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60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60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59화. 제국의 마법사 (13)
정령.
자연에 존재하는 마력과 원소를 극대화시켜 만들어내는 마법 생물체의 일종.
먼 옛날엔 엘프들이나 수인들이 자주 만들어내 썼다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역사의 표면에서 사라진 존재들.
현재는 왕국의 한 괴짜 마탑과, 소수의 마법사만이 연구하는 극히 보기 드문 존재다.
하지만 지금 유렌과 기사들은 물론이고, 제도의 많은 사람이 멍하니 보고 있는 거대한 거인은, 틀림없이 정령이었다.
“우, 우와아아악-! 커, 커다란 괴물이!”
“모, 몬스터인가?!”
“몬스터가 왜 제도 안에?!”
하지만 일반적인 시민들은, 그것을 정령이라고 인식하지 못하였다.
사실 너무나 당연했다. 한밤중에 갑자기 나타난, 신장 수십 미터의 거대한 불의 거인을 누가 그 희귀한 정령이라고 보겠는가.
쿠우웅-!
불의 거인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발을 움직이는 속도는 별로 빠르지 않았지만, 워낙 보폭이 커다란지라 순식간에 긴 거리를 쑥쑥 나아갔다.
화르르르륵-!
그리고, 그 발자국이 팬 곳에는 강력한 화염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비록 교외에 가깝다곤 하지만, 제도의 일부가 불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부, 불이다!”
“저 거인이 불을 질렀다!”
“부, 불이 안 꺼져! 이거 보통 불이 아니야!”
게다가 이프리트에게서 나온 화염은, 보통의 물로는 꺼지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그 온도가 너무 높아서, 어지간한 물의 양으론 가까이 가기도 전에 모두 증발해버린 것이다.
그런 강렬한 화염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거인이, 반쯤 부서진 황자의 저택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쿠웅-! 쿠우웅-!
수십 미터에 달하는 그놈이 다가오는 모습은, 황자는 당연하고 기사들마저도 몸을 떨게 했다.
“슈, 슈나이더 백작. 혹시 저건 그놈이….”
“네, 맞습니다.”
3황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유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놈이, 놈들이 불러온 정령. 이프리트입니다.”
“저, 정령?”
“화, 황자 전하를 조종한 놈들이 저걸 소환한 겁니까?”
“대체 어떤 놈이길래…!”
“조용.”
기사들이 혼란에 빠져 질문이 많아진 그 순간, 유렌은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단번에 그 장소에 침묵을 불러왔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놈 때문에 도시는 불타기 시작했고, 또 저놈은 황자 전하를 노리고 있다. 그럼 기사가 할 일은 뭐지? 혼란에 빠져 마법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
유렌의 그 날카로운 말에, 기사들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래. 지금 그의 말이 전부 맞았다.
자신들은 황족과 제도, 그리고 시민들을 지켜야 할 기사들.
자세한 것은 나중에 알아도 된다. 지금은 모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유렌은 기사들의 눈빛이 바뀌고 있는 것을 보곤 대장 격인 노기사 노빅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기사들을 속히 셋으로 나눠서 움직여라. 한 팀은 병사들을 집합시켜 시민들의 피난 시키고, 다른 팀은 성으로 가 대 공성용 장비를 가지고 와 놈을 노리는 거지. 그리고 마지막은 황자 전하를 지켜가며 물러나고.”
“고, 공성용 장비 말입니까?”
“그래. 마법 성벽을 파괴하기 위한 대 공성용 무기는 여기에도 어느 정도는 보유해 놨을 터.”
“…확실히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해주는 유렌의 말에, 모든 기사의 눈이 커졌다.
그들은 베테랑이라곤 하지만, 전장을 오래 겪은 세대가 아니라 이런 긴급 시의 혼란한 상황의 경험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유렌이 빠르게 내리는 지시 속에선, 이런 상황에서 수없이 많이 굴러 본 것 같은 침착함과 정확함이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나라가 아닌데도 무슨 전력이 있는지 짐작하는 예리함까지 말이다.
기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 지시에 따르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라그너! 너는 페리슨과 함께…!”
기사들이 각자의 역할을 찾아가는 그 사이.
“끄르르르르르-!!”
아직 거리가 있던 그 불의 거인은, 입을 쩌억 하고 벌리더니 주변의 모든 이들이 떨리는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푸화아아아악-!!
그리곤 그 입에서 거대한 하얀 화염을 이쪽으로 쏘아냈다.
“으윽-!”
“여, 열기가!”
아직 하얀 화염은 저 멀리 있는데도 이쪽의 온몸이 다 타버릴 것 같은 압도적인 열기가 느껴졌다.
특히 몸이 약한 편인 황자가 ‘죽음’을 느낀 그 순간.
사아아아아-
순식간에 주변의 온도가 내려가더니, 유렌의 주변이 강렬한 한기로 뒤덮였다.
쿠웅-! 쿠웅-!
마력을 강하게 증폭시켜 뽑아내는 유렌의 커다란 심장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새하얀 얼음의 역장이 넓은 범위에 펼쳐졌다.
퍼어어어엉-!!
무엇이든 불태우는 화염과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얼음이 만나면 어떠한 소리가 날까?
황자와 기사들은 지금까지 그 답을 몰랐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바로, 서로 폭발하는 듯한 커다란 소리였다.
퍼어어어엉-!
유렌의 새하얀 얼음의 역장은, 처음엔 하얀 불꽃을 잘 막아내는 듯했지만, 그리 길게 가진 못했다.
거인이 뿜은 거대한 하얀 불꽃이, 점점 크기를 키워 유렌의 역장을 옥죄어 가고 있었다.
‘이렇게 범위가 넓은 방어 마법은, 아무래도 강도가 떨어지는군.’
유렌은 자신들을 포위한 하얀 불을 노려보며, 그 즉시 대응 방식을 바꿨다.
유렌의 새하얀 스태프 끝에 있던 붉은 보석이 더더욱 빨갛게 빛나더니. 역장이 소용돌이처럼 회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웅웅웅웅-!
그렇게 빙글빙글 돌던 역장은 모습이 바뀌어 일그러지더니, 곧 정면으로 받던 화염을 회전시켜 뒤쪽 하늘로 비스듬히 올려보냈다.
푸화아아아악-!
하늘로 올라간 새하얀 화염은, 뒤쪽의 밤하늘을 마치 낮처럼 밝게 비췄다.
그렇게 30여 초.
마침내 거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 화염이 그치자, 유렌의 하얀 역장 또한 동시에 사라졌다.
“…대, 대단하군.”
“방금 것이 없으면, 우리는 이미 다 죽었어.”
기사들은 질린 표정으로, 유렌의 역장에 포함되어 있지 않던 주변을 바라보았다.
저택의 잔해는 재조차 남지 않았고, 돌로 된 바닥마저 죄다 녹아 흐물흐물해져 있었다.
“자, 빨리!”
유렌의 호통에, 기사들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재빠르게 달려 나갔다.
한 팀은 시민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한 팀은 황성에 보고와 저놈을 공격할 무기를 가지고 오기 위해.
그리고 마지막 팀은 3황자를 안전한 장소에 모시기 위해.
“자, 잠깐! 백작, 백작은 어떻게 할 겁니까?”
노빅의 어깨에 매달려 있는 3황자가, 점점 멀어져 가는 유렌에게 소리쳤다.
그가 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 규격 외의 괴물이 다가오는 것을 보니 유렌은 너무나 작아 보였던 것이다.
쿠우웅-! 쿠우우웅-!
저 거인이 한번 걸을 때마다 제도가 울리고, 땅이 불탔으며, 밤하늘은 점점 밝게 빛났다.
방금 전 화염을 생각하면, 절대로 가까이 있고 싶지 않은 상대.
하지만 자신을 구해준 마법사는, 성직자와 같이 그 괴물에 맞서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야 끝내 버려야죠.”
그 특유의 그 자신만만한 목소리와 함께.
* *
-흐음. 막았는가? 역시 보통 놈이 아니로군.
엘프의 중심이 되는 세 부족 중 하나인 ‘메유’족의 족장.
레이티아의 의식은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유렌 슈나이더를 보며 흥미를 느꼈다.
현재 이프리트라는 거대한 정령을 조종하는 의식체는, 바로 레이티아였다.
그녀의 본체는 멀리 떨어진 엘프들의 숲 깊숙한 곳에 있지만, 레이티아의 의식체는 페르듄의 육체를 제물로 삼은 이프리트의 안에 들어와 있었다.
-페르듄. 그놈은 자신이 직접 이 이프리트를 조종 후 소멸한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럴 리가 있나. 놈에게 더는 돌아갈 기회는 없지.
애초에 임무에 두 번이나 실패한 놈이었다.
마지막 이프리트까지 그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레이티아는 조각상을 매개체로, 그의 육체와 마력을 통째로 제물로 삼아 이프리트를 소환했다.
그리곤 자신의 의식을 일시적으로 옮겨, 먼 거리에서 이렇게 조종 중이었다.
비록 그녀의 힘과 마력이 이 이프리트에게 깃들진 않지만, 정령을 훨씬 더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당연히도 그녀다.
-어쨌든, 저놈을 먼저 처리해야지. 저주를 풀어버린 저 성직자도 함께.
아무리 고위 엘프의 육체를 제물로 삼았어도, 이 거대한 정령을 끝도 없이 계속 유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곳은 일단은 제국의 수도.
이 제국의 힘이 모이는 곳이다.
아무리 이프리트라고 해도 시간을 질질 끌다가는, 사방에서 온갖 거대한 병기가 날아와 끝내 버티진 못할 테니까.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저 유렌 슈나이더와 도망치는 황자 놈. 그리고 제도의 일부까진 충분히 잿더미로 만들 시간은 있었다.
엘프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 규약? 죄다 쓸어버리고 정령을 연구하는 왕국 마탑의 표식을 남겨 누명을 씌우면 된다.
그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속여 넘어갈 정도는 되겠지.
푸화아아악-!
어느새 유렌의 앞까지 다가간 이프리트는 자신의 오른 주먹을 새하얗게 불태웠다.
그리곤 지상에 있는 유렌 슈나이더와 루시아라는 사제를 향해 힘껏 내리찍었다.
쿠콰아아앙-!!
10m를 훌쩍 넘는 거대한 팔이, 수십 미터의 높이 위에서 공기를 찢어가며 땅을 박살 냈다.
커다란 구멍이가 생기며, 그 주변이 모두 불타올랐지만, 그중 인간의 잔해는 없었다.
쩌저저정-!
어느새 주위를 사각의 얼음으로 가득 채운 유렌이, 루시아를 들쳐메고 얼음 블록을 밟으며 위로 뛰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꽉 잡으십시오!”
“절대 안 떨어질 테니 걱정은 마세요!”
루시아는 유렌의 등 뒤에 업힌 채, 최대한 그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신성력을 이용해 그의 등에 찰싹 붙었다.
유렌의 팔다리가 최대한 방해 받지 않을 각도로 말이다.
-벌레 같은 것들이, 붙어 있어 봐야!
화르르르륵-!
거인의 온몸에서 하얀 화염이 뿜어져 나와, 유렌이 만든 사각형의 커다란 얼음들은 순식간에 녹였다.
“으윽!”
곧이어 엄청난 열기가 둘을 향해 다가왔지만, 루시아는 곧바로 신성력으로 화염을 경감했다.
“이, 이게 한계입니다! 방어는 원래 제 주특기가 아닌 터라…!”
“충분합니다!”
유렌은 미소를 지으며, 조금 전보다 훨씬 적은 마력으로 이프리트의 화염을 막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루시아가 1차로 먼저 화염을 경감시키자, 그 후 2차로 막는 것은 절반 이하의 마력으로도 충분했다.
쿠웅-! 쿠웅-!
심장은 여전히 커다랗게 울려 퍼졌고, 유렌은 그 증폭된 마력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심장을 쥐어짰다.
‘덕분에, 남는 마력을 공격으로 돌릴 수가 있겠어.’
파앗-!
그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유렌은 바람의 마법을 응용하며 순식간에 몸을 띄운 채 이동시켰다.
목적지는 바로 거인의 뒷목이 잘 보이는 목덜미 위.
“꾸엑-”
뭔가 등 뒤에서 괴상한 소리가 났지만, 루시아는 여전히 신성력으로 등에 단단히 붙어 있었기에 무시했다.
“흡!”
유렌은 목덜미 위에서 냉기의 마력을 회전하는 창날로 만들어, 그것을 씌운 스태프로 강하게 찔러갔다.
푸우욱-!
상당히 강하게 찌른 일격.
본디 육체가 없는, 불꽃으로만 이루어진 정령인 이프리트이기에 손맛은 나지 않았지만, 일단 이걸로 충분했다.
한 번에 모두 소멸시킬 필요는 없었다.
파앗-!
놈의 거대한 손이 다가오기 전.
유렌은 이번엔 놈의 왼 발목의 뒤쪽으로 재빠르게 이동했다.
“끄억-”
여전히 뒤쪽에서 짓눌린 듯한 신음이 들려왔지만, 유렌은 무시하고 다시 얼음의 창날로 찔렀다.
푸우우욱-!
그리곤 다시 거인의 다른 쪽 발이 날아오기 전,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쿠콰아아앙-!
거인의 발은 한 박자 늦게 유렌과 루시아가 있던 곳에 도착했지만, 그들에겐 닿지 못했다.
유렌은 이번엔 옆구리 쪽으로 이동해가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누가 조종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커다란 거체를 움직인 경험은 없나 보군.’
단순한 정령으로서 마력의 제어나 불을 뿜어내는 것 자체는, 유렌도 놀랄 정도로 익숙하고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몸을 움직이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지 중간중간 빈틈이 보였다.
아주 작은 틈이었지만, 유렌에게 있어서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하긴. 아무리 자신이라도 갑자기 몸이 수십 배로 커진다면 제대로 움직이기가 곤란하겠지.
유렌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곳저곳 몸을 놀려 거인의 몸체에 얼음의 창날을 계속 쑤셔 넣었다.
“끄엑-”
“끄읍-”
“흐억-”
루시아의 입에서 그렇게 다양한 소리가 나와 가며, 거인의 화염이 살짝 약해졌나 싶을 그때.
“끄르르라아아-!!”
푸화아아아악-!!
불의 거인, 이프리트가 화가 잔뜩 났는지 지금까지 있던 가장 커다란 고함을 지르며 몸 전체에서 하얀 불꽃을 뿜어댔다.
지금까지 있던 가장 강력한 마력을 뿜으면서 말이다.
“큭!”
유렌은 하얀 불꽃이 주위를 물들임과 동시에, 재빠르게 바람의 주먹을 불러 스스로를 후려쳤다.
퍼억-!
커다란 바람 주먹에 맞은 날아간 유렌과 루시아는, 멀리 떨어진 한 건물의 옥상에 날아가 처박혔다.
쿠콰아앙-!
“끄엑-!”
등에서부터 처박힌 루시아의 비명소리가 울리긴 했지만, 다행히 유렌의 실드와 루시아의 신성력이 막아줘 큰 부상은 없었다.
“후우. 위험했습니다.”
루시아가 한숨을 쉬며 유렌의 얼굴을 바라본 그 순간.
흠칫-.
유렌의 얼굴에서,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분노의 감정을 본 루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아아악-!”
“꺄아아아악-!”
“사, 살려줘-!”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루시아는 유렌의 그 감정을 이해했다.
거인이 온몸에서 하얀 불꽃을 뿜자, 그 주변 수십 미터가 말 그대로 지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거인의 바로 옆 주변은 모든 것이 새까맣게 타버려 재조차 남지 않았다.
가장 불행한 것은, 어정쩡하게 멀리 있던 시민들이었다.
“뜨, 뜨거워어어-!”
“아아아악-!”
이곳은 제도의 교외.
한적한 별장이 많은 곳이라 다행히도 그리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사람은 존재했다,
아주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사람들과 건물이 불타고 있었다.
바로 유렌의 앞에서.
“….”
두근-두근-두근!
증폭이 풀린 유렌의 심장이 극도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또 군.’
유렌은 제국의 도시가 불타는 것이 다시 한번 재현되자, 주체할 수 없는 격한 감정이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다시는 보기 싫었는데. 또 야.’
알고 있다.
저만한 거대 정령이 도시 안에서 소환된다면, 이 정도 피해는 정말 최소한인 것을.
수십만, 아니 수백만 이상이 죽고 죽었던 대전쟁과 비교한다면, 피해라고 말할 것도 없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그의 가슴속에서 불타오르는 그 감정은 단순한 숫자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전생에서 느꼈던 그 절망감이, 그 원한이, 그 분노가.
규모는 작지만 비슷한 환경을 만든 저 엘프의 부산물에게 향했다.
파아앗-!
“윽!”
루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가리고 말았다.
자신이 붙어 있는 유렌의 몸에서, 은보라색의 빛이 마구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 이건 끝의 빛?’
마법사가 한 레벨의 끝을 보고, 다음 레벨로 넘어갈 때 빛난다는 그 빛이, 유렌의 온몸에서 번쩍이고 있었다.
두근– 두근-.
이젠 보통의 간격으로 뛰지만,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마력을 뿜어내는 유렌의 심장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