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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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08화
제2장 적응 (4)
무진이 카이젠을 착용하고 명령을 내리자 타이탄의 몸체 중심이 자동으로 열리더니 내부가 훤히 드러났다. 내부는 카이젠의 체형과 일치했다.
빨려 들어가듯이 카무트에 탄 무진의 외부체형에 수백 개의 고리가 연결되었다.
차악! 위이잉!
고리가 부착되자 무진은 혼돈력을 끌어올렸다. 마나력으로 작동하는 타이탄과 다르게 카이젠과 카무트는 혼돈력을 기반으로 둔다. 물론 오러와 마나력으로 작동이 되지만 본래의 힘을 발휘할 수는 없다.
1천 년 전 이카루스의 날개와 애마로 불릴 때도 이카루스가 혼돈력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완벽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당시의 이카루스는 혼돈력을 알지도 못했다. 단지 카이젠과 카무트의 선택을 받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에 불과했다.
반면에 무진은 카이젠과 카무트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혼돈력을 사용할 수 있다. 그 능력 자체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쿠웅! 쿠웅!
카무트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산 전체가 흔들렸다. 15미터나 되는 기체에다 중량만 해도 거대한 바위산에 필적했다. 놀라운 것은 중량에 비해 움직임이 무척이나 가볍다는 것이다.
외부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되어 있어 유리창을 통해 밖을 보는 것보다 더 선명했다. 스크린도어라고 불리는 마도공학시스템이었다.
스크린도어를 통해 외부를 볼 수 있는 무진은 팔, 다리, 몸통을 작동해 보았다. 초극감각에 달한 무진은 미세한 부분까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싱크로율 100% 바디와 기체 완벽조화.
“어디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볼까.”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다. 병기의 능력만 알면 그만이다.
무진은 기본적인 테스트부터 시작했다. 우선은 걸었다. 가볍게 걸으면서 몸과 기체와의 조화와 균형을 살펴보았다.
쿠웅! 쿠웅!
걸음걸이가 조금씩 빨라졌다. 발걸음은 균형을 테스트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보폭과 발이 지면에 닿는 기울임에 따라서 몸의 균형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쿠쿠쿠쿠쿵!
카무트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사람이 달리는 수준으로 보이지만 거리를 따지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거대한 기체가 달리는 모습은 산악이 이동하는 것 같은 충격을 주었다.
“흔들림은 없군.”
감각의 극대화를 통해 살펴본 결과 부자연스러움은 발견되지 않았다. 주입된 혼돈력을 조금씩 높였다. 출력을 높이자 카무트의 민첩성과 속도가 가속되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달리는 속도를 뛰어넘는다.
휘리리리릭!
카무트가 지면 위로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구름이 능선을 따라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속도는 점점 더 빨라져 신형을 구분하기도 힘들었다.
무진은 신형을 여러 방향으로 분사시킬 수 있었다. 소림의 연대구품을 시전해 보았다. 9개의 부처상을 만드는 연대구품은 소림의 절기이자 무상의 신법이었다.
슈슈슈슈슈슈슈슉!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카무트였다. 선이 굵으며 힘이 있었다. 또한 신기가 퍼져 나와 사방을 압도하는 굉장한 위압감을 퍼뜨렸다. 산맥 전체가 숨을 죽일 수밖에 없는 패도적인 힘까지 느껴졌다.
“괜찮군.”
혼돈력의 절반을 사용한 결과였다. 미진하다고 생각했던 혼돈력은 굉장했다. 무진이 지닌 내력이 10이라고 하면 혼돈력은 30에 달했다. 3배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럼 한번 파악해 볼까.’
무진은 카이젠과 카무트를 통해서만 혼돈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시간과 공간의 흐름이 정지된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검과 타이탄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원리를 파악만 할 수 있다면 수련도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카이젠과 카무트를 소환한 무진의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무진은 혼돈력을 사용함과 동시에 감각을 극대화하여 카이젠과 카무트를 살폈다. 혼돈력도 기운의 한 종류다. 혼돈력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보법과 신법을 테스트한 무진은 다음으로 무력을 테스트했다. 무진이 손에 집중을 하자 카무트의 손에 연기가 형성되더니 검이 완성되었다. 거대한 검은 카이젠의 변형이었다.
카이젠과 카무트가 합체하면서 서로의 능력을 합일시켜 적재적소에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보기에는 무형검의 형성과 비슷한 것 같지만 달랐다.
아직까지는 흐름을 파악하는 데 무리가 있었다. 혼돈력이 무진의 집중력을 방해하고 있었다.
혼돈력은 파괴적인 힘이었다. 무극이 음(陰)과 양(陽)의 조화에서 태어난 태극(太極)의 원형이라고 하면 혼돈력은 음과 양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파괴적인 공능을 지니고 있었다.
무엇이 더 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힘의 측면에서 보면 혼돈력이 더 강했다. 차원의 굴곡마저 흔들어 버릴 수 있는 힘이 약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혼돈력을 사용하는 무진은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고 있었다.
‘피곤하게 하는군.’
그러나 무진은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다. 끊임없이 약점을 파고들어 결과를 도출해 내는 집요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혼을 나누어 기운을 파악한다.’
집중할 수 없다면 혼을 나누면 그만이다. 무당의 양의심공을 운용한 방법이었다. 수라혼원심공의 공능과 양의심공을 합일하면 그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그럼 간다.”
슈슈슝!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카무트는 비행마법이 걸려 있어 하늘을 나는 데 자유로웠다. 또한 추진력을 낼 수 있는 버스트붐이 장착되어 공중에서의 속도 역시도 빨랐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무진은 혼돈력을 자하신공의 운기법대로 운용해 보았다. 단전에서 시작하여 혈을 타고 이동하는 자하신공의 운기법에 의해서 혼돈력이 사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우우우우웅!
카무트의 전신에서 자색과는 다른 영롱한 빛이 분출되었다. 혼돈력에 의해서 발생한 기운은 자하신공과는 다른 기운을 발산했다. 어찌 되었던 자하신공에 의해서 기운을 발출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한 무진은 위력을 시험해 보았다.
혼돈력을 주입하자 카무트의 검에서 유형화된 검형이 뻗어 나왔다. 자하검강보다는 혼돈검강(카오스블레이드)이라고 불려야 했다.
무진은 형성된 검강을 휘둘러보았다. 검의 기본적인 베기와 찌르기를 위주로 움직였다. 기본이 발전하여 검법이 된 것이다.
기본 바탕이 돼 있지 않은 검은 힘을 잃은 형식에 불과했다. 가볍게 횡과 수직, 사선으로 베어 내었을 뿐인데 그 힘의 여파는 굉장했다. 대기를 타고 베어진 검력이 대지를 두 조각 내버리는 것이 아닌가!
휘이이익! 쩌저저저적!
수목이 울창하게 자란 산이 힘없이 잘려나갔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나무들도 수백 그루나 단숨에 잘렸다.
기본 베기와 찌르기를 통해 대지를 가르고 허공을 꿰뚫었다. 무진은 흥이 돋았는지 무력을 방출했다.
“어디 한번 볼까.”
매화섬광(梅花閃光)을 시작으로 매화이십사수검법의 모든 초식을 발현했다. 혼돈검강이 대기를 타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바람을 가르는 매화검법의 화려하고 매서운 초식이 눈부실 지경이다.
카무트가 허공에서 나비처럼 춤을 추었다.
파파파팟!
꽈꽈꽈꽝!
분출된 힘은 굉장했다. 대지가 변화를 일으켰다. 갈라진 대지와 짓이겨진 바위산들이 휘날렸다. 가루가 되다 못해 먼지로 화해버리는 진귀한 광경이 벌어졌다. 검강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는 흔적도 남지 않았다. 거대한 구덩이는 끝을 모를 지경이었다.
파파파파팡!
무진의 검법이 도법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카무트의 손에 들린 카이젠이 변형이 되어 도(刀)가 되었다. 주인의 의지에 따라서 마음대로 변형을 할 수 있는 카이젠이었다. 그 능력이 불가사의했다.
혼원벽력도법의 총화 중에서도 마지막 초식에 해당하는 극뢰신기(極雷神氣)가 발출되었다. 뇌전을 머금은 도강이 지상을 단죄했다.
찌지지지직!
반경 300장이 뇌전에 의해서 불타버렸다. 뇌전에 직격 된 장소는 삽시간에 녹아 붉은 용암이 꿈틀거렸다.
산맥 전체가 엉망진창으로 변해 가는 상황에서도 무진은 멈출 줄 몰랐다. 한번 흥이 돋은 무진은 끝까지 가려는지 도력과 검력을 마구잡이로 방출했다. 그 힘의 여파가 수평선 끝까지 이어지는 것 같았다.
꾸꽈꽈꽈꽝! 투꽈꽈꽝!
우우우우우웅!
대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산맥은 몸살을 앓았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봉우리는 평지가 되었고, 대지에 굳건히 박혀 있던 거대한 바위산은 반으로 쪼개져 그 형체를 구분하기 힘들었다.
대기와 대지, 산맥이 부서지는 상황에서 공간이 열렸다. 열려진 공간 사이로 지그프리트가 나오는데 그 순간 검력이 횡으로 날아왔다.
“허억!”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지그프리트가 허리를 뒤로 숙였다. 찰나의 순간 허리를 젖히지 않았다면 반토막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스쳤을 뿐인데도 지그프리트는 타격을 받았는지 현기증이 났다.
‘허리가 유연했으니 망정이지!’
유연한 허리 때문에 목숨을 건진 지그프리트는 숨을 돌리고 산맥을 둘러보았다.
지그프리트는 한동안 멍을 때렸다. 또다시 날아오는 검력이 아니었다면 계속 멍하니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간발의 차이로 검력을 피했다. 검력이 날아간 곳의 지형이 반으로 쪼개지며 폭발했다.
“이게 대체!”
지그프리트의 레어 근처는 수목이 울창한 밀림지대다. 그린드래곤답게 수목이 울창한 지역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영역이 완전히 박살 나 버리고 있었다. 제법 아름답게 만들어 놓은 밀림지대가 쑥대밭이 되었다.
빼앗긴 소장품을 생각하며 레어 안에서 조용히 침울함을 달래고 있었던 지그프리트였다. 고독과 사색에 잠겨 우아하게 폼을 잡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사방으로 퍼지는 무지막지한 마나력에 기겁해서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 공간이동을 했다.
도착해 보니 역시나 그 원인(무진)이 오러인지 마나인지 구분도 안 되는 힘을 마구잡이식으로 방출하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근처로 날아온 정체불명의 무력에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환경파괴야, 이건! 주군은 자연보호를 모르시나!”
속이 쓰리다 못해 찢어질 것 같았다. 애써 가꾼 정원이 망가지는 것을 손놓고 지켜봐야 하는 심정은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고통이었다.
‘망할! 오크, 오우거, 트롤, 고블린, 와이번! 드래곤은 아니고! …응?’
움찔!
속으로 무진을 씹던 지그프리트가 놀란 토끼눈을 했다. 무력을 방출하던 무진이 지그프리트를 돌아봤기 때문이다.
‘혹시 들은 것은 아니겠지.’
마음을 꿰뚫어 보는 무진이라면 들켰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겪어본 무진의 성격을 알기에 오금이 저려왔다. 괜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을 흥분해서 잠시 잊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무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하!”
어색하게 미소를 지은 지그프리트가 먼저 선수를 쳤다.
“타이탄이 정말 멋있습니다! 누가 줬는지 모르지만 그 드래곤은 정말 천사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게다가 역시 명품은 주인을 알아보는가 봅니다. 주군이 착용하니 그 위용이 남다릅니다. 마치 하늘을 지배하는 천공신과 같습니다!”
드래곤들 사이에서도 아부하면 지그프리트, 지그프리트 하면 아부로 통한다. 그래서 별명이 동네북 또는 까마귀로 통한다. 힘이 약하면 이곳저곳 붙어서 살다가도 잘못하면 공적이 될 수도 있는 비운의 운명을 타고났다.
“잡소리는 그만 하고 현신해라.”
“예?”
“그 상태로 죽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
찌릿!
갑자기 현신하라는 무진의 말에 뜻 모를 표정을 짓다가 곧바로 저세상 갈 뻔했다. 무진이 인정사정 보지 않고 검을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타이탄의 거대한 외형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빨랐다. 솔직히 인간의 모습을 한 상태에서는 검에 갈라지는 게 아니라 맞아 죽을 것 같았다.
-앱솔루트실드(절대방어)!
쿠우응!
쩌저저적!
검을 막은 절대방어 마법 앱솔루트실드가 어이없이 부서졌다. 그 충격으로 지그프리트는 하염없이 날아갔다. 하마터면 장가도 가지 못하고 반쪽이 되어 버리는 극악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
순간 구차해도 사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상기되었다.
울컥!
입 구멍을 타고 핏물이 역류할 뻔한 지그프리트였다.
‘하마터면 드래곤하트 마비되는 줄 알았네!’
그 정도로 끝나면 다행일 것이다. 무진의 공격은 시작에 불과했다.
“좋아! 그럼 나도 한다!”
아직 본체로 맞짱 뜬 적은 없었다. 솔직히 그때 너무 순식간에 당해서 정신이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금제까지 당한 마당에 어쩔 수 없이 꼬봉이 되었지만 현신한다면 이길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다.
뷰웅! 시이잉!
짜잔!
지그프리트가 현신하자 위풍당당한 웜급 드래곤의 위용이 보였다. 꼬리부터 시작된 드래곤의 스케일은 굉장했다. 폴리모프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마력이 분출되었다. 드래곤의 입으로 스며드는 기운마저 흡입력이 대단했다. 살아 숨 쉬는 마나체로 불리는 드래곤의 외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