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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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1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0화. 태양과 광신도 (5)
유렌 일행이 마을을 쓸어버린 이들을 처리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비록 아메리아가 소년과 몇몇 생존자들을 보호하느라 산 근방에 남긴 했지만, 애초에 그녀의 전투 능력은 일행에서 제일 떨어지는 편.
솔직히 메링겔이나 유렌 혼자 있어도 그들을 모두 전멸시키는 것은 크게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흉흉한 무기를 휘두르는 힘과 폭력의 두 사도까지 더해졌으니 그 처리의 신속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
“끄아아악-!”
뿌직-
끝이 둥근 원형의 대형 망치를 병사의 머리에 휘두른 예크만은, 핏기 하나 없는 자신의 망치를 보며 자신의 신에게 기도했다.
“감사합니다. 데르빗이시여-!”
그리고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다시 망치를 크게 휘둘렀다.
뻐걱-
머리가 통째로 박살이 난 조금 전의 병사와는 다르게, 지금의 성기사는 두꺼운 방패로 어떻게든 그 일격을 막아냈다.
“끄으윽-!”
하지만 막아낸 팔이 부러졌는지, 방패를 낀 성기사의 왼손은 추욱 늘어져 버렸다.
“무, 무슨 위력이!”
오우거의 일격을 막아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성기사는 경악하며 재빠르게 자신의 팔에 회복 마법을 걸려 했지만, 이미 해머는 다시금 공격에 들어오고 있었다.
뿌각-
성기사의 투구 사이 얼굴로 말이다.
“후우. 역시 성기사는 단단하구만.”
성직자, 사제가 직접 전투로 성기사를 압도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모두가 다 경악할 그의 행동이었지만, 주위는 당연히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애초에 루시아의 스승이라는 점에서 다들 짐작은 했을뿐더러, 그보다 훨씬 특이한 이들이 많았던 탓이었다.
“…세상에. 저 사람 마스터였어? 아니, 그것보다 저 작자는 대체 뭐야?”
오히려 예크만이 주위를 보며 훨씬 더 놀랐다.
저 중년 남자는 당연히 보통 기사가 아닌 것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윗급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이 얼핏 들었던 스피어 마스터의 이름이 저 남자와 비슷했던 것 같았다.
‘아니, 그보다.’
하지만 제일 놀라운 것은, 자신이 찾아가 데려온 남자. 유렌 슈나이더 백작이었다.
그에 대한 여러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지금 그의 움직임은 그 소문들을 여러 가지로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쒹-
은빛이 한 번 번쩍이면, 병사 수 명이 동시에 쓰러진다.
뻑-
단단하기로 유명한 성기사에게 사제가 신성 방어 마법을 걸어도, 은빛이 번쩍이면 그저 일격에 통째로 박살 나버렸다.
‘…힘과 폭력의 신의 가호를 받은 나도, 방어 마법 없는 성기사를 일격에 상대하기 힘든데. 아무리 그래도 마법사가?’
아니, 강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이런 방식으로 강하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스터도 꺾었다는 소문이 있는 마법사면 보통 마법을 예술적으로 쓴다고 생각하지, 누가 근접전을 마스터랑 동등하게 보일 정도로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면서도 상대 사제의 공격은 모조리 마법으로 무효화시켜버리니, 그야말로 틈 자체가 없었다.
“아, 악마 같은 놈!”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태양 교단의 이들이 그렇게 소리를 지를 만 하긴 했다.
“…누가 누가보고 악마라는 것인지 모르겠군.”
물론, 듣는 입장에선 어이가 없긴 했지만.
유렌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습격자들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남은 것은 사제 하나와 성기사 하나. 그리고 병사 둘이 전부였다.
수십 명의 인원이 이 마을을 습격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미 습격대는 전멸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위에서 내려온 명령서는 있겠지?”
유렌은 예크만이 미리 귀띔해준 대로 가장 높아 보이는 사제에게 물었다.
“저, 저리 가라! 악마!”
“내놔라. 순순히 내놓으면, 네놈들의 처분에 대해 한번은 다시 생각해보지.”
명령서.
나중을 생각하면, 모으면 모을수록 폭로할 거리가 많아지는 서류.
일단 확실히 모아두면 나쁠 것은 없었으니까.
“감히. 이단의 악마가 뭐라는 거냐?!”
유렌은 조용히 그들에게 물었지만, 희고 붉은 색이 섞인 사제복을 입은 태양신의 고위 사제는 발작하며 소리쳤다.
심지어 성수마저 꺼내 들며, 정말로 반 악마의 의식을 하려는 듯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으윽.”
“사, 사제님….”
반면, 성기사와 병사들은 그런 사제를 보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특히 사제를 보는 성기사의 시선에는 확실한 공포와 원망의 감정이 조금씩 섞여 있었다.
어차피 저 무지막지한 놈들은 이길 수 없다. 일단 뭘 주더라도 살아가는 것이 먼저 아니겠는가.
성기사는 그나마 주저하긴 했지만, 병사들은 그런 생각을 뿜어내는 것이 그대로 보였다.
“흠, 역시나 너에게 있는 것이 확실하겠군.”
이 장소에서 유일한 고위 사제이니 아마도 가장 지위가 높겠고, 그렇다면 명령도 직접 받겠지.
혹시나 위장을 위해 다른 성기사나 사제가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봤지만, 다른 이들의 저 눈초리로 봐선 그가 계속 가지고 있는 게 맞는 듯했다.
“아, 아마 저분이 가지고 계신 것이 맞을 겁니다!”
게다가 병사의 목소리가 불타는 마을 속에서 울려 퍼져갔다.
“그분이 가장 높으신 분이니, 명령서인지 뭔지도 있을 겁니다!”
“이, 이놈이! 감히 이단의 악마에게!”
고위 사제는 격분해, 정화의 화염을 그 병사에게 날렸다.
푸화아아악-
“끄아아아악-!”
태우라는 이단이나 악마가 아니라, 같은 교단의 병사를 활활 태우는 정화의 불을 보며, 유렌은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정말, 정화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은 화염이 아니겠는가.
“뭐, 어디에 알았는지 알았으면 됐어.”
유렌은 은빛으로 번쩍이는 스태프를 가진 채 그들에게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갔다.
두근- 두근-!
그들의 마지막에 거대한 힘이라도 보여주려는 듯, 심장의 마력을 서서히 끌어올리면서 말이다.
“자, 잠깐만!”
철컹-
그 중 성기사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무기를 버리고 손을 들었지만 유렌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뻔히 알았기 때문이었다.
“내, 내가 잠시 미쳤었어! 아무리 위에서의 명이라곤 하지만…!”
“자, 자네까지! 대체 뭐라고 하는 건가!”
스스로 학살을 즐겼으면서, 불리할 때 나오는 변명.
그래. 유렌은 전생에 적의 포로는 물론이고, 제국의 아군들에게도 저런 변명을 수없이 많이 들어왔었다.
스걱-
유렌은 고위 사제보다 먼저, 손을 들고나오는 성기사의 목을 베었다.
어느새 기다란 날이 있는 창으로 변한 스태프를 휘둘러서 말이다.
“!”
성기사는 당연히도 단말마도 내뱉지 못한 채 태양신의 곁으로 돌아갔다.
설마 이야기도 듣지 않고, 내려칠 줄은 몰랐다는 경악한 얼굴로.
“내가 말한 건 명령서를 내놓으라는 말뿐이었다. 이미 주민들을 학살한 네 사정은 알 바 아니야.”
유렌은 싸늘하게 목이 달아난 성기사를 바라보더니, 곧 멍한 얼굴의 고위 사제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 됐다. 너에게도 굳이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으, 으아아악-!”
“시체에서 가져가면 되니까.”
서걱-
다시 한번 무언가가 베이는 듯한 소리가 나며, 고위 사제의 몸뚱이는 목과 분리되어 풀썩 쓰러졌다.
옆에서 덜덜 떨며 지켜보다, 동시에 몸이 조각난 병사와 함께 함께 말이다.
그날 밤.
신성국의 한 작은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몇 명의 생존자를 제외하면 모두 불타 사라졌다.
그 마을에서 학살을 진행한 습격자들과 함께.
* *
“…그렇습니까? 그 사이에 세브렛 마을이 그 지경이 되어버리다니.”
마을을 습격한 병사들과 성기사. 그리고 사제들을 전부 처리한 유렌 일행은, 산을 몇 개 건너 예크만이 미리 약속한 태양 교단의 ‘교황 반대파’들을 만났다.
근방 동굴에 임시로 거주지를 만든 그들에게 몇 명 남은 생존자들을 부탁하자, 반대파의 성기사, 제니안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들은 우리가 맡겠습니다. 저희도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저들을 우리가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구하겠습니까.”
「…잘 부탁드릴게요.」
생존자들을 구조하고, 그들을 달래가며 여기까지 온 아메리아는 제니안에게 부탁했다.
“아닙니다. 이들은 우리와 같은 신성국의 주민들. 오히려 이들을 구해주신 여러분께 저희가 감사를 표해야지요.”
제니안의 뒤에서, 자애로운 얼굴을 한 태양 교단의 여사제 한 명이 천천히 나와 고개를 숙였다.
“테레사 님!”
테레사라 불린 중년의 여사제는, 온몸에서 상당한 신성력이 보이는 것이, 꽤나 고위의 사제처럼 보였다.
“예크만 님, 무사하시니 다행입니다.”
“허어. 설마 당신이 여기 있을 줄을 몰랐군. 당신 이래 봬도 이 반대파들의 수장 아닌가?”
“저희에겐 수장 따윈 없습니다. 그저, 다른 이들이 저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것뿐이지요.”
“보통 그걸 그렇게 말하는데….”
예크만은 테레사와 서로 잘 알고 있는 듯,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던 와중, 유렌 일행을 보더니 곧 자신의 머리를 치며 소개했다.
“아, 미안하군. 반가운 사람을 만나서 그만. 이쪽은 테레사라고 하고, 사실상 이 반대파들을 이끄는 사람이야. 내가 태양교단에서 신세를 질 때 만났지.”
“반갑습니다. 여러분. 그리고 도와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테레사가 온화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숙이자, 유렌도 정중히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유렌 슈나이더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 혹시?”
그러자 테레사는 놀라며, 바로 유렌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설마 왕국의 슈나이더 백작님 되십니까?”
“네. 맞습니다만….”
“아아. 죄송합니다. 최근 너무나 많이 들었던 유명한 분이라. 이런 분이 도와주신다니 정말 태양신의 은총이 따로 없군요.”
“…”
유렌은 잠시 테레사의 혼잣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태양신의 은총이라.’
지금 그 은총을 생각하며 최소 수천, 아니 혹은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이 죽어가고 있겠지.
물론, 저 테레사란 사제에게선 티끌만큼의 혹심이나 거짓은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다수파에 반대하여 이런 조직까지 만들며, 생존자들을 구하고 있지 않은가.
그녀가 말하는 그 은총은, 놈들과는 전혀 다른 뜻임이 확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렌은 아이러니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저, 슈나이더 백작님. 죄송합니다만.”
그리고 잠시 후. 대강의 이야기를 나누던 테레사는 조용히 생각 중인 유렌에게 말을 건넸다.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이번에 얻으신 교황의 명령서가 있다면 저에게 양도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물론입니다.”
유렌은 아무 고민 없이 교황의 명령서를 테레사에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교황의 폭거를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테레사가 다시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자, 유렌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네? 무엇이죠?”
“이 ‘반대파’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유렌의 물음에 테레사는 아무 주저 없이 답했다.
“그야 물론 교황을 말려, 이 미친 학살을 막는 것입니다. 다만 그와는 이미 시도는 해보았지만 아무런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와 함께한 사제들만 숙청되었지요.”
테레사의 눈동자가 그때를 떠올렸는지, 잠시 흔들렸다.
“그래서 이제는, 그들이 행한 학살과 증인들을 모아 세상에 고발할 것입니다.”
“…”
“모아주신 이 명령서도 그 한쪽에 쓸 것입니다. 부디 백작님도 왕국에서 도와주시….”
“…느리군요.”
“예?”
유렌의 말에 테레사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그녀뿐만이 아니라 반대파와 심지어 유렌의 일행들마저 말이다.
“장담해도 좋습니다. 그 증거를 모으고 퍼트리고 호소하는 사이, 이번처럼 파괴된 마을이 수십, 아니 수백 개가 나올 겁니다.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고.”
“…!”
유렌은 그렇게 장담하듯 말하며, 동시에 확신했다.
이 사제는 사람은 좋고 뜻도 좋지만, 제대로 싸울 줄 몰랐다.
조금 전 말에도 그랬듯이, 자신이 수장이라는 자각조차 부족했고 말이다.
이는 좋은 사람, 좋은 사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비상시에 좋은 수장이라고 말하기는 부족했다.
그것도 한없이 말이다.
“지금 가장 위에서 폭주하는 것은 교황입니다. 즉, 그가 사라지면 급한 불은 끄는 거죠.”
“…!”
유렌은 조용히 그렇게 말하며 눈에서 위험한 빛을 반짝였다.
그래. 그는 빠르게 없어져 줘야만 했다.
그가 사라지면, 태양 교단의 학살 역시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에!”
그리고, 유렌의 뜻을 이제야 이해한 테레사가 놀라 소리쳤다.
“그, 그건 불가능합니다!”
“괜찮습니다.”
유렌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저희가 전부 처리할 테니까요.”
교황을 건드리면 반드시 나오겠지.
이 뒤에 숨어있을 그 망할 귀쟁이들 말이다.
유렌은 조용히 자신에게 믿음의 눈길을 주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테레사에게 자신만만히 장담했다.
* *
“아아-! 이렇게, 이렇게 빨리 자라다니!”
어느 커다란 도시의 지하.
지하에 있는 드워프들의 마을이 우스울 정도로, 커다랗고 넓은 그 공동에 한 검붉은 머리의 엘프가 커다랗게 폭소하고 있었다.
그 엘프의 눈앞에는 피처럼 새빨간 나무가 시야 가득하게 채워져 있었다.
최소 수천 그루로 보이는 그 나무들은 말 그대로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 같았다.
“아하하핫~!”
아직 소년 같은 외모를 한 페른 족의 족장, 유니스는 그의 긴 생에도 한 번도 보지 못한 수많은 신목들을 보며 끝없이 웃었다.
성공. 대성공이었다.
아직 이단으로 몰아 몰살한 마을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도, 그들의 원한과 피를 흡수한 신목들이 이렇게 잘 자라고 있지 않은가.
‘직접 피를 갈아주는 것보다 효율이 낮다면, 더 많이 죽이면 되는 거지! 최대한 원통하게!’
전쟁을 일으켜 서로 다른 나라의 병사들끼리 죽이는 것보다, 같은 나라의 이웃, 친구들끼리 학살하게 하는 것이 신목을 빠르게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왜 진작에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이대로라면, 자신들의 그 오랜 염원이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 수상한 인간의 제안 따윈 고민할 것도 없이 무시해도 되겠지.
유니스는 눈앞의 피로 이루어진 신목들의 숲을 보며,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게 웃었다.
모든 엘프들의 숙원이 자신의 눈앞에 바로 다가왔음을 기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