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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51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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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51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50화. 제국의 마법사 (4)

 

 

 

“…예상보다 훨씬 크군.”

네루닌의 깊숙한 슬럼가.

소식을 받고 달려온 네루닌 자작은, 생각보다 더 큰 이 슬럼가의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모르지는 않았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나 이런 약자와 범죄자들이 우글거리는 슬럼가는 항상 존재하니까.

하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반 미로화까지 되어 거리 전체가 뒷조직의 요새로 활용되고 있었을 줄이야.

“그런데 왜 이런 식으로 박살이 나 있지?”

그리고 자작이 또 한 가지 놀란 것들은, 바로 그 미로화 된 슬럼가가 박살이 난 광경이었다.

벽이든 담이든 함정이든 뭐든, 그냥 커다란 오우거 같은 존재가 일직선으로 모두 박살 내며 전진한 흔적이 남아있던 것이다.

“아. 자작님. 오셨군요.”

그리고, 그 잔해를 해치고 나아가자 은보라색 로브를 입은, 적갈색 머리의 청년이 웃으면서 나타났다.

왕국 사절단의 단장. 슈나이더 백작이었다.

“배, 백작님.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희 멍청한 기사들이 한 짓도 그렇고, 제 영지의 이런 음습한 곳까지 보시게 해서….”

네루닌 자작은 일단 철저하게 숙이고 시작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왕국인인 백작이 제국에서 이렇게 커다란 소란을 피우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아무리 상대가 범죄자에 장소가 슬럼가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자작은 그저 제발 조용히 넘어가길 바랐다.

- 감히 백작에게 무례를 저질렀다고?!

지금 황제의 친족인 슈드나인 공작이 이렇게 펄펄 뛰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왕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둘 사이가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워진 것이 분명했다.

슈드나인 공작은 저택 밖으로 잘 나오진 않았지만, 황제가 상당히 아끼는 친족.

그가 대놓고 분노하면, 지방의 자작에 지나지 않은 그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자칫하면 황제의 분노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 목을 베어도 시원치 않을 멍청한 놈 같으니!’

자작은 그 멍청한 기사에게 이를 으드득 갈았다.

여기에 오면서 그 멍청이가 아예 처음부터 백작에게 시비를 걸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놀랐던가.

‘게다가, 여기 있던 범죄자들이랑 이어져 있었다고?!’

자작은 팔다리가 모두 박살 나 쓰러져 있었던 그놈을 지하 감옥에 처박아 놓으리라 다짐하며, 백작의 말을 기다렸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자작님. 모두 계획대로 잘 된 건데요.”

“…예?”

생뚱맞은 유렌의 말에, 순간 이해하지 못한 자작은 그저 눈만 크게 떴다.

“자작님은 기사단 안에 이 범죄자들과 함께 손잡은 이들이 있어서 저희에게 협력을 요청했고, 저희는 받아들여 이렇게 깔끔하게 일을 끝내지 않았습니까.”

“…!!”

유렌이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이제야 알아들은 자작의 입이 벌어졌다.

“아, 하하하. 그렇습니다. 네. 정말로 여러 협력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백작님.”

“무슨 말씀을.”

자작도 바보가 아닌 이상, 유렌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충분히 알아들었다.

그는 이 사건 자체를 이미 계획된 것으로 포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커녕, 협력으로 좋게 좋게 넘어갈 수 있었다.

‘…다행이긴 한데, 대체 왜지?’

자작은 안도감이 가슴속에 몰려오면서도, 동시에 의문에 빠졌다.

이것을 무기로 제국 측에 항의하는 것이 유렌의 입장에서는 더 이득일 텐데.

“이렇게 왕국과 제국이 협력하면, 참 좋지 않겠습니까? 이번 일처럼 말이죠.”

“아, 예에. 정말로 그렇군요.”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유렌의 그 말에, 자작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생각하는 ‘왕국의 귀족’과 ‘마법사’에게선 생각할 수 없는 말이 나온 것이다.

‘…왕국과 제국의 협력이라.’

지금까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었던 그 주제에 대해, 자작이 생각에 잠길 그때.

“마스터. 실례함다.”

쿵- 쿵-

한 덩치 큰 마법사가 다가와 유렌에게 작은 쪽지를 하나 넘겨주었다.

“흐음…. 이런, 이런.”

유렌은 그것을 보더니, 생각에 잠긴 네루닌 자작에게 입을 열었다.

“자작님. 혹시 이 네루닌 동남쪽에 있는 자작나무가 많은 숲을 아십니까? 제가 알기로 그 주변은 모두 자작님 가문의 숲이라 알고 있습니다만.”

“아…예. 저의 가문의 소유가 맞습니다만….”

갑작스러운 유렌의 엉뚱한 질문에, 자작의 눈이 다시 동그래졌다.

갑자기 숲의 이야기라니. 뭐지?

아니 그보다 처음 와보는 제국일 텐데, 이 주변의 정보까지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흐음. 이놈들에게 알아낸 정보론, 거기에 놈들의 잔당이 있다는군요. 그것도 제법 강한 놈들이 말이죠.”

“…그, 그렇습니까? 그러면 얼른 잡아야겠군요. 얼른 기사단에게 연락을…!”

“저희가 직접 잡고 싶습니다.”

“…예?”

아무리 그래도 월권에 가까운 행위에, 자작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하지만 곧 그의 이야기를 듣자, 곧 납득이 가기도 했다.

“으음, 왕국에서도 그렇게나 일을 일으킨 못된 놈들이라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강력한 놈들이죠. 저희 쪽에 누가 있는 것을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듯합니다만.”

“…그, 그렇죠.”

일단 마스터가 있다.

그 하나만으로도 이미 이 도시의 모든 전력보다 그가 위였다.

솔직히, 엄청나게 매력적인 제안이긴 했다. 그의 소중한 기사단을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만 보낼 순 없었다.

“정 뭐 하시면, 자작님도 함께 가시죠. 약간의 병력과 함께요.”

“그, 그래도 되겠습니까?”

자작의 화색에 유렌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당연한 것이긴 했다. 그의 영지니 최소한 토벌에 같이 참여했다는 공의 일부 정도는 나눠야 하니까.

“그 대신, 저희의 지시에 따라주셨으면 합니다.”

“그야 물론입니다. 마스터가 계시는데요.”

“예, 그리고 놈들을 처리할 때, 숲 일부가 약간 망가지더라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허허. 그 정도야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마음껏 싸우셔야죠!” 

“하하. 감사합니다.”

그렇게 왕국의 백작과 제국의 자작은 사이좋게 웃으며, 범죄자들을 체포해 슬럼가에서 나왔다.

다만 자작은 아직 몰랐다.

상대가 말하는 ‘약간’이라는 뜻이 자신이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 *

 

“…그럼 놈들과 여전히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지?”

“예, 예! 그렇습니다. 슈게르 님!”

네루닌의 동남쪽에 있는 한 자작나무가 가득한 깊은 숲.

그곳에서 엘프 - 슈게르는 자신의 발밑에 납작 엎드린 인간을 쏘아보며 인상을 구겼다.

자신이 이 영지를 뒤에서 손에 넣기 위해 그 디딤돌로 쓰려던 뒷조직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망할!’

그곳과의 연락 주기는 2시간마다 한 번. 만약 그 시간 내에 연락이 없으면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30분 전. 그 정기 연락 시간에 그쪽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분명 무슨 일이 있군.’

물론, 지금까지 연락이 되지 않았던 적이야 몇 번 정도는 있었다.

같은 뒷조직끼리의 전쟁이나, 단속이 나와 재빠르게 아지트를 옮겨야 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은 그런 단순한 수준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그 유렌 슈나이더의 발목을 잡으라는 지시를 내린 후에 일어난 일이었으니.

‘그럼, 예정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밖에 없나? 너무 위험한데.’

슈게르는 더더욱 난이도가 올라간 지금의 상황에 머리를 잡았다.

애초에 처음부터 그 멍청한 인간들과 조직 따윈 믿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 그들은 한 번 던져본 미끼.

잘 되어 시간을 끌면 정말 좋은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쪽에 시선을 몰리게 하는 미끼 말이다.

하지만 설마 단번에 없어지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빨라도 너무나 빨랐다.

“후우-!”

슈게르는 머리가 어질거리는 가운데, 괜스레 족장의 룬 문자가 새겨진 가슴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죽음의 공포였다.

고귀하고 위대한 엘프의 일원으로 태어나 언제나 우월하고 빼앗는 입장에서만 살아왔다.

선조들이 억울하게 걸렸다는 그 ‘규율’에 의해 비록 수면 밑에서 살아야 했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우월한 종족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

같은 종족들보다 조금씩 부족한 그였지만, 그보다 더 부족한 반쪽짜리 엘프나, 하등 생물들이 있어 그는 언제나 더 우월할 수 있었다.

‘…큭!’

하지만 이젠 아니었다.

자신보다 능력이 월등한 하등 생물들이 자꾸 보였으며, 다른 동족들보다 약한 자신은 족장의 ‘룬 문자’로 인해 이렇게 목숨이 경각에 달해있었다.

“저, 슈게르 님?”

“…!”

그때, 수하로 삼은 한 인간이 불안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자, 슈게르의 정신이 퍼뜩 들었다.

“시끄럽다!”

뻐억-

“컥!”

그리고 내지른 발길질에, 그 인간은 배를 움켜쥐고 숲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것을 본 슈게르의 얼굴이 조금이나마 펴졌다.

아무리 경각에 처한 자신이라도, 저런 하등 생물은 언제나 짓밟을 수 있다는 우월감이 그를 만족시킨 것이다.

“어차피 놈들은 미끼였을 뿐이었다. 그럼 이제 우리가 움직이면 되는 거고. 하찮은 생물답게 그것도 모르나?”

“죄…. 죄송합니다.”

“그럼, 재빨리 이동할 준비를 해! 이곳은 발각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니 다른 곳에 숨었다가 밤 중에 영주 성으로 돌입해 모조리 죽여버릴 테니.”

다소 과격한 방법이지만, 계획 자체가 뒤집힌 이상 어쩔 수 없었다.

한 영주 가족이 하루아침에 몰살을 당하면, 당연히 제국은 한바탕 뒤집히겠지. 

그리곤 바로 근방에 있던 왕국의 사신단은 유력한 범인 후보가 될 것이다.

그 살해 자리에 자신이 몇 가지 마법사들이 즐겨 쓰는 흔적까지 남기면 더 완벽하겠고.

‘그래. 차라리 이런 단순한 방법이 제일 나을 때도 있으니까.’

어차피 자신만 제외하고는, 수하들은 대부분 인간이다.

게다가 저주들이 걸려있어 잡혀봐야 발설도 안 되니, ‘규율’도 걱정할 것은 없다.

“예, 예엡! 그, 그런데 말입니다. 슈게르 님!”

“뭐냐?”

슈게르는 드물게도 인간 부하가 자신에게 질문을 하자,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헤, 헤헤. 저 영주 놈과 친족 놈들을 깡그리 죽인다면, 그때 값나가는 게 있으면 좀 가져와도 됩니까?”

“…흥. 시간이 지연만 안 된다면 상관없다. 물론 지연된다면, 그 즉시 네가 널 죽이겠다.”

“가, 감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하찮은 재물이나 탐내다니.

슈게르는 그렇게 인간들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그리고 약 10여 분 후.

한창 숲속 아지트의 뒷정리를 하는 그들에게, 웬 기묘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우-

“음?”

당연히 제일 먼저 눈치챈 것은, 엘프인 슈게르였다.

“이 소리는 뭐지…?”

하지만 수백 년을 살아온 그도, 이 소리가 무엇인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그만큼 듣기 힘든 소리였던 것이다.

쿠우우우우-!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져 하프 엘프나 인간들의 귀까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이건 뭐지?”

“마법? 혹시 놈들이 이곳을 눈치챘나?”

쿠우우우우-!!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난 후.

“…!!”

태양 빛을 가리는 거대한 그림자에, 슈게르는 그제야 그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았다.

“뭐, 뭐야?!”

“…!”

“허억-!”

그리고 다른 부하들도 동시에 말이다.

자작나무 숲에 있는 모든 인원은, 모두 하늘을 보며 넋이 빠진 채 입만 쩌억 벌리고 있었다.

쿠우우우우우-!!

하늘에서, 거대한 바윗덩이가 이곳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작은 바위 언덕이라고 불릴 정도의 20m는 족히 넘을 커다란 바위였다. 

그런 거대한 것이, 새빨갛게 불꽃을 둘러 가며 유성처럼 이곳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운석! 운석이다아앗-!”

“모두 뛰어-!!”

모두 공포에 정신이 나가, 어떻게든 부들부들 떨리는 팔다리를 움직이려 애썼다.

아무 소용 없는 짓이었지만 말이다.

“아….”

한편 슈게르는 비명도 지르지 않은 채, 그저 새하얗게 질려 위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신이 쓸 수 있는 마법도, 궁술도. 그 모두. 

곧 이곳을 쓸어버릴 거대 바위를 막는 데엔,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그 유렌 슈나이더랑 하등 생물이 바위 언덕을 통째로 떨어뜨린 적이 있다고 했었지.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감상이 다시 한번 슈게르의 입으로 튀어나왔다.

“미친놈….”

슈게르는 이젠 거의 땅과 근접한 바위를 보며 정신을 놓았다.

꿈틀-

가슴속에 들어간 족장의 룬 문자가, 심리적이 아닌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느끼면서 말이다.

 

* *

 

쿠콰아아아아앙-!!

작은 바위 언덕이 숲에 떨어진 후, 천지가 뒤집히는 소음과 충격파가 사방을 덮쳤다.

제법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도 귀를 마력으로 막아야 할 정도니, 말은 다 한 셈이다.

유렌과 자작의 일행들은 도시에서 나와, 근방의 한 언덕에서 그 광경을 단체로 구경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숲 일부가 통째로 소멸한 그 광경을 말이다.

당연히도 생존자는 없어 보였다.

“좋아. 정확히 노린 장소에만 떨어졌군.”

유렌은 그 장소를 보며,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사실 바위 언덕 투척은, 생각보다도 더 컨트롤이 힘들었다.

아무리 커다란 바위 언덕이라도, 기껏 지름은 수십 미터에서 커봐야 수백 미터.

그것을 수천 미터도 더 위에서 떨어뜨리는 것이니, 오히려 쉬운 게 이상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오차가 거의 없었던 것은, 바로 유렌의 엄청난 컨트롤 능력 덕이었다.

뭐, 이제는 그것에 더 익숙해져서 거의 완벽하게 오차 없이 떨어뜨렸지만.

“대단하심다! 역시 마스터임다!”

“역시 여러 번 하다 보면, 늘기 마련이네요.”

“…이, 이 짓을 여러 번? 대장.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겁니까?”

레이칸과 툰드라 등의 익숙한 일행들은 모두 웃음을 지었지만, 이번이 처음인 메링겔은 상당히 놀랐는지 입과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허어….”

“…태양신이시어. 대체 제가 무엇을 본 겁니까.”

“이게, 대체…!”

하지만 메링겔의 그 놀람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바로 옆에 있는 자작과 그 호위 기사단들은 얼이 빠져 움직이질 못했다.

“슈, 슈나이더 백, 백작님. 방금…. 운석을 떨어뜨리신 겁니까?”

자작이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유렌에게 물었다.

그 목소리엔 경악과 두려움이 반반씩 섞여 있었다.

“운석은 아닙니다. 뭐, 그보다 좀 낮은 등급의 마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굳이 사실을 말할 필요는 없는 상대 앞이니 유렌은 적당히 둘러댔다.

“그나저나, 약간 숲이 망가졌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저 정도는 해야 할 놈들이었기에.”

“…괘, 괜찮습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사실, 아주 괜찮지는 않았다.

자작나무 숲은 절반 가까이 날아가 버렸고, 그 땅엔 아주 깊은 커다란 구덩이가 파여져버렸다.

도저히 ‘약간’이라고 부를 피해는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방금 운석을 떨어뜨려 버린 사람 앞에선 말도 못 하겠지만.

“…아니, 그게 아니군요. 자작님.”

하지만 그 순간. 

자작은 유렌의 기운이 조금 전 느긋함과는 완벽하게 변한 것을 느꼈다.

“…!”

그뿐만이 아니었다.

옆의 마스터는 물론이고, 다른 마법사들까지 분위기를 날카롭게 바꾸고 운석이 떨어진 곳을 쏘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숲이 조금 더 망가질 것 같군요.”

유렌의 말이 끝나는 순간.

끄으르이아아야-!

쿠웅-! 쿵-!!

커다란 구덩이에서 기어 나온 한 거대한 괴수의 울부짖음이, 온 숲속에 높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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