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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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49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48화. 제국의 마법사 (2)
“제가요? 제국에요?”
“그렇슴다. 혹시 싫으면 거절해도 됨다.”
“아, 아니에요! 그럴 리가!”
유렌 일행이 제국으로 향하기 이틀 전.
제국에서 온 할아버지와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푼, 마탑원 엘빈은 레이칸에게 뜻밖의 말을 들었다.
분명 할아버지에게도, 그리고 동기들에게도 유렌과 간부들이 제국으로 향한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설마 자신에게까지 그 기회가 돌아올 줄은 몰랐다.
간부가 아닌 일반 마탑원들은 대부분 실력이 좋은 사람으로 뽑는다고 했으니까.
실제로 들어온 얼마 안 된, 엄청난 기마 실력을 보유한 한 마탑원도 뽑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대도 하지 않았었다.
“하, 하지만 교관님. 저는 실력이….”
엘빈은 스스로 그렇게 말할 정도로, 크게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가끔 ‘재능이 있다.’ ‘앞으로가 기대된다.’라는 소리를 종종 듣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열심히 노력하라는 격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진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슴다. 하지만 무조건 실력으로 뽑는 건 아님다. 바로 마탑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뽑는 검다.”
그런 엘빈의 말에 레이칸은 고개를 저으면 차분하게 말했다.
죽일 듯이 자신들을 굴리던 훈련 때와는 너무나 다른 그의 모습에, 엘빈은 잠시 혼란이 왔지만 얌전히 듣기 시작했다.
“일단 당신은 제국 태생임다. 아무리 제국의 사절단이랑 동행한다곤 하지만, 우리 마탑엔 제국 출생이 당신 말고 거의 없슴다. 당연히 도움이 될 수밖에 없지 않슴까? 게다가 당신의 할아버지도 사절단에 있고 말임다.”
“그, 그렇군요. 제가 제국 출신이라서….”
결국 자신의 출신지와 혈통으로 뽑았다는 말에 엘빈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실력으로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말하니 뭔가 기가 죽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레이칸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확실히 출신이나 혈통은 본인의 단련한 능력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슴다. 하지만, 당신은 왜 타고난 재능은 부끄럽지 않게 여김까?”
“...예?”
레이칸의 그 말에 엘빈의 눈이 조금 커졌다.
저게 무슨 소리지?
“아, 음. 결국 재능도 똑같이 타고나는 거라고 말하고 있는검다.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저는 육체를 타고 났슴다. 평범한 마법사가 노력해 저보다 마법을 잘 쓸 수는 있어도, 저보다 강한 힘을 가지긴 힘들검다.”
그렇게 말하고 통나무 같은 팔을 들어 올리는 레이칸을 보며 엘빈은 확실히 납득했다.
그래, 자신이 아무리 단련해봐야 저 육체는 못 따라가지.
근데, 갑자기 저 말은 왜 나오지?
“하지만 이런 저라도 노력해서 더 단련하고 기술을 쌓기 전에는 일반 기사들에게도 근접전은 밀렸슴다. 물론 오래지 않아 앞지르긴 했지만 말임다.”
“아….”
엘빈은 어디까지나 이미 한창 단련을 끝낸 레이칸만을 봐와, 그런 그가 상상이 잘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렇게 육체를 타고난 그도, 결국 원석은 원석.
유렌은 만나 노력하기 전까진 그것이 빛나지 못했었다.
“아, 음. 그러니까 혈통과 재능은 비슷한 것인데 왜….”
레이칸이 무언가를 말을 더하려다 잠시 혀가 꼬인 듯 말을 멈췄다.
그 잠깐의 침묵 사이, 어느샌가 굵직한 미성이 뒤에서 들려왔다.
“그러니까 혈통이나 출신도 결국 재능처럼 타고난 것. 그런데 왜 노력 없이 혈통으로 얻은 기회는 부끄러워하면서, 왜 정작 타고난 네 재능은 노력으로 살리지 않느냐는 말이겠지. 안 그래? 레이칸?”
바로 뒤에서 듣고 있던 유렌이 등장한 것이다.
단방에 정리해주는 그 말에 레이칸은 화색이 돌아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붕- 붕-
“네, 그렇슴다! 마스터!”
“아, 안녕하십니까!”
유렌은 자신에게 서둘러 인사하려는 엘빈은 손짓으로 저지한 뒤, 말을 이었다.
“이번에 새롭게 왕위에 오르신 여왕님. 원래는 세력이 약하신 3왕녀 출신이라는 거. 너도 제국 출신이지만 잘 알지?”
“예, 옙!”
“왕족이라는 혈통은 분명 타고난 거지. 하지만 여왕님이 아직 공주였던 시절, 그렇게 움직이시지 않으셨으면 오늘의 결과는 있었을까?”
“…아닙니다.”
“그래. 결국 혈통도 출신도 당연히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네가 이번에 뽑힌 것은 분명 그 혈통 덕이 맞지만, 네가 거기에 안주한다면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선발이 될까?”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 딱 거기까지인 거야. 넌 운이든 타고난 것이든 기회를 얻었지만, 그것이 언제까지고 계속되진 않는다는 거지.”
엘빈이 그 말을 듣고 진지한 생각에 빠지자, 유렌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물론 유렌이 굳이 그를 뽑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를 자신의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싶어서였다.
비록 역사가 달라지긴 했지만, 그는 대전쟁의 트리거 중 하나가 되는 인물이었으니까.
‘루카스를 남겨 마탑의 방비도 신경을 쓰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내 눈앞에 있는 게 편하긴 하지.’
하지만, 지금 레이칸이 그에게 말한 것도 사실이었다. 실제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저, 정말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엘빈은 눈을 화르르 불태우며, 두 사람 앞에서 선언했다.
그래. 원래 자신은 훌륭한 마법사가 되려고 왕국에 온 것이었다.
상상과는 심하게 달라 초심을 잊고 있었지만 어쨌든 자신은 훌륭한 마법사가 될 ‘기회’를 받고 있는 것이다.
혈통이든 출신이든 재능이든 어떤 것이든 좋았다.
그것으로 인해 자신이 잡을 기회를 이젠 놓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철컹-
그리고 그 말이 끝나는 그 순간.
“어?”
아주 익숙한 감각이, 다시 자신의 양팔에 추가되었다.
“이, 이건?”
지금까지와는 색깔과 모양이 조금 다른, 토시였다.
“음! 그렇게 마음먹었다니 기쁨다! 이건 이번에 새로 나온, 몸의 근육을 더 잘 괴롭혀, 아니 단련시켜주는 새로운 무게 조절 도구임다! 다만 아직은 일정 이상의 무게만 조절할 수 있어서 기사 출신에게만 줬었는데. 그렇게 열심히 한다니, 제가 특별히 드리겠슴다!”
“…에?!”
아니. 열심히 하겠다고 했지, 죽겠다곤 안 했는데.
더군다나 이제 제국으로 긴 여행을 떠나야 하는데, 그 여행에 이것들을 추가로 더 차라고?
엘빈은 고개를 천천히 돌려 애원하는 눈으로 유렌을 바라보았지만, 유렌은 그저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씨익 웃을 뿐이었다.
“자, 힘내자.”
“…예. 힘내겠습니다….”
그렇게 엘빈은 갑자기 배로 무거워진 손발을 이끌며, 터벅터벅 자신의 기숙사로 향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한탄과 함께.
* *
며칠 뒤.
준비를 마친 왕국의 사절단 일행은, 귀환하는 제국의 축하 사절단과 함께 베르헨을 떠났다.
그리고 100명 단위의 마법사와 기사들이 모인 일행답게 아주 순조롭게 여행을 계속했다.
당연했다. 어지간한 도적이나 몬스터들은 다가오기도 전에 재가 되어 사라질 무력들이니 말이다.
다만 한 가지. 기사들마저도 안쓰럽게 보는 몇몇 소음들이 마탑원들 쪽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끄으응-! 끄으으응-!”
“자, 쓸데없이 목소리만 큼다! 그렇다고 그것들이 가벼워지진 않슴다! 팔다리에 균형을 잘 잡으십쇼!”
바로 엘빈을 비롯해, 몇몇 이들의 다 죽어가는 신음성이었다.
“…저기, 여보게. 참견해서 미안하네만, 저 훈련은 정말 괜찮은 거 맞는 겐가?”
그걸 보다 못한 와이번 기사단의 단장. 베스피론이 무례라는 것을 감수하고 유렌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엄연히 다른 나라, 다른 집단인 이상 훈련에 참견하는 것은 분명 무례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손자가 다 죽어가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볼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유렌은 전혀 불쾌하지 않다는 듯, 평온한 얼굴로 답했다.
“괜찮습니다.”
“음?”
파아앗-
유렌의 말이 끝나기도 전.
비틀거리는 몇 명의 몸에서 회복 마법의 빛이 찬란하게 반짝였다.
“자, 이걸로 회복되었을 터! 다시 뛰도록!”
“흐어억! 흐어어억-! 아, 알겠습니다!”
다른 교관이 회복 마법을 써주고 씨익 웃자, 엘빈을 비롯한 몇 명은 얼굴을 구겨가며 계속 달리기 시작했다.
“….”
“보시다시피, 멀쩡합니다. 만약 더 심해지면, 저희 쪽엔 고위 사제도 있고요.”
그리고 그것을 보는 기사 단장- 베스피론과 다른 기사들, 그리고 슈드나인 공작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아니, 이렇게까지 하다니.’
‘이거, 우리 기사들보다 더 빡쎄게 굴리는 거 아냐?’
‘우리로 치면 탈진하고 곧 포션을 먹이고 계속 시키는 거 아냐? 으으. 저러면 정신이 못 버틸 텐데!’
하지만 반대로 마탑원들은 직접 구르는 이들 빼고는 매우 평온한 얼굴이었다.
마치, 이것이 아주 일상이라는 것 같이 말이다.
‘흐음. 이 주변. 기억이 조금씩 나네.’
특히 그중에서도 유렌은, 주변의 익숙한 풍경을 둘러보며 추억에 조금씩 잠기고 있었다.
이곳은 제국의 북중부 지역. 물류는 제법 많은 양이 지나가지만, 정작 그렇게 크게 발달은 하지 않은 도시 ‘네루닌’의 근방.
유렌은 전생의 젊은 시절, 네루닌 근방의 부대에서 1년 정도 머물렀던 기억이 있었다.
지금과는 시대가 좀 달랐긴 했지만, 그래도 이 근방의 풍경은 기억 속에 있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것이 향수라는 것이었나?’
유렌은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심지어 이곳은 자신의 고향도 아니다.
단순히 자신이 이 근방에서 1년 정도 머무른, 제국이란 커다란 나라의 일부분일 뿐.
그런데도 이 몸으로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가슴은 왜 이리 저릿거리는가.
단순히 같은 나라라고 이럴 리는 없을 텐데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그렇군.’
유렌은 감회어린 눈으로 저 멀리 보이는 이 근방의 중심 도시. 네루닌을 바라보다가, 겨우 그 이유를 깨달았다.
-제, 젠장! 여기까지 왕국 놈들에게 먹혔나!
-심하네…. 완전히 불타버렸잖아. 응? 왜 그래?
그렇다. 자신이 이 근방에서 떠나고 몇 년 후에 왔을 땐, 이미 네루닌 자체가 통째로 불타 사라진 상태였다.
말 그대로 갑자기 도시 하나가 불타 사라졌지만, 제국민들은 그 범인이 누구인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전쟁 중인 마도 왕국. 그들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있겠는가.
-제길, 제기랄!
그때, 얼마나 자신의 무력감을 느꼈었나.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왕국에게 증오감을 느꼈던가.
그래서 그 후, 유렌은 더욱 철저하게 왕국과 전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죽기 얼마 전에야 알았다.
그것이 그 귀쟁이 놈들이 꾸민 계책 중 하나였다는 것을.
‘…그런 기억들은 한 번이면 족하지.’
유렌은 그렇게 어딘가 그리운 제국의 도시. 네루닌에 들어가면서 그렇게 다시금 다짐했다.
이 멀쩡한 도시를 두 번 다시 그렇게 불타게 만들지 않겠다고.
* *
‘제길! 그 미친 것들!’
네루닌 자작의 ‘백곰 기사단’의 하위 단원 중 하나인 쿠니안은 현재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디서 깡패 놈들이 감히 기사를 협박해?! 큭! 하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벨 수도 없고!’
지난밤. 이미 쌓일 대로 쌓인 도박 빚 탓에, 도시의 뒤에서 암약하고 있는 한 조직이 그를 협박한 것이다.
뒷조직이 기사를 협박?
평상시의 경우라면 당연히 기사가 분기탱천하여 놈들의 목을 베어야겠지만, 쿠니안의 경우에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내가 기사단의 돈에 손을 댄 것을 알고 있다니. 게다가 거기에 더해…!’
바로 그가 저지른 횡령의 증거를 놈들이 가진 것이었다.
-아이고. 기사님도 참! 이렇게 대놓고 삥땅치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이, 이놈들이!
-저희가 다~ 잘 덮어 놨습니다. 기사님이 아닌, 다른 분의 탓으로 넘어가게 말이죠. 아. 그래도 이 증거는 저희 손에 있습니다요. 큭큭큭.
한 마디로, 자신들의 말만 잘 들으면 그냥 넘어가 준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그 책임을 꼴 보기 싫은 동료에게 돌렸다는 덤까지 말이다.
쿠니안은 손발이 부들부들 떨려왔지만, 놈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큭큭. 오늘 오후. 자작성에 마도 왕국에서 사절단이 왔었죠?
-…맞다. 왜. 그놈들을 암살이라도 하라고?!
-아뇨아뇨. 그럴 가능성이 없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분은, 아니. 저희가 바라는 것은 그저….
만약 정말 놈들이 암살이라도 하라고 했다면, 쿠니안은 그대로 자작에게 자수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성공 가능성은 있지도 않을뿐더러, 해봐야 자신만 죽은 목숨일 게 뻔했으니까.
그럴 바엔 횡령으로 재산을 압류당하고 추방당하는 게 훨씬 낫다.
-저, 정말인가? 겨우 그거면 된다고?
-예에-! 저희는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 정도는 가능하시지 않습니까?
하지만, 놈들이 요구한 것은 훨씬 난이도가 쉬운 것들이었다.
물론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겠지.
-꿀꺽.
그렇게 쿠니안은 이른 아침.
동료들을 데리고 왕국의 사절단이 머무르는 숙소로 나아갔다.
지난밤, 그는 마법사에게 반감이 매우 많으면서, 머리가 멍청한 몇몇 동료들을 재빨리 끌어모은 것이다.
-자네들은 창피스럽지도 않은 건가? 저 왕국의 간악한 마법사들이, 감히 우리 제국의 도시를 마음 놓고 지나가게 한다는 것 말이야! 난 그것이 정말로 맘에 들지 않다네!
-음, 흠. 그거야 우리도 모두 동감하긴 하네만….
-그래. 그게 어디 우리뿐이겠나? 아마 자작님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실 게 틀림없네!
-...그럴 수도 있겠군.
-그래, 그럴 게 틀림없다니까? 자 우리가 놈들에게 이렇게 망신을 주면 좀 어떻겠나?
머리를 빈 동료를 몇몇 모은 쿠니안은, 자신들의 이름을 대고 사절단이 묵는 숙소에 들어갔다.
경비들은 처음에는 의아해했지만, 일단 그들도 기사는 기사. 위에서의 명으로 시설을 둘러볼 게 있다고 윽박지르자, 경비병들은 뭐라 말도 못 하고 그를 들여보내고야 말았다.
‘좋아. 여기까진 들어왔군. 그럼… 사절단의 사람들은 어디지? 분명 하인 놈들도 데려왔을 터.’
분명 마법사 놈들은 언제나 늦게 일어난다고 하니, 이 이른 시간에 마법사들이 있을 확률은 낮았다.
‘가능하면 사절단에 속해 있는 하급 마법사 정도가 좋겠지만, 그렇게 경우가 좋지는 않겠지. 어? 저기 누가 있군!’
그렇게 마당에 나간 쿠니안은, 웬 젊은 사람이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것을 보았다.
‘…! 마법사인가?!’
쿠니안은 재빠르게 상대를 살피곤, 크게 안심하며 가슴을 쓸었다.
놈은 로브를 입지 않는 거로 보아, 마법사가 아니거나 맞는다고 해도 아마 하급 마법사로 보였다.
실제로 상대의 마력은 미미하게 느껴졌으니까.
그렇다면, 정말이지 딱 자신들의 계획을 실행하기 좋은 자였다.
“험, 허엄! 실례하지!”
“….”
하지만 상대방은 명상에 심취했는지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바라는 것이었다.
“허, 참! 감히 이렇게 무례하다니!”
“감히 마법사가, 제국에서 기사의 말을 무시해도 되는가!”
정말 별것 아닌 것에, 마치 어린아이처럼 생트집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 마법사에 대한 적대감이 강한 그들이었기에 얼굴에 철판을 깔고 할 수 있는 짓이었다.
“뭐지?”
그들이 시끄럽게 굴자 그 청년은, 이제야 겨우 그들을 봤는지 그들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런 무례를 저지르고, 그냥 넘어갈 줄 알았나?! 왕국은 몰라도, 우리 제국에선…!”
“…?”
청년의 조용한 반응에 쿠니안과 동료들은 더욱더 득의양양해졌다.
말대꾸 하나 못 하는 것이, 어지간히 겁을 먹은 듯싶은 것이다.
“…그래서 할 말이?”
“허? 거기에 기사에게 반말까지? 이거 정말 예의라곤 어디에 팔아먹은 놈이군! 네놈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결투?”
쿠니안의 말에, 그는 상대방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결투엔 내 수하가 대신 나서도 되겠지?”
“어, 음? 수하?”
“그래. 그 수하가 지면 내가 나서지.”
“…마, 마음대로 해라!”
쿠니안은 일이 술술 풀려나가 기쁘면서도, 왠지 모르게 뭔가가 찜찜했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줄 알았던 그 청년의 얼굴은 정말이지 차분하기 그지없던 것이다.
오히려 그 얼굴에 있는 감정은….
가소로움?
“흥. 꼴에 수하라니.”
“어떤 놈인지 뻔하군.”
쿠니안의 동료들이 뒤에서 그렇게 수군거릴 그때.
“뭐야? 이것들은.”
쿠웅-.
뒤에서 들리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엄청난 압박감이 그들을 짓눌렀다.
‘이, 이건?!’
손발이 벌벌 떨리고 무릎이 부들부들 춤을 췄다.
심장은 너무나 빨리 뛰어 눈앞이 빨개졌으며, 순식간에 지난 일생의 기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말 그대로 죽음의 압박감이 그들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었다.
“…대장. 이 병신들은 뭡니까?”
“너랑 결투할 용감한 인재들이지. 어쩌면 ‘놈들’과 연관될 수도 있다고 보고.”
“호오. 그렇습니까.”
메링겔은 유렌의 그 소리를 듣고 씨익 웃었다.
거대한 화염으로 스스로 날아 들어온, 한심한 날파리들을 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