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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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8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40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40화. 왕도의 빛나는 별 (1)
“…아니, 정말 그렇게 죽었다고요?”
“그렇다네.”
다음날.
아직 해가 다 뜨지도 않은 이른 새벽.
유렌은 긴급한 후계자의 호출에 별궁으로 달려와 그녀와 툰드라, 그리고 노공작과 얼굴을 마주했다.
그들의 얼굴엔 모두 황당함이 가득 차 있었다.
“허, 참.”
유렌은 그저 할 말을 잊고 쓴웃음을 지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결말이었다.
“망자에게 이런 말을 보태기엔 뭐하지만, 정말… 멍청하네요.”
툰드라가 은빛 머리를 좌우로 찰랑이며 한숨을 쉬며 말하자, 노공작과 후계자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그들에게도 손자와 오빠였지만, 그 죽음에 조의를 표할 수 없는 건 같았다.
“정말 멍청한 손자놈이었네.”
“…몸에 흐르는 같은 피가 부끄러울 정도네요.”
멍청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정도가 심할 줄이야.
게다가, 그냥 죽은 것도 아니고 스스로 헐벗어 알몸인 채로 떨어져 죽었단다. 무려 왕족이 말이다.
정말 망신도 개망신이 아닐 수 없었다.
“후계자님께 이야기를 들었네. 일부러 경비를 허술하게 하도록 지시했다면서?”
“네. 왕자를 아직 지지하는 놈들이 연락을 취할 수 있게요. 그렇게 되면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설마, 이렇게나 생각 이상으로 멍청하게 행동할 줄은.”
유렌의 그 푸념에 가까운 말에, 툰드라 역시 동의했다.
“아직 자세한 것은 조사 중이지만, 거의 내려가지도 못하고 힘이 달려 떨어졌던 모양이에요. 단련은커녕 일상생활도 쉽지 않을 몸으로 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 애들 모험용 책이라도 보고 따라 한 걸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죠.”
후계자는 잠시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짚었지만, 곧 얼굴을 풀었다.
예상 이상으로 멍청하게 간 것은 간 거고, 결과적으론 나쁠 게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왕족 망신만 제외하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호재였다.
일단, 목표로 했던 왕자는 죽음은 이루어졌다.
먼저 탈출에 관한 증거를 잡아, 그쪽 편을 드는 귀족들이 있어도 꼼짝 못 하게 만들고 목을 치려는 계획이었는데 그 모든 것을 스스로 해버린 것이다.
이러면 굳이 왕자파 귀족들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스스로 어리석게, 그것도 몰래 도망치려다가 추하기 그지없게 죽었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나.
이미 탈출을 도우려는 왕자파의 잔당들과 주고받은 연락까지 모두 확보한 상황.
그들마저 이 기회에 싹 쓸어버릴 아주 좋은 명분까지 생기게 되었다.
“어쨌든 유렌. 당신을 굳이 이 새벽에 부르게 된 이유는, 그것 때문만이 아니에요.”
“…혹시 논공행상 이야기이십니까?”
“허허. 역시 자넨 눈치가 아주 빠르군. 맞네. 이젠 왕자파를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빠르게 나아가겠다고 하셨으니.”
노공작은 옆에서 작게나마 놀랐지만, 후계자와 툰드라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
솔직히, 유렌이 저렇게 미리 사고를 먼저 읽은 경우가 어디 한두 번인가.
“맞아요. 가능하면 며칠 내라도 서둘러 논공행상을 하고 싶은데, 당신과는 미리 입을 맞춰 놓을 필요가 있어서 말이죠.”
일단 논공행상은 공도 공이지만, 일단 서로의 입장에 따라 복잡하게 돌아가는 정치적 행사.
그것이 가능하다면 미리 이렇게 서로 상의와 조율을 하는 것이 좋았다.
“일단 제가 생각한 것은 이 영지를 당신께 하사할까 해요.”
후계자는 지도를 피더니, 왕국의 동쪽의 한 부분을 손으로 가리켰다.
“…!”
“여긴!”
그리고 그를 보던 툰드라와 노공작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중앙에서 살짝 떨어진 곳이긴 했지만, 풍부한 자원과 발달한 도시가 모두 있는 알짜배기 영지였기 때문이었다.
저번에 실각한, 제법 잘나가는 왕자파 귀족의 영지를 그대로 유렌에게 돌린 것이었다.
“절대로 당신을 저 멀리에 보내려는 건 아니에요. 좀 멀어도 대리인을 써서 관리하면 되니까요. 실제로 그런 귀족들도 찾아보면 꽤 있고 말이죠.”
혹시 모를 오해를 피하고자 후계자는 그렇게 덧붙였다.
그녀의 마음엔 유렌을 멀리 보내고자 하는 꿍꿍이는 전혀 없었다. 그는 정말이지 뛰어난 인재니까.
그 말도 안 되는 무력 이외에도 모든 면에서 아군이면 강력한 존재가, 적이면 무서운 악몽이 되어버린다.
한동안 혼란스러움이 계속될 즉위 초기다. 현재 그를 견제할 필요성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흠.’
유렌은 조용히 지도를 살펴보았다.
영지와 작위를 줄 거라 예상했었지만, 설마 영지가 이곳일 줄이야.
‘생각보다 너무 커.’
만약 자신이 상대하는 흑막. 즉 엘프가 없었다면 고맙게 받으며 발달시켰을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그가 책임을 지며 떠맡아야 할 대상은, 오로지 하나.
자신의 마탑과 그 구성원이었다.
쓸데없이 덩치가 커지면, 적들이 노릴 약점만이 더욱 크게 생길 뿐이었다.
‘거기에 내가 필요한 것은 중앙에서의 더욱 강한 입지다. 그렇다면….’
그렇다고 그냥 포기하기엔 아깝지.
유렌은 잠시 머리를 굴린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일단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후, 제가 이 영지를 후계자님께 직할령으로 바쳐도 되겠습니까?”
“…?”
“예?”
“허.”
유렌의 그 말에 모두가 경악했다.
아니. 지금 영지를 받자마자 곧바로 다시 바치겠다는 소리인가?
영지는 작위를 가진 귀족의 집이자 재산. 그것을 포기하겠다는 유렌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대신 이런 것만 보장해주시면….”
유렌은 싱긋 웃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입에 담았다.
자신이 챙길 건 챙기되, 책임은 지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제안을 말이다.
* *
대륙 전체를 뒤흔들었던 왕국과 주변국들의 전쟁이 끝나고, 약 2달 후.
왕궁의 새로운 여왕의 탄생을 알리는 즉위식에 여러 많은 나라에서 귀빈들을 축하 사절로 보내고 있었다.
“휴우. 왕국은 제국보다 북쪽에 있다고 해서 그다지 덥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
“허허. 온도는 우리 제국과 비슷합니다. 제국이나 여기나 이제 슬슬 여름에 들어갈 때니, 상당히 더워졌군요. 괜찮으십니까? 공작 각하?”
그리고 그중 제국에서 출발한 일행 중 가장 큰 마차.
그 속엔 땀을 질질 흘리는 다소 퉁퉁한 중년 귀족- 슈드나인 공작과 한 노년의 기사가 함께 동승 중이었다.
“으앗!”
공작은 잠시 창문을 열려다가, 밖에서 더 불어오는 열풍에 기겁하곤 한숨을 쉬었다.
“크흠! 괜찮네. 흠흠! 그나저나, 이 마차는 벌써 얼음 마력이 떨어진 건가?”
노년의 기사는 그런 공작을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공작이 더위를 많이 타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심했다.
“네. 그렇습니다. 곧 수도 베르헨에 도착하면, 강력한 냉방 마도구들이 많을 테니 조금만 더 참아주시길 바랍니다.”
“휴우. 알겠네.”
슈드나인 공작은 그렇게 땀을 질질 흘리면서도 짜증 하나 내지 않게 얌전히 수긍했다.
자신이 심하게 더위를 타는 체질이라는 건 이미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 사실이니까.
남에게 뭐라고 해봐야 나아지는 것 따윈 없다.
공작은 그렇게 땀을 닦던 와중, 수도와 가까워졌다는 것에 무언가 생각났는지 노기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수도 가까이에 자네의 손자가 유학 중인 마탑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이번 전쟁으로 유명해진 그곳 말일세.”
“아, 네. 그렇습니다.”
“그럼 지금 뭘 하는 건가? 이미 그 손자들을 만나겠다고 황제 폐하께 허가까지 받지 않았던가? 빨리 만나러 가게나.”
제국 와이번 기사단의 단장 - 베스피론은, 공작의 말에 조금 당황한 듯 고개를 저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베르헨에 도착한 후, 사적인 시간에 만날 허가를 받은 것입니다. 아직 베르헨에 도착도 하지 않았는데, 공작 각하의 호위에서 벗어날 수는 없….”
“허헛. 자네와 몇몇 이들이 빠지더라도 내 호위는 충분히 넘치네. 아무리 왕국이라도 여왕의 즉위식에 온 축하 사절단을 노리진 않겠고. 게다가 우리 사절단에 누가 함께하고 있는지 잊지 않았겠지?”
뒷 마차를 힐끗 보며 말하는 슈드나인 공작의 정론에 노기사는 그저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그 말이 맞긴 했다. 이번 축하 사절의 규모는 저번보다 더 커서 백 단위이며 그 중이 대부분이 기사니까.
게다가 ‘그’도 붙어 있고 말이다.
“정 뭐하면, 내가 이 축하 사절단의 단장으로 명하겠네. 이 근방의 마탑… 그래. 그 대단하다는 젊은 마법사의 이름이 유렌 슈나이더였지? 그 마법사와 예전에 만난 적이 있다는데, 그가 전에 만날 때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나에게 보고하도록. 그 정보는 중요할 테니까. 기한은 모레까지네.”
“…알겠습니다. 각하. 감사드립니다.”
공작의 온기 어린 명령에, 노기사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임무를 맡았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손자와 마음속으론 이미 반쯤 제자로 생각했던 유렌을 만난다는 기쁨과 함께.
* *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 말입니까?? 이 근방이긴 한데…. 기사 양반들이 그곳은 왜 찾으시는 겁니까? 제국에서 오셨나요?”
마탑 근방의 어느 한 마을.
노기사 베스피론과 그와 함께 온 몇몇 기사들은 마을 사람이 살짝 경계 어린 대응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평민들이 기사에게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건 제국에선 꿈도 못 꿀 일이기도 했거니와, 이 평민이 마탑에 가지는 애정이 상당히 커 보였던 것이다.
갑옷을 입은 제국의 기사들이 꽤 두려울 텐데도, 혹시 좋지 않은 일이라면 절대 입을 열지 않겠다는 듯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이런. 오해하지 말게나. 난 그저, 그 마탑으로 유학 간 손주를 만나러 왔을 뿐일세.”
“손자…. 말이십니까? 어? 혹시 그렇다면?!”
노기사의 온화한 그 말에, 마을 주민은 깜짝 놀라 외쳤다.
“혹시, 엘빈 님의 할아버님 되십니까?”
“…자네가 내 손자를 어떻게 아나?”
살짝 놀란 노기사의 반응에 마을 주민은 활짝 웃으며 외쳤다.
“하하. 역시 맞았군요. 이 마을에서 엘빈님을 모르면 제국의 간첩…. 아차차. 어쨌든 다 압니다! 그나저나, 마침 잘 됐군요. 언제나 이 시간쯤에 이곳으로 구보하실 시간이니 말입니다.”
“…응? 구보? 그 애는 마법사로 유학을….”
쿠웅- 쿠웅-!
바로 그때.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부터, 큼지막한 소리와 함께 쿵쿵거리는 진동이 울려왔다.
“…?!”
노기사를 비롯해, 일반인보다 훨씬 오감이 발달한 기사들은 느낄 수 있었다.
저것은 하나의 거대한 존재의 발걸음이 아니라, 많은 숫자가 동시에 발걸음을 동시에 내디뎌 울리는 소리라고.
‘많다. 적어도 500명은 되겠는데?’
‘아니, 수백 명이 저렇게 완벽하게 발을 맞출 수 있던가? 그런 정예군은 제국 내에서도 그리 많지는 않을 텐데.’
기사들의 의문은 당연했다.
50명보다 100명이, 100명보다 500명이 발을 동시에 구르며 달리기란 훨씬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100명 정도까진 훈련하면 어떻게 맞추는 정도라면, 수백이 넘어가면 그 난이도는 급속도로 올라갔다.
그런데, 이 마법사의 나라에서. 이 작은 동네에 그런 정예병들이 나타난다고?
“오! 저기들 오십니다!”
쿠웅- 쿠웅-
이제는 일반인도 들을 수 있도록 커진 그 소리와 진동은, 마을 바깥에서 들어오는 100여 명의 일행에 의해 쿵쿵거리며 울리고 있었다.
은색 갑옷을 입은 ‘마법사’ 절반과, 갈색 혹은 파란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땅을 움푹 패게 만들며 마을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저, 저게 뭡니까? 마법사들이 대체 왜?!”
“아니, 그보다 겨우 100여 명이라고?! 그런데 왜 저런 소리와 진동이?!”
저번 사절단에게 오지 않은 기사는 물론이고, 다른 기사들 역시 크게 놀라 소리쳤다.
모두의 상식과는 완전히 반대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설마, 저들 전부가 모두 무거운 물건들을 끼고 달리는 건가?”
노기사는 그들의 발자국들이 깊은 정도를 보고 눈치채 중얼거렸다.
예전 유렌과 그 일행들 몇 명만 끼었던 그 장비를, 지금은 저들 모두가 끼고 있는 것이다.
“허허. 저기 있군.”
그리고, 올해 초까진 비실비실했던 자신의 손자 역시 말이다.
노기사는 마법사 중 반짝이는 금발을 한 자신의 손자를 보며 기쁨과 당혹감에 가득 찬 얼굴을 지었다.
‘…분명 마법사로 유학을 보낸 건데.’
솔직히 유렌과 그 주변이 워낙 특이한 마법사이니만큼, 체력 쪽도 살짝 기대했던 것은 사실이다.
기사와 육체적으로 맞붙는 그들은, 정말 특이한 마법사였으니까.
그렇게 약간의 기대만 가진 채 보낸 손자가, 겨우 몇 개월 만에 완전히 체격 자체가 달라지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어지간한 신입 기사들에게도 지지 않을 몸이 로브 밑으로 보이는 듯했다.
‘내가 그렇게나 단련을 하라고 해도 피하던 허약한 녀석이.’
항상 자신의 눈치만 보면서, 혼만 났던 손자가, 지금은 저렇게나 밝은 모습으로 튼튼하게 뛰고 있었다.
“어? 할아버지?! 허억- 허억-!”
그리고, 그 와중. 엘빈이 자신의 이쪽을 발견. 숨이 다 넘어가는 와중에서도 밝게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다.
“정말 오셨네요! 허억, 허억! 조, 조금 이따가 봬요!”
“오냐! 먼저 마탑에 가 있으마!”
같이 손을 흔드는 노기사 - 베스피론의 마음속에, 손자에게 매여있던 걱정과 미련이 서서히 풀어지며 사라져갔다.
* *
“…세상에.”
“허어.”
“무슨…. 건물이 저렇게….”
파워 오브 스태프 마탑의 앞.
베스피론을 비롯해, 마탑을 찾아온 수 명의 기사는 그 거대한 마탑 건물을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돌산을 통째로 깎아 만든 것 같은 마탑의 석제 건물은, 그만큼 넓고 높았다.
‘…내가 저번에 지나갈 때 얼핏 본 건물도 컸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어.’
베스피론 역시 다른 기사들처럼 입을 쩍 벌리며, 검고 하얀 석재로 지어진 웅장한 건물을 바라보았다.
분명 예전에 스쳐 지나가면서 보았을 땐, 높이보다 폭이 큰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폭과 높이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는군. 얼마나 지났다고, 그사이에 증축 공사를 이렇게 크게 하다니.”
멍하니 중얼거리는 베스피론 뒤로, 웃음을 참는 듯한 청년의 굵직하지만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 인원을 더 받기 위해 힘을 좀 썼지요.”
“…!!”
그 순간. 베스피론과 다른 기사들은 모두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며, 검 자루에 손이 향했다.
급작스럽게 거대한 기운이, 바로 등 뒤에서 넘실거렸기 때문이다.
“…이런.”
하지만 그들은 곧 검 자루에서 손을 뗐다.
상대가 일부러 자신들을 겁박하려고 키운 것이 아니라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그는 그저 조용히 나타난 것뿐이었다.
‘이 무슨! 아직 1년도 안 지났는데!’
베스피론은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 목소리와 저 마법사답지 않은 강맹한 기운과 마력.
바로 그였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1년도 채 지나지 않는 사이 너무나 급속도로 커져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방금 느낀 무력과 마력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위치를 포함해, 그 모든 것이 예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져 올 정도였다.
“오랜만이군요.”
노기사는 천천히 뒤로 돌아서며,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적갈색 머리의 청년에게 물었다.
“이젠 존대를 붙여야 합니까? 슈나이더 백작님.”
“설마요.”
새로이 백작 작위에 오른 신흥 귀족.
슈나이더 백작은 제국에서 온 노기사를 환대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