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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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14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14화 생과 사를 가르는 곳 (6)
“풍년이로군.”
유렌은 눈앞에 가득 쌓인 전입 명령서를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예상보다 지원이 더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유렌은 조금 전 부사령관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이, 이게 전부 부사관들의 전입 명령서라고?! 아니, 그것보다 포상금을 이런 단위로 준다고 하다니……!
-보급 물품이나 포상금에 관해 제한은 없지 않았습니까? 그럼, 이 부사관들은 전부 다 제 부대에 데려가겠습니다.
-자, 잠깐.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네. 이렇게나 많이 추가로 데려가게 되면 다른 부대에 부사관들이 부족해져. 이 인원의 1/3 정도로만…….
-그럼 지금 제 부대에 배정될 부사관들을 다시 데려가시면 되지 않습니까. 설마 일부러 형편없는 자들만 배치해서 그건 곤란하다는 말씀은 아니시겠죠?
-……크윽.
부사령관은 군경력은 길었지만, 어디까지나 변경에서 평화롭게. 그저 있는 듯 없는 힘 빠진 훈련만 반복한 이다.
게다가 이렇게 최고위 장교급이 된 것도 최근의 일이었다.
그가 5레벨로 올라선 지는 얼마 지나지도 않았을뿐더러, 전쟁이 터져 많은 병력과 부대를 지휘하게 된 것 역시 극히 최근이니까.
한 마디로 이런 경험이 부족했다. 물론,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너무 뻔히 보여.’
애초에 부사관들의 전입을 이런 식으로 정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됐다.
하지만 부사령관은 ‘보급’에 아무 말 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그만 큰 생각 없이 승낙해버린 것이다.
군에 아무것도 모르는 무경력자의 부대에 누가 들어가냐 싶었겠지.
하지만 결과는 전군에 있는 유능한 부사관들을 뺏기고 말았다.
“꾸우우-!”
유렌은 미소를 지으며, 애교부리는 해츨링의 윗머리와 뿔을 쓱쓱 쓰다듬어주었다.
해츨링 - 레인은 오랜만에 느껴지는 유렌의 손길에 기뻐서 꾸-꾸- 하고 울기 시작했다.
이제 좀 화가 풀렸나? 라는 눈빛으로 유렌을 슬쩍슬쩍 쳐다보면서 말이다.
‘이 녀석은 평상시엔 주머니 안에서 지내게 하다가, 이렇게 가끔 풀어줘야겠군.’
유렌은 자신을 힐끔힐끔 보는 해츨링을 보며, 그렇게 마음먹었다.
그래도 이 녀석은 처음과는 다르게, 차원의 저편에 꽤 익숙해진 듯했다.
‘하긴. 같은 곳이라도 곧 나올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과 모른 채로 무작정 갇혀 있는 것은 많이 다르긴 하니까. 그나저나, 역시 살아있는 생물체도 정신을 유지한 채로 들어가 있는 것이 가능하긴 하군. 그렇다면 여차할 때…….’
유렌이 디멘션 포켓의 다른 활용도에 대해 생각해 빠지었던 동안, 레이칸이 옆에서 명령서를 보며 끙끙거리다 질문을 던졌다.
“마스터. 잠깐 질문 하나만 해도 괜찮겠슴까?”
“응? 그래. 뭔데?”
“저, 부사관들 말임다. 이렇게까지 대우를 해줄 필요가 있었음까? 마스터라면 부사령관을 혼내줄 다른 방법도 많았을 것 같은데 말임다.”
레이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보았다.
그의 상식으론, 부사관들은 그리 크게 중요한 존재는 아니었다.
만약 이 세계가 초인이 없는. 무술의 달인이라 봐야 3~4명을 상대하는 것이 한계인 세계라면, 부사관들의 가치는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일반 병사들의 가치가 그만큼 올라가니 그들과 함께하는 부사관들의 가치 역시 올라 갈 수밖에.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기사와 마법사라는 말 그대로 일당백. 아니 일당천의 초인들이 존재했다.
그런 현실에서 부사관?
물론 일반 병사들보단 강했지만, 그래도 기사에 비해선 한참이나 떨어졌다. 기사의 정도나 되면 다행일까?
“병사들을 이끈다고 해도, 그 병사들이 전장을 주도하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슴다. 그럴 바엔 기사나 마법사들의 수나 질이 더 중요하지 않슴까?”
레이칸의 그 말에, 유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지. 아니, 오히려 이게 상식에 가깝지.’
물론, 이 시대 한정으로 말이다.
대전쟁이 격화되어 전쟁의 경험치가 쌓이고 쌓인 미래에는 상당히 달라지게 된다.
병사들이 정예화가 강해지며, 부사관들의 중요성이 강해지고 그만큼 중저레벨의 마법사나 평기사들의 효용성이 낮아지니까.
‘물론, 고위 마법사나 소드마스터에 다다른 기사들이 나오면 정예병이든 부사관이든 의미가 없어졌지만.’
뭐, 그런 한계에 다다른 초인들이 나올 때는, 또 다른 방법들이 있었지만 말이다.
유렌은 천천히 레이칸의 질문에 입을 열었다.
“레이칸.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제 본격적인 전투까지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해?”
“으, 음. 이미 작은 국지전이야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양임다만…… 저희도 오는 길에 한 번 싸웠고 말임다. 대대적으로 붙는 회전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대략 일주일은 더 있어야 터지지 않겠슴까?”
레이칸은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이 느낀 것을 말했다. 비록 그가 전장에는 처음이라지만, 분위기라는 것이 있었다.
최근 공국군이 이곳저곳을 찔러대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유렌 역시 그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그 일주일 동안 부대를 강화하려면, 어떤 방법이 제일 나을 것 같아? 물론, 우리 마탑원들의 훈련은 제외하고. 그건 이미 기본으로 진행 중이니까.”
“으음.”
레이칸은 다시 팔찌나 조끼 등에 중력 마법이 걸린 채 훈련 중인 마탑원들을 생각하다, 유렌의 말에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일주일? 겨우 일주일 안에 무엇을 할 수 있지?
“없지? 이제 막 새로 징병되어 끌려온 병사들. 그것도 제대로 훈련도 안 된 수천 명의 병사를, 일주일 정도에 나나 네가 제대로 된 훈련을 시키는 건 불가능해. 하지만 그들을 유능한 부사관들에게 맡기면 말이 좀 달라지지.”
당연히도 병사들이랑 제일 가까운 것은 부사관들이다. 그리고 병사들을 제일 잘 다루는 것 또한 그들이다.
“기본적인 제식훈련. 그러니까 지휘관들이 원할 때 움직일 수 있게만 해줘도 상당한 전력이 될 수 있어.”
“일반인들과 큰 차이 없는, 다른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병들이 말이에요~?”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셀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끼어들었다.
그녀는 본격적인 전장은 아니었지만, 그에 준하는 험난한 임무들을 수없이 경험한 베테랑.
마법사 가운데에서도 강자 축에 속한 그녀가 느끼는 일반 병사들은, 그저 머릿수만 채웠을 뿐인 허수아비들이다.
물론 이 전장에선 만 단위의 병사가 움직인다는 건 알지만, 똑같이 기사나 마법사들의 수도 많은 이상, 커다란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회전 등으로 결판이 난 이후, 점령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몰라도 말이다.
“그래. 2,3레벨 정도의 마법사들이나, 그리 강하지 않은 기사라면 전략과 지휘에 따라 충분히 억제할 수 있지. 그것을 매끄럽게 성공률을 올려주는 이들이 바로 부사관이고.”
유렌은 레이칸과 셀레나의 의문에도,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유능하다면, 적의 타겟도 조금씩 바뀌게 되지.”
“……아하~.”
“과연, 그렇겠군요.”
“……?”
셀레나와 루시아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지만, 레이칸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적들도 당연히 중점적으로 노리는 것은 마법사들이야. 하지만 상대도 바보가 아닌 이상, 부사관들과 병사들이 활약을 한다면, 그 칼끝을 부사관들에게도 돌리겠지. 그 편이 유리해질 테니까.”
“즉~ 부대의 강화와 마법사들의 방패가 되어준다는 말이군요~?”
“방패라는 말은 좀 뭐하지만 말이야. 어쨌든 돈이 있는 이상, 이 정도는 아깝지도 않아. 게다가 전쟁이 끝나고 싹이 보이는 부사관들은, 새로 우리 마탑에 들어오게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잖아? 애초부터 우리 정보부의 정보로 유능하다는 부사관들만 골라 뽑은 것이니 싹들은 있으니까.”
“……아하.”
레이칸은 모든 게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어쨌든 유렌의 말에 납득했다.
일단 그들과 병사들이 유렌의 말대로 큰 도움이 되어야 성립되는 말이긴 하지만, 언제 그의 말이 틀린 적이 있었던가.
게다가 미래까지 말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 유렌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큰 그림을 그려놓았을 것이다.
“으차! 말이 너무 길어졌슴다! 그럼, 전 다시 마탑원들을 훈련시키고 오겠슴다!”
쿵- 쿠웅-!
“훈련에 앞서 너무 의욕만 넘치는 건 좀 자제해줬으면 하는데요.”
레이칸이 그렇게 의욕에 불타며 나가자, 루시아 역시 한숨을 쉬며 밖으로 따라 나갔다.
그렇게 투덜거렸으면서도 반사적으로 따르는 걸로 보아, 벌써 몸속에 훈련이 뿌리박힌 것이 분명했다.
“자, 그럼…… 슬슬 이 부대의 사령관이 도착했겠군.”
유렌은 그런 루시아를 보며 피식 웃다가,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꾸우우……”
“자, 그럼 들어가 있거라.”
유렌은 디멘션 포켓 안으로, 해츨링을 집어넣고는 막사 밖으로 향했다.
왕자파일게 분명한, 사령관과 마주하려 말이다.
* *
“또 공국군이 이 근처까지 왔었다고?”“2연대에 백 단위의 피해가 나왔습니다!”
“너희들은 그동안 뭘 했나! 2연대장!”
“뭐하긴! 놈들을 물러나게 한 것은 우리다! 너희야말로……!”
이 부대의 고위 장교들이 모두 모인 한 커다란 막사.
그 속에 있는 커다란 원탁 이곳저곳에서, 여러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역시, 생각보다 적이 만만치 않아.’
중앙에서 이곳으로 새로 부임한 사령관- 빈델 후작은, 상석에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니, 정확히는 아군들이 문제인가?’
그는 전형적인 관료형 귀족으로, 군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보기에도, 가끔 나타나는 공국군과 비교해보면 이쪽 병사의 상태가 훨씬 낮아 보였다.
‘솔직히 부사령관. 이 자도 썩 유능해 보이진 않고.’
빈델 후작은 옆자리에서 거품을 물며 소리치고 있는 부사령관을 슬쩍 노려보았다.
자신이 며칠 전 사령관으로 취임한 이후.
부사령관에게 전적으로 일을 맡겼으나, 딱 봐도 그는 부대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있었다.
빈델 후작은 3위계의 메이지로, 전장 경험이나 마법사로서는 어디까지나 직책만 높은 귀족.
굳이 따지면, 경력이 출중한 부사령관의 명목상의 상사나 다름없었다.
핏줄과 지위 등은 그가 훨씬 높아 마음만 먹으면 찍어 누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봐야 뭐가 남겠는가.
빈델 후작은 관료였던 경험이 풍부한 만큼, 알지도 못한 채 나대는 멍청이는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내려오니 그가 보기에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사령관님. 슬슬 본격적인 회전 준비를 들어가야 합니다. 놈들의 정찰 횟수나 벌어지는 작은 전투 등으로 보아, 놈들이 이쪽으로 북진 중임이 분명해 보이니까요. 저와 제 부대가 이쪽으로 먼저 가 그쪽에 있는 놈들을 몰아내고 진을 치겠습니다.”
“사, 사령관님. 그건 아직 좀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빈델 후작은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말하는 13연대장 - 유렌 슈나이더와, 그를 흘겨보는 부사령관을 번갈아 보았다.
유렌은 이런저런 보고서들을 모아, 그의 주장의 근거를 확실하게 예를 들었지만, 부사령관은 그렇지 못했다.
“13연대장은 군 생활을 얼마나 해봤길래 그러나? 나는 자네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그가 앞세우는 것은, 그저 자신의 긴 경력뿐이었다.
그 어떤 근거도 뭐도 없는 말엔, 당연히 설득력 또한 없었다.
다른 귀족들뿐만이 아니라, 나름 부사령관의 수하들인 다른 장교 마법사들조차 고개를 작게 젓기 시작했다.
“……13연대장의 말대로 합시다.”
“사령관님!”
듣고 있던 빈델 후작이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 부사령관은 발끈해 벌떡 일어났다.
“커, 커흠.”
하지만 후작이 조용히 그를 바라보자, 잔기침을 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무리 실권을 그에게 주로 맡겼다곤 했어도, 기본적인 작위나 중앙에서의 파워는 후작이 압도적으로 위다.
후작이 군에 대해 어두워서 그에게 맡긴 것에 불과하지, 아무 힘이 없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래. 13연대장. 그럼 언제 부대를 이끌고 나가주겠나?”
“내일 오후에 움직이겠습니다.”
“사, 사령관님! 기왕 움직일 거라면, 오늘 밤 야습하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왜냐하면…….”
다시 끼어드는 부사령관의 말에, 후작의 눈썹이 올라갔다. 그에게 질린 것이다.
“그만. 그만하게나.”
사실 이번 발언은, 부사령관의 말도 옳은 점이 많았지만, 후작은 듣지 않고 끊어버렸다.
이미 지금까지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하면서.
“그럼, 13연대는 내일 먼저 움직이고, 다른 부대는 아직 대기하도록. 알겠나?”
“옙!”
“……예.”
후작의 말에 모든 고위 장교들은 씩씩하게 대답했고, 부사령관만이 한발 늦게 대답했다.
후작은 그런 부사령관에게 짜증이 나면서도, 묵묵히 일어선 유렌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래도 위에서 공주파라고 쓰지 말라는 말이 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후작은 최근 들어 왕자파에 불신을 깊게 가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그는 왕자파에 속해 있는 상황.
당연히 이쪽의 사령관으로 임명된 그에게도 왕자의 명령이 내려와 있었다.
‘막기는커녕, 가능하면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 두라니. 이상하긴 하군.’
본래라면 정반대로 해야 하는 명에, 후작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어쨌든 명령인 이상 들어야 했다.
그러면서 유렌과 그 부대의 이동 경로를 항상 메시지 마법으로 알려달라는 말도 있었지만, 그 명령은 이해가 갔다.
“그럼, 내일 출발하겠습니다.”
묵묵히 그렇게 말하고 나가는 유렌을, 후작은 조용히 지켜보며 생각했다.
‘음, 성공하길 바라긴 하만, 그렇다고 또 너무 크게 성공하면 또…….’
그렇게 정치적으로 복잡한 관계에 골머리를 썩이느라, 후작은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
자신의 바로 옆에 앉아있던 부사령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과 유렌을 번갈아 보는 것을 말이다.
* *
그날 밤.
“부, 부사령관님. 정말 이래도 되겠습니까? 이건 명백한 명령 위반입니다!”
부사령관은 자신의 직속 부대들을 이끌고, 밤늦게 진지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의 부관이 필사적으로 그를 말리려 했지만, 부사령관은 오히려 버럭 소리쳤다.
“시끄럽다! 어차피 공을 세운다면 다 상쇄되는 게 아니냐! 그리고, 내일까지 가면 놈들의 경계만 더 심해질 게 뻔해! 모르면 닥치고 있어라!”
거의 마력까지 뿜을 기세로 말하는 부사령관을 보며, 부관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가 무서웠기도 했지만, 사실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또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적을 쳐서 회전을 준비할 것이라면, 하루라도 빠른 오늘 밤에 미리 쳐서 진을 더 확실히 치는 게 낫긴 했다.
그쪽의 방어도 내일 보단 오늘이 더 조금이나마 부실하겠고.
게다가 공으로 명령 불복종을 상쇄하는 거야, 현장에선 상당히 흔한 일이긴 했다.
‘하지만, 만약 실패라도 한다면…….’
다만 부관이 걱정하는 것은, 바로 기습의 실패였다.
그렇게 간다면 처벌도 처벌이지만, 부사령관의 이름은 그대로 땅에 떨어질 테니까.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달리 부사령관이 이끈 부대는 재빠르게 남진.
새벽이 되기 전,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흥. 역시. 아직 방어 병력이 신통치 않아. 게다가 방심하고 있고.”
부사령관은 수비병이나 마법사들도 몇 안 보이는 적의 진지를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먼저 큰 마법을 쏠 테니, 너희들은 그 즉시 덤벼들도록 해라.”
“옙!”
부사령관은 그렇게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럴 때 가장 기본적이고 정석적인 방법인, 고위력 마법 투하 후 돌격 전술을 쓰기 위해서.
두근- 두근!
부사령관의 심장에서 마력이 쭉쭉 뽑혀나 와, 30m 크기의 거대한 폭발하는 불꽃이 부사령관의 머리 위에서 넘실거렸다.
아무리 막 올라갔다곤 하지만, 5레벨은 5레벨. 고위 마법사인 위저드의 마법다웠다.
“적이다! 적의 마법이!”
“기, 기습이다!”
적들은 이제야 눈치챈 듯, 부대 내에 작은 불꽃이 이리저리 생기며 마법도 외워지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적의 부대는 어두워서 제대로 알 수는 없었지만, 대략 1천에서 2천 정도.
이 마법이 제대로 먹힌다면, 그것만으로도 수백의 사상자가 나온다. 거기에 부사령관의 뒤에 있는 병력은 대략 3천.
질래야 질 수가 없다.
대마법을 쓴 직후라지만, 위저드 마법사인 그도 전투에 참여할 수 있을 테니까.
“하압!”
푸화아악-!
폭발을 머금은 거대한 화염의 공이, 재빠르게 적의 진지 쪽으로 날아갔다.
그 것을 보는 왕국 군대가 거대한 폭발을 기대하는 그 순간.
오싹-
부사령관은 물론이고, 그의 부대 3천여 명이 순간적으로 동시에 소름을 느꼈다.
마치, 뒷덜미에 누가 차가운 칼을 들이댄 느낌이었다.
‘이, 이건?!’
쒸익-
그리고 기지 쪽에서 뭔가가 번쩍이자, 날아가던 거대한 화염의 공이 그대로 두 토막으로 갈라졌다.
쒸익-
쒸이억-
아니, 두 토막이 아니었다.
네 토막, 여덟 토막. 그리고 수십 토막으로 순식간에 갈라진 화염의 공은, 기지의 여러 군데로 각자 힘없이 떨어졌다.
화르르륵-!
수십 갈래로 갈라진 불덩이는 폭발도 뭐도 없이, 그저 텐트나 몇몇 개 태우는 정도였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마법이, 칼질 몇 번에 조각 난 것을 보자 부사령관은 눈을 몇 번이고 비볐다.
어떻게 저럴 수가?
터벅-
그 화염이 밝힌 어둠 속에서, 한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터벅- 터벅-.
“윽-!”
그 검은 기사가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길 때마다, 3천 명의 인원은 가슴이 점점 죄어오는 것만 같았다.
“……마, 말도 안 돼. 이런 괴물 같은 압박감은…. 설마 소드마스터?!”
“제, 제국도 아니고 소드마스터가 공국에 왜…?!”
모두가 식은땀을 흘리는 그때.
“부, 부사령관님. 주, 주변을……!”
벌벌 떨던 부관이 주변을 보며 절망 어린 소리를 질렀다.
“……!!”
“이, 이럴 수가!”
어느 새인가, 사방이 공국군에 포위된 게 아닌가.
포위된 속도로 보아, 미리 준비된 함정이었음이 틀림없었다.
“후, 후퇴…….”
부사령관이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간신히 그렇게 내뱉으려는 순간.
콰아앙-!
검은 기사가 강대한 마력을 두른 채, 그들에게 돌진했다.
어찌나 그 기세가 강렬했는지, 그가 디딘 땅들이 움푹 패며 흙들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쒸익-!
검은 사신의 예리한 보검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번쩍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