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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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67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66화 태양과 광신도 (1)
일주일 후.
왕국의 사절단은 제국을 떠나 왕국의 수도 베르헨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는 갈 때와 마찬가지로 제법 서두른 편이었는데, 사절단의 거의 대부분이 마법사라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사절단의 대표인 유렌과 그를 보조하는 툰드라는 곧바로 왕궁으로 향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슈나이더 백작. 그리고 툰드라.”
“귀국을 환영하네. 제국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했더군.”
여왕과 예니힌 노공작이 집무실에서 웃는 얼굴로 둘을 맞이했다.
왠지 모르게 그 웃는 얼굴에 황당함이 좀 섞여 있는 것 같긴 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대체 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여왕은 그녀답지 않게 예법도 생략한 채 서둘러서 물었다. 자세한 설명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평소라면 옆에서 한마디 할 예니힌 공작마저 눈을 반짝이며 유렌과 툰드라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그 역시 너무도 궁금한 얼굴이었고.
‘하긴. 나라도 그러겠지.’
유렌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차분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럼 먼저 제도에 들어가기 전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그렇게 유렌은 자신과 사절단들이 제국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시작했다.
그렇게 30분 후.
모든 설명이 끝나자, 여왕과 노공작은 여러 가지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마 그들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행동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보다 피해가 그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이 정말 기적이군요.”
여왕이 고운 이마를 찌푸려가며 중얼거렸다.
자신의 멍청한 오라버니, 그러니까 1왕자의 여러 폭주도 엘프의 짓이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1왕자를 뒤에서 조종해 자신들은 나타나지 않은 채로 한 일들이었다.
물론 머리가 많이 달린 드레이크가 등장하긴 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1왕자가 준비한 것이라는 핑계라도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이번 제국에서의 일은 달랐다.
“그렇습니다. 엘프 자신들이 노골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확실히 자네 말이 맞네. 스케일이 더 커진 것보다, 오히려 그게 더 눈에 띄는군.”
유렌의 개인적인 추측이긴 했지만, 그 문어 같은 마수나, 거대한 거인인 이프리트는 엘프의 육체를 희생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만약 그게 아니라고 해도, 이번에 엘프들은 누구를 방패로 쓰지도 않고 직접 자신들이 등장한 것이다.
3황자를 방패로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프리트를 불러냈으니까.
만약 지금까지의 놈들이라면 황자의 조종이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물러났을 테니까.
“놈들도 아무래도 초조해진 게 아닐까 싶어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겠죠.”
다른 이들이 그렇게 납득하는 사이, 유렌은 잠시 자신의 품을 뒤져 서류 더미를 꺼냈다.
“그리고 이것이 제국의 황제 폐하와 나눈 회담의 결과입니다.”
유렌은 황제와 계약을 맺은 이런저런 서류들을 여왕에게 전달했다.
이미 유렌에게 출발 전 그쪽의 전권을 주었었고, 그 후 메시지로도 짧게나마 보고받은 후였기에 여왕은 놀라지 않고 차분히 그 서류를 받아 읽었다.
“황제가 엘프의 존재를 확실하게 인지했군요.”
우선 여왕은 황제가 ‘엘프가 있다’라는 가정하여 짠 계획에 동참한 걸 알고는 미소를 지었다.
“예. 확실히 물증이 없어도, 황자의 증언과 이프리트의 등장이 컸습니다.”
“바로 코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니, 믿지 않기도 힘들겠죠. 그럼, 이제 제국과 함께 공국을 압박해야겠군요.”
여왕은 유렌이 짠 계획서를 훑어보며 핵심을 잡아 말했다.
유렌은 그 말에 동의하며 말을 이어갔다.
“예. 그렇습니다. 지금의 공국은 엘프의 뒷배를 가진 한 백작이 대공의 자리에 올라가 있죠. 저희에게 전쟁을 일으킨 자도 그자이고요.”
“…과연, 그래서 놈을 압박하면 엘프들의 세력도 등장할 거란 말이군.”
노공작의 중얼거림에, 유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어차피 놈은 공국 내의 인기도 최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멀쩡한 대공의 머리를 자르고, 무모한 전쟁을 일으켜서 패하기까지 했으니까요.”
유렌의 그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현재의 공국은 예전과 다르게 계속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쯤은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
“확실히, 저희와 제국이 한꺼번에 압박하면 새 대공은 더는 버티지 못하겠죠.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아주 크고요.”
“그렇습니다. 한편 엘프들로선 꼭두각시로 써먹을 나라 하나가 날아갈 판인데 그냥 내버려 둘 리는 없겠죠.”
지금까지는 거의 언제나 엘프가 먼저 선수를 쳐왔다.
그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막강한 힘을 가진 소수가 음지에 숨어있고, 이쪽은 공식적으로 그들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였으니까.
하지만 대륙에서 가장 커다란 두 나라의 지도부가 손을 잡고 불러내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이야기는 조금, 아니 많이 달라질 것이다.
“아, 그리고 3황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로 알아 왔습니다.”
“오, 그렇군. 미리 온 보고서에는 상당히 괜찮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
유렌의 말에, 노공작이 반갑다는 듯 얼른 물었다.
“예. 일단 왕국에 대해 많은 호의를 가지고 있으며, 아무래도 엘프에게 직접 당한 피해자이니만큼 그들에게 휘둘려 양국의 사이를 멀어지게 할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능력이나 인품 부분도 떨어지는 부분은 전혀 없었고.”
“맞아요. 제가 봐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유렌과 툰드라의 확신 어린 말에, 노공작의 얼굴이 밝아졌다.
여왕의 결혼은 사실상 필수적인 일인데, 그것이 좋은 쪽으로 활짝 펼쳐진 것이다.
“…흠, 흠. 일단 제국의 3황자에겐 제가 나중에 초대장을 보내도록 하지요. 두 분의 안목을 믿긴 하지만….”
여왕은 살짝 부끄러운 듯, 헛기침하며 그렇게 이야기를 끝냈다.
툰드라가 그런 여왕을 보며 장난스럽게 슬쩍 미소를 지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공적인 자리. 딱히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어쨌건,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슈나이더 백작.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여왕이 말을 돌려 유렌을 칭찬하자, 그는 슬쩍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아닙니다. 이 정도는 당연합니다.”
그리고 마음속 진심을 담아 말을 이었다.
“앞으로 그놈들을 상대하려면, 더더욱 바빠져야 할 테니까요.”
그래, 그 망할 놈들을 끌어내 한꺼번에 처리하기 전까지는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으니까.
유렌은 이미 어딘가에서 손을 뻗고 귀쟁이들을 생각하며, 마음속 커다란 불을 활활 불태웠다.
* *
「어서 돌아오세요!」
그날 밤. 파워 오브 스태프의 마탑 건물.
왕국에서의 알현을 마치고 돌아온 유렌을, 아메리아가 금발의 머리를 반짝이며 반갑게 맞이했다.
“고마워.”
「이야기는 레이칸과 셀레나에게 많이 들었어요! 세상에! 어떻게 놈들이 그렇게 막 나갈 수가 있는 거죠?」
아메리아는 유렌을 본 기쁨과 제국에서 들은 이야기의 경악이 합쳐져 상당한 흥분 상태에 빠져 있었다.
통- 통-
그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제자리에서 퐁퐁 뛰는 것을 보자, 유렌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조금 나왔다.
“놈들이 초조한 나머지 여러 가지로 손을 급하게 쓴 거야. 다행히 큰 피해 없이 막았으니 괜찮아.”
「확실히 그렇네요!」
아메리아는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며, 그동안 마탑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유렌이 마탑을 비운 기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길지 않은 시간.
특별히 알아야 할 커다란 변화는 없었다.
딱 한 가지만 제외하면 말이다.
“몰래 마탑에 침입하려는 놈들이 있었다고?”
「네. 물론 모두 막긴 했지만요. 최근엔 거의 없어졌다시피 했었는데, 당신이 자리를 비운 기간에만 5번이나 발견했어요.」
“흐음.”
「다만, 그 들을 발견한 것이 전부….」
유렌은 이어지는 아메리아의 메시지에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사실 이런 정치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여러모로 유명한 마탑에 침입자가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절도나 암살, 혹은 정보 탐색 등 여러 가지로 노림 대상이 되어 있을 테니까. 굳이 상대가 엘프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들을 발견한 것이 모두 한 사람.
소드마스터 루카스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녀 정도가 아니었다면, 즉 마스터 급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침입 자체를 알지도 못했다는 소리인데.’
그렇다면, 확실히 보통의 놈들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을 골라 보낼 수 있는 집단은 그리 많지는 않을 테고.
‘이따 루카스를 만나 침입한 놈들에 대해 물어봐야겠군.’
아마 그녀도 그들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대강 놈들의 실력에 대해 들을 수는 있을 테니.
「…그래서 그들은 모두 자결했기에 정체를 밝히지는 못했어요. 죄송해요.」
“아니야. 애초부터 그렇게 목숨을 끊을 준비를 다 하고 온 놈들이니까.”
다소 칙칙한 이야기를 한 아메리아의 얼굴이 잠시 어두워졌다가, 다시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화악 밝아졌다.
「아, 그러고 보니 제도에서 6레벨에 오르셨다면서요? 정말 축하드려요! 정말 대단해요, 이렇게 짧은 시간에 젊은 나이로 6레벨에 오른 건은 없었는데요.」
아메리아는 진심으로 기쁜 듯 다시 한번 싱글싱글 웃으며 유렌을 축하했다.
“고마워.”
진심으로 기쁜 듯한 그녀의 얼굴을 보자, 침입한 자들에게 신경을 쓰던 유렌의 기분도 조금은 풀어졌다.
「최근 6레벨에 오른 이들이 없다시피 한 만큼 화제에요.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이렇게 젊은 나이에 오른 건 거의 수십 년 만에나 나타난 일이고….」
“…?”
아메리아의 메시지를 듣던 유렌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잠깐, 젊은 나이에 마스터의 자리에 오른 이가 자신뿐이라고?
아니다, 분명히….
‘윽-.’
그 순간.
유렌은 머리에서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꼈다.
‘…착각인가.’
유렌은 곧 자신의 머리에 떠오른 의문을 지웠다.
그리고는 다시 아메리아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작게 걸리는 무언가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 *
“하압-!”
그날 밤.
회색 성직자 복을 챙겨입은 루시아는, 마탑의 숙소 밖, 제법 떨어진 곳까지 나와 철퇴와 너클을 동시에 휘두르고 있었다.
부웅-!
루시아의 오른손에서, 힘과 폭력의 신의 성물인 철퇴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공기를 갈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쇠사슬에 감긴 너클이 루시아의 왼손에서 휘둘러졌다.
몇 미터 앞에서,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주먹이 쇠사슬에 휘둘러져 허공을 갈랐다.
‘좋군요.’
루시아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쇠사슬을 담아 너클을 회수했다.
철그렁-
너클은 쇠사슬과 부딪히며, 금속 특유의 소리를 내며 루시아의 손으로 안착했다.
너클에 온통 삐쭉삐쭉 날카로운 가시가 달려있었지만, 그녀의 손엔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한 채 말이다.
루시아는 자신의 손에 회수한 너클을 보며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주먹 부분에는 흉악한 가시가 달려있고, 양 손 사이에 기다란 쇠사슬이 달린 괴상한 디자인의 너클.
하지만 오로지 철퇴만 휘두르던 루시아에겐, 제국의 보물고 안에서도 한눈에 들어온 무기였다.
파아앗-
일단 첫 번째로 좋은 것은, 이 너클이 신성력이 잘 흡수되는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신성물인 철퇴만큼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무기보다 훨씬 신성력이 쑥쑥 잘 들어가 증폭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금속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드워프에게 물어봐도 아마 특정 고대신이 축복을 내린, 변질한 금속일 것 같다는 대답밖에 듣지 못했다.
즉, 현재의 드워프들도 쉽사리 만들어 내지 못하는 금속이라는 것이다.
‘근접전도, 중거리전도 죄다 가능하다는 점도 맘에 듭니다.’
게다가 상대의 허를 찔러 중거리의 적을 공격하기도 좋았다.
설마 철퇴를 든 성직자가, 갑자기 쇠사슬에 달린 뾰쪽한 너클을 집어 던지리라곤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그야 있을 리가 없겠죠.
항상 기발한 방식으로 싸우는 유렌에게 물어도, 어이없는 얼굴로 단칼에 없을 거라 장담했을 정도다.
하긴 자기 자신도, 적대적인 성직자가 이렇게 나오면 굉장히 놀라서 허를 찔리고 말 테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맘에 든 것은….
“후훗. 이 예술적일 정도로 폭력적인 모습! 정말로 멋집니다!”
루시아는 조용히 자신의 앞에 흉악한 철퇴와 너클을 내려놓고는,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역시 힘과 폭력의 신. 데르빗 님을 모시는 자라면, 이 정도는 가지고 다녀야….”
루시아가 그렇게 자신의 취향을 모시는 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동안, 조금 떨어진 출입소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 그러니까. 빨리 불러달라니까! 날 보기만 하면 바로 될 거라고!”
“그러니까, 먼저 신분부터 증명을…!”
“…?”
그것을 본 루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쪽으로 다가가 옥신각신하는 무리에게 말을 걸었다.
“이 밤중에 대체 무슨 일입니까?”
“아, 루시아 님!”
그중 몇 사람, 그러니까 이 마탑 지역의 경비를 서고 있는 이들은 루시아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지금 루시아 님을 찾아온 사람이 있는데, 신분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서 쫓아내려던 참….”
“…루시아?! 루시아라고?!”
그 순간.
경비대와 옥신각신하던 남자가 크게 소리치며 순식간에 그들을 제치고 루시아의 앞으로 다가왔다.
경비대 역시 마법사임을 생각하면, 놀라운 움직임이었다.
“…어어?!”
“루시아 님! 조심하십시오!”
“이 자식!”
당연히 멋대로 침입당한 경비대는 남자에게 적의를 드러내며 경보를 울리려 했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하지만, 곧 그들의 움직임은 루시아의 고함으로 인해 멈췄다.
눈을 동그랗게 뜬 루시아가, 반은 거지꼴인 장년의 사내를 경악한 얼굴로 바라보며 소리친 것이다.
“스… 스승님?!”
“그래! 그래! 나다! 네 스승이자, 데르빗의 첫 번째 종! 예크만이다!”
북서쪽 신성국에서 피비린내 나는 소식을 가져온 성직자.
예크만은 오랜만에 만난 제자 앞에서, 활짝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