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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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8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55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54화. 제국의 마법사 (8)
-예? 제국에 말입니까?
-그래. 제국에. 커다란 지부를 하나 만들어. 그곳의 정보도 반드시 필요할 테니까.
대략 반년 전.
유렌은 비밀조직 - 데르 헹의 최고위 간부였지만, 지금은 유렌의 마탑 스태프 오브 파워의 정보 책임자.
라펠리오에게 그렇게 제국의 지부를 세우라 명했다.
라펠리오는 갑작스러운 그 말에 잠시 멍했었지만, 곧 유렌이 허튼 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당장 제국에도 지부를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대략적인 계획은 어떻게….
어디까지나 연락용 정도로만 쓸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크게 키울 것인지.
라펠리오가 그런 의미로 슬며시 묻자 유렌은 즉답했다.
-반년 내에 최고로.
-…예?
-못 들었나? 반년 내에 제도의 뒤에서 가장 큰 조직이 되길 원한다. 부족한 시간은 돈과 마도구로 때우면 어떻게든 될 테니까.
유렌이 말하는 계획은 사실 간단했다.
어차피 제국의 뒷조직들도 결국 허구한 날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난립하는 상황이다.
그러면 당연히 패배하여 소속 없는 이들도 생긴다. 그들 중 다른 조직에 원한이 있고 유능한 조직원들을 포섭.
마도구들로 서로와의 정쟁의 승률을 높이며, 단숨에 잡아먹으라는 계획이었다.
-마스터. 계획은 좋습니다. 하지만 일단, 마도구는….
-왕국의 마도구를 함부로 제국에 유통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지?
-예. 그렇습니다. 특히나 시중에 나와 있는 것들을 돌리면 금방 들통이 나게 됩니다. 물론 뒤에서 몰래 유통되는 것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것들은 수도 그리 많지 않고 구하는데 시간이….
-뭐, 구한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만들면 금방이야.
-…예?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라펠리오의 옆에서 공간이 꿀렁이며 처음 보는 마도구들이 그의 눈앞에 잔뜩 쌓이기 시작했다.
-자. 그럼 또 모자란 건 뭐지?
-…!
그때 라펠리오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반드시 짧은 시간 내에 제국의 뒷조직들을 통째로 잡아먹을 생각이라고.
그리고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도 말이다.
* *
“허억! 허억…! 으, 은보라색 은화가 틀림없었지? 그리고 ‘그분’이 아닌 것도?”
“예. 제크가 틀림없이 몇 번이나 확인했답니다.”
“제크? 그놈의 안목이라면 틀릴 리가 없겠지. 젠장!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어지럽게 길이 이곳저곳 꼬인 제국의 슬럼가.
그중 좁은 통로로, 살찐 중년의 남자가 배를 출렁이며 부하를 따라 달려 나가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오스튼.
반년 전 나타나, 이곳 제국의 뒷조직을 홀로 통일해버린 초신성이었다.
자금과 마도구. 그리고 포용력으로 수백 년간이나 흩어져 있었던 제국의 뒷세계를 절반 이상 먹어버린 괴물로 불렸다.
하지만, 오스튼은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왕국에 있는 자신의 윗사람. 라펠리오의 도움을 받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제국의 뒷조직들을 쳐부순 지 2주째.
이제야 겨우 조직이 안정되려는 찰나. 갑자기 생각도 못 한 거물이 나타난 것이었다.
‘설마 은보라색 은화라니!’
이 은보라색 은화는 자신의 상사인 라펠리오와, 그가 모신다는 제일 높은 분만이 가지고 있다는 은화다.
하지만 조금 전 제크가 말한 그 사람은 아무리 봐도 젊은 청년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라펠리오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자신도 미처 몰랐던, 이 조직의 가장 높은 사람이 직접 온 것이 틀림없었다.
어느덧 그들이 있다는 방의 문 앞까지 달려온 오스튼은, 마음을 굳게 잡았다.
‘…아마 왕국의 높으신 분이겠지?’
과연 누구일 것인가. 오스튼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비록 지금 제국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긴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들이 모두 뒤에서 받쳐준 것이 있기에 이렇게 빠르고 크게 성장 한 것이다.
만약 앞으로 지원이 줄거나, 나아가는 방향을 다르게 잡으면 자신과 부하들이 이룬 것들도 죄다 잘못되어 망칠 수도 있었다.
이 방문 뒤에 있는 ‘그’의 한 사람의 의향에 말이다.
똑똑-
“실례하겠습니다.”
오스튼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노크를 한 후 정중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 안에 당당히 앉아 있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처음 눈에 보이는 것은, 앉아 있는데도 그 커다란 체격이 눈에 띄는 한 젊은 청년.
조금 전까지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던 것을 벗어, 지금은 그 환히 보이고 있었다.
적갈색 머리에 훤칠하게 잘생긴 저 얼굴은 분명 어디선가 본…!
“…! 아!”
“반갑군.”
그곳에는 그가 알고 있는 왕국의 영웅.
슈나이더 백작의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여, 영광입니다!”
“…음?”
평상시부터, 그를 굉장히 존경했던 오스튼의 밝고 큰 목소리가 비밀 아지트 내를 쩌렁쩌렁 울렸다.
‘서, 설마 내가 슈나이더 백작님의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니!’
비록 이곳저곳 떠돌기는 했지만, 그의 고향은 공국과 맞닿은 왕국의 시골 땅이다.
유렌이 공국군을 물리쳐 사람들을 지킨 곳 중 하나 말이다.
그때부터, 그는 유렌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후에 들리는 그의 여러 가지 소식에 완전히 존경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자신이 그의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니.
오스튼은 눈을 화르르 불태우며, 열정적으로 유렌의 말에 집중했다.
“그럼, 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겠나? 일단 황가에 대한 정보들. 특히 3황자는 더욱 자세하면 좋겠군. 그리고 이런 것들은 새로 조사해줬으면 좋겠고. 어때,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오스튼은 조금의 주저도 없이 크게 답했다.
오히려 유렌이 조금 놀랄 정도로 불타는 오스튼은, 재빨리 조직의 모든 관련 정보를 모아 정리해 유렌에게 넘겼다.
“…빠르군. 정리도 잘 되어 있고.”
“이 정도 양을 이렇게 빨리 모으다니. 대단합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본래 자기 역량의 배 이상을 발휘한 오스틴은, 유렌과 그 옆의 여자가 말하는 것을 보며 밝게 웃었다.
“다만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것들은, 지금 당장 조사하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것은, 재빨리 부하들을 움직여 더 자세한 조사를 명했다.
“훌륭하군.”
유렌의 그 칭찬에 오스튼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언제든 그의 요청에 정말이지 최선을 다하리라고 몇 번이고 다짐하면서.
* *
우지직-
“끄억-!”
레이칸의 거대한 발을 쓴 발길질에, 커다란 기사의 강철 갑옷이 우그러지며, 주인인 기사와 함께 통째로 날아갔다.
쿠콰아앙-!
그렇게 몇 초 정도 날던 기사는, 그대로 훈련장 벽에 부딪혀 벽을 파손한 후, 눈동자를 뒤집으며 혼절했다.
“와아아아아-!”
“또, 또 이겼어!”
레이칸이 기사들의 대련 요청을 받은 지 수 시간.
그는 수많은 기사들과 맨손 싸움을 해, 이미 그들 거의 모두를 압도하고 있었다.
“하아아압-!”
“아하하~. 느려요~ 느려~!”
그리고 저 옆에서 기사의 기합 소리와 함께, 셀레나의 웃음소리 역시 들려왔다.
“둘이 덤비라니까요~?”
“크윽!”
셀레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렇게 말했지만, 상대 기사는 혼자서도 충분하다며, 날을 세운 진검을 들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채앵-!
기사의 검과, 셀레나가 든 짧은 검이 맞부딪쳤다.
“…?!”
원래대로라면 당연히 그녀가 밀려야 하는 상황.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짧은 검 주변으로 빙글빙글 도는 바람이, 오히려 기사가 검을 놓칠 뻔하게 만든 것이다.
“자아~. 또 한 판 끝~! 자아~. 세 판 모두 끝났으니 이제 다음 분~!”
순간적으로 자세가 무너진 기사의 옆 목에, 작은 바람으로 칼날을 만들어 댄 세레나는 그렇게 외쳤다.
기사는 뭐라고 하려다가, 자신이 진 것은 사실이기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젠장! 다음엔 이기겠소!”
그리곤 곧 이를 악물고 일어서서 밖으로 향했다.
비록 지긴 했지만, 그의 눈은 적의가 아닌 호승심으로 불타고 있었다.
쩌저저저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더 뒤에선 툰드라가 기사들을 마음껏 얼리고 있었다.
“어, 어?! 이런!”
“큭! 얼어붙는 속도가 이렇게나 빠르다니!”
그녀는 두 명의 기사를 한꺼번에 상대하고 있었는데, 그 대신 어딘가 좀 아슬아슬한 면이 있었다.
“하압!”
지금처럼 한 명은 잡았는데, 나머지 한 명이 그녀에게 근접에서 검을 휘두르는 경우와 같이 말이다.
후욱-
싸아아아-
하지만 곧바로 툰드라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은빛의 냉기에, 기사는 뒤로 펄쩍 뛰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패인이었다.
탓-
“엇?!”
툰드라의 오른쪽 손에, 어느새 얼음의 창이 완성되어 있던 것이다.
그 날카로운 송곳 같은 창끝이 기사의 목젖 앞을 머물자, 기사는 얌전히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이야, 다들 역시 강한데? 당연히 대장만큼은 아니지만.”
그리고 저 멀리서 그것을 지켜보는 한 명의 중년 남자가 있었다.
바로 창을 대충 꼬나든, 건들건들한 중년 남자. 메링겔이었다.
-메, 메링겔 경도 계시다고?!
-세상에!
대련을 신청하러 온 기사들은 뒤늦게야 그가 일행에 끼어 있음을 알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직 네루닌 영지의 일이 자세히 퍼지지는 않은 상황.
‘대단한 왕국에서 온 마법사들’의 소문이 퍼진 것이지, 거기에 끼어 있는 스피어 마스터의 소문은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다.
그의 주변엔 당연히 대련을 청하고자 하는 기사들이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그는 마력을 적당히 뿜어내어 대놓고 그들의 요청을 거절하고 있었다.
‘지금은 내가 주역이 될 필요는 없으니까.’
그는 눈치가 빠른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 자리에서 일행들이 무엇을 얻고자 하는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마법사들. 저들의 명성을 이곳 제도에서 쌓고,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꿔야지.’
마음 같아선 몇 명이랑 시원하게 대련하며 적당히 때려눕히고 싶긴 하지만, 그래서야 자신의 명성만 오르고 시선만 끌어버린다.
물론 유렌이 대놓고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도 그 정도의 분별은 할 수 있었다.
자신이 모시는 ‘대장’이 생긴 이상, 굳이 지금까지 안 본 것에 가까웠던 눈치란 놈을, 이제부턴 어느 정도 볼 생각이었다.
‘…음? 잠깐. 분명 아까 들었는데. 저 푸른색 새와 사자가 어우러진 문양은….’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메링겔은, 조금 전 그의 귀로 들었던 문양을, 실제로 눈으로 보게 되었다.
‘분명 3황자의 문양이 저거라 했던가?’
그렇다면, 저 기사는 아마 3황자의 근위 기사일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대장이 신경 쓰는 게 3황자랬지?’
그렇다면 좀 움직여도 되지 않겠는가.
저자와 친분을 쌓아서, 사소한 것이라도 알아낸다면 분명 대장에게도 도움이 되겠지.
“어, 거기 계신 경! 서 있는 자세가 상당히 좋아 보이는데.”
“저, 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메링겔 경?”
그 근위기사는 무려 마스터가 자신을 칭찬하며 다가오자 기쁨과 놀라움에 얼굴이 가득 찼다.
솔직히 자세는 다 똑같았지만, 뭐 어떤가.
마스터인 자신이 잡아주면, 정말로 좋아질 텐데.
아마도.
“그래. 경 말입니다. 비록 내가 오늘은 사정이 있어 대련은 어울려 줄 수 없지만, 같이 식사나 한 끼 하는 게 어떻습니까? 거기서 다음 대련 약속이나 잡읍시다.”
“…!! 그, 그래 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그렇게 3황자의 근위기사는 메링겔과 웃으면서 식당으로 향했다.
주변의 부러움을 사면서 말이다.
* *
그날 저녁.
유렌은 루시아와 함께 간단한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자. 루시아. 잠깐 와보겠어요?”
“잠깐 이야기 좀 하자~.”
“…? 알겠습니다. 으음? 왜 다들 눈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입니까?”
유렌과 단둘이서 예정에 없던 저녁까지 먹고 온 루시아가, 툰드라와 셀레나에게 끌려간 이후.
유렌은 자신의 방에서 정보를 정리하며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그 귀쟁이 놈들이 3황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접근을 한 건 맞는 것 같은데. 결국 이 자료도 결정적인 것은 없군. 하긴 그렇게 쉽게 꼬리를 잡힐 놈들은 아니지.’
물론 심증이나마 느낄 수 있는 것은 크긴 하지만, 물증이 없으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았다.
‘차라리 3황자를 직접 만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군.’
물론 3황자를 주목하는 그 귀쟁이 놈들이 이쪽을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없으니, 위험성이 없지는 않았다.
만약 그 귀쟁이 놈들이 3황자에 접근하는 사실을 자신이 눈치채고 있다고 놈들이 알기라도 하면?
그 즉시 계획을 바꿔버리고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다.
‘먼저 이쪽을 만나러 왔으면 별문제는 없겠지만.’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리 크진 않았다.
‘차라리 슈드나인 공작에게 부탁해볼까?’
물론 거기에도 위험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공작이 자의로든 실수로든 자신이 부탁한 사실을 알릴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를 두려워해서야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래. 공작에게 부탁을 하자.’
유렌이 그렇게 마음먹는 그 순간.
똑똑-
지배인이 유렌의 방에 노크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백작님. 밤중에 죄송합니다만, 슈드나인 공작님께서 백작님을 만나 뵙고 싶어 하십니다.”
“…! 알겠습니다. 들어오시라고 전해주시죠.”
“예. 그러겠습니다.”
유렌은 기막힌 타이밍에 찾아온 공작을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설마, 생각하지 못한 인맥이 이렇게 쓸모가 있을 줄이야.
이래서 아무리 과거로 왔다고 해도 미래는 예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똑똑-
-실례하겠습니다. 슈나이더 백작.
“어서 들어오시죠. 공작님. 같이 계신 분도 함께요.”
유렌은 그렇게 생각하며 공작을 반갑게 맞았다.
기척으로 느낀, 다른 사람과 함께.
“허헛. 이거 백작님은 도저히 속일 수가 없군요. 자, 들어오시죠.”
“실례하겠습니다.”
스륵-
하지만 같이 들어온 젊은 목소리의 남자가 후드를 벗자, 아무리 유렌이라도 조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딱 봐도 현 황제와 비슷하면서, 젊은 그 얼굴.
황족 특유의 짙은 밤색 머리와 눈동자.
그리고 옷깃에 작게 붙어있는 푸른 새와 사자가 어우러져 있는 작은 문장.
유렌이 어떻게 만날까 고민하던 그가, 바로 그 앞에 서 있었다.
“반갑습니다. 슈나이더 백작님.”
유포니안 제국의 3황자. 레뷰트 데 유포니안이 그렇게 인사하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