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0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25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0화
제5장 인재 찾기 (1)
“어떻게 할래?”
이레스의 질문에 일레인은 잠시 생각을 하다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엘리스를 바라보았다.
휴식을 취해 괜찮아졌나 싶었는데 또 얼마 가지 못하고 휘청휘청 거리자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여동생이었다.
일레인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내일 다시 구경하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오라버니, 저는 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다.”
억지로 미소를 그리는 엘리스에게 단호하게 말한 일레인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님, 죄송하지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내일 보자.”
“예.”
“아, 그리고 할아범하고 할 게 있으니 나중에 보내드릴게.”
잠시 헬버튼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하던 일레인은 그가 미소를 그리고 있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리폰 기사단과 함께 아카데미를 떠났다.
“흠.”
아카데미 정문까지 배웅해준 이레스는 일레인 일행이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바로 헬버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가볼까요?”
“무엇을 도와달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헬버튼이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다 자신을 따라 걸음을 옮기자 이레스는 다른 곳을 들리지 않고 바로 아카데미의 실내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미 실내 체육관 주위에는 귀족이 아닌 평민 학생들이 점포를 운영하며 장사를 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포에서 음식을 사서 실내 체육관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헬버튼이 실내체육관 정문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바라보았다.
“아카데미 검술 대회?”
“예.”
이레스가 방금 구입한 닭꼬치를 한입 베어 물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자 헬버튼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축제를 위해 열린 대회이다 보니 입장료도 없었고 귀족만 관람이 가능한 것도 아니어서 평범한 평민부터 귀족의 자제, 기사까지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 체육관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우와아아아!
캉! 캉!
사람들 사이에 끼어 체육관으로 들어간 이레스는 사방에서 들리는 함성소리와 검과 검이 부딪치며 만든 검명을 듣고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헬버튼과 함께 비어있는 좌석으로 향했다.
캉! 캉!
사방에서 들려오는 검명에 이레스를 따라 걸음을 옮겨 자리에 앉던 헬버튼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감탄을 했다.
“아카데미의 교육이 실로 대단하군요.”
예선전이어서 그런지 관객이 별로 없어 함성소리보다 검명이 더 크게 울리고 있었다.
이레스는 임시로 만들어진 다섯 개의 연무장 위에서 들리는 검명을 즐기며 한쪽 다리를 꼬고 왼손으로는 닭꼬치를 계속 먹었다.
우물우물.
“쓸 만한 아이가 있을까요?”
“……인재 찾기입니까?”
자신을 쳐다보는 대신 연무장 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질문한 헬버튼이 대답을 듣는 대신 턱을 쓰다듬자 이레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 막대기를 입에 물었다.
“어차피 아카데미라는 것 자체가 일자리를 찾기 위해 교육을 받는 것이니까요.”
테라인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크게 잡으면 두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들어온다.
귀족이라면 다른 귀족가의 자제들과 친해지고 자신의 가문의 도움이 될 만한 동맹가문을 찾고 뛰어난 인재를 모으려는 것이었고, 평민들은 교육을 통해 졸업과 동시에 일자리를 찾는 것이었다.
“흐음.”
작게 신음을 흘린 헬버튼이 연무장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한 연무장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말했다.
“저 아이가 좀 쓸 만하군요.”
“귀족의 자제예요. 테이슨 자작가.”
“아아.”
테이슨 가문이 기사를 배출해내기로 유명한 가문이다 보니 귀족의 자제가 뛰어난 검술을 선보이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헬버튼이 다시 다른 아이를 선택하고 이레스가 귀족의 자제인지 평민인지 알려주는 것이 30분 정도 반복되었을 때 헬버튼의 눈이 반짝였다.
“으음, 어디서 본…….”
“왕자.”
“그렇군요. 역시 왕가의 검…….”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이레스가 대수롭지 않은 듯이 설명하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헬버튼이 몸을 움찔 떨며 이레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누구요?”
“테라인 왕국 제1왕자 레이온 더 테라인.”
삐익!
말도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다시 고개를 돌린 순간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와 동시에 레이온이 땅을 박차며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카앙! 캉!
위험요소가 있기에 검날은 없지만 진검과 똑같은 무게의 가검을 빠른 속도로 휘두르며 상대를 압박해가는 레이온의 모습에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헬버튼이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소문으로는 왕자님은 몸이 약해서 검술에는 재능이 없다고 하는데.”
“성격 자체에서 문제가 있어서 그런 소문이 돈 거예요.”
“성격 말입니까?”
“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순간 레이온이 가검을 쥐고 있는 상대방의 손등을 가격해 무기를 떨어트리게 한 뒤에 자신의 가검을 들어 상대의 목에 겨누었다.
“좀 찌질해요.”
삐이익!
“84번 레이온 승리!”
“그것도 많이 찌질했죠.”
* * *
아카데미 검술 대회의 예선전이 끝나자마자 실내체육관에서 나오던 헬버튼이 이레스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어떤 거요?”
“그냥…… 평민에 신분으로 이곳에 있다는 것이.”
“그것까지는 모르죠.”
테라인 왕이 레이온의 성격을 고치려고 신분도 감춘 채 입학시킨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알고 있다는 티를 내기 싫었던 이레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고는 아카데미 본관으로 향했다.
자신보다 뛰어난 오러나이트 경지의 검사와 함께 구경을 하니 누가 기사의 재능이 있는지 전쟁에서 큰 활약을 벌이는 장군의 재능이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또 들릴 데가 있습니까?”
기사 가문인 그레이즈 가문이다 보니 역시 검의 재능이 있는 자만 찾으러 왔다고 생각한 헬버튼이었다.
이레스는 대답 대신 작게 미소를 그렸고 본관에 도착했을 때 문 앞에 세워진 아카데미의 지도를 본 후에 안으로 들어섰다.
“할아범.”
“말씀하시지요.”
“솔직히 말하면 아마 검술대회에서 본 아이들 정도의 실력을 가진 아이들은 가문에서도 쉽게 양성할 수 있겠죠?”
“그건 그렇습니다만…….”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던 이레스가 처음으로 가문을 위한 인재를 찾는다고 하였기에 뛰어나지는 않지만 평범한 사람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쓸 만한 인재를 알려주었지만 그들 모두가 가문에서 육성시킬 수 있는 수준의 재능을 가진 자들이었다.
헬버튼이 잠깐의 침묵을 끝으로 이마를 살짝 긁으며 대답하자 이레스는 무언가를 찾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다 말했다.
“하지만 문관이나 마법사는 불가능하겠죠?”
단 한마디에 불과했지만 헬버튼은 이레스가 무엇을 뜻하고 말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의 말대로 뛰어난 검사를 보유하고 있어 검사를 키울 육성법은 가지고 있었지만 문관이나 마법사 같은 검과는 다른 재능을 가진 자들을 키울 수 있는 육성법은 가지고 있지 않은 가문이 그레이즈 가문이었다.
이레스가 헬버튼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은 뒤에 한 교실 앞에 세워진 간판을 보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제대로 찾아왔네요.”
“찻집?”
헬버튼이 의아하다는 듯이 간판에 적혀있는 ‘1학년 E반(경제학부) 찻집’이라 적힌 것을 보고 의아해하는 순간 이레스가 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은 채 차와 케이크를 먹고 있었다.
사람들을 천천히 훑어보던 이레스가 헬버튼과 함께 비어있는 자리로 이동하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한 소녀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이레스와 헬버튼이 대답 대신 귀여운 외모의 소녀를 빤히 바라보다 동시에 그녀의 복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교복을 약간 수선했는지 무릎을 간신히 덮고 있던 치마가 무릎 위쪽까지 올라가 다리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고 상의는 가슴골이 살짝 드러난 상태였다.
“킥!”
다른 학생들이 운영하는 찻집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찻집이었다.
“어쩐지 찻집에 왜 사내놈들밖에 없나 했는데.”
자신을 험담한다고 생각했는지 소녀가 몸을 움찔 떠는 순간 헬버튼이 옆집 할아버지 같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름다운 아가씨들을 보러 온 것이구려.”
“호호호.”
가식 없는 웃음을 흘린 소녀는 헬버튼과는 달리 이레스가 자신의 다리를 빤히 쳐다보자 수줍은 듯이 메뉴판으로 다리를 가리고 한 손으로는 가슴을 가린 채 미소를 지었다.
“어떤 걸로 드시겠습니까?”
그녀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은 이레스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추천메뉴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 떠나려던 그녀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네?”
“클라리아라는 학생 있나요?”
“클라리아요?”
이상하다는 듯이 이레스를 쳐다보던 그녀가 그의 옆에 앉아있는 기사갑옷을 입고 있는 헬버튼을 보고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밝은 미소와 함께 주방으로 쪼르르 달려가는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헬버튼이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레스가 피식 실소를 흘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카데미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교육을 받는 곳이라고 했죠?”
“예.”
“할아범의 복장을 보세요.”
헬버튼이 천천히 자신의 복장을 살펴보더니 작은 미소를 지었다.
“아아, 저 아가씨는 제가 어떤 가문의 기사라고 생각한 거군요.”
작게 고개를 끄덕인 이레스는 소녀가 내려놓고 간 물 잔을 들며 말을 이었다.
“거기다 할아범의 인상이 좋으니까, 좋은 가문의 기사라고 생각한 거죠.”
“그렇군요.”
그때 그들의 앞으로 한 소녀가 나타났다.
“아, 안녕하세요! 1학년 E반 경제학부의 클라리아라고 합니다!”
바싹 긴장했는지 허리를 반쯤 숙여 인사하는 클라리아의 모습에 두 사람의 시선이 천천히 그녀에게로 옮겨졌다.
“와!”
“호오.”
교복을 수선한 다른 학생들과는 다르게 평범한 교복에 앞치마를 둘렀지만 섹시함을 강조하는 다른 여학생들의 사이에 끼여 있으니 청순함이 묻어나는 느낌을 주었다.
작게 감탄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클라리아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이자 이레스가 피식 실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경제학부라고?”
“네!”
큰 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들은 클라리아는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이레스인 것을 확인하자마자 깜짝 놀라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허허허! 역시 미친개라 불리는 도련님이시군요.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는데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니.”
놀라는 그녀의 모습에 웃으며 하는 헬버튼의 말에 인상을 살짝 찌푸린 이레스가 그를 살짝 째려보고는 다시 클라리아를 바라보았다.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죠?”
“네에…….”
“그럼 내 가문이 어디인지도 알겠네요.”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클라리아였다.
이레스가 클라리아를 빤히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성적은 어떻게 되시죠?”
“네? 아…… 3등이요.”
“반에서 3등이면 괜찮군요. 성이 붙지 않을 것을 보니 평민이고. 평민으로서 3등을 했다는 것은 많은 노력을 했다는 뜻이니.”
대단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헬버튼의 모습에 이레스는 피식 실소를 흘렸다.
자신이 전생에서 알고 있던 클라리아는 반에서 3등이 아니었다. 고작 반에서 3등이면 백작가를 20년 만에 후작가로 만들 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이레스의 말에 뭐가 그리 창피한 건지 대답 대신 얼굴을 붉히는 클라리아의 모습에 이레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실력을 알아야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인재인지 아닌지 결정할 수 있어요. 잘 생각해봐요. 그레이즈 가문의 문관이 될 수 있는지 실력을 확인하러 온 거니까요.”
공작 가문의 문관이라는 것에 몸을 살짝 들썩인 클라리아가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메뉴판을 강하게 쥐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공통과목 수학은 전교 2등, 역사 4등…….”
그렇게 줄줄이 굴비 엮듯이 나온 그녀의 성적은 2등부터 4등까지였으며 마지막으로 학과과목을 선택할 때는 크게 심호흡을 하는 그녀였다.
“경제학은 1학년 중에서는 1……등입니다.”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창피하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는 클라리아의 모습에 헬버튼이 대단하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다 몸을 흠칫 떨었고 이레스가 재밌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중에서라…….”
“이미 3학년 교육과정까지 마스터한 상태입니다.”
“호오.”
작게 감탄한 이레스가 헬버튼을 바라보았다.
“어때요?”
“아주 좋습니다.”
“그, 그렇게까지…….”
헬버튼의 대답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부정하는 클라리아였지만 이레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평민으로서 실력으로 귀족을 이기고 공통과목은 평균 5등, 학과과목은 1등이라면 충분히 뛰어난 인재였다. 그렇기에 백작가를 후작가로 만들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을 대충이나마 파악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잠시 생각에 잠긴 헬버튼이 이레스에게 물었다.
“도련님, 아카데미가 몇 학년까지 있죠?”
“4학년이요.”
“꽤 긴 시간이군요.”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빨라질 수가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