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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9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8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9화

제4장 정령 (2)

 

 

“호오! 이게 그 소문의 바람의 정령입니까?”

 

헬버튼이 신기한 듯이 허리를 살짝 숙이며 이레스의 품에서 얼굴을 부비는 실피아를 빤히 바라보자 고개를 빠끔 내민 실피아가 똑같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헤헤헤.

 

물끄러미 헬버튼을 바라보던 실피아가 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크게 흔들었다.

 

-안녕?

 

“허허허! 안녕하신가요, 아가씨.”

 

-아가씨?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하는 헬버튼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던 실피아가 이레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레스!

 

“응?”

 

-아가씨가 뭐야?

 

“음, 실피아가 귀엽다는 뜻이야.”

 

“……그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형님.”

 

일레인이 이레스의 설명에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지만 실피아는 이미 귀엽다는 말에 꽂혀 그의 말에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실피아가 헬버튼을 향해 고개를 돌려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날아가 그의 머리 위에 앉았다.

 

테라인 왕국에 속한 모든 기사들의 지주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노는 실피아의 모습을 그리폰 기사단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헤헤헤.

 

“허허허.”

 

무언가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리는 이레스를 본 일레인이 실피아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정령과 계약하셨군요.”

 

“거짓인 줄 알았냐?”

 

전생에는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편지를 보낸 적이 없었지만 지금의 이레스는 한 달에 한 번씩 가문으로 편지를 보내고 있었고 거기에는 당연히 실피아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건 아니지만 형님의 성격을 보면…….”

 

일레인이 다시 실피아를 힐끔 쳐다보았다.

 

“저런 정령이 나왔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욕이지?”

 

레이온과 똑같은 말을 하는 일레인의 모습에 이레스가 동생을 째려볼 때였다.

 

-이레스! 이레스!

 

“왜?”

 

실피아가 하늘을 날아 이번에는 엘리스의 앞에서 멈춰서 검지로 그녀의 얼굴을 가리켰다.

 

-누구야? 누구야?

 

“내 동…….”

 

대수롭지 않은 듯이 짧게 대답하려던 이레스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엘리스를 바라보았다.

 

실피아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무의식적으로 대답을 하려 했는데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것과는 다르게 실피아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니 무언가 있는 것 같았다.

 

‘설마…….’

 

엘리스는 자신이 졸업하기 1년 전에 정략혼인으로 신흥 가문으로 주목을 받은 클리스 백작가로 떠났다. 그렇기에 그녀와 직접 만난 것은 그녀가 스무 살이 되는 해인 5년 뒤 아들과 함께 놀러왔을 때였다.

 

“엘리스.”

 

“예?”

 

귀여운 정령의 모습에 실피아를 빤히 바라보던 엘리스가 깜짝 놀라며 대답하자 이레스는 대답 대신 그녀의 손을 낚아채며 눈을 감았다.

 

정령친화력은 마나처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아니었지만 정령친화력을 가진 사람과 접촉을 하면 자신이 가진 정령친화력이 어떻게든 반응을 하여 그가 정령사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희미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몸을 감싸는 이상한 기운에 실피아가 왜 엘리스를 가리키며 방긋방긋 미소를 지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자신의 바람의 기운과 동화되는 하나의 기운이 느껴진 것이었다.

 

어떤 기운인지는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자연의 기운이 아닌 정령친화력이 확실했다.

 

“오라버니?”

 

엘리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의 오빠를 바라볼 때 이레스가 천천히 눈을 뜨며 실피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엘리스 어때?”

 

-좋아! 좋아! 엘리스 좋아!

 

“그렇다면…….”

 

작게 미소를 그리던 이레스가 엘리스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어주고는 뻘쭘하게 서 있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재미있는 거 보여줄까요?”

 

“재미있는 거요?”

 

일레인이 계속해서 갑작스레 행동하는 이레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할 때 그는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사람들이 드문 곳으로 향했다.

 

축제 첫째 날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는 하였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축제 장소에 포함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축제 장소로 지정되지 않은 가까운 공원으로 사람들을 이끈 이레스는 일레인과 다른 기사들을 뒤로 물리고는 엘리스를 자신의 앞에 세웠다.

 

“거기 가만히 서 있어.”

 

“오라버니?”

 

이레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을 부르는 엘리스를 향해 미소를 보인 후에 아직도 그녀의 머리 위에 앉아있는 실피아를 불렀다.

 

“실피아.”

 

-응?

 

“그림 그리기 할까?”

 

-그림 그리기?

 

실피아가 고개를 갸웃하자 이레스가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 땅을 두들겼다.

 

“예전에 하던 거.”

 

-아…… 응! 실피아 할래!

 

기억나는 것이 있는지 환하게 웃으며 대답한 실피아가 엘리스의 머리 위에서 이레스의 옆으로 날아가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쉬이익!

 

작은 회오리바람이 나타나 검집에서 벗어난 이레스의 검신에 머물렀다.

 

“엘리스, 움직이지 마.”

 

“네. 오라버니.”

 

무슨 일을 벌이려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자신의 오빠였기에 엘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순간 이레스가 검을 바닥에 살짝 박아 넣은 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그극.

 

검끝이 땅을 긁으며 엘리스를 중심으로 거대한 원을 그렸다.

 

이레스는 검을 바닥에서 빼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앞으로 이동해 다시 작은 원을 그리고 원 밖으로 나왔다.

 

“실피아.”

 

-응!

 

실피아가 부름에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그의 앞으로 눈으로 보일 정도의 작은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큰 원과 작은 원 사이로 이동시키자 회오리바람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룬어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쉬이익!

 

흙먼지로 인해 회오리바람이 만들어져 언뜻 보면 갈색 붓으로 보이던 회오리바람이 실피아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따라가자 원과 원 사이에는 어느새 룬어가 절반이나 적혀있었다.

 

“오.”

 

헬버튼이 정령을 가지고 마법진을 그리는 모습은 처음 보았기에 신기하다는 듯이 감탄을 하는 순간 실피아가 해맑게 웃으며 하늘 위로 올라가 양손을 내려 땅을 가리키자 수십 개의 작은 회오리바람이 붓이 되어 더욱더 빠른 속도로 룬어를 적기 시작했다.

 

-이레스! 끝났어.

 

원 바깥에서 실피아의 행동을 지켜보던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엘리스를 보며 말했다.

 

“내 말 따라해.”

 

“네? 네, 오라버니.”

 

“태초의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과 함께 자라며 자연의 하나인 자연의 수호신들이여.”

 

“태초의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과 함께 자라며 자연의 하나인 자연의 수호신들이여.”

 

“나의 부름에 응답하소서.”

 

“나의 부름에 응답하소서.”

 

이레스를 따라 짧은 주문이 끝나는 순간 마법진에서 살짝 빛이 일어났다.

 

“오오?”

 

“허허허!”

 

기사의 가문이다 보니 마법 자체를 본 적이 드문 그들이 짧게 감탄하자 마치 그 감탄에 반응하는 듯이 그들의 뒤에 만들어져 있던 분수대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엘리스의 앞으로 날아왔다.

 

빛나는 마법진을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뜬 엘리스가 갑작스러운 물줄기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앞에 머무른 물줄기가 점점 작아지며 물로 만들어진 하나의 알이 완성되었다.

 

찌이익.

 

마치 물에 젖은 종이를 찢는 듯한 작은 소음과 함께 알의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찌직.

 

작은 균열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이내 물로 만들어진 알이 반으로 깨지는 순간 그녀의 앞에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멍!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였는데 물의 정령이라는 것은 지워지지 않은 듯이 파란색 털과 파란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사람의 얼굴만 한 귀여운 강아지였다.

 

푸른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엘리스를 바라보며 다시 크게 짖었다.

 

-멍!

 

“우와.”

 

엘리스가 신기하다는 듯이 눈을 껌뻑이며 바라보았고 이레스가 강아지의 모습을 한 물의 정령, 운디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름을 알려줘.”

 

“아…… 엘리스.”

 

-멍!

 

음성으로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크게 짖는 강아지가 엘리스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가락을 살짝 핥았다.

 

“자신의 이름을 알려달라는 뜻일걸, 아마도?”

 

엘리스가 의문이 섞인 설명을 한 이레스를 힐끔 쳐다보다 다시 강아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처음 만난 강아지였지만 아주 친숙한 아이였다.

 

엘리스가 그리운 듯한 눈빛과 함께 바라보다 작게 중얼거렸다.

 

“메리.”

 

-……멍!

 

강아지가 이번에는 그녀의 다리에 얼굴을 부비는 순간, 강아지의 신형에서 살짝 빛이 일어나며 더욱더 선명해지자 엘리스가 천천히 푸른 강아지, 메리를 품에 안았다.

 

“메리.”

 

* * *

 

메리라는 이름을 받은 물의 정령 운디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던 이레스가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일레인에게 말했다.

 

“메리면…….”

 

“엘리스가 옛날에 키우던 강아지 이름이죠. 생김새도 비슷하군요.”

 

“아. 그렇지. 정령은 계약자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니까.”

 

일레인이 이레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 이상하다는 듯이 실피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계약자가 가장 기억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면 실피아도 그의 머릿속에 있는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웃으며 메리와 엘리스를 바라보는 실피아를 빤히 쳐다보던 일레인이 누군가를 떠올리고는 작게 감탄을 했다.

 

“어쩐지…….”

 

“엘리스 닮았지?”

 

전생에서 이레스가 소환한 실프는 옛날에 그를 가장 많이 따르던 다섯 살의 엘리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메리…… 메리…….”

 

-멍! 멍!

 

이레스와 일레인은 메리의 이름을 부르며 정령을 품에 꼭 끌어안는 엘리스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형님.”

 

“왜.”

 

“혹시 전 정령친화력이라는 거…….”

 

이레스가 일레인을 빤히 바라보다 말했다.

 

“없다. 넌 검이나 죽어라 파.”

 

실피아가 아예 접근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정령친화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했다.

 

* * *

 

“메리…….”

 

-멍!

 

정령과 계약하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 없었지만 공원에서 메리와 노는 시간이 한 시간이나 흘렀을 때 엘리스가 울상을 지으며 메리를 바라보았다.

 

“첫 계약 시에는 갑작스럽게 늘어난 친화력 때문에 모르겠지만, 지금은 한 시간이 최대일걸.”

 

이레스의 말 때문이었다.

 

“우으.”

 

정령사 선배의 설명에 작게 신음을 흘린 엘리스가 자신을 올려다보는 메리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었다.

 

“메리, 나중에 보자.”

 

-멍!

 

크게 짖은 메리의 형체가 흐려지더니 물이 되어 사라지자 엘리스가 울상을 지은 채로 이레스와 실피아를 바라보았다.

 

“오라버니는 어떻게…….”

 

오랜 시간 동안 실피아를 소환할 수 있냐는 질문이었기에 이레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의 머리 위에 앉은 실피아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계약한 지 반년이나 지났으니까. 시간만큼 친화력도 늘어 큰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여덟 시간 정도 가능해.”

 

“우으으.”

 

“나중에 수련법을 알려줄게.”

 

시간의 문제와 수련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엘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레스는 다시 그들을 데리고 아카데미를 이곳저곳 구경하기 시작했다.

 

특히 실피아가 신기한 표정으로 아카데미를 구경하는 그들에게 자랑스럽게 여기가 어디고, 저기가 어디인지 알려주며 뿌듯한 미소를 띠었고, 이레스는 마치 무언가를 살피는 듯이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좀 쉴까?”

 

“그러는 게 낫겠군요.”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휘청휘청 거리는 엘리스를 힐끔 쳐다본 일레인이 대답과 동시에 근처에 벤치로 이동해 자신의 여동생을 먼저 벤치에 앉히고 자리에 앉았다.

 

“어지러워요, 작은 오라버니.”

 

“흠.”

 

걱정된다는 듯이 눈을 살짝 찌푸리며 엘리스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일레인의 모습에 이레스가 피식 실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정령친화력은 정신력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신력이 많이 소모되다 보니 그런 거야.”

 

“그런가요?”

 

머리를 부여잡은 채 묻는 엘리스의 모습에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을 시킨 후에 헬버튼에게 시선을 돌렸다.

 

“할아범.”

 

“예, 도련님.”

 

“잠시.”

 

일레인과 똑같이 걱정스레 엘리스를 쳐다보던 헬버튼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레스가 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벤치에서 멀어지자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벤치에서 조금 떨어지자마자 걸음을 멈춘 이레스가 일행을 힐끔 쳐다보고는 헬버튼을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와주실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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