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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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3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68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67화. 태양과 광신도 (2)
“우걱- 우걱-! 크아아아-! 맛있다!”
파워 오브 스태프 마탑 건물의 한 손님용 응접실.
그곳에서 검붉은 핏자국이 가득한 사제복을 입은 장년의 남자가 입안에 가득 음식을 쑤셔 넣고 있었다.
옆에서 유렌과 루시아가 지켜보는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로 말이다.
비록 한밤중에 갑자기 내온 것이라 거창한 음식들은 없었지만, 그에게는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거의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마음 놓고 먹는 음식들이었으니까.
“캬~ 이 빵 진짜 맛있네! 어어? 이 치즈. 왜 이렇게 쫀득하지? 심지어 훈제 고기마저도 이렇게 말랑하다니! 크아! 여기 하나씩 더 가져다줘!”
남자는 포도로 만든 음료까지 벌컥벌컥 들이켜며, 부스스한 눈의 사용인에게 접시를 내밀며 부탁했다.
“아, 알겠습니다.”
사용인은 슬쩍 유렌을 바라보았고, 그가 고개를 흔쾌히 끄덕이자 얼른 주방으로 향했다.
“참 잘 드시는군.”
유렌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남자는 엄지를 치켜들어가며 호탕하게 외쳤다.
“그야 정말 오랜만에 먹는 음식이니까! 그나저나, 이렇게 새벽에도 내오는 음식들까지 이렇게 질이 높을 줄이야! 이거 정말 놀랍군. 돈이 썩어나나 보네!”
“스…승님.”
루시아는 장년의 남자- 예크만이 부끄러운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정말 몇 년 만에 봐도 남들 앞에 내세우기엔 참 부끄러운 스승인 것은 여전했다.
그리고 약 20여 분 후.
예크만은 다시 가져온 빵과 치즈. 그리고 훈제 고기를 잔뜩 비우고는, 배를 두들기며 응접실 바닥에 앉았다.
“크아-! 거 빌어 처먹도록 잘 먹었네! 백작! 고맙소!”
“….”
순간 유렌은 가끔 튀어나오는 루시아의 험한 말투가 어디서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전생에 루시아가 가끔씩 스승을 떠올리며 투덜거렸던 그 이유도 함께 말이다.
“…으으.”
루시아는 부끄러운지 다시 고개를 숙였지만,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고개를 들었다.
비록 얼굴이 살짝 붉은 것이, 완전히 억누르지는 못한 모양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인지 알려주시겠나? 보통 큰일이 아니라고 했는데.”
“마, 맞습니다. 스승님. 말씀해주시죠.”
유렌의 그 말에, 이제는 배가 채워진 예크만이 눈을 빛내며 일어섰다.
말 그대로 몸이 일어나지 못할 지경이었기에 우선 음식을 쑤셔 넣긴 했지만, 배도 채운 지금.
이제는 유렌과 루시아에게 그 소식을 전할 때였다.
“그래. 정말 큰일이 났지.”
예크만은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리며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태양신의 교단, 즉 신성국 자체가 미쳐버렸으니까.”
“…!”
“네?”
예상보다도 훨씬 커다랗고 심각한 소식을 전하면서 말이다.
* *
신성국.
기본적으로 어디서나 다신교를 인정하는 이 대륙에선 한 종교만으로 나라를 세운 성국의 존재는 굉장히 특이한 존재였다.
물론 신성국의 국교인 태양신은 이 대륙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믿는 신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신교는 당연하다시피 깊게 뿌리 박은 사상.
그래서 비록 태양신이 국교로 되어있는 성국이긴 했지만, 군주인 태양신의 교황부터가 다신교에 대해 온건적인 정책을 표해왔었다.
-이 세계는 여러 신의 힘이 조화를 이루어 움직이는 것입니다.
태양신의 수장이자 신성국의 교황이, 직접 이런 말을 할 정도였으니까.
그 결과, 종교의 전파에 대해 유리한 것도 있어서 수많은 교단이 신성국에 자리 잡았고, 그만큼 신도도 여러 종교로 나뉘었다.
신실한 사람이라면, 어느 종교든 간에 살기 좋은 곳.
그것이 신성국이며 실제로 그래왔다.
그런데….
“태양신 이외의 모든 종교를 박해하고 있다고?”
“설마…? 태양교단의 놈들이 모두 미쳐버렸답니까?”
하지만 예크만이 들고 온 소식은, 그런 신성국이 완전히 변해버렸다는 소식이었다.
“그래. 교황이 직접 명령을 내렸다더군.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이미 뒤에선 조금씩 실행하고 있는 것 같아. 달의 여신의 교단은 사실상 산하라서 그런지 그 목표에서 빠졌지만, 다른 교단들은 죄다 들어갔고.”
달의 교단을 제외한다고 치더라도, 성국에 있는 유명한 교단만 해도 수십 개는 될 터.
그리고 다른 종교들을 믿는 신자. 신성국의 백성들도 족히 수십만은 넘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을 전부?
“…루시아의 스승에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솔직히 말해서, 완전히 믿을 수는 없군.”
유렌은 예크만을 보며 냉정한 말투로 잘라 말했다.
‘어지간한 말이라면 믿고 싶긴 하지만, 이건 스케일이 너무 커.’
아마 그는 루시아의 스승인 만큼, 저렇게 보여도 실없는 헛소리나 할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물어온 소식은 너무나도 황당하고 거대했다.
‘태양신의 교황이자 성국의 군주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전생에 제국와 왕국의 대전쟁이 터지자, 그것을 막으려 가장 노력한 사람은, 바로 그였다.
-태양신께선 모든 대륙의 이들을 평등하게 사랑하고 계십니다. 제발, 모두가 죽는 이런 전쟁을 그만둬 주십시오!
교황은 그렇게 열렬히 호소하고, 전쟁에서 나온 부상자들과 땅과 집을 잃은 제국과 왕국의 난민을 최대한 받아들였다.
뭐, 결국 그의 노력에도 대전쟁은 그치지 않았고, 결국 실의에 차 숨을 거두긴 했지만 말이다.
‘당장 전생의 나도, 그와 만난 적이 있었으니까.’
그때 본 교황은, 너무나 훌륭한 성직자의 본분 같은 인물로 남아있었다.
“뭐, 이게 당연한 반응이지. 루시아. 너는 어떻냐?”
“…스승님은 비록 멍청하고 천박하긴 하지만, 적어도 거짓말을 하진 않습니다. 아마 교황이 미친 것이 맞다고 봅니다.”
“거 스승에게 너무하는 거 아니냐?!”
제자가 자신을 믿어주자(?) 예크만은 한숨을 푸욱 쉬며 동시에 낄낄 웃었다.
그리곤, 유렌을 힐끗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확실한 증거를 보여드리면 믿겠나?”
당연히 그럴 줄 알고 증거를 가져왔다는 얼굴을 하면서 말이다.
어차피 명성 높은 태양신의 교단과 그 교황이다. 갑자기 미쳐버려서 남들을 깡그리 죽이려고 한다고 해도, 쉽게 믿을 수 없는 것은 당연히 그 역시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유 있는 얼굴을 한 것은, 확실히 믿게 할만한 증거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끙차. 자, 먼저 이것부터.”
예크만은 품을 뒤지더니, 피가 조금 묻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읽을 만한 서류 몇 장을 유렌에게 건넸다.
“…이건!”
유렌은 어딘가 익숙한 서류를 받으며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은, 바로 교황이 직접 밑으로 내리는 성국 공식의 명령서였다.
‘태양의 무늬로 봐서 성국의 공식 명령서임은 틀림없어. 게다가 이 마지막 도장은…!’
거기에 서류 끝에 커다랗게 찍힌 태양의 문양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은, 마법사인 유렌에게도 확실히 알 만큼 거대하고 뜨겁게 느껴졌다.
‘…최소한 고위 사제급의 신성력. 아니, 애초에 이 도장은 확실히 교황의 것이 맞아.’
유렌은 전생에서도 자신의 상사가 받은, 이 교황의 도장이 찍힌 이 서류를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이 난민들은 신성국과 교황이 직접적으로 보호하니, 절대 손을 대지 말라.’라는 절절한 호소가 적혀 있는 글이었다.
아직 대전쟁의 초기이기도 했기에, 그에 감복한 제국의 지휘관들은, 왕국의 피난민들을 신성국으로 보내준 적도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 기억 속에 남아있던 신성력과 도장이, 지금 이것과 완전히 일치했다.
단, 글의 내용만은 전혀 달랐다.
[위대하신 태양의 교단과, 그를 받드는 달의 교단을 제외한, 이단의 종교를 믿고 있는 악의 싹들을 제거하라. 먼저….]
그 내용은 소란을 일으키지 않게 시골의 작은 마을부터 몰래 없애라고 적혀 있었다.
전생에서 본 자애와 사랑이 담긴 것과 완전히 정반대의 명령서를 본 유렌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구기고야 말았다.
“….”
“난 간신히 이것만 입수할 수 있었지만, 이런 종류의 명령서가 수도 없이 뿌려진 걸로 알고 있어. 뭐, 그것도 믿지 못하면, 이게 있지만.”
예크만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이번엔 작은 회색의 점토판을 꺼냈다.
그것을 알아본 유렌과 루시아의 눈이 동시에 한껏 커졌다.
“스, 스승님. 설마 신탁까지 받으신 겁니까?”
신탁.
신이 성직자에게 내린다는, 극히 희귀한 신의 명령서.
하늘에서 빛과 함께 작은 회색 점토판을 내려주는 것으로, 루시아 역시 신탁의 명으로 유렌과 만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예크만에게도?
“그래. 너만 받는 줄 알았더냐? 나도 아주 가끔은 받는단 말이다.”
“…그래서 얼마 만입니까? 설마 54년 만에 처음…?”
“크흠! 시끄럽다! 어쨌든, 내가 놈들이 뒤에서 학살을 하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이런 신탁이 내려오더군. 다 해석은 못 했지만, 거기 처음에 적힌 그 문구는 아마 교황이 맞을 거다.”
“…확실히 그렇군요.”
성직자만 읽을 수 있는 신탁의 점토판을 받은 루시아는, 그것을 읽으며 고운 이마를 찌푸렸다.
점토판과 유렌을 번갈아서 바라보며 말이다.
“이건….”
“해석하기 힘들지? 아아- 젠장. 데르빗이시여. 좀 간단하게 좀 내주시면 어디 덧납니까?”
유렌은 처음 만났을 때의 루시아와 같은 소리를 하는 예크만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피식했다.
역시 사제 간이긴 한가 보다.
“루시아. 거기에 적힌 것, 확실히 ‘교황’이 맞습니까?”
“…‘폭주하는 태양’을 저지하라고 쓰여있습니다. 아마, 저 명령서들과 조합하면, 틀림없겠지요.”
“그렇습니까….”
유렌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한번 눈을 질끈 감고야 말았다.
귀쟁이 놈들도 골치 아픈데, 커다란 사건이 벌어진 셈이었다.
‘…아니, 잠깐.’
그 순간, 유렌의 머리에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저번부터 적극적으로 나선 귀쟁이 놈들.
갑자기 미래와 다르게 변해버린 교황.
그 두 가지가 머릿속에서 이어진 것이다.
“어쨌건 믿어주건 말건, 그래서 날 도와주건 말건, 나는 그 교황을 막을 생각이오. 신탁이 내려온 이상, 데르빗의 종으로선 당연한 선택이지.”
예크만은 경박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지만, 조금 전과는 달리 그의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있었다.
아무리 불경하다 뭐다 해도 그는 성직자이자 사제.
신의 신탁을 무시하는 선택지는, 당연히 처음부터 있지도 않은 것이다.
만약 그 누구도 힘을 빌려주지 않는다면, 잡혀 죽는다는 것을 100% 알면서도 갈 것이다.
하지만, 그로선 다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일단 저는 가겠습니다. 아무리 거지같이 사는 스승님께 내려왔어도, 데르빗의 신탁은 신탁. 신을 모시는 제가 거절할 수는 없습니다.”
“…거, 제자야. 고맙긴 한데. 말이 좀….”
예크만이 기뻐하면서도 투덜거릴 그때.
“나도, 아니 우리도 가도록 하지.”
“!”
눈을 감고 깊게 생각에 잠겼던 유렌이, 결론을 내리며 눈을 떴다.
다소 혼란에 빠져 그의 흔들리던 그의 두 눈은, 이젠 망설임 없이 빛나고 있었다.
“저, 정말로?! 오오! 이거 여기까지 찾아와보길 잘했구만!”
그런 유렌을 보고, 예크만은 눈을 반짝이며 크게 기뻐했다.
마치 확률이 낮은 도박에 성공한 것처럼 말이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 상황이…”
한편 루시아는 순수하게 기뻐하지만은 못했다. 유렌의 현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유렌은 그런 루시아를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공국을 압박하고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
그렇다면 생각도 못 한 곳에서 또 튀어나온, 저 지긋지긋한 놈들을 다시 한번 때려잡을 기회였다.
제국의 황자와는 달리, 신성국의 교황은 상당한 강자.
그의 정신을 이상하게 할 정도라면 분명 귀긴 놈들도 한두 놈이 움직인 것이 아닐 터.
‘깡그리 박살을 내주마.’
유렌은 의욕을 활활 불태우며 기뻐하는 예크만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신성국에 남겨둔 아군은 있나? 있다면 연락은 어떻게? 그리고….”
“자, 잠깐! 백작! 하나씩 말해줘!”
루시아는 의욕에 불타는 유렌과 당황하는 스승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더니, 신탁이 적혀 있는 점토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 번 사는 자와 함께, 폭주하는 태양을 막아라.]
루시아 자신의 옛 신탁에 적혀 있었던, 유렌을 지칭하는 ‘두 번 사는 자’.
굳이 그녀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는 스스로 폭주하는 태양을 멈추러 뛰어든 것이다.
루시아는 마음속으로 신탁을 내려준 데르빗에게 감사하며 한창 계획을 세우고 있는 둘에게 향했다.
신의 계시대로, 폭주하는 태양을 멈추기 위해.
* *
신성국의 수도.
성도 테니라한.
그 한복판에, 가장 높고 가장 신성한 건물인 제 1교회.
태양신의 성지나 다름없는 이 거대한 교회의 한 방에서, 인자하게 생긴 한 노인이 조용히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태양신이시여…. 언제나 내려주시는 은총에 감사드립나이다.”
노인은 그 온화한 인상만큼이나, 부드럽고 자비로운 목소리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당신의 자비는 언제나 이 세상 전체를 비추고 있는데도….”
하지만 그 기도가 계속되자, 노인의 목소리는 조금씩 변했다.
마치 온화한 목소리에서 슬퍼 견딜 수 없는 듯한, 그런 절절한 목소리로 말이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이 세상엔 너무나 많사옵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다시 조금씩 변해갔다.
“당신의 제일가는 종인 이 제가, 지금껏 이것을 바라만 보며 그저 한탄만 했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없사옵니다.”
그 목소리는 슬픔과 한탄에서, 이글거리는 듯한 분노와 환희로 바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걱정하지 마소서. 태양신이시여! 어떤 자가 지혜를 빌려주었나이다! 이제는 당신의 이 땅에 내려주는 그 은혜만큼! 모두가 그 자비로움을 똑똑히 알게 하겠나이다!”
분노와 환희.
분명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지만, 분명 노인은 그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내뱉고 있었다.
이단자이자 위대한 태양신에게 대항하는 자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런 자들을 이제 모두 처리하는 방법을 알았다는 기쁨이, 이글거리는 그의 몸에서 한 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당신의 그 커다란 은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들은….”
태양 교단의 교황.
베딘 2세는 서서히 눈을 뜨며, 기도의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모두 불태워버리겠나이다. 그들이 이 세상에서 모두 사라질 때까지.”
그 청명한 두 눈 속에, 광기의 불꽃을 가득 불태우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