 불어오는 것을 본 뱃사람처럼.
* *
‘마법사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 루카스는 아무런 동요 없이 눈앞의 마법사와 대치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이었다.
‘근접 회피 능력만 해도, 어지간한 기사단 단장 수준이다.’
쒹-
소드마스터가 된 이후로, 이렇게나 마법사에게 공격이 많이 빗나간 적이 있었던가?
비록 절제된 공격이었지만 그럼에도 이런 적은 없었다.
“흡!”
휘이잉-
루카스의 검격이, 다시 한번 허공을 갈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시 상대의 로브 조각을 베어버리긴 했다.
하지만 그것뿐.
최소한 한 번 검을 휘둘렀으면, 상대의 손발이라도 베었던 루카스의 검격답지 않았다.
‘이번엔 바람으로 자신의 몸을 흔들리게 했나.’
단순히 상대가 기사 단장 급의 몸놀림만 가진 이었다면, 이미 저놈의 목은 베어져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마법과 근접을 섞어 회피에 쏟아부으니, 자신이 맞춘 일격은 겨우 한 번. 그것도 어깨를 스친 것뿐이었다.
쒸이이익-!
상대 마법사는 바람 마법으로 공격을 회피한 직후, 그 마법을 날카롭게 갈아 이쪽을 향해 쏘아댔다.
마법으로 회피라는 목적을 이룬 순간, 그 바람을 공격으로 바꿔 이쪽을 친 것이다.
보통의 기사라면 무슨 일이 있는지도 제대로 모른 채 몸이 찢어질 만한 빠르고 자연스러운 공수 전환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정밀도가 떨어지는군.’
위력을 높인 커다란 바람의 칼날은 맞으면 제법 위협적이었겠지만, 뭔가 어정쩡한 위치로 날아왔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그 공격범위에 간신히 닿는 위치.
루카스는 굳이 검으로 없앨 필요도 없이, 발을 한두 걸음 움직인 것만으로 간단하게 피했다.
쒸이이익-!
거대한 바람의 칼날은, 목표를 놓쳐 검은 기사의 뒤쪽으로 사라져갔다.
지금까지 그래온 다른 마법들과 비슷하게 말이다.
‘조금은 지친 건가?’
루카스는 모든 것을 파헤치려는 듯한 눈으로 유렌을 노려보았다.
놈이랑 붙은 지 시간이 꽤나 흘렀다.
처음에는 완벽하게 반격하던 상대였지만, 아까 전부터 이런 식으로 회피하기 쉬운 마법들이 자꾸 나왔다.
‘……슬슬 끝내도록 할까?’
몇 번의 의미 없는 공방을 더 주고받은 후.
루카스는 조용히 유렌을 노려보더니, 검에 마력을 강하게 밀어 넣기 시작했다.
지금까진 체력 보존을 위해 필요 최소한의 마력만 써가며 상대를 했지만, 지금부터는 조금 달랐다.
상대가 지친 지금, 강하고 변칙적인 공격으로 상대방의 목을 베어버릴 시간이었다.
우우웅-
보검에 루카스의 마력이 가득 들어가자, 검 속에 있던 마력이 넘쳐 보검의 겉면에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두두둑-
그저 보통의 검과 비슷한 크기였던 루카스의 보검이, 마력을 먹고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더 굵어지고, 길어졌으며, 날 부분 역시 초보 대장장이가 만든 톱날처럼 규칙 없이 삐쭉거리게 변한 것이다.
더 빨라지고, 더 날카로워져, 공격 범위가 넓어졌다.
루카스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몸에서 마력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단숨에 끝내주지. 놈의 부대도 함께.’
쿠웅-!
루카스가 재빠르게 발을 굴리자, 그 모습이 사라지며 나중에야 커다란 발소리가 들려왔다.
휘익-
루카스는 조금 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유렌의 오른쪽 옆으로 파고들었다.
역시나, 이 빠르기에는 아직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듯했다.
‘끝이다.’
쒸익-
빠르고 힘차게, 흉악해진 루카스의 검이 휘둘러지려던 그 찰나.
승리를 확신한 루카스의 눈에, 뭔가 이상한 것이 비쳤다.
‘음? 잠깐. 저건?’
분명히 아군. 그러니까 공국군이 있어야 할 방향에 그들이 없었다.
어느샌가 왕국군. 그러니까 이놈의 부하들이 점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어느새?’
그뿐만이 아니었다. 후방뿐만이 아닌, 우측까지도 똑같이 점령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럴 리가!’
다른 곳은 몰라도, 저쪽은 합이 아주 잘 맞는 4레벨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지키고 있는 곳이었다.
적에게 5레벨 위저드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들이 힘을 합치면 결코 그렇게 쉽사리 당할 존재들은 아니었는데…….
‘……!’
그리고 소드마스터의 초인적인 안력이, 그 이유를 찾아내었다.
그 마법사와 기사 중 두 명이, 웬 거대한 바람 마법에 찢겨 죽어있었다.
뒤쪽부터 찢긴 것이, 아마 뒤쪽에서 기습을 당했으리라.
‘……설마!’
루카스의 머리에, 조금 전 빗나간 거대한 바람 마법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그 공격은 빗나간 것이 아니라, 일부러?
파지지직-!
루카스의 집중이 흔들린 그 틈을 타, 유렌은 뒤로 몸을 날리며 번개 마법을 날렸다.
마력이 잔뜩 들어간 하얀 번개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재빠르게 날아왔다.
“흡!”
루카스는 혼란한 와중에서도, 마법을 베어 넘기려 보검을 들었다.
잠시 놀라운 광경을 본 틈을 타 기습을 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늦은 것은 아니었다.
어떤 마법이든, 그 중심인 핵 부분을 정확히 베어버리면, 일순간에 소멸해 버린다.
그리고, 자신은 그 묘기에 가까운 짓의 달인이다.
쒹-
루카스의 검이, 다시 한번 번쩍였다.
“……어?”
성별도 나이도 모두 알 수 없는 기묘한 목소리가, 루카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당연히 베어져야 할 마법 속의 핵이, 스르륵 움직이더니 자신의 검을 피한 것이다.
“이게 무슨?!”
“역시. 마법의 중심을 베고 있었군.”
“……!”
루카스는 어느새 자신의 근방으로 다가온 유렌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아니, 저놈이 이걸 어떻게 안 거지?
그것보다도, 어떻게 핵을 이렇게 움직일 수 있……?!
루카스의 의문은 당연했다.
설마, 저 마법사가 전생에 기사로서 자신과 비슷한 짓을 하고 다녔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으니까.
강렬한 번개 마법이, 루카스의 갑옷 속으로 휘감아 왔다.
파지지직-
“끄극!”
맹렬한 충격이, 몸 전체에 작렬했다.
위력을 배 이상으로 키운 강렬한 번개 마법이, 그대로 루카스에게 작렬한 것이다.
‘다음 마법이 오겠군!’
강한 충격과 고통 속.
갑옷에 마력을 퍼부어, 최대한 항마력을 높이고 있는 루카스의 눈에, 새하얀 무언가가 비췄다.
유렌의 스태프가, 강대한 마력을 담아 자신에게 맹렬히 휘둘러지고 있었다.
‘……! 스태프를 무기로?!’
몸놀림이 좋다곤 생각했었지만, 설마 마법사가 무기술까지 이 정도로 익혔을 줄이야.
‘좋은 건 회피만이 아니었군! 이걸 일부러 지금까지 숨겨 오다니!’
유렌이 전력으로 휘두른 스태프가, 검은 기사의 머리를 강하게 후려쳤다.
까아아앙-!!
단단한 무언가를 두들기는 소리가, 전장에 높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