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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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9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9화. 태양과 광신도 (14)
“저쪽! 저쪽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다! 성하를 납치한 빌어먹을 이교도들은 틀림없이 저쪽에 있다아!”
성도 근방.
수많은 병사와 성기사, 그리고 사제들이 다급한 얼굴로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제길! 벌써 저쪽까지 도망갔을 줄이야!”
재빠르게 말을 모는 성기사 하나가 그렇게 욕설과 함께 외쳤지만, 그 옆에 있는 성기사는 안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네. 저렇게 강렬한 정화의 불꽃이 보인다는 것은, 교황 성하께서 아직 무사하시다는 증거가 아닌가?”
“…그렇군. 그건 정말 다행이군.”
욕설을 내뱉었던 성기사는 동료의 말을 듣고 조금은 얼굴을 풀었다.
히이이잉-!
하지만 성기사들은 여전히 말을 최고 속력으로 달리게 하며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무사하셔서 다행이라지만 어떤 고초를 겪고 계실지 모른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빨리 구출해야 했다.
그렇게 20여 분.
가장 선두에 서서 달린 다섯 명의 성기사들은 반경 수백 미터가 초토화된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이건?!”
“세,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태양 교단의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쓰는 화염의 정화 마법은 해당 대상을 잿더미만 남기고 불태워버리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 넓은 공간을, 잿더미도 제대로 남지 않을 정도로 깡그리 불태워버리다니.
그들이 아는 교황의 신성력이 아무리 강력해도 이 정도는 절대로 아니었다.
“서, 성하는 어디 계시지?”
“설마….”
하지만 언제까지 놀라 있을 수는 없었다.
성기사들은 경악을 꾹꾹 가슴 속에 눌러 담은 채, 초토화된 장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할 사이도 없이 정신없이 중앙으로 내달렸다.
“큭…크흐흐흐흑-!”
그리고 그 가운데.
웬 태양 교단의 사제 하나가, 무언가를 끌어안은 채로 주저앉아 통곡하고 있었다.
“뭐, 뭐지?”
“설마….”
성기사들은 순간 지독한 불안에 휩싸여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여기서 갑자기 사제가 통곡할 이유야 몇 개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범인 놈들을 찾으셨습니까?!”
하지만 크게 소리쳐 물어보아도 대답이 없자, 성기사들은 허겁지겁 사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사제가 부둥켜안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바라보았다.
“…으헉!”
가장 먼저 그것을 본 성기사의 시야가 커다랗게 빙글거리며 돌았다.
사제가 껴안고 있던 것은 바로 불에 탄 한 구의 시체.
다만 그 처참한 시체는 바로 교황만 착용한다는 태양신의 몇몇 보구를 차고 있었다.
털썩-
뒤이어 달려온 성기사들도 말을 잃고 무릎을 꿇거나 주저앉는 것이 느껴졌다.
“서, 성하아아아아-!”
그리고 그들 역시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들이 태양신 다음으로 존경하는, 교황의 비참한 죽음에 말이다.
* *
“그 씹어 먹을 놈들을 반드시 찾아라!”
“성하! 성하아아아-! 크으으흑!”
“사제님. 기분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놈들을…!”
수백 명의 사제와 성기사들이 교황의 시체 주변에 몰려들어, 울분과 울음을 터트렸다.
넋을 잃어 눈물만 흘리는 이들.
분노하여 자신의 몸에 자해하는 이들.
신속하게 범인을 추격하려는 이들.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긴 이들.
그들은 참으로 다양한 반응을 보였지만, 결국 대부분의 성직자들은 눈에 불을 켜고 그 범인이란 놈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눈에는 눈물을 줄줄 흘림과 동시에 그 속에 지독한 광기를 담은 채로 말이다.
‘…설마 교황을 이렇게 처리할 줄이야.’
‘이미 그들은 광장에서의 그 환영과 명령서들로 시민들의 의심을 키웠어.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의 교황의 죽음. 이건 커.’
하지만 이미 몰래 교황에게 반기를 들고 있었던 반대파들이나, 거기까진 아니어도 타 교단을 몰살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던 이들은 생각이 달랐다.
“…사제님은 어쩌실 겁니까?”
“허허. 글쎄요. 아마 형제님과 같은 생각일 겁니다.”
이미 서로 반대파임을 알고 있는 이들은 각각 눈짓을 주고받으며 바쁘게 돌아다녔다.
‘일단 빨리 테레사 사제님에게 연락을 드려야겠군.’
‘서둘러 성도 이외의 반대파들에게도 연락을…!’
그리고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반대파는 아니지만, 신앙보다는 권력에 더 관심이 있는 이들 또한 재빠르게 움직였다.
‘…일단 다음 교황이 같은 짓을 하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 결국 신성국 자체를 몰락시키는 일이야.’
‘반대파라고 불리는 그들과 연락을 취해봐야겠군.’
당연하게도 그들은 교황 시해의 범인을 잡겠다는 생각보단, 이후에 대처에 대해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사제와 성기사들은 전 교황의 죽음에 분노하며 당장 범인을 찾으러 가는 이들과, 다음 교황감을 생각하는 이들로 나누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각각 열정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각자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 *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어느 깊은 산.
그곳은 신성 마법의 조명들과 병사들이 든 횃불들로 낮만큼은 아니지만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이쪽에선 아직 발견하지 못했나?”
“넷! 이쪽으론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래. 난 저쪽으로 가 볼 테니 너희들은 이쪽을 뒤지도록! 교황 성하의 시해범들이다. 반드시 찾아내도록!”
“알겠습니다!”
한 성기사는 그렇게 병사 집단에 명령을 내리며 반대쪽으로 말을 몰고 갔다.
자신의 신성력을 총동원해 그 악독한 교황 시해범들을 찾기 위해서,
한편, 병사들도 나름 눈에 불을 켜고 산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자! 성기사님의 이야기, 모두 들었지?! 반드시 우리가 그 씹어먹어도 개운치 않을 시해범들을 직접 찾는 거다!”
“예엡!”
“알겠수! 대장! 반드시 우리가 성하의 원수를 갚자고요!”
병사들은 높은 사기로, 심지어 일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장대로 수풀을 하나하나 찔러가며 산을 뒤지기 시작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그들만으로 어떻게 이 넓은 산을 어느 시간에 다 뒤지나 하겠지만, 그건 아니었다.
실제로 성기사와 사제들이 신성 마법으로 넓은 범위를 탐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병사들은 중간중간 그 탐색이 미치지 못하는 범위만을 탐색하면 되니 그들이 맡은 범위는 실제로 그리 넓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니 더욱더 좁은 공간까지 열심히 뒤지고 다닐 수밖에.
「열심이네요.」
‘그러게.’
한편, 그런 그들을 투명해진 몸체로 공중에서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유렌과 그 일행들이었다.
‘그나저나 몸이 투명해지다니. 확실히 이런 마법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막상 경험해 보니 신기하군.’
예크만은 공중에 둥둥 떠 있으면서 동시에 투명한 자신의 손발을 살펴보면서 신기해했다.
자신의 손발이 자신의 눈에 비치지 않고, 거기에 공중에 떠 있는 경험은 여태까진 없었고 앞으로도 하기 힘들 테니까.
‘역시 대장이 생각한 대로 이렇게 공중으로 몸을 띄우는 게 정답이었군. 단순 투명만으론 저 병사 놈들의 장대에 걸릴 수가 있었으니까.’
메링겔도 자신의 보이지 않는 손발을 살펴보다가 쥐잡듯이 뒤지는 병사들을 보며 감탄했다.
‘병사들이 어떻게 수색하는지 정도야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
전생에서 수없이 경험해온 것이기에, 유렌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꾸하며 마력을 움직여 일행들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정말 대단합니다. 유렌. 신성 마법의 탐색을 무효화 하는 것도 대단한데, 집단 투명화에 비행까지 하면서도 그렇게 여유가 넘치다니.’
유렌에 이끌려 공중을 둥둥 떠다니던 루시아가 감탄했다.
사실 그녀의 감탄은 이상하지 않았다.
탐색의 무효. 투명화. 그리고 비행.
이것들은 모두 고위 마스터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마법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그중 한 개만을 사용하는 데 해당하는 이야기다.
게다가 한 명도 아니라 집단이지 않은가.
이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어른이 아기의 장난감을 드는 것처럼 너무나도 쉽게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무음화 마법을 걸어 자신들의 말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해주는 것은 사소한 덤이었고 말이다.
「그나저나 그 엘프들이 만든 ‘위험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렇게 투명한 채로 둥둥 떠 유렌이 정한 목적지로 향하던 중, 아메리아가 궁금증이 가득 든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그때의 거인 같은 놈들이 우글거리는 것이 아닐까?’
메링겔이 그렇게 말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당시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었던 기억이 생생한지 다소 몸을 부르르 떨면서.
‘그 거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성도의 일반 시민들을 공격할 각종 몬스터를 소환해 낼 수도 있네. 그렇게 비겁한 놈들이라면 일반 시민들을 언제든 인질로 삼을 놈들일 테니까.’
메링겔과 예크만이 낸 의견에 유렌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틀린 말들은 아니야. 놈들이 지금까지 해온 일들로 봐선 충분히 그럴 가능성은 있지. 하지만….’
‘하지만?’
루시아가 그 말을 받고 궁금하다는 듯 묻자, 유렌은 다시 입을 열었다.
‘무언가 더 커다란 것을 노린다는 생각이 들어. 교황도 그것을 느꼈으니, 마지막 순간 나에게 부탁까지 한 거겠지.’
「…그, 그럼 더 빨리 제거해야겠네요. 무엇인지는 몰라도.」
굳게 다짐하며 보낸 아메리아의 메시지에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무엇이 있든 간에 일단 자신들에게, 인간들에게 좋은 것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기인 것 같군. 그런데…!’
그리고 10여 분 후.
거미줄 같은 탐색을 유유히 무시하고 교황이 말한 좌표를 찾은 일행들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이미 10명의 성기사들이 단체로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렌. 네가 말해준 좌표는 이곳이야. 딱히 저놈들이 있다는 것 외에는 별것 없는 듯하네만.’
성국의 좌표를 자세히 알고 있는 예크만이 그렇게 말하자, 유렌은 조용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맞는 듯하군요. 뭔가 걸리는 것이 마력에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뭔가 숨겨진 비밀의 장치가 있다는 말이었다.
‘성기사가 10명이라. 저놈들. 탐색도 안 하고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조용히 처리해야 하나? 아니면 조금 기다려야 하나.’
그렇다면 저 주변을 자세히 살피고 그 장치를 기동시켜야 할 터.
하지만 그러기엔 저곳에 자리 잡은 성기사들이 방해였다.
“오오! 성하!”
“반드시 저희가…. 저희가!”
그들은 모두 눈을 감고 무릎을 꿇은 채로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있었다.
정작 그를 죽인 일행들은 바로 그들 위에 떠 있었는데 말이다.
“저희들이 반드시 성하의 원수를 갚겠나이다!”
“성하의 마지막 명령. 이교도들을 죄다 불태우라는 그 명도 저희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하겠나이다! 그 무엇이 저희를 막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울부짖으며 한 말에, 위에 있던 일행들의 얼굴이 굳어갔다.
‘…잘 보니 저놈들. 제5 이단심문관 부대 소속의 놈들이군.’
‘유명한가?’
‘그래. 평소에 이단심문관 중에서도 가장 사고를 많이 친다는 부대의 놈들일세. 이번 교황의 폭주에도 놈들이 가장 기뻐하며 따랐다고 하더군. 실제로 학살된 마을에선 놈들을 목격한 사례가 제일 많았고.’
‘그럼, 더 볼 것도 없군.’
유렌은 예크만의 답변을 듣고는, 굳이 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두근-!
거대한 마력을 끌어모아, 순식간에 대지에 박아넣어 버린 것이다.
쿠웅-!
“어?”
“으음?”
땅이 두근거리는 것 같이 흔들리자, 성기사들은 눈을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꿀렁-
땅 자체가 거대한 늪같이 변해 열 명의 성기사들을 한 번에 집어삼켜 버린 게 아닌가.
“으, 으아악?!”
“공격이다! 모두 정신을 차려!”
당연히 성기사들은 가만히 땅속으로 끌려들어 가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소리치고, 신성력을 일으키며 필사적으로 반항하려 하였다.
“소용없다.”
“네, 네놈은?!”
하지만 어느새 홀로 모습을 드러낸 유렌은 그들을 내려다보며 오만하게 선언했다.
“일단 네놈들의 비명은 주변을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어느새 바람으로 방음의 결계를 쳐두었던 유렌은 그들을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네놈들은 거기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한다.”
“흥! 이런 허접한 마법 따위에 우리가…?!”
그리고 유렌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늪의 흡착력이 갑자기 몇 배는 증가했다.
“어억!”
“크윽!”
간신히 버티고 있던 성기사들은 순식간에 늪에 빨려 들어가, 숨이 막혀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보통의 늪 마법이라면 신성력만 몸에 둘러줘도 간단히 파훼 되었지만, 이 늪은 달랐다.
온몸의 신성력을 쥐어 짜내도, 발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수, 숨을 쉴 수가…!’
“마지막으로, 곱게 죽을 생각은 마라.”
우드드드득-!
유렌의 주먹이 꽉 하고 쥐어지자, 동시에 늪에 빠져있던 성기사들의 몸에서 뼈가 박살 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늪의 압력이 성기사들의 뼈를 몽땅 부숴버린 것이다.
“끄으으으윽-!”
“아아아악-!”
물론 바람의 결계 때문에 그 비명과 함께 밖에 퍼지진 않았지만 말이다.
파아앗-
성기사들은 어떻게든 신성 마법으로 뼈를 치유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뿌드드드득-
“끄아아아-!”
“으그으윽-!”
간신히 회복시킨 뼈들이 유렌의 손짓 한 번에 다시 죄다 부러져나갔다.
“사, 살려줘…!”
“아, 악마! 악마다! 끄아아악-!”
그렇게 수많은 마을을 불태우고 주민들을 살해한 제5 이단심문관 부대 소속의 성기사들은 처참하게 죽어 나갔다.
극도의 공포와 고통 속에서.
* *
「스스로 불러온 죄악이네요. 기도는 지옥에 가서 그곳의 태양에게나 하라죠.」
일행들은 아메리아의 신랄한 메시지로 성기사들에 대한 감상을 끝낸 후, 간단한 탐색을 통해 숨겨진 스위치를 찾았다.
쿠르르릉-
잠시간의 진동과 소음 끝에 일행들의 눈앞에 열린 것은, 바로 지하로 통하는 한 크지 않은 동굴의 입구였다.
“꽤나 깊군. 그리고….”
유렌은 가장 먼저 동굴의 앞에 서더니,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마력과 공기를 느끼곤 인상을 찌푸렸다.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드워프들의 도시 등에서 느껴진 깊은 지하 특유의 마력.
그리고 두 번째는….
“피 냄새군요. 그것도 엄청난.”
“아아, 이거 코가 삐뚤어지겠군.”
바로 일반인도 알 수 있게 풍겨오는, 엄청난 피 냄새와 그에 따른 어두운 기운들.
“가자.”
“옙! 대장.”
「…반드시 막아야겠어요.」
유렌과 그 일행들은 다시금 그렇게 다짐하며 지하로 향했다.
그 망할 귀쟁이들의 계획을 박살 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