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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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1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2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1화. 태양과 광신도 (6)
“그, 그건 너무나 무모합니다! 실패할 것이 뻔해요!”
소위 말하는 ‘반대파’의 임시 아지트인 한 깊은 동굴.
그곳의 한구석에서, 테레사는 평소와는 달리 조금 격해진 음성으로 소리쳤다.
“분명 그의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저희의 대처가 늦을수록 피해자들도 늘어나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납치라뇨! 만약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얼마만큼의 혼란이 벌어질지!”
그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루시아의 스승. 예크만은 테레사가 숨을 몰아쉬는 사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희생자를 줄이는 방법이 있나?”
“…!”
“그래. 증거를 모으고, 폭로하고, 끌어내리는 게 가장 평화적이고 절차를 밟고 처리하는 거겠지. 혼란도 적겠고.”
예크만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날카로워진 눈으로 테레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적어도 몇 개월, 심하면 년 단위로 걸리겠지. 그 사이 죽어 나가는 사람들은? 그냥 죽게 내버려 두라는 건가?”
“…그, 그건.”
테레사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도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녀의 선한 인성은 진짜였기에.
하지만 그녀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었다.
너무나도 그들의 계획이 어처구니없기에.
“오히려 습격에 실패하면, 이단자들의 일로 여겨져 학살이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게다가 저희 반대파까지 발각될 수도 있어요. 그러면, 교황을 막을 집단이 사라지는 겁니다!”
“아니, 그게 가능하다니까!”
한편, 답답해진 예크만의 목소리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스승님.”
그리고 그때. 어두운 동굴 속에서 한 크지 않은 인영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루시아?”
“네, 스승님. 잠시 진정하세요. 목소리가 죄다 울려 퍼져서 동굴 안에서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럴 리는….”
바로 예크만의 제자. 루시아였다.
“아까는 바빠서 따로 인사를 못 드렸네요. 오랜만이에요. 루시아. 훌륭하게 자랐군요.”
“예. 오랜만입니다. 테레사 님.”
테레사는 잠시 감정을 가라앉히고, 거의 10여 년 만에 본 루시아를 반겼다.
아직 그녀가 10대 초반의 어린 시절 당시, 예크만과 함께 하던 그녀를 몇 번이고 본 적이 있던 것이었다.
“테레사 님. 비록 스승님이 흥분하셔서 여러 말을 빼먹긴 하셨지만, 틀린 말씀을 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도 납치를 찬성하나요?”
“예. 맞습니다.”
테레사의 한숨 어린 질문에, 루시아는 표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몇 번이나 말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너무나 낮습니다. 교황도 교황이지만, 태양 교단의 최정예가 언제나 그와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당장 교황만 해도, 가장 강력한 신성력을 가진 사제다.
당연하지만 그는 늙었어도 엄청난 회복 능력과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어, 어지간한 공격은 이도 들어가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서 성기사와 사제들 중, 최정예 수십 명이 항상 그와 함께하며 호위 중이다.
이들을 뚫고 가려면, 최소 마스터나 6위계급 마법사가 몇 명이나 있어야….
“일단 저희와 같이 온 기사 중 한 명은 마스터입니다. 메링겔이라는 스피어 마스터죠.”
“…마스터?!”
테레사는 눈을 크게 뜨며 예크만을 바라보았다.
끄덕-
그리고 예크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이 맞다고 인정했다.
“아, 음. 말을 안 했던가?”
“…안 하셨습니다!”
예크만이 면목이 없다는 얼굴을 만들자, 테레사와 루시아는 그를 조용히 노려보았다.
아니, 가장 중요한 전력을 말하지 않고 뭘 하고 있었나.
루시아는 스승 때문에 잠시 한숨을 쉬다, 말을 이어 나갔다.
“게다가 그, 유렌은 그 마스터마저 이길 정도로 강합니다. 실제로 마스터를 두 번이나 이겼었고요. 제가 증인입니다.”
“…!”
테레사는 루시아의 말에 놀랐지만, 곧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듣던 게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확실히. 여러 소문은 많이 듣긴 했습니다. 많이 부풀려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곁에 있던 당신이 그렇게 장담한다면 아마도 사실이겠죠.”
테레사는 작은 한숨을 쉬며 루시아의 말을 인정했다.
그들이 그 무모해 보이는 것을 실제로 일으킬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말이다.
“…납치까진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후엔? 그들도 멈추긴 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일 것일 겁니다.”
테레사의 지적이 맞았다. 분명 교황이 사라지면 많은 혼란에 빠져 학살도 멈추긴 하겠지.
하지만 그것은 본질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그 혼란 틈새 중, 지금의 교황과 같은 생각을 하는 심복이 새 교황의 자리에 오르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납치한 교황은 어쩌실 겁니까. 설마…?”
“죽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셋의 뒤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유렌이 테레사의 말을 대답하며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지나가다, 우연히 이야기를 들었군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 죽이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는 정말인가요?”
테레사는 비록 반대파의 수장 격이긴 하지만, 본래 교황을 한없이 존경했던 한 명의 사제.
아무리 그가 폭주한다고 하지만, 납치에 이어 살해까지 간다고 하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만,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어디까지나 조종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예에?!”
유렌의 그 말에 테레사의 눈은 있는 대로 크게 떠졌다.
그리고 유렌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이 대륙의 어둠에서 한없이 분쟁을 만들어내고 피를 흘리게 한, 아니 흘리게 하는, 한 사악한 종족의 이야기를 말이다.
* *
「평화롭네요. 여기는요.」
반대파들의 동굴을 떠난 지 대략 이틀.
유렌과 그 일행들은 빠르게 신성국의 수도, 성도라 불리는 예루스까지 최대한으로 서둘렀다.
그 결과.
보통은 4~5일이 걸릴 거리는, 겨우 이틀 만에 성도 바로 근방의 마을까지 도착한 것이었다.
그런 가운데, 이 근방의 마을의 한가로움을 본 아메리아가, 자신도 모르게 근처에 메시지를 전한 것이었다.
“그렇지. 여긴 태양신을 믿는 마을이니까.”
유렌은 조금 떨어져 있지만, 이 마을에서 가장 커다란 건물인 태양신의 교회를 보며 그렇게 답했다.
그 옆에 조그마하게 다른 교회도 있었지만, 이곳은 태양신의 교도가 대부분이며 성도의 바로 근처.
아직은 당연히도 평화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직 교단은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기에, 시골의 작은 마을부터 처리하고 있을 테니까.
「…」
하지만 그 평화로운 모습이, 바로 이틀 전 처참한 마을 모습을 본 아메리아에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이렇게 평화롭게 살아가는 이들을 지켜주는 것도, 이틀 전. 그 마을을 학살한 이들도. 모두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겠죠?」
“그렇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아메리아는 최대한 약한 소리는 하지 않으려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유렌에게 묻고야 말았다.
마음속에 있는,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소리를 말이다.
“그야 전쟁과 비슷하겠지.”
「…전쟁이요?」
반면 유렌은 덤덤하게 답했다.
이미 그는 그보다 더한 대규모 학살을 겪어보았기에 이에 대한 대답을 가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전쟁은 자국의, 혹은 영지의 이익을 위해서 시작하지. 아주 간혹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래.”
「그렇죠.」
유렌의 그 말에 아메리아는 동의했다. 확실히, 모든 전쟁은 이득을 위해서 시작하니까.
“그런 면에선 종교도 크게 다를 것은 없지, 신탁이 없는 이상, 보통은 자신의 교단의 이득을 위해 행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아.」
유렌의 그 솔직한 말에 아메리아는 힐끗 두 성직자를 바라보았지만, 두 사제는 그저 쓴웃음만 지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교단 간의 분쟁은 인간의 욕심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종교도 신의 말씀을 제외하면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이야기야. 결국 이득을 위해서 교단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지. 다만 이번 같은 경우는, ‘무언가’가 들어가 더더욱 비틀린 경우고.”
「엘프….」
“그래. 단순히 다른 교단과 투닥거리는 경우가 아닌,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버렸어. 만약 저번 공국과의 전쟁. 그것이 장기화하였다면, 대륙 곳곳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보아야 했을 거야. 그것도 오랫동안.”
마치 만약의 미래를 보고 온 것처럼 확신하는 유렌의 말에, 아메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비참한 풍경들이 대륙 곳곳에서 오랫동안 계속될지 모른다니.
그거야말로 종교에서 흔히 말하는 ‘지옥’이 현실화한 것이 아니겠는가.
「놈들을 내버려 두면, 저런 풍경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거네요.」
“…그래. 그건 장담할 수 있어.”
그렇다면, 그것은 절대로 막아야 한다.
지금까지 아메리아에겐 엘프는 어디까지나 자신을 감금한 이의 배후. 혹은, 뒤에서 나쁜 일을 꾸미는 종족 정도의 이미지였다.
당연히 그들에게 원한이 있고 막아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지금처럼 강한 마음은 아니었다.
‘절대로 안 돼.’
그 처참했던 학살 현장을 직접 보고, 울부짖는 아이를 직접 달래자 그녀의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약한 소릴 해서 죄송해요. 얼른 가죠. 놈들을 막으러.」
“…그러지.”
유렌은 처참한 광경을 보고도, 오히려 마음이 단단해진 아메리아를 조금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살짝 미소를 지은 채, 얼마 남지 않은 성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그녀를 마탑주로 삼은 자신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 *
“바, 반갑습니다. 성기사 데룬입니다.”
“마중 나와주셔서 반갑습니다. 유렌 슈나이더입니다.”
그날 저녁. 성도 예루스.
긴급하게 테레사에게 연락을 받은 반대파의 성기사 데룬은, 유렌과 그 일행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 테레사 사제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다니. 대체 이 사람들은?’
데룬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앞에 선 유렌과 그 일행들을 슥 하고 바라보았다.
평소 리더임을 자치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지시를 내리더라도 결코 강하게 지시하지 않았던 게 바로 테레사 사제였다.
하지만 바로 어제.
그녀에게서 온 연락은 짧았지만 강렬했다.
-가능한 모든 역량을 써서 그들을 지원해주세요.
교황의 폭주를 알리려다, 그 밑의 사제들에게 불에 통째로 태워질 뻔한 그를 구해준 것이 바로 테레사 사제다.
그녀가 저리 간절하게 말하는 이상, 자신도 모든 힘을 다해 그들을 지원할 것을 다짐했다.
“자, 이쪽입니다. 작은 곳이지만 양해해주십시오. 놈들의 눈에 띄지 않은 곳이 그렇게 많이는 없습니다.”
데룬은 유렌의 일행을 데리고, 한 낡은 여관의 방을 잡고 들어갔다.
그들 ‘반대파’들이 숨은 기지 중 하나였다.
“환대 감사드립니다. 그럼 신속히 현 교황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까?”
유렌이 그렇게 묻자, 데룬은 바로 즉답했다.
“평소에는 제 1교회에 언제나 있을 겁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은요. 아. 그러고 보니.”
데룬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분명 내일 해가 지기 전. 교황이 중앙 광장에서 연설한다는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호오!”
방금 들어온 뜨끈뜨끈하고도 중요한 소식을 그들에게 전하자 유렌과 그 일행들은 눈을 반짝였다.
“그것참 좋은 소식이군!”
“흐흐. 정말 그래.”
“이런 우연이 다 있다뇨.”
「호, 혹시 함정이 아닐까요?」
“뭐,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겠지.”
일행은 각자 중얼거린 후, 다시 데룬을 보며 물었다.
“그 연설은 갑자기 정해진 겁니까?”
“아. 예. 그렇습니다. 본래대로라면 최소한 일주일 전엔 정해져서 미리 준비해야 하지만. 교단 내에 있는 동료의 정보로는 갑자기 오늘 정해진 듯합니다. 사실 이런 식의 연설은 원래도 많이 하던 터라 드물진 않습니다.”
“흐음. 그럼 함정일 가능성이 내려가겠군요. 좋습니다. 그럼 중앙 광장의 지도를 볼 수 있겠습니까?”
“아, 옙!”
데룬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지도와 정보를 제공했다.
테레사의 그 명령도 명령이었지만, 저 유렌이라는 남자의 목소리엔 거역하기 힘든 ‘힘’이 가득 담겨있었기 때문이었다.
“흐음. 여기가, 이렇게. 좋아. 좋군.”
유렌이란 그 남자는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즉시 빠르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아냐, 이쪽에서 하는데 더 잘 보이겠지.”
“하지만 교황은 이때 납치를….”
그리고 ‘납치’란 단어가 데룬의 귀에 확연하게 들어왔다.
“자, 잠깐! 지금 대체 무슨 말씀들을 하시는 겁니까? 교, 교황을 납치요?”
“음? 당연히 들었을 줄 알았는데, 테레사 님에게 듣지 못했습니까?”
데룬은 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신성력은 마법과는 조금 달라서, 멀리 떨어진 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딱히 없었다.
그래서 훈련받은 새를 이용하는데, 아무래도 위험성과 한계가 있어 긴 메시지는 전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테레사에겐 그저 강한 이들이 온다는 것과 그들에게 절대적으로 지원하라는 지시만 들었을 뿐이었다.
“마, 말도 안 됩니다!!”
데룬의 경악한 목소리가 널리 퍼지려 한 그 순간.
순식간에 공기가 가라앉으며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유렌이 순식간에 공기를 마력으로 가라앉혀, 데룬의 목소리를 밖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말소리가 빠져나가선 안 되지요.”
“으, 죄, 죄송합니다. 아니 그래도, 과, 광장에서 연설하는 교황을 납치요?!”
데룬은 다시 올라가려는 목소리를 간신히 내린 채로 쥐어짰다.
납치. 뭐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은 테레사와는 다르게, 무조건 정도로만 싸워야 한다는 생각은 불타 죽을 뻔한 그때 버렸으니까.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달랐다.
세상에. 만 단위의 신민들이 바라볼, 뻥 뚫린 광장에서 사람을 납치한다고?
그것이 가능할 리가…!
“그래. 일단 계획을 알리긴 해야겠지.”
유렌은 뭔가를 잔뜩 말하고 싶은 데룬에게 다가가, 자신의 계획을 상세히 말했다.
“…!!”
“어떻습니까. 이렇게 된다면?”
유렌의 계획을 들은 데룬은, 그저 멍한 눈으로 그럴 바라보았다.
그래, 저자의 계획대로 된다면, 그냥 납치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쪽에 유리해질 방법이었다.
“미, 미쳤군요.”
다만 그 과정이 워낙 황당하고 미쳐있긴 했지만.
“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보단 아니지요.”
그렇게 유렌은 일행과 함께 내일 있을 교황의 연설을 기다리며 준비를 시작했다.
성도의 누구나가 절대로 잊지 못할, 황당한 납치극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