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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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8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96화
제4장 무진천하 (3)
비틀!
극심한 충격은 아닐지라도 기혈을 들끓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잠시지만 무성은 현기증을 느꼈다. 곧 정신을 가다듬고 무진을 상대하려고 할 때 무진은 바로 그 앞에 나타났다.
어느새 지척까지 거리를 좁힌 무진이 주먹을 뻗었다. 주먹은 거센 물살과는 다르게 잔잔한 물결과 같았다. 붕권의 극에 달해 있는 태산거력의 정권이었다.
퍼어억!
복부에 일격을 허용한 무성의 신형이 버티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무진의 정권에 실린 권력이 무성의 전신에 충격을 주었다. 극성의 수라탄강기가 극타점에 응축되었으니 그 위력은 천하를 관통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바람을 뚫고 날아가는 무성의 신형을 무진은 놓치지 않고 따라붙었다. 일권의 위력이 태산을 부술 지경이었지만 그것으로 승부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무성은 아직까지도 전의와 전력이 남아 있었다. 무성이 곧장 신형을 멈추더니 반격을 가해왔다. 날아오르는 무진의 신형을 향해 발을 아래서 위로 차올렸다.
타앗!
무진은 아래서 위로 차올리는 무성의 각법을 받아들이는 대신에 방향을 틀어 더욱 자세를 낮추었다. 이중 곡선을 그린 무진은 여유롭게 무성의 각법을 피하고 나서 안으로 파고들었다. 무진의 시선에 무성의 턱이 보였다.
파아앗!
무진의 팔꿈치가 무성의 턱을 쳤다. 무성의 고개가 뒤로 젖혀진 순간 공격을 가했던 무진의 팔꿈치가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어졌다. 가슴이 비어버린 무성은 명치에 직격을 허용했다.
“크윽!”
충격을 받은 무성이 연거푸 휘청거렸다.
무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력을 다했다. 수라탄강기를 두른 무진의 권격이 무성의 신체를 떡 주무르듯이 두드렸다.
한 방을 맞을 때마다 무성의 신형은 뒤로 밀려나갔다. 크게 자란 수목이 섞은 고목처럼 쓰러져 나갔다.
무진은 무성을 쫓아가며 지속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무성은 반듯하게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면서 연신 무진의 권격을 몸으로 느껴야 했다.
무성도 지지 않기 위해서 전력을 분출하며 반격을 가했지만 물러서는 자와 돌격하는 자의 위력은 종이 한 장 차이를 내며 무성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다가왔다.
무진은 전력을 기울이되 무성의 반격은 일정 부분 몸으로 감당했다. 피해서는 끝장을 내기 힘들다.
타격을 입지 않고 적을 죽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겠지만 호각지세의 상대를 아무런 피해도 없지 이겨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살을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뼈를 부수는 것이 필요할 때였다.
퍼억! 퍼억! 퍼억!
무성의 신체에 선명한 흔적이 남아갔다. 강철처럼 단단해 보였던 외형이 찌그러진 주전자처럼 망가지고 있었다.
무진의 권격술은 일정한 궤도를 그리고 있었다. 전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7방향에 한해서는 전력을 더해 진심을 쏟았다.
“커어어억!”
7방향은 교묘하게 북두칠성을 형성했다. 집중적으로 7방위를 맞은 무성은 괴성을 내질렀다. 전신의 혈맥이 뒤집어지며 찢어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수라칠성 파괴술.”
전신요혈을 흐르는 혈맥 중에서도 대맥에 속하는 7방위의 혈맥을 가격하는 공격술이다.
무성과의 1차 대결에서 무진은 수라탄강기에 여러 가지 기술을 부여했다.
살아서 숨 쉬는 생물처럼 움직이는 수라탄강기를 보내 적의 요혈에 흐르는 기운을 막아 버리거나 부서뜨릴 수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의 삼단일통을 해야 하는 혈신의 공능을 끊어낸 1차 대결에서 더욱 발전한 형태의 파괴술이었다.
부들! 부들!
“이…럴 수는 없어!”
또다시 당하고 말았다.
무성은 현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흉마신의 내단은 불완전했지만 오랜 시간을 흘러오면서 원념이 완성을 시켰다. 그렇기에 무성은 한순간에 무력을 되찾았고, 원래의 능력보다 더 강해졌다.
강해진 무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진의 무력이 무성의 무력을 넘어선다는 뜻이 아닌가!
무성은 안간힘을 썼다. 혈맥에서 용트림을 하고 있는 수라탄강기에 예전에도 당했다. 이번에도 또다시 당할 수만은 없었다. 그것은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또다시 한계를 넘어선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여겼다. 모든 것을 내던져 수라탄강기에 대항했다.
“으으으윽!”
전신이 찢겨나가는 고통이 번져왔다. 무성은 정신을 차리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무성은 고통 속에서도 볼 수 있었다.
“네…놈이 감히!”
무진은 무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손을 쓰지도 않고 무심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무성은 조롱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통보다 더 치욕스럽게 다가왔다.
무진은 수라탄강기를 조율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위력을 시험했다. 확실히 한번 손에 익기 시작한 기술이라 전번보다 효율적이었다.
이대로 수라탄강기를 증폭시켜 터뜨려 버리면 철무성이라고 해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무진의 성미에 맞지 않는 일이다. 확실한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서는 힘으로 짓이겨 버려야 한다. 힘과 힘의 대결을 위해서 무진은 무성의 내부에 활개치는 수라탄강기를 회수해 버렸다.
“너무 쉬우면 보람이 없지.”
한순간에 고통이 잠잠해진 무성은 타는 듯한 분노를 경험했다.
“나를 기만하는 것이냐!”
“그럴지도 모르지.”
“땅을 치고 후회하게 해주마!”
“가능하다면 하지만 이것이 네놈의 마지막 기회가 될 거다.”
“죽여주마!”
혈신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혈기가 불처럼 사방을 불태웠다. 용암보다 뜨거운 열기가 천지사방을 뜨겁게 달구었다. 열기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대기중의 기운까지도 불타올랐다. 사막의 아지랑이처럼 타오르는 열기였다.
무진은 지옥의 염화(炎火)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거칠 것이 없으며 망설임은 느껴지지 않았다.
타오르는 불길은 무진의 주변을 태우지 못했다. 수라혼원심공의 극에 다다르자 무극의 진의를 깨닫게 된 무진이다.
무극은 혼돈이 이루어낸 극의였다. 또한 혼돈의 이전에 모든 기운은 무(無)일 뿐이다.
무에서 음과 양이 탄생하여 혼돈을 이루고, 혼돈의 합일을 통해 무극의 종착점을 그리게 된다.
어느 것이 앞서 있고,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원(圓)을 이루어 맞물리는 형국이다.
근원을 깨닫게 된 무진은 파생된 기운을 허무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그 결과 혈신의 지옥염화는 무진의 근원에 부딪치자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지옥염화가 무위로 돌아가는 것을 본 무성은 흔들리는 심경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도 느끼고 있었다. 무진의 무력이 무의 종착점에 가깝다는 것을 말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인정하기 싫었다. 무진의 경지가 무의 종착점이라는 것은 무성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네놈이 어떻게?”
“너는 원석에 가깝다. 강해진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네놈의 아둔함이 또다시 패배를 하게 한 원인이지.”
혈신의 힘은 가공하다. 그 힘을 무진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다면 무성의 능력은 지금보다 훨씬 강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성이 혈신의 능력을 얻은 것은 최근이었다. 그 능력을 갈고닦을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그에 반해 무진은 수십 년간 쉬지 않고 고련에 고련을 거듭했다. 지나온 세월로 비교할 수 있는 존재들은 아니지만 그간의 세월은 차이를 드러내게 만들었다.
“네가 신의 무에 다가섰다는 뜻이냐!”
“아직 나는 한계를 정하지 않았으니 끝이 어딘지는 알 수 없지.”
“웃기지 마라! 네놈은 절대 신의 무에 가까워질 수 없다!”
신(神)의 무(武).
인간이 정해놓은 한계를 넘어서 신마저 초월하는 경지를 뜻한다. 어느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으며, 그 끝을 넘어선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구전으로 내려오는 전설에 불과했다.
그러나 초극을 넘어서는 자들은 결코 신의 무를 부정하지 않았다.
무성 또한 신의 무를 이루었다고 생각했었다. 혈신이야말로 진정한 신의 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진과 대결을 한 순간부터 신의 무에 다다랐다는 자존심은 깡그리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그럼 끝을 내볼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성은 지옥혈기를 끌어와서 광세무변한 거력을 일격에 실었다. 거리는 팔과 팔이 닿는 지척이다. 피할 수 없는 거리에 도달했다. 무진은 피할 시간과 공간이 부족해 보였다. 그 순간 타격이 이루어졌다.
퍼어억!
고개가 돌아갔다. 그리고 또다시 타격이 이어졌다. 가슴뼈가 우그러졌다.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권격에 신형이 계속 휘청거렸다. 궤도가 보이지 않는 권격이다. 타격이 되었다는 것은 육체에 선명하게 남은 흔적으로 알 뿐이다.
지옥화기를 둘러싸고 있었던 무성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망연자실했다. 선제공격을 한 것은 무성이었다. 그런데 공격을 당한 것은 무성이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권격이 무성의 전신을 가격해 왔다.
“보…이지 않았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르기라면 궤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빠른 권격도 궤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뻗어나가는 일직선의 궤적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허무격공(虛無擊攻)의 완전한 권격술에 도달했다는 뜻이 된다.
허무격공은 막을 수도 없으며 막을 방법도 없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아무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허무격공의 경지에 올라선 무진이다.
일격에 실린 힘이 무성의 살을 짓이기고, 뼈를 부서뜨렸다.
무성은 점점 무너져갔다. 혈신의 극의에 도달한 혈기조차 무진의 권격에 실린 힘을 막아내지 못했다. 기운을 무(無)로 돌려버리는 무진의 권격에 혈기가 맥없이 뚫려 버렸다.
혈기가 막아주지 못하자 무성의 신체는 일반적인 외공고수보다 강한 것 정도밖에 되지 못했다.
무진의 막강한 힘을 외공만으로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무진은 인정사정없이 무성의 신체를 두드렸다.
퍼퍼퍼퍼퍼퍽!
뼈가 으스러지고 살이 터져 버려 형체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지만 혈신의 공능 때문인지 금세 아물기 시작했다. 불사에 가까운 혈신다웠다.
무진은 격공섭물로 무성을 허공으로 띄웠다. 이제 승부를 낼 때였다. 무진은 전력을 기울였다. 잔잔한 수면 같은 무진의 기도가 질풍노도처럼 풍랑을 일으켰다.
무진의 주위로 발생한 기류가 반경 50장에 달하는 모든 것들을 빨아들었다. 자연만물을 흡입, 수라혼원심공으로 정제하여 한순간에 증폭시켰다. 무지막지한 기운이 무진의 손에 모였다.
“이제 가라.”
허공에 떠 있는 무성을 향해 무진의 전력과 만물의 정화를 한꺼번에 토해내었다.
허공에서 바동거리던 무성은 위기감을 느꼈지만 벗어나지 못했다. 벗어날 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무진의 권능에 의해서 묶여 있어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내…가…….”
꽈아아아아앙!
무지막지한 폭발이었다. 허공에서 터졌기 망정이지, 애뇌산에서 터졌다면 산이 없어져 버렸을 것이다.
지축을 뒤흔드는 폭발음과 동시에 혈신의 육신이 한 줌의 먼지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혈신을 덮고 있던 혈기마저 산산이 부서져 소멸되어갔다.
혈신을 완전한 무(無)로 돌려버린 무진은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길고 긴 대결의 종지부를 찍어 버렸다.
혈신의 무는 확실히 가공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무진이 이겼다. 이제부터 무진의 세상이다.
무진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하늘이 어두워져 별이 빛나고 있었다.
“아직 애송이군.”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별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너무 희미했다. 무진의 맞수가 되기에는 아직도 멀었다.
그만한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시간이 가면서 강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다.
“이제부터 세상을 휘어잡는다.”
대항마가 사라진 이상 무진은 야심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대륙천하를 손에 넣는 일만 남았다.
방해되는 조무래기들은 모두 처리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 * *
청년은 만물을 압도하는 강렬한 기도를 지녔다. 시대를 아우르는 절대자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청년이 밤하늘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나조차도 완전히 없애지 못한 혈성을 사라지게 만들다니!”
700년 전 흉마신과의 대결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혈성의 기운을 완전하게 소멸시키지 못했다. 그로 인해 700년이 지난 지금 혈성이 뚜렷한 빛을 찾았다. 흉마신보다 더 강한 혈성을 띤 존재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도대체?”
적무룡은 천검극에 올라선 후 천검성의 남아 있는 후인들을 찾았다. 다행히도 700년이 지난 지금도 5신장의 후예들은 각자의 절기를 이어받은 상태였다.
물론 지금에 와서 천검성의 성주로 인정을 받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적무룡의 경지를 조금이나 본 순간부터는 천검성주로 인정했다.
“수호사성을 다시 찾는다 해도 승부를 보기 힘들 것 같구나!”
혼란을 가져오는 거대한 존재. 그의 빛이 너무나 강했다.
지금 자신으로서는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무룡을 보좌하게 된 5신장의 후예들은 뜻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적무룡의 경지는 천외천이었다. 그런 성주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지금 당장 내 힘을 드러낼 수 없다. 이제부터 수호사성을 찾고, 예전의 힘을 회복하는 데 주력한다.”
“예! 성주님!”
적무룡은 앞일을 대비하기 위해서 힘과 세력을 규합하고 은밀하게 확장시키기로 결정했다.
적은 너무 크고 완성된 존재일 것이다. 그에게 섣부른 대항은 타초경사의 누를 범할 수 있었다. 중원을 수호하기 위해서 적무룡은 인내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