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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50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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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50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49화. 제국의 마법사 (3)

 

 

 

“마도 왕국의 사절단이라.”

도시 네루닌의 중심가에 가장 커다랗게 우뚝 서 있는 영주 저택.

이곳의 영주 네루닌 자작은 서재에 홀로 고요히 앉아, 눈을 감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새 여왕의 즉위식을 알린다는 명목이라…. 정말이지 묘한 시기에 와줬구만. 괜히 시끄러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자작은 그렇게 투덜거리며, 눈을 뜨고 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을 둘러보았다.

-X월 4일. ‘어제 이상한 것을 봤다.’라며 숲으로 확인을 나선 사냥꾼들 3명이 실종….

-X월 7일. 이웃 도시에서 출발한 상단 8명이 실종….

-X월 18일. 도시 내에 특정 조직을 조사하던 조사단원 2명이 실종….

“후우. 역시. 뭔가가 일어나고 있어.”

자작은 인상을 찌푸린 채 한숨만을 쉬었다.

사실 사냥꾼이나 상단. 그리고 조사원의 실종은 그렇게까지 드문 일은 아니었다.

사냥꾼은 산에서 포식 동물이나 몬스터와 만날 수 있는 위험한 직업.

상단은 그보단 낫다지만, 그래도 항상 도적과 몬스터들을 조심해야 하는 직업이다.

뒷조직들을 조사하는 조사원들? 이것도 당연히 말할 것도 없다.

은밀한 범죄 조직을 상대하는 것이다 보니 은근히 그들에게 당하는 이들도 많이 나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우연이라도, 이게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일어날 리가 없지. 분명 무언가 있어.”

이 사건들은 너무나 간격의 틈이 좁았다.

겨우 2주 사이에 이런 여러 무리의 실종에, 그 외에도 여러 수상한 보고들까지.

이미 영주로서 20년 이상 통치하고 있는 자작이다. 그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있다고 경고를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보다 더 급한 사항이 있지.’

자작은 서류를 정리하고, 그대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분명 이것도 급한 상황인 것은 맞지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왕국 사절단의 접대가 먼저다.

어제는 느지막하게 도착한 터라 그냥 숙소로 안내했지만, 오늘은 그들을 제대로 만나 환대해야 했다.

‘와이번 기사단의 단장분과 일부가 같이 있다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하지만 그래도 상대는 이 나라와 사이가 험악하기로 유명한 마도 왕국의 사절들.

무언가 이상한 꼬투리가 잡히거나 하면, 지방의 자작에 불과한 자신이 감당할 수 없게 일이 커질 수도 있었다.

솔직히 그도 마법사들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감정을 드러낼 정도로 어리석진 않았다.

“여, 영주님! 큰일 났습니다!”

콰앙-!

이제 막 서재의 책상에서 일어난 자작의 앞으로, 한 서기관이 헐레벌떡 서재의 문을 열고 들어와 외쳤다.

“무슨 일인가? 아침부터.”

“배, 백곰 기사단 소속의 기사가…!”

“…기사가 뭐?”

서기관이 거친 숨을 다잡고 다음 말을 꺼내기까지 대략 1여 초간.

그사이 자작의 머릿속에 온갖 상상이 스쳐 지나갔다.

‘서, 설마 내 자랑스러운 백곰 기사단에서도 실종자가?!’

평상시엔 백곰 기사단에 이런저런 불만이 많았던 자작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 하나 떠오르지 않았다.

오로지 걱정만이 될 뿐이었다.

“기, 기사단의 단원 몇 명이, 왕국의 사절단에게 시비를 걸어 결투를 하고 있답니다! 그, 그것도 그 상대가…!”

“…이런 망할 것들! 그새를 못 참고 또 사고를 쳐?! 이런 세금만 축내는 것들이!”

물론 서기관의 말을 듣자마자. 걱정은 그 즉시 사라져버리고 폭발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작의 경악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겨, 결투 상대가 마스터입니다! 스피어 마스터라고 합니다!”

“…뭐?”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아니, 마도 왕국의 사절단에 대체 마스터가 왜 있단 말인가.

“그게 대체 무슨 헛소리냐!”

“헛소리가 아닙니다! 같이 온 우리 사절단의 일원인 와이번 기사단 단원의 말로는, 왕국의 수도에서 마스터가 그 백작의 밑으로 들어갔다고…!”

“그게 무슨!”

자작은 잠시 혼란에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괜히 영주 자리에 오래 있던 것은 아닌지, 어떻게든 정신을 조금씩 다잡아갔다.

“이, 일단 가보세!”

“네!”

자작은 그렇게 경악과 놀라움에 빠진 채로, 서기관과 함께 현장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혼란에 잔뜩 빠진 채로 말이다.

 

* *

 

퍼어억-!

“끄어어억-!”

뿌각-!

“끄아아악-!”

왕국의 사절단이 머무는 숙소의 마당.

지금 이곳에는, 몇몇 기사들이 말 그대로 먼지 나게 얻어터지고 있었다.

“흐음. 기사의 나라라는 그 제국의 기사가, 겨우 이 정도 실력이었다면 정말 실망이로군. 너희들, 이게 다냐?”

메링겔은 조용히 연습용 목봉을 빙빙 돌리며,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자신과 상대가 될 리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정말로 기대 이하였다.

“끄…으윽!”

“허억! 허억!”

쿠니안에게 선동당해 따라온 세 명의 하위단원들은, 모두 팔이나 다리의 뼈가 한두 개씩 부러진 채 땅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메링겔은 정말로 ‘적당히’ 어루만져 주고 있었지만, 당하는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마, 마스터다! 이 압박감과 저 강함! 분명 마스터가 틀림없어!’

‘왜, 왜 마스터나 되는 사람이 여기서 마법사에게 붙어 있는 거지?!’

메링겔은 그들의 심정이 어떻든 말든,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유렌에게 결투를 신청한 장본인. 쿠니안을 바라보았다.

“…!”

쿠니안은 일단 자신의 주 무기인 검을 꺼내고는 있었지만, 검을 쥔 그 손은 지금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죄, 죄송합…!”

“어디, 검을 버려만 봐라.”

그래서 얼른 검을 내던지고 평온을 얻으려 하였지만, 돌아오는 건 짐승이 그르렁거리는 것 같은 상대의 말이었다.

“넌 결투를 신청했고, 우리 대장은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 너도 대리자를 쓰는 걸 인정했고. 그런데 정당한 결투를 검 한 번 안 휘둘러보고 항복하려 해? 네놈은 기사가 맞나?”

끔찍할 정도의 살기와 압박감이 메링겔의 목봉에서 느껴졌다.

안 그래도 바싹바싹 타던 목이 더더욱 말라붙어 마치 갈라지는 것 같았다.

‘…무슨 목봉이 저리!’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끝을 몽톡하게 만든, 적당히 튼튼한 나무로 만든 연습용 목봉.

훈련장에서 하루에 몇 개나 부서지는 것이 당연한 부실한 물건이었지만, 쥐고 있는 이가 달라지자 완전히 달라졌다.

마치 자신의 몸통을 일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전설의 무기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스윽-

그 압박감은 메링겔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것이 더욱 강해졌다.

‘주, 죽일 셈이다!’

쿠니안은 지금 상황을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마스터로 보이는 저 상대는, 자신보다 훨씬 월등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저 한 번만 쓰윽 하고 움직여도 간단히 자신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거나, 커다란 부상으로 만들거나. 그 모두가 자유자재로 말이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 이렇게 필요 이상의 살기를 자신에게 쏟고 있었다. 자신에게 진심으로 살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살고 싶나?」

“어, 어어?!”

그러던 와중, 쿠니안은 갑자기 머릿속에 누군가가 말을 걸자 깜짝 놀라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야 말았다.

「쉿. 조용히 하라고. 봐봐. 네가 헛소리를 하니까 살기가 더 강해졌잖아?」

찌리릿-

목소리의 말대로 더 강해진 상대의 살기에, 이제 쿠니안은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굳이 입으로 안 꺼내도 돼. 그저 머릿속으로 생각해봐라. 난 그걸 읽을 수 있으니.」

‘누, 누구십…니까?’

「아까 네가 결투를 신청한 사람이지 누구겠어.」

‘…! 마, 마법사!’

머릿속에서 말을 걸어오는 유렌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자, 쿠니안은 순식간에 이해했다.

과연, 마법이 아니고는 이 현상이 설명이 안 되었다.

「어쨌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너, 누가 시켰냐.」

머릿속에서 물어보는 그 말에, 쿠니안은 반사적으로 부정의 생각을 떠올렸다.

자신도 모르게 도박 빚과 횡령의 건이 먼저 생각난 것이었다.

‘그, 그런 건 없습니다. 단지 제가 화풀이라도 하려는 생각에…. 정말 제가 멍청했습니…!’

「아, 그래?」

쒸익-

유렌의 그 메시지가 전해지자마자, 메링겔의 목봉이 그의 왼쪽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큭!”

주르륵-

정말 아주 살짝 스쳤을 뿐인데, 귀 끝이 찢어져 뜨끈한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쿠니안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마구 솟아나 줄줄 쏟아지기 시작했다.

방금 저것이 조금만 자신의 머리 쪽에 왔어도, 머리가 확실히 반은 날아갔을 것이다.

「자, 뭔가 생각 나는 게 있겠지?」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싸늘한 메시지가 그의 머릿속에 가득 스쳤다.

‘…지, 진심이다.’

「응. 그래. 진심이야. 자. 어쩔래? 말한 다음, 그저 객기 어린 결투 신청으로 좀 얻어터지고 상황을 끝날래, 아니면…?」

쒸익-

그리고 유렌의 메시지가 끝나자마자 다시 움직인 목봉은, 이번엔 쿠니안의 다리 사이를 바람과 함께 통과했다.

“…으헉!”

이번엔 아픔은 없었지만, 정신적인 충격은 훨씬 더 컸다.

자신의 가운데 물건의 바로 밑을, 모든 것이 분쇄하는 목봉이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온몸이 털들이 모두 곤두서가며, 아까와는 다른 의미의 식은땀들이 얼굴에서 줄줄 흘러나왔다.

「아니면 우선 물건부터 뭉그러뜨린 다음, 관절들로 넘어가 평생 기어만 다니게 해줄까?」

마치 지옥에서 들려오는 듯한 유렌의 메시지에, 쿠니안은 정신없이 머리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 저에게 시비를 걸라고 협박한 놈이 있습니다! 그, 그놈은…!’

「그래, 그래.」

그 후, 유렌은 머릿속으로 줄줄이 들어오는 정보를 남김없이 기억했다.

과연, 놈들의 하위 조직인가.

‘제, 제가 아는 것은 모두 말했습니다! 저, 정말입니다!’

「흠. 정말인 것 같군.」

상대의 그 긍정의 메시지에, 쿠니안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그래. 이제 횡령과 이 사건의 죄로 최소 추방을 당하겠지만, 그곳이 으깨진 채 평생을 기어 다니는 삶보다는 그게 훨씬 나았다.

척-

“어?”

하지만, 쿠니안은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말하고, 옆의 마법사도 그것을 인정했는데도 상대의 목봉은 아직 자신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 잠시만요. 전 모든 것을 다 말했…!”

“그래. 말했지.”

그리고, 이번엔 메시지가 아니라 유렌이 직접 목소리를 내며 그 말을 받았다.

“그래서, 내가 아까 너에게 뭐라고 전했지?”

“예, 예?”

“기억해봐라.”

“…!”

그랬다. 

분명 저 마법사는 메시지로 ‘좀 얻어터지고 상황을 끝날래,’ 라고 말했었다.

…좀?

“생각보다, 그 ‘좀’은 아프겠지만, 괜찮아. 아예 그곳을 뭉개진 않을 테니까. 메링겔?”

“예-! 대장!”

“해.”

“옙!”

“아…아악!”

쒸이익-!

그렇게 공포에 질린 쿠니안의 팔다리로, 메링겔의 목봉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들었다.

뼈 몇 개 정도는 가볍게 아작 낼, 그런 위력을 보유한 목봉이 말이다.

 

* *

 

제국의 도시 네루닌의 한 슬럼가.

여러 좁은 뒷골목과 불법 증축된 건물들이 꼬이고 꼬여, 현지인이라도 몇몇 사람 외에는 이곳의 자세한 지리는 몰랐다.

“흠. 슬슬 그 멍청이가 소식을 전해올 때가 되었는데?”

그리고 그 복잡한 슬럼가 안에서도, 가장 들어오기 힘든 한 숨겨진 건물.

거기서 한 험상궂은 얼굴을 지닌 장년의 사내가, 나이프를 위로 던졌다 받았다 하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까 아침엔 분명히 놈들이 숙소에 침입해 시비를 걸고 있다고 했었는데….”

그것이 대략 1시간 전의 일이다.

그 이후의 일은 영주의 다른 기사들이 달려와 잠시 소식이 끊겨 있지만, 곧 다시 알려 올 것이다.

‘보나 마나 놈들이 거하게 얻어터졌겠지.’

도박 빚을 지고 횡령까지 했으며, 형편없는 실력의 쓰레기 기사.

그리고 그보다 머릿속에 든 것도 없고 실력은 비슷한 멍청한 하급 단원들.

그들이 제법 최근에 유명하다는 마탑 출신들이 있는 왕국 사절단을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뭐, 놈들이 얻어터지든, 용케 상대를 잘 골라 하인이나 종자를 두들겨 패는 걸 성공했든. 그걸 구실로 시간을 끈다.’

만약 이쪽이 왕국 쪽의 일원을 두들겨 팼다? 그러면 당연히 사과를 요구할 저쪽의 요구를 무시하자고 여론을 이끌 것이다.

이미 자신들에겐 그 정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봉신들을 이쪽의 편으로 끌어들였다.

게다가 이곳은 제국이다. 마법사에 대해 인상은 당연히 좋지 않으니, 그렇게 여론을 호도하는 게 힘들진 않을 터.

그래서 조사관을 불러오고 재판을 하겠다고 우기면서 시간을 끌고, 제국에 대한 인식을 더 나쁘게 하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만약 그 반대로 바보 기사 놈들이 얻어터졌다?

그럼 훨씬 쉬웠다.

시비를 놈들이 먼저 걸었다는 것만 어떻게든 가리면서, 놈들이 비겁하게 마법을 썼다고 선동하면 되는 것이니까.

“이걸로 이 건은 어떻게든 될 것 같긴 한데…. 왜 ‘그분’은 이렇게 급하게 이런 명령을 내리신 거지?”

지금은 숲속에 있는, 자신이 섬기는 ‘위대한 종족’인 그분.

평소엔 자신에게 연락도 잘 하지 않는 그 위대한 존재가 어제 급하게 자신에게 그 명령을 내린 것이다.

놈들을 어떤 방법을 쓰든, 이 도시에서 붙잡아 놓으라고 말이다.

갑작스러운 그 명령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그를 실행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때래래래랭-!

그렇게 장년의 남자가 막 마음을 놓으려는 그 순간.

슬럼가 안에 철저하게 숨겨진 이 근방에서, 비상을 알리는 종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 이건?!”

남자는 있는 대로 인상을 써 가면서, 나이프를 챙기며 일어섰다.

그리곤 이 방구석에 설치된, 밖과 연결되어있는 대화용 금속관들에 다가가 그중 하나를 열고 소리쳤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경보를 왜 울린 거냐?!”

“대, 대장! 큰일 났습니다! 갑자기 웬 로브 입은 놈들이 쳐들어와서…! 으아악!”

뻐거억-!

금속관 저편에서, 뭔가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조용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거기 있군.”

“…!!”

한 청년의 담담하면서도 굵직한 목소리가, 오싹하게도 들려왔다.

‘제, 젠장! 어떻게 이 아지트를 알았지?!’

로브 입은 놈들이라니. 설마 왕국의 마법사 놈들인가?!

놈들이 왜? 아니 그보다 대체 어떻게?!

장년의 남자는 허둥지둥 방 속에 있는 비밀 통로 쪽으로 달려가 숨겨진 손잡이를 열고는 힘껏 돌렸다.

끼리리릭-

‘그 쓰레기 기사 놈이 불었나? 아니야, 설사 그렇다고 해도 놈이 이곳의 위치까지 알 리가 없을 텐데?’

남자는 문이 열리는 그사이, 가장 중요한 서류 몇 장만 챙기고는 재빨리 그 통로 안으로 들어가려 몸을 던졌다.

아니, 던지려 했다.

쿠콰아앙-!

뒷벽이 통째로 부서지면서 나타난 거대한 손바닥이, 그의 왼쪽 어깨를 강하게 움켜잡기 전까진 말이다.

“으허억?!”

남자는 어떻게든 빠져나오려 발버둥을 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마치 고렘처럼 엄청난 그 힘은, 그를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십쇼. 전 힘 조절에 서툼다.”

“큭!”

그 커다란 손바닥의 주인이 주는 경고에도, 남자가 다시 한번 몸을 바둥거린 그 순간,

“경고했슴다.”

그 손바닥은 조금, 아주 조금 더 강하게 힘을 주었다.

콰드드득-

“끄아아아악-!!”

어깨가 통째로 분질러지는 소리와 처절한 남자의 비명.

그것들이 기묘한 조화를 이루며 슬럼가 위로 드높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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