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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47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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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47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46화. 왕도의 빛나는 별 (7)

 

 

 

‘…역시나.’

둘의 결투가 유렌의 정면 돌파로 이은 승리로 끝나는 그 순간.

결투에 모인 모두는 경악에 빠졌지만, 오로지 한 명. 멀리서 지켜보던 하얀 갑옷을 입은 루카스는 결과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대강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

‘역시, 기량과 경험으론 나나 저 남자보다 위야.’

그의 수하가 된 지 수 개월.

말은 호위였지만, 간 크게도 수도에서 그를 노리는 자는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녀가 한 일은 대련 상대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유렌의 요청으로 마법을 제외한, 순수한 근접전 위주의 대련 말이다.

물론 당연히도 그녀가 대부분 승리했다.

처음엔 말이다.

-슬슬 몸이 완성되어 가는군.

하지만 어느 날 유렌이 그 말을 한 직후, 무언가가 달라졌다.

분명 지금까지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근접전은 그녀가 압도적이었지만, 그때부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 아직 마스터는 아니야. 하지만….’

그 급격한 성장에, 루카스는 정말 말도 안 되지만 혹시 그가 마스터에 올랐나 했다.

하지만 아직 그것은 아니었다. 루카스가 볼 때, 유렌은 아직 어디까지나 마스터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뭔가 이상해. 마스터와 그것이 아닌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일 텐데도.’

그녀가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세상에는 마스터에 ‘근접’한 전사와 기사들은 의외로 그렇게까지 보기 드문 것은 아니었다.

어지간한 대형 기사단이나 그 지역에서 소문난 전사라면 거기에 한 명쯤은 있기 마련이니까.

당장 제국 와이번 기사단의 단장. 베스피론이란 노기사도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유렌은 그 수준의 기사들과는 매우 달랐다.

전투 쪽의 기량과 강자와 싸우는 경험.

그 두 가지는 적어도 마스터인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유렌은 자신과의 대련의 수가 점점 늘어날 때마다 급속도로 발전해나갔다.

그래, 지금 이 장면이 자신에겐 그다지 놀랍지 않을 정도로.

“유렌 슈나이더! 승리!”

루카스는 지칠 대로 지친 노마법사가 유렌을 노려보며 외치는 승리 선언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마법을 쓰지 않는 대련으로도 충분히 자신과 상대가 가능했는데, 마법까지 쓰니 이런 결과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아무리 마법사가 근접전이 뛰어나다고 알고 있어도, 그게 마스터 클래스에 통할 정도까지라고 생각하겠는가. 심지어, 마스터보다 더 뛰어간 부분이 있으라곤 아예 생각조차 못 하겠지.

‘이미 알고 있던 나를 제외하고 말이야.’

루카스는 투구로 가린 얼굴에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쓰러진 메링겔을 바라보았다.

이제 드디어 자신에게도 새로운 후임이 생겼다고 기뻐하면서.

.

.

.

.

잠시 후.

메링겔은 치료실로 실려 나갔고, 온몸 곳곳에 작은 상처가 난 유렌은, 루시아에게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

“오. 혹시 슈드나인 공작님 아니십니까?”

“예, 예. 그렇습니다. 무…사하시죠?”

“네. 보시다시피, 멀쩡합니다.”

그런 와중 허겁지겁 내방한 슈드나인 공작을 보자, 그와 함께 응접실로 향했다.

조금 전까지 압도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다, 이젠 순식간에 번듯한 귀족으로 변한 유렌의 모습에, 공작은 잠시 말을 잃었다.

도저히 방금 마스터를 이긴 괴물 5위계 마법사라곤 절대로 보이지 않았다.

“음, 허헛. 처음 뵙겠습니다. 슈나이더 백작. 나는 제국의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서 보내신 축하 사절단의….”

슈드나인 공작은 마스터가 졌다는 혼란에 빠져 눈동자를 마구 움직이면서도, 최대한 정중히 인사했다.

사실 원래는 작위가 더 낮은 유렌이 먼저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게 관례였지만, 공작의 머리에선 그런 사소한 관례 따윈 지금 들어있지도 않았다.

“반갑습니다. 공작님. 괜히 공작님의 일행과 괜한 결투로 시끄럽게 한 것 같아서 죄송하군요.”

말에 뼈가 조금 들어있는 유렌의 말에, 공작은 다시 한 줄기의 땀을 흘렸다.

상대는 지금 기사도, 마법사로서도 보는 것이 아닌 엄연한 귀족으로 말하는 것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모두 뜻이 있다고 봐야 한다.

굳이 메링겔을 이쪽의 일행이라고 못을 박는 것을 보아, 적어도 그냥 지나갈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아닙니다. 이쪽의 불찰이죠. 설마 그 메링겔 님이 갑자기 결투를 신청할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는 어디까지나 동행에 불과해서, 그분에 대해 자세히는 몰랐으니까요.”

“흐음. 그러십니까.”

최대한 메링겔과 거리를 두는 공작의 말에, 유렌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이번 결투의 약속으로 인해, 메링겔은 저의 수하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예에?!”

안 그래도 이미 충분히 놀라있던 슈드나인 공작은, 이 급작스러운 소리에 더더욱 놀랐다.

‘이런 미친! 부단장! 이것부터 알려줬어야지! 그 멍청한 기사 놈 같으니!’

그리고,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보고를 똑바로 하지 않은 와이번 기사단의 부단장을 욕했다.

아니, 당연히 그것부터 알려줘야지! 왜 그 보고는 빼먹은 것인가.

공작은 돌아가면 그를 당장 변방으로 보내버리겠다고 다짐하며, 머리를 잡았다.

‘마스터 하나가 왕국에 더 소속되는 셈이다. 이거 큰일이군.’

왕국과 제국의 국력은 정말 잘 봐줘야 대등. 냉정히 보면 왕국 쪽이 위였다.

그리고 경제력이 차이 나는 이상, 이 격차는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고.

그런데 그나마 따라간다고 생각했던 군사력에서도, 저쪽에 마스터 하나가 더 추가된다고?

‘어떻게든 막고 싶다. 하지만, 내가 반대해봐야 소용도 없겠지.’

메링겔은 제국 소속이 아닌 자유 기사.

그가 어디를 모시는 것은 그야말로 그의 자유다.

그가 유렌과 그런 약속을 한 후, 모시는 것에 자기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유일한 방법은, 이쪽이 먼저 그를 회유 중이라고 은근히 압박을 주는 것이었지만….’

확률이 그다지 높진 않지만, 이쪽이 먼저 그를 설득 중이라고 우기면 일단 최소한의 명분은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그 후 메링겔의 설득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어쨌든 확률이 0%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조금 전. ‘그저 메링겔과는 동행에 불과해 그를 잘 모른다.’라고 본인이 말하고 말았다.

즉, 그 얼마 안 되는 확률의 기회도 스스로 없애버리고 만 것이다.

“하하. 조금 결투 내용이 황당했지요? 반대의 경우에는 제가 그와 함께 자유 기사를 하기로 했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그렇군요.”

슈드나인 공작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이미 메링겔을 포기했다.

아마도 이 사람은, 자신의 대화를 이렇게 유도하게 한 것이리라.

이쪽이 메링겔과 별 관계가 아니라는 걸 먼저 말하도록 말이다.

그렇다면, 이것에 얽매여서 이 사람과 척을 질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래. 오히려 자신이 온 목적을 달성해서 양국의 관계를 어떻게든 더 친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이 무서운 젊은 백작과의 관계도.

‘난 여태까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볼 때마다 그들이 모두 별과 같이 반짝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생각하니, 별이라고 다 같은 별이 아니었다.

정말 희미해서 반딧불보다도 더 의미 없는 별들이 있었고, 밤하늘의 달보다도 훨씬 번쩍이는, 밝게 빛나는 별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그는, 자신이 만난 별 중 가장 밝게 번쩍이고 있었다.

‘…혹시 그라면.’

그렇다면, 혹시 자신의 마음속에 묻어 놓은 ‘그것들’을 해결할지도 모른다.

공작은 다시 침착함을 되찾고 원래의 목적과 ‘그것들’을 서서히 풀어 놓기 시작했다.

“혹시 슈나이더 백작께서는….”

조심스럽게 차분히 말이다.

 

* *

 

일주일 후.

왕도 베르헨에서 가장 거대한 태양신의 사원.

지금 이곳에선, 한창 새로운 여왕의 즉위식이 엄중하면서도 화려하게 열리고 있었다.

태양신.

신성국의 주 종교이자, 대륙의 가장 많은 사람이 믿는다는 신.

비록 왕국도 지금은 다신교이며 믿음의 자유를 보장하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강한 힘과 많은 신도를 보유한 것은 역시 태양신이었다.

그 증거로 즉위식 등 중요한 행사에, 과거 국교였던 태양신의 사제들에게 세례를 받는 전통 등이 남아있었으니까.

“태양신이시여. 그 밝게 빛나는 왕성한 태양 빛으로 부디 우리 왕국의 새로운 여왕을 맹렬히 축복하소서!”

추기경이라 불리는 태양신의 최상급 사제가 직접 와서 새 여왕에게 축복을 내렸다.

파아앗-!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여왕의 머리 위에서 따스하고도 밝은 신성력이 밝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태양신의 사제들이 모든 것을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곳은 엄연한 다신교의 나라였으니까.

가장 중요한, 이 즉위식의 세례 자리에선 더욱 그랬다.

그리고, 다음은 달의 여신의 사제가 나왔다.

“달의 여신이시여. 그 부드러운 달빛으로 부디 우리 왕국의 새로운 여왕을 포근하게 축복하소서….”

파앗-

그리고 사제가 달의 여신의 힘을 발하자, 이번에는 달빛 같은 은색 빛이 은은하게 번쩍였다.

그다음은 땅의 여신.

그리고 그다음은 숲의 신. 등등

바다의 신과 여행의 신 등까지 총 열 명의 사제가 넘게 나와 즉위식의 축복을 마쳤다.

왕국에서 가장 신도가 많고 힘이 강한 열 개의 종교에서 각각 차례대로 나온 것이었다.

“저도 새 여왕님께 데르빗의 축복을 전하고 싶었는데.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

힘과 폭력의 신을 모시는 루시아가 그렇게 작게 투덜거리자, 그 앞에 있던 유렌은 그 말을 듣고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새 왕의 즉위식에서 힘과 폭력의 신의 축복이라.’

아니, 그래도 그건 좀 아니지. 

그 축복이 제대로 들어간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폭군이 되지 않을까?

유렌은 그런 생각을 해가며, 검푸른 머리를 펄럭이며 머리에는 왕관을, 양손에는 왕가의 지팡이를 당당히 쥐고 있는 새 여왕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왕위에 올랐군.’

유렌의 몸으로 새롭게 눈을 뜬 지, 이제 대략 2년 정도.

그동안 여러 가지를 많이도 이루고 여러 사람도 만났지만, 본인이 한 것 중 큰 역사 비틀기는, 역시 이 즉위식이겠지.

본디 그 1왕자가 올랐던 멍청이 왕에서, 자신과 함께 엘프에 대항할 여왕으로 바꿔버렸으니 말이다.

와아아아아아-!!

새 여왕께 축복을-!!

여왕 폐하 만세-!!

유렌은 주위의 환호성을 들어가며, 다음으로 해야 할 일들을 차분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국내뿐만이 아닌, 외국의 일까지 모두 머리에 담으면서 말이다.

 

* *

 

“그 사이. 또 커다란 일을 터트려 주셨네요.”

새로운 여왕이 된 전 3왕녀. 에레니안은 밝게 웃어가며 유렌에게 말했다.

이곳은 왕의 집무실.

그곳에 유렌은 툰드라와 여왕, 셋이서 만나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설마 대륙의 하나뿐인 스피어 마스터와 결투해 이겨버리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단순히 그것뿐만이 아니라, 근접전으로 이겼다면서? 정말 말도 안 되네.”

둘은 여왕과 그녀와 항상 같이하는 동성의 최고 심복.

당연히 즉위식 전 일주일간은 너무나 바빠 유렌과 제대로 만날 틈도 없었다.

즉위식이 끝난 다음 날.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면담을 신청한 유렌과 만난 것이다.

“하지만, 유렌. 어째서 결투의 결과를 비밀로 삼은 거야? 오히려 더 크게 소문을 내는 게 나을 텐데.”

툰드라가 은빛 머리를 반짝이며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지금까지 유렌은 소문을 냈으면 냈지, 숨긴 적은 없었다.

그만큼 명성이란 것은 사람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제 유렌은 약간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명성으로는 왕국에 그보다 유명한 사람이 몇 없을 정도로 올라 온 것이다.

“득보다 실이 더 많을 테니까. 이 결과가 대놓고 알려지면? 과연 다른 곳에선 무슨 생각을 할까?”

“…아무래도, 지금보다 훨씬 더 경계를 하지 않을까? 몇몇 기사들은 결투하겠다며 달려들겠고.”

“맞아. 득보다 실이 더 많지.”

게다가 메링겔의 명예를 지켜줬다며 생색도 낼 수 있었다.

일리 있는 그 말에, 툰드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엔 아직 하나의 의문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이미 본 사람도 꽤 있잖아?”

“그렇지. 우리 마탑원들 뿐만이 아니라, 제국 사신단의 기사들도 꽤 왔었으니까.”

이미 본 사람만 100명이 넘는 결투다. 아무리 입을 막았다고 해도, 아예 없던 일이라고 돌릴 수는 없었다.

다만 그렇게 알음알음 퍼지는 소문은….

“거기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저희야 슈나이더 백작을 잘 아니까 납득한 것이지만, 과연 소문만 들은 사람들이 그 내용을 믿을까요?”

“…아하.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리가 없겠네요. 오히려 의심만 하겠죠.”

여왕의 말에 툰드라가 빠르게 이해했다.

확실히, 자신들은 유렌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을 현실로 바꾸는지 충분히 봐왔다.

그래서 직접 보지 않고서도 그가 했다면 일단 믿고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의 다른 사람들은?

알음알음 그런 소문이 퍼져봐야, 대부분 그냥 너무 과장된 헛소리라고 생각하겠지.

실제로 유렌이 전장에서 수만 명이 보는 앞에서 소드마스터와 맞부닥쳤지만, 그것을 잘 믿지 않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으니, 말해 무얼 하겠는가.

그렇게 잡담을 나누던 유렌은, 드디어 본론을 입에 담았다.

“폐하. 내일은 제국에서 온 슈드나인 공작과 면담을 하실 거라고 들었습니다.”

“네. 맞아요. 혹시 그 주제 관련 이야기인가요?”

“그렇습니다.”

여왕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며,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외할아버지인 예니힌 공작에게서 이야기를 들어 제국의 공작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제국의 3황자와, 저의 혼례에 관한 이야기겠죠.”

여왕은 당연하다는 듯, 그 주제를 입에 담았다.

보통 귀족가의 영애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신이 직접 결혼이나 약혼에 대해 입에 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이제 자신은 언제 아버지나 오빠에 의해 팔려나갈지 모르는 공주가 아니다.

이젠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군주다.

그리고 그 군주의 결혼은 필수적인 일이고.

“….”

여왕은 잠시 유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지만, 곧 툰드라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잠시 후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조금 고민한 것을, 끊어 낸 느낌이었다.

“저 또한 나쁜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평판도 괜찮고 무엇보다 제국과 손을 잡으려면 그편이 가장 좋긴 해요.”

“저도 개인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유렌 역시 부정하지 않고 그 말에 동의했다.

“그 ‘소문’이 어디까지나 사실이라면 말입니다.”

“…다를 수도 있다는 말이네.”

“그렇지. 툰드라. 거기에 본인이 소문대로라고 해도, 그것이 본인만의 의지라면 아무 소용이 없지.”

“뒤로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말이야?”

“그렇지.”

아무리 이빨이 빠지고 있다지만 그래도 제국은 제국이다.

왕국과 더불어, 이 대륙에서 같이 손꼽히는 나라 중 하나다. 게다가 원래 사이도 험악한 관계고.

그런 나라에서 이렇게 달콤하기만 한 제안은 위험하다는 유렌의 말이었다.

“그 말이 맞긴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배제해버리긴 너무 아깝긴 하군요.”

“예. 그래서 제가 제국에 다녀올까 합니다.”

“…예?”

“뭐어?”

유렌의 갑작스러운 그 말에, 여왕과 툰드라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번에 와이번 기사단의 단장, 베스피론과 제국의 슈드나인 공작에게 정식으로 초대를 받았습니다. 특히 공작은 3황자와 제법 가까운 사이더군요. 제가 직접 가서 평판과 실물이 일치하는지 한 번 보겠습니다. 그리고 제국의 이런저런 분위기 또한, 한 번 분위기도 알아보고 오죠.”

“아….”

물론 제국에도 엘프들은 있으니, 그놈들도 찾아야 하고.

유렌의 그 말에 여왕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큰 공을 세우고도, 풍족한 영지를 사양하고 수도 근방에 크지 않은 직할령만 받은 유렌이다.

여왕은 그런 유렌에게 마음속에서 조금의 미안함이 있었는데, 험악한 사이의 나라로 직접 가 고생하겠다니. 

그 마음이 몇 배로 증폭했다.

“…알겠습니다. 사신단 단장의 자격을 내리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폐하.”

“항상 고마워요.”

하지만 여왕은 알지 못했다.

‘얼마만의 제국이지?’

정말 오래간만에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 두근거리고 있는 유렌의 속마음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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