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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48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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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48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47화. 제국의 마법사 (1)

 

 

 

지끈- 지끈-

“으으윽-!”

메링겔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쥐며 하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여긴?”

메링겔은 초점 없는 눈으로, 넓고 깨끗한 치료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여태껏 수많은 전투에서 많은 부상을 당해왔지만, 머리에 상처를 입은 후에는 언제나 이랬다.

비록 잠깐이긴 하지만, 그 전후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 혼란 상태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아.”

다행히도, 이번에는 그 기억이 빨리도 돌아왔지만 말이다.

“허. 졌다고? 내가? 마법사에게? 그것도 근접전으로?”

메링겔은 몸을 반쯤 일으킨 그대로, 침대에서 허탈하게 웃었다.

약 40여 년 전. 창을 처음 잡았을 때의 그 두근거림과 생소함. 

30여 년 전. 드디어 기사로 임명받았던 그 기쁨과 흥분.

10여 년 전. 마스터에 오른 그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던 그 성취감과 감격.

그리고, 마법사에게 머리가 깨져버린 지금의 허탈함과 비참함까지.

그 여러 기억과 감정들이 메링겔의 머리와 가슴 속에서 재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뭐, 진 건 진 거니.”

박살 난 자존심과 체면 등으로 한탄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은 이미 과거의 일.

당연히 다시 붙어보고 싶긴 하지만, 자신이 먼저 해야 할 일은 그것이 아니었다.

패자가 승자에게, 떳떳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

그것이 기사로서 결투에 임한 사람의 기본이 아니겠는가.

메링겔은 침대 밖을 나오며 창밖을 둘러보았다.

해가 지고 있는 것이, 아마도 몇 시간이나 지난 모양이었다.

“내가 이렇게 오래 누워 있다니. 역시 제법 상처가 컸었나…. 어?!”

더듬더듬.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머리를 살짝 눌러보려던 메링겔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자신의 두개골 중 일부가 움푹 들어가 있던 것이다.

“이, 이게 어떻게 된…!”

덜컹-

“아, 정신이 드셨군요!”

문을 열고 들어온 한 의료 마법사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렇게나 몸이 튼튼하신데도, 무려 이틀이나 누워계시다니. 걱정 많이 했습니다.”

“…이틀?”

메링겔은 입을 쩍 벌리며, 순식간에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꼬륵-

과연. 몸의 근육이 조금은 사라져있었고, 영양도 제대로 주입되어 있지 않은 것을 보니 저 마법사의 말이 맞았다.

평소의 그라면 몸의 이상을 단숨에 눈치챘을 것이지만, 워낙 혼란스럽다 보니 이제야 깨달은 것이었다.

“아, 아니 그보다! 내 머리! 머리가 왜 이래?!”

“아…. 저희도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만?”

“워낙 강하게 맞으셔서 그런 겁니다. 만약 마력으로 감싸시지 않으셨으면, 말 그대로 머리가 펑 하고 터져버릴 뻔했어요. 정말 다행히도, 머릿속 뇌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음. 그 파인 두개골은 복구가 안 되겠지만요.”

의료 마법사의 말에 메링겔은 할 말을 잃었다.

떨리는 손으로 의료 마법사가 가져온 거울을 비춰보니, 옆 머리가 움푹 들어간 모습의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

분명 눈을 감기 전까지는, 미남까진 아니지만 호쾌한 호남형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젠 뭐랄까. 이제는 전장에서 큰 부상을 입어 죽다가 겨우 살아난 패잔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망할…. 머리라도 더 길러야 하나.”

메링겔은 투덜거리며 거울을 다시 의료 마법사에게 돌려주었다.

짧은 머리인지라, 더욱더 그 움푹 들어간 곳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기사로 살아가는 이상, 이런 부상이나 흉터를 입는 것은 언제나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설 속의 몬스터랑 싸우는 것도 아니고, 암약하는 그 귀쟁이들이랑 싸운 것도 아닌, 그저 마법사와 결투하다 머리를 맞아서라니.

후유증이 없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지만, 뭔가가… 뭔가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 마법사 양반. 밥은 어디서 먹나?”

“아,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래. 난 이제부터 여기 소속이니, 최대한 많이 먹고, 많이 써야지. 머리까지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더더욱!”

메링겔은 그렇게 투덜거리며 마법사가 알려준 방향- 식당으로 향했다.

그렇게나 돈 많다고 큰소리를 쳤으니 당연히 밥도 맛있겠지?

“새 무기와 새 갑옷. 그리고 마도구들도 새로 받아내고, 또… 그래. 이런저런 일들로 새 추가 임금도 계속 요청해야겠군.‘

기왕 이렇게 된 거 이 마탑을 톡톡히 벗겨 먹으리라 다짐하면서 말이다.

 

* *

 

메링겔이 움푹 파인 머리로 눈을 뜬 지 이틀 후.

유렌은 그에게 신속하게 여러 가지 장비들과 거액의 보수들을 지급하였고, 메링겔의 투덜거림은 단숨에 줄어들었다.

-엣? 이렇게나 준다고? 정말로?!

-허어! 이건 설마 드워프제의 창? 거기에 내 손과 체격에 딱 맞네. 아니, 며칠도 안 되는 시간에 이걸 어떻게 맞췄대?!

말도 하기 전에 챙겨준 그 무구에 메링겔의 투덜거림은 거의 사라졌지만, 그를 완벽하게 굴복시킨 것은 바로 유렌이 준비한 한 방이었다.

-이, 이건?!

-한번 써 봐라.

그것은 바로 드워프제의 특수 모자와 투구.

유렌이 아직 그가 누워 있을 때 상처를 보고 드워프들에게 주문해, 머리가 팬 곳을 절묘하게 가려주는 특수한 모자와 투구였다.

마치 병을 준 사람이 약을 주는 것과 같았지만, 메링겔은 그 모자와 투구를 받고 크게 기뻐했다.

선물도 선물이지만, 이렇게 자신을 신경 써주는 유렌의 마음 씀씀이가 훨씬 고마웠던 것이다.

어차피 결투의 결과로 자신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세심하게 챙겨주다니.

정말이지 배포가 크게 보였다.

-이거, 정말 고맙군요. 대장!

-…대장?

당장 메링겔은 유렌을 부르는 경칭부터가 확 바뀌었다.

한번 꽂히면 순식간에 달려가는 성격답게, 유렌의 호의에 빨리도 마음을 연 것이다.

-조직의 조직원들에게 빨리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이젠 너희들도 자랑스러운 대장의 수하라고!

그렇게 싱글벙글 웃으며 바로 자신의 옛 수하들에게 메시지를 날릴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날 오후. 유렌은 마탑의 모든 주요 간부들을 커다란 회의실에 불러 모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엔 제국으로 가신다고요~?”

“그래. 여기 툰드라와 함께 말이지.”

저 구석에서 싱긋 웃고 있는 은발의 미녀를 본 유렌은, 마탑의 주요 인물들에게 자신의 다음 목적지를 말했다.

제국에 갈 사절단의 단장으로 임명되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말이다.

“툰드라와 다른 몇몇 귀족들과 함께 말이지. 우리 마탑에서도 대략 20여 명 정도 가기로 했어. 일단 일반 마탑원 중에서 유능한 자들 위주로….”

“제국! 평소에 흥미가 많았슴다! 저도 함께 가겠슴다!”

드물게도 레이칸이 유렌의 말이 다 끝나지 않았음에도 굵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유렌 역시 그런 모습에 별말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고 말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제국이랑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은 바로 그였으니까.

거기다 레이칸은 일단 기사에게서 호감을 살 수밖에 없는 몸뚱이를 가지고 있다.

그가 있음으로써 기사의 나라 제국에서 얻는 이득도 상당할 것임이 틀림없었다.

“저도 갈게요. 제국엔 특별히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회색 신관복을 입은, 힘과 파괴의 신의 사제. 루시아 역시 조용히 손을 들며 말했다.

“저도요~! 그 망할 귀쟁이 놈들도 있다는 이야기일 테니까~! 기사들에게도 꽤 흥미가 있고요~.”

그리고 뒤이어 손을 든 셀레나까지.

유렌은 큰 저항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부터 그들을 데리고 가려고 생각했었으니까.

「정말 이곳저곳 돌아다니시네요.」

하지만 아메리아는 손을 들지 않고, 약간 어두운 얼굴로 메시지로 전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은 함께 갈 수 없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난 이후, 더더욱 커진 마탑은 이제 아메리아의 관리가 없으면 돌아가는 데 문제가 생길 정도로 그녀의 존재감은 커져 있었다.

‘이곳, 마탑에서 내 자리가 확실해진 것 같아 그건 정말로 기쁘지만….’

사실 아메리아는 개인적인 심성이나, 능력적으로도 전장에 알맞은 인재는 아니었다.

물론 5레벨 위저드에, 정말 드문 언령 마법의 사용자였지만, 그것과 전투에 알맞은 것은 또 별개였으니까.

당장 예전엔 4레벨이었고 마력 속성도 평범한 셀레나보다, 전투 쪽에선 압도적으로 밀린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또 그가 멀리 가버리게 되네.’

이제 겨우 돌아와서 조금 같이 지내나 했는데, 또 유렌은 멀리 가버린 것이다.

그것도 자신은 따라가지 못할 그런 멀고 위험한 곳에.

“항상 아메리아에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마탑주로서 역할을 훌륭하게 해주는 덕에, 내가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는 거니까.”

「…흠흠.」

하지만 유렌의 그 말에, 아메리아의 얼굴이 약간 붉어지면서 순식간에 풀리고야 말았다.

“뭐야? 우리 대장과 마탑주. 그렇고 그런 사이였어? 와 대장도 제법…”

“꼭 그런 건 아닌데요~?”

그 모습을 본 메링겔이 마침 옆에 있던 셀레나에게 작게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살벌한 그녀의 말과 눈초리뿐이었다.

‘아, 이런. 잘못 집었군.’

메링겔은 그렇게 생각하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단순한 강함이라면 그가 훨씬 강하겠지만, 조직 생활은 그것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젠 자신이 보스도 아니니까.

이런 식으로 괜히 엉뚱하게 밉보일 필요는 없고 말이다.

하지만 그가 물러난 그곳도, 그다지 이웃 복이 좋은 자리는 아니었다.

사아아-

‘앗. 차가.’

등 뒤에서 갑자기 웬 한기가 싸늘하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는 분명 툰드라라고 했던 여왕의 측근, 은발의 미녀가 셀레나와 비슷한 눈으로 그 둘을 보고 있었다.

‘아이고야. 대장…. 인기가 많은 건 참 좋은데….’

하지만 유렌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메리아와 훈훈하게 대화를 나누고 다시 주변을 향해 말했다.

“제국은 분명 왕국과 사이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험악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지.”

유렌의 말에 모두는 마음속으로 동의했다.

심지어는 왕국민이 아닌 루시아와 루카스. 메링겔마저 모두 말이다.

이 대륙에 사는 인간이라면, 왕국과 제국이 오랫동안 험악한 사이인 것을 모를 사람은 없으니까.

“그것을 우리가 이번 사절단으로 가서 최대한 바꿔보려고 한다. 물론 앙금이 깊은 두 나라가 그것을 풀고 잘 지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은 일이지. 하지만 공통의 적이 있음을 밝힌다면 그것이 또 불가능은 아닐 수 있다.”

“…!”

유렌의 그 말에 몇몇 인물들의 눈이 번쩍였다.

그가 뭘 말하고자 하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그래. 양 나라의, 아니 현재 인간의 적이 누구인지 이미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비록 여러 사정 때문에 공공연히 밝히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것을 밝혀버린다면 험악한 두 나라의 사이도 극적으로 바뀔 수 있었다.

게다가 3황자와 여왕의 혼담 건이라는, 두 나라 간의 사이가 가까워지는 건도 있으니 더더욱 말이다.

“그럼, 3일 후에 출발이니 모두 준비하도록. 다른 20여 명은 내가 따로 뽑을 테니까.”

“옙!”

“알겠어요~!”

유렌은 그렇게 회의를 끝내며, 마음속 그리운 고향 - 제국을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분명 제국에도 귀쟁이 놈들이 있어 방해하러 나오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언제나 방어, 혹은 놈들에게 기습당해 전전긍긍해야 했던 지금까지와는 조금 틀릴 것이다.

우선 자신들이 갑자기 제국으로 향하는 것은, 당연히 놈들에게도 예상외의 일일 것이다.

게다가 포로로 삼은 하프 엘프에게 얻어낸 정보들과, 슈드나인 공작이 말해준 그것들.

잘 섞으면 놈들에겐 더더욱 예상 못할 한 방을 먹여 줄 수 있었다.

‘자 그럼 가 볼까?’

그립지만, 커다랗게 또 다른 평지풍파를 일으킬 그곳.

제국으로 말이다.

 

* *

 

“크, 큰일입니다! 슈게르 님!”

제국의 어느 한 지방의 깊은 숲.

그곳에서 햇볕을 나른하게 쬐고 있던 한 명의 엘프- 슈게르는, 인상을 쓰며 몸을 일으켰다.

퍼억-!

그리고는 아무 주저도 없이 그대로 쪽지를 들고온 남자의 배를 걷어찼다.

“커억-!”

“그래. 무슨 일이지? 이 쓸모없는 반쪽아. 그 반밖에 없는 엘프의 피로는 내가 쉬겠다고 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거냐?”

“커흑! 크흑…! 죄, 죄송합니다! 워낙 긴급한 연락이라!”

배를 차인 남자 - 귀가 애매하게 뾰쪽한 하프 엘프는, 그 즉시 슈게르에게 무릎을 꿇으며 사과했다.

어차피 이 쪽지를 늦게 전하면 자신은 이보다 훨씬 심한 꼴이 된다.

그럴 바엔, 이렇게 한두 대 맞고 나서 싹싹 비는 것이 그나마 제일이었다.

불합리했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바로 자신의 삶인데.

이것이 바로 순혈 엘프와, 반밖에 피가 없는 하프 엘프와의 격차였다.

“쯧-. 대체 뭐길래….”

슈게르는 인상을 쓰며 하프 엘프를 노려보다가, 그의 손에서 편지를 받아 재빠르게 펴서 읽었다.

“응? 유렌 슈나이더…?”

그러던 중, 그 유명한 하등 생물의 이름이 편지에서 보이자, 슈게르의 인상은 단숨에 찌푸려졌다.

아니. 그놈의 이름이 대체 이 연락에서 왜 나오지?

곧 족장님께서 처리하실, 왕국에 있는 그놈의 이름이 말이다.

“…!!”

하지만 그 후, 쪽지를 몇 줄 더 읽는 순간 슈게르의 얼굴은 새하얗게 변했다.

“…이 하등 생물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그는 단순한 전투력이라면 엘프 사이에서도 최하급이다. 하지만 저놈은 무려….

도저히 맞상대가 불가능한 하등 생물의 이름에 슈게르는 크게 놀라고야 말았다.

그리고 잠시 뒤. 간신히 진정한 그는 다시 한번 쪽지를 뚫어져라 읽기 시작했다.

“…!”

하얗게 그의 변한 얼굴이, 점점 더 강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원래의 그 미형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 말이다.

“…이, 이게 무슨!”

그 흉악한 놈은 제국의 이 주변을 지나가니, 반드시 놈을 막거나 적어도 시간을 끌어 정보를 얻어내라는 ‘임무’가 거기에 적혀 있던 것이다.

“게다가 하필 임무장이라니…!”

본래 엘프는 서로에게 명령을 내리는 종족은 아니다.

그들 모두가, 스스로 존귀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항상 예외는 있는 법.

아무리 서로에게 명령을 피하는 엘프더라도, 그것이 필요할 때는 존재했다.

그래서 엘프들을 이끄는 족장이 직접 내리는 명령은 언제나 절대적이며 유효했다.

그래, 지금 이 쪽지 마지막에 새겨진 엘프의 룬어가 적힌 임무장이 바로 그 절대적인 족장이 내리는 명령이었다.

스륵-!

슈게르가 끝까지 다 읽은 그 순간.

임무장 마지막에 적혀 있던, 족장이 쓴 룬어는 꾸물거리더니 종이에서 나와 슈게르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커…헉!”

그리고 거기서 끝이었다. 아무런 아픔도, 위화감도 없었다.

하지만 슈게르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임무에 실패하거나 실행하지 않을 경우, 족장이 직접 그린 이 룬이 자신의 생명을 끝내리라는 것을.

“젠자아아앙-!”

절망에 비뚤어진 엘프의 고함 소리가, 깊은 숲속에서 높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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