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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9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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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9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9화. 배후의 조종자 (6)

 

 

 

유렌의 공국행은 순식간에 결정되었다.

여왕이 보고받은 순간 그 즉시 허락을 내주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공개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아 놀라는 이는 적었지만, 심복인 예니힌 공작은 여왕의 담대한 결정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괜찮겠습니까? 폐하.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거의 모든 병력을 이끌고 외국으로 나가겠다는 겁니다만.”

예니힌 공작이 조금은 걱정된다는 얼굴로 여왕에게 물었다.

물론 그도 사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이건 신성국에 갈 때와는 달랐다.

아예 대놓고 병력을 이끌고 가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당연히 괜찮죠. 아니, 오히려 여기서 망설이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하지만 여왕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했다.

노공작의 걱정이 무슨 뜻인지 알긴 하지만, 그의 사고관에선 유렌을 아직도 ‘왕국의 귀족’의 틀 안에서 행동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현실적으론 그게 아닌데도 말이다.

‘그를 일반적인 틀 안에 넣을 만한 시기는 이미 한참 지났어요. 할아버지.’

그의 입지나 강함. 그리고 그가 상대하는 이들은 이미 일반적인 귀족들과는 한참이나 멀어진 상태이니까.

다만 여왕은 굳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아직 명석함이 충분히 남아있는 그라면 여기서 굳이 더 말을 꺼내지 않아도 알아들을 테니까.

“…그렇습니까. 제가 조금 잘못 생각한 것 같군요.”

그리고 노공작은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여왕의 의중을 알아채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상대는 이미 귀족이니 뭐니를 초월한 존재다.

애초에 그가 만약 허가고 뭐고 무시하고 그냥 외국으로 향한다고 해도, 이쪽으로선 뭐 어떻게 할 방법도 없다.

현재 누가 그를 막겠는가. 만약에 온 힘을 동원해 막을 수 있다 쳐도, 그래서 남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가 상대하는 것은 이 나라를, 아니 인간을 그렇게 가지고 논 놈들인데.

‘…성장하셨군.’

물론 왕녀였을 때부터 싹은 충분히 보여왔고 여왕이 될 재질 역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어느새 이렇게나 크게 싹을 피우고 있었을 줄이야.

노공작은 그런 그녀를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폐하. 제국의 황자와는 계속 편지를 주고받고 계십니까? 최근 제국의 사신이 묘하게 많이들 왔다 갔다 한다고 듣고 있습니다마는.”

“…! 가, 갑자기 그 얘기는 왜 나오나요!”

“하하핫!”

노공작은 얼굴이 살짝 빨개진 채 소리치는 손녀를 보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몇 달 전, 왕국에 사절단의 대표로 온 제국의 3황자와의 만남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흠, 흠. 어쨌든! 슈나이더 후작의 다른 요구상황은 모두 들어주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폐하.”

그날 왕궁에선 수많은 전령 등과 새, 그리고 메시지 마법이 쉴 새 없이 밖으로 오갔다.

약속을 지키고, 그를 지원하기 위해서.

 

* *

 

‘호오. 순식간에 허가가 나오다니. 게다가 다른 요구도 모두 들어준다니….’

파워 오브 스태프의 마탑 안.

유렌은 왕궁 쪽에서 온 메시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군주의 입장에선 일단은 신하 격인 그가 이렇게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은 당연히 좋아하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아무리 공통의 적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여왕은 흔쾌히 허락을 해줬을뿐더러 여러 지원까지 약속했다.

유렌이 예전부터 그녀에게 걸었던 보람은 있는 것이다.

‘좋아. 그렇다면 다른 것들은….’

다른 준비를 다시 한번 점검했다.

이번 공국으로의 원정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끝내버리는 것이 목표다.

당연히도 준비해야 할 것도 잔뜩이고, 가져가야 할 것도 잔뜩이었다.

“유렌!”

“아, 선배.”

그때, 유렌의 귀에 반가운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 대륙 최고의 마도구점인 ‘레드 라이트닝’의 점주. 베두인이었다.

“하하. 대마도사님께 선배 소리를 듣다니.”

“싫으시면 관둘까요?”

“아니! 하하. 내가 이보다 좋은 소리를 또 언제 듣겠어?”

베두인의 넉살 좋은 웃음에, 유렌의 입가에도 미소가 살짝 올라왔다.

자신이 공식적으로 대마도사의 자리에 올랐는데도, 그의 태도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예전 멍청이 취급을 받을 때도 그랬다. 어디까지나 ‘유렌’을 봐주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아. 제가 예상보다 일찍 떠나게 되었습니다. 일단 지금까지 부탁드린 물건 중, 일단 만들어진 것이라도….”

유렌이 그렇게 말을 이어가자, 베두인은 자신만만하게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핫-! 이미 다 끝냈지!”

“예?”

유렌은 7레벨에 오른 후.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앞의 천재 마도구사를 바라보았다.

‘그걸 벌써?’

솔직히 반이나 만들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이 부탁한 물건은, 질도 질일뿐더러 양도 많았으니까.

귀쟁이 놈들을 이번 기회에 싹 뿌리 뽑을 생각이니만큼, 상당히 무리하게 부탁한 건데.

‘그걸 납품을 월 단위로 당겼는데, 이미 끝냈다고?!’

정말, 여러 가지로 상상을 뛰어넘는 사람이다.

“하핫! 나도 너의 그 ‘대마법’을 본 덕분에, 끝의 빛을 발했잖아? 얼마 전 나도 5레벨이 됐는데, 작업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지더라고! 더 정교해지기도 했고! 신나서 빨리 빨리하다 보니, 어느새 다 완성이 되어있더라!”

베두인은 눈을 반짝이며, 시간이 남는 사이에 만들었다며 또 무언가를 유렌에게 찔러주었다.

유렌은 다소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으면서 고맙게 받았다.

‘…몇 번이나 느낀 것이지만, 진짜 천재는 이 선배일지도.’

예전에도 한 생각을 다시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베두인이 모든 물건을 필요 이상으로 납품한 뒤 돌아갔고, 유렌은 그 외에도 다른 물품이나 인선들을 보았다.

‘이 상회는 내일 합류. 이 물건들은 바로 현지에 직송…. 다들 완벽해.’

사실 어제 예상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 대마도사 레니안의 움직임에 유렌은 사실 약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몰라도, 남들의 준비가 아직 덜 되어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 타이밍을 놓칠 수는 없으니까.’

비록 수하와 일행들 앞에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래도 역시 가슴 속에선 일말의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것도 없다.’

자신을 위해 이렇게 애쓰고 힘내는 능력자들이 이렇게나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이제 목숨을 걸고 그 강대한 상대와 싸워야 하는 마탑원들도 있다.

“….”

유렌은 잠시 눈을 감았다.

확실히 자신의 어깨에 짊어 올려진 것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무겁진 않았다.

그것들은 결코 무거운 짐들만이 아닌, 분명히 도움이 되어줄 보물들이 확실하니까.

그렇게 유렌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유지하며, 자신을 도와주는 보물들과 함께 공국으로 향했다.

여러모로 얽힌 모든 악연을 끝내버리기 위해서.

 

* *

 

공국의 수도. 파레안.

비록 다른 나라의 수도들보단 큰 편은 아니었지만, 원래는 평화롭고 치안이 좋기로 나름 유명한 도시였다.

마도 왕국의 왕궁만큼이나, 아름다운 대공의 성을 자랑하는 도시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어있었다.

가장 화려해야 할 군주와 고위층들의 장소인, 도시 중심부가 말 그대로 사라져 있던 것이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지….”

이미 이렇게 된 지 며칠이나 지났지만, 파레안의 시민들은 아직 제대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긴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평생을 이 도시에서 자라오며, 부모와 조상에게 이 도시에 있던 수백 년의 일들을 들어오며 자랐다.

비록 자신들의 나라는 크지는 않지만, 저 아름다운 대공의 성과 잘 정비된 이 파레안의 도시는 대륙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든다는, 그런 자부심 어린 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자부심은 없었다.

반경 5km가 도려내다시피 사라진 이 도시는 그저 흉물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그들의 자부심도 전부 사라졌으며, 그들을 이끌 도시의, 아니 공국의 지도부 역시 모두 사라진 것이다.

시민들은 그저 저 까마득한 지하로 사라져버린 중심부를 내려다보며 그저 넋을 잃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천벌! 천벌이 내린 거야!”

그러던 시민 중, 벌벌 떨던 한 사람이 크게 소리쳤다.

“그 망할 놈이 대공님을 살해해서, 그 죗값을 받은 거라고!”

그 중년 남자는, 원 대공을 살해한 현 대공을 욕하며 그가 사라진 지하에 삿대질을 시작했다.

“…그러면 다른 분들은 뭔데?”

하지만 곧 주변에 있던 다른 남자가 일어서 그에게 물었다.

“분명 헬슨. 그 멍청한 자칭 대공 놈은 죽어도 상관없었지! 하지만 우리 상공장님은?! 게다가 치안관님은? 그분들이 무슨 잘못을 하셨는데!”

남자가 분노에 치밀어 내뱉은 말에 있는 두 고위 관리는 이 도시의 모두에게 존경받는 이들이었다.

헬슨 대공을 최대한 막아 시민들에게 피해가 적게 돌아오도록 막고도 있었고.

하지만 그런 그들 역시 지금은 저 까마득한 지하에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들이 담당하는 치안이나 상업뿐만 아닌, 도시의 모든 기능도 모두 정지되어있었고.

“…큭!”

처음에 천벌이라고 소리치던 남자도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분명 그도 공작을 자칭한 그 빌어먹을 놈은 싫었지만, 시민들을 생각해주던 관리들은 싫어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존경하는 이들도 몇몇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건 악마야! 악마가 한 짓이라고오!”

“….”

시민들은 그렇게 그저 고함만 지르거나, 주먹을 쥔 채 고개만 떨굴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상실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흥. 역시나 하등 생물들답게 헛짓거리들을 하고 있군.’

시민들이 그렇게 한창 소란을 피우는 도중, 뒤쪽에서 보고 있던 한 평범하게 생긴 여자가 그들을 비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여자는 기묘하리만큼 특징이 없는 보통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로지 주위의 모든 것을 경멸하는 듯한 눈만이 특징인 여자였다.

‘저놈들은 아니군. 아예 상관이 없어.’

여자는 울분을 부르짖는 몇몇 시민들을 차가운 눈으로 보았지만, 곧 고개를 돌렸다.

놈들은 그저 울부짖는 벌레들일 뿐. 자신이 찾는 대상은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골목길 쪽으로 돌아가며 다시 자신의 임무를 떠올렸다.

‘유렌 슈나이더. 놈이 보낸 끄나풀들을 찾으라고 했지. 말단이든 뭐든 상관없으니.’

여자는 족장과 ‘그 인간’에게 받은 임무를 되새기고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강하게 찌푸리고야 말았다.

모든 엘프의 미래가 달린 임무에 처절하게 실패하고 그 칭송 받던 외모마저 완벽하게 망가진 족장.

그리고, 아무리 자신들을 도와주고 강대한 힘을 가졌다지만 그래도 인간.

그 둘에게 명을 받아 실행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불쾌감이 들었던 것이다.

“…!”

오싹-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인간이 이쪽을 바라보는 눈을 머릿속에서 떠올리자, 평범한 인간 여자로 모습을 바꾼 엘프의 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큭!”

왜인지 그 이유까지는 정확하겐 알 수 없었다.

분명 그 인간이 자신보다 훨씬 강한 것 자체는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이나 다른 엘프들에게 단 한 번도 살기를 내뿜거나 압박을 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가 나타나고 근방에 있거나 그 눈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공포에 질려 온몸이 부르르 떨리고야 마는 것이다.

심지어는 근방에 있지도 않은 지금 그를 상상만 해도 공포감에 떨어야 했다.

그녀는 이런 현상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스륵-

“흐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최대한 눈을 굴리며 걸어가던 도중.

저 골목 안쪽에서, 몸을 재빨리 피하는 한 인간의 기척이 느껴졌다.

타탁-

인간치곤 제법 빠른 속도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엘프인 그녀에겐 뻔히 보이는 정도.

‘걸렸군. 멍청한 인간 같으니.’

일부러 골목길 부근을 수상하게 쳐다보며 얼쩡거린 성과가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한 놈이 슬그머니 몸을 피한 것이다.

물론 찾는 대상이 아닌 단순한 좀도둑일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이래 봬도 엘프.

파앗-

은밀히 마력을 사용하여, 도망치는 그놈의 몸을 순식간에 조사했다.

‘이건!’

그리고 엘프는 약간의 놀라움과 기쁨에 무표정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포착한 것은 바로 그 도망친 놈이 일반인보다 월등한 마력을 가졌다는 것과 몇 개의 마도구를 지녔다는 사실이었다.

일반인보다 훨씬 큰 마력만 해도 일단 수상한데, 저렇게 품질 좋아 보이는 마도구를 여러 개나 가지고 있다?

‘확실해!’

당연히 일반적인 좀도둑이나 범죄자일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

‘놈을 미행한다.’

엘프는 순식간에 몸을 강화해서 움직여, 조금 떨어진 그놈을 쫓아갔다.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접선 장소든, 아지트든 상관없다. 놈들이 모이는 곳에 가서 두 놈 이상 잡아주지.’

그러는 편이 심문을 하든, 놈의 세력을 꺾든. 무엇을 하든 간에 훨씬 유리하니까.

그렇게 놈을 쫓은 지 30여 분.

놈은 어느새 도시 외곽 쪽, 골목 안쪽에 한 지저분하지만 제법 커다란 건물 속으로 들어갔다.

‘여기인가?’

엘프는 조심히 놈이 들어간 건물 안쪽을 마력으로 조사했다.

‘…놈과 비슷한 마도구를 지닌 몇 놈이 더 있군.’

엘프는 고민할 틈도 없이 몸을 숨겨 그 건 물속으로 숨어들었다.

본래대로라면 조금 더 신중하게 움직일 그녀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신목을 새로 키우고, 무엇보다도 그 유렌 슈나이더 놈을 상대해야 한다.

‘놈도 괴물이지. 하등 생물 주제에!’

지금 그녀가 아는 정보로는 놈은 심복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어, 이 도시에 도착하는 것은 대략 이틀 후라 했다.

그러니 그사이에 최대한 놈의 편을 이 도시에서 뿌리 뽑고, 족장과 그 인간이 말하는 그것을 쳐 놓아야 한다.

‘놈까지 마도구를 가진 이는 총 4명인가? 모조리 잡아서 가야겠군.’

그녀는 족장도 고위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평범한 마법사나 기사 따위보다 한없이 강한 엘프다.

마도구를 조금 들고 있다지만, 4명을 제압하고 도시 옆 깊은 숲까지 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래, 어디까지나 일반인이라면 말이다.

우우우웅-!

“컥!”

그들을 납치하려 커다란 방에 슬쩍 들어선 그 순간.

그녀는 온몸을 압박하는 엄청난 위압감에 그저 무릎을 꿇고 벌벌 떨었다.

“이, 이건…?!”

“좋아. 하나 낚았군.”

“!”

엘프의 눈이 경악하며 찢어질 것 같이 커졌다.

분명 그 별 볼 일 없는 놈 하나만 있다고 생각했던 커다란 방에서, 순식간에 수십 명의 인간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이놈들은?!’

“미끼에 낚여 쫄랑쫄랑 잘만 쫓아 오더군.”

그리고 그 수십 명의 사람 중 가장 중심부에 서 있으며, 지금 그녀를 강대한 마력으로 압박하고 있는 적갈색 머리의 마법사.

유렌 슈나이더가 싱긋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자신이 낚일 수도 있다는 건 전혀 생각도 못 한 채로 말이야. 역시, 오만함의 대명사답군.”

“자, 잠깐…! 어떻게 네가 여기에!”

“내가 왜 너희들의 상식 따위로 움직이리라고 생각했지?”

그렇게 말한 유렌은 엘프를 비웃으며 마력을 살짝 움직였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말이다.

우드득-

하지만 그것만으로 엘프의 목을 반대 방향으로 꺾여버리게 하는 데는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수백 년을 살아온 그녀의 육체는 생명을 다했다.

“자, 그럼.”

유렌은 이미 사체로 변해버린 엘프에게 등을 돌리며 큰 방에 찬 수십 명의 인원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북부의 두꺼운 복장과 남부의 얇은 복장. 그리고 서쪽 사막의 햇빛을 막는 복장과 동쪽의 고원의 복장 등.

자신이 미리 이쪽에 불러 몰아 놓은, 세계 각지에서 모은 특급 용병들이었다.

유렌은 놀람과 감탄, 그리고 흥분이 담긴 그들의 얼굴을 지켜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모두 걸러내기를 시작하지.”

얼굴에 사냥을 시작한 맹수의 미소를 가득 지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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