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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7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6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7화

제3장 찌질이 단련시키기 (2)

 

 

‘누구지?’

 

금발이 어울리는 아담한 체구의 소녀였다. 교복의 왼쪽 가슴에 하나의 선만 있는 것을 보면 일학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오른쪽 가슴에 작은 책과 책 중앙에 금화가 그려진 특이한 문양을 보면 평범한 학과는 아닌것 같았다.

 

‘경제학부인가?’

 

테라인 아카데미에 입학을 하는 순간 그들은 교복의 오른쪽 가슴에 문양을 하나 받게 된다.

 

검술학부면 날카로운 검 한 자루의 그림이 그려진 문양을 받으며 검술뿐만이 아니라 전쟁을 목적으로 전략전술, 검술 등을 배우게 된다면 기사학부를 증명하는 방패와 그 중앙에 검이 놓여있는 문양을 받는다.

 

그리고 상회, 즉 상업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학부면 작은 주머니와 주머니의 벌어진 입구로 금화가 쌓여있는 문장을 받게 되며 작은 책과 그 중앙에 금화가 놓여있는 그림은 경제학부의 학생만 받을 수 있었다.

 

‘경제학부에 금발이라…….’

 

속으로 중얼거리던 이레스가 회귀 전을 떠올리다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아! 클라리아인가?”

 

클라리아. 테라인 아카데미에 입학한 평민 출신으로 졸업과 동시에 반들린 백작가에 고용되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백작가를 20년 만에 후작가로 올린 여성이 그가 알고 있는 클라리아였다.

 

다시 그녀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다시 실피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실피아?”

 

-향기 좋아.

 

정령이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정령친화력을 가지고 있거나 정령친화력은 아니지만 자연과 함께 살다 보니 자연의 냄새가 밴 사람들이 전부였다.

 

정령과 계약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작은 깨달음을 얻어 상대방의 정령친화력 존재 유무를 확인할 수 있기에 물끄러미 클라리아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중얼거렸다.

 

“자연의 냄새인가…….”

 

자연의 냄새가 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닌 산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시골마을이나 바다를 앞에 둔 바다마을의 사람들에게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피아가 할 일도 멈추고 멍하니 쳐다볼 정도면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으로 추정할 수가 있었다.

 

가만히 실피아를 바라보던 클라리아가 이레스의 시선을 느꼈는지 깜짝 놀라며 그 자리에서 도망을 치자 실피아가 다시 이레스를 바라보며 놀기 시작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순간에도 살랑살랑 떨어지는 꽃잎을 바람을 조종하여 놀고 있는 실피아를 바라보던 이레스는 클라리아를 떠올리고는 작은 미소를 띠었다.

 

“경제학뿐만이 아니라 모든 게 필요하기는 하지만 1학년이라…….”

 

어차피 자신의 나이도 지금은 열여섯에 불과했기에 열다섯밖에 되지 않은 클라리아하고는 별로 차이가 없었지만, 그녀를 정식으로 고용하기 위해서는 4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흐음.”

 

작게 신음을 흘리던 이레스가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졸업생들 중에도 있지 않을까?”

 

회귀 전과는 달리 그는 한 영지를 다스렸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고, 인재를 보는 능력도 탁월하지는 않지만 쓸 만한 정도로 오른 상태였다.

 

거기다 전생의 기억을 통해 유명 인사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각 가문에 고용된 상태이니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레스가 문뜩 고개를 돌려 아카데미 정중앙에 세워진 거대한 회중시계로 시선을 돌렸다.

 

이미 오후 세시를 넘겨 모든 수업이 마칠 시간이었다.

 

“이런, 1교시만 빼고 전부 빼먹었구나.”

 

자신도 모르게 피식 실소를 흘린 이레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다 갑작스레 몰려오는 현기증에 몸을 휘청거렸다.

 

“어제보다 10분 정도 늘었나?”

 

정령친화력을 전부 소비해 한계를 넘어서는 방법은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는지 어제보다 10분 더 소환할 수가 있었다.

 

이레스가 꽃잎과 놓고 있는 실피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실피아. 이제 돌아가야 될 거 같은데?”

 

-이레스! 약해!

 

재밌게 놀고 있는 상태에서 돌아가라는 말이 들리자 실피아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외쳤다. 이레스는 그녀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어주며 기분을 풀어주고는 정령계로 돌려보냈다.

 

실피아를 정령계로 돌려보낸 이레스는 사람들이 본관을 빠져나올 때까지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한 뒤에 아카데미 구건물로 향했다.

 

“약발이 잘 들어간 건가?”

 

구건물 앞에 도착하자마자 체육복을 입은 금발의 소년이 눈에 들어오자 피식 실소를 흘린 이레스가 양손에 들고 있던 검 중 한 자루를 던졌다.

 

“받아.”

 

이미 자신을 발견한 레이온이 이번에는 날아오는 검을 받자 이레스는 천천히 검을 늘어트리며 자세를 잡았다.

 

“덤벼.”

 

“야, 약속은 지키는 거지요?”

 

단 한 번이라도 공격에 성공하면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막아주고 자신을 찾아오지 않겠다는 약속을 굳건히 믿어 그레이즈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찾아온 레이온이었다.

 

레이온이 검집을 꽈악 잡은 채로 묻자 이레스는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 번이라도 공격에 성공하면.”

 

“아, 알겠습니다.”

 

레이온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구건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놓여있는 목검 두 자루를 집었다.

 

“하, 하지만 진검은 위험합니다.”

 

검술학부와 기사학부가 존재하여 진검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허용됐지만 이레스도 목검으로 수련을 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온에게 다가갔다.

 

레이온에게 다가가 목검을 받은 이레스는 그와 조금 떨어져 자세를 잡았다.

 

“됐지?”

 

“예.”

 

“그럼 할 말이 더 있으면 하고 없으면 덤벼.”

 

레이온이 대답 대신 자세를 잡은 채 이레스를 빤히 쳐다보았다.

 

왕자라는 신분이라지만 이제 조금이나마 검술을 배운 레이온이었기에 그럭저럭 기본은 잡혀 있었다. 몸이 부들부들 떨어대고 있었지만, 목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양손으로 꽉 움켜쥐는 근성도 보였다.

 

물끄러미 이레스를 바라보던 레이온이 침을 꼴깍 삼키는 것과 동시에 이를 악물며 달려왔다.

 

“이야압!”

 

쉬이익!

 

무게가 나가는 진검이 아닌 목검이다 보니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달려왔지만 같은 목검을 들고 있는 이레스도 무게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쉬이익!

 

타악!

 

레이온이 자신의 앞에 도착하는 순간 검을 휘두른 것치고는 빠른 속도로 휘둘러진 목검이 그의 목검과 부딪쳤다.

 

딱딱.

 

목검에서 전해지는 엄청난 충격에 레이온이 목검을 떨어트리자 이레스는 다시 뒤로 물러나며 검을 늘어트렸다.

 

“들고, 다시 덤벼.”

 

“흑…….”

 

울상을 지은 레이온이 다시 목검을 쥐고 달려왔다.

 

쉬이익!

 

탁!

 

딱딱.

 

또 한 번의 부딪침으로 목검을 떨어트리는 레이온의 모습에 이레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거리를 벌렸다.

 

“한 번 더 검을 놓치면 내일 다시 한다.”

 

“흐흑…….”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레이온이 이레스를 빤히 바라보다 목검을 쥐고 다시 달려왔다.

 

쉬이익!

 

다시 휘둘러지는 레이온의 목검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옆으로 살짝 움직여 검을 피하며 외쳤다.

 

“대가리는 폼이냐? 모자걸이야?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면 억지로나마 빈틈을 만들도록 기다려야 할 거 아니야!”

 

“으아아!”

 

이제는 고함을 지르기 시작한 레이온이 막무가내로 검을 휘두르며 다가오자 이레스는 목검을 휘두르는 대신 목검을 앞으로 내민 상태로 레이온의 검로를 읽고 공격을 차단했다.

 

탁! 탁!

 

“상대의 검을 잘 봐! 막무가내로 공격하지 말고 상대가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 빈틈을 찾아 공격해!”

 

“으아아아!”

 

충고를 했다. 하지만 레이온은 여전히 목검을 막무가내로 휘둘렀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한다고 생각한 이레스가 검을 밀어 레이온을 뒤로 물린 후에 검을 늘어트리며 바라보았다.

 

“야, 정신 차려.”

 

“……이 씨발!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응?”

 

갑작스러운 욕설에 이레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레이온은 검을 쥐지 않은 왼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냥 평범하게 다니다 집에 돌아갈 건데! 왜 괴롭히는데!”

 

“호오.”

 

전생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기에 레이온이 화를 내는 것은 처음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레스가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풀고 검을 늘어트렸다.

 

“그럼 한 대만 때려. 그럼 끝나니까.”

 

“시끄러!”

 

탁! 탁!

 

분노가 깃들어서인지 자세는 완벽하게 흐트러졌지만 레이온의 검은 더욱더 빨라졌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생활을 제외하면 레이온은 왕으로서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 소년이었고 이레스는 검의 가문으로서 검을 배우며 살아온 소년이었다. 흔한 말로 클래스가 달랐다.

 

단순하게 검을 들어 막던 이레스가 귀찮다는 듯이 검을 휘둘렀다.

 

콰직!

 

레이온이 들고 있던 목검이 두 동강이 나고 이레스가 들고 있던 검은 균열이 일어나 한 번만 더 부딪쳤더라면 부서질 정도로 상해있었다.

 

이레스가 다시 검을 휘둘러 레이온의 목 앞으로 가져다 대었다.

 

“끝났지?”

 

“흑…… 흑…….”

 

“내일도 이 시간에 온다. 만약 안 오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그 말을 끝으로 이레스는 레이온을 내버려둔 채 구건물을 벗어나 기숙사로 향했다.

 

수련을 시키는 안 좋은 방식 중에 하나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이레스는 자신이 졸업하기 전까지 저 성격을 없애자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이 일로 관계가 나빠진다고 해도 그가 생각이 있다면 미래에는 지금의 수련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설사 모른다고 해도 왕권파의 한 사람인 자신과는 어떻게 해서든 이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 *

 

다음 날에도 이레스의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1교시를 마치면 바로 별관 옥상으로 올라가 실피아를 소환한 채 검술 수련을 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은 뒤에 다시 별관 옥상에서 수련을 하고 구건물로 향하는 것이었다.

 

구건물 앞에 도착한 이레스는 먼저 자신을 기다리는 레이온의 모습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두려움에 의해 몸을 떨고 있었지만 찾아가지도 않았는데 구건물 앞에 온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았던 것이었다.

 

“바로 시작할까?”

 

그 말에 레이온이 깜짝 놀랐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자 이레스는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잠시 침을 삼키며 그를 바라보던 레이온이 땅을 박차며 달려왔다.

 

여전히 눈이 떨리고 목검을 쥐고 있는 손이 떨렸지만 어제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을 정도로 올바른 공격이었다.

 

쉬이익!

 

탁!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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