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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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35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35화. 피로 물든 알현식 (2)
“헉- 허억.”
마도 왕국의 중심인 수도 베르헨.
그리고 그중에서도 심장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왕궁.
그 왕궁을 실무를 관리하는 자- 시종장은 재빠르게 왕궁, 아니 베르헨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쿠우우웅-!
중년의 작은 몸집의 시종장은, 성 쪽에서 들려오는 폭발음에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섰다.
‘…평의회의 마법사단이 실드를 뚫고 있는 건가?’
시종장은 곧 다시 이를 불끈 악물고 어두운 산을 달려 나갔다.
어젯밤.
왕궁에 침입한 1왕자와 수상한 자들에게, 국왕이 누워있는 병실을 누설한 시점에서 그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설마 폐하를 그런 식으로 처리할 줄은….’
시종장은 그렇게 한탄하면서도, 결국 자신이 그에 일조했다는 것은 자각하고 있었다.
약 10여 년 전. 시종장이 된 그는 처음엔 열심이었지만, 어느새 국왕의 시야 밖에서 조금씩 물건을 착복하기 시작했다.
영민한 그는 정도를 넘지 않은 선에서 적당히 빼돌려 날카로운 국왕의 눈에도 들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왕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총기도 흐려지자 시종장은 그 한도를 넘고야 말았다.
지금까진 그 선을 잘 지키던 그도,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하니 멈출 수 없게 돼버린 것이다.
‘어느새 걸리면 목이 잘릴 규모로 빼돌리게 되어버렸지.’
그런 상황에서, 어젯밤 1왕자와 함께 온 자의 제안은 참으로 유혹적이었다.
-왕국에서 제법 많이 챙긴 모양이군. 공주가 새로운 여왕이 되어 들킨다면, 충분히 목이 잘릴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우린 너를 살려 줄 수 있지.
후드를 쓴 그 남자의 목소리는, 마치 꿀을 삼킨 독사처럼 달콤하면서도 치명적으로 들려왔다.
확실히 일리는 있었다. 이런 면에서 융통성이 없기로 소문난 공주가 된다면, 자신의 목이 잘릴 확률이 매우 높았으니까.
차라리 이렇게 그가 권한대로 돈을 들고 한동안 외국으로 몸을 피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잠잠해질 때쯤 돌아오면 되는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시종장은 그들을 몰래 성안에 받아들이는 데 온 힘을 다했고, 성에 빠삭한 시종장 덕에 손쉽게 점령되었다.
가족들은 값나는 패물들을 들고 지금쯤 빠져나오고 있을 테니, 이제 자신만 이 왕국에서 떠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어디 보자, 여기랬나?”
시종장은 약속 장소를 찾아 중얼거리며, 한창 어두운 숲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나무가 우거져 다른 사람들은 찾아오지 않는, 숲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비밀리에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
‘분명 연못 근처라고….’
스윽-
시종장은 더욱 깊은 숲 안쪽으로 들어갔지만, 곧 그의 눈에 보이는 광경에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아.”
이 한밤중의 숲속에, 도저히 이 세상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엄청난 미남 미녀들이 세 명이나 서 있었기 때문이다.
“…뭐냐.”
“흠, 역시 이 기척은 인간이었나?”
특히 양옆에 서 있는 녹색 머리와 푸른 머리의 남녀도 엄청난 미남 미녀였지만, 그 가운데에 나른하게 앉은 은보랏빛 머리의 미녀는 말 그대로 차원이 달랐다.
몽환하게 반짝이는 은보랏빛의 머리카락과, 그 어떠한 예술품보다도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지닌 그녀는, 주변을 압도한 채 홀로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시종장은 멍하니 그 얼굴만 바라보다가, 뒤늦게서야 그 세 명의 귀가 전부 당나귀처럼 길쭉하고 뾰쪽한 것을 눈치챘다.
“에, 엘프?”
“…후우.”
시종장의 입에서 나온 그 말에, 은보랏빛 미녀의 입에서 나른한 한숨이 튀어나왔다.
“…컥!”
쿠웅-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옆에 두 명의 남녀 엘프가 눈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시종장의 팔을 꺾어 제압했다.
“자, 잠깐! 나는 같은 편입니다! 그 후드를 쓰신 분이 여기에서 탈출시켜주겠다고…!”
시종장은 필사적으로 입을 놀렸다.
“…역시나 잡종은 잡종인가. 굳이 이런 하등 생물에게 한 약속을 굳이 지키려 하다니.”
“후. 그러니 놈도 거기서 같이 처리되어 버리는 거지.”
미성이지만 내용은 살벌한 목소리들이 위에서 들려오자, 시종장은 새하얗게 질렸다.
‘잡, 잡종은 그 후드 놈을 말하는 건가? 제길. 이쪽이 버리는 패라고?!’
일단 저 엘프들이 그 후드 남자를 아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이 말의 내용을 들어보면…. 거의 미끼가 아닌가.
그렇다면 당연히 거기에 속한 자신도 그 버림패에 속할 것이다.
시종장은 가장 높아 보이는 은보랏빛 머리의 엘프에게 고개를 쳐들어 외쳤다.
“사, 살려 주십시오! 저는…!”
서걱-
하지만 무언가가 잘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시종장의 시야가 회전했다.
“…!”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피를 분수처럼 뽑는 자신의 머리 없는 몸이었다.
“족장님께 머리가 높다. 비천한 인간아.”
푸른 머리의 엘프가 중얼거리는 소리만이, 야심한 숲속에 조용히 울려 퍼졌다.
* *
콰아앙-!
왕의 잘린 목이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는 왕궁의 알현실.
지금 이곳에선, 20여 명의 근위병 – 엘프의 마도 인형들과- 유렌 일행과의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허업-!”
콰아앙-!
레이칸은 재빠르게 공주를 노리고 파고들려는 한 근위병을 망치로 강하게 내리쳤다.
콰지직-
그 강력한 힘에 근위병은 몸을 감싸고 있던 갑옷이 뭉개졌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갔다.
“허어, 확실히 이놈들. 인간이 아님다!”
콰아앙-!
레이칸은 이번엔 맨주먹으로 깨진 갑옷 사이를 후려쳤다.
“?!”
이번엔 확실히 반응이 있었다.
갑옷이 뭉개져 온몸을 짓누르는 상태에서도 아무 문제 없던 근위병이, 뭔가를 토해가며 뒤로 쭉- 날아간 것이다.
마력이 담기지 않은 마법사의 이 맨손 공격에, 근위병. 아니 마력 인형 하나는 속이 터져 쭈욱 날아가 그곳에서 정지했다.
“좋아! 잘했다, 레이칸!”
“감사함다!”
한창 3명의 근위병을 상대하던 유렌이 그것을 보고 크게 소리쳐 격려했다.
‘역시, 현 상황에선 레이칸이 제일 믿음직하군.’
빠각-!
유렌은 하얀 스태프로 한 근위병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며 생긴 약간의 틈에, 순식간에 주변을 살펴보았다.
채앵!
셀레나는 아주 조금 쓸 수 있는 바람의 마법으로 자신의 몸과 쌍검을 보조.
한 명의 근위병과 치열한 싸움을 이어나갔다.
“흐읍~!”
사실 마법사인 그녀가 마력은 거의 쓰지 못한 채 마도 인형과 대결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한계가 있었다.
“툰드라! 이번엔 이쪽으로!”
“네!”
그리고 그 뒤에선 예니힌 공작과 툰드라가 힘을 합쳐, 두 명의 근위병과 싸우는 루시아를 서포트 해주고 있었다.
6레벨과 5레벨의 마법사 둘이 힘을 합쳐야, 간신히 하급 마법이 나가다니.
확실히, 이 왕궁 전체를 억누르는 마도구가 엄청나게 강력하긴 한 것 같았다.
“…!”
“어딜!”
유렌은 머리가 날아간 근위병. 아니 마도인형이 다시 꿈틀거리며 움직이려 하자, 아예 스태프를 그 비어있는 목 부분에 박아 넣었다.
퍼컥-!
“끄끼이이익-!”
그러자 마도인형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갑옷만을 남기곤 증발하여 사라졌다.
’몇 번을 봐도, 형태를 알 수 없는 놈들이군!‘
쒹-
유렌은 자신의 머리로 날아오는 다른 마도 인형의 검을 피한 다음, 그 옆구리에 스태프를 휘둘렀다.
빠악-
마도 인형은 옆구리가 접히며 뒤로 날아갔고, 셀레나의 뒤를 노리던 놈과 뒤엉켜 데굴데굴 굴러갔다.
“아하하~ 감사해요~!”
셀레나는 그렇게 외친 후. 아직 일어나지 못한 마도 인형의 찢어진 옆구리에 검을 박아 넣었다.
푸욱- 푸욱- 푸우욱-!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이다.
“끄기이이익-!”
다시 한번 그렇게 마도 인형의 수가 줄었을 그때.
우우웅-!
순간적으로, 마력을 지닌 모든 이들의 몸이 가벼워졌다.
“…! 이건!”
“마력의 억눌림이 약해졌네!”
이변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왕자와 출입문에 강하게 둘러져 있던 흑색 실드 역시 그 어두운 빛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루카스가 마력 저장소 중 하나를 박살 냈나 보군!‘
역시나 소드마스터.
아무리 마력이 억눌렸다지만, 보통 마법사들 따윌 상대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아마 마도구 자체가 박살난 것이 아니라 아직 실드는 여전했지만, 그래도 점차 약해지니 훨씬 해볼 만했다.
“아하하~! 그럼 각오들 해~!”
“이젠 각자 하세!”
“네!”
셀레나의 몸을 감싸는 바람이 거세지고, 노공작과 툰드라도 더 이상 힘을 합치지 않아도 하급 마법쯤은 쓸 수 있게 되었다.
“좋아. 그럼… 음?”
“으, 으아아아!”
퍼거억-!
마력이 조금 돌아와 이제 여유로워진 유렌은, 다른 마도인형에게 쫓기는 한 귀족을 가볍게 구해주었다.
마력이 깃든 스태프가, 갑옷의 앞부분을 통째로 뜯어버린 것이다.
“고, 고맙소…!”
왕자파의 한 백작은, 고마움과 당황함. 그리고 의문이 섞인 두 눈으로 유렌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이 긴급한 상황에서 자신을 왜 구해준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왕자파. 즉, 저 패륜과 반역을 동시에 저지른 돼지 새끼와 같은 편으로 볼일 것인데….
“공주님이 조금 전 그러셨습니다. 대부분의 왕자파의 귀족들은 저 돼지의 반란에 함께 끼지 않았을 테니 가능하면 구해달라고.”
“…!!”
백작은 감격한 얼굴로 공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금 이 말이 유렌의 거짓말인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이다.
’이 바쁜 와중에 언제 그런 말을 하겠어?‘
물론 무기를 나눠줄 때 잠깐 공주와 한두 마디를 나누긴 했지만, 이 대화와는 별개였다.
’이 이후도 생각하면 이편이 낫겠지.‘
하지만 유렌은 순식간에 미래까지 생각해, 왕자파의 귀족들을 끌어들일 생각까지 마친 것이다.
어차피 이런 미친 반역질을 알고 있는 귀족들이야 극소수일 테니, 그들에게도 구명줄을 내미는 것이다.
“고, 고맙소!”
백작은 유렌에게 고개를 슬쩍 숙인 다음, 안전한 곳으로 재빨리 달려 나갔다.
뭔가 단단히 결심이 서린 얼굴이었다.
유렌은 그런 백작과, 훨씬 여유로워진 다른 일행들을 보더니 왕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
유렌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는 왕자와 후드의 남자를 보곤 씨익 웃어주었다.
마치 다음 차례는 너희들이라는 듯 말이다.
* *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왜 저놈들이 저렇게 날뛸 수 있는 거냐! 거기다 이 실드는 또 왜 이렇게 약해지는 거고?!”
왕자는 새하얗게 질려, 옆에 후드를 쓰고 있는 남자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현 상황은 그가 짠 계획과 완전히 어긋나고 있었다.
첫째로, 저 마도 인형 외로 더 도착하기로 한 원군이 전혀 오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둘째론….
’지하에 있는 마석들의 힘이 약해지고 있어! 누군가에게 공격받고 있다!‘
이상했다.
분명 지하엔 많은 양의 마수들이 경비를 서기로 했다.
설령 소드마스터가 쳐들어온다고 해도, 이 억눌린 마력 안에선 그것을 뚫는 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터.
그런데 이렇게나 바로 뚫린다고?
’…그렇다면 그 마수들이 없었다는 소리인가? 제길.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후드를 쓴 남자 역시 충분히 혼란스러웠지만, 왕자는 그 정도가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저 유렌이란 미친놈이 자신의 머리를 깨러 올 것 같은 공포감에 빠져 있었다.
“야! 어떻게든 해보라니까! 너 맨날 목걸이 뒤에선 척척 말을 잘만 해줬잖아!”
남자는 왕자의 발작적인 목소리를 들으며 후드를 천천히 내렸다.
그러자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아름다운 갈색 피부의 얼굴과 기다란 귀가 드러났다.
하지만 양쪽 모두 진짜 엘프만큼 아름답지도, 기다랗지도 않았다.
그- 스피커는 어디까지나 반쪽인 하프 엘프였으니까.
’대체 왜지? 놈들이 대체 왜 이리 허술하게 일 처리를 하는 거지? 설마?‘
왕자보다 훨씬 명석한 하프 엘프의 머리가 씽씽 돌아가기 시작했다.
‘…왕자를 버리는 돌로 사용했다?’
으드득-
스피커는 순식간에 순혈- 엘프들을 의심하고 이를 으드득 악물었다.
어쩐지, 어울리지 않게 그런 말을 하더니만.
-좋아. 잡종. 올해로 네가 봉사 맹약을 맺은 지 98년째지? 100년을 채우기엔 2년 정도 이르긴 하지만, 이번 일을 잘 해낸다면 너에게 상으로 자유를 선사하마.
-네, 네?!
-내가 두 번 말해야 하나, 잡종? 너 같은 하찮은 것을 특별히 자유롭게 다니도록 놔주겠다는 거다. 아이러니하게도 네놈은 그 더러운 피 덕에 ‘규약’에 걸리지 않으니 알아서 살아가면 된다.
-과, 관대한 말씀!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들은 결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하프 엘프인 그를 쉽게 놔줄 생각이 없던 것이다.
맹약으로 맺어진 100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 일단 자유롭게 풀어 줄 수밖에 없으니 이런 식으로 처리하려는 것이었다.
‘제길! 악독한 놈들!’
거기에 더해 엘프들은 왕자를 꼭두각시로나마 살려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대체 왜지? 멍청해서 딱 이용하기 좋은 인간인데? 그래서 자신도 의심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하지만 더 생각이 이어질 틈은 없었다.
이를 갈고 있는 그에게 왕자가 침을 튀겨가며 다가온 것이다.
“야! 왜 다물고 있어?! 어떻게든 해보라니…!”
덥썩-
“커억?!”
하프 엘프- 스피커는 침을 다가온 왕자의 멱살을 쥐고 공중으로 번쩍 들었다.
비록 전투보단 정보원이나 책사에 가까운 그였지만, 반절은 엘프의 혈통을 가진 이.
이 돼지 하나 드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합!”
그리고 기합을 넣어, 1왕자를 강하게 저쪽으로 던졌다.
“아아악-!”
아직 검고 강력한 실드가 남아있었지만, 그것은 외부에서 안으로 침입하려고 할 때나 발현되는 것.
안쪽에서 나가는 것엔 막아주지 않아, 왕자는 실드 밖으로 데굴데굴 굴러나갔다.
“…!”
“이, 이 놈?!”
한창 싸우던 모두의 시선이, 머리를 박고 기절한 1왕자에게 쏠린 그 순간.
우우웅-!
다시 결계와 실드가 흔들리며 이쪽을 억누르는 힘과 실드가 점차 약해져 갔다.
아마도, 지하에 있는 또 하나의 마력 저장소가 당한 것임이 분명했다.
‘…이때다!’
다시 후드를 가린 하프 엘프 – 스피커는 갑자기 굴러온 1왕자와, 방호 결계와 실드가 약해져 이 어수선해진 그 순간.
몰래 탈출하려 재빠르게 출입구 쪽으로 달려 나갔다.
“컥!”
하지만 그가 약해진 실드 사이로 탈출하려던 그때, 갑작스럽게 새로 쳐진 강한 실드에 튕겨 나와 바닥을 뒹굴었다.
-저런. 끝까지 임무는 수행해야지. 잡종아.
“…!”
스피커의 머릿속으로, 많이 듣던 한 엘프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자신을 관리했던, 푸른 머리의 고위 엘프. 페르듄의 목소리였다.
콰아아앙-!!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알현의 방의 천장에 구멍이 뚫리며, 거대한 파충류의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크르르르릉-
“어억! 드, 드래곤?!”
“저, 저건 또 무슨 괴물이지?!”
머리만 5m가 가볍게 넘는 그 커다란 파충류의 머리는, 확실히 약간 마르긴 했지만 드래곤과 굉장히 닮아 있었다.
“드레이크…?”
스피커는 저 옆에서 중얼거리는 유렌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확실히 저 인간의 말대로 저것은 마법으로 강화된 드레이크.
고위 엘프 - 페르듄의 역작인 ‘거대 키메라’였다.
쿠웅-!
쿠우웅-!
그와 동시에 알현실의 이곳저곳에서 구멍이 뚫리며 4개의 머리가 추가로 벽과 천장을 뚫고 등장했다.
그렇다. 저것은 5개의 머리를 가진, 강화된 용종. 다섯 머리의 드레이크다.
스피커는 그 머리들이 입을 쩍 벌림과 동시에, 5개의 입 근방에 마력이 급속도로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도 몇 번이나 봐서 익숙한, 저 망할 놈의 키메라의 최종기.
화염 브레스였다.
‘이 인간들이 죽으면, 나도 100% 죽는다!’
순간적으로 그 생각이 든 스피커는, 재빠르게 큰소리로 외쳤다.
“각 머리에서 화염 브레스가 온다아-! 대비해!”
스피커의 절규에 가까운 고함 위로, 5개의 거대한 화염이 사방팔방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푸화아아아악-!!
모든 것을 불태울 것 같은, 다섯 방의 초고온의 거대한 화염들이 알현실에 작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