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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94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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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94화

제4장 무진천하 (1)

 

승전을 한 명군과 무림은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중원대륙은 흉흉한 분위기였다.

명 제국은 황궁의 복구는 물론, 황제의 등극까지 맞물리는 바람에 혼란은 가중되었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지만 당장의 혼란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무림은 정천맹과 흑룡성으로 또다시 양분이 되었다.

겉으로는 중원무림의 대의를 위해서 합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원한을 하루아침에 털어 버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암암리에 세력다툼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대륙의 혼란은 단숨에 정리가 되지 않았다. 점점 소용돌이쳤고, 분란은 가중되었다. 사람이 사는 이상 이권다툼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이었다.

저벅! 저벅!

세상의 혼란은 그의 안중에 없다. 거칠어지는 호흡과 무거워지는 발이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찢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끔찍한 상처들이 그가 얼마나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지 보여주었다. 가끔씩 토해지는 핏물이 검게 죽어가고 있었다.

“어디까지 온 거지?”

정신까지 가물거리고 있었다.

추격자들의 집요함으로 인해 그는 어디까지 도망을 쳤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가 방향을 정하기도 전에 추격자들이 지속적으로 방해를 해왔다.

철무성은 무작정 산의 정상으로 올라갔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던 철무성의 얼굴은 메마르고 건조했으며 기력은 쇠진할 때로 쇠진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욕구가 강렬했다. 복수를 하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는 사명감을 불태웠다.

산의 중턱을 넘어갈 때쯤이었다. 철무성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지독한 것들!”

흑영대가 또다시 그의 뒤를 노리고 있었다. 기력은 쇠한 반면에 감각은 의외로 예민해지고 있었다.

파파파파팟!

그가 방향을 바꾸기가 무섭게 흑영대가 공격해왔다. 치명적인 살격을 망설이지 않고 뿌렸다.

철무성은 결국 흑영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도주를 해야만 살 수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도주했을 때 철무성은 이를 갈았다.

휘이이잉!

끝에 다다른 만장단애.

아래서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거셌다. 봉두난발로 휘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철무성의 눈동자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참을 수 없는 노화가 치밀었다. 마지막까지 도주한 장소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벽이었다.

“큭!”

여기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생각이 들자 화가 났다.

“이것이 쥐새끼처럼 도망친 결과란 말인가!”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철무성은 지금 혈신에 어울리지 않는 짓을 했다. 초원의 제왕이 서리 맞은 개처럼 비루하게 도망친다는 것 자체가 명예를 잃은 것이다.

마지막에 이르자 철무성의 이성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철무성은 단전에 박혀 있는 흡혈마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제대로 된 운기조차 하지 않아 단전 주변이 검게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검을 뽑게 되면 단전을 완전히 잃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방법이 남아 있지 않았다. 혈검을 박아 놓은 상태에서는 힘을 쓸 수도 없다.

목숨을 걸려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무성은 마지막 도박을 걸었다. 모든 기력을 단전에 집중했다. 기력과 혼을 집중시킨 후 무성은 지체하지 않고 단숨에 흡혈마검을 빼냈다.

“크으윽!”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았다.

단전이 무너지자 혈기를 운용하는 받침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몸이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남아 있는 기력이 얼마나 남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몸이 터져 버렸을 것이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의 추격전으로 혈기가 소모되었다. 그래서 철무성은 죽지 않고 버틸 수는 있었다. 죽지 않았으니 행운이라고 할만 하나 웃을 수 없는 철무성이다.

사사사사삭!

흑영대가 철무성의 주변을 에워쌌다. 무표정한 흑영대는 감정조차 흐르지 않았다. 그들은 주어진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병기와 같았다. 유일하게 감정을 지니고 있는 흑영1호 단유성조차 내색하지 않았다.

‘끝을 낼 때다.’

제왕성의 패배.

철무성의 존재가치가 사라졌다. 미끼로써의 역할이 끝났으니 폐기처분할 때가 왔다.

단유성은 침착하게 행동했다. 작은 실수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었다. 철무성이 비록 대부분의 무력을 잃기는 했지만 어떤 수를 부릴지 알 수 없었다.

단유성은 조금씩 철무성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 빠져나갈 구멍을 사전에 막아놓았다. 토끼몰이 하듯 몰아붙인 후 단숨에 숨통을 끊어버리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10명이 조를 이루어 철무성을 위협해 나갔다.

벼랑 끝에 몰린 철무성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흑영대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자 달관을 한 듯이 눈을 감았다.

흑영대가 지척의 거리까지 좁혀왔다.

파팟!

1장 내외로 공간을 좁힌 흑영대가 일격필살의 공격을 감행했다.

유형화된 검기의 형상. 검강이 무성의 머리, 가슴, 배를 노리며 들어왔다. 정교하며 위력적인 합격술이었다.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차단하는 능력이 대단했다.

그 찰나 자포자기한 듯 미동도 않던 철무성의 눈이 떠졌다.

오싹!

소름끼치는 기운이 대기를 갈랐다. 붉은 혈광이 번뜩였다. 단유성은 위기감을 느꼈다.

“뒤로 피해!”

단유성의 외침보다 무성의 손속이 더 빨랐다. 쥐어짜는 듯한 혈광이 흡혈마검을 통해 분출되었다.

타타타탕!

10개의 검강을 모두 받아쳐 버렸다.

혈광과 부딪친 흑영대는 5장이나 밀려났다. 초절정고수인 흑영대 10명이 삽시간에 전투불능이 되었다. 혈기와 부딪친 충격이 컸는지 서 있는 것도 힘에 부쳤다.

철무성의 호흡이 무척이나 거칠어져 있었다. 조금 전의 일검은 그의 마지막 전력이었다.

“고작 이것이 내 전력이란 말인가!”

온전한 힘이었다면 한 수면 끝이었다. 수가 많다고 해도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죽이기는커녕 회심의 일격조차 타격을 입히는 것이 고작이었다.

무적이었던 자존심이 무너지면서 비참함에 몸서리가 처졌다. 그러나 더 이상 비굴하게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와라!”

단유성은 경계를 하면서도 사태를 정확히 파악했다. 마지막 전력을 모두 쏟아낸 것을 파악한 단유성은 망설이지 않고 척살도법(刺殺刀法)의 무정혈(無情血)을 펼쳤다.

흑영대가 무성의 정면과 좌우를 파고들어 방어를 할 수 없게 만든 상태였다.

무성은 전력을 다해 단유성의 무정혈을 후려쳤다.

타아앙!

반탄력을 이기지 못한 무성은 절벽으로 하염없이 밀려났다. 절벽 끝에서도 멈추지 못한 무성의 신형이 끝없는 단애로 곤두박질 쳤다.

단애의 끝에 선 단유성은 낭패한 기색이었다. 깎아지른 듯한 단애의 끝은 보이지도 않았다. 내려가는 길이 없는 이상 시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무성의 시체를 확인하지 않는 이상 목적을 이룬 것이 아니다. 무진은 어설픈 행동을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내려간다.”

곧바로 내려가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능선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웅덩이에서 사람이 꿈틀거리며 빠져나왔다. 넝마가 되어 버린 그는 만장단애서 떨어진 무성이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여러 번의 운이 겹치지 않았다면 무성은 살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내려오면서 아래서 위로 부는 용권풍이 불었다. 반 시진마다 불어오는 용권풍이 제때에 불어서 무성의 낙하속도를 줄였다.

그렇다고 해서 살아날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만약 깊은 물웅덩이가 있지 않았다면 고깃덩어리가 되었을 것이다.

“쿨럭!”

주르르륵!

단유성의 무정혈과 부딪친 충격으로 무성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단전이 망가지고 혈맥도 손상이 되었다. 살아 있다고 해도 오래 살기 힘든 상태였다.

의식이 멎어 가는 상황에서도 무성은 무의식적으로 걸었다. 음습함이 감도는 협곡을 따라 질척이며 걸어갔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무성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오래 걸리고 있었다.

15장을 걸었을 때 어둠 속에서 혈광이 뻗어 나와 무성의 의식을 끌어당겼다. 무성은 혈광의 끌림에 다가갔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곳에는 뼈만 남은 시체와 붉은 내단이 남겨져 있었다.

무성은 저도 모르게 붉은 내단을 손아귀에 쥐었다. 그러자 내단이 무성의 신체에 스며들어갔다. 혈기가 무성의 전신을 뒤덮었다. 무성의 내부에 남아 있던 기운과 내단의 기운이 동일했다.

물 만난 어류처럼 무성의 전신이 혈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광대한 혈기가 스며들자 무성의 의식이 또렷해졌다.

‘이…건 혈기!’

무성의 혈기와 같은 혈기였다. 혈기와 더불어 내단에 스며 있는 사념이 무성의 뇌리로 이어졌다.

놀랍게도 내단의 주인은 700년 전 중원무림에 피 바람을 일으킨 흉마신이었다. 천검신에게 패해 결국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지만 그의 내부에 숨 쉬고 있는 혈기와 지독한 원념은 사라지지 않았다.

생각지도 않은 기연이었다. 무성이 아닌 다른 무인이 내단을 만졌다면 혈기를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이미 완성된 혈신의 능력을 지니고 있었던 무성은 혈기를 흡수하여 원래의 힘을 회복할 수 있었다.

파괴되었던 단전이 복구되어 선천지력과 혈기를 하나로 일통할 수 있게 되었다.

“하늘이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

원래의 힘에 더해 흉마신의 혈기까지 흡수한 무성은 더 강해졌다. 폭발할 듯한 기운은 협곡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광폭한 혈신이 부활하게 되었다.

“크하하하하!”

무성이 쏘아낸 기파가 애뇌산 전체를 들썩였다. 힘을 회복하자 무성의 눈빛에 잔인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제까지 수치를 안겨준 무진의 모든 것을 철저하게 박살내 버릴 것이다.

“제 발로 오는군.”

그전에 흑영대를 처리하는 것이 먼저였다. 상대도 되지 않는 놈들에게 당한 것을 생각하면 분이 풀리지 않았다. 무성은 흑영대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먹이를 기다리는 맹수와 같았다.

흑영대가 단애를 내려와 협곡을 뒤졌다. 그때 상상하기도 힘든 기파가 협곡은 물론 애뇌산 전체를 뒤덮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일이었다.

단유성은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만일을 대비해서 단유성은 흑영대 중 일부를 차출해서 소식을 전하도록 했다.

단유성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무성을 찾았다.

무성은 멀쩡한 상태로 서 있었다. 마치 단유성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회복했구나!’

어떻게 회복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러나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떻게 해서든 맞서 싸울 뿐이다. 그렇게 배워왔고,

또한 남아 있는 동생을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용감하게 싸우는 것뿐이었다.

“물러서지 않은 것을 보니 용기가 가상하다. 하지만 나를 분노케 한 죄는 죽음뿐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철무성은 단 한 명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전사로서의 명예조차 지킬 수 없었던 무성의 자존심은 갈가리 찢겨야 했다. 죽음의 직전까지 몰린 후에 회생했으니 분노에 불타는 것은 당연했다.

“공격한다!”

흑영대는 단유성의 명령에 망설이지 않았다. 인성이 존재하지 않는 인형의 슬픈 현실이다. 단유성도 물러서지 않고 먼저 공격을 감행했다. 전력을 다해 항마불사신력을 끌어올렸다.

마(魔)를 불태우는 항마(降魔)의 기운이 단유성의 도끝을 넘어서 유형의 강기로 형성되었다. 초절정을 넘어 절대지경의 경지에 발을 들인 단유성이다. 단유성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소용없다.”

무성의 주먹이 움켜쥐어졌다 다시 펴졌다. 삽시간에 형성된 무지막지한 거력이 대기를 흡수했다가 밖으로 쳐냈다.

휘이이잉!

주먹을 움켜쥐는 거력으로 인해 형성된 와류가 흑영대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빨려 들어가 버릴 지경이었다.

그때 무성의 권격이 대기를 치며 앞으로 뻗어졌다. 감히 측정하기 힘든 거력에 흑영대는 반항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단유성이 이를 악물며 도환(刀丸)을 날렸지만 거력에 소멸되어 버렸다.

“크으윽!”

방어가 불가능했다. 와류의 중심에 부딪친 흑영대원 10명이 형체도 남기지 않고 소멸되어 버렸다. 단유성도 거력의 단면에 튕겨나가 절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단유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도저히 막아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길 수 없다!’

무성을 이긴 무진의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할 수조차 없다. 어떻게 저런 괴물을 이겼는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무성은 화가 치밀었다. 한 주먹거리도 되지 않는 것들에게 유린당했다는 것이 분했다.

“이따위 버러지들에게 내가 당했단 말이냐!”

한 수에 죽이는 것은 너무 편한 죽음이었다. 죽고 싶을 만큼 괴롭히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혈신의 파괴성과 잔인성이 무성의 심성을 잔혹하게 물들였다.

무성의 손바닥이 휘둘러지자 혈기에 부딪친 흑영대원들이 포탄처럼 날아가서 처박혔다. 죽지는 않았지만 다시 일어서는 것은 불가능했다.

단유성은 흔들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일어서서 달려들었다. 흑영대는 길러진 살인병기에 불과하지만 단유성에게는 수하들이었다.

‘미안하다! 나는 너와 함께할 수 없을 것 같구나!’

동생과 함께 살아갈 날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에게 밝은 빛을 허용하지 않는다. 동생만이라도 사람다운 삶을 살기를 바랄 뿐이다.

“이야야얍!”

단유성이 돌진해 들어갔다. 항마불사신력이 극에 다다르자 형언할 수 없는 황금색 광영이 단유성의 전신을 휘감았다. 마음에 담고 있는 것을 초월한 단유성의 의지가 항마불사신력의 또 다른 경지를 개척한 것이다.

단유성의 내부에서 불굴의 의지가 솟구쳤다. 황금색 광영은 혈기와 상극이었다.

“아니!”

혈기에 대응하는 단유성의 기운에 철무성의 표정이 바뀌었다. 금빛 광영이 불타의 자비로움이라면 혈기는 지옥마신의 원념이었다.

“네놈의 기운이 맘에 들지 않는구나!”

적당히 가지고 놀다 죽이려고 한 무성은 생각을 바꾸었다. 한순간에 절대지경의 고수가 성장을 했다. 이 정도의 성장속도라면 후일 골칫거리가 될 수 있었다. 이런 놈은 여지를 남겨주지 않고 확실하게 죽이는 것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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