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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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2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0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69화. 태양과 광신도 (4)
“저도 가겠슴다!”
“아니, 넌 남는 게 좋겠군.”
유렌이 신성국으로 출발하기 조금 전.
레이칸이 다가와 기운차게 말했지만, 유렌은 단칼에 거절했다.
추욱-
“으음, 이유를 들어도 되겠슴까? 마스터?”
레이칸은 그 즉시 누가 봐도 축 처진 게 보일 만큼 실망했지만, 그래도 차분히 유렌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자신의 마스터가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을 제외하진 않으리라고 여긴 것이다.
“일단 너무 눈에 띈다.”
“그, 그게 이유임까?”
“우리는 신성국에 가면 비밀리에 움직일 수밖에 없어. 마법을 이용하면 아마 신성력을 속이고 대낮에도 움직이는 게 불가능하진 않겠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외모나 체형을 ‘살짝’ 바꾸는 정도에 불과해.”
레이칸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신체에 시선이 향했다.
조각상이 우스울 정도로 훌륭하게 튀어나와 있는 대흉근과 삼각근.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발달한 목과 등에서 발달한 승모근과 광배근.
그리고 두꺼운 통나무보다 훨씬 발달한 팔다리까지.
확실히 이 몸을 평범하게 보이려면, 아예 강력한 변형 마법이나 환상 마법을 걸어야 할 정도였다.
“으음.”
레이칸은 평상시라면 자랑스러워해야 할 자신의 육체가, 갑자기 너무나 커다랗게 보이기 시작했다.
‘…차라리 마스터 같은 육체였다면 좋았을 검다.’
이제 슬슬 완성 단계에 접어든 유렌의 육체는 분명 일반인들보다야 훨씬 발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규격 외로 거대하지도 않았다.
강함과 날렵함이 동시에 섞인 그 육체는, 옷만 널널하게 입으면 그저 덩치가 좀 큰 전사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으니까.
‘이런.’
한편 유렌은 생각보다 너무 좌절에 빠진 레이칸을 보며, 서둘러 다음 이유를 입에 담았다.
“그리고 이걸 부탁하고 싶어서.”
재빨리 품에 있는 책 한 권을 꺼내 레이칸에게 내밀면서 말이다.
“이, 이건 무엇임까? 마스터?”
“제국의 네루닌이란 도시, 기억나나? 숲속에서 그 문어 모양의 괴상한 마수가 나왔던 곳.”
“아- 아. 물론임다.”
“그곳의 영주인 자작에게 받았던 고대어로 적힌 책 중 하나야.”
유렌은 ‘전투 마법사의 무기술과 마법의 연계.’라고 고대어로 적힌 책을 내밀었다.
“내가 없는 동안, 그 책을 읽고 거기에 적힌 대로 수련을 해줬으면 좋겠어. 물론, 다른 마탑원들을 훈련 시킬 때도 참고했으면 좋겠고.”
“이, 이걸 말임까?”
레이칸은 그 커다란 눈에 호기심을 가득 담아 책을 바라보았다.
유렌이 자신이 직접 가르치는 것 외에 이렇게 다른 방법을 권하는 것은 그야말로 처음이었다.
“그래. 고대어로 적혀 있긴 하지만 너도 읽을 수는 있겠지. 내가 읽고 직접 수행해봤는데 너와 다른 마탑원들에게 잘 맞을 것 같다.”
“오오-!”
유렌은 고대에 마법과 무기를 동시에 사용했던 마전사들의 경험이 쌓여있는 이 책을 레이칸에게 건넸다.
유렌의 방식은 그의 천재적인 감각과 센스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에, 천재가 아니거나 범재인 자들에겐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선, 당시에 범용적으로 쓰였던 이 책이 더 낫다.
“레이칸. 너라면 너와 마탑원들, 그 모두를 좀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거야. 널 믿는다.”
“…옙! 맡겨만 주십쇼! 마스터! 제가 목숨 걸고서라도, 이 책의 내용을 철저하게 훈련하고, 훈련 시키겠슴다!”
레이칸은 언제 풀이 죽었나 싶을 정도로, 눈을 반짝이며 책을 높게 쳐들었다.
‘마스터가, 마스터가 나에게 이렇게 크게 기대하신 적은 처음임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성서라도 되는 것 같이 말이다.
쿠웅-! 쿠웅-!
유렌은 쿵쿵거리며 달려 나가는 레이칸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저렇게까지 불탈 줄은 몰랐는데.’
물론 유렌의 말은 전부 다 진심이었다. 하지만, 워낙 실망한 것 같아서 조금 더 격려를 해줬을 뿐인데….
비록 레이칸이 조금(?) 의욕에 더 불타고 있긴 했지만, 뭐 저 정돈 문제없겠지.
설마 사람을, 마탑원들을 잡기야 하겠는가.
‘어디 보자. 루카스는 침입자 건도 있고 해서 남아주는 게 맞겠고. 또 다른 이들은….’
유렌은 신성국에 함께 갈 사람들을 생각하며 바쁘게 발을 놀렸다.
자신이 없는 사이, 마탑의 훈련소에서 매일같이 곡소리가 울려 퍼지게 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로 말이다.
* *
신성국.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태양 교단의 교황이지만, 정작 나라는 다신교라는 구조로 돌아가는 나라.
얼핏 보기엔 조금 이상한 구조로 보였지만, 대륙에 사는 모두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태양신을 믿는 교단이 크고 왕성해도, 다른 신을 믿는 신앙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만큼 다신교는 대륙 전체에서 깊게 뿌리 박힌 개념이며, 모든 이들의 기본 생활 방식이었다.
“그런데, 교황이 그걸 어긴다라? 신탁이나 저 아저씨 말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정말 쉽게 믿지 못할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긴 하군요. 대장.”
왕국을 출발한 지 대략 4일.
마차를 사용하진 않지만, 개개인이 그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그들은 어느새 신성국의 남쪽으로 숨어들어 있었다.
껄렁거리는 중년의 용병으로 모습을 바뀐 메링겔이 그렇게 말하자, 같은 중장년의 남자가 말을 받았다.
“원래의 교황은 절대 그런 성격이 아니야. 분명 그를 미치게 하거나, 조종하는 무언가가 있을 거야.”
마찬가지로 중년의 용병으로 변장한 루시아의 스승- 예크만이 확신에 차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 모든 이들도 조용히 동의했다.
교황이 기존의 그와 너무나 달라진 것은 확실하니까.
‘역시 귀쟁이 놈들이겠지.’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어디 놈들이 그렇게 물증을 줄줄 흘리고 다니는 놈들이던가?
“하지만, 조금 전의 마을은 평화 그 자체이긴 했습니다. 물론, 태양신을 믿는 마을이었지만요.”
회색의 성직자 복을 벗고, 여상인으로 변장한 루시아도 입을 열었다.
등에 멘 커다란 짐보따리가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물론, 그 속엔 팔 물건 대신 그녀의 소중한 철퇴와 너클이 들어있었지만 말이다.
「맞아요. 아무리 태양 교단이 맡는 마을이라곤 해도, 흉흉한 소문이 하나도 없긴 했어요.」
그리고 말 못 하는 여하인으로 수수하게 변장한 아메리아 역시, 루시아의 말에 동의했다.
아무리 저 마을이 대상이 아니라지만, 나라 단위로 행해지는 대규모 숙청이자 학살이다. 아무리 쉬쉬한다고 해도, 모든 입을 막을 수는 없을 터.
하지만 최소한 지금까지는 너무나도 조용했다.
“아니, 수상한 점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중년과 비슷한 차림의 용병 차림을 한 유렌은 고개를 저었다.
“루시아. 상인 길드에서 듣지 못했습니까? 어느 작은 마을의 특산물을 이번부터 태양 교단 쪽에서 대행한다고. 심지어 가격도 내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몇몇 상인들이 환호성을 질렀죠.”
“…아아, 기억납니다.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루시아는 몇 시간 전, 유렌과 함께 상인 길드에 들어가 정보를 이런저런 정보를 얻을 때 있었던 작은 소란을 떠올렸다.
“그 상인들에겐 행운이겠죠. 굳이 그 마을까지 가지 않아도 태양교단 쪽에서 이송하니, 특산물을 안전하게, 그리고 더 싸게 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럼 마을의 주민들은?”
유렌의 이어지는 말에, 루시아를 비롯해 다른 이들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유렌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뭔가가 좀 이상했다.
“그 마을의 이름은?”
“세브렛. 세브렛 마을이라고 하더군. 여기서 크게 떨어지지 않은 작은 시골 마을.”
유렌의 말을 들은 예크만은 얼른 지도를 펴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땅의 여신을 믿는 마을이로군. 이거, 단순한 우연은 아니겠지.”
유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예크만에게 물었다.
“그 교황의 반대파들이라는 자들과 만나기로 한 곳이 어디였지? 그 마을에서 머나?”
“마침 지나는 길에 있긴 하네.”
“그럼, 결정됐군. 들려보지.”
유렌의 그 빠른 결정에, 일행 중 아무도 반대의 의견을 내지 않았다.
굳이 그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라도, 모두 같은 심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가능하면,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유렌은 이미 통제가 된 후로 늦었을 가능성도 크게 봤지만, 그것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불길한 예상을 입 밖에 내놓으면 높은 확률로 항상 맞는 것을 봐왔으니까.
* *
화르르륵-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예상대로의 일이 벌어져 있으면 역시 가슴이 뒤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깊은 밤.
불타는 마을을 보며, 사람이 불타는 불쾌한 악취를 맡으면 더더욱 그러했다.
「세상에….」
아메리아가 입을 열지 않고, 메시지로 경악의 심정을 전해왔다.
어두운 밤. 마을과는 꽤 떨어져 있음에도, 이 주변은 벌써 산길 곳곳에 시체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마 마을 밖, 산에 사는 이들부터 처리한 것 같습니다. 세브렛 마을 근방에 사는 이들 말입니다.”
“젠장. 이래서 병사들이 이 산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던 거로군.”
상황을 본 루시아에 이어 메링겔이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조금 전. 마을에 다가오자 이미 병사들이 그 주변에 배치되어 있었다.
불길한 예감을 억누르며 몰래 들어왔더니, 그 속에선 이런 학살극이 벌어지고 있던 것이다.
“….”
이미 수많은 전투를 치러온 메링겔이었지만, 그럼에도 굉장히 불쾌한 얼굴이었다.
“데르빗이시여….”
예크만은 곳곳에 널린 시체들- 특히 어린아이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자신이 믿는 신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유렌 역시 얼굴을 굳히며 시체들을 살펴보았다.
‘이건.’
그 특유의 태양이 불타는 듯한 화상 자국을 보면, 틀림없었다.
태양 교단의 사제나 성기사가 쓰는 ‘정화’의 화염 계열 신성 마법이었다.
유렌의 기억 속으론 어디까지나 이 정화는 신성한 마법.
악을 불태우고 태양을 숭배하는 곳 외엔 절대로 쓰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악인가…. 그래. 이들을 악으로 규정했군.”
하지만 이 참사를 만들어낸 사제와 성기사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이것으로 일반인들, 거기에 더해 어린아이들까지 불태웠겠지.
모두 신과 정의를 위해서라고 여기면서.
바삭-!
그 순간.
극도로 집중한 유렌의 귀에, 무언가 나무가 헝클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아…아…!”
그리고, 광신에 찬 목소리와 절망과 공포에 떠는 자그마한 목소리까지.
파앗-
유렌은 그 즉시 마력을 뿜어내어, 공기를 가르며 그 장소로 빠르게 나아갔다.
수백 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지만 그야말로 순식간에 도착한 유렌은 작은 소년에게 검을 들고 있는 태양 교단의 성기사를 보았다.
“지옥에 가, 영원히 불타라.”
쒹-
성기사는 그렇게 공포에 떨고 있는 소년에게 검을 휘둘렀다.
아무런 주저도 없이 말이다.
빠각-
하지만, 덕분에 주저가 없어진 것은 유렌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볍게 휘두른 스태프가 놈의 오른손을 뼈째로 박살 내 버린 것이었다.
“끄아아아아-!”
유렌은 자신을 공포와 분노로 올려다보는 성기사를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래, 지옥에서 영원히 불타라.”
스태프 끝에 달린 합금이, 유렌의 의지를 잃고 커다란 망치로 변했다.
뿌가악-!
유렌은 지체없이 성기사의 머리를 그 은빛 망치로 박살 내며, 다짐했다.
최소한 오늘.
이 학살 자리에 관련된 이들은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 *
“으윽…! 저, 저놈들은?!”
위대한 태양 교단의 성스러운 성기사의 일원.
베넷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경악해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 이단자들의 마을에 온 지 3시간.
이단자들을 불태우는 신성한 임무는 착착 잘 수행되고 있었다.
-끄아아아아-!
바로 20여 분 전, 멀지 않은 산속에서 들려온, 한 커다란 비명 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말이다.
-음. 이봐. 방금 들린 그 소리는 혹시 재클린 경의 목소리가 아닌가?
-뭐? 그 재클린 경이, 겨우 이런 임무 중에 그런 비명을 지른다고?
-…하하. 그럴 리가 없겠군. 내가 신경이 날카로웠나 봐.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그런 식으로 고개를 흔들며 넘어가려 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곳은 그저 평범하게 타락한 이들이 사는 이단자의 마을.
창칼을 들고 싸울 수 있는 자조차 드물었기에 재클린 경이 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들은 이단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일반적인 농부들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뭐야, 아직도 이 이단자들을 ‘정화’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나?
-아냐. 이젠 아니야. 분명 처음엔 나도 이들에게 무력하고 불쌍해 보이는 겉모습에 속긴 했지. 하지만, 이젠 알아. 이들을 이렇게 불태워 주는 것이, 그들의 더러워진 영혼을 구원해 주는 것이라는 걸 말이야.
-그래. 교황 성하의 말씀 그대로야.
그렇게 성기사들이 잡담을 나누고 있을 그때.
아까의 비명이 들려온 곳에서, 여러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뭐, 뭐지?!
-누구냐!
그리고 그들은 압도적인 힘으로 이쪽을 마음껏 휩쓸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눈이 마주치면 오금이 저릿저릿한 강렬한 살기를 두른 채로 말이다.
“누, 누구냐! 누가 감히…! 이 성스러운 임무를…!”
쒹-
그렇게 옆에서 잡담하던 동료 성기사는, 그렇게 말하고 검을 빼 들다 찌르기 한 번에 가슴이 통째로 파여 날아갔다.
그 경악할만한 창술의 보여준 중년 남자는 어마어마한 투기를 내뿜으며 이쪽의 병사와 성기사들을 학살해나갔다.
“끄아아악-!”
“똑같이 당해보십시오! 힘과 폭력에!”
“그래, 말 잘했다!”
다른 쪽들도 마찬가지였다. 웬 철퇴와 너클을 휘두르며 이쪽을 족족 박살 내고 있었다.
“으…으!”
하지만 여기에 있는 모두가 가장 공포에 질린 것은, 바로 적갈색 머리의 한 젊은 남자였다.
쒹-
“끄아아아-!”
“아아아악!”
은빛과 하얀색으로 빛나는 그의 스태프가 한 번 휘둘러지면 사제와 병사, 그리고 성기사가 동시에 쓰러져갔다.
“저, 저건 대체?!”
“악마! 악마의 무기다!”
한 번의 휘둘러지는 과정에서도, 하얀 스태프 끝 쪽에 달린 은빛의 금속은 여러 모양으로 변해갔다.
휘두르기 전에는 창.
휘두르는 순간에는 망치.
휘두른 후에는 낫.
심지어 보지도 못한 기묘한 모양으로 변해가는 그 무기에 상대 남자의 힘과 속도가 더해지자 그것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태양신이시여!”
그러던 와중, 이 장소에서 유일한 고위 성직자가 강력한 신성력을 내뿜으며, 그 남자에게 거대한 화염 폭풍을 일으켰다.
푸화아아아악-!
그 근방에만 있어도 모두 ‘정화’ 될 것 같은 강력한 새하얀 화염.
그 압도적인 화염에, 죽어가던 태양신의 교단들이 주먹을 꽉 쥐었다.
드디어 악마 중 한 놈을 처치했노라고.
쩌저어어엉-
하지만 불과 몇 초 후.
곧바로 모든 것이 얼 것 같은 맹렬한 한기가 덮쳐오더니, 새하얀 화염은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아…아!”
“저, 저럴 수가…!”
그리고, 그 적갈색 머리의 악마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저 묵묵히 걸어나 왔다.
“태양 빛 한번 참 따스하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이쪽을 비웃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