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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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63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62화. 제국의 마법사 (16)
“…허. 이거 정말로 믿어지지 않는군.”
유렌에게 엘프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황제는 할 말을 잃었다.
엘프.
이미 예전에 멸망했다고 생각한 종족의 이름이 처음으로 나왔을 때, 황제는 황당한 눈으로 유렌을 바라보았다.
만약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이 유렌이 아니라 다른 이였다면, 즉시 면박을 주며 방에서 내보냈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나가버리거나.
그렇지만 상대가 상대고 상황이 상황이다.
황제는 처음에는 혼란에 빠졌었지만, 유렌과 한 약속도 있어 잠자코 계속 들었다.
‘…으음.’
하지만 황제는 점점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최근 대륙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건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었다.
“…공국의 쿠테타는 너무 이상한 점이 많았네. 이쪽도 조사는 했지만, 어딘가에서 전부 끊긴 느낌이었지.”
“그것도 놈들입니다. 아니, 놈들이니까 가능한 것이었죠. 물론, 공화국이나 성국에서 시끄러웠던 것도 그랬고 말입니다.”
황제는 공국에서 대공이 목이 잘린 쿠데타와, 그 후 왕국에게 선전포고했던 전쟁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현재 대공 자리에 앉아 나라를 망치고 있는 그 멍청이는, 제국의 정보부가 알기론 그저 평범 이하의 백작에 불과했다.
그런데, 막상 쿠데타가 일어나자 듣도 보도 못 한 기사단과 마법사들. 그리고 병사들까지 어디선가 솟아난 것이다.
“그때, 공국 편에 있던 소드마스터 하나가 저의 수하에 있습니다.”
“…! 뭐라?!”
유렌이 스스로 밝히는 숨겨진 전력에, 황제는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국에 충성을 바치는 소드마스터 역시, 겨우 두 명뿐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저 유렌의 수하에는 스피어 마스터가 있을뿐더러, 또 다른 소드마스터가 있다고 한다.
그럼, 최소한 마스터의 전력만 따지면, 저 백작과 제국과 동등하다는 말이 되어버린다.
“비록 그녀는 현재 왕국에 있긴 합니다만 얼마든지 증언할 수 있습니다. 엘프에게 저주받아 몇 년이고 강제로 그들을 위해 일했다는 증언 말입니다.”
덤으로 스피어 마스터인 메링겔 또한 증언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이 예전의 원한으로 엘프들을 쫓고 있으며, 실제로 어제도 그 엘프와 부딪혔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선 마스터 급만 2명. 그리고 아마 슈나이더 백작은 그보다 더 강하겠지.’
단순한 인간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강한 이들 중 3명이나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아무리 시체 등 물질적인 증거들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물론 모두 슈나이더 백작을 따르는 몸이라는 것이 걸리긴 하지만.’
하지만 황제의 그 얼마 안 남은 걸림마저, 곧 깨졌다.
“확실합니다. 폐하.”
바로 부름을 받고 온 3황자가, 자신이 똑똑히 엘프를 보고 느꼈다며 들어와 증언한 것이었다.
“당시 너는 놈들에게 조종당하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그 상황에서 확실하게 놈들이 엘프인지를 느낄 수 있었느냐?”
“예. 그렇습니다. 슈나이더 백작이 준 마도구 덕에 의식 자체는 무사했었으니까요. 오히려 제가 완벽하게 조종당한 줄 알고 제 앞에선 더 숨기지도 않더군요.”
3황자는 자신의 앞에서 푸른 머리의 의족을 단 엘프, 페르듄이라는 엘프의 특징에 대해서 이것저것 설명했다.
그가 정 안 되면 작은 조각상을 이용해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겠다고 말한 것을 들은 것도 말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마 그 불의 거인이 조각상과 상관이 있는 듯합니다.”
“…과연, 그렇군.”
황제는 3황자의 말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유렌의 말대로 공국과의 전쟁과 왕도에서 일어났던 1왕자의 그 멍청한 쿠데타.
그리고 얼마 전 제국의 네루닌이라는 작은 영지에서 나온 커다란 마수.
거기에 어제 제도에서 일어난 그 사건들까지.
이 사건들에서 어느 정도 공통점이 보였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활용 불가능한 마수들의 등장이었다.
“공국과의 전쟁에서도 대량으로 마수들의 부대가 등장한 것이 있습니다. 이는 이미 제국에 알려져 있겠죠.”
“으음. 그래. 그건 나도 알고 있네.”
거기에 왕도에서 일어난 1왕자의 쿠데타.
거기서도 머리 다섯 개가 달린 괴상한 드레이크가 왕궁에 난입했다고 했다.
이는 유렌이 딱히 말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베르헨의 사람들이 봤기에 당연히 황제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거기에 네루닌에 나타난, 문어 형태의 괴수. 그리고….’
어젯밤에 등장한 거대한 불의 거인.
어떻게 봐도 수십 년 만에 한 번 등장할까 말까 한 괴물들이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대량의 사람들이 목격한 것만 따져도 말이다.
그렇다면, 필시 이는 뒤에서 어떤 조직이 틀림없이 관여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혼란을 꾸미고, 그런 마수들을 만들어 내는 것들이 개인이 할 짓은 절대로 아니었으니까.
거기에 마스터급의 강자들과, 놈들을 직접 보고 경험한 3황자의 증언까지.
황제는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솔직히 전설의 종족이라는 엘프가 나타났다는 건 믿기지 않네. 하지만 확실한 건, 뒤에서 이런저런 사건을 치고 다니는 놈들이 존재한다는 거겠지.”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죠.”
“그래. 그리고 그놈들에 대해선 자네, 슈나이더 백작이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 같고. 그래, 최소한 그 고대 종족의 이름을 자칭할만한 존재겠지.”
황제는 서서히 고개를 끄덕이며 유렌의 주장에 동의했다.
사실, 황제의 입장에선 그 단체가 엘프가 확실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놈들이 충분히 엘프라는 이름을 자칭할 정도로 능력이 있으며, 그것이 제국 및 다른 나라들을 망가뜨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슈나이더 백작이 없어도 놈들과는 맞서야 하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왕국과 슈나이더 백작과 손을 잡는 게 백번 나은 선택이지.’
저만한 전력을 아군으로 두는 것보다 든든한 일은 없다. 이미 뒷선에서 움직이는 놈들의 존재를 확신한 황제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다만, 공식적으로 놈들이 존재한다고 발표는 힘들걸세.”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정도까진 바라지 않습니다.”
한편 유렌도 황제의 반응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이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윗 사람이 ‘알고 있다’와, ‘모른다’는 이후 대응에 있어서 너무나도 큰 차이를 주니까.
왕국과 제국의 지도자.
대륙에서 가장 커다란 나라의 두 지도자가 그 상대의 존재를 알고 믿으며 따라주는 것.
이것은 차후 유렌에게 엘프를 상대하는 데 있어 정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서로에게 굉장한 이득이라는 것이다.
‘좋군.’
유렌은 미소를 짙게 지으며, 자신이 생각해온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 귀 큰놈들을 최대한 괴롭히며 압박할 수 있는, 그런 계획들을.
“…호오.”
“과연!”
유렌의 말을 들은 황제와 3황자는 자신들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 *
몇 시간 후.
보안에 엄중한 황궁 안에서도, 황제의 침실과 함께 가장 엄중한 어느 장소.
그곳의 앞에서 루시아는 왠지 안절부절못하며 함께 온 유렌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아, 음. 정말로, 폐하께서 저까지 허용해주신 것이 맞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유렌 대신, 옆에서 안내 역으로 온 3황자가 싱긋 웃으며 루시아에게 대신 답했다.
“슈나이더 백작은 물론이고, 성녀께서도 엄청난 공을 세우시지 않으셨습니까? 저의 저주도 풀어주시고 말이죠.”
3황자는 최대한 웃으며 말하려고 했지만, ‘저주를 풀다’는 단어를 입에 담는 순간 부르르 떠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으윽. 몸이 저절로 떨리는군.’
물론 그는 당연히 저주를 풀어 준 루시아에게 감사하며, 그 예우로 ‘성녀’라고 높여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감사는 감사고, 몸이 멋대로 두려워하는 건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해주 때문에 온몸의 뼈가 박살이 나도록 맞으며 회복 마법이 걸린 지 하루가 채 안 되니 무리도 아니었다.
“혹시 아직 어딘가 아프십니까? 부러진 뼈들은 다 고쳐놨다고 생각했는데…”
“아, 아닙니다! 멀쩡합니다!”
그 반응에 의아한 루시아가 다가가며 그렇게 묻자, 곧바로 3황자는 식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설마 황궁의 보물을 가져가도 좋다고 말씀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유렌은 그런 3황자를 보다 못해 쓴웃음을 지으며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유렌이 봐도 벌벌 떨고 있는 그가 좀 불쌍해 보이긴 했으니까.
“부, 분명 요 수십 년간 없던 일이긴 하지만, 저는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두 분께선 저와 이 제도의 수많은 시민을 살리신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유렌이 끼어들자 안색이 회복된 3황자가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대략 1시간 전.
유렌의 계획을 차분히 들은 황제가 그것을 승낙하고는, ‘황궁의 보물고’에 들어가 원하는 것을 가져가도 좋다고 허가를 내렸다.
그것도 유렌뿐만이 아닌 루시아까지 같이.
-…정말이십니까?
-음. 정말이네. 아, 물론 국보는 안 되지만 말일세. 부디 그것만 피해주게나.
유렌이 황제의 말에 진심으로 놀란 것은, 황궁이 ‘보물고’를 얼마나 아끼는지 이미 전생에서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땐 이미 황제가 바뀐 후였지만, 대전쟁에서 몇 번이나 승리한 전생의 자신 역시 보물고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유렌 혼자뿐만이 아니라, 루시아까지 같이 허가를 내려 준다?
황제가 이 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유렌의 계획에 확실하게 타겠다는 조용한 지지이기도 하고 말이다.
‘뭐, 준다는데 거절할 필요는 없지. 여긴 확실히 귀한 물건들이 많으니까.’
그런 면에서, 전생에 다음 차기 황제 자리에 올랐던 2황자는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그 귀하다는 보물들을 전통이라는 것에 매달려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통째로 왕국에 점령당했으니까.
“자, 들어갑시다. 아, 그 전에.”
3황자는 황제에게서 받은 열쇠를 들고는, 보물고의 문 앞에 서 커다란 자물쇠를 열었다.
우우우웅-!
열쇠와 자물쇠는 잠시 강하게 빛나더니, 덜커덕하며 문이 열렸다.
열쇠는 쓴 사람이 황족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인식하고 문이 열린 것이다.
기사의 나라, 제국. 그 황궁에 있는 몇 안 되는 고대의 마법 장치 중 하나였다.
“이 안쪽으로 오십시오.”
유렌과 루시아는 3황자의 안내로 보물고에 들어가 안을 둘러보았다.
우선, 가장 바깥쪽에 있는 이곳은….
“와아-.”
“호오.”
제법 큰 창고인 이곳엔, 말 그대로 산더미처럼 쌓인 귀한 재화들이 그득히 쌓여 있었다.
금색으로 빛나는 고대의 금화들과 각종 색상의 귀한 보석들. 그리고 번쩍이는 장신구들.
이 커다란 나라를 몇 년 정도는 먹여 살리지 않을까 할 정도의 보물들이었다.
“이곳은 만일을 위한 재보들입니다. 나라에 커다란 위기가 생기면, 먼저 필요한 것은 역시 금일 테니.”
‘…아. 그때의 그 보급 자금이 이거였군.’
유렌은 이 보물고에 있는 재화들을 보자, 문득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대전쟁이 터지고 수년 후.
현재의 황제가 승하하기 조금 전, 갑자기 형편없었던 보급이 단숨에 좋아졌던 시기가 있었다.
왕국의 일부까지 쳐들어가 반격했었던 때가, 바로 그때였다.
물론, 전쟁이 길어지고 새로 황위에 오른 황제가 보급을 되돌려 그 활약이 오래가진 못했지만 말이다.
‘당시에도 황제께서 사제를 팔아서 보급을 했네. 뭐 이런 소문이 들렸었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군.’
덜컹-
당연하지만 유렌과 루시아는 이런 재화들엔 아무런 손도 대지 않았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닐뿐더러, 이런 보석 몇 개를 챙기는 것보다 훨씬 귀중한 것들이 안쪽에 있다는 것 정도야 알고 있으니까.
조금 더 안에 있는 두 번째 창고는, 첫 번째 창고보다는 조금 작았다.
그곳에는 온갖 두꺼운 책들 수천 권이, 커다란 책장 안에 빼곡히 박혀있었다.
“…옛날 고서들이네. 그런데 아무리 귀하더라도, 왜 이런 것들이?”
유렌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3황자는 책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백작. 혹시 고대어는 읽을 줄 압니까?”
“예. 어느 정도는.”
“그럼, 제목만 봐보십시오. 바로 알 수 있을 테니까.”
“…?”
유렌은 책장으로 눈을 돌려 가장 자신과 가까운 책의 제목을 읽었다.
‘오만한 태양신의 검은 흑점들…. 허. 이건.’
유렌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제목을 보고, 재빠르게 눈을 다른 책들로 돌렸다.
“…죄다 금서투성이군요. 그것도 이미 세간에는 다 불타버렸다고 알려진 책들이고.”
“맞습니다. 백작. 저는 고대어는 읽을 줄은 모르지만, 대강 그런 내용의 금서들이라고 하더군요.”
“호오.”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기사의 나라인 제국.
그곳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황궁의 보물고에, 이런 금서들이 널려있다니.
“10대 전의 황제께서, 세간에 떠돌면 위험해지는 금서들을 전부 모으셨습니다. 하지만 불태우면 인류의 지식을 버리는 것이라고 하셨죠.”
“허어.”
제국인답지 않은 사고방식에 유렌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자신도 이곳에 이런 금서들이 보관되어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다른 보물과는 별개로 한 권은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폐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정말입니까?”
“예. 단, 여기 황궁에서 나왔다는 말은 절대 금물입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렌은 금서를 한 권 챙겨 차원의 주머니에 넣은 후, 다시 황자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갔다.
세 번째와 네 번째를 지나, 다섯 번째 창고.
끼이익-
그곳의 문을 열자, 유렌과 루시아의 눈이 동시에 반짝였다.
잘 정리된 금속과 가죽의 냄새가 풀풀 풍겨 왔다.
귀한 무기와 갑옷 등이 널려져 있는, 무구 창고였다
“대단하군요. 드워프의 물건에 지지 않는 것들도 많이 있어 보입니다. 아니 어쩌면 더 뛰어난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이미 많은 드워프들의 장비를 보며 눈이 높아진 루시아가 그렇게 말하자, 유렌 역시 동의했다.
“확실히. 그렇군요.”
유렌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이곳 대부분의 무구에서 드워프 특유의 제작 방식을 보았다.
아마도 드워프들이 엘프와의 전쟁에서 패하기 전. 아직 전성기의 그들이 힘껏 만들었던 무구들로 보였다.
“흐음. 이것 꽤나 좋아 보이는군요.”
루시아는 콧노래를 부르며,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주먹 너클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히익-”
그리고 그 장면을 보며 흠칫하는 3황자를 보곤, 유렌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힘과 폭력의 신을 모시니, 자신도 모르게 저런 것에 관심이 갈 수도 있겠군.’
유렌은 제법 널찍한 창고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새로운 무기. 그것이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가?
‘화이트 드래곤의 뿔로 만든 이 스태프. 분명 좋아. 하지만….’
유렌은 새하얀 스태프를 꺼내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분명 모자랄 것 없는 좋은 무기임은 확실했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기엔 약간 부족해 보였다.
특히 이제부터 엘프와의 전투는 더더욱 격렬해질 터.
‘뭔가 조금 더…. 차라리 창날을 끝에 다는 게 나으려나?’
마법으로 마력으로 창이나 망치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역시 기본 토대가 되는 금속이 있으면 위력은 더 배가되었다.
다만, 그러면 무기의 종류가 아예 고정되어 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그때.
고민에 빠져 이런저런 무기를 둘러보는 유렌의 눈에, 뭔가 꿈틀거리는 은색의 무언가가 스쳐 갔다.
“음?”
그리고 그 순간.
파앗-!
무기들 사이에 있던, 금속색의 슬라임 같은 무언가가 유렌을 덮쳐왔다.
“흡!”
터엉-!
유렌은 재빠르게 스태프를 휘둘러 슬라임 같은 것을 후려갈겼지만, 놀랍게도 그 괴생물체는 별 타격이 없는 듯 주르륵 뒤로 흘렀다.
마치 이쪽을 경계하듯 말이다.
‘…뭐지? 이건? 몬스터? 어째서 황궁의 보물고에 이런 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유렌의 눈에 황당함이 깃들었다.
뭔가를 가져가려 했지 몬스터와 싸우려 들어 온 것은 아니었으니까.
‘잠깐….’
아니, 그것보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백작! 무슨 일 입니…어?!”
그 소리에 조금 뒤에 있던 3황자가 허겁지겁 달려오다가, 유렌의 앞에 있는 금속의 괴생물체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저, 저건 형상 기억 합금? 저것이 왜 밖에 나돌아다니지?!”
“…전하. 죄송하지만 방금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유렌은 황자의 말을 듣자 뭔가가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분명 저 이름 그대로는 아니었지만, 비슷한 것이….
“저, 저건 형상 기억 합금입니다. 분명 고대의 연금술사가 만들었지만, 금속에 의지가 있어 다루기가 거의 불가능해 이곳에 봉인했다 했는데. 설마 풀렸을 줄은.”
“호오. 그렇습니까?”
설명을 듣자 유렌은 확신했다.
분명 저것은 전생의 전장에서 유명했던 그것이 틀림없었다.
‘설마 저것이 이 보물고에서 나온 것이었을 줄이야.’
그리고 현재의 자신에게 딱 맞는 물건이기도 했고.
푸쉬익-!
“전 이걸로 하겠습니다.”
유렌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합금을 바라보며, 씨익 하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