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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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8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93화
제3장 멸살(滅殺) (4)
소용돌이치는 기운이 하늘을 뚫어버리자 그 중심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무진과 수라였다. 제왕성이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무진의 모습은 멀쩡했다.
다급해진 천득구는 필사의 의지를 실어 남아 있는 전사들을 도륙했다. 정신을 다른 데 팔 때가 아니라는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가까스로 전사들의 입을 봉해버린 천득구가 무진을 마중했다.
“주군! 무사하셨군요.”
“무슨 일이었지?”
“그게 이놈들이 불리하니까! 비겁하게 벽력탄을 터뜨린 겁니다! 저도 하마터면 매장당할 뻔했습니다!”
“그런가.”
무진은 별달리 의심하지 않았다. 의심을 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사소한 일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무진의 성격이었다.
천득구의 주변에 시체가 널려 있었다. 그 중 확실하게 죽지 않는 전사가 있었다. 그는 죽어가면서도 억울한지 소리쳤다.
“그…건…우리…가…한…게…커억!”
털썩!
순간 놀란 천득구가 지체하지 않고 검탄을 발출했다. 입을 끝까지 열게 놔둘 수 없었던 것이다.
‘깜짝 놀랐네!’
설마 죽은 체 연기를 하고 있을 줄은 천득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마터면 천득구의 행위가 발각될 뻔했다.
천득구는 즉각적으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보다 뒤에 계신 아리따운 소저는 누구신지?”
무진의 뒤에 버티고 있는 여인을 본 것이다. 무표정한 얼굴이 차갑게 느껴지지만 매력이 있었다.
천득구는 여인의 얼음 같은 얼굴과 차가운 기운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천생배필을 보는 것처럼 정이 느껴졌다.
“강시를 좋아하나.”
“예?”
죽은 것 같지 않았다. 살아 있는 사람처럼 생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수라의 내부에 숨 쉬고 있는 혈정이 천득구의 천살지기와 감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천득구는 수라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혈기와 천살지기는 어찌 보면 비슷한 기운이다. 수라혼원심공에 의해서 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남아 있었다.
“가지.”
“예.”
무진이 돌아섰다.
그 뒤를 수라와 천득구가 따랐다.
천득구는 수라를 보면서 군침을 흘렸다. 강시이던 아니던 마음에 들었다. 살아서 움직이고, 정상적인 행위만 가능한 여자라면 마다할 천득구가 아니다.
‘고것 참! 스흡!’
침이 절로 고이게 만드는 강시다. 이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런 기운을 풍기는 강시라면 데리고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충동을 받았다.
스윽!
천득구는 자신도 모르게 수라의 엉덩이에 손을 갖다 대었다. 그 순간 빛살 같은 기운이 천득구의 싸대기를 자극했다.
빠악!
쿠다다당!
어찌나 위력이 강한지 천득구가 허공에서 3번이나 회전하며 날아가서 석상을 박아 버렸다. 석상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천득구는 석상에 부딪치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방심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천득구가 미처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 대단할 따름이다.
하지만 천득구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앙칼지긴! 하긴 이런 매력이 있어야지!’
그에 반해 수라는 별다른 뜻이 있지 않았다. 엉덩이를 만진 것보다 공격을 가하려고 한 것으로 알고 본능적으로 반격을 한 것뿐이었다.
* * *
안문관이 공격받았다.
북동쪽으로 부서진 곳이 집중 공격을 받고 있었다. 제왕성에 복속된 15만의 병력과 명의 10만의 병력이 장벽을 사이로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안문관의 병력이 적지만 만리장성이 있기에 막아내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또한 군수물자와 식량도 천무상회에서 풍족하게 지원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밀리고 있는 것은 오히려 초원의 부족들이었다.
안문관에서 20리 떨어진 평야에서도 혈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제왕성의 주력과 명의 주력이 맞부딪친 것이다. 10만 대 50만이라는 엄청난 수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결은 팽팽함을 넘어 명 제국이 밀리고 있었다.
명의 총 지휘를 맡고 있는 총군사령관 강일운 대장군은 믿을 수 없는 사태에 기가 막혔다.
지형을 끼고 싸우는 대전이 아니다. 평지에서의 대전은 어차피 수의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다.
상식적으로 5배나 넘는 군사력을 보유한 명 제국이 유리하게 진행이 되어야 정상이었다. 그만큼 제왕성의 전사들은 일반적인 수준을 한참이나 넘어섰다.
강일운 대장군은 전장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접근전에서는 답이 나오지 않을 만큼 수준 차이가 컸다.
완벽한 실수였다. 수적인 우위를 확보했기에 단병접전을 계획했다. 만약 놈들의 전투력이 이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접근전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뒤로 후퇴하기도 늦었다. 제왕성도 거리를 두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에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물러서지 마라!”
“놈들의 수는 적다!”
명군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전장에 흑룡성과 정천맹의 무인들이 가담했다. 서쪽과 남쪽을 창처럼 찌르고 들어가서 명군의 피해를 줄여나갔다. 개개인의 무력에서는 병사들보다 무인들의 무력이 훨씬 강력했다. 그렇게 되자 제왕성과의 대결이 팽팽하게 전개되었다.
“중원의 정기를 보여라!”
“북방의 오랑캐를 몰아내자!”
와아아아아!
북리중천과 담소극이 무인들과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함성소리가 평야를 진동시켰다.
“초원의 위대함을 알려주어라!”
“대륙의 나약한 놈들에게 진다는 것은 전사의 수치다!”
와아아아아!
제왕성의 전사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랜 시간 참아온 전사들은 피에 대한 갈증이 컸다. 물러서지 않는 용맹함은 명군과 중원무인들을 질리게 만들었다.
전사 1명이 죽을 때 명군과 무인들은 5명이 죽어나갔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피해는 누적되었고, 시체는 산을 이루었다. 말 그대로 시산혈해(屍山血海)의 참혹한 전장이 되었다.
전장에 참여한 4천왕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안문관에 다다르지도 못한 채 명군의 전력과 맞서 싸우게 되었다. 그로 인해 피해는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었다.
1명의 전사도 낭비할 수 없는 제왕성으로서는 뼈아프게 다가왔다.
“놈들의 대비가 이토록 빨랐다니!”
“우리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오!”
물러서기에도 늦었다. 뒤를 돌아보기에는 너무 멀리 와 있었다. 이대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직접 전장에 참여하여 피해를 줄여야만 했다. 천왕들은 어쩔 수 없이 제왕성의 주 전력을 아끼지 않고 동원했다.
“명왕전과 천왕전의 전사들은 돌격하라!”
“충!”
제왕성의 주 전력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무서운 전사들이다. 각각 100명으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개개인의 전투력이 일반전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또한 천왕 직속의 무력부대로 천왕이 직접 지휘를 하기에 전장의 사신들로 불린다.
명왕전(明王殿)과 천왕전(天王殿)의 전사들이 성난 파도와 같이 돌격했다. 막아서는 자들은 무인이건 병사들이건 거칠 것이 도륙했다.
폭풍처럼 밀어닥친 명왕전과 천왕전의 파랑(波浪)에 의해 순식간에 1천 명의 무인과 병사들이 죽어나갔다.
북리중천과 담소극은 맹과 성의 전력이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당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주력이 나왔구나!”
천왕이 직접 지휘하는 무력집단은 절대고수가 아니고서는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간파했다.
북리중천과 담소극이 직접 전장에 참여했다. 그 뒤를 따르는 무리는 이제까지 정천맹과 흑룡성의 주력들과는 달랐다.
흑풍대(黑風隊)와 천풍대(天風隊)라고 붙여진 이들은 한 번도 선보여지지 않은 맹주와 성주의 무력부대였다.
피를 흘리는 전장 속에서도 흐트러짐을 볼 수 없는 잘 벼린 칼을 연상케 하였다. 뜨겁게 달구어진 전장에 얼음의 사신을 보는 것 같았다.
북리중천과 담소극은 흑풍대와 천풍대를 이끌고 전장의 중심으로 질풍노도처럼 쏘아져 나갔다.
쿠아아아아앙!
제왕성의 주력과 중원무림연맹의 주력이 부딪치자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들을 중심으로 기파가 발생하여 범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사나운 소용돌이 속으로 검기를 넘어서는 강기가 시선을 집중시켰다. 개개인이 모두 초절정에 달하는 고수라는 소리였다. 병사들은 물론 무인들까지도 순간적으로 멍을 때렸다.
제왕성의 4천왕은 흑풍대와 천풍대의 무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명왕전과 천왕전의 전사들과 대등한 대결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는 일이었다.
“어디서 이런 놈들이!”
정천맹과 흑룡성에 대해서는 만귀당을 통해서 대부분이 파악이 되었다. 만귀당의 정보에서 흑풍대와 천풍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갑자기 초절정에 달한 고수가 200명이나 나타난다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가!
흑풍대와 천풍대를 지휘하는 북리중천과 담소극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실 흑풍대와 천풍대는 무진의 무력에 속하는 밀영대와 역천대였다. 밀영대와 역천대의 무력을 확인한 순간 북리중천과 담소극은 말을 잇지 못했다. 개개인의 무력이 그들에 비해서 부족하지 않았다.
‘흑풍대의 상위서열은 나조차도 기운을 파악하지 못했다!’
‘백안마검 사도진이 일개 대주였다니!’
무진의 가공할 능력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담소극과 북리중천은 아직 모르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역천대와 다르게 밀영대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무진의 가장 강력한 무력에 속하는 것이 밀영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타아아아앙!
사자천왕 구양천강과 정천맹주 북리중천의 무력이 격돌했다. 그와 동시에 혈살천왕 담대우성과 흑룡성주 담소극의 무력이 부딪쳤다.
절대지경의 고수들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자 놀라운 광경을 연출해 내었다.
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기운이 결코 아름답지 많은 않았다. 하늘로 솟구친 기운이 대지에 닿자 무지막지한 폭음과 기파가 사방을 잠식했다.
냉혈천왕 야율천과 밀영1호 차중천, 흡혼천왕 율가람과 역천대주 사도진도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바다를 가르고, 대지를 뒤엎는 광대무변한 대결이었다. 일세에 한번 보기도 힘든 무인들의 처절한 사투였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절기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초식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 호각지세의 대결이었다. 일각이 지나고 이각이 지날 동안 양쪽은 전력을 다했다.
절대지경의 고수와 초절정의 무력집단이 서로의 전력을 기울이자 대결은 또다시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은 참혹해질 뿐이다. 전쟁은 결코 아름답지도 않으며, 정당하지도 않다. 깨끗함과는 거리가 멀다. 살아남는 것이 최후의 목적일 뿐이다.
죽고 죽이는 사투, 병장기에 죽어 가는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악을 한다. 시산혈해를 이루는 참혹함이 전쟁이라는 마물이 지닌 속성이다.
전사, 병사, 무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그들은 점점 전쟁의 마성에 젖어 버렸다. 마치 양귀비에 빠져 허우적대는 듯했다.
흥분, 불안, 초조는 광기로 이어졌다. 전쟁의 광기가 전장을 뒤덮었다.
수십만에 달하는 인명이 개미처럼 짓밟히듯 죽어나갔다. 광기로 이성을 잃어 가는 전장 속에서도 밀영대는 냉정했다. 얼음처럼 차가운 그들은 약간의 흥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밀영1호 차중천은 야율천의 천빙지력(天氷之力)을 대적하면서도 차분하게 전장의 상황을 주시했다.
‘역시 밀리는군.’
사자천왕 구양천강과 혈살천왕 담대우성은 다른 천왕들보다 강했다. 북리중천과 담소극이 절대지경에 도달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짧았다. 천왕들에 비해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대로 밀리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 북리중천과 담소극은 강인함을 그대로 간직해야 했다.
[밀영4호, 밀영6호는 은밀하게 담소극과 북리중천을 보좌해라.]
[예.]
작전은 은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밀영대는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 조금씩 시선을 분산시켰다. 절대지경의 대결이 펼쳐지는 곳을 외부와 차단해 버린 것이다.
이것은 경계를 짓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주기 위한 연막작전이다. 대결의 세세한 내용이 외부로 흘러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비책이었다.
퍼어엉!
주르륵!
북리중천이 성하유성도법의 유성막(流星膜)을 펼쳐 구양천강의 사자묵룡강기(獅子墨龍剛氣)를 막아내기는 했지만 충격을 온전히 흘리지는 못했다.
구양천강의 강기는 사납고 거칠었다.
검막에 충격을 받은 북리중천이 뒤로 밀렸다. 이번 격돌로 승부의 향방이 기울기 시작하자 다시 회복하기 힘들었다.
구양천강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절초를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의 간격이 필요하다. 구양천강이 북리중천에게 시간과 간격을 허용할 리 만무했다.
“끝이닷!”
구양천강의 손에 검은빛을 뿌리는 강환이 형성되었다. 묵룡천강기(墨龍天剛氣)가 극성에 다다라야 형성할 수 있는 사자묵룡강환(獅子墨龍剛丸)이었다. 일격에 끝을 내 버릴 수 있는 절초였다.
한발 늦은 북리중천은 어쩔 수 없이 성하유성도법의 마지막 절초인 초극성을 펼쳤다. 가만히 있다가 당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후발제인의 수법이 통하려면 상대보다 족히 두 배는 빨라야 한다. 밀리는 형국에서는 동귀어진도 할 수 없다.
이대도강의 수법을 사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리중천은 물러설 수 없다. 차라리 깨끗하게 죽는 것이 가문을 위해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헛!”
절초를 뿌리려는 찰나 음영의 살격이 구양천강의 요혈을 노리며 들어왔다. 어찌나 은밀하게 예리한지 눈치 채기도 어려웠다.
절초를 뿌리는 순간이라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다. 미세하지만 권격의 궤도가 흔들렸다. 절대지경의 고수에게 작은 틈은 크게 다가왔다.
북리중천은 초극성을 펼쳐 사자묵룡강환을 비스듬히 쳐내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감각에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음영살격을 당한 구양천강의 신형이 비틀거렸다.
북리중천은 때를 놓치지 않고 초극성을 다시 펼쳤다.
“비…겁한!”
심장에 구멍이 뚫렸다. 극강의 무력을 자랑하던 구양천강의 어이없는 최후였다. 어두워지는 마지막 시선 사이로 혈살천왕 담대우성의 목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두 천왕의 죽음에 이어 냉혈천왕, 흡혼천왕도 버티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천왕들의 죽음에 명왕전과 천왕전의 전사들은 당황했다. 설마 천왕이 질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지휘자를 잃었으니 사기가 저하되는 것은 불을 보듯 자명했다. 반면에 중원무림연맹과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높이 치솟았다.
와아아아아아!
“북방의 오랑캐를 섬멸하자!”
승기를 잡은 순간부터 대치 상황이 변화를 일으켰다. 팽팽하던 양 전력에서 한쪽의 균형이 깨졌다.
명군과 중원무림연맹이 기세가 욱일승천(旭日昇天)했다. 기세를 탄 명군과 무인들이 진격하자 제왕성은 조금씩 뒤로 밀렸다.
승부를 결정지은 북리중천과 담소극의 내심은 다른 이들과 다르게 편치 않았다. 마지막 초식에서 은밀한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그들만이 알고 있었다.
만약 도움이 없었다면 구양천강과 담대우성에게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도 내 손으로 결정을 짓지 못했다!’
‘그자의 울타리를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단 말인가!’
안도와 한계를 체감한 북리중천과 담소극이다. 적이 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이 동시에 든 것이다.
채채채채챙!
수장을 잃었다고는 하나 전사들의 무력이 약해지지는 않았다. 치열함이 도를 넘어 극에 달해갔다. 참혹함이라는 단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지옥의 아수라장이었다.
“죽어!”
“죽어랏!”
제왕성은 마지막까지 항전을 거듭했다. 도망가는 전사들은 거의 없었다. 추격하는 명군과 중원무림연맹의 무인들조차 질릴 지경이었다. 정면대결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바람에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반나절이 넘어가는 시간 동안 지속된 전투로 인해 결국 제왕성은 전멸하고 명군과 무인들은 승리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승리의 자축을 즐기지 못했다. 제왕성을 전멸시키는 데 30만에 달하는 병력과 3만에 달하는 무인들이 죽었다. 중원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가장 지독한 대전이 아닐 수 없었다.
북리중천과 담소극은 끝을 헤아리기 힘든 시체들을 바라보며 착잡한 심경을 지우지 못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어느 누구의 승리도 아닌 참혹함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