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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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7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8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8화. 태양과 광신도 (13)
태양 교단의 교황.
베딘 2세는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태양신의 열성 신도였지만, 그가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가 베딘 2세라는 교황명은커녕, 아직 태양신을 딱히 믿지도 않았던 10살가량의 어린 시절.
그는 그저 작은 산골 마을에서 평범한 농사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장래에는 농부가 될 예정인 극히 평범한 아이였다.
-오늘은 삼촌이 안 오시려나?
산 건너 사는 사냥꾼인 셋째 삼촌이 가끔 고기를 가지고 오는 날만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시골 소년 말이다.
하지만 어느 날 새벽.
갑자기 마을을 급습한 한 악신을 모시는 사교 집단에 의해 그의 삶에서 평범함은 사라졌다.
-꺄아아악-!
-으아아악-!
-모두 잡아들여 제물로 바쳐라!
평생을 살아왔던 집과 마을이 불타는 냄새.
가족 같았던 마을 사람들과 진짜 가족들이 흘리는 피비린내.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미친 듯이 웃어 젖히는 사교도들까지.
아직 어린 소년이었던 교황은, 그날의 일을 평생토록 잊지 못했다.
하지만 그 기억엔 온통 슬픔만이 있진 않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제물로 바쳐지기 직전.
푸화아아악-!
-태, 태양 교단 놈들이다!
-벌써 여기까지?!
그리고 그 사교 놈들을 ‘정화’ 시키며 나타난 태양 교단의 이단 심문관들을 본 것이다.
이제 막 뜨는 동쪽의 태양을 등지며 나타난 그들은, 당시 그가 보던 그 어떤 것보다도 멋졌었다.
현재 죽어가는 교황의 머릿속에서도 바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렬히 말이다.
‘…그래. 그때 이후. 평생을 태양만을 향해 살려고 생각했었지.’
어느새 땅바닥에 처박혀 쓰러져 있는 교황은, 자신의 가슴에 박혀있는 커다란 은빛 창날을 보았다.
척 봐도 왜소한 노인의 몸에 박혀있기엔, 너무나도 큰 그 창날이었다.
“커헉-!”
이미 온갖 내장이 전부 다 망가졌는지, 교황은 제대로 숨조차 쉬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심장까지 커다랗게 손상을 입었을 텐데, 즉사하지 않은 것은 아직 몸속에 남아 있는 신성력 덕이겠지.
물론 이제 죽어가는 몸이기에, 신성력도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어 그것도 얼마 가지 않겠지만 말이다.
‘죽는군. 내가.’
죽음이 눈앞에 오자, 교황은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신이 행했던 일들이 머릿속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수십 년간, 교황으로서 행했던 수많은 일들.
‘그랬지.’
교황은 눈동자를 겨우 움직여 주변의 풍경을 살펴보았다.
주변 수백 미터가 바스러진 재 이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고 모두 싹 불타 있었다.
말 그대로, 개미 한 마리 남지 않고 모든 것이 불탄 것이다.
그렇다. 마지막 몇 주는 이렇게 모든 것을 불태웠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시골에 있는 타 교단의 마을과 사람들까지도.
믿는 신이 다르다는 것 때문에.
자신의 옛 마을과 똑같이.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것이 신의 뜻이었으니까.’
신의 뜻을 따랐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후회할 것은 없다.
그렇게 만족하며 죽어가고 있던 교황의 머릿속에서 문득 무언가 걸리는 것 하나가 떠올랐다.
‘…엘프…들,’
이놈들을 또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지.
교황은 죽어가면서도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 *
“대장!”
「유렌-!」
“…화상이 심각합니다!”
타다다닥-
일행들은 모두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하며, 유렌을 향해 재빠르게 달려 나갔다.
유렌이 교황의 몸을 거대한 은빛의 창날로 꿰뚫은 직후.
하늘에 떠 있던 작은 태양이 폭발하며, 안 그대로 잿더미로 변해있던 그 주변을 완벽하게 불태워버렸다.
미리 대비하고 있던 루시아와 예크만 덕에 일행은 작은 상처로 끝났지만, 유렌은 그렇지 못했다.
「세상에!」
“이런, 꽤 심하군!”
“루시아! 아저씨! 어서!”
재빠르게 달려온 일행들은 유렌의 모습을 보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런 경험이 적은 아메리아는, 유렌의 모습을 보고 온몸을 떨며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유렌이 말 그대로 반쯤 구워진 채 쓰러져 있던 것이다.
척 봐도 화상이 상당히 심해 보였다.
「아…아!」
언제나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였기에, 아메리아의 충격은 더더욱 컸다.
나름 이런 경험이 적지 않은 루시아나 예크만마저 놀랐으니, 그녀로선 이런 반응도 딱히 이상하진 않았다.
파아아앗-!
루시아와 예크만의 힘을 합친 치료의 빛이 검게 탄 폐허에서 밝게 빛났다.
스으윽-
“이런. 역시 상처가 심하긴 하군.”
“…상처가 신성력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요.”
루시아는 드물게도 손을 떨면서 유렌의 이곳저곳을 스승과 함께 치료했다.
하지만 잘되지 않았다.
어지간한 골절이나 절상, 심지어는 잘린 팔도 붙일 수 있는 루시아였지만 온몸 전체가 심각한 부상이다 보니 그 복구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저 태양의 신성력을 온몸으로 받은 터라, 다른 계열의 신성력인 자신들의 치료 마법이 제대로 듣지 않고 있었다.
【시, 신성력들이여. 이 몸으로 빠르게 흡수되어라!】
파앗-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발동된 언령 마법이 유렌의 몸에 신성력을 조금 더 받아들이게 하긴 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약간이었다. 상처가 조금씩 더 나아지긴 했지만, 눈에 보일 정도로 크진 않았다.
「아아….」
아메리아가 절망의 메시지를 보내며,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질 그때.
두근-
갑자기 모두의 귀에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두근- 두근-!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짐과 동시에 더욱더 빨라져 갔다.
두근- 두근- 두근-!
“이, 이건!”
“이럴 수가!”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신성력을 쏟아붓고 있던 루시아와 예크만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슈우욱-
그토록 제대로 흡수되지 않던 신성력이, 마치 빨려 들어가듯 유렌의 몸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두근-! 쿠웅-! 두근-!
게다가 심장 소리는 더욱더 커져만 갔다.
마치 대포라도 올리는 것처럼,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그리고 몇 초.
쿠웅-! 쿠웅-! 쿠웅-!
마치 몸이 떨릴만한 심장 소리의 진동과 함께, 유렌의 몸에서 엄청난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세상에!”
“서, 설마 이런 상황에서 7레벨로…?!”
나름대로 강자인 일행들이 여태껏 채 느껴보지도 못하는, 그런 상상을 벗어나는 마력이 유렌의 몸에서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파아아앗-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유렌의 몸이 완벽하게 낫기 시작했다.
거의 검붉게 타다시피한 팔다리가, 보기 좋게 햇빛에 살짝 그을린 튼튼한 근육질로 복구되었다.
「아. 아아…!」
아메리아는 그것을 보며 거의 울음을 터트려가면서도, 계속해서 유렌의 몸이 재생되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팔다리가 복구된 다음은 몸통이었다.
검게 그을려 이제 심장이 뛰는 것조차 의심스러웠던 몸통 역시, 이젠 시끄럽기까지 한 심장 소리와 함께, 두툼한 가슴 근육과 갈라진 복근까지 완벽하게 돌아왔다.
“…다행이군요.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데르빗이시여.”
그 모습을 본 루시아는 작게 미소 지으며 자신의 신께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은 말단부와 얼굴.
머리칼과 눈썹, 그리고 얼굴의 모든 것이 검붉게 타버린 머리도 평소의 얼굴과 함께 적갈색 머리칼과 눈썹이 쑥쑥 자랐다.
그렇게 모든 것이 재생된 후.
감고 있던 유렌의 눈이 떠지며,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섰다.
“후우.”
멀쩡히 나은 전신과, 그 몸에서 무섭게 솟구치는 마력에 스스로도 살짝은 기가 막힌 채로.
* *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다시 일어난 유렌은, 자신을 위해 힘쓴 일행들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했다.
몸의 회복 대부분은 자신이 레벨이 올라가면서 획득한 마력으로 한 것이지만, 애초에 이들이 없었으면 아까 있었던 각성은 없었을 테니까.
「…정말로 다행이에요.」
아메리아는 눈물을 훔치면서도 밝게 웃었다. 정말 진심으로 안도한 듯 말이다.
“마지막 수단으로 전신으로 철퇴로 쳐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아니. 내가 당한 것이 저주는 아니었는데….”
“예. 그래서 마지막까지 참은 것이 잘 된 것이었군요. 유렌.”
루시아는 철퇴를 들곤 농담을 주고받으며 살짝 웃었다.
“대장.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혹시 7레벨에 오른 게 맞습니까?”
메링겔은 안심한 얼굴로 유렌에게 입을 열면서도,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7레벨.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는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긴 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 마력의 양은 설명할 수 없겠지.”
유렌은 다시금 조용해진 심장 소리를 홀로 느끼며, 마력을 살짝이나마 손바닥에 올려보았다.
슈우우우욱-!
그러자 바로 대기가 뒤틀릴만한 양의 마력이, 유렌의 오른손에서 거칠게 춤을 추었다.
‘얌전히.’
그리고 유렌이 마력에 대한 컨트롤을 시작한 순간.
거칠게 모이던 마력은 폭풍이 그친 호수와도 같이 잠잠해졌다.
정말로 한순간에 말이다.
“이거, 말도 안 되는군.”
「대단해요! 유렌!」
기가 막힌 듯한 예크만의 목소리와 정말로 감탄한 아메리아의 메시지가 전해져왔지만, 유렌은 조용히 정신을 집중했다.
‘아직 이게 다가 아니야.’
더욱 정교하진 마력 컨트롤.
그리고 대체 얼마나 상승했는지 아직 자신조차 파악할 수 없는, 거대해진 마력 량.
하지만 유렌은 자신의 몸속에서 꿈틀거리는 거대한 마력의 흐름에서 그 외의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 각성 때 기억난, 절대로 잊지 말아야 했지만 잊고 있었던 그 기억들도.
‘여러 가지 할 일들은 많지만.’
유렌은 거의 다 타버린 로브 대신, 아메리아에게 잠시 맡겼던 디멘션 포켓을 다시 받아 새 로브를 꺼내 몸에 걸쳤다.
타 버린 마도구- 로브는 마음대로 재질이 변하며, 마법 저항력까지 있던 나름 좋은 물건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유렌은 그 정도의 마도구는 없어도 별 상관이 없을 정도의 경지에 올라 있어 큰 아쉬움은 없었다.
‘레드 라이트닝’의 베두인 선배도 좋은 로브 하나를 이미 준비해두었다고 했으니까.
‘…그래도 마지막 말은 들어볼까.’
유렌은 고개를 돌려 죽어가는 교황을 바라본 후,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 누구보다도 자상했던 전생의 그를 잠시 떠올리면서.
* *
“…대단하군….”
말 그대로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교황은 멀쩡히 나타난, 아니 그 전보다 비교도 안 되게 강력해져 나타난 유렌을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자신과의 전투 중간에 성장한 것 같았지만, 설마 그게 끝난 후에 그 비교도 안 되는 성장을 또 이룰 줄이야.
게다가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저 마법사는 전설에서나 나오는 7레벨에 오른 듯했다.
“…확인…사살을…하러…왔나?…그러지 않아도…곧, 가네….”
“그런 것 같군.”
유렌은 교황의 몸에서 거대한 은빛 창날이 달린 스태프를 뽑으려 손을 뻗었다.
안 그래도 곧 죽겠지만, 이것을 뽑아버리면 그 순간 즉사하겠지.
유렌이 전생의 마지막 인연으로 빠르게 죽이려 할 그때.
다 죽어가는 노인의 목소리가 다시금 띄엄띄엄 들려왔다.
“…엘…프.”
“…! 역시나 만났나.”
“그렇…다.”
하지만 유렌은 그 말에도 손을 거두지 않고 계속 뻗어 자신의 스태프를 잡았다.
“컥!”
그저 빼지 않고 잡았을 뿐인데도, 그 작은 진동으로도 교황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차피 지금의 난 놈들을 추적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아. 굳이 너에게 들을 필요도 없겠지. 신빙성도 의심되고.”
유렌의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차가운 그 말에, 교황은 덤덤히 입을 열었다.
“…당연…하군…. 하지만…찾아야…할 건… 엘프가… 아니야….”
“…?”
교황의 그 꺼져가는 말에 유렌의 얼굴에 처음으로 의문이 생겼다.
“그게 무슨 말이지?”
“…확실친…않네만…놈들은…무언가…거대한…것을…만드는 듯…하네.”
“거대한 것?”
“…그렇…다네…. 아주…위험…해…보인…다네….”
“증거는 있나? 단순히 느낌으로 네 말을 믿으라는 건 아니겠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엘프가 만드는 거대하고 위험한 것이라.
게다가 확실치도 않다?
그런 어중간한 말을, 이런 사람들을 학살한 죽어가는 광신도가 하면 당연히 신빙성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교황의 이어지는 다음 말에, 유렌은 그 말에 대한 신빙성이 가득 찼다.
“…태양신에 걸고… 맹세하네…. 놈들이…꾸미는…건… 성도의…교단…의 신도…들에게도…위험해…보이니까….”
“…그래. 확실히 뭔가 있겠군.”
아직도 광신의 광기가 눈에서 번뜩이는 이 노인이 신을 건 것이다.
절대로 거짓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한다.
게다가 교단의, 선도의 신도들에게 위험하다고 했으니 분명 인간들에게 위험한 것이기도 하겠지.
“…이쪽…으로….”
교황은 한 지역의 좌표를 불러주고는 힘이 다했는지 그대로 말을 잃었다.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그래. 그건 우리가 치워주지. 네 교단원들을 지켜주겠단 이야기다. 감사히 여기도록 해.”
“…감사….”
마지막까지 교단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않는 것을 보며 유렌은 작게 혀를 찼다.
이 사람이 길만 벗어나지 않았더라면, 전생의 그 영웅과도 같은 사람이 분명 있었을 터.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본인에게 있어 더 행복일 수도 있다.
그토록 맹신하는 신의 뜻과 함께하는 것이니까.
화르르륵-
유렌은 스태프를 뽑기 전.
손쉽게 작지만 꿈틀거리는 화염 덩어리를 만들어냈다.
푸화아악-!
그리고 스태프를 뽑음과 동시에 교황에게 화염을 작렬시켰다.
그토록 사랑했던 불길 속에서 생을 마치게 해준 것이었다.
비록 태양의 화염도 아니고 신성력으로 만든 ‘정화’도 아니지만.
이 정도는 이해해야지.
화르르륵-
이미 영혼이 빠져나간 교황의 작은 몸뚱이가 화염에 불타올랐다.
반경 수백 미터가 온통 타버린 검은 잿더미 속.
그중 유일하게 불타고 있는 작은 덩어리를 뒤로 돌리며, 유렌과 그 일행들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이 모든 원흉인 엘프가 만든 ‘무언가’를, 이번엔 이쪽에서 처절하게 박살 내버리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