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8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8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8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88화. 배후의 조종자 (5)
스태프 오브 타워 마탑 본부에 있는 간부 전용 수련실.
그 널찍한 곳에서 마탑주 아메리아가 금발의 머리를 찰랑이며 입을 열었다.
【공기에 존재하는 수분들이여. 마력을 끌어안은 채 빛나다오.】
아메리아의 청아한 목소리가 마력이라는 힘을 품은 채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직후, 그녀의 주변에서 수없이 많은 마력 알갱이들이 반짝거리며 빛나기 시작했다.
「서, 성공이다…!」
아메리아는 성공의 흔적인 주변의 작은 빛들을 둘러보며 활짝 웃었다.
여태껏 제대로 성공해 본 적이 없던 어려운 언령 마법이었다.
이제까지는 아예 수분이 마력을 끌어안지 못하거나, 마력을 끌어안더라도 어지간한 밀 이삭보다도 커다란 물방울 수십 개 정도가 모인 것이 다였다.
그것은 누가 봐도 실패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누구에게나 아주 자랑스럽게 보일 수 있을 정도의 대성공이었다.
「세상에. 이렇게까지 마력을 세밀하게 조종할 수 있게 되다니….」
아메리아는 자신의 마력 컨트롤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을 느끼곤,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역시 6레벨은 다르다는 게 느껴져!’
스스로가 훌쩍 성장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면서 말이다.
몇 개월 전.
유렌이 수천 명의 마법사 앞에서 당당하게 7레벨의 인증을 했을 그 당시.
5레벨 위저드 위계였던 아메리아는 유렌의 대마법으로 보고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몸이 빛나는 것도 말이다.
그랬다. 이미 몇 년이나 더 전에 보았던 ‘끝의 빛’이 다시 한번 자신의 몸에서 반짝인 것이다.
-아아. 어떻게 저렇게….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5레벨을 끝낸 것을 느끼면서도, 오로지 유렌의 대마법에서 눈을 끝까지 떼지 못했다.
유렌이 대단한 것이야 당연히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마탑원들 사이에서도 그녀보다 잘 아는 이는 몇 없을 정도로.
하지만 그때 유렌이 쓴 대마법은 뭐랄까.
그가 대단하고 아니고를 떠나, 마법의 ‘끝’에 가까운 것을 본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몸이 빛나는 것을 담담히 납득했다.
저런 걸 봤는데, 어떻게 마법사로서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가지 못한단 말인가.
비록 빛의 끝을 보지 못한 마법사들이 더 많았지만, 그들 역시 다음 레벨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 분명 성장했을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끝의 빛을 보았던 아메리아는, 얼마 전 드디어 6레벨에 올랐다.
그리고 언제나 실패했던 방금의 고난이도 마법에 성공한 것이다.
그것도 아주 가뿐히.
“오오! 성공하셨슴까! 축하드림다!”
그리고 그때.
저 멀리서 홀로 거대한 금속들을 번쩍거리며 들고 있던 레이칸이 쿵쿵거리며 다가와 축하했다.
「네! 감사해요!」
아메리아는 방실방실 웃으면서,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레이칸의 커다란 육체를 잠시 살펴보았다.
안 그래도 탈 인간급으로 커다랬지만, 최근 몇 개월간 더욱더 거대하게 변한 레이칸의 육체를 말이다.
「레이칸도 몸이 더더욱 커진 것 같은데요? 처음 5레벨에 올라갈 때보다요.」
“오! 정말이심까? 막상 저는 잘 몰랐는데, 그러면 다행임다!”
레이칸은 이젠 통나무보다 훨씬 두꺼운 팔뚝을 불끈거리며, 마탑주의 칭찬에 기뻐했다.
그 역시 몇 개월 전, 다른 이들처럼 유렌의 7레벨 마법을 보며 끝의 빛을 반짝거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1달 뒤. 아메리아보단 꽤나 빠르게 5레벨에 진입한 것이었다.
“역시 5레벨로 오른 후에 육체의 성장이 훨씬 더 빨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듬다!”
레이칸이 자신의 더 거대해진 육체를 이곳저곳 불끈거리며 그렇게 말하자, 아메리아 역시 그에 동의했다.
부정하기엔 요 몇 달 그의 체격 성장이 그냥 눈으로 보기에도 너무나 뚜렷했기 때문이었다.
「5레벨부터는 엄연한 고위 마법사. 마법사들의 특징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시기죠. 저도 5레벨부터 언령 마법에 더더욱 특화됐으니, 아마 레이칸도 영향이 있었을 거로 생각해요.」
“…아하!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슴다!”
아메리아의 메시지를 들은 레이칸은 그 말이 참으로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
5레벨이 되고 나서 여러 가지로 대폭 좋아졌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늘어난 것은 기본적인 몸의 근력과 마력으로 증폭되는 수치였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의 특성이 드러난 것이었다니.
레이칸은 이제야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끼익-
그때 훈련실의 문이 열리며, 검은 머리의 한 여마법사가 들어왔다.
드워프제의 짧은 검을 찬 그녀는 아메리아 근방의 빛나는 마력을 보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 축하해~! 아메리아. 결국 성공했네~?”
「고마워!」
아메리아가 마탑주라는 것과는 상관없이, 이미 사적인 자리에선 그녀와 살갑게 말을 놓는 셀레나는 그녀의 성공을 축하했다.
“난 그 엄청난 걸 보고 빛나지도 못했는데 말이야~.”
단, 거기서 끝의 빛을 보지 못한 자신을 살짝 자학하면서 말이다.
「아, 아냐. 셀레나도 금방 오를 거야.」
왠지 미안해진 아메리아가 횡설수설하며 메시지로 말하자, 셀레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하하~! 농담이야~. 나야 그때 5레벨에 오른 지 오래 안 지나서 바로 오르기도 힘들었던 것은 알지~.”
마탑원들은 물론 다른 마법사 중에서도 그녀처럼 끝의 빛을 보지 못한 마법사들도 꽤나 많았다.
하지만 모두가 말하길, 유렌의 대마법을 보자 마법의 세계가 몇 단계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으며, 대부분이 실력의 상승에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실제로 그 자리에선 아니지만, 그 대마법을 보고 몇 달 내에 빛이 번쩍였다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으니까.
“그나저나 그 해츨링은 어때~? 아니 더 이상 해츨링이라고 보기도 좀 그런가~? 그렇게나 크면 말이야~.”
셀레나의 그 물음에, 아메리아는 살짝 난감한 얼굴을 지었다.
사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해츨링이 아니라는 말에 반박했겠지만, 이젠 그녀도 쉽사리 뭐라 하기 힘들었다.
-꾸우우우우-!!
-레, 레인! 왜 이렇게 빨리 자라는 거야?! 수백 년간 알로만 있었던 세월 때문인가?
요 불과 몇 달 사이. 해츨링은 성룡까진 아니지만, 어지간한 준성체 정도의 크기까지 자랐으니까.
어지간한 드레이크와 비등하거나 조금 더 큰 덩치가 된 것이다.
아무리 레인을 여전히 귀엽게 보며 예뻐하는 아메리아라지만, 그래도 더는 해츨링이라고 부르기엔 이미 힘들다는 것 정도야 알고 있었다.
「아직도 쑥쑥 크고 있어. 그런데 레인은 왜? 네가 그걸 물어보다니. 드문 일인데.」
셀레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아메리아는 메시지로 답을 하면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여태껏 셀레나가 레인에게 관심을 보인 적은 없다시피 했었기 때문이었다.
“으…음~. 뭐랄까~? 그냥 왠지 모르게 알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셀레나는 스스로 말을 하면서도 확신은 못 한다는 듯 말을 흐렸다.
“그게 무슨 말임까?”
“그게~. 확실히 말은 못 하겠지만~.”
셀레나는 그녀답지 않게 잠시 주저주저했지만, 곧 둘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왠지 어딘가에서 피 냄새가 조금씩 풍기는 것 같아서 말이지~.”
“!”
“그래서 중요한 전력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해츨링, 아니 이젠 드래곤의 상태가 어떤지 물어본 것뿐이야~.”
위험에 대해 매우 높은 직감을 가진 그녀의 말이다.
결코 허투루 넘겨 들을 소리는 아니었다.
지금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위기’는 남은 엘프나 모두에게 암시를 걸었다는 그 7레벨 대마도사 밖에 없을 테니까.
「…그럼 서둘러야겠군요.」
애초에 요 몇 달간 자신들이 이렇게 집중적으로 훈련에 미친 듯이 파고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 위기가 다가올 때, 저 차원이 달라진 유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가 아닌가.
아무리 그가 초인에 가까워졌다지만, 같은 급의 초인이 적대시될 가능성 또한 얼마든지 있으니까.
콰앙-!
하지만 그들의 그런 훈련과 대화는, 급히 달려온 한 마탑원에 의해 끊겼다.
“유, 유렌 님께서 급하게 부르십니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엉뚱하게 다가온 공국의 소식 때문에.
* *
“공국의 머리가 모두 날아갔다고 한다.”
“…예~?”
“허어.”
“…그게 대체 무슨?!”
마탑 본부 건물의 한 커다란 방.
유렌은 그곳에 마탑의 간부와 중요 전력들을 불러 공국의 현 상황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왕국과 공국이 전쟁이 있기 얼마 전, 헬슨 백작이라는 놈이 당시 제프린 대공의 목을 자르고 대신 대공위를 차지한 것은 알고들 있겠지?”
유렌의 말에 모든 이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심지어 그 당시엔 왕국에 없던 이들도 말이다.
아무리 정세에 관심이 없다 해도, 나름 한 나라가 뒤집히면서 온 대륙이 떠들썩한 사건이었다.
시골 촌부도 아니고 다들 번듯한 마법사 혹은 기사이기에 그것을 모를 리는 없었다.
“그 대공을 자칭하는 헬슨 놈이 차지하고 있는 수도의 중심부에 있는 대공의 성. 그 주변 5km가량이 날아갔다고 한다. 아예 흔적도 없이 지하로 사라졌다고 하지.”
“…!”
“허어.”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유렌의 말에 모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공국이 비록 제국이나 왕국처럼 큰 나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소국이라고 완전히 무시당할 만한 국력은 또 아니었다.
대륙 전체에서 당당히 ‘국가’라고 인정받은 15개의 국가 중 하나다.
그런데 그게 그곳의 최고 중심부인 군주의 성이, 그것도 주변 5km가 몽땅 날아가 버려?
현장의 정보원이 공국이 멸망했다고 소리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러면 공국의 고위층들 역시 대부분 사라졌겠군요.”
루시아가 입을 열어 유렌에게 묻자, 유렌은 그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정확히 그 말대로다. 본래 군주의 성 주변에 고위 귀족들이 모여 사는 것은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지만, 특히 공국은 그 경우가 더 심했지. 이번 건으로 그 자칭 대공은 물론, 기존 공국의 고위 귀족과 관리들이 거의 모두 사라진 모양이다.”
애초에 공국은 영토가 그리 크지 않아 기본적으로 대공이 온 영토를 다스려 관리들을 보내는 중앙집권제 형식의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대공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고위직이 한 번에 증발했다.
“그럼 보나마나군요.”
옛날 공국에서도 지낸 적이 있었던 메링겔은 인상을 찌푸렸다.
“공국은 기본적으로 전 대공의 인품과 그를 따르는 유능한 고위 관리들의 능력으로 돌아가던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대공은 목이 잘리고, 억지로 협력하던 관리들은 땅속으로 사라졌죠. 그렇다면 남은 건….”
“지방에 남은 관리들이지. 아마 수백 갈래로 갈라져 서로들 대공이, 아니 왕이 되겠다고 싸울 테고.”
한 마디로 나라가 거의 멸망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머리만 쏙 날아가 버린, 그런 형태로 말이다.
“뭐, 그것까지 우리가 걱정할 건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5km 반경을 지하로 만들어버린 한 인영을 시민들 수천 명이 목격했다는 거다. 선명하기 그지없는 파란 머리를 한 젊은 청년 마법사를 말이야.”
“!”
「그군요!」
모두에게 기억 암시 마법을 건 대마도사.
레니안의 특성은 그 멀리서도 눈에 띄는 청발의 머리다.
거기에 반경 5km를 지하로 무너뜨려 버리는 대마법을 부렸다면, 그게 누구인지는 너무나도 뻔했다.
“아마도 도발이겠지.”
모습을 감추려면 얼마든지 감출 수 있는 상대다.
그런데 굳이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모습을 비춘다는 것은? 그 외에 무슨 뜻이 있을까.
자신은 이곳 공국에 있으니 오라. 라는 초대에 가까운 도발일 터.
“그 주변이면 최소 수천 명의 사람이 있었을 텐데, 그 도발을 위해서 그 많은 생명을 지운 거군요.”
루시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 사악함에 몸을 떨었다.
혹시나 했는데, 아예 이렇게 정체를 좋지 않은 쪽으로 드러내 버리다니.
“…예. 거기다 함정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소드마스터 루카스는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흔적이 잡혔던 지역에서 너무나도 뻔한 도발.
그렇다면 당연히 함정 아니겠는가.
“그래, 맞아. 그래서 간다.”
하지만 유렌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놈이 무슨 준비를 했는지까진 모두 다 아는 건 아니야. 아마 같이 모습을 감춘 엘프들과 함정이든 뭐든 준비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물러날 생각 따윈 없었다.
요 몇 개월간 정말로 최선을 다해왔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모인 모두들. 아니, 현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일반 마탑원들까지 모두 함께 말이다.
“하지만 난 확신할 수 있다. 놈들의 함정이 무엇이든, 절대로 이쪽의 준비가 모자라지 않다는 것을.”
단순히 마탑원들 뿐만이 아니다.
마도구사, 은행원, 대귀족, 상회, 왕가 등등.
조금이라도 인맥이 있는 곳에서 최대한의 힘을 빌리고 하나하나 쌓아 올려왔다.
유렌은 확신했다.
이제 그 빌어먹을 귀쟁이들과의 인연을 몽땅 끊어버릴 시기라고.
“그럼, 모두 준비해라.”
“…옙!”
“네!”
“알겠습니다~!”
유렌의 확신이 담긴 그 목소리에, 모두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분명 대마도사와 엘프의 함정이라는 미친 조합에 직접 돌격한다고 선언하는데도, 그중 한 명도 주저함이나 머뭇거림이 없었다.
바로 그 결정을 내린 유렌을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강하게 믿고 있었기에.
* *
공국의 수도 근방의 어느 깊은 숲.
그곳에는 백여 명에 달하는 엘프들이 붉은 묘목들을 둘러싼 채 심각한 분위기로 각자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저 도시에 놈이 한 짓을 봤나? 어떻게 저게 인간의 힘으로 가능하지?!”
“저런 것은 전설이라는 하이 엘프나 되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지금의 족장으론 어림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네. 여기 자라나는 신목의 싹을 보게나.”
그렇게 떠들고 있는 엘프들 사이에, 오로지 한 엘프가 그저 눈을 감고 혼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온몸이 흉한 화상 흉터투성이인 그 엘프-레이티아는, 주변의 엘프들에게서 말 그대로 경원시 당하고 있었다.
이전과 같은 존경이 아닌 눈빛이 담긴 싸늘한 시선과 다 들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오는 험담들.
아직 비약의 힘이 남아있었기에 간신히 그들은 그녀를 족장에서 끌어 내리진 않았지만, 딱 그것뿐이었다.
엘프들의 미래가 걸린 임무에 실패하고, 무려 20여 명의 엘프를 떼죽임당하게 했다.
이는 수가 얼마 남지 않은 엘프종의 입장에선 정말이지 심한 타격이었다.
게다가 저렇게 흉하게 변해버린 외모까지.
더는 그녀가 엘프들에게서 존경받을 만한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정작 레이티아는 그런 시선들에 신경 쓰지 않고, 단지 자신의 선택에 대해 곰곰이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놈.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그 인간을 끌어들인 자신의 선택이, 엄청난 실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 말이다.
“신목은 순조롭게 싹 튼 모양이로군요.”
그 순간.
한창 시끄러웠던 숲속에 한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엘프들은 그 즉시 입을 다물었다.
100명이 넘는 엘프들은 한순간에 고개를 돌려, 유유히 이쪽으로 걸어오는 청발의 인간 청년을 바라보았다.
원래대로라면 인간 따윈 말 그대로 벌레로나 취급했을 엘프들이지만, 그 눈에서 경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 눈 속에선 공포와 두려움이라는 감정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으음? 이것 참. 왜들 이러시는지 모르겠군요. 전 분명 모두 약속대로 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그래. 묘목들의 상태는… 좋다. 네가 대량의 생명들을 쥐어짜 준 덕이지.”
레이티아는 갈라진 목소리로 레니안의 말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의 그 목소리 속에서도 동요는 숨길 수 없었다.
“그거 정말 다행이군요. 꼭 싹을 틔워 훌륭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그 모든 것을 덮어버릴 정도로 말입니다.”
오싹-
분명 정중하고, 진심 어린 감정이 담겨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목소리를 듣는 레이티아와 엘프들은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몸을 부르르 떨고야 말았다.
자신들이 공포에 질리는 그 이유조차 모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