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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5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5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5화

제2장 인생의 동반자 (2)

 

 

테라인 아카데미 1학년 P반은 생각보다 유명했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어디를 가도 주눅 들지 않는 2학년의 레빈 백작가의 쌍둥이 형제가 점 찍어놓은 아이가 있는 반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방해꾼이 있었지만…….”

 

“오늘은 없으니 어제 한 이야기를 다시 해볼까?”

 

뚱보 소년과 마른 소년, 극과 극을 달리는 레빈 형제가 교실 구석에 자리 잡은 레이온의 앞으로 다가와 작게 미소를 지었다.

 

“히끅.”

 

레이온은 두 형제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더니 눈도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두려웠는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어, 없어.”

 

“아놔, 이게 장난하나.”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린 마른 소년, 레빈 형제의 막내 빈이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었다.

 

이틀에 불과했고 맞지는 않았지만 무의식적으로 손을 드는 행동이 자신을 때리기 위한 행동이라 파악했다.

 

레이온이 황급히 눈을 감으며 고통을 기다릴 때 빈이 피식 실소를 흘리며 손을 강하게 내리쳤다.

 

“야!”

 

빈의 손바닥이 레이온의 신체에 부딪치기 직전 고통과 타격음보다 먼저 그들의 귓속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레이온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눈을 뜨며 목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두 형제가 어제의 일을 떠올리고는 몸을 흠칫 떨며 고개를 돌렸을 때 뒷문이 보이는 빈의 쌍둥이 동생 벤과는 다르게 빈의 시야는 거대한 무언가에 의해 막혀있는 상태였다.

 

퍼어억!

 

“으아악!”

 

“작작 좀 쳐 하면 어디가 덧나나.”

 

자신의 무릎 공격에 의해 바닥에 쓰러진 마른 소년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그리며 뚱보 소년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이지?”

 

“하, 하하…….”

 

어색한 웃음을 흘리던 벤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는 순간 빈을 밟고 있던 이레스가 그를 밟은 상태 그대로 강하게 점프했다.

 

꾸욱!

 

“켁!”

 

안면을 부여잡은 빈이 자신도 모르게 복부를 부여잡는 순간 강하게 점프한 이레스가 벤의 안면을 향해 오른발을 뻗었다.

 

“선배를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새꺄!”

 

퍼어억!

 

“크아악!”

 

제대로 맞았는지 안면을 부여잡고 자신보다 먼저 바닥에 쓰러진 벤의 모습에 미소를 그리던 이레스는 땅에 착지하는 순간 오른발을 앞으로 내민 상태이다 보니 실수로 그의 허벅지와 배꼽 중간 부분을 밟아버리고 말았다.

 

콱!

 

“끄아악!”

 

“…….”

 

“…….”

 

“무, 무서운 놈이다…….”

 

“이, 이레스 선배 아니야?”

 

갑작스레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미소를 지으며 레빈 형제를 내려다보던 이레스는 뒤에 들리는 학생들의 이야기에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그 있잖아. 미친개 이레스.”

 

“아아. 아카데미에서 가장 피해야 한다는?”

 

“응. 미친개 이레스 하면 졸업한 선배들도 벌벌 떤다던데?”

 

이레스가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던 두 학생이 황급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수업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별관 옥상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레스가 건방지다 생각한 일진들이 교육을 핑계로 그를 구타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때의 이레스는 검술은 귀찮아했지만 어려서부터 실전 검술을 배운 그레이즈 가문의 장남이었다. 평범하게 주먹질만 할 줄 아는 그들로서는 이레스를 쓰러트리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이었다.

 

그 후 일진들은 이레스를 피해 다녔고, 이레스에게는 미친개라는 별명이 붙어버렸다.

 

“히끅. 히끅.”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딸꾹질을 하는 레이온을 바라보았다.

 

“어떡하냐. 레빈 형제에 이어 미친개한테 걸렸나 봐.”

 

“미친개한테 걸리느니 레빈 형제가 나은데.”

 

“하아.”

 

이번에는 다른 곳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였지만 이레스는 그 말을 무시한 채 레이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다 해주는 왕자라는 신분으로 인해 병약한 미소년이라는 느낌을 주는 소년이 레이온이었다.

 

“야.”

 

“히끅. 네.”

 

어제와 똑같이 딸꾹질을 하며 대답하는 레이온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쉰 이레스가 허리를 숙여 그의 귓가로 작게 속삭였다.

 

“모든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구건물로 튀어와.”

 

구건물은 지금은 폐쇄되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아카데미에서 사람이 가장 드문 건물이었다.

 

두려움이 깃든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레이온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쉰 이레스가 허리를 숙여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반드시 와라. 안 오면 재미없을 거야.”

 

어떻게 보면 협박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이레스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

 

“히끅. 히끅.”

 

지금의 레이온은 찌질해도 너무 찌질했기 때문에 수련이라고 말하면 믿지 않고 도망가려 할 테니 공포감을 심어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 * *

 

딩동댕동.

 

“드디어…….”

 

수업이 끝났다는 종소리가 들려오자 작게 한숨을 내쉰 이레스는 가방을 둘러메고는 구건물로 향하는 대신 자신의 기숙사로 돌아왔다.

 

끼익.

 

나무 끌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순간 그를 반겨준 것은 하나의 침대와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그의 물건들이었다.

 

아카데미에 들어오기 전에 자신의 신분을 감춘 레이온과는 달리 신분을 밝힌 채로 들어온 이레스였기에 공작가의 장남이라는 명분으로 일 인실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어딘가에 있었을 텐데?”

 

검의 가문이었기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카데미에 입학을 하면서 검을 가져왔을 것이 분명했다.

 

이리저리 숙소를 뒤지던 이레스는 한 자루의 검을 찾고 5분이 지났을 때 또 한 자루의 검을 발견하자 바로 기숙사를 나와 구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기숙사 바로 뒤편에 자리 잡은 구건물은 멀지 않았기에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이레스는 구건물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 작게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구건물 앞에는 약속대로 레이온이 체육복을 입고 서 있었지만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아마 맞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너무 처량해보여 한숨이 나오고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하아…….”

 

물론 자신이 생각해도 교실까지 쳐들어가 다짜고짜 오라고 한 것이 두려움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 말에 반항조차 못하고 구건물에 도착해서 몸을 떨고 있는 모습은 너무 찌질해보이기도 했다.

 

“니기미. 확 때려치우고 싶지만…….”

 

전생에서 레이온과의 추억이 떠올라 어쩔 수가 없었고, 테라인 왕국을 위해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테라인 왕국은 다른 나라와 똑같이 왕권파, 귀족파, 중립파로 분열되어 있으며 현재는 왕권체제가 정권을 잡고 있어 귀족파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왕이 병으로 사망을 하고 레이온이 왕위에 오른 뒤에는 귀족파에게 차근차근 압도당하다 왕권이 허물어지고 말았었다.

 

이레스가 천천히 인상을 풀며 다가가다 자신의 발소리를 들은 레이온이 고개를 돌리자 양손에 쥐고 있던 검 중에 한 자루를 던졌다.

 

“받아.”

 

쉬이익.

 

탕. 탕.

 

분명히 받으라고 했음에도 뒤로 물러나는 바람에 자신의 검이 바닥을 뒹굴자 이레스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검을 가리켰다.

 

“받으랬지.”

 

“죄, 죄송해요.”

 

레이온은 바닥에 널브러진 검을 바라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이레스가 짜증난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었다.

 

“뭐가?”

 

“죽, 죽이려는 거 아니에요?”

 

“이런 상찌질이를 봤나.”

 

서슴없이 사람들을 패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건드리면 건드린 죗값을 수십 배로 쳐서 주는 이레스였다. 하물며 별명이 미친개다 보니 레이온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죽인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들어.”

 

“훌쩍.”

 

이레스는 자신을 죽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레이온의 모습에 또 한 번 한숨을 내뱉었지만 입을 꾹 다물고 천천히 검집에서 검을 꺼냈다.

 

스르릉!

 

“히끅.”

 

이제는 딸꾹질까지 하는 레이온이었다.

 

“야.”

 

“예, 예?”

 

“덤벼.”

 

왜 덤벼야 하냐는 듯한 표정과 이제는 눈물 콧물을 동시에 흘리며 바라보는 레이온의 모습에 이레스는 목을 좌우로 꺾으며 몸을 풀었다.

 

“네 찌질함을 없애 줄 테니까 덤벼.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을 거야.”

 

이제는 대답 대신 멍하니 검과 자신을 번갈아 바라보는 레이온의 모습에 이레스가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하며 물었다.

 

“안 오냐?”

 

쉬이익!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난데없이 검이 검집 채로 날아왔다.

 

이레스는 날아오는 검을 보고 실소를 흘리고는 아래에서 위로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전장에서 자주 겪었던 일이었다. 자신의 검을 던져 상대를 방심시킨 뒤에 박투나 또 다른 무기로 끝내는 사람들의 방법이었다.

 

채애앵!

 

“처음부터 대담한…….”

 

“죄, 죄송합니다!”

 

검을 튕겨내자마자 바로 정면을 바라보던 이레스는 어느새 레이온이 등을 돌린 채 도망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죄, 죄송합니다!”

 

다시 들려오는 레이온의 외침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저런.”

 

이레스가 어이없다는 듯이 땅에 떨어진 검을 쥐며 레이온의 등을 바라보았다.

 

“상찌질이를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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