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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3화

무료소설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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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3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72화. 태양과 광신도 (7)

 

 

 

“꺄하하하-! 기다려!”

“얘들아! 위험하니 뛰지 말렴!”

“자아, 자! 고기 꼬치가 쌉니다! 오늘로 3주년 기념으로 3개 사면 1개를 더 드립니다!”

성도 예루스에 위치한 성 베히만 광장.

10대인가 전의 위대한 교황이자 성인의 이름을 딴 이 광장은 성도의 중심부에 있으면서도 가장 크고 넓은 곳으로 유명했다.

그 덕에 언제나 사람이 바글바글 넘쳤다. 특히나 지금처럼 날씨도 선선하고 적당한 구름이 낀 외출하기 딱 좋은 휴일에는 더더욱 그랬고 말이다.

“으음?”

“저, 저건?”

그러던 와중, 한가롭고 평화로운 광장의 외곽에서부터 점점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했다.

“서, 설마?”

“교황님이시다!”

그리고 그 웅성거림은 점차 커져 광장에 있는 수천 명의 사람에게 단숨에 퍼지기 시작했다.

저 광장 끝에서 화려한 갑옷을 입은 성기사들과 고위 사제들이 한 새하얀 머리와 수염을 가진 노인을 호위한 채 나타났다.

“정말 교황님이 맞으시네!”

“오오. 이렇게 뵙다니, 정말 감사하기 짝이 없을 때가! 혹시 무언가를 말씀하시러 직접 오신 건가?”

시민들은 교황의 일행을 둘러싸지 않게 조용히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섰다.

물론 일반 시민들이 둘러싼다고 다칠 정예 성기사들이나 교황이 아니었지만, 존경하는 그분들께 무례한 행위는 할 수 없었으니까.

우와아아아-!

교황이 인자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단상 위로 올라가자 광장 전체에 환호성이 점점 크게 울려 퍼졌다.

“교황 성하!”

“오오오! 어찌 저리도 인자하신 모습인지!”

성도의 시민들은 대부분 태양교의 신도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교단을 믿는 신교조차 교황을 모두 우러러보았다.

게다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교황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은 근방의 시민들도 재빠르게 광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오오. 많이도 모이는구만.”

“교황 성하께서 직접 오셨으니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조금 전까진 수천 단위였던 시민들은, 금세 만 단위로 불어나 그 커다란 광장이 사람으로 그득히 불어났다.

“허허….”

그리고 교황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은 채, 단상 위에서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자애로운 태양신의 축복이 여러분과 함께해주시길. 반갑습니다. 축복받은 신민들이여….]

그렇게 광장에선 급작스러운 교황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성국 시민들의 광적인 환호성과 함께 말이다.

 

* *

 

“좋아. 시작되었군.”

광장 근처의 한 높은 건물의 지붕 위.

마력으로 모습과 인기척을 지운 유렌과 루시아. 그리고 아메리아는 조심스럽게 연설을 시작한 교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전생 그대로인데.’

유렌은 기억 속에 있는 그 자애로운 교황과 저 멀리 있는 이를 바로 비교해봤지만, 현 교황이 조금 더 젊어 보인다는 것 외엔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기억 그대로 한없이 온화하며 자애로워 보였다.

더구나 연설의 내용 역시 평화와 조화를 말하고 있어 그 모습을 더더욱 어울리게 했다.

「…솔직히 제가 직접 현장을 보지 못했다면, 절대로 믿지 못했을 것에요. 저런 사람이 그런 학살을 명령했다니.」

유렌의 옆에서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아메리아 역시 그렇게 느꼈는지 메시지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원래 그런 인물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만약 유렌의 의심대로 엘프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면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겠죠.”

“그렇지. 조종당하면 완전히 사람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

루시아의 그 말에 유렌은 동의했다.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3황자가 갑자기 자살을 시도하는 등, 놈들의 마수에 걸리면 기존의 의식은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다만 아무리 엘프들이라고 해도, 그렇게 강력한 교황의 정신력을 어떻게 무너뜨렸느냐가 궁금하지만…. 지금 그건 중요한 일은 아니지.’

그 영악한 엘프들이니 분명 무슨 수가 있음이 분명했다.

지금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를 어떻게든 납치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리고 그전에 아주 크게 한 방 해줘야 하는 것도 있고 말이다.

반짝-

「유렌! 방금….」

“그래. 나도 봤다.”

“신호군요.”

조금 떨어진 건물에서 반짝이는 빛으로 신호가 오자, 셋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아의 스승 예크만과 스피어 마스터 메링겔이 건너편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고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그, 그럼 어서 서둘러서…!」

“진정해. 아메리아. 분명 그들이 보내온 정보로는, 교황의 평균 연설 시간은 대략 50분에서 1시간 정도. 이제 막 20분 정도가 지났을 뿐이야.”

“맞습니다. 조금 진정하십시오. 아메리아.”

유렌과 루시아는 조바심이 난 아메리아를 침착하게 말렸다.

움직임이 계획된 시기는 바로 연설이 중반부를 지날 시기인 30~40분 정도.

아직은 시간이 조금 남았다.

「아. 죄송해요. 이런 일은 처음 해보는지라.」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메리아. 저도 이런 미친 짓은 처음 해보니까요.”

「그, 그렇죠?」

루시아의 말이 다소 험했지만, 유렌은 거기에 대해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솔직히 자신이 봐도 좀 상식과 많이 어긋나며, 전생에 있던 전장에서도 결코 해본 적이 없는 일이니까.

“뭐, 나도 긴장이 되는 건 마찬가지야. 이런 일은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요? 솔직히 유렌이 긴장이 된다니. 그런 말은 믿을 수가 없는데요?」

“저도 그렇습니다. 이런 미친 짓을 당당히 말할 정도니, 당연하게도 당신은 긴장 따윈 하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의외군요.”

“…아니, 도대체 날 어떻게 보는 거길래.”

유렌은 아메리아와 루시아의 신랄한 말에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차원의 저편에서 마도구들을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이번 계획을 짤 수 있게 만들어준, 자신의 선배이자 마도구점 ‘레드 라이트닝’의 점주 베두인이 새로 발명한 몇몇 마도구들을 말이다.

“자, 그럼 이걸 각자의 팔에 끼고….”

이제 곧 펼쳐질 ‘그것’들은 가능하면 커다랗게 보여야 하니까.

유렌과 그 일행들은 모두 신경을 곤두세워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태양신의 따사로운 은혜는, 모든 나라와 대륙, 아니 그보다 큰 이 세상에 모두 펼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간혹 이를 인정하지 않은 어리석은 세력들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교황이 말하는 이야기들은, 어느새 점점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 이야기들은 모두 태양교만을 진리로 삼으라는, 다소 위험한 내용이었다.

“으음.”

“교황님께서 오늘은 조금 강하게 말씀하시는데?”

심지어 군중들 사이에서 당황이라는 감정들이 퍼지게 할 정도로 강한 어투였다.

지금 나오는 이야기가 여태껏 교황이 말하던 방향과는 상당히 틀어져 있었다.

[저는 여태껏 가능하면 이단 심문이라는 절차는 가장 최후에나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선량한 신도들과 신민들을 해치는 악신을 모시는 사악한 사교들 외엔 말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태양신의 은혜를 무시하는 이들이….]

교황은 대놓고 태양 교단 외의 교단을 박멸하라고 당장 외치진 않았다.

하지만 듣는 이들도 조금씩 눈치를 챌 정도로 그가 이전까지 말하던 내용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과연. 이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건가.’

유렌은 교황과 시민들을 살펴보며, 저 말의 내용을 납득했다.

한꺼번에 너무나 과격한 말을 해버리면, 아무리 교황이 존경받는다고 하더라도 반발 역시 일어나게 된다.

다신교는 이미 오랫동안 대륙과 신성국에서 계속 내려온 뿌리 깊은 전통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서서히 조여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시민들을 보면 분명 달라진 방향에 당황은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크게 거부감 역시 가지지는 않았다.

어차피 성도에 있는 이들은 태양 교단의 신도들이 많았으며, 평소에도 워낙 존경받는 교황이었기에 너무 과격한 말만 아니라면 반발도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나간다면.

설령 다른 교단을 학살한 것이 밝혀진다고 해도 그 여파는 줄어들겠지.

아니, 아예 인식을 바꿔버린다면, 저 시민들이 앞장서서 학살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엘프들이 원하는 것이겠지. 그래서 아마도 교황을 조종하는 것일 테고.

종교와 권력. 그 두 가지를 합친다면 어마어마한 힘이 되니까.

「유, 유렌! 이제 시간이…!」

“슬슬 시작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런 와중, 아메리아와 루시아의 메시지와 목소리가 유렌에게 들려왔다.

“좋아 난 이제 슬슬 움직여보도록 하지.”

「네! 잘해볼게요!」

“후우. 설마 이런 짓까지 하게 될 줄이야.”

그래, 그 엘프 놈들이 무엇을 노리든 간에, 그 맘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바로 여기서, 죄다 박살을 내버릴 테니까.

 

* *

 

태양 교단의 최고위 성기사.

헤임즈 경은 교황의 연단 밑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딱히 수상한 악의 종자들은 없군.’

헤임즈는 그렇게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신성력으로 주위를 살폈다.

[그리하여, 우리도 조금씩 달라져야 합니다. 이렇게 태양신의 은혜는 어린 갓난아이도 알 정도로 너무나도 뚜렷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교황 성하의 열띤 목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

‘정말 옳으신 말씀이시다.’

그가 모시는 교황이 달라진 것은 대략 몇 주 전.

헤임즈는 20년이 넘게 교황을 모시고 존경했지만, 단 하나 아쉬운 것들이 있었다.

바로 다른 교단들의 편의를 너무 봐주는 것이었다.

‘아무리 다신교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 신성국의 주교이자 만물을 비추는 것은 바로 태양이시다. 성하께선 참으로 자비로우시지만, 그것이 조금 과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최근의 성하는 달라지셨다.

아직은 우매한 신민들을 위해 저렇게 완곡하게 말씀하시지만, 뒤로는 태양신의 은혜를 설파하기 위해 움직이고 계신 것이다.

‘하긴,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하긴 하지.’

그 박멸 되어야 할 다른 악신을 믿는 교단의 잔존들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거니까.

물론 자신과 다른 성기사. 그리고 사제들이 충분히 그 악독한 놈들을 막아 낼 수는 있겠지만, 그 와중에 신민들이 희생되기라도 하면 안 된다.

너무나 자애로운 성하는 저 신민 따위의 희생에도 크게 슬퍼하실 테니까.

두근-!

그러던 와중, 갑자기 헤임즈의 심장이 크게 두근거렸다.

“…?”

뭐지? 갑자기.

헤임즈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주위의 성기사들, 사제들이 모두 자신처럼 어리둥절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장면을 보았다.

두근-!

“뭐, 뭐지?!”

헤임즈뿐만이 아닌 모든 성기사들과 사제들은 동시에 외쳤다.

그들의 심장이 모두 같이 두근거리며 날뛰고 있는 것이었다.

‘이, 이건 강력한 신성력…? 아냐. 이건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야!’

그리고 그들은 모두 동시에 느꼈다.

이건 단순히 강력한 성직자가 내는 신성력 따위가 아니라고.

그들이 생전 느껴보지 못한 독특하고도 기묘한, 그런 느낌의 신성력이었다.

파아앗-!

“어엇!?”

“으아아아앗! 저, 저게 뭐지?!”

“하, 하늘에서 빛이?!”

그리고, 그와 동시에 교황이 선 연단의 반대쪽.

그러니까 광장의 반대 끝 쪽으로, 하늘의 구름이 갈라지며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저, 저건?!”

“설마. 시, 신탁?!”

헤임즈와 모든 성직자들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신탁.

천상의 신이 자신의 말이 적힌 회색 점토판을 내리며, 아주 잠시간 목소리를 전하는 절대적인 신성한 의식.

하지만 그것은 매우 드물어, 다신교인 신성국이라 해도 수십 년 만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할 정도로 희귀했다.

“자, 잠깐. 진짜 신탁인가?”

“글쎄. 나도 처음 보는 거라. 세, 세누 님은 어릴 적에 보셨다고 하셨지 않으셨습니까?”

“…너무 어릴 때라 잘 기억이 나지 않네. 아마 맞는 것 같네만은….”

그래서 그들은 그저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저것이 진짜 신탁인지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오오!”

고위 성직자들이 그럴 정도이니, 다른 일반 시민들은 말 그대로 정신없이 입을 벌리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야기 속에서 듣기만 했던, 진짜 신탁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설마, 교황님께서 연설 중에 신탁이 내려오다니!”

“그래. 태양신께서 내리신 자비인가?!”

파아앗-!

하늘에서 내려온 빛이 점차 강해지는 그 순간.

그 빛은 붉게 변하며, 순식간에 피비린내가 넓은 광장에 확 하고 퍼져갔다.

“으윽?!”

“이, 이건?!”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그때.

어마어마한 크기의 노성이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불태우고 있는, 잔인한 태양의 찌꺼기들아!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모든 이들의 귀와 머리를 커다랗게 울렸다.

시민들의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며, 이빨이

딱딱거리며 부딪혔다.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만 단위의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으으윽!”

“피, 피비린내가 점점 강해져…!”

괴로워하는 사람들 위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노성은 점점 더 크고 강해졌다.

-너희들이 저지른 학살을 보거라! 태양을 믿지 않는다는 것 하나만으로 저지른 대죄를!

파아앗-

-꺄아아악-!

-으아아아악-!

하늘에서 한 마을이 불타며 사람들이 학살당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살육자들은 모두 태양 교단을 상징하는 옷과 갑옷들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무자비하게 같은 신성국의 신민들을 학살하고 불태우며 웃고 있었다.

“아, 악신의 신탁이다!”

“어디서 저런 거짓을!”

“자, 잡아라! 틀림없이 저곳에 악신의 성직자가 있을 터이니!”

신탁은 반드시 해당 신의 성직자에게 직접 내려오는 것.

성기사와 사제들은 이를 악물고 광장의 건너편으로 달려 나갔다.

감히 저런 내용의 신탁을 내린 악독한 악신의 성직자를 차단하기 위해서.

“저, 저게 진짜야?”

“신탁이라면 정말일 수도….”

“아냐! 저건 악신의 거짓말이야!”

혼란에 빠진 시민들을 제치면서 말이다. 

“빙고.”

그렇게 그들이 달려 나간 잠시 후.

한 그림자가 연단 근처의 건물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잘들 낚이네.”

유렌은 자신과 일행들이 힘을 합쳐 만든 장대한 가짜 신탁을 웃는 얼굴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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