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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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8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32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32화. 화려한 귀환 (2)
우와아아아-!!
며칠 후.
유렌과 그 일행들은, 도시 안에서 들려오는 환호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와. 이게 다 몇 명이에요?”
“…이거 전장에 있던 우리 전군보다 많은 거 아냐?”
분명 이곳은 그렇게까지 크진 않은, 그저 그런 중소도시.
하지만 이곳의 넓은 대로에는, 마치 이 도시의 사람이 모두 모인 듯, 척 봐도 만 단위 이상의 사람이 모여 환호를 내지르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덕분에 살았습니다!”
“영웅! 우리의 영웅!”
말 그대로 천지에서 질러오는 환성 소리에, 부사관과 장교들은 물론, 유렌마저 잠시 멍해질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이런 식의 환대는 처음이로군.’
전생에 자신이 제국의 군인이었던 시절. 당시에도 이런 환대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왕국과의 싸움은 대부분은 열세였고, 승리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땐 제국으로 개선하지 못했었으니까.
그런 자신이 지금 왕국을 구해서, 이렇게 환영을 받는다?
운명이란 것이 정말로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뭐, 됐나. 솔직하게 기뻐하면 되는 것을.’
유렌은 살짝 웃으며 모인 사람들에게 손을 휘둘렀다.
와아아아아-!!
유렌과 그 일행들은 더욱 커진 함성 속에서 웃으며 도시를 통과했다.
그런 왕국민들의 열광은, 다른 도시들에서도 계속되었다.
유렌과 그 일행들이 베르헨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말이다.
* *
“부탑주님이! 유렌님이 지금 베르헨에 거의 당도하셨대! 이제 몇 시간 뒤면 도착하실 거라고!”
스태프 오브 파워 마탑의 한 훈련장.
이미 바닥을 기고 있던 신인 마탑원들 사이에, 아파서 훈련을 쉬고 있던 한 명이 벌떡 들어와 소리쳤다.
온다는 소식은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나 빨리 돌아올 줄이야.
엄격한 훈련과 몸에 매단 도구들로 인해 축 늘어져 있던 마탑원들은, 모두 그 말을 듣는 순간 벌떡 앉거나 일어서서 눈을 반짝였다.
“정말로?! 지금?!”
“선배들은 모두 무사하시다는 게 정말이겠지?!”
“교관님들은?! 그분들이 설마 당할 리가 없겠지만!”
소식을 가져온 마탑원- 엘빈은 순식간에 질문의 폭풍이 자신을 감싸자, 혼란에 휩싸여 허둥지둥하였다.
자신도 ‘우연히’ 한가해 산책에 나섰다가, 마탑주인 아메리아가 허둥지둥 언령으로 이동하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주워들었을 뿐이다.
당연히도, 그 외의 소식은 모르고 있었다.
“그, 그 외엔 몰라! 잠깐, 손 좀 치워보라니까…!”
마침 아프다는 핑계로 무거운 도구 등을 전부 벗고 있던 엘빈은, 그리 힘들지 않게 동기들을 힘으로 떼어놓았다.
‘어?’
엘빈은 방금 한 짓에 자신이 놀라 그만 굳고 말았다.
아무리 동기들이 훈련으로 피곤한 상태라지만 이렇게 쉽게 밀어내다니.
‘내… 힘이?’
본래 완력 자체는 동기들 사이에서도 하위권이었던 만큼, 엘빈은 방금 자신의 완력이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았다.
최근 도구를 거의 벗지 않아 잘 느끼지 못했는데, 설마 이렇게나 기초 완력이 늘어났을 줄이야.
‘…할아버지가 아시면, 놀라 넘어지시겠네.’
엘빈은 제국의 기사단장인 자신의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잠시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근육이 잔뜩 붙은 팔을 보며 쓴웃음이 지어진 것이다.
‘그렇게 날 기사로 키우시려고 애쓰셨는데. 난 전혀 안 따랐었지.’
그래서 그렇게 떼를 써서 마법사가 되리라 여기까지 온 건데,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마법사와 기사.
그 기묘한 중간선에서 나아가고 있었다.
‘뭐, 좋나.’
하지만 엘빈은 지금의 생활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훈련 땐 악마 같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아껴주며 이끌어주는 교관들.
모든 면에서 존경할 만한, 간부들과 그 정점에 선 부탑주 – 유렌.
가끔은 원수 같지만, 그래도 마음 든든한 동기들까지.
그 가운데서 풍족한 지원을 받으며, 확실히 강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훈련은 힘들어서 이렇게 가끔 꾀병으로 빠지긴 하지만, 그래야 한숨이라도 돌리지 않겠는가.
“어쨌건, 이제 조금 있으면 훈련이 끝나지? 그러면 모두 함께 가서 맞이하자고! 아주 화려하게 불꽃 마법을 하늘에 펑펑 쏘아보는 게 어때? 거, 왜, 불꽃놀이 대신으로….”
“그거, 참 좋은 생각, 이군. 너무 갑작스러워, 불꽃놀이, 마도구를, 살 수 없으니, 직접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하지만 엘빈은, 급작스레 등 뒤에서 들려온 파충류의 울음소리가 뒤섞인 목소리를 듣고 몸을 부르르 떨고 말았다.
이미 식겁하며 자신에게서 떨어지고 있는 동기들과, 뒤에서 은은히 풍겨오는 압박감이 자신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말해주고 있었다.
“아프다고, 방에서, 쉰다고 하지, 않았나? 아주, 쌩쌩하군?”
‘…아차. 망했다.’
이 훈련의 교관인 드래고니안 - 사이케스가 꼬리를 바짝 세우며 자신을 붉은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파충류의 특징인 세로로 째진 그 눈동자가, 평소보다 10배는 더 오싹했다.
“다른 교관을, 잘도 속였군. 대단한, 연기력이야.”
“아…하하. 그, 그게 아닙니다. 사이케스 교관님! 제가 아팠던 것은 사실이지만, 금세 낫는 바람에…. 네, 그렇습니다. 다시 훈련하러 온 겁니다!”
“중량 도구들을, 전부 뗀, 차림으로, 말인가? 게다가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하다니, 용감한 건지, 무식한 건지, 모르겠군.”
“…!”
엘빈은 몇 초 전으로 돌아가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만 싶었다.
그래. 저 드래고니안 교관이 지닌 붉은 눈이 진실을 판별하는 마안이라는 소문은,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 않던가.
“지크!”
“넷!”
“당장, 네 중량 도구들을, 벗어, 이 멀쩡해진, 친구에게, 채워주도록.”
“알겠습니다!”
“자, 잠시만요!”
꾀병과 거짓말의 대가는 혹독했다.
이 자리에서 교관을 제외하고 가장 무거운 중량 도구들을 차고 있는, 지크의 중량 도구를 대신 차게 된 것이다.
“끄어억-!”
쿠웅-
평소보다 훨씬 무거운 도구를 차자 엘빈은 즉시 땅바닥과 열렬히 포옹하기 시작했다.
그 애정행각을 바라본 드래고니안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히죽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모두, 지금의 상태로, 부탑주와, 모두를, 맞이하러 간다.”
“옙!”
“저놈의 말대로, 직접 불꽃 마법을, 하늘에, 쏘아 보는, 것도 괜찮겠군.”
“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그렇게 땅에서 벌벌 기는 엘빈을 남긴 채, 모두는 훈련장을 떠났다.
“같이 가요-!”
홀로 마중을 가지 못하게 되어, 구슬프게 울부짖는 엘빈만 제외하고서.
* *
그날 저녁.
커다랗게 하늘에서 터지는 환영 불꽃을 본 유렌과 그 일행은 일단 마탑 건물로 먼저 향했다.
본래 오후에 입궁하려 했던 왕궁의 사자가, 개선 겸 알현은 내일 준비한다고 알렸기 때문이었다.
「어서 돌아오세요!」
“부탑주. 그리고 모두, 어서 돌아와라!”
이미 저 앞에서 모두에게 불꽃 같은 열렬한 환영을 받은 후였지만, 역시 집 같은 이 건물에 들어와서 소수에게 받는 환영은 조금 달랐다.
진짜 가족 같다고나 할까?
무언가, 조금 더 마음속에 파고든다고 해야 할까.
그런 따뜻함과 훈훈한 감정이 유렌의 마음에 가득 찼다.
“그나저나, 조금 전 땅을 기어서 온 마탑원은. 그 제국의 유학생 맞지? 어떻게 된 거야?”
유렌의 물음에 드래고니안은 크르릉 웃으며 답해주었다. 그 화려한 불꽃놀이도 일단은 그의 생각이란 것도 함께 말이다.
유렌은 그 전말을 듣고 살짝 웃었다.
‘스승의 손자가, 잘 적응하고 있나 보군.’
다행이었다.
본래 그는 본래 이쯤 왕국에서 죽는 운명이었다.
그 죽음으로 인해, 제국 기사 단장인 할아버지가 극렬한 전쟁파로 뒤바뀌게 되는 이유가 되어버리고 말이다.
그것이 수많은 이유로 시작되었던 대전쟁의 이유 중 하나였다.
‘뭐, 아직 방심은 할 수 없지만.’
하지만 자신도 신경을 쓰긴 할 테지만, 그렇다고 모든 위험에서 그를 지킬 수는 없다.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본인이 스스로 강해져 살아남는 것 아니겠는가.
“음. 그렇다면 사이케스. 레이칸.”
“옙!”
“뭔가?”
“그 엘빈이란 마탑원을 더 특별히 마크해서 훈련을 좀 시켜주겠어? 싹수가 있어 보여 그러니까.”
정작 본인이 알면 경악해서 기절할 내용이었지만, 레이칸과 사이케스는 미소를 지으며 그 말을 받아들였다.
안 그래도 제법 재능이 있어 보이는데, 마탑원이 된 후 슬쩍슬쩍 훈련을 자꾸 쉬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알겠슴다. 힘껏 교육 시키겠슴다!”
“나도다!”
“음. 죽이지만 말라고.”
유렌은 의욕에 불타는 둘을 내버려 두고, 행복한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아메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전쟁터에서 마탑원으로 추가로 받은 수는. 기숙사는 아무래도 모자라겠지? 일단 임시 막사라도 세우게 해서….”
유렌은 귀환을 결심한 후, 아메리아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사이는 겨우 며칠.
아무리 두 명의 드워프들이 남았다지만, 그들은 다른 일도 있었다.
그사이 숙소 등 모든 것을 마련하는 것은 아마 무리였겠지.
하지만 아메리아는 더욱 크게 싱글벙글거리며 답했다.
「확실히 기숙사는 모자라지만, 미리 임시 막사를 세워놨어요. 두 드워프가 힘을 써줘서 보통의 건물보다 나을걸요?」
아메리아가 웃는 얼굴로 그렇게 전하며 마법으로 막사를 보여주자, 유렌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거의 건물이나 다름없는 튼튼하고 화려한 막사가, 땅 한구석에 대량으로 세워져 있던 것이다.
게다가 그 막사 속에 있는 침구들과 가구들을 보니, 이미 자신이 알리기도 전부터 준비한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나 빨리 준비가 될 리가 없었으니까.
「사이케스가 틀림없이 당신은 인재들을 영입해 올 거라고 확신하더군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서 저도 미리 준비했어요. 물론 이렇게나 많을지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
유렌은 아메리아의 바뀐 모습을 보고 절로 감탄이 나왔다.
분명, 그녀는 착하고 언령 마법의 재능이 있었긴 하지만 몇 년이고 감금당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몰랐다.
하지만 겨우 1여 년간. 그녀는 많이도 변했다.
어느새 무늬만 마탑주가 아닌, 진짜 마탑주를 맡아도 아무 이상 없을 정도로 말이다.
“잘했어. 아메리아.”
유렌이 그렇게 싱긋 웃으며 자신에게 말하자, 순식간에 아메리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자리를 비운 사이 마탑을 책임지느라 고생이 많았겠지. 혹시 뭐 바라는 거라도 있어?”
유렌의 보기 드문 그 말에, 아메리아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그녀는 마치 큰 결심을 한 듯이 심호흡을 하고 메시지를 발했다.
「아, 음. 저, 혹시 시간이 되시면 저와 함께 베르헨에 함께 마법 거리에 가시지 않을래요? 마침 거기에….」
아메리아가 간신히 발한 그 메시지에, 유렌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무슨 새로운 마도구를 가지고 싶은 거야? 내가 선배에게 미리 이야기해둘 테니, 레드 라이트닝에 언제든 들려도 상관없게 해둘게.”
「….」
“후우~.”
‘…맛있는 레스토랑이 있던데 같이 가지 않으실래요?’라는 메시지를 끝까지 전하지 못한 아메리아는 두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옆에서 조마조마한 눈으로 바라보던 셀레나는 왠지 한숨을 쉬었고 말이다.
안도와 다른 감정이 섞인, 참으로 복잡한 한숨이었다.
“….”
그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혼자 묵묵히 서 있는 번쩍이는 흰 갑옷을 입은 한 기사가 있었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범상치 않았지만, 현재 그녀의 심정을 담았는지 마력은 다소 우왕좌왕하게 뿜어져 나왔다.
유렌은 그런 하얀 갑옷의 기사를 힐끗 보고는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자, 그럼. 모두에게 새롭게 합류한 내 전용 호위를 소개하지.”
유렌의 그 말에 단숨에 분위기는 조용해졌다.
그 말은 말 그대로 유렌과 항상 붙어서 다닌다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과거 셀레나와 실행부대가 잠시 그 역할을 맡기는 했지만, 지금 그 자리는 비어있었다.
그 자리엔 막대한 실력은 물론이고, 항상 곁에 있는 만큼 유렌에 대한 강한 충성이 필요한 자리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갑자기 나타난 저 사람이?
“…정말로요~?”
「호위라뇨. 유렌의 전용 호위라고요?」
갑작스러운 유렌의 말에 놀란 일행은 하얀 갑옷의 기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무엇 하나 입증되지 않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래도 간부들에게 얼굴은 보여야겠지. 루카스.”
유렌의 말에 루카스는 잠시 주저했지만, 곧 얼굴을 덮은 투구를 벗었다.
사락-
“…!”
“어~?”
예상외의 그 얼굴과 거기서 투구를 벗자마자 느껴지는 강력한 마력에 모두 잠시 굳고야 말았다.
「…아름답네요. 그리고….」
“강하다. 그저 맨얼굴을 드러낸, 것뿐인데도, 저렇게나 마력이, 증폭하다니.”
“꿀꺽.”
그리고 다른 이들은 그 뿜어지는 압도적인 분위기에 침을 삼켰다.
특히나 정보 담당이라 큰 힘이 없는 라펠리오는 더했다.
그녀가 전혀 투기나 마력을 더 뿜어내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발이 부들부들 떨린 것이다.
「소드마스터….」
“왜 하필 또 여자인지~”
“후후.”
긴장한 아메리아의 메시지와, 왜인지 투덜거리는 셀레나의 목소리.
그리고 루시아의 웃음소리가 모두의 귀에 동시에 들려왔다.
* *
“역시 대부분 의아해하는군.”
모두가 물러난 방.
유렌은 어두운 방에서 혼자 살짝 웃으며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소드마스터라는 걸 안 간부들은, 일단 실력 면에선 감히 아무도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
-마스터의 눈은 틀릴 리가 없슴다. 하지만 만약 틀렸더라도 제가 반드시 막겠슴다.
레이칸은 그녀의 눈에 위압되어 손발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그렇게 말하며 물러갔다.
셀레나는 딱히 말하진 않았지만, 그녀의 눈초리 역시 제법 날카로웠다.
같은 전장에 있던 둘은 이미 그녀가 누구인지 눈치챈 것이다.
애초에 소드마스터가 그렇게 흔할 리도 없고, 전장에서 느낀 그 압박감은 몸이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뭐,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사실, 그들이 루카스에게 지닌 불신은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아무리 유렌이 데려왔다지만, 그녀는 적국에서 날뛰었던 적이다.
게다가 하마터면 유렌마저 죽일 뻔했었고.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를 것이다.
유렌이 그녀를 믿는 것은 그녀의 맹세도 있었지만, 또 하나의 커다란 이유도 있어서였다.
‘엘프에 대한 증오.’
그녀는 거의 자신만큼이나 커다란 부의 감정을 엘프들에게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그녀가 그 감정을 잊지 않는 이상. 그리고 자신이 엘프와 적대하고 있는 이상, 루카스가 자신에게 등을 돌릴 위험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했다.
‘뭐, 그녀가 엘프들을 상대하는 것을 보면 다들 알게 되겠지.’
유렌은 그녀에 관한 생각은 이쯤 끝내고선, 조용히 밤하늘에 떠 오른 크고 노란 달을 보며 다른 일들을 생각했다.
특히나 내일 있을 개선식과 국왕과의 알현 자리를 말이다.
‘그 알현 자리에서, 후계자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겠지.’
이미 오늘로 계획되었던 알현이 미뤄진 것은, 바로 왕의 건강 악화 때문이었다.
전쟁 이전부터 조금씩 악화되고 있던 왕의 건강은, 전쟁 이후 눈에 보이게 더욱 나빠졌다.
왕은 이제 60대 초.
즉 노년에 들어간 나이로 아직 그렇게까지 늙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병으로 죽어도 딱히 이상한 것이 없는 나이기도 했다.
후계자를 확실히 정하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한 나이와 환경이었던 것이다.
‘공주에겐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하고, 왕자 쪽을 봐도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지. 게다가 근처에 퍼진 소문도 없다. 왕은 어디까지나 본인이 혼자 생각한 후계자를 내일 발표할 셈이야.’
그것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유렌은 누가 되든 미래를 생각하며 이런저런 계획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어느 쪽이든 바빠지겠군.’
내일은 아마, 이 나라에 있어서 잊지 못할 분기점이 될 것이다.
아마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다.
유렌은 그렇게 확신하며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많은 것이 바뀔, 내일 이후의 날들을 머리에 그려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